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론과 시사

재난지원금 후유증이 두렵다...한국, 현금 살포 의존말라" IMF서 날아온 경고





지난 12일 서울 성북구청에서 직원들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과 관련해 안내,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








(사진=이한형 기자

/자료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정택의 세상보기] 재난지원금 후유증이 두렵다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재난지원금 후유증이 두렵다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올해 나랏빚 100조원 더 늘어나
세금으로 갚아야 할 세대엔 부담


지역내서만 쓰는 카드 지급 많아
좁은 국토내서 시장 단절 우려도





여야가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재난지원금에 대한 여론은 찬성 쪽이 늘어나고 국민의 관심이 커지면서 지급 대상도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결론이 난 지금 정부와 여당은 물론 합의해준 야당에까지 잘했다는 반응이 주류일 것으로 본다. 그래서 걱정이다.

애초 나라 살림의 책임을 맡은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큰 중하위 소득층에만 지원하려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대로 피해가 심한 계층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런데 당정 협의 과정에서 70%의 국민으로, 여야 정치를 통해 전 국민으로 확대됐다.

결정적인 이유는 국가가 주는 돈인데 왜 나는 빠져야 하느냐는 국민 정서가, 그 돈이 바로 내가 낼 세금이라는 이성의 깨침을 눌렀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의 상당 부분을 추가 세금이 아니라 기존 예산을 절약해 만든다고 하지만 그래서 생길 돈이 있다면 빚을
줄여야 마땅하다.
올해 나랏빚이 100조원이 더 는다.
재난지원금으로 수십만원이 담긴 카드를 받는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올해 느는 나랏빚은 1인당 200만원, 4인 가구 가장이라면 800만원이다.
나라에서 주는 선불카드가 실은 한 해 1,000만원 가깝게 쌓여가는 내 카드빚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보자.
기막힌 일이 아닌가. 특히 앞으로 세금으로 그 빚을 갚아나가야 할 세대에게는.

국회는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늘리면서 기부를 장려해 그 돈을 고용보험에 쓰기로 했다.
지난달 1차 추경 때는 국회가 고용보험기금을 삭감했는데, 이는 임기응변적인 예산조정 항목으로 여긴다는 얘기다.
 고용보험은 사회안전망의 중추다. 기부금보다 확실한 예산으로 보전해야 맞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700만명에 대해 보호를 확대하고 실업급여 수준 및 지급기간도 늘리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재난지원금은 중앙정부가 아니라 대선 주자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먼저 제안·추진하면서 각 도·시·군이 잇달아 시행했다.

그 결과 경기도 화성시 같은 곳은 1인당 30만원까지 주는 반면 개인에 대한 현금성 지원이 거의 없는 곳도 있다.
지급 대상도 경기도는 모든 도민 대상이고 바로 옆 서울시는 중위소득 100% 이하에만 지급한다. 최근 이사한 사람들은 지역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정부는 이 말도 안 되는 현상에 손도 대지 못한 채 추가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 한다. 지자체는 자체 계획을 시행
하느라 돈을 다 써 국가 재난지원금의 지방 부담분을 못 낸다고 버티기까지 한다.
이 과정에서 인기가 치솟은 사람들은 정부 시책이나 지역 재정 여건과 상관없이 돈을 많이 주는 지자체장들이다.

여당 출신 남양주 시장은 처음에 지역 사정상 전면 지원이 어렵다는 소신을 밝혔지만 주민들의 압력에 못 견뎌 방침을 바꿨다.
정치가 이치에 앞섬을 보여준 사례다.

재난지원금의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또 다른 문제는 지역 화폐의 경쟁적 사용이다.
 원래 지역 화폐는 두레나 품앗이 전통처럼 공동체 발전을 위한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자체장 업적의 하나로
쓰였다.

 그 연속선에서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 지급하는 곳이 많은데 경기회복의 확산을 막음은 물론 좁은 국토 내에서 시장을 단절하는 부작용이 커질까 우려된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경제 충격이나 중요한 선택의 과제가 발생할 때 재난지원금 같은 의사결정이나 시행의 문제가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이창용 IMF 국장은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경제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했다. 사진은 지난달 IMF에서 브리핑하고 있는 이 국장. [IMF 동영상 캡처]


                     

이창용 IMF 국장은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경제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했다. 사진은 지난달 IMF에서 브리핑하고 있는 이 국장.


