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론과 시사

인권위, 故박원순 성추행 의혹 "성적 언동 일부 인정·성희롱 해당

 

 

 

 

박원순 전 서울시장ⓒnews1







사진=연합뉴스

 

 

 

 

 

 

 

생전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사진)과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낸 것이라며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한 김재련 변호사. 연합뉴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인권위, 故박원순 성추행 의혹 "성적 언동 일부 인정·성희롱 해당"...

제도 개선 권고

 

 

피해자, 보좌 업무 외에 샤워 전·후 속옷 관리 등 사적영역의 노무까지 수행”
"서울시, 비서실 성폭력 사건 대응하며 2차 가해…묵인·방조 정황은 발견 어려워"
박 전 시장 진술 청취 어려운 점 고려해 일반적 사건보다 사실관계 엄격하게 인정



서울시에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 등 개선 권고”[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에게 한 성적 언동 일부를 사실로 인정하며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 관련 제도 개선을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인권위는 25일 2021년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보고 안건을 상정해 심의한 결과, “박 전 시장이 업무와 관련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 및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 등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인권위는 먼저 서울시 비서 운용 관행과 관련, “박 전 시장의 비서였던 피해자는 보좌 업무 외에 샤워 전·후 속옷 관리, 약 복용 챙기기, 혈압 재기, 명절 장보기 등 사적영역의 노무까지 수행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위와 같은 비서업무의 특성은 그 업무를 수행하는 자와 받는 자 사이의 친밀성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공적 관계가 아닌 사적관계의 친밀함으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서실 직원들이 박 전 시장과 피해자를 ’각별한 사이‘나 ’친밀한 관계‘로 인지하면서 이를 ’문제‘로 바라보지 못한 것이나, 피해자 또한 비서 재직 당시 적극적으로 이러한 노동을 수행한 것도 그것이 비서 업무로 정당화되어 문제의 본질이 왜곡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에 근거할 때 박 전 시장이 늦은 밤에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이와 같은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다만, 피해자의 주장 외에 행위 발생 당시 이를 들었다는 참고인의 진술이 부재하거나 휴대전화 메시지 등 입증 자료가 없는 경우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피조사자(박 전 시장)의 진술을 청취하기 어렵고 (박 전 시장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반적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 관계를 좀 더 엄격하게 인정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인권위는 “성희롱의 인정 여부는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의 업무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므로, 이 사건의 경우 위 인정사실만으로도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았다. 





▲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피소부터 인권위 결론까지. [그래픽= 연합뉴스]

 

 

인권위는 시 관계자들의 성희롱 묵인·방조 여부와 관련해선 “전보와 관련해 피해자가 비서실 근무 초기부터 비서실 업무가 힘들다며 전보 요청을 한 사실 및 상급자들이 잔류를 권유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면서도 “동료 및 상급자들이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인지하였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다만, 참고인들이 박시장의 성희롱을 묵인·방조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증거는 확인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지자체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 구조 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서울시가 비서실 내 성폭력 사건, 이른바 '4월 사건'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행했다고 봤다.

인권위는 "4월 사건 처리 과정에서 서울시는 일반적인 성폭력 형사사건 또는 두 사람 간의 개인적 문제라고 인식한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냈다"며 "이로 인해 비교적 잘 마련된 서울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이 피소를 인지하게 된 피해자의 고소 사실 유출 경위에 대해선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이거나 보안 등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를 입수하지 못했으며 유력한 참고인들이 답변하지 않는 등 조사에 한계가 있어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인권위가 내린 개선 권고 사항을 구체적으로 보면, 서울시에는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방안 및 2차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과,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구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여성가족부장관에게는 ▲ 공공기관 종사자가 성희롱 예방교육을 모두 이수할 수 있도록 점검을 강화할 것, ▲ 공공기관의 조직문화 등에 대한 상시 점검을 통해 지자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예방활동을 충실히 할 것, ▲ 지자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발생시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기구에서 조사해 처리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 ▲ 실효성 있는 2차 피해 예방 및 대처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매뉴얼 등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인권위는 또 “상급기관이 없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성희롱·성폭력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성평등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원칙을 천명하는 선언이나 입장표명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 “위와 같은 자율규제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표명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30일 상임위원회에서 박 전 시장 성희롱 등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그동안 서울시 시장 비서실 운용 관행, 박 전 시장에 의한 성희롱 및 묵인·방조 여부,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절차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조사했다. 
인권위 직권조사단은 지난해 8월부터 서울시청 시장실과 비서실 현장조사, 2번에 걸친 피해자 면담조사를 진행하고 참고인 51명을 조사했다. 피해자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과 검·경 등 수사기관, 서울시, 청와대, 여성가족부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했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인권위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
보고를 의결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한다.
ⓒ 사진공동취재단




  .부적절한 메시지 사진, 성적,굴욕감 줬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아래 인권위)가 '박원순 성추행 의혹' 피해자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고, 박 전 서울시장이 인권위법상 '성희롱'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고 발표했다.
인권위는 25일 오후 전원위원회를 열고, 고 박 전 시장에 대한 성희롱 등에 대한 직권조사에 대해 심의·의결했다.

