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
한일관계 악화 속 맞은 광복절…'
文 "언제든 日정부와 마주앉을 준비" "단 한사람의 국민도 포기 안해" 징용피해자 배상청구권 강조하며 日 변화 촉구 작년 8·15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올해는 대화 촉구하며 밀리지 않겠단 메시지도 행복추구권 담은 헌법 10조 전면에 "나라가 국민에게 역할 다했는지 물어야" "남북협력이 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안보정책"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방안을 일본 정부와 협의해왔고 지금도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며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최악의 경색국면을 보이고 있는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동시에 한일 양국간 갈등의 발단이 됐던 대법원 징용판결을 언급하며 일본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2005년 네 분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징용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소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배상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홀로 남은 이춘식 어르신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나 때문에 대한민국이 손해가 아닌지 모르겠다`고 하셨다"며 "우리는 한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결코 나라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이제 단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만큼 성장했고, 그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앞세워 `극일` 메시지를 던졌다면 올해는 대화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겠다"며 일본에 밀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 공동의 노력이 양국 국민 간 우호와 미래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며 에둘러 일본의 처신을 비판했다.
이어 "우리 국민들은 많은 위기를 이겨왔다"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극복했고 일분의 수출규제라는 위기도 이겨냈고 다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당당한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광복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 남은 징용 피해자까지 국가가 끌어안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10조`를 전면에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개인이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를 생각한다"며 "모든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 헌법10조의 시대이고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과거 대한제국 시절 하와이, 멕시코 노동이민을 시작으로 해외에서 피립된 국민들을 구출했던 일, 최근 대통령 전용기까지 동원해 코로나19를 피해 교민들을 귀국시킨 사례까지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나라가 국민에게 해야할 역할을 다했는지 지금은 다하고 있는지 우리는 물어야 한다"며 "자신의 존엄을 증명하고자 하는 개인의 노력에 대해서도 국가는 반드시 응답하고 해결방법에 대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희생할 때 기억해줄 것이라는 믿음 ▲재난재해 앞에서 국가가 안전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믿음 ▲이국땅에서 고난을 겪어도 국가가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 ▲개개인의 어려움을 국가가 살펴줄 것이라는 믿음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될 것이라는 믿음 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믿음으로 개개인은 새로움에 도전하고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다"며 "국가가 이러한 믿음에 응답할 때 나라의 광복을 넘어 개인에게 광복이 깃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에 재시동을 걸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죽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보고 싶은 곳을 가볼 수 있게 협력하는 것이 실질적인 남북 협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협력이야말로 남북 모두에 핵이나 군사력의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안보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북미간 `하노이 노딜` 이후 냉각된 남북관계는 올들어선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터져나오며 사실상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회귀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 합의대로 전쟁 위협을 항구적으로 해소하며 진정한 광복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며 "남북이 이미 합의한 사항을 점검하고 실천하면서 평화와 공동번영의 한반도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남북간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에 이어 생명공동체로서 교류협력을 강조했다. 최근 남북한 모두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확산과 호우 피해 상황과 무관치 않은 언급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시대 안보이자 평화"라며 "가축전염병과 코로나에 대응하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유례없는 집중호우를 겪으며 남과 북이 생명과 안전의 공동체임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안보이자 평화"라고 강조했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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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7초간 악수를 나눈 뒤 지나가고 있다.
