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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바이든, 향후 2년간은 한국경제 배려하기 힘들다

 

 

 

 

 

26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미국제조업과 미국노동자와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있다. /UPI 연합뉴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김기훈 기자




바이든, 향후 2년간은 한국경제 배려하기 힘들다

[김기훈의 경제TalkTalk-바이든의 5대 경제정책]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 인터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 이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는 대통령 행정명령에 잇따라 서명하면서 새로운 정책을 쏟아내는 중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WHO(세계보건기구) 탈퇴 중단, 1조9000억달러(약 2093조원)의 경기부양책 추진 등 선거공약은 현실로 바뀌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의 정책 변화는 전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안보-경제 동맹국인 한국이 받는 영향은 다른 나라보다 더 크다.
특히 미국은 중국에 이어 한국의 2위 수출시장이다. 한국 기업들은 새로운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적응하고 있을까?
전국경제인연합회 김봉만(49) 국제협력실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최악의 코로나 사태 속에서 2년뒤 중간 선거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향후 2년간은 미국 기업 우선의 경제정책을 쓸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미국이 재정 지출을 늘리고 친환경 투자를 확대하더라도 한국 기업이 이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에 직접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내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 실장은 2002년에 전경련에 입사해 지역협력팀장, 전경련 산하 국제경영원 사무국장 등을 거치며 20년째 근무중이다.
산업 정책, 산업 경쟁력 강화에 관한 문제를 많이 다루었고, 영국 맨체스터 대학에 유학하면서 외국기업들의 한국 투자에 관해 연구했다.

지난 2006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때에는 외교통상부에 파견나가 산업계 의견을 반영하는 역할을 했다.
인터뷰는 지난 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47층 김 실장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바이든의 5대 경제정책 방향
지금 어떤 일을 맡고 있나?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고 해외 비즈니스를 하는데 필요한 우호적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한다.
또 해외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기 위해 들어올 때 한국 경제계를 소개하고 외국인들의 한국 투자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조사연구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했다.
그의 핵심적인 경제정책 방향을 5가지 꼽는다면?
“첫째, 확장적 재정정책을 쓸 것이다.
둘째, 다자주의무역을 하고 국제규범을 옹호할 것이다.
셋째, 바이든식 보호무역주의를 쓸 것이다.

넷째, 경제정책에서 환경-노동-인권이 강조된다.
다섯째, 대중(對中) 정책은 강경한 기조를 이어갈 것이다.”
5가지 정책 방향에 대해 하나씩 물어보기로 했다. 아울러 각 정책방향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한국 기업들의 대응도 함께 질문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로 미국 경제가 최악인 상황에서 취임했다. 지난 25일 뉴욕
맨해튼에서 한 여성이 새 주인을 찾고 있는 가게 앞을 지나가고 있다./AFP 연합뉴스

 


바이든의 5대 경제정책 방향
① 확장적 재정정책
확장적 재정정책이란?
“미국 민주당은 저소득층 지지자들이 많아 집권하면 돈을 많이 뿌리는 성향이 있다. 이번에도 코로나 사태를 맞아 3차 경기 부양책으로 1조9000억달러를 뿌리겠다고 했다.

거기에 맞서 공화당과 경제학자들이 ‘정부가 너무 빚을 내서 돈을 뿌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지만, 재닛 옐런 신임 재무장관은 ‘앞으로 더 큰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서는 그 돈이 필요하다. 비용보다 효과가 더 클 정책이다’라며 단호한 입장이다. 공화당이 생각하던 것 보다 배 이상의 경기부양자금인데, 의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본다.”







미국 대선은 지난 1988년 이후 모두 8차례 치러졌는데, 8차례 중 6차례가 대선 다음해 경제가 전년보다 위축됐다. 대선 기간 동안 확장적 경제정책을 사용한 탓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더욱 심해지는 것 아닌가?
“미국은 세계 최대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는 나라다.
기축통화 국가가 아닌 한국과 상황이 다르지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바이든 정부가 이 돈을 쓰게 되면 미국 경제에 어떤 효과가 나타나나?
“내수 경기가 부양이 되고 일자리도 상당히 많이 늘어날 것이다. 개개인에게 1인당 2000달러(220만원)를 지급한다고 하니, 그 돈이 소비로 이어지고 개인파산하는 사람도 줄어들 것이다.

또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선다. 뉴욕의 JFK 공항과 고속도로를 개보수하거나 도로를 새로 뚫는다.
그 과정에서 고용이 증가하고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본다.”
한국 경제에 반드시 호재는 아니다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경제에 도움이 된다. 특히 미국은 우리의 2번째 큰 수출 시장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에 일단 긍정적인 요인이다.
다만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 달러를 많이 찍어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 가치를 유지하려면 달러를 풀면서 어느 정도는 달러를 회수해야 한다. 그래서 법인세를 올리고 부자 증세를 한다고 한다.

그러면 미국 기업에 부담이 된다.
또 정부 재정지출을 확대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 대출 금리가 올라가면서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경제가 다시 안좋아질 위험이 있다.”





