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인천 서구 공촌정수장 내 고도정수처리시설 건물에 벌레잡이 등이
설치돼 있다.
이의상 인천 서구의원 제공
인천 수돗물 유충
/연합뉴스
인천 수돗물 유충 254건"...계속해서 발견
22일부터 23일까지 22건 추가
인천에서 수돗물 유충이 또 발견됐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6시부터 23일 오후 6시까지 하루 동안 인천 지역 수돗물에서 22건의 유충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인천 수돗물에서 실제 유충이 발견된 사례는 모두 254건으로 증가했다.
인천 수돗물 유충 발견 일 일 건수는 지난 14일 55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19일 17건, 20일 21건, 21일 25건, 22일 21건 등을 기록하고 있다. 인천시는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올 경우 사진이나 동영상 등으로는 실체 확인이 어려운 만큼 실물을 보존해달라”고 요청했다.
시는 신고된 모든 유충 추정 물체를 국립생물자원관으로 보내 종류 분석 등을 의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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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수돗물에서 21건의 깔따구 유충이 추가 발견됐다. 사진은 지난 22일
'수돗물 유충' 사태가 시작된 인천 공촌정수장의 모습.
/사진=뉴스1
수돗물 유충은 인천에서만 발견, 왜?
환경부, 인천 외 발견 49건은 수돗물 공급계통과 ‘무관’ 발표
“인천에서만 수돗물 유충 나온 원인, 정밀 조사 진행 중”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환경부가 국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수돗물 유충 발견 사건과 관련해 조사한 결과 인천지역 수돗물에서만 유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인천 외 지역 유충 민원사례 49건은 수돗물 공급계통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수돗물 유충 사태의 조기 종식을 위해 지난 21일부터 수돗물 유충 대응 상황실을 구성해 전국의 수돗물 유충 발생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22일까지 수돗물 유충 발생으로 의심되는 민원은 총 1314건(인천 927건, 인천 외 387건)이 접수됐고, 이중 유충은 281건(인천 232건, 인천 외 49건)이 발견됐다.
116건(인천 91건, 인천 외 25건)은 조사 중이다.
환경부는 인천지역의 유충은 대부분 정수장 활성탄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며, 인천 외 지역 유충 민원 사례 49건은 모두 수돗물 공급계통이 아닌 외부 요인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중 화장실과 욕실 바닥발견이 69%였고, 전체 건수 중 깔따구 유충이 아닌 나방파리와 파리 유충이 33%, 민달팽이·실지렁이·지네 등이 37%, 조사 중이 30%였다.
지역별로 보면 인천은 신고 927건 중 232건이 수돗물 유입 유충으로 확인됐고, 604건은 유충이 미발견됐다. 91건은 현장확인 조사 중이었다. 수도권 중 서울은 신고 7건 중 7건이 미발견, 경기도는 신고 237건 중 237건이 미발견이었다.
수돗물 깔따구 유충 발견 민원은 매년 여름 국내 곳곳에서 종종 발생하는 민원인데, 이번에는 유독 인천에서만 수돗물 유충이 발견되고 타 지역에서 발견된 유충은 수돗물이 아닌 외부 요인이라는 점 때문에 의문이 나온다.
앞선 이달 18일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유전자 분서 결과를 통해 인천 수돗물 유충 발생 원인이 정수장 내 활성탄지에서 부화된 유충이 걸러지지 않고 정수장과 배수지를 거쳐 가정까지 공급된 것으로 판단했다.
환경부는 20일까지의 조사에서 인천 외 5개 정수장에서도 소량의 유충이 발견됐지만, 모두 활성탄지 표층에서 발견됐고 정수장 후단 배수지나 가정집에서는 유충이 발견되지 않아 수돗물 공급 과정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봤다.
이에 대해 한강유역환경청 현장수습지원반 관계자는 “인천만 수돗물 유충이 확인됐다는 환경부 발표 자료는 맞는 내용”이라며 “왜 인천에서만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는 현재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3일 오후 6시 기준 인천에선 누적 254건의 유충이 발견됐으며 23일에만 22건이 발견됐다. 인천시와 시상수도사업본부는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 배수지 청소작업을 진행하고 민원발생지역의 수질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
배수지와 정수지, 소화전 등의 거름망 테스트에선 계속 유충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장호영 기자 bpnewsjang@hanmail.net
이중필터가 설치된 샤워기
[독자 촬영 제공.
[수돗물 비상] ①해마다 반복되는 사고…불안 전국 확산
인천 시작으로 서울·부산·경기·충청에서도 신고
생수로 양치·샤워하는 주민 늘어…정상화 시기는 미궁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인천에서 수돗물 유충 신고가 최초로 접수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유충은 계속 발견되고 있다.인천뿐만 아니라 서울, 부산, 경기 등에서도 유충 발견 신고가 이어지면서 수돗물에 대한 불안은 전국으로 확산했다.
