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ard Strauss, Also sprach Zarathustra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Richard Strauss
1864-1949
Mariss Jansons, conductor
Symphonieorchester des Bayerischen Rundfunks
Herkulessaal, München
2007.04.27
SF 소설가 아서 클라크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영화사를 논하다보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한 대목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유인원인지 원시인인지 애매한 존재가 뼈 더미에서 굵은 뼈다귀를 골라내 조심스럽게 휘두르기 시작한다. 그의 동작은 점점 크고 거칠어지며, 나중에는 뼈 더미를 사정없이 내리치며 포효한다. 대부분의 영화 장면이 그렇듯이 여기서도 음악이 더 강렬한 인상을 주는 데 크게 기여한다.
오르간의 어두운 지속음 위로 떠오르듯 조용히 시작했다가 반복될수록 더 크고 강력하게 울리는 금관과 팀파니의 난타, 그리고 그 절정에서 뻗어 나가는 찬란한 화음 속에 포효하는 인간. 이 인상적인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것이 바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도입부이다. 슈트라우스의 교향시가 유명해지는 데 이 영화가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극적이고 찬란한 음악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름을 떨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을 것이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오프닝 신.
조숙한 천재가 도달한 교향시 장르의 정점
슈트라우스는 조숙한 천재였다. 그보다 네 살 많았던 말러가 (지휘자로서 인정받은 것과는 별개로) 오랫동안 몰이해와 맞서 싸워야 했던 것과는 달리, 슈트라우스는 처음부터 눈부신 속도로 정상을 향해 달려갔다. 서른두 살의 나이로 ‘차라투스트라’를 쓰고 있었던 1896년 당시 그의 명성과 창작력은 이미 정점에 달해 있었다. 1895~98년 사이에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차라투스트라> <돈키호테> <영웅의 생애>가 잇달아 나왔던 것이다. 이들은 모두 교향시였으며, 이 가운데서도 특히 ‘차라투스트라’는 웅대하고도 풍부한 악상과 치밀한 묘사력, 탁월한 관현악 기법으로 이 장르의 최대 걸작으로 일컬어진다.
슈트라우스는 니체의 장대한 철학 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큰 감명을 받은 뒤로 이 작품에 기초한 교향시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이 곡은 1896년 2월에 착수되어 8월에 완성되었으며, 같은 해 11월에 작곡가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의아하게 들리겠지만, 이 곡은 처음에 찬사만큼이나 비난도 많이 받았다. 당시까지는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철학의 음악화’를 시도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에 대해 슈트라우스는 “나는 철학적인 음악을 쓰려 한 것이 아니며, 인류가 그 기원에서부터 여러 단계를 거쳐 발전해 가는 모습을 음악이라는 수단으로 표현하려 했던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자유롭게 확대된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교향시에는 여덟 개의 작은 표제가 붙어 있으며, 이들 각각은 니체의 철학 시에 대응하지만 굳이 해당 대목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책 자체를 읽지 않았더라도 곡을 감상하는 데 큰 지장은 없다(물론 알면 더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만 이 곡에서는 자연을 나타내는 C장조 및 C단조와, 조성 체계상으로는 여기서 가장 멀면서도 한편으로는 반음으로 가까이 있는 B장조 및 B단조가 서로 대립하며 발전해 간다는 사실 정도는 알아두는 게 좋을 것이다.
Nott/GMJO - Richard Strauss 'Also sprach Zarathustra'
Jonathan Nott, conductor
Gustav Mahler Jugendorchester
BBC Proms 2009
추천음반
뛰어난 녹음이 많지만 간추려서 소개한다. 자타 공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전문가 카라얀의 녹음 가운데서는 베를린 필과의 1983년 녹음(DG)이 무르익은 음색과 웅대한 스케일, 탁월한 녹음 등 여러 면에서 돋보인다. 프리츠 라이너의 고전적 녹음(RCA)은 군더더기 없는 날렵한 연주로 곡의 짜임새를 충실히 드러내며 게오르크 솔티의 녹음(Decca)은 시카고 심포니 금관의 특징을 최대한 강조해 날카로운 연주를 들려준다. 헤르베르트 볼륨슈테트의 녹음(Denon)은 악단 특유의 중후한 음색에도 불구하고 거침없는 질주를 보여주며 전체 앙상블뿐만 아니라 세부 묘사도 정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