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국길 오르는 문 대통령
덴마크에서 열린 제1차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회의
참석을 끝으로 7박 9일의 유럽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현지시간)
덴마크 카스트럽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2018.10.21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1일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참석 등
7박 9일 일정의 유럽순방을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 순방 마친 文 대통령, 어떤 성과 있었나
청신호 켜진 교황 방북… 대북제재완화 공론화 이뤄
교황청을 포함한 유럽 5개국 순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거둔 성과는 교황 방북에 켜진 청신호와 국제사회의 비핵화
견인책 공론화다.
특히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의 영적 지도자이자 서구 세계에 큰 영향력을 가진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갈 수 있다”는 사실상 방북 초청 수락을 얻어낸 것은 문 대통령의 외교적 승리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브뤼셀 유로파 빌딩에서 열린 한-EU 확대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8.10.20/뉴스1
애초 ‘평양의 교황’이란 대담한 발상 자체가 문 대통령으로부터 나왔다.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 교황님을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해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답을 이끌어낸게 사상 첫 교황 평양 방문으로 이어지게 됐다.
실무협의를 거쳐 교황 방북이 실제 성사되면 이는 문 대통령이 염원해온 지구상 마지막 냉전 구도 해체가 시작되는
상징적 사건이다.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냉전 해체를 통한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구축’이라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한층 힘있게 진행될 수 있다.
일부에선 막상 북한이 교황 방북을 부담스러워할 것이므로 양측 실무 협의가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교황청으로서도 교황의 특정국 방문에는 해당 지역 가톨릭교회 교구장의 공식 초청과 영접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불문율 때문에 교구장은 커녕 사제도 없는 북한을 실제 방문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교황청은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문 대통령 특별 연설을 허용했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파격적으로 문 대통령을 통한 김 위원장 초청을 수락하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시라.
두려워하지 마시라”고 격려했다.
교황이 한반도 평화에 대해선 특별한 예외를 아끼지 않고 있는 만큼 교황 방북 역시 파격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현지시각)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환담한 뒤 교황이 선물한 묵주 상자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집무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뒤 묵주를 선물받은 뒤 얘기를 나누고 있다.
교황 방북이 북한을 포함해 한반도 관련국 모두에 이득인 점도 긍정적 요소다.
특히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이끌면서 미국 조야의 비판과 반대에 시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겐 “강력한
제재와 과감한 담판으로 북한을 정상국가로 이끌어가고 있다”며 자신의 대북 정책을 옹호할 명분이 생긴다.
또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그토록 갈망해 온 정상국가로 가는 길에 한걸음 다가서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교황이 순방국에 도착해 땅을 밟자 마자 흙에 입맞춤하는 ‘친구(親口)’를 ‘동토의 땅’ 북한에서도 한다면 이는 “평화체제를 받아들이고 정상국가로서 국제사회에 진입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장면이 된다.
‘대북 제재 완화의 공론화’에서도 문 대통령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문 대통령은 이번 5박 7일 순방 동안 5회의 연설과 총 8회의 정상회담 내내 “북한이 계속 비핵화 조치를 추진하도록 국제사회가 유엔안보리를 중심으로 견인책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적어도 북한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비핵화를 진척시킬 경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나, 대북 제제 완화가 필요하고, 그런 프로세스에 대한 논의가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신들이 참여해 만든 유엔 대북제재안을 준수중인 유럽 각국은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를 해야한다”는 원칙에서 아직 한발짝도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당연한 반응이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실천 등 보다 실질적이며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경우 대북 제재완화 논의가 시작될 기반을 다졌다는 점이 중요하다는게 청와대 평가다.
문 대통령의 지난해 7월 베를린 선언이 구체적 결실을 거두는데 1년여 걸린 점을 감안하면 비핵화 촉진을 위한
국제사회 협의도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과는 우리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관해 일상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나라들이 아니어서, 각 정상들이 최근의 상황 변화에 관해 매우 궁금해 하면서 질문을 했다”며 “이들 정상에게 한반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설명했고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이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펜하겐=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사진=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단독 면담한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함께.
사진=청와대 제공
지난 18일(현지시각)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대통령 유럽순방 최대 성과는 ‘교황 방북 수락’
청와대 관계자 “참모들도 교황 파격 메시지 예상 못 해”
올안 종전→평화협정→냉전해체 한반도 프로세스 힘 얻게 돼
대북제재 열쇠 쥔 유럽 정상들에 제재완화 여부 공론화 ‘절반 성공’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수락만으로도 이번 유럽 순방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
7박9일 유럽 순방을 마치고 21일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 최대 성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수락을 얻어낸 것이다.
세계 12억명 가톨릭 세계의 영적인 지도자이자 평화와 화해의 상징인 교황은 지난 18일 교황청에서 문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갈 수 있다”며 흔쾌히 방북 요청을
수락했다.
