언론과 시사
엔진 없는' 전기차의 역습..2030년 생산직 60%는 사라진다
도토리 깍지
2021. 1. 29. 09:42
한 시민이 강남구 현대차 전시장에서 차량을 살피는 모습.
Hyundai Motor bets big on electric cars in 2021
28일 서울 양천구 양천문화회관 인근에 설치된 ‘가로등 충전기’에서 한 주민이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가로등 전기차 충전시스템 구축은 양천구가 전국에서 처음 시도한 사업으로, 가로등 충전기는
전기차 2대와 스마트 모빌리티 2대 등 최대 4대까지 동시에 충전이 가능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 21일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아이오닉5 테스트 차량 투입을 저지하는 모습.
독자 제공
엔진 없는' 전기차의 역습..2030년 생산직 60%는 사라진다
지난 한 해 전세계는 전기차 시대를 향한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각국 정부와 기업이 앞다퉈 미래차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미래차의 등장과 함께 사회가 겪게 될 성장통은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
자동차산업 전반의 구조조정과 전통적인 노사관계의 해체는 아직 펼쳐보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 미래차가 우리 사회에 일으키고 있는 균열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지난 20일 낮 12시30분,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 아이오닉5 테스트 차량을 만들던 공정이 갑자기 멈춰섰다.
노동자들이 차체 투입을 가로막은 탓이다.
이들이 나선 이유는 전기차 핵심 부품의 외주화.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대신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전기차 생산 계획을 확정짓고, 그 첫 타자로 아이오닉5를 시범 양산 중이다.
이대로라면 완성차 공장의 절반가량은 내연기관차와 함께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울산공장의 풍경은 전기차 시대에 자동차산업이 맞닥뜨리게 될 구조조정 드라마의 예고편을 보여준다.
산업 패러다임 급변으로 기업들은 한편으론 신사업에 투자재원을 쏟아부으면서 다른 한편에선 원가절감에 어느 때보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노조의 ‘고용 안정’ 요구에 확답을 줄곧 피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 구조조정 이미 시작된 현대차 28일 현대차 노사 양쪽의 설명을 들어보면,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의 파워트레인에 해당하는 E-GMP(일렉트릭-글로벌 모듈러 플랫폼) 전기차의 PE(파워 일렉트로닉스) 모듈을 모두 부품 계열사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E-GMP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오는 3월 출시하는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모든 전기차에 적용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E-GMP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경우 현대모비스와 (그룹 바깥의) 다른 부품업체들을 경쟁시켜 원가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현대차나 기아는 선택지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
현재 현대차 공장의 절반가량은 완성차 조립, 나머지 절반은 주로 내연기관차 파워트레인 생산을 맡는다.
전기차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후자는 점차 몸집을 줄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노조는 지난해 단체교섭 때 전기차 PE 모듈 물량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노조 집행부도 이를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집행부 관계자는 “매번 임단협 때마다 성과급이나 챙기면서 이런 상황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
이미 늦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는 사이 현대차는 이미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있다. 매년 정년퇴직 인원만큼 공정을 대폭 없애는 작업이다. 회사는 이를 ‘공정개선’이라 부른다. 지난해 ‘개선’ 대상은 1041개 공정으로 모두 1572명분이다.
같은 해 정년퇴직 인원 1436명을 조금 넘는다.
1970명이 정년퇴직하는 올해는 1712명분의 공정이 없어질 전망이다.
인력 충원이 필요한 곳에는 신규 채용 대신 시니어 촉탁제로 대응하고 있다. 시니어 촉탁제는 정년퇴직한 뒤에도 최장 1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제도다.
2019년 노사 합의로 도입됐다.
한 조합원은 “최대한 신규 채용을 하지 않으려는 회사와 정년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고 싶은 고령 조합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종료 후 현대차
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현대차 공영운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기아차 송호성 사장.
현대차그룹 제공
■ “노사 모두 대책이 없다” 지적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와 맞물려 이뤄지는 비가역적 구조조정이란 측면에서 혼란은 더욱 심하다. 향후 노사분쟁으로 이어질 조짐도 보인다.
최근 울산1공장에서 빚어진 충돌이 대표적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조합원은 “백번 양보해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줄 수 없다면, PE 모듈과 서스펜션을 통합하는 프런트 섀시 모듈이라도 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라며 “아이오닉5 공정을 중단시킨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총고용 보장에 대해서도 최근에는 언급 자체를 꺼린다.
