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delssohn, Hebrides Overture 'Fingal's C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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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 ‘핑갈의 동굴’
Felix Mendelssohn
1809-1847
Harvey Bordowitz, conductor
Herzliya Chamber Orchestra
Israel, 2011.11.19
핑갈의 동굴은 스코틀랜드 북서쪽 연안의 헤브리디스 제도에 속한 스태퍼 섬에 있는 동굴로서, ‘핑갈’(Fingal)이라는 명칭은 스코틀랜드의 전설에 등장하는 영웅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 동굴의 내부는 크고 작은 육각형의 현무암 기둥들로 둘러싸인 거대한 홀의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거기에 파도가 들이치며 만들어내는 소리는 흡사 대성당에 메아리치는 파이프오르간의 울림을 방불케 한다고 한다.
헤브리디스 제도 여행의 강렬한 인상
1829년 4월, 멘델스존은 영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런던에서 그는 연이은 무도회와 연회 참석, 연극 및 오페라 관람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냈고, 한편으론 자신의 교향곡을 직접 지휘한 연주회로 대성공을 거두고 필하모니 소사이어티의 명예회원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약관의 천재 음악가는 영국인들의 환대에 크게 고무되었고, 이후 아홉 차례나 더 영국을 방문하며 헨델과 하이든에 비견되는 거장으로 대접받게 된다.
같은 해 7월 말, 멘델스존은 런던에서의 즐거웠던 추억을 뒤로 하고 내친 김에 스코틀랜드까지 돌아보기 위해 길을 떠났다. 스코틀랜드는 그를 한껏 고무시켰다. 깎아지른 바위 위의 ‘아서왕의 자리’에 올라가 에든버러의 지평선 너머로 펼쳐진 멋진 풍경을 자신의 스케치북에 담았고, 메리 스튜어트 여왕의 비운이 서려 있는 홀리루드의 폐허를 방문하여 스코틀랜드 교향곡의 도입부 악상을 떠올렸다. 여정은 계속해서 하일랜드 지방까지 이어졌고, 그는 때로는 마차나 짐마차를 타고, 때로는 걸어서 바위산과 폭포수, 황무지를 누비며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8월 7일, 헤브리디스 제도를 향하여 출항한다.
배는 거친 파도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넘실대는 파도 저편으로 차츰 헤브리디스의 군도들이 시야에 들어왔고, 멘델스존 일행은 뱃멀미와 폭풍우를 견뎌내며 스태퍼 섬에 도착했다. 마침내 들어선 핑갈의 동굴은 압도적인 인상으로 그들을 덮쳐왔다. 동행했던 친구 클링게만은 그 동굴을 “거대한 오르간의 내부처럼 어둡고 소리가 울리고, 아무렇게나 만들어져 있으며 완전히 고립되어 있다.”라고 묘사했다. 그러나 어쩌면 멘델스존이 받은 감흥은 몇 년 전 역시 그곳을 다녀갔던 시인 키츠의 그것에 더 가까웠으리라. “바다가 끊임없이 그곳에서 부서지고 있다. 장엄함과 웅대함, 그리고 광활함…. 그것은 가장 훌륭한 대성당을 능가한다.”
스코틀랜드 북서 해양에 있는 헤브리디스 제도의 거친 파도와 섬들. 멘델스존은 이곳을 여행하며 음악적 영감을 얻었다.
멘델스존은 그 자리에서 하나의 주제를 떠올려 스케치했고, 나중에 그 여행에 관하여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 그 악보를 동봉했다. “헤브리디스가 내게 얼마나 엄청난 감동을 주었는지, 조금이나마 공유하기 위하여 그곳에서 떠오른 악상을 보냅니다.” 그리고 이때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그는 한 편의 연주회용 서곡을 작곡한다. 그 서곡은 이듬해 로마에서 ‘외로운 섬’이라는 제목으로 일단 완성되었으나, 그 후 개정을 거쳐 ‘헤브리디스’라는 제목으로 런던에서 발표되었다. 이 곡이 바로 오늘날 ‘헤브리디스 서곡’ 또는 ‘핑갈의 동굴 서곡’이라 불리는 작품이다.
Karajan conducts Mendelssohn's Hebrides Overture 'Fingal's Cave'
Herbert von Karajan, conductor
Berliner Philhamoniker
추천음반
우선 카라얀(DG)과 페터 막(DECCA)의 고전적인 명반들을 거론해야겠다. 카라얀은 베를린 필의 일사불란한 앙상블과 특유의 세련된 루바토를 바탕으로 절묘한 연출력을 발휘하여 이 곡이 진정한 걸작임을 절감케 해준다. 막은 한층 스케일이 크고 호쾌한 연주를 들려주는데, 다만 다소 오래된 녹음 탓에 음색이 거칠다. 보다 최근의 음반들 중에서는 아바도(DG)와 페터 플로어(RCA)가 유명하다. 아바도의 연주는 거시적인 리듬 설계와 정열적인 표현이 돋보이는데, 잔향이 풍부한 녹음 탓에 디테일이 뭉개지는 경향이 있다. 페터 플로어는 위 연주들에 비하면 한결 차분하고 단정하게 들리는데, 그렇다고 해서 극적 구성력이 미흡하지는 않으며 특히 확실한 디테일 처리가 장점이다.
글 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를 역임했다.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