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변 외 핵시설로 지목했던 곳
지하에 고농축우라늄 시설 구축
북한, 비핵화 대상에 포함 거부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영변 외 핵시설’을 놓곤 미국 언론이 보도했던 평양 인근의 강선발전소 핵시설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분강 지구 내 지하 핵시설이 지상에 노출된 어느 건물과 연관돼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소식통은 단 “이 시설은 2010년 지그프리드 헤커(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 박사에게 북한이 공개한 시설
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판단하고 있다”며 “헤커 박사가 확인한 HEU 시설보다 오래됐지만 지하에 있어 미국 당국의
확인이 늦어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헤커 박사는 영변 핵 단지를 끼고 흐르는 구룡강 남쪽에 있는 HEU 시설을 둘러본 뒤 약 2000개의 원심분리기가 가동 중인 것으로 추정했다.
원심분리기는 특수 제작한 알루미늄 통 안에 우라늄을 넣어 고속으로 회전시켜 농축하는 장치다.
한·미 정보당국은 분강 지구 시설에는 1만 개 이상의 원심분리기가 가동 중으로 보고 있다.
정용수·백민정 기자 nkys@joongang.co.kr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빅딜을 제안할 것이란 예상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정상회담 후 공개된 협상 내용을 보면 미국은 영변 핵시설 외 우라늄 농축시설은 물론 미사일, 생화학 무기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볼턴 보좌관이 말한 ‘핵·미사일·WMD 포기’는 당장 폐기하자는 것보다는 언제까지 해결할 것인지 북한이 입장을 밝히라는 것"이라며 "10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가 될 영변 핵시설 이후에 핵을 포함한 WMD 제거에 돌입하는 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회담 전까지 미 행정부 내에선 빅딜과 스몰딜 흐름이 경합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협상 능력을 믿었지만, 정보 당국의 보고를 통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 반신반의 했을 것"이라며 "결국 스몰딜조차 이루지 못한 채 회담이 끝났다"고 말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을 제안함으로써 김정은이 핵포기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회담장인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확대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앨리슨 후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 한반도 보좌관, 매슈 포틴저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존 볼턴 미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트럼프 대통령, 이연향 미 국무부 통역국장, 믹 멀베이니 미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이용호 북한 외무상, 신혜영 북한 통역관, 김 위원장,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뉴시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3/04/aa954009-a2b9-4219-a4bf-434aa4927268.jpg)
[출처: 중앙일보]
빅딜 범위에 WMD를 포함시킨 것도 이날 볼턴 보좌관의 발언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미국은
이번에 비핵화 개념을 WMD 전반으로 확장하고 생화학 무기까지 포함시켰다"면서 "미드딜 수준에서 합의를 했을 경우 ‘핵 군축’으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WMD까지 포함한 빅딜 카드를 들고 와 ‘안받으면 협상을 깬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분석했다.
볼턴의 ‘빅딜 제안’ 공개가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을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의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나온 점도 주목된다.
2차 정상회담 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우리에 제안한 것은 일부 폐쇄였다"고 주장한 반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영변 핵시설의 전부 폐기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미국 역시 당분간 냉각기를 갖고 북한의 대응을 주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했는데 거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볼턴이 빅딜 제안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 양측 간 진실공방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윤덕민 전 원장은 "실무협상은 열릴 수 있겠지만 3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볼턴이 말한 ‘영변+알파(α)’ 정도의
결단을 북한이 해야한다"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결단을 갖고 나와야 트럼프 대통령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국내 정치적으로 과제가 쌓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분야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6개월 정도는 정중동의 모습일 것이다. 다만 물 밑에서 관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훈 전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3차 정 상회담을 갖기로 약속하지 않았다.
다시 만나자고 한 것도 의례적인 발언"이라면서 "당분간 3차 정상회담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정상회담 후 서로가 제안한 카드가 어느정도 공개가 됐다"면서 "여기서 누가 더 물러서는지에
따라 협상의 승리자와 패배자가 나오게 된다.
