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방한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열린 러시아
대문호 알렉사드르 푸시킨 동상 제막식에 참석해 헌화 후 동상을 바라보고 있다.
이번 동상 제막식은 양국간의 문화교류 활성화와 한-러간 문화인문외교 강화를 위해 기획됐다.
2013.11.13/뉴스1
푸시킨과 고골리
러시아 문학 황금기의 시작(1820~1830년대)
19세기 러시아는 매우 독특한 시대다.
최악의 전제정치와 농노제의 유산에 숨막혀 하면서도, 러시아인들은 한편으로 많은 분야에서 당대 최고 수준의
위업을 이루어냈다.
문학ㆍ예술ㆍ과학ㆍ사상 각 분야에서 우리 귀에 익은 사람들의 이름만 열거해도 아마 몇 페이지를 넘어갈 것이다.
그것은 실로 '시대정신'의 소산이었다.
표트르 대제 이래의 서구화 정책과 프랑스 혁명 등을 통해 유럽의 진보사상과 사조가 물밀듯이 밀려들어 왔다.
나폴레옹의 침입에 맞서 싸우면서 민족의식이 크게 고양됐고, 러시아가 얼마나 뒤졌는가를 깨달으면서 사람들은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황실과 귀족의 호사스러운 생활과 농노의 비참한 현실에서 러시아는 두 개의 사회가 존재함을 직시했고
데카브리스트의 반란에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귀감을 보았다.
역설로 들릴지 모르나, 전제정치 역시 위대한 문화를 꽃피우는 데 기여했다.
사회악에 대한 관심과 의견 표시마저도 억누르는 전제권력에서 사람들은 맞서 싸울 대상을 찾았다.
위대한 예술과 사상은 불의와 악과의 싸움에서 싹트는 법. 전제권력은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하여 감시하고 탄압했으나,
시대의 도도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진흙 속에서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올랐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은 푸시킨과 레르몬토프에서 고골리, 네크라소프, 튜체프, 곤차로프,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 톨스토이, 체호프로 맥을 이어가면서 그 황금기를 구가한다.
특히 이 시대의 러시아 문학은 사회현실을 농도 짙게 반영하는 독특한 리얼리즘 문학으로서 세계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푸시킨
러시아의 '국민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은 1799년 모스크바에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다. 사랑ㆍ우정ㆍ기쁨 등의 주제를 다루던 그의 시는 '조국전쟁'을 거치면서 조국과 민중에 대한 사랑을 담아갔고, 진보적인 청년귀족들과의 교제가 시작되면서 자유가 중심주제로 떠올랐다.
데카브리스트들의 모임에서는 「자유」「마을」「차다예프에게」 등, 그의 자유사상이 담긴 작품들이 즐겨 낭송됐다.
그중 1817년 18살 때 쓴 시 「자유」를 잠깐 보자.
전제의 자리에 있는 나쁜 자여, 그대를
그대의 제위를 나는 증오한다
사무치는 즐거움으로
나는 그대가 망해가는 꼴을
그대의 죽음과 시체를 지켜보리라
전제정치에 대한 젊은 시인의 분노가 흡사 격문 같은 문구로 표현되어 있다. 이런 시들을 써댔으니, 전제권력이 그를
가만 놔둘 리 없었다.
당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던 그는 1820년 남러시아로 전출됐다가 이어 요시찰 인물로 지목되어 프스코프 부근의
작은 마을로 추방당한다.
그 사이에 그는 풍자시 「루슬란과 류드밀라」, 담시 「카프카스의 포로」 등을 발표하고, 사극 「보리스 고두노프」를
집필한다.
시골에 추방당해 있던 덕분에 데카브리스트 반란에 연루되는 것을 면한 그는 니콜라이가 즉위한 후 황제의 '온정'으로
자유를 얻었으나, 죽을 때까지 비밀경찰의 엄격한 감시와 검열을 받는다.
1831년, 그는 근 10년간에 걸쳐 쓴 역작 『예브게니 오네긴』을 발표한다.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한 지표가 된 운문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은 뛰어난 기교로 1820년대 러시아를 통찰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푸시킨은 귀족청년 오네긴의 생활에 빗대어 러시아 귀족사회의 방탕과 무기력을 폭로하면서 타탸나라는
현명한 여성을 등장시켜 그 부정적 형상을 극복한다.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사려 깊은 여성, 타탸나의 형상은
러시아의 미래에 대한 예언이자 희망이다.
그 후로도 푸시킨은 전제권력과 개인 간의 갈등을 묘사한 「청동의 기사」와 표트르 대제를 찬양한 「폴타바」 등의
장편 서사시를 비롯해 많은 시를 썼다.
그는 또한 산문에서도 많은 걸작을 남겼다.
푸시킨은 "정확함과 간결함이 산문의 생명이며, 산문에는 사상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적인 산문에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을 모은 『벨킨 이야기』, 그가 지대한 관심을 보인 푸가초프 반란을
무대로 한 소설 『대위의 딸』, 팽팽한 긴장감으로 푸시킨 산문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소설 『스페이드의 여왕』 등이 있다. 그의 시보다는 산문에서 리얼리즘의 경향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는 1837년 젊은 나이에 미모의 아내를 둘러싸고 빚어진 결투로 삶을 마감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 한 노인은 그를 잘 아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잘 모르오. 하지만 난 러시아인이오.”
