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 고소인 측이 서울시 등 관련기관에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직접 행동에 나섰다. 특히 수사기관인 경찰을 향해선 수사정보 유출 문제로 박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이 이어지고, 그 결과 피해자는 2차 피해와 고통을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절차에 따라 청와대에 보고했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고, 청와대 역시 박 시장 측에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박 시장의 장례 절차가 13일 마무리된 가운데, 진상규명 목소리는 고소인 측의 행동과 함께 불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는 20일 예정된 김창룡 차기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더욱 쟁점화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원순 고소인 측 직접 행동에…'진상규명' 촉구
(사진=연합뉴스)
박 시장 고소인 측은 13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에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고소인 본인은 참석하지 않고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와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박 시장의 비서인 피해자 A씨가 지난 4년 동안 위력에 의한 성추행을 당했고, 오랜 고민 끝에 지난 8일 오후 4시 40분경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혐의는 성폭력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형법상의 강제추행이다. 1차 고소인 조사는 9일 오전 2시 30분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수사정보 유출 문제'가 일어났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 사건이 형사사법 절차장 수사재판을 제대로 거쳐서 가해자는 응당한 처벌을 받고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했다"며 "그러나 고소 당일 피고소인에게 모종의 경로로 수사 상황이 전달됐고, 피고소인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피해자는 지금 온오프라인에서 2차 피해를 겪는 등 더한 고통을 겪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9일 오후 실종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색에 나섰고 10일 0시1분쯤 시신으로 발견된 바 있다. 이들은 박 시장의 사망으로 성폭력 피해 사건이 묻혀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수사기관인 경찰, 민의의 전당인 국회, 박 시장과 피해자가 근무했던 서울시 등이 진상규명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 고미경 상임대표는 "피해자가 인권을 회복하고 가해자는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이는 분명한 국가의 책무이자 우리 사회가 그동안 만들어온 사회적 약속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한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경찰에서는 고소인 조사와 일부 참고인 조사를 통해 사건 실체를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은 현재까지 조사 내용 토대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밝혔다. 또 "서울시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 정당은 인간이길 원했던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책임 있는 행보를 위한 계획을 밝혀 주시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현장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고소인 역시 보내온 글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그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며 "저와 제 가족의 고통과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수사기관 경찰 '고민'…국회와 시민단체 '진상규명' 움직임
(사진=이한형 기자)
경찰은 피고소인이 사망한만큼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 할 방침이다. 다만 고소인 측이 '진상규명'을 요구함에 따라 대책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규정상 해당 고소 사건을 더 수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관련자들의 방조죄 등 추가적인 사안에 대해선 검토해 볼 여지는 있다"라고 밝혔다.
경찰의 수사 상황 유출과 관련해선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사실이라면 '공무상 비밀 누설죄'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소인을 변호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고소사실이 피의자에게 전달된 과정에서 피해자가 고소 사실을 알린 사실이 일절 없다"며 "저희는 고소를 하고 신속하게 메시지를 보낸 (박 시장) 휴대폰을 압수수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해서 수사관에게 보안 요청을 했고, 바로 조사를 요청해 다음날 새벽까지 조사를 받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상황 유출에 대해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를 접수한 후 사안의 중대성과 관련 규정 등을 감안해 청와대에 보고를 했다"며 "피고소인이나 서울시에 이를 통보한 사실은 전혀 없다"라고 강조했다.