[IMF 동영상 캡처]









한국, 현금 살포 의존말라" IMF서 날아온 경고


[inter-view]


이창용 아태담당 국장 인터뷰
달러·유로화 찍는 미·유럽과 달리
한국 재정 너무쓰면 환율급등 우려
포스트 코로나, 수출 경제론 한계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현금 살포를 주장하는 정치인을 국민들이 선호한다면 우리나라앞날은 그리 밝지 않을 것이다.” 
규제 풀어 고부가 서비스업 키워야   이창용(사진)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지원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책 대응과 관련, 방역과 거시대책 처방은 잘했지만 무작정 선진국 대책을 따라가는 건 문제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국제통화를 찍어내는 선진국이 아닌 만큼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국장은 정부와 국제금융기구에서 근무해 경제정책을 잘 이해하는 경제학자로 통한다. 인터뷰는 지난 11일과 14일 두 차례 전화통화를 했고, e메일 등으로 보완했다.  
 지난달 초 IMF는 연차총회에서 2020년 성장률을 세계 -3%, 아시아 0%, 한국은 -1.2%로 전망했다.

한 달이 지났는데 달라진 게 있나.
 
“지난달엔 너무 비관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아시아는 IMF가 국제 통계를 수집하기 시작한 1960년 이후 0% 성장을

한 적이 없고, 한국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이후 처음으로 경제가 뒷걸음쳤다니, 그런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4월 말까지 발표된 1분기 자료와 4월 미국 실업률이 14.7%로 급증한 걸 보면 IMF 전망이 오히려 낙관적이라고 판단된다.”  


   더 나빠진다는 건가.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올해 1분기에 미국 -1.2%, 유럽 -3.8%, 중국 -9.8%, 한국은 -1.4% 성장했다.

미국과 유럽의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 올해 전망치(미국 -5.9%, 유로존 -7.5%)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




왜 그런가.


“미국과 유럽에서의 코로나19 확산과 그로 인한 봉쇄정책 효과가 4월 전망치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미국·유럽 상황이 심각해졌고 봉쇄정책도 아직 완화될 전망이 불확실하다.


 각국이 전례 없는 통화·재정정책으로 위기를 막고있지만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되기 전까지 심리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돼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될 것이다.

재정·통화정책만으로 실물경제, 특히 소비의 침체를 막기 어려울 거다.” 


 

“고용보험 확대하려면 부자증세론 부족, 세금 인상 불가피”

글로벌 경기
한국 상황 개선돼도 해외 더 악화
한·중 성장률 더 낮아질 가능성 커

재난지원금
일회성 지원금은 소비 못 살려
중기·자영업자에 써 실업 막아야
 
한국도 4월 전망보다 나빠지나.

“앞으로 국내 상황은 개선되더라도 해외 경기 침체가 2분기 이후 악화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 역시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 전망이 비관적인데 주가·금리 등은 상당 부분 회복했다.


금융시장은 왜 실물경제 전망과 따로 움직이나.


“주요국이 전례 없는 규모의 통화·재정정책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초까지 주요 20개국(G20)이 발표한 순수한 재정정책 규모는 GDP 대비 3.5%며 계속 늘고 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G20 재정정책 규모는 2.1%였다.


여기에 대출, 자본 확충, 보증 등을 더하면 주요국의 GDP 대비 부양정책 규모는 4월 말 현재 미국은 15%, 일본은

18%, 독일은 34%에 달한다. 한국은 12% 정도다.”

 
과도한 재정·통화정책이 향후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은 없나.

“부작용은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쌓이고 있었다.

팽창적 통화·재정정책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 전 세계 국채 이자율이 0% 수준이나 그 이하로 내려갔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저금리가 왜 문제인가.

“낮은 이자율로 인해 각국의 부채비율과 기업·가계 부채가 크게 증가했다.

향후 이를 줄이는 과정(deleverage)이 쉽지 않을 것이다. 늘어난 부채는 결국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귀결되거나 화폐 발행을 통해 막을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걱정은 요즘 별로 안 한다.

“앞으로도 위협 요인이 아니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비전통적 재정·통화정책은 현재 재정 여력이 있고 달러·유로·엔화와 같이 국제통화를 발행할 수 있는 선진국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과 같이 국제통화를 갖지 못한 국가들이 선진국을 모방해 너무 과도하게 통화 팽창이나 재정 확대로 대응하면 환율이 급등하거나 이자율이 올라 바이러스 위기가 경제 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순수 재정정책 부양 규모가 GDP 대비 10% 선에 가까운 선진국에 비해 신흥국·개도국들의 재정 부양 규모가

2~3%에 지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제약을 반영한 결과다.”  

