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019.07.20. dahora83@newsis.com
30일 오전 서울 현저동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서울 서대문구 등 전국 52개지방정부로
구성된 '일본 수출규제 공동대응 지방정부 연합'이 개최한 일본 수출규제
조치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보이콧 재팬'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확산되는 일본 불매운동-日여행·맥주·의류·중고차… 집단 보이콧에 매출 반 토막 대체 소비에 웃는 국내 기업 국산 제품 품질 개선은 숙제 | |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독도 영유권 문제 등 한일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불매운동이 있었지만 용두사미로 끝나고는 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일본 여행객이 두 자릿수로 급감하고 있고 일본 제품 대체품을 알리는 홈페이지도 등장하는 등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장기화될 조짐이다. 정부도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이번 불매운동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불매운동의 에너지를 지속적이고 생산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일본 제품 불매운동 효과는
▷日 아픈 손가락은 ‘관광 보이콧’
“반도체 부품 이후에도 일본은 계속 한국을 괴롭힐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한국은 일본을 아주 괴롭게 할 만한 수단이 많지 않다.”
김유영 동덕여대 일본어과 교수의 말이다.
고순도 불화수소 등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선 반도체 부품들은 일본 기업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70~9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일본이 한국에 팔지 않으면 대체재를 구하기가 어렵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에 대해 그런 수출품이 거의 없다.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도 미국 마이크론, 샌디스크, 도시바 등에서 일부 대체 구매가 가능하다.
안 파는 전략이 안 통하면 다음은 안 사는 전략이다.
한국의 불매운동으로 인해 일본의 가장 아픈 부분은 관광이다.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후 방사능에 대한 우려로 국가 위상이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광산업 활성화에 전념해왔다. 그 결과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11년 622만명에서 지난해 3119만명으로 7년 만에 5배 이상 급증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에서 쓰는 돈은 44조원이 넘는다(2017년 기준). 이는 일본의 자동차 수출에 이어 두 번째
큰 금액으로, 일본산 반도체, 자동차 부품, 철강산업 수출액보다도 많다.
일본행 외국인 관광객 중 25%에 달하는 750만명은 한국인이었다.
특히 일본을 자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 외에도 지방 소도시를 많이 찾아 일본 지방 경제 활
성화에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노자와 하지메 JTB종합연구소 대표는 지난해 매일경제가 주최한 세계지식포럼에서 “일본 인구가 1명 감소하면 연간
소비액은 124만엔(약 1240만원) 줄어든다.
그런데 방일 관광객은 1인당 평균 15만6000엔을 쓰고 간다.
방일 관광객을 8명 늘리면 일본인 1명의 감소분을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광산업 활성화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지방 소멸의 대안으로 활용돼온 만큼,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 일본 지방 경제 타격으로 이어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치적 입지도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산 맥주나 자동차, 패션 기업도 불매운동 대상에 올랐다.
이들은 관광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한국 매출 비중이 적은 편이지만 어느 정도 타격은 줄 수 있다는 평가다.
일본 브랜드 중 한국 매출 비중이 높은 곳은 신발 편집숍 ABC마트(20%),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6%), 무인양품을 운영하는 료힌케이카쿠(4%) 등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7월 23일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소비재 : 한국에서의 일본 브랜드 소비자 불매운동 영향’ 보고서에서 “불매운동으로 이들 기업의 실적 추정치를 바꾸지는 않았지만 향후 한일관계의 주요 이벤트와 일본 브랜드의 실제 매출 하락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도 “일본 맥주 브랜드인 아사히그룹홀딩스가 이번 불매운동으로 인해 한국에서만 약 300억~500억원의
수익 손실을 볼 것으로 분석된다.
양국의 무역갈등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일본산 수입차로도 보이콧이 확대될 수 있다.
한국 외제차 시장의 약 19%를 차지하고 있는 토요타, 혼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열린 ‘마트노동자 일본 제품 안내 거부 선언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한주형 기자>
▶‘오인 사격’ 주의보
▷쿠팡·다이소…피아 식별 잘해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지속성을 위한 또 다른 조건은 피아 식별이다. 불매운동이 자칫 엉뚱한 대상을 향하면 애꿎은
국내 기업과 노동자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일본 제품 대체상품을 알려주는 ‘노노재팬’도 이런 우려를 의식, 최근 ‘살펴보기’ 게시판을 신설했다.
