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하노이
[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김정은 회담 후보 호텔
[하노이=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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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이 지난해 6월13일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모습. (노동신문) 2018.6.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낙관'과 '비관' 사이…트럼프vs김정은 '하노이회담' 열흘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의 분수령이 될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오는 27~28일 북미 정상의 베트남 하노이 회담을 꼭 10일 앞둔 17일부터 핵심 의제와 의전을 논의하는 북미 실무협상이 양갈래로 본격화한다.
회담 일정과 두 정상의 의전·경호를 담당하는 북미 의전팀은 이르면 이날부터 하노이 현지에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포함한 하노이 공동 합의문 초안을 작성하는 북미 의제 협상팀도 조만간 베트남에 도착해 '핵담판'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전망은 갈린다.
'비관'과 '낙관'이 교차한다.
외교소식통과 외신 등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현지 일정과 의전을 전담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16일(현지시간) 오전 중국 광저우발 항공편으로 하노이에 도착했다.
김 부장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도 의전·경호·일정 등을 총괄한 김 위원장의 핵심 측근이자 집사다.
김 부장은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25일쯤으로 예정된 김 위원장의 베트남 국빈방문 일정과 의전도 베트남 정부와 면밀히 협의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25일 베트남에 도착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라고 하노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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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뉴스1) 박세연 기자 =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16일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하노이 호텔을 살펴본 후 나서고 있다. 김 부장은 오는 27~28일 열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 준비를 위해 이날 입국했다. 2019.2.16/뉴스1 <저작권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전을 맡은 대니얼 월시 미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이미 하노이 현지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과 월시 부비서실장은 의전 협상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에서 묵을 숙소와 회담장을 결정하고
의전 및 경호 준비 상황을 점검한다.
의전 협상과 함께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름하는 의제 협상팀도 본게임에 나선다.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논의하는 북미 의제팀은 곧 하노이에 도착해 본격적인 합의문 조율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앞서 지난 6~8일 평양에서 2박3일간 실무협상을 가졌다.
평양 협상은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서로의 입장과 요구 조건을 설명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시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후속 실무회담에선 북한이 제시하는 단계별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여러 보상조치를 맞물리는 방식의 본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가 비핵화 로드맵과 시간표를 설정해 단계적으로 이행·검증하는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합의문에 담아낼 지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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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
실현 가능성이 가장 큰 비핵화 조치로는 김 위원장이 상응 조치를 조건으로 약속했던 영변 핵시설 폐기가 꼽힌다.
영변 외 플루토늄·우라늄 시설 해체 합의 여부도 관건이다.
미국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나아가 대북제재 완화를 제안할 지도 관심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제재 완화의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고 했다.
막판 북미 협상을 앞두고 '제재 완화'를 거론한 것이다. 북한이 실질적이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경우
제재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은 동창리·풍계리 검증, 영변과 영변 이외 핵시설 폐기, 핵·미사일 전면폐기로
가는 로드맵을 이미 제시했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어느 시점에 제재 완화나 해제의 보상을 줄 수 있느냐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회담이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을 또 다시 낙관했다.
"김정은의 의도는 비핵화 (denuclearization)가 아닌 남한의 비무장화(demilitarization)다"(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라는 발언이 응축하는 워싱턴 정가와 외교가의 '비핵화 비관론'을 정면 반박한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19.02.17.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美, 종전선언 대신 불가침선언 제안...“주한미군 철수 부담 느낀 듯”
日 교도통신 “美, 북미정상회담서 불가침선언 추진” 보도
전문가 “종전선언, 美 입장서 여러 이유로 부담 느꼈을 것”
“종전선언, 참여국 간 조정‧유엔사·주한미군 존속 부담 많아”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미 양국이 종전선언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실무협상을 하며 북한이 요구해 온 종전선언 대신 불가침 선언과 평화선언을 요구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교도통신은 미국‧일본의 복수 관계자를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따라 종전선언이 아닌 불가침 선언이나 평화협정이 타결될 경우 비핵화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안보 문제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한지웅 기자 =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가진 뒤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종전선언 vs 불가침 선언…참여주체, 유엔사‧주한미군 존속 차이 有
종전(終戰)선언은 전쟁 당사국 간 "전쟁을 끝내자"고 선언하는 것을 가리킨다.
