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hms, Symphony No.1 in C minor O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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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교향곡 1번
Johaness Brahms
1833-1897
Leonard Bernstein,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Große Musikvereinssaal, Wien
1981.10
바흐, 베토벤과 더불어 독일 음악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요하네스 브람스는 친구 헤르만 레비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거인이 내 뒤로 뚜벅뚜벅 쫓아오는 소리를 항상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보게. 그 기분을 자네는 전혀 상상할 수 없을 걸세.” 이 편지는 브람스가 베토벤의 9개 교향곡을 얼마나 의식하고 있는지 잘 드러내는 사례이다. 거인 베토벤의 9개 교향곡이 유럽 음악계를 휩쓸고 지나간 후, 그에 필적할 만한 교향곡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베토벤 이후 많은 음악가들이 그가 완성한 위대한 교향곡을 모방하였고 그를 뛰어넘으려고 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걸작의 탄생은 요원한 일이었다.
당시 뛰어난 음악비평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던 슈만은 점점 활기를 잃어가는 독일 음악계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새로운 세대의 음악, 새로운 교향곡이 등장해 이 답답한 분위기를 쇄신해줄 것을 바랐다. 그것은 슈만 자신조차에게도 어려운 문제였다. 베토벤의 벽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 드디어 여기에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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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드디어 제10번 교향곡을 얻었다”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이 1879년 11월에 초연되었을 때 그의 나이는 43세였다. 마흔이 넘어 첫 교향곡을 발표한 것만 보더라도 브람스가 이 작품에 얼마나 신중하게 공을 들였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작곡에 첫 돌입한 시기는 22세였다. 당시 브람스는 슈만의 <만프레드 서곡>을 듣고 감동을 받아 한창 관현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최초의 구상 아이디어는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모습을 바꾸어 완성되었고, 교향곡 1번의 진도는 좀처럼 나아가질 못했다. 브람스의 구상은 지극히 신중했다. 언제나 베토벤의 9개 교향곡을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악장을 완성한 때는 1862년, 7년 뒤의 일이었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1874년 다시 본격적으로 작곡에 착수해 1876년 9월에 드디어 최종적으로 완성본을 얻었다. 교향곡 1번 탄생에 20년의 세월이 걸린 것이다. ▶한스 폰 뷜로.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가리켜 그는 ‘10번 교향곡’이라고 일컬었다.
엄격하고 고지식한 성품의 브람스는 작곡도 작품 발표도 신중했다. 드디어 교향곡 1번이 초연되었을 당시 당대의 명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우리는 드디어 제10번 교향곡을 얻었다."고 감격해했다는 일화가 있다. 불멸의 9개 교향곡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교향곡이라는 뜻이었다. 당시 리스트와 바그너가 전통에서 탈피한 새로운 낭만주의 음악의 열풍을 한창 일으키고 있을 때에도 브람스는 독일 전통의 고전주의 음악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베토벤을 의식해 브람스 특유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작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클라라 슈만은 그런 이유로 이 작품을 좋게 보지 않았다. 심각한 형식, 스케일을 살려내는 것에 몰두해 브람스 특유의 선율미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통을 계승하고 이후 등장할 새로운 교향곡 출현의 산파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운명 교향곡’을 모범적 스타일로 삼아 작곡한 교향곡 1번은 베토벤의 인상이 강하게 느껴진다. 특히 1악장은 ‘운명 교향곡’의 1악장, 4악장의 주제는 ‘합창 교향곡’의 '환희의 주제'를 연상케 한다. 이런 유사점을 간파하고 한스 폰 뷜로는 10번 교향곡이라고 일컬은 것이다. 그러나 장중하고 엄숙한 분위기, 심원한 깊이의 선율과 우수에 젖은 목가적인 분위기, 특히 4악장 마지막 피날레에서 모든 갈등이 해결되고 강물처럼 흐르는 긴장감 해소는 브람스만의 감수성이 빚어낸 표현으로 그가 20년을 바쳐 얻어낸 최고의 순간을 증명한다.
Celibidache conducts Brahms' Symphony No.1
Sergiu Celibidache, conductor
Münchner Philharmoniker
1987.01.21
추천음반
샤를 뮌슈(1968, EMI)의 녹음은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되어 온 음반으로, 억제되지 않는 호방한 열기와 뜨거운 감정 분출이 인상적인 연주이다.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의 연주(1991, DG)는 작품의 유장한 흐름을 느릿한 템포와 중후한 음색으로 그려낸 품격이 돋보인다. 오랫동안 독일 교향악을 지휘해 온 귄터 반트(1989, RCA)는 큰 스케일과 정확한 비트가 돋보이는 명연이고,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음반(1989, DG)은 폭발과 섬세함이 정확하게 교차하는 생명력 넘치는 연주이다. 이외 구하기는 어렵지만 카를 뵘의 1959년 DG 음반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