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아들은 고온이라는 이유로 병원 안에 들어가지도 못했고, (병원 측에서는) 기본적인 바이탈 검사도 하지 않고 해열제와 항생제 한알만 주면서 '내일 오전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했다."
"다음 날 아침에 선별진료소에서 측정한 체온은 40.5도였다. 수액이라도 맞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병원은 들여보낼 수 없다고 했다. 수액을 제 차 안에서라도 맞게 해달라고 사정해 겨우 맞을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의료 공백' 속에 아들 정유엽(17)군을 잃은 아버지는 21일 시민단체들이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연 '코로나19 2차 확산 대비' 긴급토론회에서 당시를 상기하기가 힘든 듯 몇번이나 말을멈추고 눈물을 보였다.
기저질환 없이 건강했던 정군은 지난 3월 갑작스러운 고열로 경북 경산시의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선별진료소에서는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아 진료 시기를 놓치게 됐다. 정군은 뒤늦게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고, 사후 코로나19 최종 음성판정을 받았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은 정군의 사례를 들어 "'K방역'은 성공했을지 몰라도 'K의료'는 성공하지 않았다. K방역은 콘트롤타워가 잘 서 있었다고들 하지만 K의료는 혼란 그 자체였다"고 평가했다.
이 책임연구위원은 "정군의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가리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어느 병원에 보내야 할지) 교통정리도 안됐다"며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닌) 환자들은 대유행이 재발하면 갈 병원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상황에 또 놓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지역사회 공공병원 전체를 코로나19 병원으로 운영하면 의료자원이 부족한 지역은 필수 의료 서비스 부족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며 "일각에서 말하는 '비대면 진료' 확대가 아니라 공공의료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환자실에서 일해온 김수련 간호사(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코로나19 속에 간호사들의 소모가 극심한 수준이었다고설명했다. 김 간호사는 3월 한 달 동안 대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 파견됐다. 김 간호사는 "그나마 전국적인 지원을 받은 대구는 사정이 나았던 편"이라며 의료 물자와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스트레스를 받는 동료가 흔했다고 전했다.
숙소가 제공되지 않아 장례식장에서 잠을 청하는가 하면, 방호복을 어떻게 착용하는지 사전 교육이 없어 간호사들끼리 유튜브로 익히기도 했다고 한다. "코로나19 현장에서 일한 많은 동료가 사직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이런 사태가 다시 터진다면 트레이닝받은 인력이 다시 투입돼야 할 텐데 '소모품'으로 대우받는 현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김 간호사는 "힘들다고 호소하려는 게 아니라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간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전체의문제이기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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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용산구 보건소 방역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클럽 '메이드'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2020.05.12. photo@newsis.com
황금연휴·이태원클럽 잠복기 끝.."노래방·주점 N차감염 多 집단발병 가능성"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4월말부터 이어진 '황금연휴'와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잠복기가 끝났지만 노래방이나 주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확진환자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황금연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던 지난 4월30일부터 5월5일까지 최대 6일간 이어졌다.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 중 클럽을 방문한 일자는 5월6일까지 있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의 최대 잠복기를 14일로 보고 있다.
잠복기는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자리를 잡는 기간이어서 증상이 없고 검사를 해도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 잠복기를 거쳐 바이러스가 체내에 자리를 잡아 감염이 되면 그때부터 증상이 발현되고 진단검사를 통해 확진 판정이 나오게 된다.
5일까지 황금연휴 기간, 6일까지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과정에서 누군가로부터 감염이 됐다면 최대 잠복기 14일을 고려했을 때 19~20일까지도 확진환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가장 늦은 20일에 증상을 느낀 환자는 검사결과가 21~22일까지 나올 수 있다.
5월6일 이후 하루 신규 확진환자는 11일 35명까지 발생했지만 그 이후엔 소강상태를 보이며 21일에는 신규 확진환자가 12명으로 감소했다. 6일 이전 한 자릿수 규모를 유지하던 것에 비하면 많은 수치지만 여전히 통제가 가능한 수준에 머물러있다.
정부는 하루 신규 확진환자 수가 50명 이내면 국내 의료자원 현황을 고려했을 때 통제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집단감염 위험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20일까지 클럽발 1차 감염이 이뤄졌다면 이후부터는 이들의 접촉자로부터 2차 전파가 발생하는 시기다.