인천시는 문제 해결을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언제쯤 수돗물이 정상화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인천 전역서 피해 호소…계속 발견되는 유충
인천 지역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민원 신고가 최초로 접수된 것은 지난 9일이다.
최초 서구 지역을 중심으로 신고가 접수된 뒤, 서구처럼 공촌정수장에서 물을 공급받는 강화군·영종도에서도 수돗물 유충 민원이 제기됐다.
이어 부평정수장에서 물을 받는 부평·계양구 지역 등지로 민원 신고 지역이 확대됐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수돗물 유충 신고는 인천 10개 군·구 중 옹진군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1천여건이 쏟아졌다.
실제로 유충이 발견된 곳은 공촌정수장 수계인 서구·영종도·강화군과 부평정수장 수계인 부평구·계양구 내 254가구에 달했다.
최근에도 매일 하루 20곳 안팎에서 수돗물 유충이 발견되는 등 유충 사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 등은 유충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한 것은 아니지만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 내 활성탄 여과지(분말 활성탄을 활용한 정수 목적의 연못 형태 시설) 관리 부실로 벌레가 들어가 알을 낳았고 알에서 나온 유충이 배수지를 거쳐 가정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전국에서 유충 의심 신고…"인천 이외 지역 유충은 외부 요인"
수돗물 유충 발생 의심 신고는 인천 이외의 지역에서도 잇따라 접수됐다.
지난 16일 경기 시흥 지역을 시작으로 19일에는 서울, 20일에는 부산, 경기 파주·용인, 충북 청주 지역 가정집에서도 수돗물 유충 의심 신고가 잇따랐다.
환경부는 수돗물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자 지난 15∼17일 유충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된 활성탄 여과지를 쓰는 전국 정수장 49곳을 점검했다.
점검 결과 인천 2개 정수장 외에 다른 지역 정수장 5개 등 모두 7개 정수장에서 유충과 벌레의 일종인 등각류 등을 발견하고 방충망 등 시설 보완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이후에도 유충 민원 신고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수돗물 유충 발생 의심 신고는 인천 927건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모두 1천314건에 이른다.
이중 실제 유충 발견 사례는 인천 232건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49건이 추가돼 총 281건에 달했다.
환경부는 다만 인천 외 다른 지역 유충은 수돗물 공급계통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가정 내 하수구·배수구 유입 등 외부 요인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 시민들 "늑장 대응…작년과 바뀐 게 없다"
해마다 반복되는 수돗물 관련 사고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갔다.
벌레가 나오는 물을 먹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세수·샤워 등으로도 사용하기 꺼림직하자 자기 돈으로 생수를 사서 마시고 이빨 닦고 씻는 데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와 올해 유충 사고로 인천에서 수도 필터와 샤워기용 필터는 필수품이 됐다.
수돗물 유충이 발생한 인천의 서구 왕길동·당하동·원당동·검암동·마전동 등 5개 동의 유치원과 초·중·고교 39곳은 이달 14일부터 수돗물 급식을 중단했다.
식당과 카페 등 자영업자들은 수돗물 대신 생수로 요리하고 있다.
인천 시민들은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시의 대처가 부실하다며 1년 동안 바뀐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구에 사는 A(37·여)씨는 지난 13일 오후 샤워기 필터에서 살아서 꿈틀거리는 유충이 발견된 뒤 화장실과 주방에 이중으로 필터를 설치했다.
어린아이를 유충이 나온 물로 씻기거나 밥을 해주려니 불안했기 때문이다.
A씨는 "1년 사이 바뀐 게 없다. (시가) 벌레 발견 민원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도 늦게 알리고 대응도 늦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시민이 불안해서 필터와 생수를 사서 쓰고 있지만 시는 유충 발견이 확인된 가정의 필터 구매비만 보상해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유충 발견 지역에 거주하는 B씨(50)는 "작년에 산 필터를 계속 교체해야 하고 생수를 사는 데 들어가는 돈도 적지 않다"며 "무엇 때문에 생수로 샤워를 해야 하는지 시는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시의 보상 방침에 불만을 나타냈다.
인천시 관계자는 "수돗물 불안감 해소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수돗물 정상화를 완료하겠다고 확답하기 어렵지만,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생수 사용 안내하는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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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 여과지 활성탄 검체 채취하는 관계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 첫 유충 사태…전문가들의 해법은
방충망 강화하고 여름철 활성탄 여과지 자주 세척해야"
"상수도 분야 기술직 부족…전문 직종 만들어 경험 쌓아야"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수돗물 유충' 사고를 지켜본 상수도 분야의 전문가들은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부실하게 관리한 탓에 깔따구 유충이 정수장에서 가정집까지 흘러 들어가는 국내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고 진단했다.