인권위는 고 박 전 시장이 업무와 관련해서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 빛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를 결정했다. 인권위법에 따른 성희롱에는 '위력에 의한 성추행', '성폭력', '강제추행', '성적 괴롭힘' 등이 모두 포함된다.


"박 전 시장 늦은 밤 부적절한 사진 보내... 피해자 전보 요청에 잔류 권유"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과 이모티콘을 보내고,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라면서 "이와 같은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자료와 참고인 진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에 근거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인권위는 "참고인의 진술이 부재하거나 휴대전화 메시지 등 입증 자료가 없는 경우는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어서 일반적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관계를 좀 더 엄격하게 인정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성희롱의 인정 여부는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의 업무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므로, 이 사건의 경우 위의 인정 사실만으로도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라고 밝혔다.

성희롱에 대한 묵인·방조 행위에 관해서는 "피해자가 비서실 초기 근무부터 비서실 업무가 힘들다며 전보 요청을 한 사실 및 상급자들이 잔류를 권유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면서도 "동료 및 상급자들이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인지했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 비서 운영관행에 있어서도 인권위는 "피해자는 샤워 전・후 속옷 관리, 약을 대리처방 받거나 복용하도록 챙기기, 혈압 재기 및 명절 장보기 등 사적영역에 대한 노무까지 수행했다"라며 "위와 같은 비서업무의 특성은 그 업무를 수행하는 자와 받는 자 사이의 친밀성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공적관계가 아닌 사적관계의 친밀함으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위는 "비서실 직원들이 박시장과 피해자를 '각별한 사이'나 '친밀한 관계'로 인지하면서 이를 '문제'로 바라보지 못했다"라며 "피해자 또한 비서 재직 당시 적극적으로 이러한 노동을 수행한 것도 그것이 비서 업무로 정당화되어 문제의 본질이 왜곡되었다"라고 강조했다.

20~30대 신입여성 직원을 주로 시장 비서실 데스크 비서에 배치한 관행에 대해서도 "시장실 비서는 '서울시의 얼굴'이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등 타인을 챙기고 보살피는 돌봄노동·감정노동은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인식과 관행이 반영된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구조 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판단된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인권위는 4월 비서실 직원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응한 서울시의 행위는 '2차피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피고소인이 피해사실을 축소 왜곡하여 외부에 유포했음에도 방치한 점 ▲사건을 인지한 부서장이 사건 담당부서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는 등 피해자 보호조치의 부재했던 점 ▲ 4월 사건에 대한 조사 요구와 함께 2차피해 조치를 요청했음에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인권위는 '피소 사실 유출 건'에 대해서는 ▲ 관계기관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를 입수하지 못했고 ▲참고인들도 답변을 하지 않는 등 조사에 한계가 있어서 피소사실이 전달된 경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서울시, 피해자 보호 방안 마련하라" 권고

    

▲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과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안경옥 전국
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등 여성시민단체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 박원순 서울시장
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대로 된 권고를 내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성호


이같은 조사 결과에 따라 인권위는 서울시에 이 사건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방안 및 2차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구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에게는 공공기관 종사자가 성희롱 예방교육을 모두 이수할 수 있도록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공공기관의 조직문화 등에 대한 상시 점검을 통해 지자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예방활동을 충실히 할 것을 권고했다.

나아가 지자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발생시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기구에서 조사하여 처리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 실효성 있는 2차 피해 예방 및 대처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매뉴얼 등을 마련할 것도 권고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성희롱·성폭력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성평등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원칙을 천명하는 선언이나 입장표명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 위와 같은 자율규제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또한 지자체장의 성폭력 사건의 경우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외부 단위에서 사건조사를 전담하여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번 '박원순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은 9년 동안 서울특별시장으로 재임하면서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유력한 정치인이었던 반면 피해자는 하위 직급 공무원으로, 두 사람이 권력관계 혹은 지위에 따른 위계관계라는 것은 명확하다"라며 "이러한 위계와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조직 문화 속에서 성희롱은 언제든 발생할 개연성이 있으며, 본 사건도 예외가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공적 영역에서 표현되는 모든 성적 언동은 노동환경을 악화시킨다는 측면에서 성희롱에 해당하며, 이 경우 구성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확장이 필요하다"라며 "이러한 인식이 없을 경우 직장 내에서 누군가를 동료나 부하직원이 아닌 성적 대상화하는 성희롱의 본질이 가려지고 개인의 성적 일탈로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인권위는 "피해자가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온전하게 자신의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25일 오후 전원위원회를 열고‘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보고’ 안건을 심의·의결할
예정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관계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의의 정의로운 권고 촉구를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박원순 성추행 인정 발표에 피해자 측 “이 시간이 우리 사회 개선시킬 것”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과 서울시에 의한 2차 피해를 인정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피해자 측은 “구체적이기보다는 화두를 던지는 편에 가까운 제도개선 권고가 나왔다”면서도 “국가기관에서 책임있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시간들이었으며 이 시간들이 우리 사회를 개선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 A씨를 지원해온 여성·시민단체로 구성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은 25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입장’을 이 같이 전했다.

