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호씨가
장시호씨가 지난해 7월 최순실씨 가방에서 발견한
미르재단 2대 이사장 후보 조모씨 이력서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가 지난해 미르재단 2대 이사장 후보로 염두에 뒀던 인물의 인적 사항이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업무수첩에 대통령 지시사항을 뜻하는 ‘VIP’ 표시와 함께 기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단 운영ㆍ사업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공식 해명과 달리, 재단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구체적 정황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혐의를 입증할 핵심 물증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2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작년 7월 21일 장시호(38ㆍ구속기소)씨는 이모인 최씨의 에르메스 가방에서 광고업계 출신인 조모(61)씨의 이력서를 발견했다.
그 위에는 ‘미르 이사장 후보’라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이에 대해 장씨는 지난달 초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메모 글씨는 최씨 필체”라며 “최씨가 미르재단 두 번째 이사장 후보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비슷한 시기,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도 등장한다.
검찰이 지난해 말 1차 수사에서 확보한 그의 업무수첩17권 가운데 ‘2016년 7월 4일자’ 메모에는 ‘VIP’라는 글자 밑에
‘미르, K-Sports, 조○○, J사 대표, 010-9733-△△△△ 이사장’이라고 적혀 있다. 최씨로부터 조씨 관련 사항을
전해 들은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안 전 수석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미르재단의 새 이사장 선임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이 과정에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장씨가 발견한 조씨 이력서는 경찰청장
ㆍ우리은행장ㆍKT&G 사장 후보 등의 인사 파일, ‘민정수석실로 보내라’는 최씨 자필이 적힌 포스트 잇 등과 함께
묶여 있었다고 한다.
일부 인사들에 대한 서류는 아예 같은 해 7월 6일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공식 보고서 형태이기도 했다.
당시 미르재단은 내부 문제로 상당수 직원이 교체됐으며, 두 달 후 조씨가 인사검증 과정에 문제가 됐는지 탈락하고,
김의준(67)씨가 김형수(58) 전 초대 이사장 뒤를 이어 2대 이사장에 올랐다.
장씨는 이와 관련해 “최씨가 민정수석실을 통해서 조씨를 검증하려 했던 것 같고, 아마 민정 쪽에서도 확인했을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민정수석실이 일부 인사들의 세평을 수집한 사실도 확인, 우 전 수석의 11개 범죄혐의에 ‘민간인 불법사찰’도
포함시켰으며 현재 검찰은 이 부분을 집중 수사 중이다.
김정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에 대해 안종범 전 수석에게 허위 진술 등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IN>이 입수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보면, ‘10-12-16 VIP-면담’이 기록되어 있다.
‘2016년 10월12일 박근혜 대통령을 면담했다’는 의미이다.
다른 쪽 업무수첩에는 없는 ‘면담’이 이날 기록되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서면보고만 받았던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일은 대부분 직접 대면해
지시를 한 것이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수첩에 적었다.
‘1. 각종 의혹 제기 문제→TV조선(7.25)→한겨레(9.20)→국감→1)모금:BH 주도 X→재계+BH 2)인사:BH 개입 X→BH
추천 정도 3)사업:BH 주도 X→BH 행사에 참여.’(오른쪽 위 사진) 이는 ‘7월25일 TV조선 보도와 9월20일 <한겨레> 보도로 국정감사장에서도 다뤄졌는데, 모금은 청와대(BH:Blue House)가 주도하지 않았다. 대신 재계와 청와대가 협의한
것이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인사에도 청와대는 개입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추천한 정도다.
두 재단의 사업도 청와대가 주도하지 않았고, 청와대 행사에 두 재단이 참여한 것이다’라는 의미다.
이 지시를 내릴 때는 검찰 수사 이전이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26일, 뒤늦게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 및
자금 유용 의혹 수사를 시작한 검찰이 K스포츠재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이 메모 뒤에 안 전 수석은 ‘solution(해결)’에 이어 ‘기업이 자발적 7/24 행사→V와 기업 회장 교감⇒전경련 모금’
이라고 적었다(오른쪽 가운데 사진). 이는 ‘2015년 7월24일 대통령(VIP)과 대기업 회장들의 만남에서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전경련이 모금을 했다’는 의미다.