애초 청와대 쪽은 이처럼 명확한 답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교황의 파격 메시지는 참모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전날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의 만찬 회동에서도 교황청 인사들은 교황이 문 대통령 알현에서 어떤 말씀을 하실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교황 메시지는 기대하고 바랐던 그대로라고 생각한다”고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여기에 교황은 “한반도에서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시라. 두려워하지 마시라”며 문 대통령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문 대통령은 교황의 지지를 이끌어내 자신이 구상한 한반도 프로세스에 힘을 얻게 됐다.
아직 시기를 확정하긴 이르지만 교황의 방북은 세계에 냉전 구도를 깨고 한반도의 새 질서를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연내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냉전 해체를 통한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구축’이라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다.
특히 교황의 방북은 국제사회에 북한을 정상국가로 데뷔시켜, 유럽 순방 내내 문 대통령이 강조했던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에 따른 국제 제재 완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유럽 순방의 또 하나의 주제였던 ‘북한의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실천에 따른 유엔 제재 완화’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7박9일 동안 대북 제재의 열쇠를 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를 만나 설득 작업을 벌였다.
문 대통령은 이들에게 북한 비핵화에 따른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처가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문 대통령은 유럽 주요 국가인 독일과 유럽연합 수장도 만나 같은 논리를 폈다. 프랑스와 영국은 문 대통령의 취지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북한도 시브이아이디(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위한 좀 더 확실한
행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즉각적인 제재 완화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일단 유럽 주요 국가 정상들에게 최근의 한반도 정세 변화를 충분히 설명했고, 북한의 비핵화 이후에 대비한 제재 완화 여부를 공론화했다는 데 의미를 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과는 우리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관해 일상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나라들이 아니어서, 각 정상들이 최근의 상황 변화에 관해 매우 궁금해하면서 질문을 했다”며 “이들 정상에게 한반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설명했고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이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로파빌딩에 있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회의장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 유럽 순방 '1승 1무'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파리, 로마, 브뤼셀, 코펜하겐, 도시마다 개성은 강했지만 인류애만큼은 똑같이 뜨거웠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노력에 흔들림 없는 지지를 보내주었고, 유럽 통합의 지혜도 나누어 주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유럽 순방 마지막 행선지인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이번 순방의 감회를 정리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문 대통령은 프랑스를 국빈 방문해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을 시작으로 이탈리아·교황청 공식방문, 벨기에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 덴마크에서 열린 P4G 정상회의 참석 등 7박 9일 동안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문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전달했고 사실상 수락
의사를 확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에게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면 반드시 응답할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available)"고 말했다.
교황의 방북이 성사되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유럽 순방의 또 다른 목표였던 대북 제재 완화 분위기 조성은 기대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 영국 정상과의 회담을 비롯해 독일, 덴마크, 이탈리아, 유럽연합(EU)와의 정상회담에서도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유엔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 완화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발맞춘 상응조치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과 메이 총리 뿐 아니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 등 다른 유럽 정상들도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서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CVID)’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ASEM에서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NPT) 사찰 및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의장 성명도
채택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강하다’는 문 대통령의 설득만으로는 북한에 대한 유럽 정상들의 불신이 해소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CVID는 안보리의 결정으로 유엔 결의안에 포함된 용어여서 (유엔의 결정 없이)CVID를 당장
빼겠다고 할 수 없다"며 EU 주요국가 정상들에게 한반도 정세 변화와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의 필요성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힌 것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 참석 등 7박9일
일정의 유럽 순방을 마치고 2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 “대북 제재 완화” 설득에 유럽 대답은 “先비핵화”
靑 “제재 완화 공론화 성과 거둬”…北·美 협상 언제 틀어질지 몰라
文, 안보리·유럽·교황 끌어들여 비핵화 협상 불가역성 보강 추진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 순방 기간 내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순방 기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영국, 프랑스와 잇달아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문 대통령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 발언에서도 “한반도의 평화는 아시아와 유럽의 공동번영으로 이어질 것이다. 성원을 부탁한다”고 요청했지만 아셈 의장성명에는 북한에 대한 ‘CVID’가 더 부각됐다.
청와대는 유럽을 상대로 대북 제재 완화를 공론화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지만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체면을 구긴
문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완화에 뛰어든 것을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우선 북·미 대화가 상당부분 물밑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와 반대로 북·미 협상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문재인정부 주도의 견인 작업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정부는 미국과의 마찰에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소하고,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타진하고 있다.
[출처] - 국민일보
‘코펜하겐 행동선언’ 서명 20일(현지 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대니시 라디오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1차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코펜하겐 행동선언’이 적힌 벽면에 서명을 하고 있다. 이 성명은 기후변화 대응 등
에서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코펜하겐=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유럽 CVID 벽에 부닥친 ‘제재 완화’… 늦춰지는 북핵 시간표
북-미 정상회담 연내 개최가 안 되면 한국 정부가 고대하는 연내 종전선언 채택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2차 북-미 회담이 지연되는 근본적 이유는 북한이 핵 포기 실행의 첫발도 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7박 9일 유럽 순방에서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는 “제재 완화를 공론화하는
청와대는 북-미 회담이 늦춰져도 김정은의 연내 답방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비핵화가 조금도 이행된 게

한계도 뚜렷했다.