입장문을 통해 A씨는 “인권위 발표에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와 우리 사회가 변화해 나아가야 할 부분이 언급돼 있다”며 “제 피해사실을 세세하게 적시하는 것보다 국가기관에서 책임 있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시간들이 더 중요하다.
이 시간들이 우리 사회를 개선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인권위가 A씨의 인권침해를 사실로 인정했음을 강조했다. 공동행동은 “보통의 성희롱 사건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한 결과로도 인정된 사실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등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 A씨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며 “피조사자의 진술을 청취할 수 없어 일반적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관계를 좀 더 엄격하게 판단했다.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므로 성희롱으로 판단하기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공동행동은 2차 가해 중단과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해 포털사이트 등에 A씨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음해성 가짜뉴스를 게시한 이들에 대한 구속 수사와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A씨의 고소 및 지원요청 사실을 누설한 이들도 직을 내려놓고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이른바 ‘4월 사건’ 이후 서울시 대응에 대해 “2차 피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함에 따라 책임자 징계 등 서울시의 엄중한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영장이 기각돼 디지털 포렌식에 실패했던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에 대해서는 “남은 검찰 수사 과정이나 어떤 단계에서라도 포렌식 돼야 한다.

현재 업무용 전화를 보관하고 있는 자는 범죄 증거를 증거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휴대전화는 박 전 시장이 사망 당시 지니고 있던 것으로, 경찰은 관련 수사를 종결한 지난달 말 이 전화를 서울시에 돌려줬다. 서울시는 이를 최근 유족에게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으로 인권위의 권고대로 관련 제도 개선이 실효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공동행동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는 성희롱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이고, 노동권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항”이라며 “2019년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서 2차 피해 명시와 예방조치가 의무화되었지만 현장에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실효성 있는 이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경민·최민지 기자 5km@kyunghyang.com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들이 지난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전원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1.01.25. photo@newsis.com







25일 오후 전원위원회를 열고‘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보고’ 안건을 심의·의결할
예정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관계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의의 정의로운 권고 촉구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기남 기자




박원순 말과 행동은 성희롱"…인권위 판단 근거 무엇?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직접 수사 못 했지만
박원순 문자메시지 "이 파고 넘기 힘들듯"
별건재판·인권위 직권조사로 간접 규명돼

인권위 "성희롱 해당" 피해자 주장 인정해
"포렌식 증거, 피해자 진술 일관성" 판단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의 실체가 간접적으로나마 규명된 모양새다.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성추행 혐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이뤄지지 못했지만, 박 전 시장이 사망 당일 보냈다는 "이 파고는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검찰 수사로 알려지고 '성추행은 사실이다'는 별건재판서의 재판부 발언, 여기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직권조사 결과가 차례로 나오면서다.

26일 인권위에 따르면 박 전 시장 성추행 등 의혹 직권조사를 진행한 인권위는 전날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인권위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는 결론을 냈다.
인권위법상 '성희롱'에는 위력에 의한 성추행, 성폭력, 강제추행, 성적 괴롭힘 등이 모두 포함된다. 결국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전 비서 A씨의 주장을 인권위가 대부분 인정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이 숨지면서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당사자가 사망할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이 5개월간 진행한 수사는 박 전 시장의 변사사건과 박 전 시장 측 인물들의 성추행 방조 혐의였다. 검찰도 관련 수사를 진행했지만, 이는 피소 사실 유출 의혹에 대한 수사였다.

이 때문에 박 전 시장 성추행 여부를 두고 지난한 대중적 논쟁과 2차 가해만 이어졌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믿을 수 없다는 이들의 일부는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는 것을 넘어 온라인 등에서 A씨를 노골적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결국 의혹 규명은 사건에 대한 간접적인 수사 결과와 인권위 조사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이뤄졌다.

첫번째 실마리는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지난해 12월30일 낸 수사결과 자료에서 나왔다.
여기서 검찰은 박 전 시장이 지난해 7월8일 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피해자와 4월 사건 이전에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여기 나오는 피해자는 A씨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지난해 7월13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故) 박원순 전 서울
시장의 시민분향소가 철거되고 있다. 2020.07.13. yesphoto@newsis.com



다음 날인 7월9일 오후, 박 전 시장이 임 특보에게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텔레그램을 보낸 사실도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

지난 14일에는 A씨와 관련된 별건재판 재판부를 통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은 "사실"이라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시장 비서실 전 직원의 1심 선고공판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A씨는 지난해 5월2일 병원에 내원해 치료를 받기 시작한 뒤 같은달 15일부터 전 상사인 박원순의 성추행 사실을 진술하기 시작했다"며, "(상담내역 내) 주요 내용으로는 박원순 밑에서 근무한 지 1년 반 이후부터 박원순이 야한 문자, 속옷 사진을 보냈다"고 했다.