정년 보장이 아닌 ‘고용 보장’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노조 집행부는 지난해 10월 정의선 회장과 만나 “총고용 보장 합의서에 대한 믿음을 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정 회장이 “고용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정규직 생산직 비중이 높은 현대차·기아의 생산 물량을 대폭 줄이는 계획은 조만간 본격화될 공산이 크다. 신규 채용을 사실상 ‘0’으로 둔 현재 계획대로라면 2030년에는 생산직의 40%만 회사에 남게 된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5만 조합원’의 현대차 노조도 옛말이 되는 셈이다.
현대차 고용안정위원회 내부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안정위원회는 2019년부터 미래차 시대에 대비해 생산직 재배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 자문위원은 “현실적인 재배치 방안을 찾기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데 있다”며 “기본적으로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인데 본사에서는 (고용안정위를) 형식적인 절차라고만 여기고 이대로 정리하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짙다”고 말했다.현대차 공장의 위축은 자동차산업 전반에서 변주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차 투자에 막대한 금액이 들어가는 만큼 내연기관차 생산 쪽에서 원가를 줄여야 할 유인이 커지고 있어서다.
현대차 원가절감추진위원회는 2018~2025년 총 41조원을 절감한다는 계획을 올해 새로 수립했다.
기존 목표인 2018~2022년 34조5000억원에서 기간과 금액 모두 늘렸다.
또 다른 자문위원은 “노사 모두 단기 이익에만 골몰하는 데서 벗어나 미래 세대를 위해 자동차산업이 어떤 일자리를 제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 한겨레신문사,
애플이 꿈꾸는 전기차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일지도 모른다. 캐나다의 영화감독이자 시각효과
전문가인 애리스토메니스 처바스가 그린 애플카 상상도. /애리스토메니스 처바스
애플이 전기차 시장 흔든다고? 전기차가 애플을 빨아들였다
“전기차 산업의 구조적 격변, 애플 불러들여”
빅테크·자동차·부품 업체 간 ‘투쟁'과 합종연횡 시작
애플이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전기차 산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올 초 한국 증시를 흔들었다. 현대차 주가는 연초 대비 18%, 기아는 40%나 뛰었다.
<27일 기준> 현대차·기아가 애플 브랜드의 자동차를 만들어 납품하면 2030년까지 연간 2600만대로 예상되는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산업 전문가들은 그러나 좀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애플이 전기차 시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애플을 불러들였다”는 것이다.
“차세대로 가는 전기차 시장의 격변을 예고한 사건”이라는 말도 나온다. 단순히 IT 기업과 자동차 기업의 협력이 아닌, 미래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산업과 기업, 기술 간의 ‘투쟁’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란 해석이다.
전기차 시장에 어떤 변화가 시작되려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변화를 꼽는다.
전기차 요소 기술의 상향 평준화, 시장 중심의 이동, 배터리 기술의 도약이다.
선우명호 한양대 에이스랩 교수는 “지금까지 테슬라가 주도하던 전기차 시장에 올해부터 여러 플레이어가 뛰어들면서 ‘넥스트 테슬라’ 시대로 넘어갈 것”이라며 “이 세 가지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전기차) 제조 업체는 물론, 주요 부품 업체의 흥망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Mint가 격변을 앞둔 전기차 산업의 미래를 미리 들여다봤다.
◇'타도 테슬라'로 급성장한 생태계
기존 전기차 산업의 대표 기업은 미국 테슬라다.
이 회사는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엔진을 빼내고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장착한, 닛산 리프(Leaf) 같은 ‘1세대 전기차’의 개념을 거부했다. 테슬라는 최초 설계부터 부품까지, 모두 전기차 전용으로 개발·생산했다.
이른바 ‘네이티브 전기차(Native EV)’다. 배터리를 차량 바닥에 배치한 ‘스케이트 보드’식 플랫폼, 수천 개의 원통형 배터리를 묶어서 만든 배터리팩, 전기차에 최적화한 신형 모터와 자율 주행 기능의 차량 운행 시스템 등을 모두 테슬라가 직접 개발했다.
테슬라가 2012년 출시한 주력 전기 대형 세단 '모델 S'.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플랫폼과
배터리 팩 등으로 무장, 전기차 중 처음으로 1회 충전 후 주행거리 400마일(643km)을
넘어선 모델이다. /테슬라
테슬라의 전기차는 마감 품질이 조악하다는 혹평에도, 성능과 편의성에서 기존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를 압도했다.
테슬라는 지난 2017년 하반기 ‘모델3′의 판매 개시 이후 줄곧 전기차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03년 창업한 신생 기업이 100년 넘는 역사의 미국 GM(제너럴모터스)과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을 제친 것이다.