또 불가침(不可侵) 선언은 국가들 사이에 서로 침략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두 개념의 차이는 한반도 문제에 두 선언의 의미를 비춰서 볼 때 더욱 선명해진다. 우선 참여 주체에서 차이가 있다.
종전선언은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가 참여한다.
지난해 4월 27일 체결된 판문점 선언은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반면 불가침선언은 북미 양국만 참여한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018년 9월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후
취재진을 향해 들어보이고 있다.
◆ 박휘락 “美, 종전선언하면 평화협정까지 해야 하는 부담 느꼈을 것”
일각에서는 "선언 합의 후 유엔군사령부나 주한미군의 존속 여부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유엔군사령부나 주한미군이 존속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종전선언은 유엔사 해체와 연관돼 있어 미국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며 “종전선언은
‘6.25 전쟁이 끝났다’는 것인데, 그런 이유에서 ‘유엔사를 해체하라’고 한다면 (미국이) 그걸 방어할 논리가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이어 “특히 미국은 종전선언을 하고 나면 북한이 유엔사나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고 한다고 생각해 더 종전선언을 못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사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군사제재와 통합사령부 설치 결의에 따라
만들어진 군사기구다.
때문에 종전선언으로 6.25 전쟁이 끝났다는 것을 공식화하게 되면 유엔사의 존재 의미가 사라지게 되고, 이 때문에
미국이 부담을 느껴 종전선언 대신 불가침선언을 타진 중이라는 것이 박 원장의 설명이다.
박 원장은 “종전선언이 미국 입장에서 부담이지만 그렇다고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아무 것도 내놓지 않을 수는
없으니 부담이 적은 불가침 선언을 제안한 것”이라며 “그렇게 해서라도 (체제 보장을 원하는)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그걸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려고 고육지책을 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종전선언과 불가침선언은 북한의 체제 보장을 전제로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둘 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미국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는 종전선언 대신 불가침 선언으로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을
약속하고 대신 북한의 비핵화를 통해 미국에 위협이 될 만한 요소를 제거하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하노이 = 홍형곤 기자]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확정된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델에 있는 산책코스.
honghg0920@newspim.com
박 원장은 ‘종전선언이 역사적 선례가 없고, 이후 평화협정까지 이어져야 하는 절차상의 문제도 미국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어떤 한 국가가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한 사례는 있어도 두 개 국가가 함께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다음 전쟁 재발을 막기 위해 ‘나는 이런 공격을 하지 않을 테니 너도 하지 말라’고
서로 약속하는 평화협정이 뒤따라야 하는데, 미국은 평화협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 불가침선언을 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노이 = 홍형곤 기자]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확정된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델에 있는 산책코스.
honghg0920@newspim.com
◆ “美, 불가침 선언으로 北 체제보장↔비핵화 맞바꾸려는 구상일 수도”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비핵화 후속 협상 진전을
위한 조건 중 하나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은 평화협정을 통해 미국의 영향력과 간섭을 최소화한 뒤, 북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종전 선언은 참여 주체가 너무 많아 오는 27일 북미정상회담 전까지 기한을 맞추기 어려워 미국이 종전선언 대신 불가침선언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교도통신은 “미국은 당초 6.25 전쟁 종전선언을 검토했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 전까지 전쟁 당사국들과 조정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 참여 주체가 많은 종전선언 대신 북미 양자 간에 합의할 수 있는 불가침선언으로 방향을 돌렸다”고
전했다.