노노재팬 측은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브랜드에 대해 사용자 의견을 모으고, 잘못된 정보로 인해 피해받는 제품을 최소화하기 위한 페이지다.
오해받는 제품의 경우 소비를 촉진하고, 우리나라 소상공인과 근로자들을 위해 선택적으로 불매운동을 진행한다면 좀 더 영리하고 이성적인 불매운동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살펴보기 게시판에는 7월 25일 기준 9개 제품이 등재돼 있다.
SK-II, 와코루, 라이온코리아, 세콤-에스원, 감동란, 용각산, 더블하트, 마미포코 기저귀, 동아오츠카 등이다.
노노재팬은 공지를 통해 “감동란과 와코루는 100% 국내 생산 제품으로 확인돼 대상에서 제외했고 SK-II와 세콤 등은
지분구조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국내 근로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내렸다.
구몬은 수학 한 과목만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어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다이소도 한일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일본 기업으로 오해받는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정부 다이소 회장이 1992년 설립한 ‘아성산업’에서 시작한 이 회사는 1997년 ‘아스코이븐플라자(Asung Co. even
plaza)’ 브랜드로 천냥백화점 1호점을 오픈했다.
이후 사업을 확장하며 2001년 일본 다이소로부터 4억엔 투자를 받아 일본다이소산업에 지분 34%를 내줬다.
일본 다이소는 2001년 지분투자 이후 지분율 변동 없이 재무적 투자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이소 관계자는 “일본 다이소에 대한 일체의 로열티 지급이나 상호 인적 교류, 경영 참여는 전혀 없다. 배당도 지분
투자 13년 만인 2014년부터 3년간 50억원씩 지급한 것이 전부다.
한국 다이소가 일본 다이소에 연간 1300억원 규모의 제품을 수출하는 반면, 수입은 207억원 규모에 불과해 외화벌이에 앞장서고 있고, 1만2000명 넘는 한국인도 고용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70%는 680여 국내 중소기업이 납품하고 있고 일본 상품은 전체 매출의 3%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쿠팡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비전펀드’로부터 수조원을 투자받아 사실상 일본 기업 아니냐는 지적에 ‘가짜 뉴스’라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쿠팡 측은 “쿠팡은 우리나라에서 설립돼 성장했고, 사업의 99% 이상을 국내에서 운영한다.
2만5000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연간 1조원에 이르는 인건비를 우리 국민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쿠팡 물품 구매대금의 99% 이상이 국내 납품업체에 지급되고, 쿠팡 입점 판매자 가운데 99% 이상, 쿠팡 고객의 99%
이상이 우리 국민들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은 70%에 육박하고, 삼성전자와 네이버의 외국인 지분율도 60%에 가깝다.
이 회사들은 한국에서 설립돼 한국인의 일자리를 만들고 한국에 세금을 납부하며 한국의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쿠팡 또한 이렇게 해외 투자를 유치해 한국인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다양한 투자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면서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영향으로 ‘유니클로(아래)’와 ‘무인양품(위)’ 매장이 한산해 보인다.
<사진 : 윤관식·이충우 기자>
▶국산품 구매로 이어질까
▷‘일본 맥주 안 먹지만 국내 맥주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국내 기업은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산품이 과연 대체 소비 대상으로 적절한가에 대한 고민도 엿보인다.
일본 제품 소비가 줄어든 만큼 국산품 판매가 늘어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편의점 GS25에서는 지난해 7월 1~21일 기준 전국 맥주 판매량 1위를 차지했던 아사히 캔맥주(500㎖)가 불매
운동이 시작된 올해 같은 기간에는 5위까지 밀렸다.
지난해 각각 7위와 8위를 기록했던 기린이치방 캔맥주(500㎖)와 삿포로 캔맥주(500㎖)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1년 만에 일본 맥주 판매량은 38.7%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국산 맥주 매출 증가세는 겨우 2%에 불과했다.
CU도 마찬가지다.
불매운동 기간 일본 맥주 판매량은 전월 대비 40.3% 하락했지만 국산 맥주 판매량은 2.9% 성장하는 데 그쳤다.