한국의 대미 수출은 지난 1988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4.2% 성장했다. 그러나 미국 대선 다음해에는 전년보다 평균 4.2% 감소했다.
위의 두가지 효과를 종합할 경우 올해 미국 경제는 어떻게 될 것 같나?
“작년에 미국 GDP(국내총생산)가 마이너스 3.7%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에는 3.2% 플러스 성장을 할 전망이다.
백신이 보급되면서 코로나만 잡히면 향후 2~3년은 경기가 괜찮을 듯하다.”
한국 수출 기업들에게 좋은 소식으로 들린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 특히 우리의 제 2대 수출국의 경제가 살아나면 우리 경제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말아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 확진자 2400만명, 사망자 30만명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취임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므로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의 이익을 가장 우선하는 위기극복용 경제정책을 쓸 수 밖에 없다. 특히 향후 2년간은 그렇다.”
왜 향후 2년간 美 배려가 없을까?
왜 특히 향후 2년간은 그런가?
“미국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행정부와 의회의 상원-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그러나 미국 주지사와 주의회 선거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모두 11명의 주지사를 새로 뽑았는데 공화당 주지사가 그 전보다 1명이 더 늘어, 현재 전체적으로 볼 때 공화당 주지사가 27명, 민주당 주지사가 23명이다. 주 의회도 공화당이 31개주, 민주당이 18개주를 장악하고 있다.
이게 왜 중요하냐고 하면, 미국은 10년마다 한번씩 인구조사를 해서 각 주에서 선거구를 조정하는데 올해가 바로 인구조사 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인구조사를 하면 하원 선거구 조정에서 공화당이 유리할 수 있다.
2년 뒤 중간선거 때에는 공화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벌써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년 뒤 미국 중간선거도 벌써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국회의사당./EPA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무슨 관련이 있나?
“미국 경제가 최악인 상황에서 2년 뒤에 하원을 공화당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바이든 대통령이 2년간 미국 경제를 살리는데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그래서 한국은 동맹인 미국이 많이 봐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김칫국부터 마시면 안된다. 전임인 트럼프 대통령보다야 낫겠지만 바이든도 현재 미국의 정치-경제 상황을 볼 때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책을 펼 수 밖에 없다. 바이든 경제정책을 너무 핑크빛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
미국 기업 우선주의
미국이 재정지출을 확대해도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인가?
“바이든 정부가 재정을 풀면 한국 기업들이 나가 수주를 해야 하는데 바이든식의 보호무역주의, 트럼프가 시행하던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미국 내 생산 제품 우선 구매)와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미국 기업 생산 제품 우선 구매) 정책 기조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지 않은 품목은 수출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최근에 한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가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LG화학의 서울 여의도 본사./뉴시스



한국 기업들이 한국 내에 투자를 한 뒤 수출해야 고용도 늘어나는데 미국에 투자를 한다면 한국 내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 아닌가?
“그렇다. 하지만 수출 대신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는 것은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에 이어 미국에서 생산되는 것을 먼저 사는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진출은 주로 어떤 형태로 이뤄지고 있나?
“두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는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지어 제품을 생산한 뒤 미국 기업에 납품하는 형태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전기차에 배터리를 납품하기 위해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있다.
둘째는 미국 선진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기업을 인수하는 형태이다.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라는 미국 로봇 회사를 산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바이든의 첫번째 경제 정책 방향인 확장적 재정 정책에 관한 긴 문답이 끝났다.
바이든의 5대 경제정책 방향
② 다자주의무역
번째 정책 방향으로 다자주의무역 옹호를 꼽았다. 무슨 뜻인가?
“바이든은 7대 국정 과제를 내세웠는데, 그 중 하나가 미국의 글로벌 지위의 회복이다.
전세계에서 맏형 노릇을 하던 미국의 지위를 다시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취임하자마자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다시 가입하고 WHO(세계보건기구) 탈퇴는 보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전임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상대국이 1대 1 로 무역협정을 맺는 형태로 무역 협상을 진행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UN, WTO(세계무역기구), G20(주요 20개국) 같은 다자주의 틀 내에서 국제 규범을 만드는데 적극적이다.”
다자주의무역이 한국 경제에 대해 갖는 의미는?
“세계 각국은 코로나 사태로 힘들다 보니 각국이 보호주의 무역을 했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는 전세계 차원에서 보면 공멸하는 길이었다.
반면 다자주의무역을 하면 서로 윈-윈(win-win)하는 질서를 만들 수 있다.
서로 협력만 하면 국제 무역이 늘어날 수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에게는 매우 좋은 신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이나 WTO(세계무역기구) 같은 국제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다자외교를 펼 전망이다. 사진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위키피디아


다자주의무역이 한국에 더 낫다는 사례를 든다면?
“단적인 예가 있다.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기 직전 해인 2019년에 전세계 교역이 0.1% 줄었다.
그 해 한국 수출이 전년보다 10.4% 감소했다. 당시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가 가장 셀 때였다.
한국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벌이는 영향도 컸지만, 한국은 전세계 무역이 조금만 줄어도 경제가 매우 큰 충격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반전되면 완전히 달라진다. 세계 무역이 조금만 나아져도 한국 수출은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한 민간경제연구소는 바이든이 확장적 재정 정책과 다자주의무역을 시행하면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0.1~0.4%포인트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이든의 5대 경제정책 방향
③ 바이든식 보호무역주의
세번째 정책 방향인 ‘바이든식 보호무역주의’는 어떻게 나타날까?
“‘메이드 인 아메리카', ‘바이 아메리칸’처럼 미국에서 생산되는 물품을 우선 사는 정책을 쓰고 있다.
그리고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본국으로 되돌아오면(리쇼어링) 10%의 세액 공제를 해주고, 반대로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 및 서비스를 미국으로 되가져와 판매할 경우 법인세액의 10%에 해당하는 징벌적 세금을 추가로 매기겠다는 선거 공약을 했다. 이 바람에 전기차 배터리 수출업체 같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 대선 다음해에는 철강과 자동차 산업의 대미 수출이 큰 폭으로 줄고, 반도체-일반기계-통신기기의 수출도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다.
트럼프는 외국 기업들의 미국 수출을 억제하기 위해 무역확장법 232조(미국 이익을 위해 징벌적 관세를 매길 수 있는 법조항)를 수시로 활용했다.
바이든은 동맹을 중시하므로 한국의 철강 제품 등에 적용된 이러한 수입 규제조치를 해제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당장 미국 기업을 살려야 하고 2년 뒤 중간 선거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트럼프가 쓰던 수입 규제를 쉽게 없애기 힘들 것이다. 미국 철강업계는 기존의 철강 수입 규제를 계속 유지해 달라고 이미 청원을 넣고 있다. 미국 경제 회복이 우선인데다, 투표권을 갖고 있는 미국 재계에서 요구하면 아무리 한국이 우방이라고 하더라도 수입 규제를 쉽게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내 일자리 줄어들 가능성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에서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하게 되면 대단히 많은 제품이 들어간다. 그러나 미국산 제품을 우선적으로 쓰기 때문에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에 투자해 공장을 짓던지, 아니면 미국 기업을 M&A(인수-합병)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한국에 투자를 안하게 되고 한국 내 일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다. 리쇼어링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 있는 미국 기업의 대형 공장이 한국에서 나가게 되면 협력업체와 주변 식당 등 지역 경제가 모두 무너진다.”