향후 협상이 더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미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저녁 7시께(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친교 만찬에서 원탁에 둘러 앉아 있다.
<연합뉴스>
27일 저녁 7시께(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이 친교 만찬을 위해 핵심 참모진들과 함께 원탁에 둘러 앉았다. 만찬은 ‘3+3’ 형태지만, 두 정상 바로 옆엔 2명의 통역이 추가로 앉아 있다.
미 백악관 트위터 계정 갈무리
지난해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단독·확대 회담을 마친 뒤 업무 오찬을 막 시작하려는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서방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는 회담 전 김정은이 보낸 친서를 보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판단, 자신은 전임
폼페이오, 볼턴 등 참모들이 독재자는 핵을 포기하는 법이 없다고 서두르는 회담을 만류했으나 오만(傲慢)이 실패를
한편 김정은은 영변만 내주고 자신이 주장한 민생 5개 분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받은 것 같다.
최선희가 "미국의 협상 방식을 이해할 수 없고, (김정은이) 의욕을 잃을지 모르겠다"는 말은 미국의 속임수를 암시한
협상 실패 후 낙담하고 침울해하는 그의 표정은 약관 35살 젊은 지도자의 실망이 얼마나 큰지를 숨기지 못했다.
하노이 2차 회담에서 트럼프는 오만하고, 김정은은 오판(誤判)했다.
좀 더 큰 차원에서 보면 역사상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고 25년이나 묵은 핵 담판이 단 두 번만나 해결될 것이라 생각

그러나 한 가지 좋은 징조가 있다면 전 세계 어느 누구도 회담이 2차로 끝날 거라고 믿지 않는 낙관론이다.
나는 김정은을 만나 '뭔가를 이뤄내고 싶어하는 의지'를 읽었다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지난 1년도 안 되는 동안 김정은은 트럼프 2회, 시진핑 4회, 문재인 3회 등 총 9번의 정상회담을 부지런히 했다.
미·북 간 정상회담을 냉정히 보면 수요-공급 당사자가 한 명씩인 핵 거래다.
이번 북한은 영변 핵시설 하나를 팔자는 상품을 구성했고, 미국은 그런 상품은 사지 않겠고 핵을 몽땅 털어넣은 상품을 구성하여 가격을 맞춰보자고 퇴짜를 놓은 것이다.
한국은 과거 10여 년에 걸쳐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경수로 차관 등을 합쳐 37억달러가량을 북측에 제공한 적이 있다. 이번 하노이 회담이 잘되면 김정은 답방, 금강산 관광 재개가 금방 이뤄질 것으로 봤는데 일단 물 건너 가게 됐다.
3차 담판을 위해서는 김정은은 미국이 요구하는 CVID, 또는 영변+알파를 새 상품으로 짜야 할 것이다.
핵 목록, 신고 검증 등도 실무회담이 필요하다. 3막의 시간은 무한한 것도 아니다.
트럼프도 내년이면 재선 가도로 들어가야 하고, 북 핵 담판을 대선용 카드로 쓰려면 적어도 연말 내로 타결 지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이 얼음판을 깨기 위해 특사가 평양-워싱턴을 순회하여 온기를 불어넣는다면 풀릴지도 모르겠다.
문 대통령이 바로 한미정상회담을 하기 전 북의 비핵화에 대한 조정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문재인 정부도 이번에 결정적으로 백악관의 의도를 헛짚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북미협상이 성공으로 끝날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신 한반도체제'라는 전략을 3.1절 연설에서
발표하려 했다.
그런데 협상이 돌연 결렬되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한미 간에 얼마나 정보소통이 안되는지, 다시 말해 트럼프가 청와대를 얼마나 불신하는지 이번에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미국은 트럼프 본인이 북 핵 담판에 흥미를 잃는 경우도 있겠으나 그의 재선을 장담할 수 없다.
차기에 부시 같은 인물이 등장한다면 북은 핵을 팔아먹을 기회를 놓친다.
북핵은 시간 옵션이 있는 한정품이다.
