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주말 사이 2건의 총기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클럽
에서 주말을 보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베드민스터=로이터 연합뉴스
.
미국서 잇단 총기 참사에 불붙는 트럼프 책임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최근 일주일 새 발생한 총기 참사 사건들과 관련, “증오는 우리나라에 발붙일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정치권에서는 야당 민주당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 책임론’이 번지고 있다.
일부 사건의 ‘증오 범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보인 분열적 언사가 악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공화당이 그동안 총기 규제에 소극적이어왔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에서 주말을 보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서 현지시간으로 오는 5일 10시 총기 난사 재발 방지 등을 위한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총기 규제 강화 등 구체적 해결책이 담길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총기 난사가) 멈춰지도록 해야 한다.
이는 오랫동안, 수십 년간 계속돼왔다"며 "우리는 이를 멈추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자단에 따르면 그는 ‘총기 규제법과 관련해 어떤 조치가 취해질 수 있나’라는 질문에 “나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많은 것이 논의되고 있다”고 답해 구체적인 사항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대부분의 (전임) 행정부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했다.
우리는 실제 많은 것을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러나 더 많은 것들을 해야 한다"고 추가 조치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성명을 통해 그동안 소극적 입장을 보여 온 ‘총기 규제’와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정책이 담긴 재발 방지책을 발표할지 관심을 끈다.
미국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의 대형 쇼핑단지 내 월마트에서 3일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직후 모친의 안위를 확인하러 현장에 달려온 한 주민이 오열하고 있다.
엘패소=AP 연합뉴스
민주당은 특히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번 총기 난사 사건들에 대한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로이터는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더 엄격한 총기 규제를 요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 갈등 부추김을 비난하면서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일주일 새 발생한 4건의 총격 중 캘리포니아주 ‘길로이 페스티벌’(지난달 28일)과 텍사스주 엘패소 사건(지난 3일) 등
2건의 범행 동기로 ‘증오 범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론을 언급하며 공세를 취했다.
고향이 엘패소인 베토 오루어크 전 하원의원은 이날 CNN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인정한 인종주의자이고 이 나라에서 더 많은 인종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모든 증거는 우리가 인종주의자이자 백인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외국인 혐오자 대통령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격 사건과 관련해 트위터에 "비극적인 뿐만 아니라 비겁한 행동", "정당화할 어떠한 이유나 변명의 여지도 없다"며 비판하는 글을 올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트럼프 책임론’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또 별도 포고문에서 애도의 표시로 백악관을 비롯한 관공서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다만 풀기자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지대에 밀려드는 중남미 이민자들을 향해 자신이 '침입'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던 데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그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총기 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공화당 보수파는 총기 협회의 강력한 로비로 인해 총기 규제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서 전날(3일) 텍사스주의 국경도시 엘패소의 월마트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20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다친 데 이어 이날 새벽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오리건 지구에서도 총기 난사로 용의자를 포함해 10명이 숨지고 최소 26명이 부상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엘패소 출신인 민주당 대선주자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은 주말 네바다·캘리포니아주에서 예정돼 있던 유세 일정을
오로크는 미 CNN 방송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진행자 제이크 태퍼에게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자라고
그는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과장한 공포에 의해 자극받는 백인들이 있다"면서 의회에서 근래 미국 내 증오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발언한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증언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오로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 사태 당시 백인 우월주의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매우 멋진 사람들이 행진했다"라고 표현한 대목을 문제삼으면서 "대통령이 당시 이 나라에 백인 우월주의가 용납될 수 있다는 일종의 공적인 신호를 보내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대선주자인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도 엘패소 총기 난사를 국가 안보에 심대한 위협을 주는 백인우월주의 폭력으로 규정했다.
부티지지 시장은 "미국은 현재 치명적이고 폭력적인 백인 우월주의 테러리즘에 의해 공격받고 있다"면서 "지금은 국가 안보상 비상사태로, 백인 우월주주의가 전 세계에서 사람들을 죽이는 것처럼 미국인들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를 용인하고 있다"면서 "백인 우월주의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미국인들을 대량 살상하도록 부추기는 거대 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제이 인즐리 워싱턴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인종차별적이고 분열적인 언사를 잇달아 내놓는 행태를 비판했다.
