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홍콩 범민주 진영 지지자들이 전날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대표적
친중파 후보로 ‘백색테러’를 두둔해 분노를 샀던 주니스 호 후보의 낙선 소식에 샴페인을
터뜨리며 기뻐하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 美 '홍콩 인권법안' 통과에 中 "분개" 반발
/ 사진=연합뉴스

© News1
홍콩시민이 키운 '불만의 쓰나미' 시진핑 '중국夢' 흔들다
'反中' 외친 범민주 세력 커지며
중국과 정치적 마찰 격렬해질듯
시진핑 일국양제 구상 어그러져
中정부 참패에 대한 문책 불가피
람 장관 중도퇴진 희생양 될수도
‘11·24 홍콩 구의원 선거’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동안 추진해온 ‘중국몽’ 구상을 근본부터 흔들 가능성이 커졌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앞세워 홍콩·마카오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대만 통일까지 염두에 뒀던 시 주석의 구상이 중국 정부가 줄곧 ‘중국의 내정’이라고 주장해온 홍콩의 반중 정서 확대로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친중국파 정당의 참패로 끝난 전날의 선거 결과를 전하며 “불만의 쓰나미가 도시를 휩쓸어버렸다”고 평가했다.
SCMP는 “6개월 거리 시위에서 비롯된 반중국·반정부 물결이 홍콩 전역의 투표소를 휩쓸었다”며 “친중국 진영은 기록적인 투표 속에서 압도적인 패배로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범민주 진영이 홍콩의 도심과 교외, 부유층 거주 지역과 서민 거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거뒀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동안 중국 관영매체들은 “일부 폭력분자가 시위를 주도한다”고 비난했지만 홍콩인들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730여만 홍콩인의 절반에 가까운 294만명이 투표로 직접 의견을 표시했다.
지난 6개월간 민주화 요구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젊은이들이 이번 선거로 대약진한 점도 주목을 받았다.
SCMP는 “반정부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젊고, 신선한 후보들은 역사적인 구의원 선거의 주요 승리자”라고
강조했다.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운동을 이끈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도 구의원에 새로 도전해 당선됐다.
반대로 중국과 홍콩 정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 주석이 홍콩에 대한 통제 강화를 언급하며 사실상직접 개입에 나선 상황에서 친중국파 몰락이라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향후 중국의 행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범민주파의 승리가 폭력 시위를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서방 책임론으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대다수 홍콩인은 이미 폭력에 신물이 났으며 질서를
되찾기를 바란다”고 주장하며 “서방 일부 세력은 이번 선거에서 전력을 다해 반대파를 지원했다”고 비판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며 파장 축소에 안간힘을 쏟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총력을 기울인 가운데 패한 선거라는 점에이에 대한 홍콩 안팎의 문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최종 결정권자인 시 주석이나 홍콩 담당인 한정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캐리 람 홍콩 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이 희생양으로 중도퇴진할 가능성이 크다.
빈과일보는 이날 친중국파 정치인들 사이에서 “이번 선거가 인재”라면서 람 장관을 원망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의 리더십에 상처가 난 점은 중국 지도부에 뼈아픈 대목이다.
홍콩을 일국양제의 모범 사례로 삼아 궁극적으로 대만 통일까지 이어지게 하려는 원대한 중국 지도부의 구상에 상처가 났기 때문이다.
특히 홍콩 시위의 여파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지지율이 야당 후보인 국민당 한궈위 가오슝 시장을 크게 앞서는 등
대만 내 반중 정서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홍콩에서 반중국 정서가 확고해지는 분위기를 차단해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당장 시급한 미중 무역협상도 어려워졌다.
미국 상·하원이 통과시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을 남겨둔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에 대한 반대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게 됐다.
홍콩 정치 지형도의 변화로 중국과의 정치 역학관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칠 수 있다.