고도정수처리시설 중 하나인 활성탄 여과지(분말 활성탄을 활용한 정수 목적의 연못 형태 시설)의 방충망 등을 보강하고 관리를 강화하는 것뿐 아니라 상수도 분야의 전문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여과지 등 시설, 더 철저한 밀폐 필요"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25일 "이번에 일부 폐쇄형 활성탄 여과지 시설에서도 깔따구 유충이 발견됐다는 사실은 어딘가에 작은 벌레가 들어갈 틈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폐쇄형 시설에서도 유충이 발견됐는데 개방형은 어떻겠냐"며 "여과지 덮개를 씌우거나 이중 방충망을 설치하는 등 더 철저하게 밀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환경부가 사태 발생 후 공촌정수장과 유사한 활성탄 여과지가 설치된 전국 정수장 49곳을 긴급 점검했더니 모두 12곳에서 부실 관리 실태가 드러났다.
개방형 활성탄 여과지인데도 방충망이 아예 설치돼 있지 않거나 찢어진 곳도 있었고 창문이 파손된 정수장도 확인됐다.
환경부는 뒤늦게 정수장 내 창문이나 출입문을 통한 벌레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미세 방충망이나 벌레 포집기 등을 설치하고 활성탄 여과지에 방충 덮개를 씌우기로 했다.
활성탄 여과지 개방형(사진 왼쪽)과 폐쇄형.
[환경부 제공.
◇ "유충 번식 빠른 여름철 활성탄 여과지 2∼3일에 한 번 세척"
혼화→응집→침전→여과→소독 등 공정으로 이어지는 표준정수과정 중간에 추가한 활성탄 여과지는 2m가 넘는 깊이의 못(池) 형태로 냄새나 맛을 내는 미량 유기물질을 제거하는 고도정수처리 시설이다.
활성탄은 목재·톱밥·야자 껍질·석탄 등의 원료를 고온에서 태워 표면적을 넓히고 흡착력을 높인 검은색 탄소 물질로 흔히 아는 숯과 비슷하다.
이런 활성탄 필터는 길게는 30일, 짧게는 10일 주기로 여과지에 물을 거꾸로 투입하는 방식의 '역세척'을 해줘야 한다.
활성탄 표면에 미생물이 붙어살 수 있고 탄과 탄 사이에 이물질이 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활성탄에 생물막을 형성한 뒤 냄새 등을 제거해야 하므로 자주 역세척을 할수록 그런 효과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통 한 달에 2∼3번 하는 역세척을 여름철에는 표준정수과정과 비슷하게 2∼3일에 한 번은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승일 교수는 "환경부 설명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말할 수 없고, 겨울에는 그렇게 해도 된다.
하지만 유충 번식이 빠른 여름에는 역세척 주기를 더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의 정수장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처음 유충이 발생한 인천 공촌정수장은 오존 처리시설이 없는 곳"이라며 "그런 점을 고려해 생물막의 상태를 점검하면서 역세척을 자주 하며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 전국 유충 발견 정수장
◇ "상수도 기술직, 10년 새 40% 감소…전문 인력 늘려라"
전문가들은 지난해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와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는 근본적으로 발생 원인이 같다며 상수도 시설 관리를 제대로 할 전문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수도학회장인 구자용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정부 공식 자료를 봤더니 최근 10년 사이에 상수도 분야 근무자 중 기술직 인력이 40%나 줄었다"며 "(상수도 관리를) 1980∼90년대 수준으로 해오다가 그마저도 인원을 줄이니 일이 몰리면서 실수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경우 작은 규모의 정수장만 가보더라도 박사급 인력이 있다"며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는 수질 관리 측면에서 전문적인 인력이 부족해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수돗물이 굉장히 중요한데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상수도에 관심이 없다"며 "기피 부서가 돼버린 상수도 관련 조직에 능력 있는 직원이 자발적으로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승일 교수도 "얼마나 자주 활성탄 여과지를 역세척 해야 하는지 매뉴얼 자체가 없었다"며 "상수도를 아는 사람들이 시설을 운용해야 하는데 부서를 순환하는 공무원 조직 특성상 붙박이 인력이 없다"고 구 교수와 비슷한 진단을 했다.
이어 "수돗물을 만든 경험이 없는 공무원이 순환 근무로 2∼3년 상수도 부서에 있다가 또 다른 부서로 간다"며 "상수도 분야에 전문 직종을 만들고 오래 일하면서 경험과 지식을 쌓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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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장 수돗물 점검 현장 찾은 취재진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22일 오후 인천시 서구 청라배수장에서 열린 '수돗물
유충 발견 관련 인천시 출입 기자단 현장 방문 행사'에서 취재진이 수돗물 점검
모습을 취재하고 있다.
2020.7.22 tomatoyoon@yna.co.kr
전문성 없는 부실 운영…인천 적수사태 교훈 어디에
밀폐 소홀로 날벌레 유입 가능성…살균·세척 공정도 미흡
적수사태 보상에 331억원 쓰고도 1년여만에 또 혈세 지출할 판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오는 사태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에서 보름 넘게 지속하고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도 발생하지 않았던 수돗물 유충 사태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장기화하면서 당국의 허술한 물관리 시스템을 질타하는 비난 여론도 커지고 있다.