미국 자동체업체인 GM의 전북 군산 공장./조선일보 DB

 

 

 

 

 

 

 




미국 기업의 한국 직접투자는 2000~2019년 사이 5차례의 대선 가운데 4차례에서 대선 다음해 투자 규모가 전년보다 감소했다.
그러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미국이 그런 정책을 쓰면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투자를 늘리는 수 밖에 없다.
반면에 정부가 정책을 잘 써서 해외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사례를 늘리면 한국 내 일자리는 유지될 수 있다.
2019년에 한국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돈은 620억달러였던 반면, 외국기업이 한국에 투자한 돈은 130억달러로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써야 하나?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한국이 제조업하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답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 뿐이다.”
바이든의 5대 경제정책 방향
④ 환경-노동-인권 강조
네번째 정책 기조에 대해 물어보자. 바이든이 환경-노동-인권을 강조할 것이라고 했는데,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바이든이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는 등 친환경정책을 많이 쓰면 한국 기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바이든은 환경 분야에 향후 10년간 5조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했다.
태양광, 전기차 배터리 같은 것인데,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가 많다.

전기차 배터리는 한국이 세계 1위이다. 미국 정부가 이 산업을 더 육성하면 이 분야의 한국 기업도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이 잘하고 있는 수소차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밀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도 이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선거 기간 동안 공약했다. 사진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알래스카의 포티지 빙하./로이터 연합뉴스


 

한국 기업에 부담이 되는 측면은?
“환경을 중시하게 되면 환경 규제가 많아진다. ‘탄소 국경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제조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품에는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하는 조치이다.
철강과 석유화학 제품이 탄소 배출이 많다. 이 분야 한국 기업들의 미국 수출이 어려워지고 비용도 많이 들 수 있다.”
한국 기업에 주는 부담
환경 분야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노동과 인권 분야를 강조하는 정책이 한국 기업들의 미국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신임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USTR(미국무역대표부) 대표는 예전에 트럼프가 NAFTA(북미 자유무역협정)를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로 대체할 때 협상 담당자였다. 그 때 그가 중시했던 것이 노동 기준이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캐나다나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부품이 미국산으로 인정받으려면 생산 인력의 임금이 시간당 16달러가 되어야 무관세로 해주겠다고 했다.
미국 내의 임금과 멕시코의 임금 차이를 들어 미국 일자리를 지키려는 정책이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명목의 이러한 정책이 앞으로 무역 정책에서 많이 쓰일 것이다.”







작년 12월 11일 신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된 캐서린 타이가 바이든 당선자
앞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대만계 출신으로 중국에 대해 강경책을 쓰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인권과 무역을 연계시키는 사례는 어떤 것이 있나?
“미국이 중국의 신장 위구르에서 나오는 면화와 토마토 수입을 금지시켰는데, 그 이유는 신장 위구르에서 50만명이나 되는 사람을 강제 노역 시켜서 이 제품을 만들었기때문이라고 한다.
노동과 인권을 연관시켜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방패막이로 삼을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우리 기업들도 저임금 국가에 가서 봉제 사업들을 많이 하는데 현지 노동자들의 인권에 신경을 써야 미국 시장에 계속 수출할 수 있다.”
바이든의 5대 경제정책 방향
⑤ 강경한 대중(對中) 정책
마지막 정책 기조로 강력한 대중국 정책을 꼽았다. 전임인 트럼프는 고율 관세 같은 매우 강한 중국 규제책을 썼는데, 이 노선이 이어진다는 뜻인가?
“민주당도 그렇고, 공화당도 그렇고, 중국에 대해 강력하게 나가는 것은 변화가 없을 것이다.
이번에 대중국 강경파인 캐서린 타이를 USTR 대표로 내세운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다만 트럼프와 비교하면 방식은 조금 틀릴 것 같다.
트럼프는 관세 정책을 많이 썼다.

그러나 바이든은 이 관세 정책이 궁극적으로는 미국 경제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에서 수입을 안해도 다른 나라에서 수입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미국 철강업계를 살리기 위해 고율 관세를 매겼더니, 철강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고, 그 결과 비싸진 철강 제품을 쓰는 자동차의 소비자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바이든은 관세 정책 보다는 첨단기술 규제 정책을 많이 쓸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트럼프가 썼던 정책 중에 중국 통신장비제조업체인 화웨이 제품 사용 금지, 미국 반도체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 부품을 화웨이에 수출 못하게 하는 조치 같은 이런 첨단기술 규제를 계속 쓸 것이다.
또 중국의 불법 기업보조금 지원, 미국 지적재산권의 침해도 계속 거론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인 2013년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신화망




환경 분야는 중국과 협력할 수도
럼프 시대에는 미-중간에 갈등과 알력이 많았다. 바이든 시대에는 양국간에 갈등 속에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나?
“미국은 중국에 대해 무조건 강경책만 쓰지는 않을 것이다. 예컨대 환경 부문에 대해서는 협조도 해 나갈 것이다. 중국도 206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바이든도 기후변화 대응을 선언했으므로 양국이 이 부문에서는 협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된다.”
바이든의 중국 견제 전략은 트럼프와 비교하면 어떻게 다를까?
“트럼프는 중국과 1대 1로 대응했다.
하지만 바이든은 우방국들을 중심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요즘 주목받는 동맹외교 정책은 인도-태평양 정책이다. 인도-일본-호주-미국이 주축이다.
여기에 한국도 들어오라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또 이번에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가 영국에서 열리는데 영국이 7개국 외에 호주-한국-인도를 끼워넣었다.
이른바 D10(주요 10개 민주국가)이다. 트럼프가 지난해 요청했으나 G7 국가들이 반대했다.
그러나 이제 D10에 한국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 바이든도 이런 형태의 우방국 동맹을 통해 중국을 견제할 것 같다.”
선택의 기로에 선 한국
런 동맹 외교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이 줄을 서야 한다.
안보를 위해 미국이냐, 경제 교류의 비중이 높은 중국이냐?
이런 선택을 해야 할 때에는 기업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높아진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중 강경책을 유지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처지가 됐다.
사진은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복지부-식약처-질병청 업무보고에서 발언하는 모습./연합뉴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정답은 없다. 다만 일본이 상당히 잘하고 있다고 본다. 일본-호주-인도-미국 4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국가로 비공식 안보회의체를 구성했다. 미국이 주도했다. 4개국이 같이 군사훈련도 한다.
일본은 이런 4개국 형태나 G7을 통해서는 미국 편을 든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국가들의 모임인 ‘클린 네트워크’를 만들자고 요청하자 일본이 거절했다.