이어 "박원순은 피해자에게 '남자에 대해 모른다, 남자를 알아야 시집갈 수 있다'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여러 차례 있었다"며 "이에 대한 여러 진술을 비춰보면 피해자가 박원순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 당했음을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이다.
이어 이 재판부와 동일한 취지의 조사 결과를 전날 인권위가 내놓은 것이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인권위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 판단한다"는 내용의 직권조사 결과를 전했다.

인권위는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자료 및 박 전 시장의 행위가 발생했을 당시 피해자로부터 들었다거나 메시지를 보았다는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에 근거해 보면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등을 보냈다는 피해자 주장이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박 전 시장이)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도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면서 "이와 같은 박 전 시장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사건의 정식 수사와 재판을 거쳐 나온 결론은 아니기 때문에 논쟁과 충돌은 계속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권위 직권조사'라는 무게감에 비춰보면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은 결국 '사실'로 기우는 모양새다.
한편 인권위는 서울시 비서실의 성추행 방조·묵인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wakeup@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25일 오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인권위 '박원순 성희롱' 판단 근거는? …휴대폰 메시지·권력 관계



국가인권위원회가 어제(25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주된 근거는 피해자 휴대전화에서 나온 증거와 이를 본 참고인들의 진술, 두 사람의 불평등한 직장 내 권력관계다.

경찰·검찰의 잇단 판단 유보로 피해 사실 없이 피해자만 존재하는 사건이 될 뻔했으나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의 비교적 명확한 조사결과가 조사 착수 5개월여 만에 나온 셈이다.

◇ 인권위 "불평등한 권력관계…박원순, 성적 굴욕감 느끼게 해"

인권위는 이날 박 전 시장 성희롱 사건 등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성희롱 인정 여부는 성적 언동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의 업무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라며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비서는 서울시장의 지근거리에서 속옷 관리나 대리 처방, 명절 장보기까지 사적인 업무까지 수행했으나 엄연히 직장 내 불평등한 권력관계 속에 있었으며, 박 전 시장의 말과 행위는 고용상 위법한 성차별이라는 설명이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은 9년 동안 재임하면서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된 유력한 정치인이었고 피해자는 하위직급 공무원"이라면서 "두 사람이 권력관계 혹은 지위에 따른 위계관계에 있다는 점은 명확하고 이런 조직 문화 속에서 성희롱은 언제든 발생할 개연성이 있으며 본 사건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부적절한 메시지·사진·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손을 만지는 등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했다는 피해자 A씨의 주장을 인정했다.
한편 인권위는 피해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참고인의 진술이나 증거가 없는 일부 사례는 A씨 주장의 일관성·구체성에도 불구하고 성희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피조사자가 사망으로 인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일반적인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관계를 더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인권위는 서울시청에 만연한 낮은 성인지 감수성이 문제를 키웠다는 진단도 내놨다.

서울시는 A씨가 지난해 4월 또 다른 성폭력 사건을 당한 뒤에도 가해자(현재 구속)를 A씨와 업무 관련성이 있는 부서로 옮기고 아무런 피해자 보호 조처를 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의 범죄사실 축소·왜곡도 방치했다.
동료나 상급자들은 A씨의 고충을 들었으나 전보 대신 잔류를 권유한 것으로 인권위는 파악했다.
다만 이들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성희롱까지 인지했는지는 판단을 보류했다.







↑ 국가인권위원회 / 사진=연합뉴스


◇경찰·검찰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법원서는 "틀림없는 사실" 인정

피해자 A씨가 서울시장 비서실 등에서 4년여 겪은 성폭력 사건을 가장 먼저 접한 기관은 경찰이다.
A씨 측은 지난해 7월 8일 박 전 시장을 강제추행·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성추행)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고소 당일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이뤄진 조사에서는 A씨 휴대전화의 텔레그램 포렌식 결과물과 박 전 시장이 비밀대화에 A씨를 초대한 증거 등이 제출됐다.
박 전 시장은 피해자 A씨가 조사를 마친 9일 실종됐고 10일 0시쯤 북한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5개월여에 걸쳐 수사를 진행했으나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여부는 밝히지 않은 채 '공소권 없음'으로 지난달 29일 수사를 마쳤다.
경찰은 '침묵'의 이유로 박 전 시장 사망으로 피의자 조사가 불가능했다는 점과 업무용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분석이 법원 결정에 의해 사망 경위 수사에만 한정됐다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사실관계 확인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에 이어 피소 사실 유출 의혹 수사 결과를 공개한 검찰도 성추행 여부는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검찰은 박 전 시장이 피소 당일 밤 임순영 전 젠더특보 등을 만나 'A씨와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은 있으나 "문자메시지의 존재 여부 및 내용은 본건 수사 대상과 무관해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반면 법원은 비교적 명확히 성추행이 존재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이달 14일 A씨가 당한 또 다른 성폭력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가 박원순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병원 상담 내용을 근거로 박 전 시장이 외설적인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나 속옷 사진을 보냈고, 이런 행동은 A씨가 다른 부서로 옮긴 이후로도 지속해서 이어졌음을 명확히 했다.
일각에서는 법원의 이런 판단이 성희롱·성추행 여부를 인정한 인권위의 부담을 다소 덜어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디지털뉴스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인권위 '박원순 성희롱' 인정 배경은…'강제권 없어' 한계도