◇ 정수처리시설에 날벌레 사체 수북…관리 소홀
환경부와 인천시는 이번 사태가 서구 공촌정수장 내 고도정수처리시설에서 부화한 깔따구 유충이 걸러지지 않은 채 정수장·배수지를 거쳐 가정까지 간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불가항력적인 외부 요인보다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부실한 정수장 운영방식 때문에 유충 사태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여름철은 수온 상승으로 유충 생성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시설 밀폐와 살균·세척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유충이 처음 발견된 공촌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분말 활성탄을 활용한 정수 목적의 연못 형태 시설)'에서는 사태 이후 현장 점검 때에도 날벌레 사체가 다량으로 발견됐다.
이 때문에 평소 완전한 시설 밀폐 없이 때때로 부주의하게 출입문이나 방충망이 열린 상태에서 운영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날벌레가 유입됐다 해도 오존 살균 시설이 가동됐다면 강한 오존 냄새 때문에 알을 낳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 수 있지만, 공촌정수장에는 오존 처리시설이 없었다.
인천시가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조기 가동하겠다며 작년 9월부터 오존 처리시설 없이 활성탄 여과지를 운영한 것을 두고 반쪽짜리 공정으로 유충 수돗물을 공급한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활성탄 여과지 세척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도 인천시는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수돗물시민네트워크는 여과지 세척 주기가 보통 여름철에 3∼5일인데, 공촌정수장의 경우 오존 처리시설도 없는 상태에서 15∼20일 만에 세척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여름철에는 활성탄 여과지를 2∼3일에 한 번은 세척해야 활성탄 표면에 미생물이 붙어서 살 여지를 없앨 수 있다"며 "이번 사태는 이런 세척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여과지 관리를 부실하게 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관리소홀·늑장대응…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판박이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를 놓고 인천시 안팎에서는 작년 5월 붉은 수돗물 사태에서 얻은 교훈을 벌써 잊은 것이냐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매뉴얼을 무시한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의 무리한 공정 때문에 빚어졌다.
정기 점검에 따라 급수 경로를 바꾸는 수계전환 때 충분한 시간을 두지 않고 밸브를 개방해 유량과 유속이 급증하면서 관로 내벽에 부착된 물때와 바닥 침적물이 수돗물에 섞여 쏟아져 나왔다.
인천 서구·영종·강화 지역 26만1천가구, 63만5천명이 적수 피해를 봤고, 인천시는 피해 보상비로만 331억원의 혈세를 지출해야 했다.
이번에도 시민 피해가 발생한 만큼 보상을 해야 하고 여기에는 시민들이 낸 세금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
인천시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만들어진 매뉴얼을 이번 유충 사고 때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환경부, 서울시,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인천에서 붉은 수돗물 사고가 발생하자 지방자치단체 등의 수돗물 수질 관리를 위해 기존의 내용을 보완해 수돗물 수질 민원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다.
이 매뉴얼은 수질 민원이 간헐·산발·국소적으로 발생할 경우 현장 확인을 통해 확산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했다.
검토 결과는 즉시 상수도사업소장에게 보고하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관련 부서와 경찰서 등 관계 기관에도 상황을 알리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지난 9일 '수돗물 유충' 발견 민원을 처음 접수한 인천시 서부수도사업소는 당일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한 뒤 나흘 만인 13일에야 사업소·관리소·정수장·급수부 관계자가 참석한 대책 회의를 열었다.
박남춘 시장에 대한 보고는 이 대책 회의가 끝난 뒤 처음 이뤄졌다.
인재와 늑장 대응이라는 점에서 수돗물 유충 사고도 지난해 붉은 물 사태의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명수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조기 경보시스템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최초 신고 후 5일이 지난 뒤에야 대응에 나선 데 대해 이해가 안된다"며 "붉은 수돗물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수돗물 유충도 또다시 인재"라고 지적했다.
급식실에 쌓인 생수병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22일 오전 인천시 서구 모 중학교 급식실에 생수병들이
보관돼 있다. 이 학교는 '수돗물 유충' 사태로 인해 지난 14일부터 생수로 음식을 조리해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2020.7.22 goodluck@yna.co.kr inyon@yna.co.kr<저작권자(c) 연합뉴스,
정수장 여과지 활성탄 검체 채취하는 관계자들.
연합뉴스 제공
물순환전문가 "수돗물 유충 유입 경로는 다양"
"정수시설 문제만은 아닐수도"
인천 일부 지역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상수원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환경부가 밝힌 전국 수돗물 유충 의심민원은 1314건으로 유충 사태 시발점이 된 인천 외 지역에서도 387건의 민원이 잇따랐다.
환경부는 7월 22일까지 수돗물 유충 발생으로 의심되는 민원 총 1314건 중 유충은 281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인천에서 유충이 발견된 사례는 232건이며 인천 외 지역에서 유충 발견은 49건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인천 지역 유충이 대부분 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활성탄 여과지에서 깔따구 유충이 번식해 걸러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환경부의 추정대로 정수장에서 활성탄 여과지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원인도 있지만 또다른 원인이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보다 깨끗한 물 얻기 위한 기술에서 문제 발생한 ‘아이러니’
상수원을 정수하는 데는 일반정수시스템과 고도정수시스템이 활용된다.