홍콩 내에서는 구의회에 교두보를 마련한 범민주파와 중국 중앙정부·친중국파의 정치적 대립이 한층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홍콩은 그동안 제한선거를 통해 친중파 진영이 행정장관(국가수반)·구청장(지자체장)과 입법회(국회)·구의회(지방의회) 등을 장악해왔는데 이번 구의회 선거 승리로 범민주 진영의 입김이 커지면서 중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당장 내년 9월 치러질 차기 입법회 선거와 오는 2022년 행정장관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 1,200명 중 구의원 몫인 118명을 이번 선거 결과 범민주 진영이 모두 차지하게 됨에 따라 국회 격인 입법회 선거와 2022년 행정장관 선거에서도 민주 진영의 우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범민주파에서는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포함한 자유선거 확대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민주화 시위도 새로운 동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웨 홍콩중문대 정치학과 교수는 “홍콩인들은 평화롭게
정치적 의견을 표출했다”면서도 “정부가 여기에 귀 기울일지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홍콩 구의회 선거 개표를 마친 25일(현지시각) 오전, 침사추이 카오룬공원 수영장에 마련된 개표 소에서 친중 성향의 후보들을 제치고 당선된 범민주파 후보 천자랑
(39·오른쪽)이 선거사무소 동료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다.
홍콩/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홍콩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24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하자 민주파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홍콩 선거혁명…중국 ‘일국양제’ 시험대 올랐다
저항운동 6개월, 구의회 392석 압승
친중파 60석 참패…투표율 71% 최고
람 행정장관 “민심 반영” 자세 낮춰
시민들 “우리 목소리 분명히 내 기뻐”
압도적 승리였다.
모두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24일 실시된 홍콩 지방선거(구의회)에서 70%가 넘는 기록적 투표율 속에 범민주 진영이 80%가 넘는 의석을 차지했다. 6개월을 끌어온 홍콩 시민의 저항운동이 사상 초유의 ‘선거혁명’을 만들어냈다.
25일 낮 카오룽반도 침사추이 채텀로드 부근은 점심시간을 맞아 삼삼오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로 넘쳐났다. 아니스 테(27)는 ‘어제 투표했느냐’는 질문에 일행 3명과 함께 한목소리로 “당연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결과에 대한 생각을 묻자 “행복하고 기쁘다”고 짧게 말했다.
곁에 있던 마스크를 쓴 레이 찬(29)도 “너무 오랫동안 정부가 시민을 무시했다. 선거를 통해 우리 목소리를 분명하게 낸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유권자 294만여명의 참여 열기 속에 역대 모든 선거를 통틀어 최고치인 71.23%의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선거는 홍콩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단 한차례도 지방의회의 압도적 다수파 지위를 놓치지 않았던 친중 ‘건제파’는 기존
327석이던 의석이 60석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친중파 최대 정당인 민건련(민주건항협진연맹)은 기존 119석 가운데 21석을 지키는 데 그쳤다.
궤멸적 수준의 참패다.
반면 만년 소수파였던 범민주 진영은 기존 118석이던 의석을 전체 452석 가운데 86.7%에 해당하는 392석으로 폭발적
으로 늘렸다.
지난 선거에서 각각 43석과 10석에 그쳤던 범민주 진영의 민주당과 공민당은 91석과 32석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다.
홍콩이 ‘선거 혁명’의 열기에 휩싸인 이날 일주일째 막혔던 홍콩지하철 동철선 훙홈역이 문을 열고 운행을 재개했다.
하지만 경찰이 철통같이 봉쇄하고 있는 홍콩이공대로 통하는 A·D 출구는 육중한 철문이 내려진 채 통행이 불가능했다. 역무원은 “시설은 개방해도 문제없다. 경찰 작전 때문에 폐쇄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명의 시위대가 9일째 고립된 이공대로 가는 길목은 여전히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차단된 상태였다.
경찰이 접근을 허용한 구역 끝까지 다가서자, 저만치 이공대 본관이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짙은 주황색 점퍼 차림의 40대 남성은, 모처럼 휴일이라 짬을 내 학교 상황을 직접 보고 싶어 왔다면서 “1주일째 폭력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 왜 아직도 경찰이 막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거 참패로 다시 벼랑 끝에 선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민심을 겸허히 듣고 반영할 것”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지난 6개월을 끌어온 반송중(범죄인의 중국 송환 반대) 시위에 대한 민심의 판정이 내려진 만큼 저항운동에 새로운
동력이 생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위대 으뜸 요구조건인 경찰 폭력에 대한 독립조사위원회 구성뿐 아니라 행정장관 직선제를 비롯해 홍콩 문제에 대한 중국의 노골적 개입에도 일정한 브레이크 노릇을 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반송중 시위 6개월의 결산 격인 이번 선거 결과 중국 정부의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새로운 시험대에 올려놨다. 압박과 강경책만으로 홍콩 민심을 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 자명해졌다.
일국양제를 앞세워 홍콩, 마카오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대만 통일까지 염두에 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몽’도 일정한 상처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은 쉽게 자세를 바꿀 기세는 아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홍콩 선거 결과를 전하며, “범민주파의 압도적 승리는 아니다.