고소인을 향한 '2차 피해'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변호사는 "오늘 오전 피해자에 대해 온오프라인으로 가해지고 있는 2차 가해 행위에 대해 추가 고소장을 서울청에 접수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상에서 '고소장'이라며 유포되는 문건 역시 "수사기관에 제출한 문건이 아니다"라며 "해당 문건 유포자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처벌해달라고 고소장을 접수했다"라고 덧붙였다. 국회도 야당인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진상규명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오는 20일 김창룡 차기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는만큼 해당 사건은 쟁점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자료사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미래통합당 간사 박완수 의원은 통화에서 "김 청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관련 사안을 질의하고, 서울시 및 담당 경찰 관계자도 증인과 참고인으로 부르는 부분을 논의하고 있다"며 "당 차원에서 진상규명TF 등도 논의되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여러 시민단체도 연대하는 양상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즉시 멈춰달라"며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로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경찰청 수뇌부, 아니면 다른 쪽에서 박 시장에게 고소사건의 전말을 전달했다면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않다"며 "이 점에 관하여 검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사건 당사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상황에서 진상규명이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례를 주관한 서울시는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내부 징계 규칙에서도 선출직인 서울특별시장의 경우 처리 규정이 마땅히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변호해온 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통화에서 "피의자가 사망한 상태에서 비사법적인 방식 등의 진상규명을 고민해봐야 한다"며 "인권위원회나 서울시 인권감독관, 권익위원회 등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고소인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위력에 의한 박 시장의 성추행이 4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스1
박원순 사건 檢 송치, 경찰청장 청문회 이후 될 듯..."공소권 없음"
고(故) 박원순 시장의 전직 비서 측이 제기한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의 사건 종결 시점은 이달 20일 국회에서 열리는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의 청문회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14일 "경찰청장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가 별수가 될 것"이라며 "진실을 밝혀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어, 각종 대안이 마련된 이후 송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실체적인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전직 비서 측과 여성단체, 정치계 등의 주장이 잇따르면서 송치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지방경찰청과 전직 비서 측에 따르면 전직 비서 측은 지난 8일 성추행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박 전 시장을 고소장을 접수한 뒤 경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자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박 시장 전직 비서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와 여성계 인사들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의 내용을 알리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 만연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인권 회복을 위한 첫 걸음은 사건의 실체를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라며 "경찰은 조사내용을 토대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송치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요구가 잇따르면서 내부적으로 송치 시점을 두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불기소 처분이라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바로 송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청장 후보자의 청문회때 관련 질문이 쏟아질 것이고, 자칫 사건을 너무 빨리 처리했다는 오해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라도 청문회 이후에 송치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시는 전직 비서 측이 기자회견을 개최한 당일 "진상조사를 요청할 경우 받아들일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초대화면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
박원순 성추행 의혹, 공소권 없어도 수사 가능”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가 그간 겪은 고통에 대해 폭로하면서 사후에라도 성추행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14일 “성추행에 대한 조사, (성추행 사실을) 묵살한 사람들에 대한 조사, 피고소인에게 어떻게 그 사실이 흘러 들어갔는지에 대한 조사 등 3가지 조사가 다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 이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수사 기관의 의지를 갖고 어느 정도의 사실관계 규명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면 최소한의 사실관계에 관해서는 조사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사안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피고소인이 수사 중에 사망하면 사실상 공소권 없음 처리를 한다. 이에 수사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번 사안에 있어서는 (수사를 통해) 국민적인 의혹을 풀어주는 기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연합
서 이사는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 수사가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서울시는 이 사건에 대해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고소인, 피고소인 모두가 서울시 소속이었다. 서울시가 이 사건에 대한 조사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사를 통해서 이 사건에 대해 진상을 규명할 최소한의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제2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의 재발 방지와 아직도 용기 내지 못할 수많은 피해자들을 돕는 측면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한 바 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도 같은 날 “피고소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이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피해 호소인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인이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0.7.13 [사진=연합뉴스]
靑‧경찰 모두 부인하지만…박원순은 '피소' 어떻게 알았나
누가 국가 믿고 성폭력 고소할 수 있겠나"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 아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피소 사실 인지 여부와 경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박원순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지만, 본인에겐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청와대도 경찰에게 보고 받았지만 박원순 전 시장에게 통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고소인 측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날 고소인 측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박원순 시장)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서울시장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본격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우리는 목도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 성폭력 피해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미경 소장은 "우리는 투명하고 끈질긴 남성 중심 성 문화의 실체와 구조가 무엇인지 통탄하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망인이 돼 형사고소 사건은 진행되지 않지만,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박원순 시장의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은 인정했다. 행정부 각 부처는 중요한 사안을 대통령 비서실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본인에겐 알리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도 경찰에게 보고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박원순 시장에게 통보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한 언론은 서울시 고위관계자를 인용, 박원순 시장이 지난 9일 새벽 청와대 통보로 성추행 피소 사실을 알게 된 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잠적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그러나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는 (박원순 시장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박원순 시장이 9일 새벽 청와대 통보로 피소 사실을 알게 됐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원순 전 시장이 성추행 피소 사실을 알고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있는 만큼 진위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에 따르면 고소인은 지난 8일 오후 4시40분쯤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9일 오전 2시30분까지 경찰에서 진술 조사를 받았다.
