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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세계 평화 지향 계승”


나루히토 일왕이 22일 오전 대내외에 즉위를 선언하는 소쿠이레이세이노기 행사에 앞서


규추산덴 중 가시코도코로에서 즉위예식을 끝낸 뒤 걸어가고 있다. 가시코도코로는
일본 왕위의 상징인 삼종신기(거울·검·굽은 구슬) 중 야타노카가미라는 거울을 모셔둔
 곳이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이 22일 도쿄 지요다구 고쿄에서 열린 ‘즉위례 정전의식’에서 자신의 즉위를 선언하고 있다. 도쿄 | EPA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이 22일 도쿄 지요다구 고쿄에서 열린 ‘즉위례 정전의식’에서 자신의

 즉위를 선언하고 있다.


 도쿄 | EPA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세계 평화 지향 계승”



아키히토 평화주의 계승 의지
아베 ‘군국 개헌’ 행보와 대비

 





나루히토(德仁) 일왕(59)은 22일 “국민 행복과 세계 평화를 항상 바라며 국민에 다가서면서 헌법에 따라 일본국 및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임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고 밝혔다.

헌법에 따른 상징 일왕의 책무를 다하면서 부친 아키히토(明仁)의 ‘평화주의’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헌법을 고쳐 ‘전쟁 가능한 보통 국가’로 나가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행보와 대비된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오후 1시 도쿄 지요다구 고쿄(皇居) 내 접견실인 마쓰노마에서 열린 ‘즉위례 정전의식’에서

 “상왕(아키히토 전 일왕)이 30년 이상의 재위기간 항상 국민 행복과 세계 평화를 바라고, 어떤 때에도 국민과 고락을 함께하면서 그 마음을 자신의 모습으로 보여주신 것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민의 예지와 지칠 줄 모르는 노력에 의해 우리나라가 한층 발전하고, 국제사회의 우호와 평화, 인류 복지와

번영에 기여하는 것을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즉위례 정전의식은 지난 5월1일 왕위에 오른 나루히토 일왕이 대내외에 즉위를 선언하는 행사다. 1990년 아키히토

일왕 즉위의식 이후 29년 만에 열렸다. 



아베 총리는 축사에서 “평화롭고 희망으로 넘치고 자부심 있는 일본의 빛나는 미래를, 사람들이 아름답게 마음을

 모으는 가운데 문화가 태어나고 자라는 시대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즉위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174개국과 유엔 대표단 등 해외 사절 400명, 일본 국내 인사 1600명을 합쳐

 약 2000명이 참석했다.











[글로벌 돋보기] 일본 마사코 왕비, ‘비운의 왕세자비’ 벗어나 ‘성공한 왕비’ 될까


어제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식을 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또 한 명의 인물이 있었다.
바로 마사코 왕비.



영국 BBC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비롯한 외신들은 마사코 왕비의 그간의 힘겨웠던 시간들을 조명하면서 그녀가 '비운의 왕세자비'에서 '성공한 왕비'로 거듭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마사코 왕비는 지금은 물러난 아키히토 선왕의 비, 미치코 선왕비에  일본 왕실 역사상 두 번째 평민 출신 왕비이다.

특히 그녀는 외교관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미국 하버드대와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수학한 경험이 있는 재원으로서
 1993년 나루히토 왕세자와 결혼 당시 "커리어 우먼 왕세자비"로도 유명했다.
마사코 왕비는 도쿄대 법학부 재학 중 외무고시에 합격해 유능한 직업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장래가 촉망되고 있었기
 때문에 나루히토 왕세자가 청혼해왔을 때도 처음에는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랜 역사와 엄격한 전통을 지키고 있는 일본 왕실로부터 "최선을 다해 그녀를 지켜주겠다"는 왕세자의 약속에 따라 왕실의 일원이 되게 된다.








결혼 후 그녀는 일본 왕실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으며 대외활동에도 한동안 적극적으로 나서는
 듯 했지만 곧 어려움에 맞닥뜨렸다.
그녀에게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왕자를 낳아야 한다는 왕실 안팎로부터의 압박이었다.