우방끼리 협력은 좋지만, 한 국가(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연대에는 참석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중국의 보복이 두려운 것이다. 우리도 미국을 설득하면서 이렇게 융통성을 발휘하는 외교 정책을 써야 하지 않을까?
바이든도 우방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최대한 미국 편을 들더라도 이로 인해 우리 기업이나 정부에 피해가 안 올 수 있도록 미국과 협상을 해야 한다.”
융통성 있는 외교정책
융통성 있는 외교정책이란 어떤 것인가?
“트럼프는 미국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를 중국 화웨이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면서도 퀄컴 등 미국 기업에 예외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

자국 기업이 수출을 못해 죽으면 안되기 때문에 수출선을 열어준 것이다.
정책은 칼로 무 자르는 것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융통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융통성을 최대한 많이 끌어낼 수 있는 외교를 해야 한다.”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수출을
규제하는 와중에도 수출 허가를 받아냈다. 사진은 2019년 6월 2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 걸린 궐컴 로고./로이터 연합뉴스



김 실장은 최근 중국과 EU(유럽연합)가 체결한 투자협정을 융통성 있는 외교 정책의 다른 사례로 들었다.
“작년 12월에 중국과 EU가 투자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이 말렸지만 EU는 협약을 체결했다.
EU 속내 중의 하나는 2019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무역협상을 하면서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EU 기업보다 좋은 지위를 얻어냈다는 것이었다.

이 거대한 중국시장에서 미국 기업이 EU 기업보다 유리하게 활동할 수 있는 위치를 갖게 되자, EU가 미국 기업과 같은 대우를 받기 위해 미국의 견제를 뿌리치고 투자협정을 체결했다.
EU가 지향하는 가치인 인권과 환경 측면에서 보면 중국은 투자협정의 상대가 될 수 없지만 중국과 투자협정을 체결했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 점을 우리가 잘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우리의 혈맹이고 중국은 우리의 경제파트너이므로, 미국과 동맹 관계는 유지하면서도 한국 국민들의 경제적 이익을 찾아야 한다.”






미국의 훼방을 뿌리치고 유럽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중국과 투자협약을 체결한 EU(유럽연합)의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유럽연합


중국에서 이탈하는 외국기업들
미-중간의 갈등으로 중국에서 많은 기업들이 이탈한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에컨대 전자-전기 분야에서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를 제재하게 되면 중국의 경쟁력이 떨어질 뿐아니라 중국에 납품하기 위해 그쪽에 있던 해외투자자들이 중국에서 이탈하게 된다.
지금 중국에 있던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빠지고 있다.
한국 정부도 중국에서 이탈하는 첨단 공장이 한국으로 올 수 있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
어떻게 조치를 해야 하나?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에는 경제조정부 장관이 중심이 되어 옴니버스 법을 만들었다.
해외기업의 국내 투자유치와 관련해 상당히 많은 법규정들을 한 곳에 모은 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앤 법이다.
중국에서 이탈하는 외국기업들을 유치하려는 노력의 하나이다. 한국도 이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중국은 아시아 지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일대일로(신실크로드) 정책을 하면서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렇게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계속 커지자 트럼프는 아시아 우방국과 함께 펀드를 만들어 아시아 지역에 계속 투자하자고 주장해왔다.
이 펀드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필리핀 등 친미도 친중도 아닌 4개국에 집중 투자해 미국의 영향력을 넓히려 한다.

한국 정부는 이런 정부간 펀드 조성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아시아 국가의 인프라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도 미-중 갈등에 대응하는 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에서 이탈하는 외국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와 관련된 모든
관련법규를 한데 모아 '원스톱 서비스'의 편의를 제공하는 옴니버스법을 도입했다. 사진은 수도
자카르타의 한 쇼핑센터./위키피디아


정부가 융통성 있는 외교 정책을 찾을 때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나?
“미국 정부가 중국 화웨이를 견제하면서 5G(세대)통신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상당히 반사 이익을 봤다.
중국의 기술 추격이 지연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을 제재하는 움직임을 보일 때 우리 기업들도 이 기회를 활용해 기술 격차를 벌려야 한다.”
바이든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들
바이든의 5대 정책 방향에 대한 긴 대화가 끝났다. 경제정책은 내용 뿐 아니라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도 중요하다.
어떤 사람들이 이 정책을 집행할까?
바이든 경제정책을 집행할 인물들 가운데 한국 기업인들이 주목해야 하는 사람을 꼽으면?
“재무장관인 재닛 옐런(Janet Yellen), USTR 대표인 캐서린 타이, 상무장관인 지나 레이몬도(Gina Raimondo)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작년 12월 1일 재무장관으로 지명됐을 때 소감을
밝히고 있다./AFP 연합뉴스

 

 