서울청은 고소장을 접수한 지 얼마 안 돼 경찰청에 사실을 보고했고 경찰청은 8일 오후 박 시장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박원순 전 시장은 다음날인 9일 오전 10시40분 부득이한 사정으로 일정을 모두 취소한다고 기자단에 공지했다. 박원순 전 시장은 8일 오후부터 9일 오전 사이 성추행 피소 사실을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 등 보수야권에서는 박원순 시장에 대한 고소 내용이 실제로 유출됐다면 이를 유출한 관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박원순 전 시장의 죽음과 관계없이 진상조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2020.07.13ⓒ민중의소리
진상규명 시간 맞은”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정권 비난 일색 사설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이 13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자가 자신의 소송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를 통해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A씨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공정한 법의 보호 받고 싶었다”고 호소했다. 피해자가 서울시에 이 같은 피해 사실을 호소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단순 실수로 받아들여라’ ‘비서의 업무는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이다’ 등의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14일 아침신문은 일제히 피해자가 주장하는 내용의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고소 내용이 박 시장 측에 유출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래통합당은 13일 “수사기밀이 위로 보고 됐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미래통합당의 주장처럼 경찰이 피해자 측의 고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청와대를 겨냥하는 기사를 내놨다. 조선일보와 미래통합당은 경찰의 수사상황 청와대 보고 여부를 쟁점화하고 싶어 하는 듯 보인다. 조선일보는 이번 사건을 경찰과 서울시, 정권 행태의 범죄나 다름없다고 규정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 세계일보, 국민일보 등은 고인이 고향에 돌아가 한 줌의 재가 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애도하면서도 “이제는 진상규명의 시간이 왔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1면에 “추모의 시간 가고 진실의 시간 오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서울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진상규명’에 방점 둔 신문들
“진상규명의 시간 맞은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한겨레) “박원순 시장이 우리 사회에 던진 숙제”(경향신문) “박원순 성추행 의혹 진상 밝혀야 한다” (국민일보)
“박 시장 사건, 피해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한국일보) “박 시장 영결식 엄수…이젠 남은 의혹 진상 밝힐 때다” (세계일보)
14일자 사설 제목들이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법 규정에 따라 ‘공소권 없음’ 처리를 해야 하는 사건이어서 경찰이 별도의 입장을 밝히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면서도 진상규명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대안을 내놨다.
한겨레는 “그러나 실체적 진실을 최대한 확인할 방법은 찾을 수 있다. 피해 호소인 쪽의 제안대로 서울시가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히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동료 공무원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거나 부서 변동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객관적 사실 확인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겨레는 “정부나 국회가 적절한 방식의 진상 조사에 나설 수도 있다. 직권조사 권한이 있는 국가 인권위원회가 그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객관성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조사 주체를 선정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조언했다.
경향신문은 “첫걸음은 진실을 규명하는 일이다. 애도에 수반되는 성찰과 비판은 진상을 파악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잠재적 피해자들의 고통을 감안하면 진상규명을 서둘러야 한다”고 썼다. 국민일보도 “박 시장의 사망으로 사법적으로는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내려지겠지만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서울신문은 “일이 이 지경이 된 데에는 성추행 피해 호소에 대한 서울시의 안일한 대응에도 큰 책임이 있다. 고소인이 서울시에 피해를 호소했는데 ‘박시장이 그럴 분이 아니다’라고 묵살하고, 감내하라는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한 뒤 “서울시는 자체 감사 등으로 관련자들을 엄하게 징계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신문은 민주당도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피해자는 거대한 권력에 맞설 용기가 없어 법정에서 진실을 가릴 생각이었다고 한다. 민주당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성추행·성폭행과 관련된 소속 광역단체장이 3명째다. 이해찬 대표가 어제 공식 사과했지만 특단의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조선일보, 진상규명 이야기하면서도 정권 비난 일색
조선일보는 “朴(박) 시장 관련 서울시, 경찰, 정권 행태 범죄와 다름없다”라는 사설에서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보면 피해자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여성 인권 수호자를 자처한 유력 정치인의 두 얼굴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서울특별시장을 강행한 점, 고소 사실 유출된 점, 극성 여권 지지자들이 피해자 측에 대해 신상털기 한 점, 이해찬 민주당 대표 기자에게 욕설 발언한 점 등 이제까지 있었던 모든 사건을 사설에 나열하고 정권 행태 범죄라고 규정하는 듯한 사설을 썼다.