인권위 "박원순의 성적 언동은 성희롱 해당" 인정

피해자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와 참고인 진술 근거
성추행 방조·피소 유출 확인 못해…강제권 없는 한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약 180일간의 직권조사 끝에 '박원순 성추행·성희롱' 의혹을 사실로 인정했다. 경찰·검찰이 박 전 시장의 사망을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리하면서 '피해자의 일방적 주장'으로 묻힐 뻔했던 사건이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의 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사실로 인정된 셈이다.


다만 피해자가 주장한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나 '피소사실 유출' 등에 대해 명확한 사실관계를 밝혀내지 못한 것은 인권위 조사의 한계로 꼽힌다.
◇인권위, '박원순 성희롱·성추행' 인정 배경은?

인권위는 25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업무와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며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 등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주된 근거는 피해자 휴대전화에서 나온 증거와 피해 당시 피해자로부터 이 사실을 들었거나 메시지를 직접 봤다는 참고인들의 진술 등이다.

인권위는 "서울시청 시장실 및 비서실 현장조사를 비롯해 피해자 면담조사(2회), 서울시 전·현직 직원 및 지인에 대한 참고인 조사(총 51명), 서울시·경찰·검찰·청와대·여가부가 제출한 자료 분석, 피해자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감정 등을 통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적 언동의 사실 여부와 관련해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자료 및 박 시장의 행위가 발생했을 당시 이를 피해자로부터 들었다거나 메시지를 직접 봤다는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에 근거했다"며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인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성을 감안해 사실 여부는 좀 더 엄격하게 판단했다"며 "피해자의 주장 외에 행위 발생 당시 이를 들었다는 참고인의 진술이 부재하거나 휴대전화 메시지 등 입증 자료가 없는 경우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피해자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자료와 피해자의 진술, 그리고 이를 직접 보거나 들었다는 참고인의 진술을 토대로 피해자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인정된 박 전 시장의 행위는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 보냄', '집무실에서 네일아트 한 손톱과 손을 만진 것'이다.

더불어 박 전 시장과 피해자의 '불평등한 직장 내 권력' 또한 성희롱 인정의 근거가 됐다. 피해자는 위계관계에 의한 불평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시장의 샤워 전·후 속옷 관리, 약 대리처방, 혈압 재기, 명절 장보기 등 사적영역에 대한 노무까지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성희롱은 권력 관계에서 발생한다. 통상적으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남성이 여성에게, 직장 내 높은 지위에 있는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나이가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에게, 정규직이 비정규직에게 성희롱을 행사하는 양상으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시장은 9년 동안 서울특별시장으로 재임하면서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유력한 정치인이었던 반면 피해자는 하위직급 공무원"이라며 "두 사람이 권력관계 혹은 지위에 따른 위계관계라는 것은 명확하다.
이러한 위계와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조직 문화 속에서 성희롱은 언제든 발생할 개연성이 있으며, 본 사건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희롱의 인정 여부는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의 업무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이 사건의 경우 인정사실만으로도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들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전원
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성추행 방조', '피소사실 유출'은 진상규명 못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함께 제기된 핵심 의혹 중 하나는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 여부다.
앞서 피해자 측은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성고충으로 인한 전보 요청을 20명 가까이 되는 전·현직 비서관에게 말했다.
그러나 시장을 정점으로 한 업무 체계는 침묵하게 하는 위력적 구조였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당 의혹을 조사한 인권위는 "전보와 관련해 피해자가 비서실 근무 초기부터 비서실 업무가 힘들다며 전보 요청을 한 사실 및 상급자들이 잔류를 권유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동료 및 상급자들이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박 시장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인지했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참고인들이 박시장의 성희롱을 묵인·방조했다고 볼만한 객관적 증거는 확인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지자체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 구조 등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다"며 "두 사람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피소사실 유출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청·검찰청·청와대 등 관계기관은 수사 중이거나 보안 등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박 시장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는 입수하지 못했다"며 "유력한 참고인들 또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하지 않는 등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피소사실이 박 시장에게 전달된 경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권위가 직권조사에 착수한 당시부터 나왔던 '한계'로 꼽혔다. 인권위는 수사기관과 달리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통상 당사자의 자발적 진술이나 임의제출된 자료에 의존해 조사를 진행한다.

이 같은 한계가 드러난 대표적 사례로 2년 전 서지현 검사의 '미투'로 촉발한 검찰 내 성희롱·성추행 사건에 대한 인권위의 직권조사를 꼽을 수 있다. 당시 검찰 전반의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직권조사 하겠다고 나섰지만, 피해자들이 조사를 원하지 않거나 피해를 부인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진상 규명을 하지 못한 바 있다.

