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ch, Scottish Fantasy in E flat maj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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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흐 ‘스코틀랜드 환상곡’
Max Bruch
1838-1920
Kyung-Wha Chung, violin
Myung-Whun Chung, conductor
Seoul Philharmonic Orchestra
Sejong Center, Seoul
2012.01.08
1838년 쾰른에서 태어나 1920년 베를린에서 타계한 막스 브루흐는 살아생전에는 지금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큰 명성을 누렸던 인물이다. 독일과 영국을 오가며 지휘자로 맹활약했고, 베를린 음대의 저명한 교수로 오랫동안 재직했다. 작곡가로서는 무엇보다 ‘합창음악의 대가’로 각광받았는데 특히 <오디세우스>, <아킬레우스>와 같은 오라토리오로 국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또 스물다섯 살 때 발표한 출세작 <로렐라이>, <헤르미오네>로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 분야에도 족적을 새겼으며 교향곡도 세 편을 남겼다.
하지만 오늘날 브루흐의 이름은 ‘협주곡 작곡가’로 기억된다. 특히 바이올린 협주곡 1번 G단조는 그에게 최고의 성공작이자 영원한 족쇄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는 평생 동안 이 매력적인 작품을 능가하는(적어도 필적하는) 협주곡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심초사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도 그가 남긴 다양한 협주곡 작품 중에서 다음 두 곡은 명예의 전당에 추가될 만하다. 하나는 첼로와 관현악을 위한 <콜 니드라이>이고, 다른 하나는 어쩌면 G단조 바이올린 협주곡보다 한층 더 풍부한 선율과 리듬, 다채로운 상상력을 머금고 있는 <스코틀랜드 환상곡>이다.
스코틀랜드 민요 선율에 기초한 자유로운 환상곡
브루흐가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작곡한 것은 1879년에서 1880년에 걸친 겨울 동안 베를린에서였다. 당시 그는 곧 영국 리버풀의 필하모니 협회의 음악감독(1880~83)으로 부임할 예정이었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브루흐는 이 곡을 영국, 그 중에서도 스코틀랜드의 민요에서 유래한 영감과 상상력으로 채웠다. 다만 보다 직접적인 작곡 동기는 그가 스코틀랜드 출신의 작가 월터 스코트(Walter Scott)의 작품에서 감동을 받은 데 있다고 전해진다. ▶이 곡은 스코틀랜드 민요에 기초한 선율, 그리움의 정서를 가지고 있다. 사진은 에든버러 성의 모습.
사실 민요는 브루흐에게 있어서 창작의 원천이었다. 그는 20대 중반부터 영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의 민요들을 꾸준하고 면밀히 연구했고 그 성과를 자신의 음악에 반영했다. ‘선율’이야말로 음악에서 절대적인 존재라고 믿었던 그는 특히 민요 선율의 소박한 단순성에 주목했다. 브루흐는 하나의 좋은 민요 선율이 2백 개의 다른 음악 선율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단언했고, 민요가 지닌 내면성, 잠재력, 독창성, 그리고 아름다움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스코틀랜드 환상곡>은 그런 브루흐의 신념과 주관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올린 독주와 하프가 포함된 2관 편성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위한 이 작품은 스코틀랜드 민요 선율에 기초한 자유로운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악보 상으로는 네 개의 악장으로 나뉘어 있지만 실제로는 3악장 구성처럼 들리는데, 그것은 중간의 스케르초 악장과 완서악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첫 악장 앞에는 느린 서주가 놓여 있으며, 첫 악장이 통상적인 빠른 템포가 아니라 느린 템포로 진행되는 것도 이채로운 점이라 하겠다.
Jascha Heifetz/Malcolm Sargent/NSOL - Bruch, Scottish Fantasy Op.46
Jascha Heifetz, violin
Malcolm Sargent, conductor
New Symphony Orchestra of London
Walthamstow Town Hall, London
1961.05
추천음반
1. 이 곡에 관한 한 역시 전설적인 야샤 하이페츠의 음반을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것이다. 유명한 1961년 레코딩에서 그는 예의 냉철한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작품에 대한 깊은 애착을 드러낸다(RCA).
2. 이와 상반된 스타일의 연주로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1962년 레코딩을 들 수 있다. 그는 특유의 선 굵은 톤을 바탕으로 뜨겁고 감성 풍부한 연주를 들려주지만, 자칫 감정 과잉으로 비칠 소지도 안고 있다(Decca).
3. 한편 1972년에 정경화는 예리한 직관과 불타는 정열이 공존하는 명연을 음반에 담았다. 여기서는 루돌프 켐페가 이끄는 관현악 파트의 충실함도 돋보인다(Decca).
4. 이 연주가 다분히 독일적인 냄새를 풍긴다면, 태스민 리틀의 연주는 영국적인 향취로 가득하다. 버논 핸들리가 이끄는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 1996년 레코딩에서 그녀는 결 고운 음색과 온화한 표정으로 민요적인 선율미를 아름답게 부각시킨다(EMI).
글 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를 역임하였다.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