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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OST

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Another Year)"

 

 

 






















 

 

 

 

 

 



잔뜩 인상을 찡그린 여성이 상담중이다. 불면증으로 수면제를 처방받고 싶어서 병원에 들른 이 여성은 빨리 진찰을 끝내고 수면제를 받아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아니, 집에 가고 싶은 것 보다 상황에서 벗어나서 잠들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나 쉽게 놔주지 않는 의사에게 잔뜩 불만스러운 표정을 보이고 상담 받아 볼 것을 권유하는 의사의 말에 따라 못 이겨 상담사 제리를 만나게 된다.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는 인상 찡그린 여성의 말이 내 귀에만 저주처럼 울려퍼지는 가운데 영화가 시작된다.


변하는 것이 없는 세상에서 톰과 제리가 가꾸는 밭은 시간과 계절의 흐름을 받아 들이고 정성을 들인 만큼의 열매를 내어 놓는다. 이제는 밭일도 힘에 겨운 톰과 제리 부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꾸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한글 제목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

제리에게는 한 없이 불안한 메리라는 직장동료가 있다. 옆에 두고 있다면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영화에서 보고 있자니

 왠지 따뜻한 시선이 간다.

행복하고 싶어 죽겠지만 절망으로 기어들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묘한 이 케릭터는 주변에서 흔하게 보이는 케릭터이다.


 자신의 행복을 강조하지만 불행을 딛고 풀어내고 하소연하면서 살아내는 케릭터는 내 속에도 있기 때문에 나를 화들짝 놀라게 만든 케릭터이기도 하다. 메리의 존재로 인해 내 속에서 고개를 드는, 아무도 소외 시키지 않았으나 괜히 나 혼자 소외된 듯 느껴져서 슬픈 외로움, 상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나 슬그머니 차오르는 패배감, 다들 열심히 들어주지만

 아무도 나에게 집중해주지 않는다는 말도 안되는 불안감이 고개를 든다.


메리를 통해 접하게되는 간접 체험은 극장 의자에 앉아서 혼자서 식겁하게 만들었다.

  그런 까닭에 실제로 메리가 옆에 있다면 발로 차서 밀어 냈을 듯 싶다.

행복하고 다정해 보이는 톰과 제리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고 싶은 메리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의 불행과 그에 연이어 따라 붙는 불안은 남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이기에 벗어났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만 메리의 뇌에는 그런 기능이 없는 듯 보여 안타깝다.


  톰과 제리의 주변에는 메리 이외에도 불안정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심지어는 가족까지도 안정적이지를 못하다.

 그들을 보듬어 안으며 사는 톰과 제리의 속이 얼마나 썩어 들어갈까 싶다가도, 그들의 생활방식을 보고 나름대로

풀어가는 방식을 보며 세상의 모든 계절을 살아갈 지혜를 배운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