각각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옐런 재무장관은 확장적 재정정책을 시행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도 강경책을 쓰고 있는데, 중국에 대해 환율 조작으로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대만 이민자 2세로 중국에 대해 상당히 잘 안다.
그는 지금까지 USTR에서 일하면서 중국에 대해 상당히 강경한 태도를 보여 왔다.
트럼프가 주도한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 체결 당시 한층 강화된 노동-환경 기준을 넣었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USTR 대표로 일하는 동안 환경-노동을 중시하는 역할에 앞장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타이 대표는 또 WTO(세계무역기구)에 파견되어 근무한 적이 있다. 그래서 트럼프처럼 WTO에서 탈퇴하려고 하기보다는 WTO를 개혁하고 활용해 미국의 입장을 관철하는데 앞장 설 것이다.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은 로드 아일랜드 주지사 출신이다.
미국의 통상산업정책을 총괄하므로 우리나라 경제계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상당히 친기업적인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기업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데 앞장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장관 지명자가 지난 8일 지명 후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네트워크 찾고 있는 한국 정부
한국 정부의 바이든 행정부 네트워크는 튼튼한가?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까지는 커넥션(접촉선)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듣고 있다.”
이든 행정부 네트워크를 강화할 때 기업인들이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나?
“그렇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많이 짓고 있으므로 미국 주정부와 중앙정부에 네트워크가 쌓여 있다.
정부가 이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인상 깊었던 노무현 대통령
과거에 기업인들이 기여한 사례를 들면?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취임 후 미국에 갈 때 경제인 사절단을 꾸리는 것을 담당한 적이 있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당시에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 출신의 조지 W 부시였다.

참여정부는 미국 네트워크가 없었다.
그 때 삼성전자-LG-SK-현대차-한화-풍산 같은 대기업들이 미국 내 네트워크를 이용해 미국 정부와 연결을 많이 시켜줘 첫 방미가 성공했다.”





노무현 대통령(왼쪽)이 2003년 5월 14일 오후 백악관에서 열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조선일보 DB


문재인 정부는 친중파들이 장악하고 있어서 미국 혹은 바이든 정부와 주파수가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과 잘 지내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잘 지내야 한다. 한국이 목소리를 키우려면 동맹국이 많아야 한다. 가장 큰 동맹국이 미국 아닌가?”
문 대통령은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작년 코로나 사태 와중에 이러한 노력이 효과를 발휘했나?
“작년 수출이 전반적으로 전년보다 줄었지만, 중국이 차지하는 상대적인 비중은 늘었다.
중국은 코로나 사태 때 한국 기업인들이 빨리 입국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패스트 트랙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
―20년 동안 전경련에서 일을 했는데 가장 인상 깊은 대통령을 꼽으라면?
“가장 친기업적인 정책을 쓴 사람은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다. 하지만 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점수를 많이 주고 싶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덕택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기 후반에 한-미 FTA를 들고 나왔다.
협상도 잘했다.
미국은 한국이 이익을 최대한 많이 가져간 협상이라고 평가한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정을 요구하지 않았나?”






지난 2007년 3월 26일 열렸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통상장관급 회담에서 김현종 당시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과 카란 바티아 미국 USTR 부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블룸버그


정부는 기업인의 기(氣)부터 살려라
시간이 오후 4시를 넘어섰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서는 충분히 물어봤다. 인터뷰를 끝내기 전에 한국의 대표적인 경제단체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정부에 할 말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이 매우 어려운 시기이다.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첫째, 기업인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 언론에서 많이 나오지만 기업인의 신년하례식 등 모임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정부는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보라. 근로자가 부상을 입는 경우는 없어야 하겠지만, 정부는 기업인을 처벌함으로써 문제를 풀려고 한다. 기업인을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구성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어서 아쉽다.

기업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 기업규제 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됐고, 집단소송법은 국회에서 논의중이다.
이 모든 것이 기업하기 힘들게 만드는 제도들이다.
둘째,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규제를 만드는 대신 투자 인센티브(유인)를 만들어 주는 것이 최고이다.
그런 방식으로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렇게 규제로 발목을 묶어 놓고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라고 하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셋째, 외교 전략을 세울 때 전경련 같은 기업인 단체와 기업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경련의 경우 미국 상공회의소와 수십년째 한미재계회의를 운영하면서 미국 현지의 네트워크가 좋다. 일본 경단련과는 한일재계회의를 수십년째 하면서 일본 경제계와 정부에도 좋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이러한 경제계의 글로벌 인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사무실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조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한국 경제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기훈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  <사진=바이든 대통령 트위터 캡쳐>     ©브레이크뉴스





▲ 권기식 칼럼니스트.



미국 바이든 행정부, 미국-중국 협력과 북한-미국 관계개선 나서기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과 동아시아 국제관계