김정은 본인도 "시간이 없는데…"라고 되뇌었듯이 유엔 제재는 북한 민생경제의 살을 아프게 파고든다.
3막의 유효 시간은 10달 정도일 테고 제2의 레이캬비크를 해낸다면 한반도에 행운이다.
시간은 김정은의 편이 아니다. 그러므로 평양도 서둘러라.
[김세형 고문]
[ⓒ 매일경제 & mk.co.kr,
김정은의 변증법적 비핵화의 완성
완성과 동시에 폐기될 수밖에 없는 핵무장의 변증법…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도 김정은의 비핵화에 주목하라
북한 지도자의 베트남 방문은 55년 만에 처음이었다.
김일성 주석은 1964년 11월 베트남 방문길에 베이징부터 들렀다. 한 달 전에 핵실험에 성공한 중국에 축하의 말을
건네면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깜짝 방문’이었다.
“피를 나눈 형제”가 찾아오자 마오쩌둥 주석은 환영 연회를 열었다.
그리고 인민해방군 책임자를 불러 “이번 핵실험에 비용이 얼마 들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책임자는 “20억달러”라고 했다 한다.
마오쩌둥은 본인도 잘 알고 있었을 핵개발 비용을 왜 굳이 책임자를 불러 김일성 앞에서 얘기하게 한 것일까?
중국도 러시아도 핵개발 조력 거절
그건 당시 돈으로 “20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는 핵개발을 북한은 단념하라는 취지였다.
김일성은 마오쩌둥에게 핵개발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려고 간 것인데, 보기 좋게 거절당한 셈이다.
두 사람의 이런 엇갈림은 이후 북-중 관계가 악화된 여러 가지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1966년 주북한 알바니아 대사관이 작성한 외교 전문에는 이렇게 기술되어 있다.
“북한이 중국에게 원자탄의 비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양국 관계의 냉각을 가속화시켰다.”
55년 후 김일성의 손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을 출발해 중국 내륙을 관통해서 베트남까지 이르는 ‘66시간의 열차 대장정’에 나섰다.
이번엔 베이징에 들러 시진핑 주석을 만나지 않았지만, 할아버지 때의 기시감을 불러올 만한 여정이다.
하지만 그 목적은 다르다. 김일성의 목적은 대미 항전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절멸의 공포를 몰고 온 미국의 핵무기는 이미 남한에 대거 배치된 상태였다.
그래서 김일성은 소련의 흐루쇼프 서기장에게 핵개발 지원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믿었던 마오쩌둥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김일성은 마오쩌둥이 내준 항공기를 타고 하노이로 향하면서 ‘자주국방’ 의지를 더욱 강하게 다졌을 것이다.
반제국주의 선봉에 선 북베트남을 지원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그 대가는 혹독한 것이었다.
북한의 무기와 병력 수가 늘어날수록 인민 생활의 궁핍화는 가속화되었다.
한편 같은 길을 따라간 김정은의 목적은 다른 것이었다.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져온 70년간의 북-미 적대 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남부럽지 않은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에
맞춰졌다.
긴 시간 기차 여행을 하면서 이미 40년 전에 미국과 국교를 수립한 중국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그리고 “미제”를
물리쳤지만 빈곤에 허덕였던 베트남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후 어떻게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는지 똑똑히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정의의 보검”이라고 치켜세웠던 “국가 핵무력”을 어떻게 포기할 것인지 골몰했을 것이다.
그는 하노이에서 “비핵화 의지가 없었다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음속 한켠에는 언젠가 아래와 같은 선언을 해보는 날도 상상해봤을 것이다.
“70년 조-미 대결의 위대한 승리(적대 관계에서 평화 관계로 전환)를 가져온 국가 핵무력의 역사적 소임은 이것으로
끝났다.
이제 국가 핵무력의 완전한 폐기를 엄숙히 선포한다.”
덩샤오핑 양탄일성 코스 밟은 김정은
이 말은 곧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기 위해 “핵무력 건설”을 완성했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안 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정보기관 수장들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김정은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들 가운데에는 북한에 뿌리 깊은 불신을 갖고 있거나 북핵 해결이 한반도 현상 변경을 일으킬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역지사지 관점으로 ‘내가 김정은이라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왜 그럴까?