끝으로 조선일보는 “진상을 밝히는 일은 별개”라면서 “입만 열면 정의를 외치는 세력이 권력을 독차지한 세상에서 이런 절규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14일 고(故)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피해자가 한 명만이 아니라는 소문도 무성하고 심지어 채홍사 역할을 한 사람도 있었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라며 "이런 말들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검·경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라고 했다. 채홍사(採紅使)는 조선 연산군 때 창기(娼妓)를 뽑으려고 전국에 보내던 벼슬아치를 일컫는 말이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성추행의 주범은 자진(自盡)했고, 유산이 없다고 해도 방조범들은 엄연히 살아있다. 사용자인 서울시의 법적 책임이 남아있는 이상 사자(死者)에 대해서만 공소권이 없을 뿐이고 피해자의 법적 보호를 위해 사건 과정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라며 이렇게 적었다.
홍 의원은 또 "야당은 TF라도 구성해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라며 "더이상 권력자에 의한 성추행을 막으려면 이번 사건을 마지막으로 철저하게 진상이 규명돼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홍 의원은 또 이날 페이스북의 다른 글에서 "안희정, 오거돈에 이어 박원순의 이번 사건은 그와 민주당 인사들의 성추행 사건과 더불어 민주당 전체에 대한 여성들의 혐오 출발이 될 수도 있다"라며 "이해찬 당대표의 단순 사과로 수습되지 않을 거다. 진실을 알리기 위한 야당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라고 했다.
홍 의원은 전날에도 박 시장의 장례 절차에 대해서 "노무현 전 대 통령의 경우는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 있어서 국장도 하고 사후 예우도 했지만 자진한 전직 시장은 무슨 근거로 서울특별시장(葬)"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자신의 과오를 죽음으로 사죄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으나 이를 미화하거나 그 뜻을 이어받는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참 이상한 나라가 되어간다"라고 적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차원의 진상 파악과 대책 마련이 있어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14일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 박 시장 의혹의 후속 조치를 촉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안희정, 오거돈 사태에 이어 이번 사건에서 당이 그동안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한 성평등 교육 등이 형식적 수준에 그쳤던 건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여성 친화적인 정당, 성평등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서울시는 진상 조사와 직장 내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번 일이 매우 충격적"이라며 "정치 지도자, 사회적 역할을 하시는 분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선 충격적이고 실망스럽기도 하고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박 시장의 장례를 두고 추모인지, 2차 가해인지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 "누구도 예기치 못했던 일이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이라면서 "이번 문제와 관련해선 피해자 중심주의에 서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어 "고통 받았다는 피해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될 시간"이라며 "장례식 절차는 끝났지만 피해자 고통과 피해 호소가 계속되는 한 이 일이 끝난 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집단적 합의에 근거해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서울시 행정1부시장 출신 윤준병 의원(민주당)이 박 시장을 두둔하며 ‘상징조작에 의한 미투 오해 가능성’을 제기한 것과 관련 "개인적인 느낌이나 예단을 가지고 이 문제에 접근해선 안 된다"며 "공식적 기관이 이 문제에 대해 파악하고 진상을 밝히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배현진 대변인이 박 시장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 의혹을 꺼낸 데 대해선 "우리 정치에서 제일 어설프고 국민들에게 진절머리 나게 하는 것이 모든 사안을 정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며 "제1야당이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이런 일에만 몰두하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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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 박원순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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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文` 안희정부터 오거돈·박원순까지…현재진행형인 `여권발 미투`
성추행 의혹에 휘말린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임기를 약 2년 남겨둔 시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여권발 권력형 미투(성범죄 피해 사실 폭로)`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팽창하고 있다. 실제 여권발 권력형 미투는 박 시장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3월 초 당시 `포스트 문재인`으로 꼽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여비서 성추행 사건이 불거졌다. 이로 인해 안 전 지사는 당직을 박탈당했고 작년 2월1일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 받았다.
