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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새
히말라야 기슭
만년설이 바라보이는 해발 이천오백 미터
고지대의 한적한 마을에서 한낮의 햇살이 매서운 눈처럼 쏘아보는 곳에서 나는 보았다
늙은 붉은머리 독수리 한 마리 먹이를 찾아 천천히 공중을 선회하다가 까마귀 몇 마리에게 습격당하는 것을 원래는 자신의 영토였으나 이제는 까마귀들의 하늘이 된 곳에서 홀로 고독하게 날던 붉은머리 독수리
까마귀들의 집중 공격에 잠시 균형을 잃고 마을의 지붕들 위로 추락할 뻔했다
그러나 붉은머리 독수리는 초연하게 피할 뿐 까마귀들에 맞서 싸우려 하지 않았다 히말라야 고산지대 만년설의 흰 눈을 배경으로 더욱 검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까마귀들은
늙은 붉은머리 독수리를 얕잡아보고 사방에서 겁없이 덤벼들었다 그때 나는 보았다
독수리의 눈빛이 한순간 흰 눈에 반사되는 것을 그러나 늙은 독수리는 이내 평정을 되찾고 한 바퀴 공중을 선회할 뿐 까마귀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한낮의 태양이 매서운 눈처럼 쏘아보는 곳 원주민들이 히말라야의 새라고 부르는 붉은머리 독수리는 천천히 만년설을 향해 날아갔다
태양도 눈을 녹이지 못하는 그곳 까마귀들은 더 이상 그를 추적할 수 없었다 나 역시 그 흰 눈에 눈이 부셔서 그곳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류시화 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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