청와대도 식상하게 방문 성과를 감성적으로 풀어놓지 않기를 바란다.
[출처] - 국민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5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 앞뜰을 거닐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가라 쓰고 자화자찬이라 읽는다
박미영 정치국제부 정치팀장
"한국과 미국은 절차적으로 좀 달라도 같은 길로 가고 있다.
오히려 우리가 미국을 도와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직후 '문 대통령의 제재 완화 공론화에 미국이 불편하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답이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의 유럽 순방이 기대 이상으로 잘 됐다"고도 했다.
또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사업은 물론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방한도 문제 없이 잘 될 거라 확신했다.
청와대의 이런 '낯 뜨거운' 자화자찬과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걸까. 성과를 포장하고픈 마음은 십분 이해되지만
문 대통령과 만난 유럽 각국의 메시지를 우리 정부의 입맛에 맞춰 왜곡·과장해선 안된다.
유럽 9개 국가와의 정상회담에서 도출한 공동선언·공동언론보도문에는 문 대통령이 순방 내내 반복적으로 외친
'제재 완화'는 한마디도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이 거부감을 표해 북미 간 협상에서마저 사라진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떡하니 실렸다.
문 대통령의 노력은 '무위'에 그친 셈이다.
유럽 국가 정상들이 대북 제재 완화를 언급하지 않은 걸 두고 "중국도 그런데, 영국도 프랑스도 미국 눈치를 봐야지
않겠느냐"는 청와대의 해석은 매우 위험하다. 유럽국가가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지지 메시지를 낼 수 없었단 뜻으로
읽힌다. 이는 '아전인수'를 넘어 명백한 왜곡이다.
핵무기에 대한 우려와 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잡은 유럽 사회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비판을 넘어, 외교적 갈등을 부를 수 있다.
청와대의 평가에서는 스스로 내세운 근거마저 부정하는 모순도 확인된다. 대북제재 완화 공론화가 진정 미국을 돕는
것이라면, 유럽 국가는 왜 미국 눈치를 본단 말인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돕고 있다는 한국 정부에 대해 "우리의 승인(approval) 없이는 (대북제재와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경고할 필요가 있었겠나.
모순이나 이율배반은 논리적으로는 근거가 대등하면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명제다. 자기 모순이 생기는 건 내 기준으로, 내 이익이 되는 잣대로만 재단하는 탓이다.
또 청와대의 평가대로 이번 순방이 잘 된 것이라면, 모두 잠든 새벽 시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었을까.
청와대는 지난 16일 새벽 2시(프랑스 현지시각)에 출입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과정에서 지금껏 받아보지 못한 환대를 받았다'는 장문의 문자였다.
새벽에 나온 메시지에 항의가 쏟아지자 '실수'라 해명했지만, 메시지 삭제는 커녕 사진을 업로드하는 '정성'까지 기울
였다. 시간 흐름을 생각해보면, 이 메시지는 의도성이 짙다.
메시지 발신 반나절 전에 순방 첫 관문인 한불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대북 제재 완화 지지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후 양 정상은 만찬을 가졌다. 그 사이 국내에서는 조간이 나왔다.
일제히 '마크롱 대통령, 제재 완화 지지 제안 거절'이라는 타이틀로 보도됐다.
참모들로서는 1차전부터 '참패'였으니 마음이 급해졌으리라. (현지)새벽 시각에라도 후속 메시지를 내 '마사지'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동안 진행된 만찬', '마크롱, 엘리제궁 관저 사적 공간 공개', '프랑스 고위급,
문 대통령과 셀카 찍기 바빠' 등은 '유례없는 환대'라고 표현엔 군색했고, 정상회담 결과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요즘 들어 청와대가 '결과론'에 빠져있는 모양새여서 우려스럽다.
김의겸 대변인은 남북관계 진전 과속에 따른 한미 공조 균열 우려에 대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를 예로 들며
"언론들이 그렇게 우려했어도 성황리에 개소했고, 개소할 땐 언론들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 철도·연결도 성과로 나타날 것이니 우려를 내려 놓으라 했다. 언론의 정당한 문제 제기에 대해
'괜한'우려는 접고 결과나 지켜보란 식이다.
결과가 좋으면, 우리 정부가 바라는 결과가 나오면 과정은 어떻든 상관없단 건가.
결과나 성과 못지 않게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
한미간 공조에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협의 내용과
과정이 공개돼야 한다.
문 대통령이 유럽에서 쏘아올린 '대북제재 완화'에 미국이 동조할지, 또 이번 순방 결과가 미북 간 협상에서 디딤돌이 될지, 걸림돌이 될지 결과를 지켜보겠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
문재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오전 벨기에 브뤼셀 유러피언빌딩에서 열린 제12차
아셈정상회의 전체회의에 참석해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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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차 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덴마크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코펜하겐 크리스티안보르궁에서
열린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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