오사카=AP 연합뉴스
최악 한일갈등서 손 내민 文대통령 "언제든 日정부와 마주 앉겠다"
"원만한 해결방안, 협의의 문 열어두고 잇다" 대법원 판결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은 유지 "인권 존중하는 일본·한국 노력이 미래협력 다리 될 것" "日 수출규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도약 기회 돼"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75주년 광복절을 맞아 최악의 국면에 빠진 한일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에 손을 내밀었다. 현재 한일 갈등의 주요 원인인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방안을 일본 정부와 협의해왔고, 지금도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법원이 압류한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현금화할 때까지 사태를 방치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현금화시 한국에 보복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다만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은 그대로 유지했다. 문 대통령은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불법행위 배상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대법원 판결은 대한민국의 영토 내에서 최고의 법적 권위와 집행력을 가진다"고 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이춘식(94)씨가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배상을 신청해 받아냈다. 문 대통령은 "이춘식 어르신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나 때문에 대한민국이 손해가 아닌지 모르겠다' 하셨다"며 "우리는 한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결코 나라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3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원칙을 지켜가기 위해 일본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 공동의 노력이 양국 국민 간 우호와 미래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시작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대해서도 "국민들과 함께 이겨냈다"며 "오히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로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었다"고 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으로 '소재·부품·장비의 독립'을 이뤘다"며 "일부 품목에서 해외투자 유치의 성과까지 이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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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경축사 하는 문재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0.8.15 cityboy@yna.co.kr
대통령 "헌법10조 시대"…개인행복 고리 남북·한일 해법모색
극일·반일 아닌 인권 측면서 강제징용 언급…남북 협력의지 재확인 '국민 행복 위한 국가' 목표로…한국판 뉴딜도 거듭 강조 '진정한 광복'에 불평등 해소 및 통일 한반도 제시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난관에 부딪힌 남북관계와 한일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구상을 내비쳤다. 개인의 존엄과 행복을 위해 국가가 존재한다는 원칙에 대한 공감대를 앞세워 남북관계와 한일관계 모두 협력의 여지를 넓혀가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문 대통령은 또 재난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충격을 극복하는 일 등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히고, 궁극적으로 개인의 행복추구 권리를 보장한 '헌법 10조'의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만세삼창 하는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2020.8.15 cityboy@yna.co.kr
◇ '인권' 고리로 한일대화 모색…극일·반일 메시지 없었다
문 대통령의 이번 광복절 경축사는 일본의 수출규제 1년과 맞물렸다는 점, 강제징용 배상문제를 놓고 한일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등에서 한층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날 연설에서는 친일역사 청산 등의 반일(反日) 메시지나 극일(克日) 메시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일본을 향해 "이웃 나라에 불행을 줬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기를 바란다"고 언급하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지향점으로 제시한 것에 비해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올해 문 대통령은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며 대화 의지를 부각했다.
특히 강제징용 배상문제에 대해서는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의 공동 노력이 미래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피해자의 인권을 매개로 양국의 거리를 좁혀가자는 제안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은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최고의 법적 권위를 가진다"며 일본의 강제징용 배상책임을 인정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대원칙에서는 후퇴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0.8.15 cityboy@yna.co.kr
◇ 남북 '생명·안전 공동체' 부각…대화 물꼬 트일까
남북협력 해법에서도 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협력을 통해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기틀을 닦고, 이를 통해 평화롭고 안전한 통일 한반도에서 개개인의 꿈과 삶을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광복'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남과 북이 생명과 안전의 공동체임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며 이제껏 언급해 온 평화·경제 공동체에 이어 생명·안전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협력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최근 코로나19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으로 남북 방역협력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데다, 연일 계속된 집중호우로 공유하천 공동관리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점 등을 염두에 둔 제안으로 풀이된다.
다만 북미대화 교착 속에 남북관계 역시 장기간 냉기류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런 제안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여기 최근 홍수피해 복구 과정에서 외부 지원을 받지말라고 언급, 한국 정부의 협력 구상 문턱이 한층 높아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0.8.15 cityboy@yna.co.kr
◇ 헌법 1조에서 헌법 10조 시대로…한국판 뉴딜로 코로나 극복
문 대통령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집중호우 등 각종 재난이나 코로나19 등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역할도 함께 강조했다. 코로나19 경제충격에 대해서는 "방역의 성공이 경제의 선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정부 대응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판 뉴딜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 도약을 이끌고 격차와 불평등을 줄여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통해 모두 함께 잘사는 것 역시 '진정한 광복'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의 정신이 문재인 정부의 기반이 됐다고 소개한 뒤 이번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로 '헌법 10조 시대'를 제시했다.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내용이다. 개인이 나라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이 이날 제시한 지향점이다.