혼란과 갈등의 터널을 지나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낮 12시(한국 시간 21일 오전 2시) 미국의 제 4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을 물리치고 더 나은 모습으로 재건하겠다.
그리고 국가를 통합하고 치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백악관에서 파리 기후변화협약 복귀 등 17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일정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트럼프 전임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는 'ABT(Anything But  Trumpㆍ트럼프 반대로 하기)' 정책의지를 확고하게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그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그가 통합을 내세웠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추종세력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69년 앤드루 존슨 이후 152년만에 처음으로 후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나홀로 '셀프 퇴임식'을 갖고 "어떤 방식으로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1984년 개봉돼 우리에게도 친숙한 영화 '터미네이터'의 유명한 대사 'I will be back(나는 다시 돌아온다)'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그는 2024년 미국 대선에 다시 출마하든지 추종자를 출마시키는 방식으로 움직이면서 바이든 행정부를 흔들 가능성이 크다.
79세라는 고령의 나이와 심각한 팬데믹 상황, 경제 침체, 상처 입은 국제 리더십 등 국내외 환경도 녹록치 않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특히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동아시아 정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극단적 방식으로 추구했던 트럼프 시대와 달리 미국 중심의 다자주의 복귀와 동맹체제 강화 등을 통해 국제 관계에서의 리더십 회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관계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매우 존경하고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한미 방위비 협상과 통상 부문의 현안 해결에 있어 합리적 대화가 가능하다는 측면은 유리한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외교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미국의 새 행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외교부장관 내정자는 주미 대사관 공사를 거친 미국통 정통외교관 출신인데다 문재인 정부의 북미 및 남북대화에 깊이 관여한 경험을 갖고 있어 교착 상태인 북한-미국 간 대화와 남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이 한미일 동맹체제 복원과 대(對) 중국 압박정책 공조를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의용 내정자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미국 간 관계는 탐색기를 거쳐 대화 채널 구축을 통한 실무대화와 최고위층 회담으로 이어지는 '바텀업 방식(상향식 의사결정)'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왔던 '톱다운 방식(하향식 의사결정)'을 비판적으로 보는 데다,
그가 부통령으로 일했던 오마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 방식'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는 이미 인사청문회에서 대북 접근법의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 관계를 대외정책의 우선 순위에 두지 않고 시일을 끌 경우와 북한이 오는 3월과 8월로 예정된 한국-미국 연합훈련 등에 맞춰 군사적 공세를 취할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 동력 약화 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북한 핵문제의 경우 트럼프식의 일괄타결 방식 보다 일차 핵동결 후 최종 비핵화로 나아가는 점진적 접근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중국 간 관계는 당분간 큰 변화가 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외교안보라인의 대중국 정책에 대한 인식은 "중국을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트럼프의 대중국 인식은 옳았지만 좌충우돌식 나홀로 압박정책은 틀렸다"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인사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보다 강경한 접근법을 취했던 것은 옳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지명자도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미국의 위협으로 거론했다. 미국은 트럼프식의 나홀로 대중국 압박정책 대신 동맹체제를 복원해 통상과 국방안보 양 측면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분열된 정치 환경과 코로나19 팬데믹 확산, 경기 침체 등 국내요인들과 함께 미국에 대한 동맹국들의 신뢰 저하와 중국의 경제성장 등 대외요인들이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은 대체로 '오바마 시즌 2'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의 동아시아 정책이 북핵 문제 해결 등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중국 간 관계나 북한-미국 간 관계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실패한 트럼프의 동아시아 정책에서 벗어나 미중 협력과 북미관계 개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


kingkakwon@naver.com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소식을 알리는 홍콩 언론 / AP연합뉴스



미국의 중국 견제 속 한국의 외교전략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유례를 찾기 힘든 위기 속에서 출범했다. 코로나19 사태와 경제위기는 물론, 1월 6일 미 의사당의 폭력사태에서 목도되었듯이 민주주의의 위기까지 미국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와 인종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던 미국이었지만 선거의 결과까지 폭력으로 부정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에 충격을 던져준 사건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났지만 소위 트럼프주의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시장과 이윤의 논리에 따라 진행된 소위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탈냉전기 미국 단극체제를 뒷받침하는 경제적 토대가 되기도 했지만, 미국 내 빈부 격차와 중산층 약화를 초래한 위기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미국의 중산층은 기존의 정치엘리트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미국의 지구적 역할에 대해 회의를 품기 시작했으며, 자국 이익 우선의 외교정책을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미국은 1945년 이후 건설해왔던 소위 자유주의 세계질서와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을 약화시키는 4년을 경험하게 됐다.
중국을 명백한 경쟁자로 인식

바이든 정부는 안으로는 트럼프주의, 밖으로는 미국 쇠퇴론과 정면으로 대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돌아온 미국(America is back)”을 외치고, “미국의 재건(Build Back Better)”를 내세우며 코로나위기, 경제위기, 인종위기, 환경위기의 4대 위기를 극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중산층을 위한 국내정책과 외교정책을 추진하고 다자주의, 규범과 가치를 중시하는 국제질서를 재건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트럼프 시대에 거래의 대상으로 폄하된 동맹의 가치를 복구하고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재건하고 국제규범을 저해하는 전략적 경쟁국들, 즉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의 국가와 정면 경쟁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세계 민주주의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G7 선진 민주주의 국가 연대를 넘어 보다 확장된 민주주의 국가들의 모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실 어떤 국가들이 모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제를 실제로 추진할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바이든 정부가 지향하는 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약이다.
바이든 정부의 주요 외교안보 인사들이 정해지고 최근 인준청문회를 거치면서 보다 구체적인 외교안보 정책의 면모도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대부분은 과거 오바마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던 낯익은 인사들이지만 이미 시대적 배경은 예전 같지 않다.
무엇보다 중국의 성장으로 인한 거센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6월 갓 등장한 시진핑 주석과 소위 ‘신형강대국관계’를 주창하고 상호 간의 윈윈관계를 추구했다.

그리고 미국은 아시아 중시정책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상호 협력적인 미중관계를 지향했다.
그러나 현재의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명백한 전략적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는 트럼프 정부가 추진한 중국 견제정책은 비록 방법에서는 문제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옳다며 바이든 정부와 트럼프 정부가 대중 견제정책에서 궤를 같이하고 있음을 역설했다.
한반도 평화에도 중국 협력 필요

바이든 정부가 추구할 아시아 전략, 혹은 대중 견제 전략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은 현재의 세력균형을 강제적 방법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모험주의, 규범 저해 세력이기 때문에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에 대해 군사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지금, 미중 간 군사적 세력균형을 지켜야 한다.

만약 중국이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에 대해 군사적 우위를 점하게 되면 무력에 의한 방법으로 세력균형을 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동맹국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를 추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둘째, 중국과 여러 이슈에서 경쟁하되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것이다.
해양영토, 군사력 증강, 무역과 기술, 체제와 이념 등 많은 영역에서 미중은 경쟁과 충돌의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구 전체의 문제인 기후변화, 핵과 미사일 같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방지, 현재 세계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보건위기를 해결하는 데 미중은 이해를 같이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을 추구하되 파국으로 가지 않고, 경쟁적 공존을 추구하면서 점차 중국과 협력의 여지를 넓혀가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동맹국들은 이미 중국과 다양한 협력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여 소위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극단적 선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 동맹국들이 서로 협력하고 사정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는 가운데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는 것이 중요하지 천편일률적으로 미국 편만 들게 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
런 점에서 규범과 규칙에 근거한 장기적인 대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한국에 많은 시사점과 도전을 안겨준다. 한국은 중국과 긴밀한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를 맺고 있고 북핵문제의 해결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중국과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서 성장해왔고, 미국과 오랜 기간 성공적인 동맹관계를 이끌어 왔기 때문에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딜레마에 처해왔다.