후대 러시아 작가와 평론가들은 그의 업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예언자였다. 우리가 가는 어두운 밤길에 환한 등불이었다.”(도스토예프스키)
“푸시킨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문학적 교양이 쌓였다. 그는 러시아에서 문학을 국민적인 사업으로 끌어올린 시인이다.”(체르니셰프스키)
“다른 나라에서는 1세기 이상의 시간을 두고 이루어진 두 가지 일(문장어 확립과 국민문학의 창조)이 푸시킨 한 사람에 의해 동시에 성취됐다.”(투르게네프)
“푸시킨에 대해서 쓰는 것은 러시아 문학 전체에 대해서 쓰는 것과 같다.
푸시킨 이전의 러시아 작가가 푸시킨으로 모아지고 푸시킨이 푸시킨 이후의 작가를 설명하기 때문이다.”(벨린스키)
푸시킨이 시를 통해 건강하고 활력 있는 러시아 근대문학의 전통을 확립했다면, 고골리는 소설을 통해 푸시킨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그 위에 비판적 리얼리즘의 기반을 쌓았다.
벨린스키는 1840년대 이후를 문학사상 '고골리의 시대'라고 했다.
고골리를 시작으로 러시아의 독특한 리얼리즘의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고골리
고골리의 독특한 재능은 그의 초기작품에서부터 나타났다.
「지카니카 인근 마을의 야화」는 환상과 사실 묘사가 일체를 이루고 해학과 기괴스러움이 뒤얽히는 시적인 이야기다.
폴란드에 대항하여 자기 마을을 수호하는 카자흐들의 싸움을 그린 『대장 불리바』에도 비장한 분위기 속에
유머와 토속적인 색조가 넘실거린다. 그러나 해학과 풍자가 돋보이는 그의 작풍에 사회의 온갖 부조리가 투영되면서
고골리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것은 후기작품 「외투」「검찰관」「죽은 혼」 등에서다.
「외투」는 작은 봉급으로 살아가는 하급관리가 일생의 소원인 외투를 장만했다가 강도에게 빼앗기고 그 충격으로
미쳐버린 후 거리에 그의 유령이 출몰한다는 줄거리의 짤막한 소설이다.
「외투」에는 뿌리까지 썩어버린 러시아의 전제질서와 산업화의 진전과 함께 파괴돼 가는 시대의 형상이
고골리 특유의 재치와 은유, 반전 기법으로 묘사되어 있다.
작은 소도시의 탐관오리가 웬 낯선 사람이 도시에 머물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검찰관이라고 오해하는 데에서
출발하는 시대 풍자 희곡 「검찰관」에서는, 부패한 관리들에 대한 도덕적 풍자가 봉건적인 전제질서와 부패한
사회조직에 대한 비판으로 발전해간다.
러시아 농노제의 현실을 묘사한 「죽은 혼」은 지주들에게 죽은 농노(혼)를 사들인 후 그를 되팔거나 저당 잡히는 악한을 그린 이야기로,혐오스러운 지주들의 생활과 당시의 러시아 농촌이 사실적이고도 풍자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고골리 문학의 한 특징은 '사실보다도 더 사실적'이라는 것이다.
고골리 자신은 사실 그렇게 진보적인 의식을 가진 작가는 아니었고, 말년에 가서는 반동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마침내
신경쇠약에 걸려 죽는다.
그러나 문학이란 본디 '사회의 거울'인 것이고, 러시아 문학은 특히 사회적 책임과 '민중에 대한 부채' 의식을 강조하는
전통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 중심에 서 있던 위대한 소설가 고골리의 문학에는 당연히 그 시대가 투명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그
는 러시아의 비판적 리얼리즘의 선봉에 서게 됐다.
이어 1840년대에 들면서 뛰어난 평론가 벨린스키가 러시아 문학의 지표를 제시하고,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의 세 거장과 시인 네크라소프, 튜체프의 초기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러시아 문학은 그 웅자를 점점
더 드러내게 된다.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고려대학교는 ‘한러대화(KRD: Korea-Russia Dialogue)’가 제3차 KRD포럼에 맞춰 (2013년 11월)
13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러시아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 동상 제막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이번 동상 건립은 지난해 6월 러시아작가협회의 제안을 시작으로 추진됐다.
러시아작가협회는 러시아 국민시인으로 추앙받는 푸시킨의 동상을 한러대화의 한국측 사무국이 위치한 고려대에 제
작해 보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고려대는 한·러 협력의 상징인 푸시킨 동상을 모든 시민이 접근할 수 있는 도심에 세우는 방안을 추진했으며,
롯데호텔 측이 장소 제공 의사를 밝혀 자리를 잡게 됐다.
또한 한러대화는 KRD 포럼 기간 내내 한국어로 번역된 대표적인 러시아문학 작품들을 전시함으로써 러시아의 문화를
국내에 알릴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13일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제막식을 찾아 한ㆍ러협력의 상징인 푸시킨 동상 건립을
축하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한러대화 양국 조정위원 및 분과위원들과 러시아의 크로파체프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학교 총장, 베르비츠카야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학교 이사장, 사도브니치 모스크바국립대학교 총장,
필리포프 러시아민족우호대학교 총장 등이 참석한다.
한국 측에서는 김병철 고려대 총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정태익 한러친선협회 수석 부회장,
서거석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김준영 성균관대학교 총장, 박진 아시아미래연구원 상임대표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KRD포럼의 주최기관인 한러대화는 한국과 러시아의 공동 관심 사안을 분야별로 논의하는 민관합동 운영 기관으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양국 간 합의가 이뤄졌다.
2010년 한ㆍ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정식으로 출범했으며, 한ㆍ러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양국 관계를 보다 내실화하고 상호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KRD포럼을 비롯한 다양한 교류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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