고도정수시스템에는 오존과 활성탄 여과지가 추가돼 물을 정화한다.
한강수계, 낙동강수계 등 국내 대규모 수계에서는 일반정수시스템으로는 정수 효율을 최적화하는 데 한계가 있어 국내에서는 20여년 전부터 일부 정수장에 고도정수시스템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정수처리 공정도. 환경부 제공.
일반정수시스템은 상수원을 모으고 침전시킨 뒤 여과를 통해 정화한다.
고도정수시스템에 추가되는 오존은 불순물을 산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유기물이나 미량의 오염물질을 오존을 통해 산화시키는 과정에서 불순물을 없앤다.
오존으로 처리되지 않은 불순물이나 산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은 활성탄 여과지가 재차 정수한다.
숯으로 만들어진 활성탄 여과지는 불순물을 흡착하는 역할을 한다.
오존의 산화 작용으로 걸러지지 않는 불순물이나 산화 부산물을 활성탄 여과지가 흡착시켜 제거하는 기술이다.
환경부의 추정대로 정수장 수돗물 공급계통의 활성탄 여과지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정수장 유지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석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자원순환연구센터장은 “물을 더 깨끗하게 정화하기 위한 위해 추가된 기술에서 아이러니하게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사유는 더 면밀히 분석해야 하겠지만 정수장의 유지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 센터장은 “활성탄 여과지의 경우 정수를 위해 물이 들어오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물을 흘리는 ‘백워싱’이라는 작업을 통해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미흡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여과지를 통과하는 물이 일정한 유량으로 통과해야 하는데 유지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만일 정체 구간이 생긴다면 유충이 번식할 수 있다고 했다. 마치 흐르는 물이 아닌 고인 물에서 유충 번식이 잘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설명이다.
● 수돗물 공급계통 아닌 외부 요인 가능성 제기
활성탄 여과지 유지관리 외에도 아직은 알 수 없는 외부 원인이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실제로 환경부는 23일 인천 외 지역 유충 민원 사례 49건에 대해 “발견장소와 생물 종류, 정·배수지 현장조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49건 모두 수돗물 공급계통이 아닌 외부 요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우선 49건 가운데 화장실이나 욕실 바닥에서 유충이 발견된 비율이 69%에 달한다. 또 깔따구 유충이 아닌 나방파리 유충·파리 유충이 33%, 민달팽이·실지렁이·지네·기타가 37%, 조사중이 30%인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부는 깔따구 유충의 경우 성충들이 외부에 받아놓은 물통이나 연결호스 등에 산란해 마치 수돗물에서 벌레가 나온 것처럼 오인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정수장 개방부위(활성탄 여과지), 배수지, 관라파손 부위 등을 통해 수돗물 공급과정에 유입된 깔따구 유충 등이 수돗물에서 발견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홍 센터장은 “보통 정수된 물을 마지막으로 내보낼 때 미생물이 살지 못할 정도의 잔류염소를 추가하는데, 그런데도 유충이 살아서 가정에서까지 검출됐다는 점에서 보다 상세한 원인 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reborn@donga.com
인천 공촌정수장서 발견된 깔따구 성충.
이의상 의원실 제공
전국 281건 수돗물 유충 확인…인천 외 지역은 수돗물 공급과 무관
환경부 관계자 “전국 수돗물 불안 해소 위해 민원 결과 정기적으로 공개”
전국적으로 총 281건의 수돗물 유충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인천 외 지역에서 신고된 49건은 수돗물 공급과정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3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수돗물 유충 발생으로 의심되는 민원이 총 1314건(인천 927건·인천 외 387건) 접수됐다.
이중 실제 유충은 281건(인천 232건·인천 외 49건)에서 발견됐고, 116건(인천 91건·인천 외 25건)은 현재 조사 중이다.
인천 지역 유충은 대부분 정수장 활성탄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 외 지역 민원 49건은 발견장소, 생물 종류, 정·배수지 현장조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모두 수돗물 공급계통이 아닌 외부 요인 때문인 것으로 환경부는 추정했다.
활성탄은 흡착성이 강하고, 대부분의 구성물질이 탄소질로 된 물질로, 흡착제로 기체나 습기를 흡수시킨다.
목재나 갈탄 등을 염화아연 등의 약품으로 처리, 건조시켜 제조한다.
환경부는 지난 21일부터 수돗물 유충 대응 상황실을 구성하고 전국 정수장을 방문해 수돗물 유충 발생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그 결과 인천 공촌과 부평, 경기 화성, 경남 김해 삼계, 양산 범어, 울산 회야, 경남 의령 화정 정수장 등 7개소에서 유충과 벌레의 일종인 등각류 등이 소량 발견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국 수돗물 불안 해소를 위해 수돗물 유충 민원 분석 결과를 매주 정기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라며 “특이사항 발생 시 중간 발표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인천 공촌정수장의 모습.