북한은 부족한 살림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 그것도 온갖 핍박과 비난을 받으면서 핵무기를 만들었다.
미국도 있지만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등 만만치 않은 나라들로 둘러싸여 있다.
강대국들의 유인에 넘어가 핵무기 개발을 포기했던 리비아와 8천 개의 핵무기를 포기한 우크라이나의 비참한 결과도
있다. 핵보유국이 침공을 당한 사례도 없고, 그래서 핵무기는 가장 확실한 안보 수단으로 간주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좋은 관계를 맺었다고 하지만, 다음 미국 대통령이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김정은이 핵을 포기한다고?
많은 이들은 김정은이 미치지 않고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이들은 실제로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면 두뇌가 해체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김정은의 비핵화 여정의 결말을 예단키는 어렵다.
하지만 수수께끼와 같은 그의 코드를 읽어볼 필요는 있다.
변증법이라는 잣대로 말이다. 김정은에게 ‘정’(正)은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이 물려준 선군정치였다.
북한은 김정일 사망 직후 선군정치 덕분에 “그 어떤 원수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핵보유국, 무적의 군사강국으로
전변”되었다며 “핵보유국과 위성 발사”를 김정일의 최대 업적으로 부각시켰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김정은이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여겨지는 덩샤오핑이다.
우리는 그를 ‘개혁개방의 기수’ 정도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의 최대 업적을 양탄일성(兩彈一星), 즉 ‘원자탄과 수소탄 그리고 위성 보유’라고 찬양
하면서 ‘중국식 국가 핵무력’을 완성한 인물이다.
그는 집권 초기에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영역, 즉 로켓과 핵무기에 모든 자원을 집중했다.
” 그 결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과 시험에 성공했다.
덩샤오핑에게 양탄일성 완성은 두 가지 의미를 품고 있었다.
하나는 중국이 군사 대국이 된 만큼 다른 강대국의 침략을 걱정하지 않고 본격적으로 개혁개방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양탄일성을 보유한 만큼, 재래식 군비 감축을 통해 경제 발전에 힘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덩샤오핑은 병력수를 절반 가까이 줄였고 국방비 지출도 최대한 억제했다.
역설적으로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이 시작한 양탄일성을 완성함으로써 마오쩌둥 시대와 단절을 이루게 된 셈이다.
핵무력 완성 후 트럼프의 역할
김정은이 집권 6년 동안 선보인 모습은 덩샤오핑과 놀라울 정도로 닮은 것이었다.
그는 이 기간 북한식 양탄일성을 완성하기 위해 전력질주했다.
여러 차례 실패에도 위성발사를 기어코 성공시켰다.
2016년 1월에 수소탄을 실험했다고 발표했다가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자, 2017년 9월에는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수소탄 실험을 강행했다.
또한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했고 “핵 억제력에 관한 법”도 제정했다.
이 사이에 재래식 군사력의 비중은 낮췄다. 북한 정부예산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6.0%(2013년), 15.9%
(2014·2015년), 15.8%(2016·2017년)로 소폭이나마 줄어든 것이다.
동시에 김정은은 국방비를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중 투입했는데, 이는 재래식 군사력의 비중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여러 가지 경제관리 개선조치도 병행 추진해 일정 정도의 성과를 낳기도 했다.
이렇듯 김정은은 선군정치라는 ‘정’(正)을 극복하기 위해 이것을 완성하는 길을 선택했다.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병진노선”은 이를 위한 과도기적 전략이었다.
핵무력 건설을 통해 선군정치를 완성하는 동시에 경제 건설이라는 선군정치 시대의 모순을 전면화시킨 것이다.
2017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보여준 모습은 그 백미에 해당된다.