선거에서도 이겼으니 이제 폭력을 멈추라”고 압박했다.
홍콩 정치분석가 윌리 람도 <아에프페>(AFP) 통신에 “시위대는 이번 선거 승리를 시민들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더 강고한 싸움을 이어갈 것이며, 베이징도 선거 패배에도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시위대의 좌절감은 한층 더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범민주파의 압도적인 승리 이후 홍콩 시위가 더 격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홍콩 시민들은 쉽게 마음을 내려놓지 않았다. 지난 6개월 싸움을 통해 얻은 교훈 때문이다.
이공대 앞에서 만난40대 남성은 선거 결과를 묻자 “딱 5분 행복했다”고 했다.
그는 “벌써 6개월째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하루아침에 모든 게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할 정도로 우리는 순진하지
않다”고 말했다. 채텀로드에서 만난 20대 직장인 아니스 테도 “정부가 곧바로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거에서 이긴 건 좋지만, 그것만으로 달라지는 건 없다. 이제 또 다 같이 필요한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30분께 이공대 들머리 과학박물관 앞으로 수백명이 모여들었다. 새로 구의원에 당선된 수십명이 맨 앞에서 섰다. 췬문 지역에서 승리한 마이클 모 당선자는 <홍콩방송>(RTHK)에 “당선되면 맨 먼저 이공대로 가 아이들을 구하라는 게 유권자들의 빗발치는 요구였다”고 말했다.
선거는 끝났다.
저항은 계속된다.
캐리 람(왼쪽) 홍콩 행정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연합뉴스
홍콩 선거 민주파 압승에도···中 웃는 이유
[
지난 24일 열린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전체 의석의 85.8%를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 현재 매체에 따르면 범민주파는 452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친중 건제파를 누르고 홍콩 18개구의 구의회를 사실상 모두 장악했다.
이로써 이전까지 친중파 327석, 범민주파 118석이던 구의회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6번째를 맞은 이번 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파는 의석을 석권했다.
24일의 홍콩 구의원 선거의 개표가 진행된 25일 친중파가 줄줄이 낙선하고 범민주파가 당선하자 지지자들이 거리에서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 구의원 선거는 홍콩에서 이뤄지는 유일한 직접 선거다.
[AFP=연합뉴스]
범민주, 18개 구의회 의석 86% 장악
24일 선거 역대 최고 71.2% 투표율
단결된 목소리 내며 변화 의지 표현
선거법 탓 내년 입법회 장악은 난관
2011년 행정장관 선출 제한간접선거로
친중파만 입후보하게 철저히 제도화
선거 만리장성으로 정치적 변화 막아
중국, 주민이 지도자 선출 허용 불가
공산당 일당독재와 권위주의 통치만
비행기로 귀국해 투표…홍콩인 의지 표현
게다가 71.2%라는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의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홍콩 선거는 사전 등록한 18세 이상의 유권자만 투표가 가능한데, 이번에는 413만 명의 유권자 가운데 294만 명이
이상이 투표에 참가했다.
이전까지 최고 투표율은 2016년 9월 입법회 선거에서 기록했던 58%였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에 대한 주민들의 열의를 파악할 수 있다. 심지어 해외에 거주하는 홍콩인들이 투표를 위해 유권자 등록을 하고 스스로 항공료를 지불한 비행기를 타고 홍콩으로 선거 귀향까지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전까지의 냉담이나 투표 무용론을 극복하고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투표를 통한 목소리 내기에 들어간 셈이다.
지난 6월 시작된 홍콩 시위가 주민들의 정치적인 자각과 참여를 이끌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4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는 홍콩 반환 이후 최대인 294만 명의 유권자가 투표했다. 사진은 투표소에 길게 줄을 서있는 홍콩 유권자들.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아무리 압승해도 중국이 만든 독특한 선거제도의 장벽 때문에 홍콩에서 선거를
통해 정치적 변화를 이끄는 게 애초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범민주파가 구의회 선거승리로 민심을 확실히 표현하고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명분을 얻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홍콩의 기묘한 선거 제도는 거대한 선거장벽 노릇을 해 민심을 반영할 수 없게 한다.
홍콩에는 지방자치 의외 격인 구의회와 입법기관 격인 입법회의 의원, 그리고 최고 수반인 행정장관이 선출직이다.