관광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예매했던 일본행 비행기 표 취소가 잇따르고 신규 예약도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날 정도로 일본행 관광객이 줄었지만 대체재로 떠오르는 것은 국내보다는 중국, 동남아라는 분석이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8월 예약 건수 중 일본 비중은 14.3%(7월 17일 기준)로 다소 줄었지만, 동남아는 44.2%, 중국은
20.3%로 오히려 늘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일본 여행 수요가 급감했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여행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는 “국내 관광업계가 일본 여행 보이콧의 반사이익을 누리려면 내국인 대상 관광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
바가지 요금 탓에 숙박과 음식의 가성비가 떨어지고 지역별로 즐길 만한 관광상품도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향후 전망은
▷사태 장기화 가능성…외교력 발휘해야
참의원 선거가 끝났지만 아직 일본은 수출규제에 대한 완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일본과의 무역갈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일본의 한국 때리기 근원에는 한국이 일본 경제를 추월할 것이라는 걱정과 이로 인한 견제심리가 내포돼 있다는 분석에서다.
“일본은 현재 모든 분야에서 한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
반도체·가전 등 산업 경쟁력은 물론, 북한 문제에서 소외돼 국제사회에서도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또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을 원하는데, 그동안 지지층 결집에 효과적이었던 북한 이슈가 사라지며 한국 때리기로 전략을 바꿨다.
중국이 사드 사태 이후에도 한한령으로 계속 한국을 견제하듯, 일본도 수시로 괴롭히려 할 것이다.
일본과 국력이 대등해지고 있는 한국이 겪는 성장통인 만큼 정부의 중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김유영 교수의 생각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국제사회를 통해 해결하되 국내 산업과 일자리 보호를 위해 지나친 사태 악화는 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일본의 이번 조치는 안전보장상의 이유를 남용한 무역 공격 행동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위법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우리로서는 일본을 대신해 자유무역 질서를 수호하고 정치적 이유로 경제적 보복을 하지 않는 국가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다.
단, 한국과 일본은 무역을 통한 분업으로 상호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관계다.
정부가 정치·외교력을 발휘해 WTO 판결 이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1.5세로 국내 대표적인 지일파다.
그에게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책과 전망을 물었다.
Q 일본산 IT 부품의 국산화 현황과 과제는.
A그간 대일 무역 역조를 크게 줄이지는 못했지만 부품·소재 부문의 경쟁력은 많이 높아졌다.
섬유, 전자제품 등 국내 산업이 성장하며 일본산을 하나둘 국산화해왔다.
문제는 산업이 계속 첨단화되며 반도체, 전기차, OLED 등 새로운 분야에서는 또 일본산 부품이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향후 일본 부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면 신제품 개발 단계에서 소재, 부품, 장비류에 대한 수급 계획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본산 부품이 덜 소요되거나 필요 없는 대체품을 개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소재나 부품은 변화가 많지 않은 분야여서 기존 기업이 유리하다.
새로운 기업이 역전하려면 기존 기업을 불리하게 하는 ‘게임 체인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Q 일본산 부품 국산화에 정부 역할은 무엇인가.
A 일본은 소재·부품 분야에 오랫동안 기술을 축적해왔고 생산장비의 감가상각도 끝난 상태다.
우리 기업이 국산화한다면 초기에는 더 비싸고 품질도 조악할 것이다.
그래도 국내 기업 제품을 사려 한다면 주주들이 배임이라며 반대할 수도 있다.
향후 이런 문제가 생긴다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감안해 규제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
내부적으로 확고한 신뢰가 없다면 기업들이 이런 리스크를 감수해가며 국산화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단, 모든 것을 우리가 다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생산적이지도 않다.
국산화를 한다 해도 부품은 시장 규모가 작아 일본처럼 세계 1위가 아니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도 어렵다.
이처럼 국산화에 수반되는 리스크와 코스트(비용)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향후 수요가 커질 만한 분야에서 ‘선택과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또 만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 일본 기업의 납품 지연으로 국내 기업들의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갖고 있던 재고가 소진되고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일시적이라도 경제에는 타격이 크다.
초과근무를 해서라도 공급난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동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Q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뜨겁다. 어떻게 전망하나
A 부분적으로 효과가 있으리라 본다.
자동차의 경우 현대차가 국내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토요타가 한국 시장 진출에 특별히 공을 들여왔다.
이 덕분에 지난해 한국토요타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한국 시장에서 토요타의 중장기
전망이 달라졌다.