인즐리 주지사는 "백인 우월주의를 뿌리 뽑기 위해 우리가 내려야 할 첫 번째 행정 명령의 하나는 바로 백악관에서부터 백인 우월주의를 제거하는 것"이라면서 "분열과 노골적인 인종주의, 이런 것들을 대통령이 오히려 더 대담하게 만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美 총기난사에 워싱턴 정가 '들썩'…"총기 규제법 통과해야"
지난 2월 하원 통과된 총기규제법, 상원에서 막혀
희생자에 애도 표한 美 사회…정부, 조기 게양
지난 주말 두 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져 미국 사회가 큰 충격에 빠진 가운데 야권 정치인들 사이에서 총기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일 텍사스주 엘패소 월마트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져 20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다쳤다.
이어 13시간만인 4일 새벽 1시쯤에는 오하이오주 데이턴 오리건 지구 한 번화가에서 코너 베츠(24)가 반자동 소총을 난사해 9명이 숨지고 20명이 넘게 다쳤다.
4일(현지시간) 더힐에 따르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민주·뉴욕) 하원의원은 미치 맥코넬(공화·켄터키)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 2월 하원이 통과시킨 총기 규제 법안을 상원에 상정하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오카시오 코르테스 의원은 "하원은 5개월 전에 초당적 신원 확인법(Bipartisan Background Checks Act)을 통과시켰는데 상원은 아직도 이 법안을 표결에 부치지 않았다"며 " 이것은 우리가 총기 난사를 막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초당적 신원 확인법은 총기를 구매할 때 총기 종류나 온·오프라인 매장에 상관없이 신원 확인을 꼭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2월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더글라스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에서 17명이 사망한 후 총기 규제를 바라는 여론에 힘입어 하원에서 처음으로 통과됐다.
이번 총기 사건 이후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해당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나오고 있다.
셰로드 브라운(민주·오하이오) 상원의원은 CNN에 "맥코넬 의원이 상원에 돌아와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에 보내길 바란다"며 "대통령은 이 법안에 반드시 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팀 라이언(민주·오하이오) 하원의원도 "우리는 이 살상무기를 금지해야 한다"며 맥코넬 의원에 총기 규제 법안 상정을 촉구했다. 버니 샌더스(민주·버몬트) 상원의원과 카말라 해리스(민주·캘리포니아) 상원의원 등 대선 주자들도 한 목소리로 총기 규제 필요성을 주창했다.
미국 지역사회는 두 건의 총기 사건으로 희생된 사람들과 부상자들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있다.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주 주지사는 트위터로 "무자비하게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한 이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주말 엘패소와 데이턴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사고로 30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에 매우 가슴이 아프다"며 "우리는 이 총기 폭력 전염병을 막기 위해 긴급히 행동을 취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 사람들을 신께서 보살펴주시길"이라며 "오늘 나는 엘패소와 데이턴의 총기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모든 연방정부 건물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는 "백악관에 있는 깃발도 오늘부터 오는 8일까지 내리겠다"며 "멜라니아와 나 역시 이 말할 수 없는 악행으로 피해를 본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신질환자가 벌인 범행'이라 언급하면서 총기 규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hypark@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
'언론과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韓 등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 추진… 제2 사드사태 되나? (0) | 2019.08.07 |
---|---|
태풍 '프란시스코' 한반도 상륙...폭염 속 거센 비바람 (0) | 2019.08.06 |
한일갈등 속 방위비청구서 내민 美···'이젠 각자도생이 살 길' (0) | 2019.08.04 |
화이트리스트 맞보복ㆍ지소미아 파기… 단계별 카드는 (0) | 2019.08.03 |
청주 실종 여중생 조은누리양 10일만에 발견 장맛비와 폭염 견디고 생환까지 (0) | 2019.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