이젠 기존 자동차 업계가 테슬라를 추격하고 있다.
차세대 전기차 시장의 주역은 ‘테슬라 천하’에 도전하는 자동차 업체와 IT 업체, 부품 업체들이다.
업계 전체가 테슬라와 경쟁하기 위한 다양한 전기차 요소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업체 간 합종연횡도 활발해지는 과정에서 전기차 산업 생태계의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미국 테크기업 엔비디아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 기술을 표현한 컴퓨터 그래픽. 인공지능
(AI)을 통해 주행 환경 주변의 물체를 인식, 사고를 예방한다. /엔비디아
예컨대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된 성능의 배터리를 내놓고 있다.
이들의 배터리를 이용해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한 번 충전으로 350~500㎞에 이르는 장거리 운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출시했다.
엔비디아와 구글, 인텔 등은 범용(汎用) 자율주행 기술에서 테슬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기술을 개발해 이 중 일부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또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는 LG전자와 손잡고 전기차 전용 고성능 모터와 인버터(전기를 직류나 교류로 변환하는 장치) 등의 부품을 만들어 공급하기로 했고, 폭스콘 등 전문 제조 업체는 누구나 사서 쓸 수 있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해 내놓을 예정이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팀장은 “고성능 전기차 제작에 필요한 각종 부품과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훨씬 더 넓어진 상황”이라며 “이를 통해 더 많은 기업이 전기차 산업에 뛰어들면서 산업 전체의 지평이 바뀔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는 기존 스마트폰 시장에서 벌어진 일과 유사하다.
◇누구나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
스마트폰 산업을 이끌어온 애플이 전기차 시장의 이런 변화를 놓칠 리 없다.
특히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수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기계 공학 못지않게 전기·전자제어 기술의 비중이 커서 정밀 IT 기기를 만들어본 기업들이 도전하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애플은 결국 전기차 시장도 스마트폰 시장처럼 될 것을 예감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급망(협력업체) 관리에 도가 튼 애플이라면 디자인과 핵심 기술 한두 가지만 확보하고, 적합한 협력 업체를 고르면 아이폰의 성공 신화를 전기차 시장에서 재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의 전자업체 폭스콘이 최근 중국 지리자동차와 전기차 합작사를 세우고, 일본 소니가 올 초 전기차 콘셉트카 비전S의 주행 영상을 공개하는가 하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본 혼다 등과 공동으로 GM의 자율주행 전기차 자회사인 크루즈에 2조원을 투자한 것 역시 전기차 시장의 판이 격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만큼 시장 진입의 장벽이
낮아진 것이다.
여기에 폴크스바겐은 앞으로 5년간 95조원, GM은 30조원을 투자할 예정이고,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앵(PSA)이 합병해 출범한 스텔란티스는 2025년부터는 범(汎)전기차(하이브리드 등 포함)로만 신차를 출시하기로 하면서 차세대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西進하는 전기차 시장
차세대 전기차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서구 선진국으로 시장의 중심이 옮겨 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다. 2019년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120만대로, 유럽(59만대), 미국(32만대)을 크게 앞섰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장의 중심이 미국과 유럽으로 움직이는 ‘서진’ 현상이 나타났다. 2020년 유럽에서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전기차 판매만 크게 늘었다.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다.
스웨덴 시장조사업체 EV볼륨스닷컴은 “2020년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이 약 140만대로, 중국(134만대)을 제치고 세계 1위 시장이 됐다”고 밝혔다.
독일 폴크스바겐 그룹이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 'MEB.' 폴크스바겐 그룹의 각종 전기차에
적용 중이다. /폴크스바겐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각) 정부 자동차와 트럭을 미국산 전기차로 교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친환경 ‘그린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 생산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할 가능성도 크다. 각 주 정부도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업계는 미국과 유럽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설비 증축에 뛰어들었다. BMW는 독일 뮌헨 공장을, 폴크스바겐은 독일 엠덴 공장을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GM도 본사가 있는 미 디트로이트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바꿀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도 그 뒤를 따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하이오주에,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유럽에선 이미 폴란드·헝가리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다.
◇배터리의 한계를 뛰어넘다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를 완전 대체하려면 일단 차 값이 싸져야 한다. 또 한 번 충전으로 서울~부산 정도를 달릴 수도 있어야 하고, 충전 시간도 짧아져야 한다.