한국 시장에서 철수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추가 확장은 쉽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 선택에 국가적인 의식이 반영되고
있으니 토요타의 경영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9호 (2019.07.31~2019.08.06일자) 기사입니다]
日, 韓 반도체 핵심부품 수출규제 강화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안보'
일본 고위관료, 안보 명분삼아 군사정보 공유하자는 식의 발언 일삼아
日 경제보복 조치 상응하는 차원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와
신뢰할 수 없는 나라끼리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하는 건 어불성설이란 시각
수출규제, 국제무역질서 해치고 한·미·일 안보에도 부정적 영향 미칠 듯
경제보복 조치 부당성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야…일본과 대화 테이블은 열어놓아야
일본 정부는 이번달 초 반도체 핵심부품의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하면서 표면상 이유로 안보를 내세웠다.
그런 일본 고위관료가 다시 안보를 명분 삼아 군사정보를 공유하자는 식의 발언을 일삼아 빈축을 사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2010년 당시 일본 방위상이 우리 측에 제안하면서 실무협의가 시작돼 2016년 11월에 체결된 것이다.
이 협정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기한 만료 90일 전(8월 24일)에 어느 쪽이라도 협정 종료 의사를 통보하면 종료된다.
GSOMIA의 발효로 한일 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향 등 대북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를 강화하면서 국내에서 GSOMIA를 파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이 수출규제 명분으로 '신뢰 상실'을 들고 있는데 신뢰할 수 없는 나라끼리 어떻게 가장 민감한 군사정보를 공유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서는 수출을 할 때마다 건별로 개별허가를 받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반면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은 국제수출통제체제에 가입하지 않았는데도 이들 국가에 대해 3년에 한 번만 허가를
받도록 했다.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관리가 미흡하기 때문에 수출규제에 나선다는 일본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은 셈이다.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을 피할 명목으로 '안보를 위한 조치'라는 이유를 끌어들이고 있으나, 수출규제는 국제무역질서뿐 아니라 한미일 3국 협력 등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일본 측 경제보복 조치의 부당성을 밝히고 강력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GSOMIA 등을 지렛대로 삼아 일본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이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법령 개정이 이르면 내달 초 이뤄진다.
만약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일본은 자의적으로 한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대(對)한국 수출
절차를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이르면 8월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각의 개최일을 고지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다음 달 2일 열리는 각의에서 한국의 백색국가 제외를 결정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1일 일본이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고시한 이후 세계무역기구(WTO)와 미국에 잇달아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을 벌였지만, 일본의 입장에는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도 각의 날짜를 정확히 알 수는 없더라도 백색국가 배제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보고 단기 및 중장기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日 내달 초 우호국에서 韓 제외 가능성 높아…수출절차 상당히 까다로워질 듯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9일 반도체·디스플레이와 조선업계를 대상으로 수출규제 관련 설명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다음달 9일까지 항공, 기계·공작기계, 자동차·자동차부품, 전자정보·통신, 석유제품, 바이오, 정밀화학·뿌리, 섬유·탄소섬유, 세라믹·전지, 철강·비철금속, 드론업종 설명회를 차례로 진행한다.
7월 30일∼8월 9일 부산, 대구, 인천, 광주, 경남, 수원, 대전을 돌며 지역설명회도 개최한다.
산업부는 지난 27일 공식 페이스북에 카드뉴스 형태로 2010년 중·일 희토류 분쟁을 언급하며 일본의 모순을 지적
하기도 했다.
산업부는 '대한민국 정부는 2010년 희토류 분쟁 시 일본 정부의 주장을 되돌려 주고 싶다'는 제목의 글에서 일본 경제
산업성이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가 일본만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WTO를 위반하는 것이며 세계 각국과 공동으로 중국에 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을 상기했다.
당시 중국에 대해 차별적 조치를 지적했던 일본이 이번에는 반대로 한국에만 수출규제를 하는 차별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본은 전략물자통제에 참여하지 않는 중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에는 3년 특별포괄허가제를 유지하면서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된 한국은 백색 국가에서 빼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전북 전주시 풍남문광장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50여 개 전북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역사왜곡·경제보복·평화위협 아베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NO 아베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전략물자관리원과 한국무역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백색국가 제외 시 규제 대상 품목과 특별일반포괄허가 혜택을
가지고 있어 비교적 수출규제에서 자유로운 일본의 자율준수프로그램 인정기업(CP) 632개를 고지했다.
관세청은 일본수출규제 품목을 수입하는 업체에 관세 납기연장과 분할납부 등 세제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현실화하면 수출제한대상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추가 보복에 대해 발생 가능한 모든 경우를 염두에 두고 관계 부처가
긴밀히 공조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통상 측면에서는 WTO 제소나 아웃리치(대외접촉)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우리가 타격 입을 수 있는 품목부터 규제할 듯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경우 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1100여개 대한국 수출 물품은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뀐다.