2020.7.22/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생수 2000개 보내주세요"..'수돗물 유충' 사태에 생수·정수필터 '불티'
주말쇼핑포인트] 편의점 생수 매출 최대 270%↑.."생수 2000개 주문도"
대형마트 정수용품 매출 최대 6배 '껑충'..정수기 제조사에 문의 쇄도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생수 2000개 보내주실 수 있나요?"
'수돗물 유충' 공포가 전국으로 일파만파 퍼지던 지난 16일, 인천의 한 GS25 점포에 '비상'이 걸렸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생수 2000개를 배달해 달라는 다소 황당한 주문이 들어왔기 때문.
편의점 재고를 탈탈 털어도 보내줄 수 있는 생수는 240개. GS리테일은 곧바로 영업 직원과 MD를 인근 물류센터로 보내 나머지 1800개 생수를 긴급 공수했다. 편의점에 들어온 주문을 위해 배달 차량까지 동원한 이례적인 사건이다.
수돗물 유충 사태가 수도권을 넘어 전국 곳곳으로 번지면서 편의점 생수 주문량이 치솟고 있다.
대형마트에는 평일에도 정수 필터를 사려는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정수기 회사에는 '필터로 유충을 거를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때아닌 '생수 대란'이 터진 것이다.
수돗물 유충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22일 서울 시내의 한 마트를 찾은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인천과 경기에 이어 서울 등 수돗물 유충 발견 및 신고가 증가함에 따라
생수, 샤워기 필터 등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2020.7.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편의점 생수 판매량 최대 270%↑…생수 2000개 주문한 아파트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GS25· CU·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생수 판매량이 최대 270% 폭증했다.
GS25 인천 서구 주요 50개 점포의 15일 생수 판매량은 전주 대비 177% 증가했다.
CU는 14일부터 이틀간 인천 서구 생수 판매량이 전주보다 44.8% 뛰었다.
세븐일레븐도 14일부터 23일까지 인천 서구 지역 생수 판매량이 31.3% 늘었다. 이마트24의 인천·부평 지역 생수 판매량은 22.3% 증가했다.
소비자들은 2ℓ짜리 대용량 생수부터 싹쓸이했다. GS25의 2ℓ 생수 판매량은 무려 269.9% 증가해 500㎖ 소용량 생수 판매 증가률(103.8%)을 3배 가까이 웃돌았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수돗물 위생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퍼지면서 당분간 생수를 마시겠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저장성이 좋은 대용량 생수부터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돗물 유충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22일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 샤워기 필터 품절
안내문이 보인다. 인천과 경기에 이어 서울 등 수돗물 유충 발견 및 신고가 증가
함에 따라 생수, 샤워기 필터, 정수기 등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2020.7.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대형마트로 몰리는 시민들…정수·수도용품 '불티'
수돗물을 한 번 더 걸러내는 '정수필터' 용품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시민들은 평일에도 앞다퉈 대형마트로 몰렸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3사가 지난 13일부터 23일까지 정수필터·수도용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최대 575% 껑충 뛰었다.
이마트는 인천 지역 점포 수도용품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무려 6배 가까이 치솟았다.
홈플러스도 13일부터 19일까지 인천지역 필터샤워기, 주방씽크헤드, 녹물제거샤워기 등 샤워·수도용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5% 급증했다.
롯데마트에서 가장 잘 팔린 정수용품은 '룸바이홈 2in1 정수필터'다.
룸바이홈은 롯데마트가 올해 업계 최초로 잔류염소, 유해물질, 금속이온의 제거 기능을 대폭 강화해 출시한 제품이다.
수돗물 내 잔류 염소와 유해물질을 걸러주고 가격도 1만원 미만이어서 불티나게 팔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돗물 유충 사태로 정수용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했다"며 "평일에도 순식간에 품절되는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추가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돗물 유충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22일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 정수기들이
진열돼 있다. 인천과 경기에 이어 서울 등 수돗물 유충 발견 및 신고가
증가함에 따라 생수, 샤워기 필터, 정수기 등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2020.7.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정수기 제조사 "0.0001㎛까지 걸러낸다…안심하세요"
정수기는 '유충 공포'에서 안전할까.
업계는 정수기 필터가 유충보다 훨씬 더 작은 미세입자까지 걸러내기 때문에 안심하고 마셔도 좋다는 입장이다.
정수기 업계에 따르면 '수돗물 유충' 사태가 본격화한 이달 초부터 정수기 제조사로 '필터 성능'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소비자들의 문의는 '정수기 필터가 유충을 안전하게 걸러낼 수 있는지'에 집중됐다.
교체 비용을 낼 테니 정수기 필터를 교체해 달라는 주문도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수기에서 유충이 발견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시중에 유통되는 정수기 필터는 머리카락의 100만분의 1크기인 0.0001마이크로미터(㎛)짜리 유기화학물질까지 걸러낸다.