촛불집회
[연합뉴스TV 제공]
◇ 국민 31번, 개인 15번 언급…일본·북한 언급 줄어
'국민의 행복'에 연설 초점이 맞춰진 만큼 전체 원고에서는 '국민'이라는 단어가 31번으로 가장 많이 등장했다. '국가'라는 단어는 8번 나온 반면 '개인'이라는 단어는 그 두배에 가까운 15차례 언급됐다. '일본'이라는 단어 언급은 지난해 12번에서 올해는 8번으로 줄었다.
지난해 '북한'은 9번, '남북'은 5번씩 언급됐던 것에 비해 올해는 '남북'이라는 단어만 8번 쓰였고 '북한'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검찰개혁 등의 이슈는 연설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임기 후반부에 접어든 문 대통령이 2016년 촛불집회를 떠올리며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언제나 국민에게 있다"고 말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저작권자(c)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독립유공자 고 최사진 씨의 배우자 박명순 씨에게 대통령 표창을 수여한 후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文대통령 8.15 경축사 전문]
“인권 존중 한일 공동 노력이 우호와 미래협력의 다리”
“존엄을 증명하려는 개인의 노력에 국가는 반드시 응답하고 해결방법에 함께 지혜 모아야”
[폴리뉴스 정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3권 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원칙을 지켜가기 위해 일본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 공동의 노력이 양국 국민 간 우호와 미래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인권에 바탕을 둔 한일 갈등 해결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제75주는 8.15 경축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광복 75주년을 맞은 오늘,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나라의 독립을 이룬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과 정신을 되새깁니다. 오늘 경축식은 생존 애국지사님들을 맞이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임우철 지사님은 101세이시고, 다른 세 분도 백수에 가까우신 분들입니다. 어떤 예우로도 한 분 한 분이 만들어온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발전과 긍지에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곁에 생존해 계신 애국지사님은 서른한 분에 불과합니다. 너무도 귀한 걸음을 해주신 임우철, 김영관, 이영수, 장병하 애국지사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힘찬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광복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민주공화국의 주인으로 함께 일어나 이룬 것입니다.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룬 모든 분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선열들은 ‘함께하면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다’는 신념을 ‘거대한 역사의 뿌리’로 우리에게 남겨주었고, 우리는 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함께 위기를 이겨내며, 우리 자신의 역량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기후이변으로 인한 거대한 자연재난이 또 한 번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역시 반드시 이겨낼 것입니다. 소중한 생명을 잃은 분들을 비롯하여 재난에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재난에 맞서고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기상이변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까지 대비하여 반복되는 아픔을 겪지 않도록 국민안전에 모든 역량을 기울이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되어주신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경의를 표하며, 오늘의 위기와 재난을 반드시 국민과 함께 헤쳐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 우리가 모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조선시대 훈련도감과 훈련원 터였습니다. 일제강점기 경성운동장, 해방 후 서울운동장으로 바뀌었고, 오랫동안 동대문운동장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땀의 역사를 간직한 곳입니다. 그 가운데 식민지 조선 청년 손기정이 흘린 땀방울이야말로 가장 뜨겁고도 안타까운 땀방울로 기억될 것입니다. 1935년 경성운동장, 만 미터 경기 1위로 등장한 손기정은 이듬해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습니다.
일본 국가가 연주되는 순간 금메달 수상자 손기정은 월계수 묘목으로 가슴의 일장기를 가렸고, 동메달을 차지한 남승룡은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았습니다. 민족의 자존심을 세운 위대한 승리였지만 승리의 영광을 바칠 나라가 없었습니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나라를 되찾는 것이자, 동시에 개개인의 존엄을 세우는 과정이었습니다. 우리는 독립과, 주권재민의 민주공화국을 수립하는 혁명을 동시에 이루었습니다. 다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당당한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우리 국민의 노력은 광복 후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원조를 받는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 되었고, 독재에 맞서 세계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국가의 이름으로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고, 인권을 억압하던 시대도 있었지만, 우리는 자유와 평등, 존엄과 안전이 국민 개개인의 당연한 권리가 되는, ‘나라다운 나라’를 향한 발걸음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많은 위기를 이겨왔습니다. 전쟁의 참화를 이겨냈고,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위기도 국민들과 함께 이겨냈습니다. 오히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로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으로 ‘소재·부품·장비의 독립’을 이루며, 일부 품목에서 해외투자 유치의 성과까지 이뤘습니다. 코로나 위기 역시 나라와 개인, 의료진, 기업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극복해냈습니다. 정부는 방역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고, 국민들은 정부의 방침을 신뢰하며 스스로 방역의 주체가 되었습니다.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빠르면서도 정확한 진단 시약을 개발했고, 노동자들은 이웃을 먼저 생각하며 방역물품을 생산했습니다.
