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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vel, LeTombeaude Couperin
라벨 ‘쿠프랭의 무덤’
Maurice Ravel
1875-1937
Angela Hewitt, piano
Concert for the Royal Conservatory of Music
Koerner Hall, Toronto
2009
라벨의 피아노 솔로를 위한 마지막 작품인 <쿠프랭의 무덤>은 1917년 작곡가가 서거하기 20년 전에 출판되었고 1919년 마르그리트 롱에 의해 초연되었다. 이 모음곡은 프랑스의 위대한 바로크 작곡가인 프랑수아 쿠프랭의 모음곡 형식인 오르드르(Ordre)에 대한 오마주이자 18세기 프랑스 음악에 대한 경의를 표한 작품으로 프렐류드, 푸가, 포를랑, 리고동, 미뉴에트, 토카타와 같은 고전적인 무곡과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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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프랑스 음악에 대한 경의를 표한 작품
자유로움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예리한 자아성찰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형식적으로는 간결하지만 그 안에 완벽한 내적 완결성과 리듬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담고 있는 걸작이다. 라벨은 이 마지막 피아노 솔로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피아노 미학에 대한 굳은 신념과 더불어 신고전주의에 대한 관점 및 참담했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내면에 대한 반영을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프랑스 작곡가 프랑수아 쿠프랭(1668-1733).
이 작품 대부분은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뒤인 1915년경에 스케치되었지만 라벨이 자원입대를 한 탓에 전쟁이 끝난 뒤에야 완성되었다. 여섯 곡으로 구성된 <쿠프랭의 무덤>은 전장에서 함께 했던 동료들에게 각각 헌정되었는데, 악보의 첫 페이지에 라벨은 전쟁으로 희생된 그들에 대한 헌사를 적어 놓았다. 또한 작품이 출판된 1917년에는 라벨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는데, 작곡가는 이 충격에서 평생토록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다. 아마도 이 작품에서 배어나오는 ‘무덤’이라는 명제는 선배 작곡가들, 전장의 동료, 어머니를 포함하여 라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모든 프랑스인들에 대한 추모를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알프레드 코르토는 이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한 바 있다. “그 어떠한 영광스러운 기념물도 명료한 동시에 유연함을 머금고 있는 이 빛나는 멜로디와 리듬들보다 프랑스에 대한 추억에 더 높은 경의를 표할 수 없다. 우리(프랑스)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실로 완벽한 표현이다.” 높은 인기를 얻었던 이 <쿠프랭의 무덤>은 1919년 작곡가 자신이 푸가와 토카타를 제외한 나머지 네 곡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하기도 했다.
André Cluytens/onRF - Ravel, Le Tombeau de Couperin (orchestral version)
André Cluytens, conductor
Orchestre National de la Radiodiffusion Francaise
Théâtre des Champs-Élysées
1953
추천앨범
두 장의 모노럴 레코딩이 라벨에 대한 가장 중요한 해석을 담고 있다. 하나는 발터 기제킹의 고전적인 연주(EMI)이고, 다른 하나는 라벨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지냈던 로베르 카자드쥐의 권위적인 연주(SONY)가 그것이다. 시대를 초월하여 작곡가와 악기 자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담고 있는 이들의 연주는 피아노의 정신을 직접적으로 역설하는 듯하다.
알프레트 코르토의 제자인 블라도 페를레무터(Nimbus)는 아름다운 음향과 낭만적인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주고, 루이 로르티에(Chandos)는 현대적인 감수성에 의한 탐미적이고도 표현주의적인 관점을 이상적으로 해석해 냈다.
글 박제성(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으며,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