이들 품목을 한국으로 수출하려면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은 한국경제에 당장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부터 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백색국가에서 배제된다고 해서 한국으로의 수출길이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 역시 이번 조치가 수출규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민간용으로 사용되는 정상 수출의 경우 허가를 내주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반도체처럼 한국 산업 내 비중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을 막거나 추가 서류를 요구하며 허가를 지연하는
'꼼수'를 부릴 수 있다.
한국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력하는 전기차나 일본 의존도가 높은 화학, 정밀기계 등이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일 주요 산업의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방직용 섬유, 화학공업, 차량·항공기·선박 등의 대일 수입의존도는 90%가 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전기차 탱크에 들어가는 필수 소재부품 역시 상당수가 일본산이다.
일본이 다른 방식으로 우릴 압박할 수도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26일 펴낸 '2019년판 불공정 무역신고서, 경제산업성의 방침' 보고서에서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자금지원을 문제 삼았다.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을 '불법 보조금'으로 간주하고 WTO에 제소하겠단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대일 의존도가 높은 제품의 한국 수출을 막는 동시에 반대로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는 비관세장벽을 세울 수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 농식품과 수산물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특히 지난해 파프리카 수출액 가운데 일본 비중은 99%에 달했다.
현지 언론은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에 이어 한국 농식품을 추가 규제 품목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日 다른 방식으로 우리 정부 압박할 수도
일본이 한국을 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하면 국내 기업만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일본 기업 입장에서도 제살을 깎는 것과 다름없는 행동이다.
규제가 늘어나면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5월 내놓은 안전보장무역관리 제도 관련 자료를 보면 규제 대상이 되는 제품이나 기술을 허가를 받지 않고 수출하면 법률에 근거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전략물자 수출 통제에 따르지 않은 기업은 형사벌로서 10년 이하 징역과 10억엔 이하 벌금(법인) 조치를
받게 된다.
행정제재 조치에는 3년 이내 제품 수출 및 기술 제공 금지, 해당 직원의 다른 회사 임원 취임 금지 등이 있다.
이 자료에는 일본 기업이 캐치올 수출통제를 위반한 실제 사례도 소개돼 있다. 캐치올 제도는 비전략물자라도 대량파괴무기(WMD) 등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큰 물품을 수출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일본의 한 기업은 중국을 우회해 북한에 파워셔블(굴착기의 한 종류)을 수출하면서 캐치올 제도를 위반했다. 이 회사 대표는 2011년에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법인은 벌금 120만엔을 내게 됐다. 또 행정처분으로 1년 1개월 동안 전 지역 수출금지에 처해졌다.
2009년에는 북한에 대형 탱크로리를 수출한 기업의 사장에게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사례도 나온다.
이 회사는 벌금 500만엔을 내야했다.
우리나라를 통해 다른 나라에 불법 수출을 한 일본기업의 사례도 있다.
이 기업은 한국을 우회해 중국에 탄소섬유를 수출했고 해당 직원과 법인은 2015년에 각각 벌금 100만엔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법적 조치 이외에도 불법 수출로 인해 회사 이미지 악화와 사회적 제재, 주주 소송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출 장벽 쌓아 복잡한 서류 절차? "일본 기업도 부담…제살 깎아 먹을 수도"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될 경우 일본산 전략물자를 수입하려는 국내 기업은 서약서 등 각종 서류를 마련해야 한다. 해당 서약서에는 '전략물자를 민간 목적으로만 사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긴다.
국내 기업은 수입하려는 소재·부품과 이를 활용해 만드는 제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기재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구매자와 위탁자, 사용자 정보를 모두 적고 최종 사용지(국가)까지 밝히도록 했다.
해당 제품은 역수출할 수도 없다. 이 경우 일본 경제산업성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
서약서 말고도 수입자의 사업 내용과 등기부 등 회사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품목도 존재한다. 최근 3년간 품목 조달 실적과 최종 제품 생산 상황도 알려야 한다.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공장의 제조 공정 관련 자료도 필요하다.
이런 복잡한 서류 절차는 일본 기업에도 부담이다.
해당 서류들은 전략물자를 수출하려는 기업에서 최종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일본 업체는 이를 기반으로 양식에 맞춰 서류를 작성하고 다시 정부에 제출하게 된다.