의료진들과 자원봉사자들, 국민과 기업 하나하나의 노력이 모여 코로나를 극복하는 힘이 되었고, 전세계가 인정하는 모범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더 높은 긴장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백신 확보와 치료제 조기 개발을 비롯하여 바이러스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국경과 지역을 봉쇄하지 않고, 경제를 멈추지 않으면서 이룬 방역의 성공은 경제의 선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역의 성공이 있었기에 정부의 확장재정에 의한 신속한 경기 대책이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는 올해 OECD 37개국 가운데 성장률 1위를 기록하고, GDP 규모에서도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많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는 우리 국민들게 다시 한 번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웃’의 안전이 ‘나’의 안전이라는 것을 확인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판 뉴딜’을 힘차게 실행하며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양 날개로 경제의 체질을 혁신하고, 격을 높일 것입니다.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며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입니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을 관통하는 정신은 역시 사람 중심의 ‘상생’입니다. ‘한국판 뉴딜’은 ‘상생’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며, ‘고용·사회 안전망’을 더욱 강화하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려 번영과 상생을 함께 이루겠다는 약속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격차와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모두가 함께 잘 살아야 진정한 광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와 미래세대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에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국민 여러분, 2016년 겨울, 전국 곳곳의 광장과 거리를 가득 채웠던 것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의 정신이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언제나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촛불을 들어 다시 한 번 역사에 새겨놓았습니다. 그 정신이 우리 정부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저는 오늘, 75주년 광복절을 맞아 과연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광복이 이뤄졌는지 되돌아보며, 개인이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를 생각합니다. 그것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 헌법 10조의 시대입니다.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자유와 평등의 실질적인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사회안전망과 안전한 일상을 통해 저마다 개성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한 사람의 성취를 함께 존중하는 나라를 만들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결코 우리 정부 내에서 모두 이룰 수 있는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들께 드리고, 확실한 토대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는 대한제국 시절 하와이, 멕시코로 노동이민을 떠나 조국을 잃고 돌아오지 못한 동포들을 기억합니다. 그 눈물겨운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조국은 동포들을 지켜주지 못했지만, 그분들은 오히려 품삯을 모으고, ‘한 숟갈씩 쌀’을 모아 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며, 해외 독립운동의 뿌리가 되어주었습니다.