통상 4단계로 이뤄진 정수기 필터 시스템 중 1단계에서 이미 유충이 걸러지는 셈이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자사 정수기는 머리카락 100만분의 1 크기의 미세입자까지 걸러내기 때문에 유충이 발견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수돗물에 유충이 섞이더라도 첫 단계에서 모두 걸러진다"고 말했다.
코웨이 관계자도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깔따구 유충 크기(이물질)는 모두 제거한다"며 "정수기 필터 교체주기는 대부분 실제 사용 가능 주기보다 더 짧게 설정되기 때문에 조기에 교체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웰스 관계자 역시 "정수기 필터에 대해 많이 물어보신다"면서 "필터의 경우 유충보다 더 작은 물질도 모두 걸러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고, 일반적인 세균에 대한 (안전)기준은 모두 인증받았기 때문에 안심하시고 마셔도 좋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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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유충’ 사태, 기후변화가 한반도에 보내는 ‘위기 신호’
한반도의 지난 6년, 기후위기는 얼마나 심각해졌나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의 프레세나 빙하에 쌓인 눈이 최근 분홍색으로 변해 있다.
아에프페 통신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나왔다. 고도정수처리에 쓰는 활성탄(숯)이 문제였다.
활성탄은 수돗물의 맛과 향을 위해 쓴다. 활성탄이 제 기능을 하려면 미생물이 살아 있어야 한다.
살균을 위해 오존을 쓰지만, 과하면 인체에도 좋지 않아 한계가 있다.
미생물이 있어 물리적 접근이 가능하면 벌레도 번식한다.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온 건 미국 등지에 사례가 있지만 국내에선 처음이다. 앞으론 이런 일이 잦아질지 모른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기온이 오르면 물 안의 조류나 플랑크톤이 풍부해지면서 깔따구과의 곤충이 번식할 최적의 환경이 조성된다.
깔따구를 대상으로 한 국내 한 실험에선 평균 기온이 30도일 때 개체수가 가장 많아졌고 기온이 24~26도로 내려가자 줄었다.
대벌레, 매미나방, 노래기 같은 곤충들도 최근 전국에서 출몰한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지난겨울 이상고온 현상이 곤충의 개체수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겨울 기온이 높아 벌레들이 죽지 않고 부화했다는 것이다.
세계기상기구와 미국 해양대기청은 올해가 기후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름이 더울 거란 일반의 예상과 달리 겨울이 따뜻해도 그해 평균기온은 올라간다.
기후의 변화로 인한 곤충의 종, 개체수 변화는 한반도에서 이미 오래전 시작됐다.
2014년에 발간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보면, 한반도 나비의 분포는 한국전쟁 이전(1938~1950년)과 이후(1976~1999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나비 131종은 늘고 40종은 줄었다.
특히 큰수리팔랑나비, 산부전나비, 상제나비, 시골처녀나비, 들신선나비 5종은 분포가 크게 감소했다.
한국에선 조만간 아예 볼 수 없는 종이 돼버릴지도 모른다.
외래종이자 과실 피해를 낳는 감관총채벌레의 급증도 인상적이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언젠가부터 한국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 전남에선 1995년부터 확대됐고, 전북은 익산에서 2001년 처음 나왔다.
경북과 충북에선 2000년과 2002년에, 제주도에선 2001년에 처음 발생했다.
경남 지역의 경우 2000년대 들어 14개 시·군에서 발생했고 창원시, 밀양시에서 가장 피해가 컸다.
감관총채벌레는 감나무 잎에서 기생하며 산란하는데, 해를 입은 잎은 세로로 길게 말리고 황록색을 띠다 검게 변한 뒤 심하면 낙엽이 된다.
열매엔 황갈색 반점이 남아 상품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기온이 오르고 해충이 늘면서 말라리아나 쓰쓰가무시 같은 질환도 함께 는다.
기후 자체의 변화는 우리가 감지하기 힘들 만큼 미세하게 이뤄지지만, 들여다보면 그로 인한 환경의 변화는 역동적이다.
91%가 백화 현상을 겪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대산호초.
게티이미지뱅크
국외에서 기후 변화의 영향 사례로 최근 보도된 것 중엔 알프스의 눈과 오스트레일리아의 대산호초가 대표적이다.
알프스의 눈은 분홍색으로 변해가고, 오스트레일리아의 대산호초는 하얗게 변해버렸다.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의 프레세나 빙하에 쌓인 눈이 최근 분홍색으로 변한 건 조류 때문이다.
물속에서 포자로 번식하는, 일종의 식물인 조류 그 자체는 위험하지 않지만 이 조류 때문에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진다.
태양 복사열의 80%를 대기로 반사하는 빙하는 일종의 거울 구실을 해 지구 기온 상승을 억제하는데, 이런 빙하가 조류로 인해 변색되면 열을 흡수하고 더 빨리 녹는다.
조류는 그린란드의 빙하를 검게 물들이기도 했다.