안 지사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자 당시 민주당 수장이던 추미애 대표(현 법무부 장관)는 그해 3월6일 "안 지사에 대해서는 출당 및 제명조치를 밟기로 했다"며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근심스런 눈으로 저를 보는 두 딸 보기 부끄러웠다"며 "민주당 대표로서 엄마된 심정으로 그릇된 성문화를 바꾸겠다"고 강력한 후속조치를 국민들에게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 지사 성추행 후 비슷한 사건이 연일 발생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 의혹에 휘말리며 지난 4월 말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시장직 사퇴를 발표한 것이 하나의 예다. 즉 안 지사 논란부터 박 시장 논란까지 3년간 성추행 논란에 대해 민주당이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셈이다.
한편 추 대표의 사과 후 이해찬 현 민주당 대표 역시 계속되는 성추행 파문에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오후 고위전략회의에 참석해 "당은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승준 기자 dn1114@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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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고 박원순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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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이어 박원순 보좌관… '기구한 운명'의 남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두 명의 대선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한 별정직 공무원의 ‘기구한 운명’이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안 전 지사와 박 시장의 대외 메시지를 담당했던 장훈(50) 전 서울시 소통전략실장이다. 공교롭게도 장 전 실장은 대권을 바라보던 안 전 지사와 박 시장을 모두 성(性) 추문으로 떠나보냈다.
장 전 실장은 이달 들어서만 일주일 간격으로 안 전 지사의 모친상을 치른 뒤 박 시장 본인상을 치렀다. 정치권에서는 “자신이 모시던 두 명의 대선 후보를 모두 성 관련 사고로 떠나보내고 본인 역시 임면권자와 운명을 같이한 보기 드문 케이스”란 반응이다.
2018년 3월 안 전 지사가 비서 김지은씨의 성폭행 폭로 방송 다음 날 사퇴하자 함께 사표를 냈던 장 전 실장은, 박 시장 사망 하루 뒤인 지난 10일 서울시 별정직 공무원 신분에서 자동 면직됐다. 별정직 공무원의 임기는 지방공무원법 면직 규정에 따라 임면권자 임기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장 전 실장은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2년 전에는 성폭행 폭로가 터진 안 전 지사가 사퇴하자 함께 사표를 냈고, 이번에는 비서의 성추행 고소 하루 뒤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자 다음 날 서울시로부터 퇴직 통보를 받은 셈이다. 장 전 실장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박 시장님 상중(喪中)에 퇴직 통보를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장 전 실장은 2002년 당시 노무현 대선후보 캠프에서 연설 비서로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뒤 노무현 정부 청와대의 연설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안 전 지사와는 2010년부터 충청남도 메시지 팀장, 미디어센터장 등을 맡으며 인연을 맺었고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는 안희정 대선캠프의 공보 역할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전 지사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했던 핵심 측근 중의 한 명”이라고 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안 전 지사가 문재인 후보에게 패한 뒤 장 전 실장은 2022년 차기 대선을 목표로 뛰었지만, 2018년 김지은씨의 ‘미투’ 폭로가 터지면서 ‘안희정 사단’은 공중 분해됐다. 장 전 실장 역시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였던 안 전 지사가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의 구속 5개월 뒤인 2018년 8월, 친문(親文) 박남춘 인천시장 밑에서 인천시 브랜드담당관, 미디어담당관을 하던 장 전 실장은 지난 4월 말 차기 대권 도전을 노리던 박 시장에 의해 서울시 소통전략실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정가에서는 “박 시장이 대선 전열을 정비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필사를 영입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영입 이후 서울시청에 출근한 지 석 달도 안 된 시점에서 박 시장이 성추행 의혹을 뒤로 하고 사망했다.
장 전 실장은 박 시장 사망 뒤 야권에서 성추행 의혹이 터져나오자 페이스북에 “어떤 죽음이라 도 죽음 앞에 머리 숙이지 못하는 사람은 사람의 도리를 잊고 사는 금수일 뿐”이라며 “그런 이들을 또 목도한다. 제발 고인을 욕되게 하지마라”고 썼다.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장 전 실장 지인들은 “안 전 지사 모친상에 이어 박 시장 본인상까지 상심이 클 듯하다” “모시는 분 잃은 것도 힘들텐데 고생했다” 등의 댓글을 달며 그를 위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