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lo, Symphonie espanole in D minor
![](https://t1.daumcdn.net/cfile/blog/264CF23B5265ECEB12)
랄로 ‘스페인 교향곡’
Édouard Lalo
1823-1892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은 종종 교향곡으로 오해되곤 한다. 그러나 실제 이 작품은 교향곡의 형식을 갖춘 작품은 아니다. 바이올린 독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이란 점에서는 협주곡이라 볼 수도 있으나 이 곡은 전형적인 협주곡 형식에서도 벗어나 있다. 모두 5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마치 여러 춤곡들을 모아 놓은 모음곡 같기도 하므로 <스페인 교향곡>은 엄밀한 의미에서 교향곡도 협주곡도 아니다. 하지만 <스페인 교향곡>이란 작품명 그대로 스페인 풍의 음악인 것만은 확실하다. 전 악장에 걸쳐 ‘하바네라와 ‘세기디아’ 등 스페인 음악의 향기가 작품 곳곳에 배어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12B7C355265EC0333)
특수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색채
스페인 풍의 <스페인 교향곡>을 작곡한 에두아르 랄로 역시 스페인 혈통의 음악가다. 랄로의 집안은 대대로 훌륭한 군인들을 배출한 군인 집안으로 17세기에 플랑드르 지방으로 이주해 정착했다. 랄로의 부친 역시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훌륭한 군인이었다. 그런 그가 맏아들이 음악가가 되는 것을 완강히 반대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집안 전통을 깨고 음악가가 되겠다는 랄로의 꿈은 부친의 반대로 좌절되는 듯했다.
소년 시절의 랄로는 바이올린과 첼로 레슨을 조금 받을 수는 있었지만 그것이 그에게 허락된 음악교육의 전부였다. 그러나 직업 음악가를 향한 열망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랄로는 집안의 도움 없이 홀로 파리로 건너가 음악 공부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프랑수아 아브넥에게서 바이올린을 배운 랄로는 틈틈이 작곡도 하여 1847년에 당대 최고의 콩쿠르인 ‘로마 대상’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음악가로서 인정받았다. 그 후 아르맹고 4중주단에서 비올라와 제2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연주자로서도 활발한 연주 활동을 했다. ▶<스페인 교향곡>은 하바네라, 세기디아 등 스페인 음악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랄로는 현악 연주자로서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바이올린협주곡 F단조와 첼로협주곡 D단조, 그리고 그가 남긴 가장 유명한 작품인 <스페인 교향곡>을 작곡해 현악기에 대한 그의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었다. 오늘날 랄로의 바이올린 협주곡 F단조는 거의 연주되지 않지만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스페인 교향곡>은 초연 당시부터 지금까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랄로는 이 작품을 스페인 출신의 비범한 바이올리니스트인 파블로 사라사테를 위해 작곡했다. 1875년 2월 7일, <스페인 교향곡>의 파리 초연 당시 바이올린 독주를 맡은 것도 사라사테였다. 초연 이후 이 작품은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바이올리니스트에게는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주요 레퍼토리로 정착되었다.
<스페인 교향곡>에는 독주 바이올린의 현란한 기교가 강조될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음색에 있어서도 특이한 점이 나타난다. 트라이앵글과 작은북, 하프 등, 일반적인 협주곡에서는 드물게 나타나는 특수 악기들이 편성되어 이 곡에 화려한 색채를 더한다. 또한 현악 주자들이 휘파람소리와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하모닉스 주법까지 구사하는 등 특수한 연주 기법이 사용되고 관습에서 벗어난 악기 용법이 나타나 듣는 재미를 더한다.
그러나 이런 점 때문에 간혹 이 작품은 지나치게 화려한 외양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콥스키 역시 이 곡을 가리켜 “지극히 유쾌하고 신선한 곡이지만 진지한 것 같지 않다”고 평했다. 그러나 짧은 중간 악장들을 장식하는 랄로의 매혹적인 선율을 잘 들어보면 화려한 외양 뒤에 숨은 애수 띤 정서와 진지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Kyung-Wha Chung/Charles Dutoit/OSM - Lalo, Symphonie espanole
Kyung-Wha Chung, violin
Charles Dutoit, conductor
Orchestre Symphonique de Montréal
St. Eustache, Montréal
1980.07
추천음반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의 추천음반으로는 야샤 하이페츠(Naxos)와 이차크 펄만(DG), 정경화(Decca), 크리스티안 테츨라프(EMI)의 음반을 꼽을 수 있겠다.
글 최은규(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과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