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중무장한 폭동
진압 경찰이 시위대를 뒤쫓고 있다.
[사진=산티아고 AP·연합뉴스]

칠레 시민들이 26일 수도 산티아고에서 마뿌체족 깃발을 흔들며 빈부 격차와 불평등 심화를 불러온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의 경제청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산티아고/로이터 연합뉴스

칠레 산티아고의 끝없는 분노
OECD 회원국 중 빈부 격차가 가장 큰 칠레
칠레는 기업 친화적 환경, 구리 가격 상승세 등에 힘입어 중남미에서 가장 부유하고 안정적인 국가였다.
하지만 경제성장 과정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빈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게다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온 첫날,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가족과 식당에서 피자를 먹고 있는 사진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공개되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커졌다.
칠레 정부는 지하철 요금 인상 철회와 연금 급여 인상 등 수습책을 내놓았지만, 시위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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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칠레)=AP/뉴시스】비상사태가 선포된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19일 군인
들이 한 시위자를 체포하고 있다. 18일 지하철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항의
시위가 폭동으로 변하며 지하철 운행이 마비되자 칠레는 산티아고에 비상사태를 선포
했고 군사독재 이후 29년만에 군인들이 치안 유지를 위해 시내 순찰에 나섰다.
2019.10.20
교통비 50원 인상·앱 요금 부과 등 서민에게 부담된 정책이 시위 ‘도화선’
외신 "세대간 불평등·양극화에 누적된 불만이 한꺼번에 터진 것"
최근 칠레, 레바논, 에콰도르 등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칠레 전역을 며칠째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지난 21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복면을 쓴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BBC는 "표면적 원인은 각각 뚜렷하게 다르지만 불평등과 부패라는 공통된 주제들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칠레에서는 단돈 ‘50원’이 불씨의 도화선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칠레 정부는 유가 인상과 페소화 가치 하락을 이유로 재정 적자를 줄이고자 산티아고 피크타임의 지하철 요금을 800칠레페소(1328원)에서 830칠레페소(1378원)로 올렸다.
시위가 격화하자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19일 TV 생중계를 통해 지하철 요금 인상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발표
지난 18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왓츠앱' 이용에 수수료를 부과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잇따른 국제 원조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생활고에 대한 불만이 근본적인 배경으로 지목된다.
레바논은 주요 정치인들을 포함한 상위 0.1% 부자들이 국민 소득의 10%를 차지하는 등 양극화가 극심하다.
에콰도르는 유류 보조금을 폐지하려다 철퇴를 맞았다.
이 밖에 전반적인 경 제 상황 악화로 인한 소득 불균형 심화가 좌절과 분노를 부채질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50원 때문에 불길 휩싸인 칠레 산티아고? 지하철료 800페소→830페소에 시위 촉발… 소득 불평등·저임금 등 누적된 불만 쏟아져 칠레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에서 촉발된 격렬한 시위로 수백 명이 체포되고 부상자가 속출하자, 정부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했지만 결국 요금 인상을 철회했다. 이번 시위 배경에는 칠레의 소득 불평등 심화, 낮은 급여 대비 급등하는 생활비 등 여러 문제가 있어 시위가 금세 잦아들지는 지켜봐야 한다. BBC에 따르면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중계 방송을 통해 "겸허한 마음으로 나의 동포들의 목소리와 생계비에 대한 불만에 대해 경청하겠다"며 최근 발표했던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칠레 정부는 지난 6일 유가 상승 및 페소화 가치하락으로 인해 산티아고에서 교통 혼잡 시간대의 지하철 요금을 기존 800칠레페소(1328원)에서 830칠레페소(1378원)으로 3.75% 높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화로 치면 약 50원 인상된 셈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에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에 대해 20페소 인상했다. 산티안고 총 인구는 670여만 명으로 산티아고 지하철은 하루 평균 약 260~300만명가량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과 함께 버스 요금 인상도 함께 검토됐다. 지하철 요금 인상 소식에 지난주부터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시위가 도심 곳곳에서 발생했다. 시위가 방화와 약탈로 이어지는 등 날로 격화하자 칠레 정부는 지난 18일 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 무장 군인들이 산티아고를 포함한 일부 문제지역들을 순찰했다. AP 등에 따르면 무장 군인들이 도심을 순찰한 것은 군부독재 시절이 끝난 1990년 이후 29년 만에 처음이었다. 칠레 정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밤 300명 이상이 체포됐고 156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었으며 20명의 민간인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78개의 지하철 역 중 약 60%가 손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산티아고 지하철 운영사 측은 지난 18일 총 6개 노선 중 3개 노선을 중단했으나 이후 같은 날 늦은 오후 6개 노선을 모두 중단하기도 했다. 시위는 버스 방화, 상점 약탈 및 방화로까지 이어졌는데 BBC에 따르면 산티아고 한 마켓 안에불이 나 세 명이 숨졌다. 