1999년 한 차례 유산의 아픔을 겪고 2001년 어렵게 출산을 했지만 왕자가 아닌 공주(아이코 공주)였고, 현재 일본
헌법에 따르면 여성은 왕위를 계승할 수 없다.
아이코 공주의 출생으로 여성도 왕이 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었지만,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
후미히토 왕세제가 2006년 아들(히사히토 왕자)을 얻으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외신에 따르면 소프트볼과 스키, 테니스 등 스포츠를 좋아하고 활동적이었던 마사코 왕비(당시 왕세자비)는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일본 왕실과 궁내청의 압박 때문에 수년 간 해외도 나갈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적응 장애 판정을 받게 되면서 10년 넘게 대중의 눈을 피해 칩거 생활을 하게 되었고 '비운의 왕세자비'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마사코:일본 왕실에 갇힌 나비>라는 책까지 나올 정도로 동정의 대상이 돼온 마사코 왕비는 그러나 지난 5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 행사 때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국제무대에 다시 데뷔하면서 대중에게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통역 없이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유창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고, 당시 언론은 만찬장에 배석한
 통역이 할 일 없이 먼 산만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고 전했다.
결혼 전 아가씨였을 때 밝고 유능한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경력이 비로소 빛을 발휘하게 될 거라는 추측도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직업 외교관으로 활동하던 당시의 오와다 마사코

젊은 시절 직업 외교관으로 활동하던 당시의 오와다 마사코



지난 5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의 방일을 환영하는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


지난 5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의 방일을 환영하는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







          
 
   <숫자로 보는 오늘의 인물>








日보수파, 왕위 부계계승 고수 안간힘…"옛 왕족男 복귀시키자"


女系 계승에 부정적 의견 내기로…여론은 '여왕도 OK'
여성일왕 8명·여계는 없어…남성 줄면서 '남계남자 바꾸자' 움직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에서 어머니로부터 왕실의 피를 이어받아 왕위에 오르도록 하는 여계(女系) 계승에 우호적인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보수 세력은 이를 봉쇄하려고 하고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 내 보수 성향 의원들로 구성된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대표 간사: 아오야마 시게하루

[靑山繁晴] 참의원 의원, 이하 모임)은 남성 중심의 왕위 계승 체계를 공고히 하는 '황실전범'(皇室典範) 개정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산케이(産經)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모임은 예외 없이 아버지 쪽에서 왕실 혈통을 물려받아야 왕위를 이어받는

 남계(男系) 계승 제도를 굳게 지키도록 예전에 미야케(宮家, '미야'[宮] 칭호를 받은 일본의 왕족 일가) 소속이었으나 패전 후 왕족 신분을 상실해 민간인이 된 남성들이 왕실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안할 방침이다.







나루히토 일왕이 마사코 왕비와 함께 2019년 5월 4일 도쿄 왕궁(황거)에서 열린 일반 국민 초대 행사(일반참하·一般參賀)에 즉위 후 처음으로 참석, 왕궁 앞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나루히토 일왕이 마사코 왕비와 함께 2019년 5월 4일 도쿄 왕궁(황거)에서 열린 일반 국민 초대 행사(일반참하·一般參賀)에 즉위 후 처음으로 참석, 왕궁 앞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군 점령기인 1947년 11개 미야케에 속한 51명이 왕족 신분을 상실했는데 일정한 절차를 거쳐 왕족에서 이탈한 남성을 다시 복귀시키자는 것이다.


연합국총사령부(GHQ) 통치 기간 왕족에게 주어지는 세비 등을 중단하거나 왕실에 거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등 재산

축소 정책을 시행한 결과 히로히토(裕仁·1901∼1989) 일왕 일가와 그의 형제가 포함된 3개 미야케를 제외한 왕족들이 왕실을 대거 이탈했다.