우리는 해방된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끝내 돌아오지 못한 동포들도 끝까지 기억해야 합니다. 나라가 국민에게 해야 할 역할을 다했는지, 지금은 다하고 있는지,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단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성장했고, 그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2018년 4월 30일, 가나 해역에서 피랍되었던 우리 선원 세 명이, 구출 작전을 수행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과 함께 조국으로 돌아왔습니다. 2018년 7월에는 리비아 무장괴한들에게 피랍된 우리 국민이, 2020년 7월에는 서아프리카 베냉 해역에서 피랍된 선원 다섯 명이 무사히 구출되었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군용기를 이라크에 급파하여 우리 근로자 293명을 국내에 모셔왔습니다. 코로나 확산이 심각한 일곱 개 나라에는 특별수송기와 군용기, 대통령전용기까지 투입해 교민 2천 명을 국내로 안전하게 이송했고, 전세기를 통해 119개국, 4만6천여 명에 이르는 교민들을 무사히 모셔왔습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었던 지난해 해외 독립유공자 다섯 분의 유해를 고국으로 모신 것도 뜻 깊습니다. 자신의 존엄을 증명하고자 하는 개인의 노력에 대해서도 국가는 반드시 응답하고 해결방법에 대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2005년 네 분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의 징용기업을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대법원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불법행위 배상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은 대한민국의 영토 내에서 최고의 법적 권위와 집행력을 가집니다.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방안을 일본 정부와 협의해왔고, 지금도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함께 소송한 세 분은 이미 고인이 되셨고, 홀로 남은 이춘식 어르신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나 때문에 대한민국이 손해가 아닌지 모르겠다” 하셨습니다. 우리는 한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결코 나라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것입니다. 동시에 3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원칙을 지켜가기 위해 일본과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 공동의 노력이 양국 국민 간 우호와 미래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국민 여러분, 동대문운동장은 해방의 환희와 남북분단의 아픔이 함께 깃든 곳입니다. 1945년 12월 19일, ‘대한민국임시정부 개선 전국환영대회’가 열렸고, 그날, 백범 김구 선생은 “전 민족이 단결해 자주·평등·행복의 신한국을 건설하자”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1949년 7월 5일, 100만 조객이 운집한 가운데 다시 이곳에서 우리 국민은 선생을 눈물로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분단으로 인한 미완의 광복을 통일 한반도로 완성하고자 했던 김구 선생의 꿈은 남겨진 모든 이들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진정한 광복은 평화롭고 안전한 통일 한반도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꿈과 삶이 보장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평화를 추구하고 남과 북의 협력을 추진하는 것도 남과 북의 국민이 안전하게 함께 잘 살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가축전염병과 코로나에 대응하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유례없는 집중호우를 겪으며 개인의 건강과 안전이 서로에게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했고, 남과 북이 생명과 안전의 공동체임을 거듭 확인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안보이자 평화입니다. 방역 협력과 공유하천의 공동관리로 남북의 국민들이 평화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게 되길 바랍니다. 보건의료와 산림협력, 농업기술과 품종개발에 대한 공동연구로 코로나 시대 새로운 안보 상황에 더욱 긴밀히 협력하며,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와 함께 생명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길 바랍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인도주의적 협력과 함께, 죽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보고 싶은 곳을 가볼 수 있게 협력하는 것이 실질적인 남북 협력입니다. 남북 협력이야말로 남·북 모두에게 있어서 핵이나 군사력의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안보정책입니다.
남북 간의 협력이 공고해질수록 남과 북 각각의 안보가 그만큼 공고해지고, 그것은 곧 국제사회와의 협력 속에서 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전쟁 위협을 항구적으로 해소하며 선열들이 꿈꾸었던 진정한 광복의 토대를 마련하겠습니다.
남북이 공동조사와 착공식까지 진행한 철도 연결은 미래의 남북 협력을 대륙으로 확장하는 핵심 동력입니다. 남북이 이미 합의한 사항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실천하면서 ‘평화와 공동번영의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국가를 위해 희생할 때 기억해줄 것이라는 믿음, 재난재해 앞에서 국가가 안전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믿음, 이국땅에서 고난을 겪어도 국가가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 개개인의 어려움을 국가가 살펴줄 것이라는 믿음,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될 것이라는 믿음.
이러한 믿음으로 개개인은 새로움에 도전하고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이러한 믿음에 응답할 때 나라의 광복을 넘어 개인에게 광복이 깃들 것입니다. 식민지 시대 한 마라톤 선수의 땀과 한, 해방의 기쁨과 분단의 탄식이 함께 배어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역사의 지층 위에 오늘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이 만발하고 있습니다. 100년 전 시작한 민주공화국의 길 너머,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 넘치는 대한민국을 향해 국민과 함께 가겠습니다. 선열들이 꿈꾼 자주독립의 나라를 넘어, 평화와 번영의 통일 한반도를 향해 국민과 함께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구 일본군 육군과 해군 군복을 입은 우익 단체 회원들이 15일 야스쿠니신사에서 욱일기를 들고 신사를 향해 받들어 총을 하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일본 우익 단체 회원이 15일 야스쿠니신사에서 교육칙어를 암송하면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광복절 75주년] 우익은 지금도 우리를 조롱한다
올해로 광복절 75주년을 맞았다. 광복절은 1945년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일제 침략 속 우리의 얼은 지켰지만 3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 민족은 육체적·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 하지만 끔찍한 이 역사를 부정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일본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일본 내 우익집단이다.