 
선진국처럼 과감히 하자는 여론도 있다.

“안타깝고 불공평하게 느껴지지만 달러나 유로화 등 국제통화를 쉽게 발행할 수 있는 선진국들은 ‘뭐든지 하겠다

(Whatever it takes)’는 식으로 과감하게 부양정책을 추진할 여력이 있다.

그러나 개도국은 부작용을 고려해 최적의 조합과 규모를 찾아야 하는 한계가 있다. 개도국은 부양 규모뿐 아니라

정책 타기팅이 중요하다.”

 
올해 1분기 재정적자(통합재정수지)가 45조원으로 사상 최대다.
여당에선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60%가 돼도 괜찮다는 말까지 나온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40%는 이제 마지노선처럼 지키지 않아도 되는 건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40%에 무슨 이론적 이유는 없다.

하지만 60%도 문제가 없으니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자는 견해는 우려된다.

우리나라의 급격한 고령화로 현 수준의 복지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GDP 대비 세수 비율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면 국가부채 비율이 2040년 60%를 넘어서고, 2050년 100%에 가까워진다.


 재정 여력이 있으니 지금 당장 더 지출을 늘리자는 건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견해다.

국가부채 비율 60%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20년 내 우리에게 다가올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난해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는 이 국장. [사진 청와대]


지난해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는 이 국장.


 [사진 청와대]



그렇다고 이 국장이 복지 지출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그는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명확하게 밝힌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은 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 더욱 확대돼야 한다.

재정 지출을 늘린다면 앞으로 피할 수 없는 저소득층과 고령자에 대한 복지 지출에 선별적으로 미리 사용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복지 지출 확대를 지원할 수 있도록 세수를 늘리는 방안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전 국민에게 주는 재난지원금 때문에 논란이 많았다.

“우선순위가 잘못됐다.

 그 돈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파산으로 인한 대량실업을 막는 데 쓰면 더 효율적이다.

 재난지원금은 복지 정책과 구별해야 한다.

재난지원금은 일회성이어서 재난으로 직접 피해를 본 계층을 타깃으로 지원해야 효과가 있다.


과거 일본 등의 경험을 보면 국민 전체에게 일회성으로 주는 현금 살포는 상대적으로 그 효과가 작다.

 돈이 없어 추가소득을 모두 소비로 쓸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과 달리, 중산층 이상은 받은 현금이나 쿠폰을 이용해

소비하더라도 다른 소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둔화하고 소득 분배가 악화될수록 현금 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현금 살포를 주장하는 정치인을 국민들이 선호한다면 우리나라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을

것이다.”





 

각국정부 재정 얼마나 썼나




각국정부 재정 얼마나 썼나


이 국장의 생각은 국민 70%에 지원금을 주자는 기획재정부의 견해(초안은 50%)와도 좀 달랐다.
30~40%로 한정해 취약계층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2012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이유로 반값 등록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어떻게 달라질까.

“두 가지 추세가 명확해질 것이다.

 첫째는 디지털화와 일자리의 미래(future of work), 둘째는 세계화의 퇴조(de-globalization)다.”

 
온라인 쇼핑이나 넷플릭스 등 디지털 이코노미와 재택근무가 확산됐다.

“4차 산업혁명에서 말하는 일자리의 미래 논쟁이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 바로 오늘의 일이 됐다.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언택트(비대면) 인프라를 구축한 기업들이 다시 예전 수준의 고용을 유지할까.

코로나19는 서비스업, 자영업자, 재택근무가 어렵거나 그럴 여유가 없는 계층, 비정규직, 일용직, 저학력 노동자들에게 더 피해를 줬다.


 단기적으로 초고학력층을 제외한 일반 근로자층에 구조적 실업을 유발하고, 이는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켜 사회 통합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한국경제, 선수 안 키우고 다 감독되려하면 경기 이기겠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인프라’ 따른 불평등 심화
중국 ‘세계의 공장’ 시대도 끝날 것
 
한국이 살 길
생존력 강한 청년인력은 우리 강점
공무원만 꿈꾸는 사회선 미래 없어  
  

 
정부가 고용보험 대상을 확대했다.