향후 바이든 정부가 규칙과 규범 그리고 아시아 동맹국 간의 효과적 분업에 의한 대중 정책을 추구할 때 한국은 국익과 국제적 규범 모두를 고려하면서 동맹국 미국과 전략적 공감대를 찾아가야 한다.
북핵문제 역시 남북문제이기도 하지만 미중 간 비확산이라는 공유된 이익의 문제이기도 하다. 바이든 정부에는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북한과 오랜 시간 협상을 벌여온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미국이 바라보는 북핵문제의 성격은 지구적 차원의 비확산 문제이자, 미중 간의 지정학 경쟁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남북 협력이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하고, 미중 협력의 토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한미 양국 간에 긴밀한 한반도 비핵화, 평화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떠나는 美대사 "한국은 미국, 북한은 중국 선택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이틀 뒤 한국을 떠났다.
한국 시각으로 21일 새벽 2시,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선서를 하고 나면 해리스 대사의 임기도 끝나고,
임기 종료를 고작 30여 시간 앞둔 (19일), 해리스 대사가 제8회 한미동맹포럼 화상 강연으로 그동안의 대사 생활 소회와 한미 동맹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해리스 대사는 먼저 지난 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발생한 의회 폭력 난입 사태를 언급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이 현재 처해 있는 어려움을 나타내지만, 동시에 극강의 회복력과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이런 헌신을 한국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은 철통같은 한미 동맹을 뒷받침하고, 어떤 어려움도 함께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는 여러 공동의 가치 중 하나"라며, "이 지역 평화와 안정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으로 한미동맹을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은 미국, 북한은 중국 선택"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이자, '극강의 감시 국가'라고 질타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해석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의견을 밝혔다.
해리스 대사는 "한국 정부가 안보 동맹과 무역 동반자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면서, "이것은 한미 동맹의 역사에 의심을 심기 위해 만들어진, 잘못된 내러티브"라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그대로 옮긴다.
"저는 대신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미국은 1950년에 선택을 내렸고, 당시에 중국도 선택을 했습니다.
신생국이었던 한국은 1953년에, 북한은 1961년에 선택을 했습니다.
이 정도면 선택에 대해 제가 충분히 많은 말씀을 드린 것 같네요."
1950년은 미국이 6·25 전쟁에 참전하고, 중국이 전쟁에 의용군을 보낸 해입니다. 1
953년 한미 상호 방위조약이 체결됐고, 1961년에는 북한과 중국의 북·중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이 체결됐습니다.









해리스 대사의 이번 발언은 지난해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가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나라'라는 취지의 말을 했을 때 미 국무부가 밝힌 입장과 비슷하다.
당시 미 국무부는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고 평했다.
즉 더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국제 질서 접근 방식에서 미국과 중국은 근본적으로 의견이 다르다"라며 사례를 열거했다.
중국이 홍콩과 관련해서 영국과 맺은 조약을 지키지 않았고, 위구르족과 티베트인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또 "산업 스파이 행위를 시도하고,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을 위협한 적도 있다"면서 "만약 특정 국가가 여러분을 괴롭히려 한다면 우리(미국)는 여러분과 한팀이 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북한이 적(敵)은 아닐 수 있지만..."
북한에 대해서도 가감 없는 평가가 나왔다.
해리스 대사는 "북한이 더는 말 그대로 여러분들의 적은 아닐 수 있지만, 이번 달 열린 8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위협과 불의적 사태에 대비해 핵전쟁 억제력과 군사력을 강화하겠다고 한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북한과의 외교가 성공적이기를 희망하지만, 그 희망이 우리의 행동방침은 아니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한미 동맹 활동, 그리고 훈련은 한반도와 이 지역의 평화와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경계를 풀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우리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는 역사적으로 이미 많은 선례가 있지요. 71년 전, 그 운명적 날에 발생한 사건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71년 전 운명적 날에 발생한 사건'은 1950년 6.25 발발을 가리키는 말이다.
해리스 대사는 "안타깝게도 북한은 3번의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 또 3번의 한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만들어진 기회를 아직 잘 받아들이고 있지 못하다"면서, "김정은 총비서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등을 위한) 잠재적 기회를 인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군인 출신인 해리스 대사는 전시 작전권 전환 계획도 언급했다.
해리스 대사는 "현재 조건에 기반을 둔 전작권 전환계획이 성실히 이행되고 있지만, 미래 연합사의 운용 능력 검증과 한국군의 핵심 역량 확보 속도가 저희가 원하는 것보단 조금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호 안보는 절대 서두를 문제가 아니'라며, 전작권은 조건이 충족되는 가까운 미래에 전환될 것이라고 했다.
■ 마지막 메시지는 "한미일 3각 협력"
이별 소회를 밝히기 전, 해리스 대사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건 다름 아닌 '한미일 삼각 협력'이었다.
해리스 대사는 "현재 한국과 일본 간 긴장 상황이 있는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어떤 안보나 경제 이슈도 한국과 일본 모두의 적극적 참여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는 말로 3국 간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계 미국인이란 사실에, 특유의 콧수염 등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던 해리스 대사. 한때 사임설도 제기됐지만, 순조롭게 임기 종료를 맞게 된 해리스 대사는 환한 얼굴로 "미국 대사로 일하기에 한국보다 좋은 곳은 없고, 미국에게 한국보다 좋은 전략적 파트너나 동맹국은 없다"며 한국에서의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강푸른 기자 (strongbl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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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한미일 동맹 압박하는데…한국은 '북핵' 일본 '미지근'


미국만 강조하는 '한미일 공조'…시작부터 '삐걱' 관측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미일 3국 공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한국은 '북핵', 일본은 '미일동맹'에만 방점을 찍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 견제', 한국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일본은 한국과의 과거사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미일 협력이 시작부터 다소 삐걱거린다는 지적이다.