모임의 제안에는 왕위 계승 후보군인 남성을 늘려 여성 일왕이나 여계 일왕을 허용하자는 논의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왕위 계승을 규정한 법률인 '황실전범'은 아버지로부터 왕실 혈통을 물려받은 남성인 '남계남자'(男系男子)만

왕위를 계승하도록 정하고 있다.






후미히토(文仁) 왕세제 부부가 2013년 12월 10일 아들 히사히토(悠仁)와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이토만(絲滿)시에 있는 평화기념공원을 찾아 전몰자의 이름이 새겨진 '평화의 주춧돌'을 살펴보는 장면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후미히토(文仁) 왕세제 부부가 2013년 12월 10일 아들 히사히토(悠仁)와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이토만(絲滿)시에 있는 평화기념공원을 찾아 전몰자의 이름이 새겨진 '평화의 주춧돌'을 살펴보는 장면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왕위 계승 서열 1위는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인 후미히토(文仁·만 53세) 왕세제이며 2위는 그의 아들 히사히토

(悠仁·만 13세)다.

미성년 왕족 가운데는 황실전범이 규정한 왕위 계승 대상자는 히사히토 1명뿐이라서 자칫 왕실의 대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왕위 계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 일왕이나 여계 왕위 계승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본 국회는 나루히토 일왕의 부친인 아키히토(明仁)가 퇴위하도록 특례법을 만들면서 안정적인 왕위 계승

 방책을 검토할 것을 부대 결의로 제안했으며 여성 미야케 창설을 검토 과제 중 하나로 지목했다.


모임은 여성 미야케 창설 움직임을 차단하려 하고 있다.

이들은 여성 왕족이 결혼 후에도 왕실에 머물 수 있게 하는 여성 미야케 창설 구상에 부정적인 의견을 함께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의 회의에서는 여성 미야케 창설을 허용하는 경우 여성 일왕이 민간인 남성과 결혼해서 낳은 아이가 왕위를 이어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왕조가 변하고 만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황실전범'에 관해 논의한 일본 정부의 전문가 회의의 자료에 의하면 역대 일왕 가운데 여성이 10대에 걸쳐 8명(2명은 중임) 있었으나 이들 모두 아버지로부터 왕실 혈통을 물려받은 남계 여성이었다.





나루히토(德仁) 일왕과 마사코(雅子) 왕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왕궁 방문객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나루히토(德仁) 일왕과 마사코(雅子) 왕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왕궁 방문객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여성 일왕의 자녀가 왕위를 이어받는 여계 일왕의 사례는 없었으며 이에 대한 보수 세력의 저항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특례법 제정 시 국회가 요구한 안정적인 왕위 계승을 방안 검토에 관해 21일 기자회견에서 "남계 계승이 예로부터 예외 없이 유지된 것의 무게 등을 고려하면서 신중하고 정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여론은 여성의 왕위 계승에 열린 자세를 보인다.

공영방송 NHK가 일본 내 18세 이상 남녀를 상대로 지난달 28∼29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는 여성이 일왕이 되는 것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74%에 달했다.


여계 일왕 인정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71%에 달했다.

다만 여계 일왕의 의미를 아느냐는 물음에 모른다는 답변이 52%, 알고 있다는 답변이 42%였다.



sewonle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도쿄 왕궁 영빈관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열린 제126대 나루히토(德仁·59) 일왕 즉위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사진=일본 정부 제공)







아들없는 나루히토 즉위, 여성 일왕 가능성은?