이들은 지금도 일본이 행했던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표면적인 역사의 한 단면을 내세워 침략과 범죄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 광복절 75주년을 맞아 '머니S'가 일본 우익집단이 주장하는 바를 팩트체크해봤다.
日 우익 "위안부, 조선인이 끌고가"… 사실은?
산청 평화의 소녀상.
(사진=산청군평화비건립위원회 제공)
일본 우익집단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조선인이 위안부에 소녀를 끌고 간 것"이라며 일본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에는 모순이 있다. 당시 어린 우리 소녀들을 위안부로 끌고간 건 일본정부 혹은 일본군이 선정한 업자들이다. 즉, 이 업자가 조선인이어도 일본정부나 군이 끌고간 것이라는 얘기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지난 1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업자와 한국 업자가 한 조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업자들 중에는 간혹 위안소의 포주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우익집단은 여태껏 이 업자의 배후가 일본이라는 사실은 숨긴 채 조선인이라고만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녀들을 위안소로 끌고간 인물은 조선인인 만큼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우익의 주장에 반박할 수 있는 공식 문건도 존재한다. 1938년 2월 일본 외무성에서 내무성으로 보내진 문서에는 "일본군 위안부 400명을 모집해 이송 중이니 각 내무성과 지방청은 편의를 제공하라"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또 "연령 관계 때문에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는 자는 여급 등의 신분증명서를 발급받아 지나(중국)에 들어온 후 추업(위안부)에 종사한다"고 작성됐다. 이는 직업을 속여 소녀들을 위안부로 동원했음을 보여준다.
이 시기 상하이 총영사관 경찰서장이 작성한 공문에는 "전선 각지 장병 위안부 모집을 위해 여행하는 자들이 있으니 (배) 승선시 편의를 봐주라"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욱일기 문양, 야스쿠니 신사 문양서 본땄다
서경덕 교수
일본의 욱일기 사용이 매번 논란을 빚고 있다. 욱일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사용했던 전범기이자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침략전쟁을 일삼았던 일본의 단면을 보여주는 욱일기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일본 우익 측은 "준국기"라며 욱일기를 찬양하고 있다. 아울러 욱일기 문양은 에도시대 때부터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 같은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과거 일본에서 욱일기 문양을 이용한 유물은 없다"면서 "비슷한 문양은 있지만 욱일기 문양을 사용한 문화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욱일기와 야스쿠니 신사와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야스쿠니신사는 A급 전범이 합사된 곳이다.
호사카 교수에 따르면 욱일기 문양은 태양에서 16개의 빛이 나오는 모습이다. 야스쿠니 신사 문양은 국가를 뜻하는 가운데 원 모양 옆으로 32개의 꽃잎이 존재한다. 욱일기에서 16개의 붉은색 부분과 남은 흰 부분을 합하면 32개가 완성된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야스쿠니 신사. 이 문양도 같다. 그러니까 이게 침략의 상징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욱일기 이미지는 일제 군국주의의 의도가 명백히 담긴 도안이라는 것이다.
호사카 교수는 욱일기 제작과 관련해 "일본 육군성의 윗사람이 1869년 제작된 야스쿠니 신사의 문양을 본 따 욱일기를 만든 것"이라며 "야스쿠니 신사 자체가 전범을 위한 장소인 만큼 욱일기도 일제의 침략을 보여주는 물품"이라고 설명했다.