김정은은 2017년 11월에 ICBM에 해당하는 ‘화성 15형’을 발사하고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미관계에서 미국의 핵 독점을 깨뜨려 “힘의 균형”을 이루는 “전략 국가”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5개월 후에는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언하면서 경제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새로운 전략 노선” 발표를 통해 사실상 선군정치에 종지부를 찍고 선경정치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적처럼 ‘반’(反)의 시대가 도래했다.
여기서 반은 대담판을 가리키고 그 중심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대통령과 담판은 사상 최초다. 김일성도, 김정일도 원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김정은도 2013년에 NBA 스타이자 그의 친구인 데니스 로드맨를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로드맨이 미국에서 왕따당하는 모습만 속절없이 지켜봤을 뿐이다.
그런데 작년 3월 문재인 정부의 특별사절단을 통해 트럼프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했는데, 이게 받아들여졌다.
김정은은 그 힘이 “국가 핵무력 완성”에서 나왔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대담판이 성공을 거둔다면 “국가 핵무력”의
역사적 소임이 끝났다고 선언할 수 있게 된다.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이는 곧 ‘합’(合)의 시대로 이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합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사항들이 완전히 이행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남북관계 발전과 북-미 관계 정상화, 그리고 평화체제 수립 등 ‘다른 방식에 의한 안보’를 달성하고 개혁개방과 제재 해제에 힘입어 경제 발전에 몰두할 수 있게 된다.
굳이 트럼프의 덕담이 아니더라도, 북한의 경제 발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변증법적 비핵화가 성공한다면, 북한이 ‘가난한 핵보유국’에서 ‘부유한 비핵국가’로 탈바꿈할 수 있는 것이다.
김정은이 이러한 ‘변증법적 비핵화’를 애초부터 마음에 품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이게 실현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다만 분명한 게 있다.
김정은이 “리틀 로켓맨”에서 ‘피스 메이커’로 변신하고 있는 데에는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 등 여러 정상들과의 상호작용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변증법적 비핵화의 완성은 김정은만은 몫은 아니다. 한반도 문제 당사자들이 힘과 지혜를 함께 모아야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공동의 과업’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결렬되었지만,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고자 하는 도전은 멈춰서는 안 된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그림 1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환영 만찬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창문을 열고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하노이=조선중앙통신ㆍ연합뉴스
북한 '하노이 빈손' 이면에.. 안일했던 의전 네 장면
① 김정은 흡연장면 노출
② 동당역서 우왕좌왕
③ 美통역관 결례
④ 방탄차량 여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지에서 이동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북한의 허술한 의전
실력이 새삼 거론되고 있다.
시작부터 매끄럽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평양에서 출발해 60여시간을 달린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이 열차에서 내려 영접 나온 보 반 트엉 베트남 당 중앙선전위원회 위원장과 인사하려는 찰나,
북측 통역으로 보이는 사람이 부리나케 뛰어 2인자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제치고 들어가 김 위원장 통역을
시작했다. 수행원들의 동선까지 세밀하게 조율하지 못한 탓으로 보였다.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는 통역 실수가 나왔다.
지난달 28일 확대회담 도중 잠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외국 기자가 김 위원장을 향해 “미국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것에 대해서 준비가 돼 있느냐”고 질문했다.
질문을 받은 북측 신혜영 통역관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이연향 미 국무부 통역국장이 대신 김 위원장에게 질문을
번역해 전달했다.
일정에 없던 기자회견이긴 했지만 상대국의 통역관이 질문을 번역한 건 명백한 의전 실패라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경호 의전에서도 빈틈이 드러났다.
일본 TBS는 북측 전용열차가 베트남을 향해 가던 지난달 26일 오전 3시 30분쯤 중국 난닝(南 )역 플랫폼에서 김 위원장이 천천히 걸으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촬영해 방송했다.
당시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이 재떨이를 받쳐 들고 뒤따르는 모습도 포착돼 화제가 됐다.