즉 수출 허가 심사에 앞서 서류 준비에 들어가는 기간만 1~2주가 추가된 셈이다.
이후 심사 절차에는 최대 90일이 걸린다.
이런 생산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품목에 대한 재고를 쌓아두는 일이 잦아질 수도 있다.
◆요미우리 "일제불매운동 전과 달리 이례적으로 장기화"
한국에서의 '일본제품 불매' 운동을 심층적으로 전하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30일 '일본 불매, 한국에서 확대'란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강화에 반발하는 한국 내 움직임을 자세히 소개했다.
요미우리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7월 1일 반도체 소재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한 뒤 인터넷에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하자'는 내용으로 대상 기업 리스트가 오른 것이 시작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어 전국중소유통업자협회 등 27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지난 5일 불매 운동 참여 입장을 표명한 뒤 전국 매장에서 일본 제품을 철거하는 움직임이 퍼졌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특히 이번 불매운동은 오래 가지 못했던 과거의 사례와 다르게 이례적으로 장기화 양상을 띠고 있다고 진단했다.
요미우리는 한국 소비자의 참여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며 불매운동에 참여한다는 응답률이 7월 10일 48%, 7월 17일
54.6%에서 7월 24일 62.8%로 상승했다는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한국갤럽의 지난 23~25일 조사에선 일본 제품 구매에 "주저한다"는 응답률이 80%에 달했다고 썼다.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서울 서대문구 등 전국 52개 지방정부로 구성된 '일본 수출규제 공동대응 지방정부 연합'이 개최한 일본 수출규제 조치 규탄대회에서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등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일본 정부가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요미우리는 지난 11일 상품명을 거명하며 일본 제품에서 한국산으로 바꾸길 권하는 '노노 재팬' 목록이 인터넷에 등장했다며 주요 타깃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아사히) 맥주, 캐주얼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일본 여행 상품 등이라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연합뉴스 보도 등을 인용해 7월 1~25일 기준으로 전월 동기 대비 일본 맥주 매출은 48%, 라면은 33%,
화장품은 21% 각각 줄고, 일본 여행 예약자(하나투어 기준) 수도 7월 8일 이후 하루 평균 55% 급감했다고 전했다.
유니클로 매출은 약 30%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취업난 시달리는 2030대 일제불매운동 동참 늘어나
요미우리는 이번 불매 운동에 한국 정부(청와대)는 직접적인 지원이나 비판을 하지 않은 채 관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해외여행을 즐기는 것은 좋지만 더 많은 국민이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도록 하면 한국 경제에 힘이 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한국에선 해방 50년을 맞은 1995년 일제 담배 불매 운동이 벌어졌고, 2001년 역사교과서 파동으로 같은 일이 있었지만 모두 단기간에 사그라졌다며, 2001년 당시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불매운동에 반대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연일 언론매체들이 불매 운동 확산을 보도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한국 주력산업인 반도체를 겨냥한 수출 규제를 가해 가뜩이나 취업난에 시달리던 젊은이들의 불매 운동 동참이 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소개했다.
요미우리는 또 올해가 '3·1 독립운동' 100주년을 맞는 해여서 반일감정이 높아진 것도 불매운동 확산의 한 배경이라면서 '독립운동은 못 했지만 불매운동은 한다'는 구호까지 등장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일본 브랜드가 팔리지 않아 철수해 한국에서 일자리가 줄어도 좋은가"라는 한 무소속 국회의원의 말을
인용하면서 불매운동에 반대하는 일부 의견은 찬성론에 묻힌 상태라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도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여파로 지자체 교류 중단, 일본산 불매운동 확산, 방일 여행객 급감 등 경제,
문화 및 스포츠 영역에도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삿포로에 소재한 한일문화교류회의 임상균 전무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이전에 위안부와 독도를 둘러싼 문제로
양국 관계가 악화해 시민교류가 악영향을 받는 일이 반복됐다"며 현 상황에 대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미국 유명 커피전문점 브랜드 블루보틀은 이달 초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한국 2호점을 열면서 일본식 표기를 우리식으로 변경해 주목을 받고 있다.
블루보틀은 유자 메뉴인 '레몬 유자 피즈'의 로마자 표기를 1호점인 성수점에서는 일본식 발음인 '유주'(YUZU)로
적었지만, 삼청점에서는 우리말인 '유자'(YUJA)로 바꿨다.