인권위는 강제수사권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사건을 조사하며 과태료 처분이 된 사례는 1건도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모두 피조사자가 아니라 참고인 신분이기 때문에 과태료 처분 등 해당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 사건에서 피조사자는 사망한 박 전 시장 한 명 뿐이었다.







1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박종민 기자

 

 

 

◇'성추행' 아닌 '성희롱' 표현, 이유는?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성적 언동' 뿐만 아니라 '신체 접촉'까지도 가해 사실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직권조사 개시부터 현재까지 '성추행'이 아닌 '성희롱'으로 표현해왔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집무실에서 네일아트 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면서도 "이와 같은 박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인권위는 '성희롱'에 위력에 의한 성추행·성폭력·강제추행·성적 괴롭힘 등이 모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인권위법에 따르면 '성희롱'은 '업무·고용·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한편 인권위는 이번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등을 권고했다. 서울시에는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방안 및 2차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과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구제 제도를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에서 파악한 바로는 피해자는 서울시장 비서실에 근무하는 4년 동안 성희롱 예방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았고, 시장실 직원 성희롱 예방교육 이수율도 30%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였다"며 "피해자와 참고인들은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절차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전 직원이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절차에 대해 숙지하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며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의 모든 단계에서 피해자 보호 원칙이 견지되고 2차 피해가 중요한 이슈로 다뤄질 수 있도록 특화하여 동료, 관리자, 가해자 및 피해자 등 당사자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사건처리절차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로부터 권고를 받은 기관은 그날부터 90일 안에 권고 사항의 이행계획을 인권위에 통지해야 한다. 만약 불수용할 경우 그 이유를 알려야 한다. 그러나 인권위 권고를 받은 기관이 이에 따르지 않더라도 인권위가 '권고 불수용 이유'를 공표만 할 수 있을 뿐, 제재나 불이익은 받지 않는다.

한편 피해자인 박 전 시장 비서 A씨 측은 인권위 조사 결과와 관련 "이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질 시간이 됐다"며 "인권위가 보통의 성희롱 사건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한 결과로도 박 시장의 A씨에 대한 인권침해를 사실로 인정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희롱 사실이 인정된 만큼 고소 사실과 피해자의 지원요청 사실 누설과 관련된 이들은 직을 내려놓고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선 "가해자가 속해있던 정당으로서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하고 사안을 축소, 은폐하려 했던 모든 행위자를 엄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ms@cbs.co.kr

 

 

 

 

 

지난해 7월15일 서울의 한 대학 도서관 앞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원칙 깨버린 박원순 사건, 신뢰 복원의 길은 다시 원칙

심기 노동·지침 무력화…‘박원순 사건’이 남긴 과제들
가해자 지위 따라 달라진 성폭력 대응 원칙
피해자보호·진상규명 원칙 따를 거란 믿음 복원해야


r“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업무와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 및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를 결정했다.
25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해 7월 말부터 진행한 직권조사의 결과다. 
피해자가 국가기관으로부터 ‘성희롱이 있었다’는 판단을 받기까지, 한국 사회는 무수한 갈등과 혼란을 비용으로 치러야 했다.

여성 비서에게 떠넘겨진 ‘심기 노동’은 결국 지자체장의 성희롱으로 되돌아왔다.
마련된 대응 지침은 작동하지 않았고, 피해자는 ‘피해자’로 규정조차 되지 못한 채 ‘2차 피해’ 속에 내몰렸다. ‘박 전 시장 사건’과 같은 권력형 성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한국 사회에 남은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야 하는 이유다.
여성 비서에게 떠넘긴 ‘심기 노동’…성희롱에 취약한 구조 드러나
피해자의 직무 배치와 업무는 남성 상급자의 ‘심기 노동’을 여성 하급자에게 떠맡기는 성차별적인 조직문화를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서울시 내부에서는 시장실 비서실 선발이 암묵적으로 성차별적 인식에 기대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이런 직무 배치가 “비서 직무는 젊은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고정관념…
타인을 보살피는 돌봄노동·감정노동은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인식과 관행이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통상 시장실 여비서는 단정한 외모에 미혼의 경력이 짧은 꽃같은 아가씨 공무원들이 담당했다.…
누가 봐도 젊은 여성들이 분위기를 띄워간 사무실의 꽃역할을 담당하기를 기대하는 구조임을 부인할 수 없다.
업무처리 중심으로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이 인력배치가 고 박원순 시장 재임 기간 내내 계속되었다.
물론 그 이전부터 시작되어서 말이다.”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서 대독된 서울시 공무원 발언)
서울시는 이렇게 선발된 시장실 비서에게 시장에 대한 ‘심기 보좌’, ‘감정수발’을 요구했다.
서울시장실에서 1년 정도 근무한 전직 서울시 직원은 <한겨레>에 “시장이 피로해 할 때는 그를 달래고 응원하는 역할이 이들(여성 비서)의 몫이었다”,
“시장에게 얼마나 살갑게 대할 수 있는지가 암묵적으로 ‘비서’란 직무에 대한 역량 평가 기준으로 작용했다”고 증언했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
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사의 ‘심기’를 업무대상으로 삼는 노동은 결국 직무의 경계를 넘는 사적 노무, 나아가 성희롱으로 이어졌다.
피해자는 시장이 마라톤을 뛰거나 취침을 한 뒤 벗어놓은 속옷을 치우고, 시장이 쓰고 난 휴지와 치간 칫솔·치실 등을 직접 치우는 일을 했다.