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린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당시 김 위원장을 겨눈 게 카메라가 아니라
저격수가 든 총이었다면 매우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수도 있었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을 마치고 돌아갈 때는 난닝역에 가림막이 쳐지고, 열차가 정차하지도 않는 창사역에 무장 군인이 배치된 것을 보면 당시의 경호 공백을 북한도 심각하게 여겼던 것으로 짐작된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 방문 시 타고 다니던 차량이 방탄 차량이 아닐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1일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서 열린 환영 만찬이 끝난 후 돌아가면서 차량에 탑승한 채 창문을 내리고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과 악수하는 장면이 담긴 조선중앙통신 2일 게재 사진이 근거다.
보통 방탄차량의 경우 창문틀을 포함해 4~7㎝가량의 두께지만, 김 위원장의 차량은 그에 훨씬 못 미쳤다고 의전에
밝은 한 외교관은 밝혔다.
이 외교관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면 해프닝으로 넘겼을 수도 있는 일”이라면서도 “이번 회담 의제뿐만 아니라 의전 측면에서도 북한의 허술한 실력이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mailto:oneshot@hankookilbo.com)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첫날인 27일(현지시간) 회담장인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활짝 웃고 있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
회담을 했던 두 정상이 얼굴을 다시 마주한 것은 260일 만이다.
<사진=AP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베트남 하노이 소재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단독정상회담 뒤 대화를 나누며 산책하고 있다.
© AFP=뉴스1
일거에 핵 신고·사찰·폐기하는
빅딜은 명쾌하나 현실성 없어
한국이 선택할 대북 옵션 중
최선은 비핵평화체제 구축
비핵평화체제 기회 창출 위해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어떤 비핵화 조치라도 제대로
챙기려는 전략적 사고 필요
국제정치학 사전에는 ‘진정성’이란 단어가 없다. 국가들은 원래 서로 의심하고 경쟁하며, 상호이익에 한해 협력한다.
줄곧 핵 무장만이 살길이라고 주장하던 김정은 정권이 ‘완전한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에 합의하고, 새로운
둘째, 제재에 대한 논쟁이 있다. 제재 만능론은 최근 북한의 행동 변화가 오직 제재 때문이라고 본다.
그런데 국제 제재의 효과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제재만으로 소기의 목적에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리비아는 북한과 달리 과학기술 역량 부족으로 핵 기술의 해외 구매에 크게 의존했고, 또 특별한 안보 위협도 없었기
비핵화 성공 사례에서 우리는 안보 환경 개선, 경제적 동기, 지도자의 정치적 결정 등이 비핵화의 필요조건이라는
셋째, 소위 ‘스몰 딜’과 ‘빅딜’ 논쟁이 있다. ‘빅딜’ 접근법은 북한으로부터 핵 동결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받고, 대신 제재 완화 또는 종전선언을 제공하는 ‘스몰 딜’을 거부한다.
신고와 사찰만 보더라도 탈냉전기 초기에 유일 초강대국이었던 미국은 붕괴 위기에 빠진 약체 북한에 이를 강요
지난 삼십 년간 우리는 북핵 해결을 위해 진력했지만, 결국 한 걸음도 진전하지 못했다.
우리는 더 이상 현실감도 실현성도 떨어진 교조적 논쟁을 할 여유가 없다. 이제 ‘불편한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기회 요인을 손꼽지 않을 수 없다.
우연히 등장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주요 기회 요인이다. 그는 공화당 출신이지만 이념보다는 성과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변화 조짐과 경제발전에 대한 욕구도 중대한 기회 요인이다. 그는 올 신년사 연설에서 ‘정상국가’의 ‘정상적인 지도자’가 되고 싶은 욕구를 보였다.
김정은은 2018년 4월 ‘경제발전 집중노선’을 공포한 이후 과거와 달리 군사보다 경제 부문에 더 많은 현지 지도를 했다. 올 신년사에서도 경제 분야에 가장 시간을 할애하고, 심지어 군수산업이 생활소비품을 더 생산하여 인민 경제에 기여할 것을 지시했다.
최근 한반도 정세의 변동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출처: 중앙일보]
북한 학생들이 27일(현지시간) 평양 거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 도착 소식을 전하는 노동
신문을 펼쳐든 채 읽고 있다
. <사진=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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