무엇보다 사고가 났을 때 화재·폭발 위험성이 없어야 한다. 모두 배터리와 연관된 문제다. 차세대 전기차 시장의 마지막 구성 요소는 배터리 기술의 도약이다. 전기차의 경쟁력을 확 끌어올릴 새 배터리 기술들이 전기차 시장의 문을 활짝 열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9월 테슬라가 '배터리데이' 행사 때 공개한 신형 배터리 '4680'의 모습. 기존 2170 배터리 대비 주행거리는 약 16%, 에너지 용량은 5배 가까이 늘었다고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밝혔다. /테슬라
첫째 후보는 고밀도·고성능 배터리다.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공동 개발한 ‘얼티움 배터리’는 주요 재료인 니켈(N)·코발트(C)·망간(M)·알루미늄(A) 중 에너지 용량을 담당하는 니켈 함량을 높여 옛 모델 대비 에너지 효율을 60% 높였다.
더불어 값비싼 코발트의 함량을 줄여 생산 단가도 20~30% 낮췄다. GM은 CES에서 “얼티움 배터리를 이용, 한 번 충전으로 최대 600마일(966㎞)까지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곧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둘째는 ‘C2C’(Cell to Chassis) 배터리 기술이다. 배터리를 자동차 뼈대(Chassis) 안에 들어 가는 구조물로 쓰는 방식이다.
현재는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전기가 저장되는 ‘셀(cell)’을 여러 번 감싸 팩이나 모듈 형태로 만드는데, 셀을 차체 안에 내장하면 안전성은 유지하면서 차 전체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테슬라가 개발 중인 '셀 투 섀시(cell to chassis)' 기술. 작년 배터리데이 때 처음 공개됐다.
위쪽은 현재 전기차의 차체 모습으로, 배터리 중간에 지지대가 탑재돼 차체를 지탱한다.
아래는 개발중인 차체로 배터리 셀이 차체를 지지하도록 형태를 바꿨다. 당시 일론 머스크는
"배터리 탑재공간을 넓힐 수 있어, 자연히 효율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배터리데이 영상 캡처
한물간 기술로 여겨졌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LFP 배터리는 주행 거리는 상대적으로 짧지만, 값이 싸고 폭발 위험성도 낮다.
NCM 배터리가 1KWh당 100~120달러 수준이라면, LFP는 60~80달러 안팎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김광주 대표는 “충전 인프라가 확장되면 주행 거리에 덜 얽매이게 되어 LFP를 이용한 값싼 전기차가 쏟아질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음극재 소재를 흑연에서 실리콘으로 바꿔 충전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실리콘 배터리),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꿔 폭발 위험성을 낮추는 방법(전고체 배터리) 등도 연구 중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모두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Mint
윤형준 기자 조선일보
현대차 전기차 전용브랜드 아이오닉5에 삼성디스플레이 제품이 처음으로 사용된다. 앞으로
양사간 디스플레이를 넘어 배터리, 반도체, 전장부품 등 다양한 협력이 기대된다. /사진=뉴스1
[fn사설] 삼성·현대차 전기차 협업, 이런 사례 많아지길
한국 재계 순위 1·2위 삼성과 현대차가 손을 잡았다.
현대차 전기차 전용브랜드 아이오닉5에 삼성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처음으로 사용된다.
아이오닉5는 현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만든 첫 전기차다. 삼성 제품이 사용되는 곳은 전기차 사이드미러 부분이다.
지금은 거울이지만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차 후방을 훨씬 선명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현대차라는 안경테에 삼성이라는 렌즈를 끼운 격이다.
지금까지는 2011년 현대차 내비게이션에 삼성 액정표시장치(LCD)가 공급된 게 고작이다.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승부수를 띄운 아이오닉에 삼성 제품을 장착했다는 점에서 이번 '빅2'의 협업은 상징성이 크다.
향후 양사 간 협업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우선 삼성SDI가 만든 배터리가 처음으로 현대 아이오닉에 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이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은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배터리 강자다.
지난해 정의선 현대차 회장 주도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간에 이뤄진 'K배터리 동맹'이후 4대 그룹 간 협업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톱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자동차반도체 개발 공조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자율주행차·인공지능(AI) 분야에서 차량용반도체의 쓰임새가 갈수록 많아지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1대당 들어가는 자동차반도체는 많게는 3000개에 달한다. 차량용 소프트웨어·전장분야 협업 가능성도 열려 있다.
분야는 다르지만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이 미얀마 가스전 공동개발에 나섰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YG엔터테인먼트도 손을 잡았다.
기업은 이익이 되고, 전망이 밝다 싶으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짝짓기를 한다.
삼성·현대차·SK·LG의 협업은 그래서 시너지가 크다.
앞으로 국내 기업 간 이런 협업사례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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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파워테크닉스 관계자가 칩 제조공정이 완료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SK 제공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