박 전 시장은 피해자가 비서실에서 근무한 지 1년이 지난 뒤부터는 “야한 문자, 속옷 차림의 사진, ‘냄새 맡고 싶다’ ‘사진을 보내달라’ 등의 문자”(서울중앙지법 판결)를 보내기 시작했다. 피해자는 지속해서 인사이동을 희망했지만 4년간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상사의 심기가 제일 중요한 업무대상이 되다 보면, 상사가 부당한 행동을 했을 때 자기 선에서 이를 피하거나 제지하는 것이 업무상 금지된 행동이 되어버린다”고 지적한다.
여성 하급자가 상사의 심기 관리를 맡는 조직문화는 필연적으로 여성 하급자를 성희롱에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서울시에 “성 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을 주문했다. 서울시 성희롱성차별 근절 특별대책위는 지난달 10일 발표한 대책에서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들도 일반 직원과 마찬가지로 희망전보 절차를 통해 선발하고, 공적 업무를 벗어나는 사적 노무 지시는 원칙적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앞에 무력한 성폭력 대응 지침
박 전 시장 사건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성폭력 피해자가 대응 지침에 따라 누려야 할 최소한의 보호조치가 사건 초기부터 무너졌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시와 정부 여당 등이 피해자를 ‘피해자’로 규정하지 않고,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진상규명이 불필요해졌다는 식의 태도를 취한 건 광범위한 ‘2차 가해’를 용인하는 효과를 낳았다.‘피해자 규정’은 수사나 조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하기 전까지 고소인이나 신고인을 방어하는 최소한의 방어막 역할을 한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전문성을 가진 기관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신고인을 ‘피해자’로 보고 보호해야 한다는 ‘룰’이 지켜져야만 권력관계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피해자가 가까스로 보호된다.
하지만 여당과 서울시 등이 ‘피해자’라는 위치 자체를 부정하면서 2차 가해가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박 시장 사망 6일 뒤인 지난해 7월15일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할 계획을 밝히면서 피해자를 ‘피해호소직원’이라고 지칭했다. 서울시는 2020년 4월 비서실 성폭력 사건까지는 ‘피해자’, ‘가해자’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미투’ 폭로에서는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라고 지칭했던 더불어민주당도 박 전 시장 사건의 피해자는 ‘피해호소인’ 또는 ‘피해호소 여성’이라고 불렀다.

2차 가해를 막기 위한 관련자 징계 등 피해자 보호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여성가족부는 7월28~29일 이틀간 서울시 현장점검을 가진 뒤 “최근 사건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 보호지원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여론이 들끓던 초기 한 달 사이, 박 전 시장과 가까운 정치인들과 전·현직 서울시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2차 가해’는 별다른 보호막 없이 피해자에게 쏟아졌다.‘대응 지침’에 규정된 것도 박 전 시장 사건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2018)은 성희롱·성폭력의 주체를 ‘행위자’로, 객체를 ‘피해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매뉴얼엔 기관장이 “피해자보호 및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관리자는 “공식적인 결과가 나오기 이전이라 하더라도 피해자보호를 위한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박 전 시장 사건은 지자체장이 가해자일 경우 상급기관이 없고, 피해 사실을 신고할 통로가 마땅치 않다는 문제도 드러냈다.

인권위는 “지자체장이 가진 사회적 지위와 자원, 권력과 피해자와의 불균형 정도가 심하여 내부 성희롱 고충처리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비밀 유지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전문성을 갖춘 외부 단위에서 사건조사를 전담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가해자 업적·세력에도 원칙 따른다는 믿음 복원해야
“‘박 시장이 그럴 분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통상적인 성폭력 사건 대응의 규칙을 완전히 깨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박 전 시장 사건을 두고 여성계에서 나오는 탄식이다. 성폭력 사건 대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박 전 시장 사건이 부른 심각한 피해 중 하나는 가해자의 정치적 지위가 높으면 권력형 성범죄 피해에 대한 구제 절차가 왜곡될 수 있다는 사회적 불신을 낳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한국 사회에 주어진 과제는 가해자의 ‘사회적 업적’이나 ‘정치적 세력’과 별개로 성폭행 사건 대응은 법과 제도에 규정된 ‘피해자보호’와 ‘진상규명’이라는 원칙 아래에 절차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믿음을 복원하는 일이다.
‘그럴 분이 아닌 분’은 없기 때문이다.인권위는 이렇게 결론 내린다.