일본 왕실전범, 남계남성에만 왕위계승 허용
정치권에서도 왕실 규정에 손대지 않기로
실질적 왕위 계승자는 친조카 '히사히토' 왕자
일본인들, "여성 왕위 계승에 찬성한다"







아들이 없는 나루히토 일왕의 22일 즉위식을 계기로 왕위계승 문제가 일본 내에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일본 왕실전범이 남계(부계) 남성(男系男子·아버지가 왕족인 남성)의 왕위 계승만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루히토(60) 일왕의 레이와(令和) 시대에서 왕위계승 후보는 아키히토 상왕(87)의 친동생 마사히토(84), 일왕의 동생 후미히토(54)와 친조카 히사히토(13) 등 3명이지만, 마사히토 친왕은 이미 노령이고 후미히토 왕세제 역시 과거 주변에 자신이 '형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 왕위계승이 어렵다'고 한 만큼 사실상 계승후보는 친조카인 히사히토 왕자 1명뿐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최근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히사히토 왕자의 존재는 매우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선 히사히토 왕자가 성인이 되자마자 결혼을 서두르고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는 반면, 남녀평등을 규정하고 있는 일본헌법을 근거로 여성의 왕위 계승을 허용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왕위계승을 남계 남성에게만 허용하는 것이 법적으로나 영국 등 유럽 국가들에 비춰봐도 뒤떨어진 규정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일본 정치권에서는 여성 왕위계승 허용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본격적인 논의는 지난 2001년 고이즈미 총리가 '여성 왕위 계승'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시작됐는데, 2006년

 히사히토 왕자가 태어나면서 논의는 잠정 중단된 바 있다.


'여성 왕위 계승'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아베 정권은 나루히토 일왕 즉위 무렵 왕위 계승 안정성 보장을 위한

'여성 일왕' 관련 논의를 다시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현재의 남계 남성 왕위계승 규정을 변경하지 않기로 결론냈다. 
다만 이에 대한 일본국민들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국민의 대다수가 '여성 일왕에 찬성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와 맞물려 '여성 왕위 계승'에 대한 일본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 7월 주간지

문춘 온라인의 여론조사에선 61.9%가 여성 일왕 계승에 찬성했고,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한 5월 교도통신이 실시한


긴급여론조사에서도 79%가 여성 일왕에 찬성했다. 이외에도 지난 4월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선 76%, 지난 1월 도쿄

신문 여론조사에선 84.4%, 지난해 11월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선 63%의 일본국민이 여성일왕 즉위에 찬성표를

던졌다. 



  





'세계 평화' 강조한 나루히토...'우경화 일본' 변화 전환점 될까



나루히토(왼쪽) 일왕이 22일 도쿄 고쿄(皇居) 내 영빈관 마쓰노마에서 열린 ‘즉위례

정전의식’에서 마사코 왕비와 단상에 올라 자신의 즉위를 선언하고 있다.


  /도쿄=EPA연합뉴스








세계 평화" 강조한 나루히토...'우경화 일본' 변화 전환점 될까


[아베夢 견제한 일왕 "헌법 따르겠다"]
"헌법 따라 日·국민통합 상징으로서 직분을 다할 것"
일왕 발언은 '오코토바'...보통 국가화 개헌 영향 줄수도


"아베, 존재감 알리기·정권 홍보에 즉위식 이용" 비판
트럼프 축하 성명…"미일 파트너십 흔들리지 않는 기둥"






'세계 평화' 강조한 나루히토...'우경화 일본' 변화 전환점 될까




'세계 평화' 강조한 나루히토...'우경화 일본' 변화 전환점 될까






나루히토 일왕이 22일 자신의 즉위를 전 세계에 알리는 연설은 2분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계 평화와 헌법 준수를 강조한 이 짧은 연설은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탈바꿈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아베 신조 총리와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일본 국민에게 울림을 준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선언이 일본 사회와 정치권 변화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오후1시 도쿄 지요다구 고쿄(皇居) 내 영빈관인 ‘마쓰노마’에서 열린 ‘즉위례 정전의식’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2분가량에 걸쳐 즉위 선언문을 읽어내려갔다.

즉위는 올해 5월1일 이뤄졌으나 일본 안팎에 알리는 의식을 따로 연 것이다. 