이미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환자 206명 중 클럽을 방문해서 감염된 환자 95명보다 이들의 접촉자 중 확진자가 111명으로 더 많은 상태다. 방역당국이 파악한 접촉 확진자 51명 중 23명은 노래방이나 주점에서 감염됐다. 직장은 11명, 학원 7명, 군부대 5명, 의료기관 3명, PC방과 휘트니스센터에서도 각각 1명씩 감염됐다.
노래방이나 학원, 주점 등을 통해 2차 감염자로부터 감염되는 3차 전파와 4차 전파까지 벌써 발생했다. 지난 20일 기준 이태원 클럽 확진환자 중 3차 전파자는 25명, 4차 전파자는 4명이 있다. 차수가 높아지면 그만큼 접촉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확진환자가 추가될 위험이 크다.
여기에 클럽을 방문했던 사람 중 아직도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도 248명이 있어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클럽 방문자는 20대 젊은층이 많은데, 이들은 감염이 됐더라도 '무증상자'일 수도 있어 코로나19 감염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이에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21일 잠복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4월24일부터 5월6일까지 서울 이태원 소재 클럽, 주점 등을 방문하셨던 분은 지금이라도 진단검사를 받을 것을 요청 드린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잠복기가 지났어도 그 사이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검사를 안 받을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4차 감염까지 갔다는 건 지역사회 감염을 의미하고, 이 바이러스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아직 추적이 안 된 분이 새로집단발생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땐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개인과 시설에서 위생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집단감염은 또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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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코로나 방역 최고 모범국은 한국..중국은 형편없어"
미국인 3명 중 2명은 한국과 독일이 자국보다 '코로나19' 대응을 더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BBC는 미국 여론조사 업체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미국 성인 1만9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조사 결과를 응답자 66%가 한국과 독일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잘했다' 혹은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미국인들이 코로나 방역에서 가장 높이 평가한 국가는 한국이었다. 바이러스 확산에 빠르게 대응하고 신속한 검사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최근 이태원 클럽 등 유흥주점과 관련한 재유행으로 보건당국이 다시 총력 대응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전 세계 국가 중 코로나 대응을 가장 잘한 국가로 꼽혔다.
독일도 바이러스 발병 이후 강력한 검사 체계와 봉쇄 조치 등으로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사망자 수를 많이 줄이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이달 들어 독일 정부가 봉쇄를 완화하면서 다시 감염률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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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독일과 정반대로 중국과 이탈리아의 대응에 대해선 응답자 60%가 '미흡' 혹은 '형편없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지난 1월 말 코로나19 발병 사례가 보고된 이후에도 수억 명이 움직이는 '춘절(중국 설)' 대이동을 내버려뒀고 국제사회에 코로나19 감염 수치를 낮춰서 보고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비판받았다.
이탈리아는 지난 3월 중국의 감염자 수를 뛰어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환자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다만 지난 4월 이후엔 미국이 이탈리아를 앞질렀다. 미국 자국에 대해서도 못했다(52%)는 평가가 잘했다(47%)는 평가보다 우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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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미국인들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해서도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퓨리서치는 불과 몇 주전 여론조사에선 미국인의 평가 목록엔 WHO가 등장조차 하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인식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민주당 지지성향 응답자 중에선 62%가, 공화당 지지성향 응답자에선 28%만이 'WHO를 신뢰한다'고 답해 여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WHO를 더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WHO를 "중국 편향적"이라고 연일 비판하고 지원금을 끊겠다며 협박하고 있는 상황이 미국 대중들 인식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는 신뢰할만한 보고를 받고서도 이를 무시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입수, 조사, 공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중국을 WHO와 함께 묶어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발병 으로 인한 전 세계 희생에 중국 책임이 가장 크다며 연일 중국을 때리고 있다. 이는 트럼프 취임 이후 시작된 중국과의 무역 갈등, 정치적 갈등도 고조시키고 있다.
퓨리서치는 2005년 미국인의 중국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기 시작한 이래 부정적인 의견이 올해 가장 높다고 했다.
지난달 퓨리서치 조사결과 미국인 66%가 중국을 '비호감'으로 느끼고 있었다. 또 84%는 중국의 주장을 "많이 혹은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