"위안부 문제 사죄했다"… 앞뒤 다른 日 속내
"일본은 한국에 진심으로 사죄했다." 최근 한 방송에서 일본 우익 정치인으로 유명한 사쿠라이 마코토의 발언이다. 그는 재차 위안부 언급에 불편함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지난 2015년 일본은 한국에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5년 12월28일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위안부 협상이 타결됐다.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외무성 장관은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아베 총리의 마음으로부터 반성,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 치유를 위해 일본 정부 예산으로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요식에 불과했다. 일본은 이후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했다.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에게 건넨 10억엔도 한국 정부에게 건넨 것일 뿐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 것을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위안부 문제를 위법적 만행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이에 호사카 교수는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지난 2015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한국을 찾았을 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과문을 대독한 것을 두고 일본은 사죄했다고 주장한다"며 "이는 명백히 앞뒤 다른 일본의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호사카 교수는 아베 총리 사과문에 대해 "쉽게 말하자면 일본이 위안부 문제가 범행이라는 것을 사죄한 것이 아닌 '너희에게 고생시킨 건 미안해'라는 뜻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사과문 이후 여전히 위안부를 합법이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2016년 2월 UN 인권위원회 회의에서 '위안부는 강제연행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당시 위안부 합의와 다른 내용을 언급해 비난을 받았다. 위안부 합의 당시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겠다는 내용조차 지키지 않았다. 아베 총리와 일본 내 우익세력은 여전히 위안부 피해자들을 합법적 노동자, 매춘부로 전락시키며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 특히 우익집단은 표면적인 역사의 한 부분으로 국민을 속인다"고 분노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한국정부, 이렇게 나서라
역사 왜곡에서 비롯된 진실 외면으로 한일 갈등은 풀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 이는 일본 우익뿐만 아니라 일본 자체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수년간 한일 갈등을 연구해온 호사카 교수는 '한국정부가 일본 태도에 어떤 포지션을 취하면 좋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먼저 일본을 규탄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일본이 무엇을 말하는지, 또 끔찍한 일을 어떻게 속이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사카 교수에 따르면 위안부 합의 당시 그럴듯하게 사과한 일본은 결국 위안부 위법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1998년 김대중 정부 당시 맺은 한일 파트너십 선언에는 일본이 과거사에 있어 '가해자'임을 시인했다. 이에 한국정부가 일본문화를 개방하는 등 한일 관계가 호전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후 교과서 문제 등 일본의 앞뒤 다른 태도에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로 나갔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을 알아야 이들을 대적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상대편을 연구하는 노력을 소홀히 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며 "일본인들이 가진 정신을 한국이 잘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언론을 예로 들었다. 국내 보수 언론사로 분류되는 대형 언론사들은 일본어로도 신문을 내보낸다. 국내에서 발생한 일을 일본인들이 파악할 수 있게 해놨다는 것. 하지만 일본 언론사에서 자국의 상황을 한국어로 기사화하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다.
그는 "한국의 상황을 일본인은 늘 볼 수 있지만 일본의 상황을 우리는 늘 볼 수 없다"며 "언론사마다 국제부가 있어 일본 내 상황을 보도로 확인할 수는 있지만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 광복절 75주년을 맞아 현재 일본과 맞닥뜨린 경제 전쟁이 왜 정당한지, 일본의 생떼가 어느 수준인지, 일본이 왜곡한 역사의 단면은 무엇인지 등을 한국정부와 우리 국민이 인지해야 할 시기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의 한국ㆍ일본 특파원인 필립 메스메르씨가 12일 한국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스카이프 캡처
아베 정부에 직격탄 날린 佛특파원이 바라본 한일 갈등
프랑스 르몽드의 한국·일본 특파원 필립 메스메르 "박정희 정권은 사회적 합의 없이 한일협정 맺어" "유럽서도 전후 피해 표면화하는 데 수 십년 걸려"
"프랑스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의 숨은 피해자의 존재는 1960년대 후반까지 드러나지 않았죠. (한일 문제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해요."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의 한국ㆍ일본 특파원 필립 메스메르씨가 12일 한국일보와의 화상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메스메르씨는 2004년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특파원 생활을 시작, 이듬해부터 르몽드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메스메르씨는 지난해 10월 일본의 한 주간지에도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털어놓았다. 주로 현 일본 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얘기로, 피해자 중심주의 맥락에서 바라본 시각을 내놨다. 이에 그는 "프랑스는 자기들이 착취한 국가에 사죄했냐", "일본은 유럽의 식민지와는 전혀 다르다" 등 일본 네티즌들이 남긴 수많은 악성 댓글들을 마주하기도 했다. 이같은 이야기를 소개한 국내 한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100만을 넘기기도 했다.