나루히토 일왕은 자신이 일본 헌법과 ‘황실전범’ 특례법 등에 따라 왕위를 계승했다며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항상 바라며 국민에 다가서면서 헌법에 따라 일본국과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 임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예지와 해이해지지 않은 노력에 의해 우리나라가 한층 발전을 이루고 국제사회의 우호와 평화,

 인류 복지와 번영에 기여할 것을 간절하게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세계 평화’라는 표현은 나루히토 일왕이 새롭게 언급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NHK에 따르면 나루히토의 부친인 아키히토 전 일왕은 지난 1990년 즉위식 당시 “항상 국민의 행복을 기원하며 일본

헌법을 준수하고 일본국 및 일본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임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아키히토 전 일왕도 재위 중 여러 차례 세계 평화를 기원한다는 뜻을 표명했지만 나루히토 일왕은 즉위할 때부터 이

같은 메시지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2차 대전 이후 출생한 첫 일왕인 나루히토가 그동안의 평화주의 행보를 이번 즉위식에서도 이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나루히토 일왕은 5월 ‘헌법에 따라 일본과 일본 국민의 상징으로서 직무를 다할 것이며 일본이 외국과 손잡고 평화와

 발전을 이루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발표하며 평화헌법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8월15일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일에는 “과거를 돌아보고 깊은 반성 위에 서서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도록 절실히

 기원한다”며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강조했다.

이번 즉위 선언에서 나루히토 일왕은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 개정을 통해 일본을 ‘보통국가화’하려는 아베 총리와 대립된 메시지를 내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는 18일 집권 자민당 주최로 와카야마현에서 열린 한 집회에 참석해 “현행 헌법도 제정한 지 70여년이 경과

했으니 시대에 어울리지 않은 부분은 개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 메시지를 보내 개헌의 필요성을 재강조했다.


일본에서 일왕의 발언은 ‘오코토바(말씀)’로 불리며 특별하게 인식된다.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는 비중 있게 받아들여져 아베 총리가 주도하는 개헌 시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일왕의 즉위 선언에 이어 아베 총리는 국민을 대표해 ‘요고토’라고 불리는 축하 인사를 했다.


아베 총리는 “우리 국민 일동은 ‘천황폐하’를 일본의 상징으로 우러르고 평화와 희망이 넘치는 자랑스러운 일본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 삼창을 외쳤다.


 아베 총리는 6월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이어 4개월여 만에 일왕 즉위식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톡톡히 알리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번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50개국 정상, 국가 대표와

연쇄 회담에 나서고 즉위식 다음날인 23일에는 외교 사절을 대상으로 만찬을 연다.

 단순한 정권 홍보에 그치지 않고 국제사회에 전쟁 가능한 국가로 돌아가는 자신의 헌법 개정 의지를 드러내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도쿄신문은 야당 관계자를 인용해 “일왕이 바뀌고 연호가 달라지는 것이 헌법 개정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아베 총리가 일왕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을 축하하는 성명을 내고 미일동맹을 강조했다. 그는 성명에서 “레이와 시대의 도래는 미일 국민 우정의 유대가 가장 강력한 시점에 이뤄진다”면서 “우리의 국제적 파트너십은

인도태평양 지역 및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있어 흔들리지 않는 기둥”이라고 밝혔다. 

이날 도쿄에는 제20호 태풍 ‘너구리’의 영향으로 폭우가 내려 일왕이 자신의 조상들에게 ‘즉위 행사 거행’을 보고하는

 오전 의식은 폭풍우 속에서 진행됐다. 저녁에는 나루히토 일왕이 각국의 축하 사절을 맞는 궁중연회가 이어졌다. 

한편 이번 즉위식을 계기로 여성도 일왕에 오를 수 있도록 후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과 아키히토 전 일왕을 제외하면 남성 왕족은 나루히토의 동생인 후미히토와 아키히토의 동생인

마사히토, 후미히토의 아들인 히사히토밖에 없어 차기 왕위 계승자는 나루히토의 딸인 아이코 공주가 돼야 한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NHK가 9월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성 일왕의 탄생에 찬성하는 의견이 74%에 달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가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이 끝난 후 왕위 계승을 위한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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