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의원들과 정부가 같이 심도 있는 토론을 해 보고 싶습니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정부가 먼저 단일안을 제시해 주셔야지요.”(이 의원)
이달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간 이 의원과 박 장관의 질의문답은 최근 1년 동안 국회에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한 국민연금 개편 논의의 축소판이다.
정부와 국회 모두 개편 방향을 상대가 결정해주기만을 기대하며 시간만 허비한 것이다.
국민연금제도가 지속 가능하려면 보험료율(월급에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 인상이 불가피한데, 누구도 ‘더 내고
덜 받는’ 인기 없는 연금개편을 위해 총대를 메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27, 28일 이번 정기국회의 마지막 법안심사소위를 열지만 국민연금 개편안은 이번에도 심사 대상
이 아니다.
○ 국회와 정부 서로 공 떠넘기기
이번 20대 국회도 국민연금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지가 없었다. 지난해 12월 정부에서 4가지 개편안을 넘겨
받았지만 단일안이 아니라며 논의를 거부했다.
올 8월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민연금개혁특위도 10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3가지 국민연금 개편안을 내놨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5%로 올리는 노후 소득 강화 방안이 다수안으로
제시됐다.
이는 그동안 보험료율 인상에 줄곧 반대했던 노동계가 처음으로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였다.
국회가 다수안을 바탕으로 국민연금 개편을 논의할 수 있었지만 결과는 빈손이었다.
국민연금 개편 지연의 원인을 정부의 미온적 자세에서 찾는 전문가도 많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국민연금제도 개선안을 다시 짜도록 지시했다.
보험료율을 12∼15%로 올리도록 한 개선안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국민 노후 보장을 위해 소득대체율은 높이되 보험료는 최대한 덜 올리라는 주문인데, 국민 세금으로 재정을 충당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방안이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안을 만들어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데, 인기가 없는 정책이다 보니 경사노위와 국회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 개편 늦어지는 피해는 미래세대에
올 8월말 현재 708조 원인 적립금의 고갈 시점도 정부 추산(2057년)보다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0.98명까지 떨어진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과 낮아진
기금운용 수익률을 고려할 때 2054년이면 재정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개혁이 미뤄지면 가입자들은 2057년 소득의 약 25%를 연금 보험료로 내야 할 것으로 본다.
결국 연금개편의 성공 여부는 정부와 국회가 국민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는지가 결정한다.
지난해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에 반대하는 국민 의견(45.9%)은
찬성(23.6%)의 약 2배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회에서 연금개편을 하지 못하더라도 내년 총선 이후 21대 국회가 구성되면 특별위원회를 꾸려 일정 시기 안에 연금 개편을 마무리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연금 개혁은 30년, 100년의 장기 계획을 갖고 국민을 끝없이 설득해야 하는 작업”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여야가 4년 임기 또는 일정 기간 안에 개편안을 만든다는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min@donga.com / 부산=위은지 기자
[반환점 도는 文정부] [6·끝] 재정 고갈 앞당긴 복지정책
국민연금 개편안 두고 갈팡질팡… 시한 넘기고도 단일안 못내
전문가들 "연금 보험료율 16%까지 올려야, 미룰수록 더 위험"
정부, '文케어'에 5년 30조 쓴다더니… "계획보다 6조 더 투입"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은 2013년 정부 예상(2060년)보다 6년 빠른 2054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막은 대통령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막으려면 국민연금 제도를 고쳐 하루라도 빨리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

정부는 작년 12월 단일안이 아닌 4가지 국민연금 제도 개선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정부가 만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특위에서도 지난 8월 총 3가지 방안을 국회로 넘겼다.
겹치는 것을 제외해도 무려 다섯 가지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도, 국민에게 인기 없을 안은 철저히 배제했다.
지난해 8월 복지부가 만든 위원회 소속 전문가들은 '2088년에도 1년 동안 연금 줄 돈을 남겨두자'는 목표를 세운 뒤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5%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은 40%로 유지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이 너무 가파르다'며 이러한 목표와 방안을 모두 폐기해버렸다.
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미룰수록 보험료 일시 인상의 충격은 커진다.
당장 2088년까지 기금을 유지하려면 내년에 보험료율을 16.02%까지 올려야 한다.
이 시점을 더 미뤄 2030년이 되면 17.95%, 2040년이 되면 20.93%로 한 번에 올려야 한다.
기금이 고갈되면 매해 걷은 보험료로 연금을 지급해야 해 보험료율이 20~30% 수준까지 올라간다.
◇고령화 외면하고 건보 부담만 늘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인다며 건보 적용 범위를 넓히는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추진 중이다.
문재인 케어에 2017~2022년 30조6164억원을 쓰겠다고 했고, 지난 4월에는 2023년까지 6조4569억원을 더 쓰겠다고
했다. 2017년 62.7%였던 건강보험 보장률(진료비 중 건강보험 부담 비율)을 2022년엔 7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 정책은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고령화로 만 65세 이상 환자 의료비는 2025년엔 57조9446억원, 2035년엔 123조288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화로 고령자 의료비 부담이 커지는데, 건보 부담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7년 20조7733억원에 달했던 건보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작년 10월에는 2027년 고갈될 것으로 봤지만, 문재인 케어가 확대되면서 지난 2월에는 2026년, 지난 10월에는 2024년으로 고갈 예상 시기를 앞당겼다. 건보 적립금 고갈은 건보료율 급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001~2003년 3년간 건보 적립금이 적자였는데, 2000년 2.8%였던 건보료율이 2004년에는 4.21%로 50% 넘게
인상됐다.
문재인 케어의 청구서가 결국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케어
MRI, 초음파, 병실료 등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넓혀 보장률(진료비 중 건강보험이 지원하는 비율)을 2022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료 복지 공약이다. 당초 2022년까지 30조6164억원을 쓰겠다고 했고, 지난
4월 2023년까지 6조4569억원이 들어가는 일부 사업을 더 추가했다.
[부산=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국민연금 개혁안은) 지금 제안해봐야 실효성 없다. (내년 4월 총선 이후) 21대 국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5일 부산 중구 중앙동 국립부산검역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연금 개혁안 논의 시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현행 국민연금 시스템은 덜 내고 더 받는 식이다.
박 장관은 “연금제도 자체를 걱정하는 의원들이 모여 상의하면 답을 도출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 의견과 달리 당 의견도 반영해야 하니 생산적 결과보다 갑론을박하는 것”이라고 단일안이 지연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 총력 대응에 나선 의원들이 연금 개혁을 등한시하는 것도 문제다.
복지부는 내년 예방적 질병관리를 위한 전담조직 신설을 추진 중이다.
연말 발표 예정인 건강보험 보장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는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상급병원, 종합병원 중심으로 보장률이 높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광수의원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이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강립 복지부 차관이 배석한 가운데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2017년 12월 출범한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8개월 논의 끝에 연금기금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해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 시늉만 내는 것은 의지가 없어서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에서 열린
2019년도 제3차 국민연금 심의위원회에서 위원장인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19.11.25
superdoo82@yna.co.kr
보건복지부 세종청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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