블루보틀 관계자는 "원래도 우리말식으로 표기하려고 했지만, 성수점 오픈 당시 기성품을 쓰다 보니 그렇게 표기가
된 것"이라며 "삼청점 오픈을 계기로 '유자'로 바꿨다"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경색된 한일관계..서울 등 전국서 日수학여행 취소 쇄도
서울 日 수학여행 6개교 중 3개교 대만·베이징행
경기, 광주·전남 등 전국적으로 일본행 취소·변경
정치와 교육교류 별개..무조건 금지 생각해봐야
일각선 안전문제 우려..시기 등 일정 변경 주장
【서울=뉴시스】구무서 기자 = 일본정부의 경제규제로 한일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일본으로 가려던 수학여행을 대만이나 중국으로 변경하는 등 교육분야에서도 양국간 교류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2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오는 2학기에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예정했던 6개교 중 3개교는 장소 변경을 확정했다.
2개교는 대만, 1개교는 중국 베이징으로 수학여행을 간다.
나머지 2학교는 장소 변경을 논의 중이다.
수학여행지를 변경하려면 학교운영위원회 등 위원회를 열어 결정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나머지 1곳도 변경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도 2학기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가려던 3개교가 제주도와 싱가포르로 행선지를 돌렸다. 광주·전남에서는
10여개 학교가 일본과 관계된 수학여행과 교류활동을 취소하거나 변경했다.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에서는 한일 중·고생 교류사업 참가 학생들을 선발했다. 각 시도교육청에서 선정한 학생들과 인솔자를 합쳐 100명 규모다.
이 사업은 1999년부터 진행해왔다.
선발된 학생들은 오는 10월 오사카와 나고야에서 홈스테이, 학교 및 교육기관 방문 등을 하게 된다.
국립국제교육원 관계자는 "아직 학생들에게 확정 공문을 보내지 않았고 취소하겠다는 연락을 받은 것은 없다"면서도 "예정대로 가게 되는지, 취소되지는 않는지 문의는 많이 온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치 상황에 따라 일본과의 교육교류 전체를 매도하는 게 올바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충북 청주에서는 교육청 직원이 학생·교직원이 포함된 민간교류에 같이 참여했다가 여론의 비난을 받아 조기귀국한
바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정현진 대변인은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일본 정부와 정치인이고 학계와 학술교류는
별개의 문제"라며 "정치적 문제 때문에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조성철 대변인도 "단순히 소비를 하고 관광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차원에서 이해의
폭을 넓혀 발전적인 방향성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교육활동이라면 무조건 금지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예민한 시기인 만큼 교류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안전은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남교육청도 25일 각 학교에 안전이 우려된다며 일본 현장체험학습 및 수학여행 추진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조 대변인은 "반일, 반한 감정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안전이 담보돼 취지에 맞는 교육활동으로 성과를 얻을 수 있는지 심도있게 봐야한다"며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을때 일본에 가기에는 불안한 면이 있다. 시기를 조절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nowest@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경기 의정부시의 부용고, 송현고, 의정부고 등 6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동참 선언 기자회견'을 했다. 한 참가 학생이 소녀상 뒤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언론, 연일 기사 쏟아내며 ‘한국 민심’에 우려감 표명
“한국 불매운동 이례적 장기화”… 촉각 곤두세운 日 언론
전국 지자체장 “강제징용 판결 맞선 경제 보복”
日 제품 불매·여행 보이콧 선언
아사히신문은 30일 ‘일·한 약해지는 유대’라는 2면 기획 기사에서 “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강화 등으로
일·한 지자체 교류의 중단이나 연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계속되고 있고 방일객 수는 격감했다”며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정부 간
대립이 경제, 문화, 스포츠 분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수유재래시장에 일본제품 불매운동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아사히신문은 △부산시·나가사키(長崎)현 교류사업 잠정중단 △부산시·후쿠오카(福岡)시 교류사업 잠정중단 △경남
창원시·기후(岐阜)현 오가키(大垣)시 축구교류 연기 △충남 논산시·시즈오카(靜岡)현 고텐바(御殿場)시 고교생 교류
연기 △충남 서산시·나라(奈良)현 덴리(天理)시 중학생 교류사업 취소 등을 예로 들었다.
지자체 교류 중단과 관련해 나가사키시 담당자는 부산시 측으로부터 “한·일 관계가 발전적으로 개선될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신문에 전했다.