전 지구 해수면 상승분의 4분의 1이 그린란드 빙하가 녹아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의 프레세나 빙하 근처엔 등산로와 스키 리프트가 있다.
한 관광객이 <아에프페>(AFP) 통신과 한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우리는 이미 돌아갈 수 없는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온통 하얗게 변해버린 오스트레일리아의 대산호초는 절멸의 상징처럼 보인다.
전세계 산호의 절반이 지난 30년간 사라졌다. 2015~2017년에 피해가 가장 컸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오스트레일리아 대산호초는 91%가 백화 현상을 겪고 있다.
우리가 아는 바다 생물종의 3분의 1이 산호에 의지해 산다.
이대로면 금세기 말 지구상의 모든 산호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절멸로 가는 길은 장애물이 없는 대로다.
기후변화 문제에서만큼은 우리는 언제나처럼 답을 찾지 못하고 결국 실패할 것이란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무엇이든 필요한 조처가 급한데도 사방은 지뢰밭이다.
화석연료가 아닌, 태양과 바람에서 에너지를 얻는 일이 시급하지만 야당과 보수언론은 재생에너지 헐뜯기에 혈안이다.
다음주 6년 만에 기상청과 환경부가 발간하는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가 나온다.
2014년 직전 보고서 발간 이후 나온 관련 국내 연구 1800여편의 내용을 분석, 요약해 정리한 것이다. 들여다보면, 절멸로 가는 대로가 좀더 섬뜩하게 다가올지 모른다.
15일 인천시 계양구 병방동 한 주택에서 발견된 유충이 물병에 담겨 있다.
연합뉴스
[출처] - 국민일보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
수돗물 유충 사태, 근본적 대책을 세우자
수돗물 유충 사태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수돗물 유충은 인천 계양구에서 최초로 검출된 것을 시작으로, 서구의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을 쓰는 인천 북부권 일원을 중심으로 발견되면서 확산되고 있다.
현재 수돗물 유충 사태는 서울, 경기도, 부산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첫 피해 지역인 인천시는 지난 24일 발표에서 9일 수돗물 유충 민원이 발생한 이후 실제 유충 발견 건수가 254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인천 수돗물 유충 발견 건수는 지난 14일 55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감소 추세에 있지만 하루 평균 20여 건 안팎이 발견되고 있어 아직은 안심할 수 없다.
인천시는 우선 정수장, 배수지 청소와 하루 30만t의 소화전을 방류하며 수돗물 정상화에 주력하고 있다.
또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 계통에서의 유충 추가 발생을 차단하고, 급·배수 관로상에 남아 있는 유충이 배출되고 있지는 않은지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무엇보다 수돗물 유충이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붉은 수돗물로 큰 홍역을 치르고 난 이후 수돗물의 품질을 더욱 좋게 하기 위해 고도정수처리방식을 도입했는데 여기에 사용된 입상 활성탄(숯)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나 추정하고 있다.
새로 도입한 입상 활성탄 여과지에서 유충이 번식하였고,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일단 현재의 고도정수처리방식을 표준정수처리방식으로 전환했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 곤충 전문가, 상수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합동 정밀조사단을 구성해 정확한 원인 규명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일부 전문가들은 일부 유충이 정수장, 배수지, 수용가구로 이어지는 수돗물 공급 경로가 아닌 저수조(물탱크)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영종 일부 가정에서도 수돗물 유충이 발견됐다. 그런데 5년 넘게 살고 있는 우리 아파트에는 수돗물 유충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관리소에서 알려준 아파트 수돗물 공급 과정을 보면 수도사업소에서 유입된 수돗물이 아파트 지하 저수조로 들어가기 전에 1차 마이크로 필터를 거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지하 저수조 물이 세대로 들어가기 전 다시 카본 필터로 2차 필터링을 하고 난 후 최종적으로 각 세대에 공급된다.
또 매뉴얼대로 분기에 한번씩 연간 4회 필터 교체를 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유충이 수돗물 공급 과정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파트 저수조나 가정 물탱크 등 물이 고인 곳에서 생겼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점은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수돗물에서 유충이 왜 발견되었는가? 둘째, 유충이 있다면 어떻게 확인할 수 있고, 제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셋째, 관련 지자체나 정부에서는 유충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유충 사태가 언제쯤 종료되어 마음 놓고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 등이다.
이러한 시민들의 궁금증과 걱정을 하루빨리 해결해야만 한다.
수돗물을 마음 놓고 사용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샤워기 필터와 생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국은 하루빨리 수돗물 수질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길 바란다.
시민들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생활의 질과 건강까지도 직결되는 수돗물의 품질 관리가 안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신뢰를 시민들에게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확산되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또 국회 역시 정치적 논쟁이나, 서로 네 탓으로만 지목할 게 아니라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지혜를 모아 원인을 찾아내고 대책을 마련해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 인천 수돗물 유충 대응 현장 점검 나선 조명래 장관
/ 사진=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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