이 가운데 구의원만 직선으로 뽑는 기묘한 선거제도를 운용한다.
말하자면 구의원이 홍콩에서 주민들이 직선으로 선출할 수 있는 유일한 공직이다.
또 다른 홍콩의 선출직 공무원인 입법회 의원과 최고 행정책임자인 행정장관은 직선이 아닌 복잡한 간선으로 선출한다. 구의회 의원보다 권한이 훨씬 많은 입법회 의원과 행정장관은 아무리 봐도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간접 선거 방식으로 선출한다.
말이 선출이지 주민 의사와 상관없이 친중파 중에서 당선인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홍콩의 복잡한 선거제도는 이번 구의회 선거 결과와 가까운 장래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판단하는 근거를 제공한다.
홍콩 구의원 선거 개표가 진행된 25일 홍콩 센트럴 지역에서 일부 시민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거리를 지나가는 친중파 입법회 의원에게 거부의 손짓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구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범민주파는 이번 구의회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인 2020년 있을 입법회 선거에서
입법부 성격의 입법회를 장악하고 싶어 한다. 나아가 2022년으로 예정된 행정장관 선거를 직선제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홍콩의 현재 선거제도를 살펴보면 장밋빛 희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현재 홍콩의 입법회는 정원의 70명이다.
이 가운데 35명만 주민의 직선으로 선출한다.
현재 입법회의 정파 비율은 친중파 18명, 범민주파 16명, 중도 1명이다.
직선으로 뽑아도 친중파가 앞섰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머지 35명 중 30명은 기업인·직공조합원 등 38개 직능조합에서 대표를 뽑아서 입법회에 보내는 방식이다.
5명은 구의원들이 선출한다.
현재 직능대표는 대부분 친중파다.
중국의 정책이나 배려에 따라 개인의 이익이 오가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주민들이 직선제 의원을 제아무리 범민주파를 뽑아도 직능대표가 친중파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입법회는 전체적으로 친중 성격을 띨 수 없다.
24일 열린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압승했다. 사진은 홍콩의
한 개표소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의 입법회 선거제도는 한국에서 박정희 대통령 말기 유신독재 시절에 시행했던 유정회를 연상시킨다.
당시 국회의원의 3분의 2를 한 지역구에서 2인씩 뽑는 중선거구에서 직선을 하고, 3분의 1은 대통령이 사실상 임명하는 유신정우회(유정회) 의원으로 채웠다.
한 지역구에서 2석 모두를 야당이 차지할 수 없으니 야당이 아무리 선거를 잘 치러도 기껏 전체 의석의 3분의 1밖에는 채울 수 없는 구조다. 야당엔 거대한 선거장벽이었다.
대신 집권 세력에겐 선거를 잘 치르면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할 수 있는 ‘땅 짚고 헤엄치기’ 구조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이 ‘그들만의 독재체제’를 가동할 수 있는 독소적인 선거제도다.
이번 구의회 선거 결과는 얼핏 앞으로의 변화를 이끄는 하나의 갈림길로 보는 시각도 있다.
홍콩 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압승을 거두자 지지자듫이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범민주파가 구의회가 선출하는 5석의 입법회 의원과 35석의 직선제 의원 모두를 차지하면 입법회를 좌우할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5석의 구의회 선출 입법회 의원은 몰라도 직선제 의원은 범민주파가 모두 차지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친중파를 집결하는 ‘동원 선거’다.
홍콩 영주권을 갖고 중국 본토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이 친중파 후보를 밀기 위해 전세 버스를 동원해 단체로 홍콩으로 옮기기도 했다.
비행기로 홍콩으로 향하는 친범민주파와 전세 버스로 이동하는 친중파가 서로 세 대결을 벌인 셈이다.
이미 이번 구의원 선거에선 4800건 이상의 부정선거 사례가 고발됐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고령화로 홍콩 유권자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61세 이상의 고령자다.
이번 구의회 선거에선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이 투표소로 이동할 때 찍어야 하는 사람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가거나 손에 이를 적고 가는 사례가 여럿 고발됐다.
가짜 유권자의 양산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지난 선거까지는 선거구별 유권자 명부가 언론 등에 공개됐지만 이번 선거에는 경찰 가족 등의 신상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이를 비공개로 돌렸다.
그 결과 ‘가짜 유권자’가 여럿 고발됐다.
고발이 모두 진실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선거 양상과 분위기를 어느 정도는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11월 4일 상하이에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시 주석은 경질설이 나돌던 람 장관에 대한 재신임 의사를 밝혔다.
