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바람이 놀다 갔으리
- 한오백년 사랑도 피고 졌으리
- 이제 사람은 가고
- 세월은 더 멀리 흘러
- 나 또한 세상을 잠깐 등지고
- 누마루의 늙은 햇살 기왓골의 묵은 이끼
- 사람의 일이라 서러웠던 그 이야기를 짐작해보네
- 너무 쓸쓸하여 오히려 맑은데
- 너무 깨끗하여 차라리 설운데
- 내 소매 끝에서 퍼져 나가는
- 저 원림의 푸른 대바람 소리
- 천년을 잠들지 못한 이 남도의
눈물같은 한 (恨)이여 소쇄 (瀟灑)한 삶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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