suyoung0710@newspim.com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트럼프-김정은, 회의론자 설득할 카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했지만 여전히 국제사회나 미국 조야는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이들은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회담에 기대 없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12일(현지시간) 방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도는 '비핵화'가 아니라 남한의 '비무장화'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미국의 조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에 대해 회의적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조차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진전된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번 회담에 대해 희망은 크지만 특별한 기대감은 없다"며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수년간 보였다"고 말했다. 잭 리드 민주당 상원의원도 "지금까지 북한은 핵 리스트를 제출한 적이 없다"며
"북한과의 핵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미국 내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이번 북·미회담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언급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북핵협상은 한두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큰 틀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위한 단계를 조금씩 밟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진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미가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상호 간에 확인했지만 사전조율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천천히 단계적으로 실현하자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北, '불성실' 이미지 바꿀까
미국 조야의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부정적인 시건은 과거 핵협상에서 북한이 불성실하게 임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핵협상 시 양보하기 싫은 이슈에 대해 군부의 반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협상을
결렬시키고 싶을 때는 한국이나 미국 내부의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기도 했다.
대북제재 완화라는 과실만 먹고 실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실제 과거 핵협상 과정에서 북한 대표는 미국 측 대표에게 미국이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군부가 핵개발에 나설지도
모른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또 2006년 남·북철도 연결구간 시범운행을 중단하면서 군부의 반대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 때문에 미국 조야에서 북한 핵협상에 대한 비관론이 흘러 나왔으며, 이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논의 중인 현상황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 내부의 사정을 한국이나 미국이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북한에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서로의 협상전략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에서 북한 협상 상대는 불리한 출발을 할 수 밖에 없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도 국제사회나 국내의 회의론자들을 설득시키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북한이 앞으로도 대화에 임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면서 천천히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북미, 전쟁과 대화의 상징에서 마주하다
베트남전 당시 북한 공군이 필사 방어했던 인연
70년간 이어진 북-미 적대관계 해소 기회 생길까
베트남전쟁이 한창인 1969년 5월28일, 하노이 상공. 공습을 하려고 미 공군 전투기 32대가 몰려왔다.
이에 맞서 하노이 북동쪽 70㎞에 있는 북베트남 공군 켑(KEP) 기지에서 미그-17 전투기 8대가 떴다.
공중전에서 미군기 12대가 격추됐다고 한다.
당시 미그-17을 몰고 출격한 조종사들은 북베트남군이 아니라 북한 공군이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북한 공군은
1967년 8월 이후 켑 기지에 주둔해 있었다.
‘하노이 상공을 평양처럼 방어하라’
베트남전 때 북한 공군의 주 임무는 하노이 상공 방어였다.
김일성 북한 주석은 ‘하노이 상공을 평양처럼 방어하라’는 지침을 참전 북한 공군 조종사들에게 내렸다.
북한 공군이 주둔한 켑 기지는 하노이와 함께 미군의 주요 공격 대상이던 항구도시 하이퐁에서 60㎞가량 떨어져
있었다.
당시 북한 공군은 동중국해에 있는 미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해군 함재기와 괌에서 이륙해 하노이와 하이퐁을 공습했던 B-52와 공중전을 벌였다.
북한은 공군 전투부대, 심리전 요원, 공병부대를 베트남에 파병했다. 북한은 군대를 보내며 ‘북베트남이 사회주의
진영을 대표해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으니 이를 지원하는 것은 사회주의권의 국제주의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 공군 조종사 참전이 눈길을 끈다. 북베트남은 미군에 견줘 공군력이 절대 열세였다.
소련의 도움으로 전투기를 마련했지만 조종사를 교육해 키우고 있어 외국의 조종사 지원이 절실했다.
북베트남은 소련과 중국에 조종사 파병을 요청했지만, 확전을 걱정한 두 나라는 군사 지원만 하고 거부했다.
