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은 누구에게나 전성기라는 게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한번 지나간 전성기는 영영 다시 오지 않는 것일까?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 그리고,
또 다시 한 번을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인생의 황혼기에 재기를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 해보는 이 영화 속의 늙은 광대, 칼베로(Calvero)에게 그러나
그 화려하였던 전성기는 끝내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찰스라는 이름보다는 왠지 찰리라는 이름이 더 정겨운
찰리 채플린 (Charles Spencer Chaplin/1889-1977, 영국).
20세기 초에 영화라는 획기적인 문명과 문화가 만들어낸 초특급 인기 연예인 이었던 그에게도
환갑의 나이가 지난 1950년대는 이 영화 속의 주인공, 칼베로와 같이 이미 전성기가 지나간 시절 이었을까?
1914년의 첫 출연과 1916년의 첫 제작으로부터 벌써 ‘5 Decades’(50년)째.건강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여러 가지 골치 아픈 문제들로 인하여 미국을 떠나기 전부터도 이미 활동은 현저하게 줄었다
1950년대에 그는 이 영화와 ‘A King In New York’(1957), 단 두 편에만 출연하였고 감독 작(+각본)은
세편, 그리고 제작 역시 세편만(다 같은 작품들) 관여를 하였는데 전작인 ‘살인광 시대’(Monsieur Verdoux, 1947)이후, 무려 5년 만에 시끄러웠던주위 환경(좌익 사상논쟁과 재판 등)속에서
1950년대에 들어 처음 만든 작품이바로 이 라임 라이트(Limelight/1952) 인 것이다.
따라서 본인이 오랫동안 기획을 하여 만들어낸 이 영화의 주인공, 칼베로의 이야기는
어떤 의미에서 바로 채플린자신의 자전적인 성격을 띤 이야기라고 할 수가 있다.
젊었을 때의 인기를 어떻게 해서라도 다시 만회해보려는 늙은 광대, 칼베로는 우연히 자살을
시도하는 젊은 발레리나,테리 (Thereza Ambrose/Claire Bloom, 1931, 런던)를
구하게 되고, 정성껏 그녀를 보살핀 후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힘껏 도와준다.
그리고, 재기에 성공한 테리는 보은의 심정으로 칼베로 에게 결혼을 하여서 계속 같이
살기를 원하였지만, 젊은 테리의 장래를 생각하는 칼베로는 기어코
그녀 곁을 떠나 길거리의 광대로 전락을 한다.
한편, 칼베로의 재기 무대를 어떻게 해서라도 만들어 주려는 착한 테리.
그러나 그날, 그 재기의 무대에서 열연을 다한 칼베로 는 그만 갑작스런 심장 발작으로
죽음에 직면하게 되고, 이젠 성공한 테리 의 무용을 무대 뒤에서 누어서
조용히 지켜보다가 쓸쓸히 눈을 감는다.
5년 만에 만든 장편 영화답게 채플린은 이 작품을 위해 자신이 가진 재능을 포함한 모든 것
(재정 포함)을 전부 올인 한듯하였다.
원작에서부터 제작을 비롯하여 각본, 감독, 출연, 그리고 심지어 주제곡 작곡까지 (편곡 포함)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한군데도 없을 정도의 화려한 그의
원맨쇼이다.(물론 네 번째 부인, Oona O'Neill을 포함한 가족들도 총동원, 총출동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채플린으로서는 노장은 결코 죽지 않았다는 것을 과시 하듯.......
또 마치 구시대의 유물인 ‘Limelight 시대’(채플린의 최고 전성기였던 무성영화 시대를 의미하기도 함)를
마감하고, 새로운 ‘Spotlight 시대’(유성 영화 시대)에도 다시 한번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듯, 전 세계적인 극찬과 좋은 평들을 받게 된다.
비극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 라고 할 수 있는 그 동안의 풍자 희극
스타일과는 무척이나 차별이 되는 참으로 독특한 개성을 지닌 작품이다.
우선 전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그 감성적인 분위기에서 우리는 이런 스타일의 작품도 잘 만들 수 있는
채플린의 무한 능력과 또 인간적인 원숙미도 느낄 수 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가지 문제들로 괴로웠던 미국에서의 (마지막)시간들이 그를
개인적으로 더 성숙 시킨 것일까?
어쨌든 미국에서 만든 영화로는 그의 생애의 마지막 작품이 된 이 작품을 끝으로 채플린은
이 영화가 만들어진 1952년도부터 자의반 타의반(미국 추방)으로
그동안미운 정 고운정이 다 들었던 미국을 떠나
스위스에서 영주를 시작하게 된다.
어쨌든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도 있지만 이 영화를 보고나면, 그래서
여러 면에서 인생 이란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고를 하게 되는 것만은 사실이다.
후세들에 의해 채플린과 희극계의 쌍벽을 이루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버스터 키튼
(Buster Keaton, 1895-1966)이 (비록 역은 초라하지만/위의 사진)
칼베로 의 극중 공연동업자로 (까메오) 등장 하였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