가장 민감한 이슈에 대해 일본 특파원으로서 일본에 직격탄을 내놓아도 괜찮냐는 본보의 물음에 메스메르씨는 "나는 일본 특파원이면서 또 한국 특파원이다. 내 생각대로 정부를 비판할 자유가 있다"면서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에도 쓴소리를 종종 내놓는다"며 웃었다. 자신을 향한 악성댓글이 있다는 소식도 안다는 그는 "실질적 협박은 없으니 괜찮다"며 개의치 않다는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15일은 광복 75주년이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 무역 갈등, 불매 운동 등 전방위적인 갈등 속에서 한일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꼬여 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동시에 취재하는 유럽 미디어의 특파원은 제3자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일협정 당시 피해 사실 바로 드러내기 어려운 점도 고려해야"
두 나라가 본격적으로 갈등을 빚은 것은 2018년 10월 우리 대법원이 일본제철에 징용 피해자들에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징용공 보상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끝났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메스메르씨는 "누가 어떤 상황에서 그 협정을 맺었는지 봐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피해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협정을 맺었기에 '불완전한 협정'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1965년 당시 한국은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전후 복구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당시 박정희 대통령 독재 정권 하 한국 내에서는 (협정 체결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또 "박 정권은 경제부흥을 우선시, 배상금의 대부분을 인프라 건설 등에 사용해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징용 피해자들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협정 체결 당시 한국에는 '자신의 피해를 드러내지 못한 희생자'들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며 "종전 직후 나치 점령하에 있던 프랑스에서도 유대인에 대한 박해가 있었는데, 그들의 존재는 196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표면화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80주년을 맞은 지난해 9월 1일 독일 공군의 첫 포격으로 1,200명이 희생된 비엘룬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비엘룬=AFP 연합뉴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이 종전 반세기가 지난 1995년에 처음으로 유대인 박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처럼 "식민 지배가 남긴 상처는 전쟁이 끝나는 동시에 전모가 밝혀지는 게 아니며, 30~40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서 새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게 메스메르씨의 생각이다.
그는 "독일은 폴란드에 대한 전후 보상에 대해 '정치적ㆍ법적으로 해결이 끝났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2019년 9월 1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독일의 압제에 희생된 폴란드인들에게 고개를 숙인다'며 폴란드어로 또 한 번 사과했다"고 지적했다. 또 1990년 프랑스와 독일은 교과서 왜곡 시정을 위해 '역사 지리교육 지침서'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아베 등장 이후 일본서 사과 배상 논의 사라져"
"일본 국민들보다는 일본 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나 아사히맥주와 같은 소비재를 다루는 기업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여행 및 관광업이라고 메스메르씨는 전했다. 그는 "이전과 달리 한국인 관광객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명백하다"며 "원래 일본에 오는 외국 관광객들은 중국에 이어 한국인이 2위였는데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본) 국민들이 느끼는 실질적인 영향은 뚜렷하지 않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혐한ㆍ우익 세력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일본인은 역사 문제에 대해 그렇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불매 운동에 대해) 그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1일 영업 종료를 앞둔 서울 유니클로 강남점에 내걸린 안내문.
연합뉴스
특파원의 시각에서 봤을 때 일본 정부의 현재 태도는 어떤 것 같냐는 질문에 메스메르씨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그냥 이 문제를 조용히 덮고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1993년 고노 담화(談話) 때 일본은 공식적으로 강제성과 잘못을 인정했지만, 그 해는 또 군국주의 개헌을 꾀하는 아베 총리가 야당 정치인으로 정치 인생을 시작한 연도"라며 "그 때문에 이후 일본 국회에서도 사과와 배상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꼬여있는 한일관계를 풀기 위한 해법을 묻는 질문에 메스메르씨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일) 양측 모두 과거사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서로 정중한 대화를 하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