북한은 베트남전에 최소 연인원 1천 명 이상(조종사, 정비병 등 포함) 공군 병력을 파병했던 것으로 추산된다(이신재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위원). 참전한 북한 조종사는 70명 안팎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북동쪽 박장 지역에 북한군 전사자 묘비 14개가 있었는데 유해는 2002년 북한으로 송환됐다. 미국에 맞서 함께 피를 흘린 북한은
북베트남의 혈맹이었다.
북한은 베트남전 참전 사실을 2000년 이후 공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9일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
열병식에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공군 종대(줄을 서서 걷기)가 등장했다.
열병식 영상을 중계한 북한 조선중앙TV는 “비엣남(베트남) 전쟁에 참가하여 수적·기술적 우세를 자랑하던 적의
공중 비적들을 무자비하게 박살 내어 조선인민군의 본때를 남김없이 보여준 공군 종대”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전은 제2의 한국전쟁
한국도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명분으로 베트남에 군대를 보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베트남에 파병하면서 만약 베트남전에서 공산군이 승리하면 그 여파가 한반도에도 미칠 것이라며 “베트남은 우리의 제2전선”이라고 설명했다. 1950~53년 한반도에서 싸웠던 한국과 미국, 북한이 다시 베트남에서
싸웠다.
베트남전은 제2의 한국전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한은 남베트남을 지원하고 북한은 북베트남을 지원하기 위해각각 베트남에 파병했을 뿐만 아니라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비무장지대에서도 전투를 벌였기 때문이다.
”(이재봉 원광대 교수)
1960년대 중·후반 한반도와 베트남에서 벌어진 격렬한 군사적 충돌은 톱니바퀴처럼 연결돼 있었다.
1966년 10월, 제2차 조선노동당 대표자 회의에서 김일성 주석은 ‘베트남전쟁에 대한 지원과 조속한 남조선 혁명 및
조국 통일’을 강조했다.
1967년 1월19일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 해군 당포함이 북한 해안포에 맞아 침몰했다. 휴전선 총격전 끝에 1967년
4월 국군 7사단 포병대가 북한을 향해 포탄 585발을 쏘았다.
1968년 북한 특수부대의 청와대 공격(1·21 사태)에 이어 1월23일 동해에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가 북한
해군에 나포됐다.
이튿날 미 백악관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은 북한의 의도를 한국군의 베트남 이동을 저지하고,
베트남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에 군사적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1968년 남북은 휴전선 근처에서 이틀에 한 번꼴인 181건의 교전을 벌였다.
그해 남쪽으로 침투하던 북한군 321명이 사망하고 국군 145명, 미군 18명, 민간인 35명이 숨졌다.
1967년, 1968년 한반도는 사실상 준전시 상태였다.
푸에블로호 사건 일주일 뒤인 1월30일은 설날(구정)이었다.
베트남도 설을 쇤다. 설날 새벽 사이공 등 남베트남의 주요 도시에 게릴라들이 나타났다.
‘구정 공세’(Tet Offensive)였다. 사이공 주재 미국대사관의 벽이 뚫리고 대사관 마당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구정 공세는 10여 일 뒤 북베트남의 전술적 패배로 끝났다.
하지만 미국 내 반전 여론이 크게 높아져 북베트남은 전략적 승리를 거뒀다.
베트남의 구정 공세와 푸에블로호 사건을 두고 당시 북베트남은 ‘항미공동전선에서 조선과 베트남 형제국의 전공 및
승리는 서로 응원하고 연결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과 베트남의 혁명적 동지 관계는 1978년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 1992년 한국-베트남 수교 등으로 희미해졌다.
2007년 농득마인 베트남 공산당 총비서가 방북해 북한과 베트남의 관계가 회복됐다.
2월27일과 28일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미국과 적대관계를 끝내고 고도 경제성장 중인 베트남의 수도에서 회담이 열려 상징성이 크다. 여기에 남북, 베트남, 미국이 치열하고 복잡하게 얽혔던 냉전의 역사를 고려하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더욱 눈길을 끈다.
