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youtube.com/watch?v=F2zTd_YwTvo
깊은 절망감에서 도저히 헤어날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 인간은 흔히 죽음을 선택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곁의 누군가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준다면 죽음의 유혹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1993년 알 파치노에게 아카데미 주연상을 안긴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는 절망에 빠진 한 인간이 타인의 도움으로 어떻게 삶의 의지를 되찾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영화이다.
사고로 시력을 완전히 잃은 예비역 육군 중령 프랭크 슬레이드는 절망 속에 하루하루를 보낸다. 같이 살던 조카부부가 추수감사절을 맞아 집을 비운 사이,그는 뉴욕의 호화로운 호텔에 투숙해서 멋진 저녁 식사를 즐긴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을 한다. 그러나 영문도 모른 채 이 자살 여행에 동행한 고등학생 찰리(크리스 오도넬)의 도움으로,그는 삶의 아름다움을 재확인하면서 죽음을 포기한다. 나아가 프랭크는 찰리를 또 다른 절망감에서 구해내고 그의 미래가 지켜지도록 돕는다.
찰리는 명문 사립학교에 다니지만,장학금이 아니면 학업을 포기해야만 하는 가난한 모범생이다. 남들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집으로 향하는 동안,그는 크리스마스에 집에 갈 비행기 값을 마련하기 위해 말과 행동이 거친 프랭크를 돌보는 일을 맡는다. 계획에도 없이 그의 뉴욕 여행에 따라나선 찰리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우연히 교장선생을 골탕 먹인 친구들을 목격하였지만,그들의 이름을 대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아 처벌을 받게 될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난한 찰리를 하버드 대학에 장학생으로 추천하겠다는 교장의 유혹에도 불구하고,찰리는 굳게 입을 다문다.
차츰 찰리는 마지막 호사를 누린 뒤 목숨을 끊으려는 프랭크의 계획을 알아차린다. 프랭크 역시 앞을 못 보지만 수심에 가득한 찰리의 표정을 마음으로 읽어낸다. 프랭크가 뉴욕을 찾은 이유를 확인한 찰리는 그의 마음을 되돌릴 방법을 찾으려 애쓴다. 남자 친구를 기다리던 한 젊은 여인을 이끌어내 탱고를 추는 프랭크의 모습은 오랫동안 잊을 수 없는 애처로운 장면이다. 또한 빨간색 페라리를 몰고 거리를 질주하는 프랭크의 천진스러운 표정은 보는 사람의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하다.
찰리를 밖으로 심부름 보낸 뒤 제복으로 갈아입고 죽음의 의식을 준비하면서,프랭크의 마음을 스친 것은 함께 탱고를 추던 여인의 향수 냄새와 페라리의 속도감일지도 모른다. 영화의 제목 '여인의 향기'는 바로 살아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의 감각적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내게 삶이란 없어! 여기 어둠 속에 있을 뿐이야!"(I got no life! I'm in the dark here!)라 절규하는 프랭크에게 찰리가 "당신은 진정 죽음을 원하지 않아요"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문득문득 보여준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끝내 죽음을 포기한 프랭크가 징계위원회에 나타나 찰리를 변호하는 장면은 우리를 또 한 차례 감동으로 이끈다. 교장은 한사코 친구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찰리의 퇴학을 결정해 달라고 재촉하지만,프랭크는 징계위원들에게 이렇게 호소한다. "그는 누구를 팔아 자기의 장래를 사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여정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합시다. 이 아이의 미래가 여러분 손에 놓여있습니다. 가치 있는 미래입니다. 언젠가 여러분을 자랑스럽게 만들 것을 약속합니다."(He won't sell anybody out to buy his future. Let him continue on his journey. You hold this boy's future in your hands. It's a valuable future,It's going to make you proud one day,I promise you.).
과연 프랭크의 간곡한 호소로 찰리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학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 프랭크가 맞춰 추던 탱고 음악의 제목처럼 '간발의 차이로'(por una cabeza) 서로를 절망에서 구해낸 이들에게 이제 남은 것은 삶의 아름다움을 확인하는 일뿐이다. '여인의 향기'는 살아있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부경대학교 영문과 교수·영문학 박사
yoonhs@pknu.ac.kr (부산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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