[신화=연합뉴스]
더욱 높은 ‘만리장성급’ 선거제도 장벽은 홍콩의 정부 수반인 행정장관의 선거다.
정식 명칭이 ‘홍콩 특별행정구행정장관’인 행정장관은 홍콩의 헌법 격인 기본법에 따라 선거위원회가 간접 제한선거를 통해 선출하고 중국 국무원 총리가 형식적으로 임명한다.
국민이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뽑는 지도자가 아니다.
홍콩 주민은 주민 직접선거를 통한 선출을 요구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거부한다.
이럴 경우 홍콩이 준독립국이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불똥이 본토로 튈 가능성도 있다.
중국 공산당은 이런 상황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24일 열린 홍콩 구의회 선거의 개표 윤곽기 드러난 25일 아침 범민주파 후보들이 선전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행정장관을 뽑는 간접 선거 방식은 대단히 복잡하다.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선거는 없어 보인다.
현재 입법회 의원, 구의회 의원, 홍콩에서 선출해 베이징에 보낸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 대표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대표, 38개 직능별 선거위원회에서 선출한 사람 등 1200명으로 이뤄진 선거인단이 선출한다.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차지하는 직능대표는 친중국계가 대부분이어서 선거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선거인단은 처음 400명으로 시작해 1998년 800명으로 늘었고 2012년 선거에서 1200명이 됐다.
사실 2007년 중국의 입법기관 격인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는 2012년 실시 예정이던 행정장관 선거부터 간접선거 선거인단을 1200명으로 늘리고, 2017년부터는 직선제를 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깜짝 발표했다. 하지만 고분고분 홍콩을 홍콩 주민의 손에 놓아줄 중국이 아니다.
잘 살펴보면 함정이 있었다.
홍콩 구의원 선거가 진행된 24일 오전 홍콩 레이몬디 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서 있다.
[뉴스1]
홍콩에선 2014년 7월 행정장관 선거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당시 주최 측은 51만 명, 경찰은
9만 8600명이 참가했다고 각각 주장했다.
바로 다음 달 2014년 8월 31일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017년 실시 예정이던 홍콩 행정장관 선거의 직선제 전환과 관련해 ‘1200명 안팎으로 이뤄진 행정장관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50% 이상이 지지한 사람만 행정장관에 입후보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과거에는 선거위원 8분의 1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 후보로 등록할 수 있었던 것이 오히려 퇴보했다.
중국은 추천위원회라는 강력한 거름 장치를 통해 사실상 친중파 인사 두어 명만 입후보할 수 있게 제한했다.
거대한 선거장벽이다. 중국의 지지가 없으면 아무도 넘을 수 없는 선거 만리장성인 셈이다.
게다가 전인대는 “홍콩 행정장관은 반드시 애국 인사가 맡아야 한다”며 친중 인사만 행정장관이 되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친중파가 아니면 아예 행정장관 후보조차 나서지 못하게 대못질을 한 셈이다. 홍콩 시민은 반발했다.
행정장관 후보 등록조차 제한해 주민 의사가 반영되는 게 더욱 힘들게 됐다는 항의가 빗발쳤지만, 중국은 선거제도에 관한 한 꿈쩍도 하지 않았다.
홍콩 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압승하고 친중파가 몰락했어도 중국 당국이 여유만만한 배경에는 친중파만 당선될 수밖에 없는 이러한 복잡한 제한간선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하겠다.
올해 시위는 자신의 지도자를 자신의 손으로 뽑지 못하는 홍콩 시민들의 불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 홍콩 시민들은 시위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와 ‘홍콩은 홍콩인이 통치한다(香人治香)’, ‘고도자치(高度自治)’의 3대
원칙을 강조해왔다. 새삼스러운 요구도 아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당시 중국이 했던 바로 그 약속이다.
홍콩 주민들은 중국이 반환 당시의 이런 약속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시위에 나선 홍콩인들은 일국양제와 향인치향, 그리고 고도자치를 입법회 의원과 행정장관을 자신들의 손으로 뽑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9월 2일 홍콩의 타이즈역 인근 몽콕 경찰서 밖에서 한 젊은이가 진압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민주적 선거 방식은 중국의 주권이 미치는 어디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
중국은 공산당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인물을 행정 책임자로 내세우는 중앙집권적 통치 방식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이 방식을 고수하는 데 중국 공산당의 일당독재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겸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권위가 달려있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만 강조한다.