나미카와 겐(幷河健) 덴리시장은 “(그동안의) 유대를 믿고 있어 교류사업이 조기에 재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GS25와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업계가 다음달부터 맥주할인 행사에
일본맥주를 제외하기로 하면서 아사히 등 일본맥주의 점유율이 더 떨어질 전망이다.
뉴시스
아사히신문은 유니클로 불매운동, 9월 대한항공의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 운항정지, 전남교육청의 일본 출장 및 수학 여행 자제 방침 등 한국 내 상황도 상세히 소개했다.
보수적 성향의 요미우리신문도 이날 ‘맥주, 유니클로, 방일 여행… 수출 엄격화에 반발 일본 불매 한국 확대’라는 기획 기사를 통해 “오래가지 않았던 과거 (한국의) 불매운동과는 이례적으로 장기화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불매운동에 대해 “소비자의 참가 의식도 높아지고 있다”며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를 인용해
불매운동 참가자가 10일 48%→ 17일 54.6%→24일 62.8%로 높아지고 있음을 소개했다.
또 국산 대체품 장려, 노노 재팬(No, No, Japan)리스트, 한·일 노선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탑승률 저하, 대한항공의 삿포로 운항중단 발표 등을 전하기도 했다.
뉴시스
이 신문은 ‘(불매운동) 가속화의 한 원인이 취직난인가’라는 배경 설명 기사에서는 “일본의 수출 관리 대상이 반도체라는 한국주력 산업을 직격(直擊)해 그렇지 않아도 취업난으로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고용감소를 우려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는 폄훼성 해석을 하기도 했다.
◆ 52개 지자체, 서대문형무소에서 '日 수출 규제' 규탄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를 규탄했다.
서울 서대문구 등 전국 52개 지방정부로 구성된 ‘일본 수출 규제 공동대응 지방정부 연합’(지방정부 연합)은 30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일본 수출 규제 조치 규탄대회를 열었다.
지방정부연합은 지방정부 협의체로 서울 종로·용산·성동·광진·동대문·중랑·도봉·노원·은평·서대문·마포·양천·강서·
구로·금천·동작·관악·송파·강동구, 대전 중·서구 등 52개 지자체로 구성됐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문석진 서대문구청장과 염태영 수원시장, 정원오 성동구청장, 김미경 은평구청장, 김수영 양천구청장, 이창우 동작구청장,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이 참석해 역사관 내 대형 태극기 앞에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30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일본 수출규제 공동대응 지방정부 연합’이 마련한 규탄대회 참가자들이 일본 정부의 부당한 조치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정부 연합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맞서 자행된 명백한 경제보복 행위”라며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은 물론 지방정부를 비롯한 각계각층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 정부는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소재개발 예산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해외 의존도가 높은 소재의 국내개발 지원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
했다. 이어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시민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보이콧 등 생활 실천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
지하고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 지방정부와 자매우호 도시 관계를 맺은 지자체는 215개인데 교류를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공무상 일본
방문은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지난번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서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문석진 구청장은 “한·일 양국 간의 신뢰와 국제 무역질서를 깨뜨린 일본 정부의 부당함을 강력히 규탄하기 위해 전국의 지방 정부들이 함께 힘을 모으게 됐다”며 “선열들의 독립 염원이 깃든 형무소 역사관에서 성명을 발표하게 된 것을 더욱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1908년 일제가 경성감옥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었으며 3·1운동으로 잡혀 온 유관순 열사가 숨을 거두는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고초를 겪은 역사의 현장이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박연직 선임기자 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일본 불매 운동 한 달만에… 국내 패키지 여행 업체들 직격탄

반일(反日) 불매운동의 여파는 일본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한국인에게도 타격을 주고 있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일본 여행 랜드사는 대략 70~80곳. 본지가 취재에 응한 랜드사 19곳에 문의한 결과 이 중 11곳이 지난 1개월 새 직원들을 무급 휴가를 보내거나 해고하는 등 "근무 인원을 축소했다"고 답했다. 직원 9명을 해고한 업체도 있었다. 나머지 8곳 중 4곳은 "직원 감축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랜드사와 계약해 일하는 여행 가이드도 생계가 막막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친여 진영에선 이런 이들에 대한 걱정이 매국(賣國)이란 주장까지 나온다.
국내 항공사들도 타격을 입는다.
일본 주요 언론도 한국의 불매운동을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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