월마트는 성명을 통해 산티아고 및 다른 6개 도시 총 60개 점포에서 약탈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시위 규모에 지하철 요금 인상 철회 이후에도 칠레 정부는 산티아고 및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오후 10시부터 오전 10시 사이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글로벌 뉴스통신사 프레센자(Pressenza)는 이번 시위 배경을 두고 "산티아고 지하철은 칠레에서 현대적이고 효율적인 아이콘이지만 동시에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비싸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에서 가장 불평등한 사회에서의 오르는 생활비를 감당하기에 칠레의 월급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칠레의 월평균 급여는 약 807달러다. 이 가운데 20% 가까운 수준이 교통비로 쓰인다. 칠레는 OECD 소득불평등도(0이면 완전 평등)에서 2017년 기준 0.46을 기록해 남아프리카공화국(2015년, 0.62), 코스타리카(2018년, 0.48)에 이어 세 번째로 불평등도가 높았다. 한국은 소득불평등도 0.35(2017년 기준)로 지난해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구당 한 달 평균 소비지출(253만8000원)에서 교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3.7%였다. 이번 시위에서 지하철 요금 인상은 '촉매'로 작용했을 뿐 전반적인 생활비 인상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란 분석들이 나온다. 칠레 발파라이소 대학의 정치학자 홀츠만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에 대한 좌절, 물가 전기, 교통 가격 상승, 그리고 범죄와 부패와 같은 요소들이 축적돼 이번 폭동이 발발했다"며 "지하철 요금은 마지막 지푸라기였다"고 진단했다. 매달 약 62달러의 연금을 받고 있는 은퇴자 이사벨 모라씨(82)도 같은 언론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은 매우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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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
(사진=AFP 제공/ 자료사진)
불타는 산티아고
칠레 수도 산티아고는 불타고 있다. 대규모 시위와 무력 진압, 폭동과 약탈로 최소 20명이 사망하고 7000명 이상이 연행됐다. 원래 산티아고는 남미 주요 도시 가운데 밤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도시다.
이는 역설적으로 1973년 이후 17년간의 피노체트 군사정권 덕분이었다.
무고한 시민들도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학살되는 판에 총질을 해대는 범죄 집단들이 설 곳이 없었던 것이다.
인구 1800만 명,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인 1만5000달러인 칠레. 한국이 최초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 와인과 홍어로 친숙하다.
▷피노체트 이후 최대의 혼란을 야기한 것은 고작 혼잡시간대 지하철 요금 30페소(약 50원) 인상이었다.
처음엔 고교생들이 주도한 지하철 무임승차 형식의 저항 운동이었으나 산티아고 인구 500만 명 가운데 20%인 100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
시위가 벌어지자 후안 안드레스 폰타이네 경제장관은 “혼잡시간대 할증 요금을 내기 싫으면 더 일찍 일어나 출근하면 된다”고 해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을 달라는 군중을 향해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고 했다는 망언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는 왕비를 미워한 군중이 퍼뜨린 소문이라는 게 정설이지만 어쨌든 칠레 경제장관의 발언도 두고두고 회자될 게 틀림없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해당 경제장관, 그리고 시위대를 ‘범죄자’라고 지칭한 자신의 사촌인 내무장관을 포함해 핵심 장관 8명을 경질하고 지하철 요금 인상도 철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다.
이번 혼란으로 이달 16, 17일 산티아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21개국 정상들이 모일 예정이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무산됐다.
이번 APEC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별도로 만나 1차 무역합의 서명을 하려고 한다는 뉴스로 특히 주목을 받았었다.
이제 서명 장소로 산티아고 아닌 제3의 장소가 거론되고 있다.
▷지하철 요금 인상과 망언만으로는 100만 군중의 분노를 설명하지 못한다.
밑바닥에 흐르는 근본 원인이 따로 있다.
칠레는 주변국들에 비해서는 정치·경제적으로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인구 1%가 부의 33%를 차지하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한 국가로
꼽히고 있다.
이번 시위에서 특히 청년층의 불만이 극도로 표출됐는데 청년(만 15∼24세) 실업률 19.2%가 그 이유를 말해준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
▲ ⓒEFE
(산티아고 AP=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중무장한 폭동 진압 경찰이 시위대를 뒤쫓고 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사설] '50원'에 칠레 폭동, 포퓰리즘 한국의 미래일 수도
중남미의 동시다발적 소요는 과잉 복지를 축소하려는 노력에 대한 대중(大衆)의 반발이란 점에서 뿌리가 같다.
한번 뿌려진 과잉 복지를 회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아르헨티나다.
이미 정부 재정엔 경고등이 켜졌다.
병이 나으려면 약을 먹어야 하는데 대중은 써서 안 먹겠다고 한다. 어떤 정치인은 '그래도 약을 먹어야만 한다'고 국민을 설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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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격렬한 시위가 일어나 비상사태가 선포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위대가 장갑차를 탄 칠레 군인들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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