홍콩의 장래가 절대 녹록하지 않다.
이번 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승리한 것은 제비 한 마리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는 있지만 봄이 온 것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홍콩선거 친중파 참패에도…中왕이 "홍콩은 중국의 일부"
아베 "일국양제에서 자유롭고 열린 홍콩 번영하는 것 중요하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선거결과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압승한 데
대해 "무슨 일이 있어도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는 입장을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왕 위원은 25일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아직 최종 결과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기다려보자"면서도 "홍콩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중국의 일부이며, 중국의 특별행정구역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홍콩을 엉망으로 만들거나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해치려는 어떤 시도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 위원과 만난 아베 총리는 "홍콩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시스템 아래에서 번영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중국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홍콩을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아베 총리는 또 "(내년 봄으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방문이 일본과 중국의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의미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함께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왕 위원 역시 시 주석의 성공적인 국빈방일을 위해 협력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양국 지도자들이 노력한 결과
중일 관계가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왔다.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을 심화하고 싶다"는 시 주석과 리커창 중국 총리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이와 함께 양국간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는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 주변에서의 중국 선박 항해,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따른 중국 정부의 일본삭 식품 수입규제, 중국 당국의 일본인 구속 사안 등을 거론하고 중국 측의
전향적 대응을 촉구했다.
왕 위원은 이날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공동 의장을 맡는 "중일 인적·문화교류 고위급 대화'의 첫 모임에도
참석했다. 이 모임은 아베 총리와 시 주석이 지난 6월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올해 안에 설치
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왕 위원은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만났다.
반정부 시위가 5개월 넘게 계속된 가운데 전날 홍콩에서 열린 선거에서는 범민주파가 친중파를 누르고 압승했다.
홍콩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홍콩 범민주 진영은 전날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전체 452석 가운데 낮 12시(현지시각)
현재 개표 결과 무려 385석을 차지했다. 전체 의석의 85.2%를 가져간 것이다.
친중파 진영은 고작 58석(12.8%)에 그쳤으며, 중도파가 8석을 차지했다. 나머지 1석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범민주 진영은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사상 최초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선거혁명'을 이루게 됐다.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현 정부를 심판하고자 하는 젊은 층의 적극적인 선거 참여다.
홍콩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 294만명의 유권자가 투표, 2016년 입법회 의원 선거 당시(220만여명)보다 훨씬 많은 유권자가 투표했다. 최종 투표율도 71.2%로 직전 구의원 선거 때의 47.0%보다 훨씬 높았다.
이로써 홍콩에서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 요구가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사회 현상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홍콩 정부는 이번 선거결과를 존중한다. 시민의 의견을 겸허히 듣고 진지하게 반성한다"고 말했다.
홍콩섬 번화가인 센트럴에 바리케이드로 쳐놓은 쓰레기가 흉물스럽게 도로 한복판을 가득 메운 가운데 수천 명의 직장인들이 14일 오후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고려대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A씨가 20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인
들이 홍콩 시위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홍콩 시민들의 뜻은 분명하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억압한 홍콩 정부 및 중국 중앙정부를 심판함으로써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홍콩 시위대는 송환법 공식 철회를 비롯해 강경 시위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5개 조건의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이 행정장관 직선제이다.
홍콩 시민들은 범민주 세력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다음 행정장관 선거에서 친중파 후보가 다시 선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홍콩의 상공업계나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등을 친중파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홍콩 반환 당시 2017년부터 ‘행정장관 직선제’를 실시하기로 영국과 합의해놓고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간접선거를 결정했다. 홍콩 시민들이 이에 반발해 ‘우산혁명’을 일으켰으나 중국의 억압과 회유로 무위에 그친 바 있다.
결국 홍콩 시민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다시 행정장관 직선제를 비롯한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국가라면 선거 결과로 나타난 유권자들의 요구를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 관영 언론은 시위의 폭력성을 부각
하면서 서방 책임론을 제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직접 나섰는데 친중파가 몰락했으니 당혹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민심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중국 정부는 민심을 읽고 홍콩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전 세계 시민들의 홍콩 시민들에 대한 연대를 내정간섭으로 치부해서도 안된다.
이제 중국 정부는 홍콩 시민들의 직선제 요구 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 주석의 중국몽은 홍콩과 마카오에 대한 통제력 강화에서부터 장애를 만날 것이다.
그다음 단계인 대만 통일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사설에서

증권부 김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