외교부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 외교장관 간 통화 사실을 전하며 "북핵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시급히 다뤄져야 할 문제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다.
반면 미 국무부는 같은 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 3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블링컨 장관도 이날 트위터에 "오늘 강 장관과 난 한미동맹의 지속적인 힘과 중요성을 확인하고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적었다.
외교부 보도자료에는 없는 '한미일 협력'이라는 용어를 미 국무부는 두 번씩이나 언급하며 '3각 동맹' 복원에 힘을 실은 것이다.

한편 한국보다 먼저 블링컨 장관과 통화한 일본은 외무성 보도자료를 통해 미일동맹 강화를 제일 먼저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그리고 주일미군 방위비 등을 언급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어 "중국과 북한, 한국 등 지역정세와 '자유롭고 개방 된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했다.
일본도 한미일 협력 부분을 뺀 것이다.

한국과 일본정부 모두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를 전하면서 '한미일 3국 동맹' 언급을 누락시킨 데 대해 최근 한일 간 불편한 관계가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한일 간 그동안 쌓인 감정과 불신, 또한 최근 한국 법원의 위안부 배상 판결 등이 악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에 한국과 일본은 서로가 불편하니까 (한미일 공조를) 빼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불편하지만 안보상 한미일 공조는 중요하다"며 "일련의 상황을 계속 방치할 수 없는 미국이 모종의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현재로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경기부양, 정치적 공방 등 내치에 집중할 수 밖에 없어 대외문제는 자연히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일관계 또한 일본의 국내정치 문제와도 복잡하게 얽혀있어, 미국이 '한미일 3각 동맹' 복원을 강하게 요구하고는 있지만 일본 정부가 당분간 이에 적극적으로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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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변호사


  바이든의 중국 전략은 성공할까

 

화웨이가 2009년부터 5세대(5G) 통신기술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기술혁명 주도자가 되지 않았다면 트럼프는 이 중국 회사를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20일 취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2007년 미 상원 외교위원장으로서 중국의 부상을 칭찬하던 때의 바이든이 아니다.

그는 통신기술의 주도권을 중국에 뺏길 실제적이며 중대한 위험에 직면한 미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떻게 중국을 다룰 것인가?
국제적 규칙에 근거하고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바꾼다는 그의 전략은 성공할까?
바이든은 화웨이와의 기술 협력을 계속 금지하고, 미국 퀄컴사나 대만 TSMC사의 첨단 칩 공급을 계속 막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하여 어떤 국가도 세계의 기술을 완결적으로 지배할 수 없다.
만일 중국과 미국이 기술 분야에서 서로 완전히 분리된다면 두 나라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큰 손해가 될 것이다.
바이든이 처한 딜레마는 그가 국제적 규칙을 강조하면 할수록 그 규칙이 중국뿐 아니라 미국도 제약한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국제법을 위반한 이유이다.
바이든은 외국산 철강이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며 매겼던 트럼프의 관세 폭탄을 손에 든 채, 규칙에 근거한 기술 교역을 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그리고 바이든이 중국에 따라잡히지 않기 위해 미국 제조업의 재부흥을 추진하면 할수록 그에게 필요한 미국 동맹국들의 표정은 어두워질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을 한국의 ‘경제영토’로 만들 것이라던 이명박 정부의 홍보가 그 한 예이다.
바이든은 더 많은 미국법에 ‘바이 아메리카’ 조항을 두어 미국 정부의 관급 공사나 물품 구매 입찰에 동맹국 기업의 참여를 막을 것이다. 그러면서 막상 동맹국들에 협력을 구해야 하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의 외교통상 전략은 전략적 자주성을 확보하여 미국과 중국을 가까이 잇는 것이다. 협력 공간을 만들고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긍정적 변화를 촉진하는 작업이다.
미국 편에 서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해롭다.
미·중관계가 화웨이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미국과 중국의 국가 핵심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파국일 필요는 없다.
트럼프 재임 기간에도 미국이 중국에 투자한 직접 투자액은 증가했다.

미국 통계기관인 스태티스타 자료에 의하면 2017년 1075억달러였던 투자는 2019년에는 1162억달러에 이르렀다. 2020년 상반기에도 미국의 중국 투자 증가 추세는 멈추지 않았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두 나라가 서로 협력하도록 촉진할 수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작년 9월 유엔총회에서 중국이 2030년 전까지 탄소 배출량의 정점을 찍고, 2060년 전까지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탄소 중립이란 탄소를 배출한 양만큼 친환경적 흡수 체계를 갖추어 결국 탄소 순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배출한 탄소를 합한 것보다도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나라인 중국으로선 매우 벅찬 도전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가 21%까지 내렸던 법인세율을 28%로 인상하여 재원을 마련, 재생에너지 기반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환경 정의를 위한 역사적 투자’를 공언했다.
기후위기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중대한 협력 공간이다. 한국은 탄소 중립을 선도하면서 탄소 배출권 시장의 국제적 규칙 정립에서 미국과 중국을 더 밀접하게 연결할 수 있다.
한국의 역할은 경제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법치국가 전략이다.
이 칼럼에서 여러 차례 썼듯이 한국은 아시아 법치 모범국가로서의 국가 정체성을 세워야 한다.

아시아에서 가장 정의로운 나라, 인권의 모범국이어야 한다. 중국이 경제 성장을 통하여 도달하려고 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를 중국 인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법치의 틀 안에서,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성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국에도 유익하다. 이는 미국에도 해당하는 과제이다.
코로나19 대확산 상황에서 한국은 충분한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맞는 지금 한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그 출발은 전략적 자주성이다.
국군 주요 전투부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는 것이다.

국제관계에서 자율적 주체로서 역할을 할 조건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재임은 1년4개월이 겹친다.
이 기간이 중요하다.
이 기간에 국군 작전통제권을 환수해야 한다. 바이든 취임 때만큼 한국의 역할이 중요한 때가 없다.



송기호 변호사






로나19로 실직하고 집세를 네달 밀려 퇴거를 걱정하는 미국의 모녀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