‘적을 이해하고 계속 대화하라’
북한과 미국 사이에 두텁게 쌓인 불신과 편견 같은 ‘발목 잡는 과거’가 있다.
미국과 북한의 70년 넘은 적대관계가 두 차례 정상회담으로 모두 해결될 수 없다.
쌍방 최고지도자가 상대를 이해하고 계속 대화해야 한다.
미국은 베트남에서 이 교훈을 확인한 바 있다.
1997년 6월 나흘 동안 하노이에서 베트남전 당시 미국과 베트남의 주요 정책결정권자들이 모였다.
전쟁이 끝난 지 22년 만에 만난 이들의 대화 주제는 ‘베트남전쟁을 피하거나 혹은 조기에 끝낼 수 있는 기회는 없었
는가’였다.
이 모임을 ‘하노이 대화’라 한다. 하노이 대화에는 베트남전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던 로버트 맥나마라도 참석했다.
맥나마라는 이렇게 말했다.
“하노이 대화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베트남전쟁은 미국과 베트남 쌍방의 지도자가 더 현명하게 행동했더라면 회피할 수 있는 전쟁이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대화의 교훈을 바르게 배운다면, 미래에 이와 같은 전쟁은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교훈을 두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는 우선 적을 이해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 적을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비록 상대가 적이라고 할지라도 최고지도자끼리의 대화, 그렇습니다.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게을리했습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교훈입니다.
”(<우리는 왜 전쟁을 했을까-미국·베트남 적과의 대화>, 히가시 다이사쿠 지음, 역사넷 펴냄)
‘적을 이해하고 계속 대화하라’는 하노이 대화의 교훈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유효할 것이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nura@hani.co.kr
트럼프·김정은, ‘하노이 북핵 담판’ 누가 웃을까
2차 정상회담, 북미 관계 개선 측면에서 성과
2차 회담서 구체적 성과 얻을 가능성
누가 더 큰 선물 챙길지 갑론을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미국 조야에서는 이번 회담이 화려한 쇼에 그쳤던 싱가포르 회담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회의론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는 말이 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도 북한 비핵화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성과가 미흡했지만 북·미 관계 개선이라는 측면에서는 역사적인 업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서로 승리를
선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북·미 양측이 회담 준비 과정에서 상대방의 양보를 도저히 받아낼 수 없다고 판단하면 정상회담이 아예 취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중 하노이 대좌에서 누가 더 큰 선물을 챙길지 갑론을박하고
있다.
북한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제출한 지 하루 만인 2008년
6월28일 영변 원자로 냉각탑이 폭파돼 무너져 내리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영변 핵 단지+α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 단지 폐기+α’를 노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미 미국상응 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 단지 폐기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영변 핵 단지 이외에 다른 핵 또는 미사일 관련 시설 폐기를 ‘+α’로 받아내야 회담이 성공했다고 자랑할 수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월 31일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10월 4차 방북을 했을 당시에 북한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 전체를 폐기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영변 핵 단지 폐기만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담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미국의 상응 조치
김 위원장이 ‘영변+α’에 동의한다면 여기에는 반드시 트럼프 대통령의 상응 조치가 있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영변 핵 단지 폐기 등을 조건으로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개설, 남북 경협 지원,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AP가 보도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미 종전선언에 합의했다.
남북 정상은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비핵화의 견인차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김 위원장은 또 올해 신년사에서 개성 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필요성을 제기했다.
개성 공단·금강산 관광 프로젝트를 재가동하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려야 한다.
미국은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 단계의 비핵화 조치를 할 때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이 남북 경협을 위한 제재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대북 제재의 숨통을 열어줄 수 있다.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CNI) 국장은 이날 ‘아메리칸 컨서버티브’ 기고문을 통해 “대북 제재 문제는 ‘행동 대 행동’ 원칙으로 대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 단지 폐기와 대북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27일부터
이틀 동안 베트남에서 정상회담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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