수첩에 이런 내용이 쓰이고 8일 뒤 10월20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에 대해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동의해준 것이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언론에
이 가이드라인과 똑같이 해명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범죄행위인 증거인멸 혐의의 단초가 나왔다.
특검이 이 부분도 명명백백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순실 관련 사안은 대면 보고
2016년 10월20일 청와대 한 관계자는 언론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철저하고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안종범 전 수석에게 전혀 다른 지시를 내렸다.
안 전 수석은 ‘10-24-16 VIP’라고 쓴 뒤 ‘1. VIP/정 국가기밀 누출, 2. 최→입국, 3. 특검 등 방지, 공무상 기밀누설’이라고 썼다.
박 대통령이 10월24일 ‘특검에 반대’하는 지시를 안 전 수석에게 내린 것이다.
또 검찰과 법무부는 당시 “최순실씨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라며 강제송환조차 시도하지 못했다.
그런데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최씨의 입국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사이 입국을 둘러싼 교감이 있지 않았나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10월24일 JTBC는 태블릿 PC를 입수해 대통령 연설문 등 문건 유출 의혹을 보도했다. 문건 유출에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연루되었다는 보도는 이틀 뒤인 10월26일에 보도됐다.
그런데 10월24일 대통령 지시 내용을 적은 ‘VIP/정 국가기밀 누출’이라는 메모를 보면, 박 대통령과 안종범 전 수석은 정호성 비서관의 국가기밀 누출 혐의를 사전에 인지했음을 알 수 있다.
청와대가 모금을 주도하지 않은 것으로 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면 면담 내용을 적은 안종범 전 수석의 메모(맨 위).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모금에 나선 것으로 하라는 메모(가운데), TV조선 보도를
미리 알고 작성한 메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4일 국회에서 발표한 개헌 제안이 국면 전환용이라는 메모도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서 발견되었다.
‘10-22-16 티타임’이라는 메모 아래 ‘1. 국면 전환 대책 2. 시정연설-개헌’이라고 쓰여 있다.
이틀 뒤 10월24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금까지 개헌 반대 기조를 뒤집고 국회에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박근혜 게이트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청와대는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가 다수 발견되었다.
안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23일자 업무수첩에 ‘정책, 토론 대선, 대결, 흠집 내기→국가, 국민 손해⇒위기 탈출 국면
전환 대책 필요→국면 전환 대책 마련 필요. 월 퇴근 시까지 제출’이라고 적었다.
이보다 앞서 안종범 전 수석이 미르재단 모금 개입 의혹이 처음 보도됐을 때부터 뇌물공여죄 적용 가능성을 인지했다는 메모도 발견되었다.
<시사IN>이 입수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따르면, 2016년 7월24일 TV조선 보도 이틀 전날 미르재단 모금 의혹을 보도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미르재단 모금 의혹에 대한 첫 보도는 7월26일이었다.
당시 안 전 수석은 TV조선에 “(미르재단 모금에) 개입을 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라고 부인했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보면, ‘7-24-16 미르’라며 1~8항까지 관련 내용을 한 쪽에 걸쳐 썼다.
특히 ‘1. 이성한 직위해제, 1)뇌물공여죄 2)TV조선-차은택 감독 개입 3)15억 집행 4)김성현 부사무총장’이라는
메모에서 ‘이성한’과 ‘뇌물공여죄’에 밑줄을 그었다
TV조선 보도에서도 뇌물 공여 대목은 없었다.
이는 안 전 수석이 7월24일 이미 ‘뇌물공여죄’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2)TV조선-차은택 감독 개입’은 TV조선이 ‘미르재단 이사진 선임 과정에 차은택 감독 개입’이라고 보도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실제 관련 보도는 사흘 후인 7월27일 나왔다.
안 전 수석이 업무수첩에 쓴 ‘김성현 부사무총장’은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이다. 김성현씨의 이름이 처음 언론에 드러난 것은 그로부터 약 3개월 뒤인 10월7일이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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