“박 시장은 9년 동안 서울특별시장으로 재임하면서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유력한 정치인이었던 반면 피해자는 하위직급 공무원으로, 이러한 위계와 성 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조직문화 속에서 성희롱은 언제든 발생할 개연성이 있었다.
본 사건도 예외가 아니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박원순 피해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져야 할 시간"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언행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피해자 측이 “이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져야 할 시간”이라고 밝혔ek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 변호인단, 피해자 지원단체는 어제(25일) 인권위의 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먼저 피해자는 “4년 동안 많이 힘들었다.
지난 6개월은 더 힘들었다.”라며 “인권위 발표에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담겨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인정, 진실규명이 중요했지만, 제 피해 사실이 세세하게 적시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기관에서 책임 있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시간들”이었다며, 이 시간이 우리 사회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인권침해 사실이 인정됐다며, 인권위가 박 시장이 숨져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성을 고려해 사실 여부는 좀 더 엄격하게 판단했다고 한 부분을 강조했다.
“보통의 성희롱 사건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한 결과로도 ‘인정된 사실’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져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박 전 시장의 업무 휴대전화가 단 한 번도 수사와 조사 과정에서 증거조사 대상이 되지 못했다며, 남은 검찰 수사 과정이나 어떤 단계에서라도 포렌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업무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는 자는 범죄 증거를 증거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고소사실, 피해자의 지원 요청 사실을 누설한 과정에 있던 사람들은 직을 내려놓고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특히 이번 조사에서 지난해 4월, 피해자가 동료 직원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을 때 당시 서울시 파견 경찰이 가해자 요청으로 피해자 지인에게 합의와 중재를 요청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며 “이에 대해 책임자 징계 등 서울시의 엄중한 조치가 따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2차 피해가 중단돼야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2차 피해를 멈출 것을 촉구했다.
또 인권위의 제도개선 권고는 “구체적이기보다는 화두를 던지는 편에 가깝다.”라며 권고된 화두가 실효성 있게 이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민정희 기자 (jj@kbs.co.kr)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1.20./사진제공=뉴시스

 

'진보'의 성추문'…박원순 '데자뷰'에 보궐선거도 '흔들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가 성추행 사건으로 전격 사퇴하면서 정치권이 충격에 빠졌다.
개인과 정의당을 넘어 진보진영의 또 다른 흑역사로 기록되면서, 여당 소속 단체장의 성추문에서 비롯된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5일 김 전 대표는 당 소속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진보정치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으며 성폭력 범죄 근절을 외쳐온 그가 오히려 가해자였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정의당의 추문, 민주당이 '긴장'…박원순·오거돈 재소환김 대표의 소속 정당은 아니지만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번 사건이 보궐선거 국면의 '악재'로 작용할지 우려하는 표정이다.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이 된 민주당 소속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 '흑역사'를 다시 한번 여론의 한가운데로 소환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각종 성추문은 과거에는 보수진영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사례가 많았지만, 현 정부 출범 후에는 오히려 여당을 비롯한 범진보진영 인사들의 초대형 성비위 사건이 이어졌다.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018년 비서 성폭행 사건으로 정치생명을 잃었고, 작년 7월에는 또 다른 민주당 잠룡인 박 전 시장 역시 비서로부터 성비위로 고소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불과 3개월 전 오 전 시장이 여성 공무원 성추행으로 사퇴한 충격이 남은 시점이었다.

더욱이 여당의 성추문 사건이 드러날 때마다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정의당에서 당 대표의 소속 의원 성추행 사건이 드러나며, 여론의 불신은 더 극심해질 전망이다.
기존에는 '보수 못지 않게 진보의 성 인식도 문제'라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남성 중심적 과거 운동권 문화가 성폭력에 더 관대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 시민분향소. 2020.07.13. /사진제공=뉴시스

 

 

 

보수야권 총공세…"민주당보다 정의당이 백배 건강"보수야권 4·7 보궐선거 후보들도 일제히 공세에 나섰다. 김 대표와 정의당 비판에 더해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비위를 재차 상기하고, 민주당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 부적절한 대처까지 한꺼번에 비판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 도전하는 나경원 전 의원은 "전임 서울시장 성추행에 이어 이번에는 정의당 대표라니, 참담하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대하는 정의당의 태도와 대응 과정만큼은 매우 적절했다",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낙인 찍어 집단적 2차가해를 저지른 민주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경쟁자인 오신환 전 의원도 "정의당이 겪게 될 혼란과 후폭풍이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원칙을 택했다"면서 "무공천 약속을 뒤집으며 당 전체가 2차, 3차, 4차 가해를 가한 민주당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정의당이 민주당보다 백배, 천배 건강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금태섭 전 의원은 과거 몸담았던 민주당을 겨냥해 "기존 정당의 여성계 출신 정치인들도 자기 편의 잘못에 대해서는 침묵하곤 했다. 그런 모습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초래한 하나의 원인"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이런 나쁜 습관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을 조사해 온
국가인권위원회의 제2차 전원위원회가 열리는 25일 오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
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1.1.25 jieunlee@yna.co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성차별 성폭력 철폐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0.10.15ⓒ김철수 기자.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