“비정규직, 일용직, 자영업까지 고용보험을 확대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다만 재원 논의를 반드시 같이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으로 인기는 없겠지만 고용보험 확대에 필요한 증세와 기존 지출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부자 증세’만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부가가치세(소비세)를 안 올릴 수 없을 것이다.

 일정 수준의 최저 소득을 전 국민에게 보장하자는 기본소득(universal income policy)도 마찬가지다.

기존 정부 지출과 보조금을 과감하게 줄이고 이를 한곳에 모아야 재정 건전성을 흔들지 않고 복지를 확대할 수 있는데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존 지출이나 보조금을 어떻게 없앨지는 함구한다.”

 
글로벌화의 후퇴를 얘기한 이가 많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인 시대는 일찍 마감될 것이다.

 그동안 글로벌 공급망의 덕을 많이 보고 제조업 중심의 수출에 의존해 발전해 온 한국 경제의 성장 모형이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


특히 앞으로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하면 중국과 국제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주는 부정적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다. 이번 위기 과정에서 신사업 분야는 선방하고 있다.

 그런데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에서 세계적으로 잘 팔리는 텔레워크(원격근무) 소프트웨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왜 없나.


규제와 문화적 차이(대면보고 우선)로 인해 그런 시장을 필요로 하지도 않았고, 발전시키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보안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기술 혁신을 찾기보다 사고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책임지지 않으려는 관료적 발상이

여전히 주류다.

앞으로의 성장 산업은 과거 우리가 잘해 왔던 수출 중심의 제조업이 아닐 것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기업가가 산업에 위험투자를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세계경제 부침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과거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동질의 유능한 제조업 노동자를 대량 생산했던 우리의 교육제도도 변할 때가 됐다.”

 
교육을 바꾸자는 얘기가 나온 진 오래다.

“교육제도에 근본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문·이과 구분도 없어야 하고, 어느 과목을 가르칠지도 교육부가 아니라 학교 스스로 정해 경쟁해야 하며, 대학도 전공을 쉽게 바꾸고 다양한 전공을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 교사, 교수 등 기득권자들이 엄청 반발할 것이다. 이들의 반발에 정부도 주춤할 것이고…. 우울한 현실이다.”

 
글로벌화의 후퇴는 이미 금융위기 이후 세계화 속도 조절(slowbalization) 등으로 거론됐었다.
이번에 달라지는 건 무엇인가.

“코로나19가 이미 시작된 반(反)세계화 정서를 더 악화시킬 게 분명하다.

과거에는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를 제조업 중심으로 얘기했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의약품, 식량 안보와 여행 등 서비스

산업 공급망이 주목받고 있다.


 일례로 미국은 복제약의 대부분을 중국과 인도에 의존해 왔는데 여기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베트남 쌀의 수출 제한으로 필리핀에 피해가 우려된다. 관광산업의 가치사슬은 예약 취소로 인한 피해 구제 등의

측면에서 매우 복잡하다.”

 
나라 밖에서 더 잘 보이는 한국 경제의 장단점이 있다면.

“한국의 강점은 우수한 청년층 인력이다.

동기 부여가 잘 돼 있고, 열심히 일한다.

세계 어디서든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생이 공무원이 되기를 원하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국민 인식도 문제다.

정부 주도 경제성장에 익숙해 있기에 인식의 전환이 쉽지 않다.


경제는 민간이 주도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면 안 된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사회복지 차원의 해결책은 될 수 있어도 국가 경제 성장의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전기를 더 생산하지 않고 집 안에 콘센트만 더 만든다고 전기를 더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축구시합을 해야 하는데 선수 육성에 투자하기보다 모두 다 감독이나 협회 직원이 되기를 원한다면 경기에서 이길 수 있을까.”

 
 

“내년엔 성장? 코로나 끝날 때까지 확신 못한다”

이창용 IMF 아태국장은 코로나19의 충격이 1929년 대공황보다는 적을지 몰라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는 더 크다고 봤다.
한국은 2008년보다 왜 더 나쁠까. 그의 분석은 이랬다.

세계경제가 그때보다 더 나쁘다. 석 달 전만 해도 IMF는 전 세계 189개국 중 160개국이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봤는데 지금은 170개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본다.
 한국이 방역에 성공적이어도 주요 교역국 성장률이 크게 낮아졌다. 혼자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중국 경제가 2008년처럼 아시아를 구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당시엔 중국이 GDP 대비 8%가 넘는 재정 지출로
 중국 경제가 9.4% 성장했다.
 하지만 그 이후 과도한 부양정책의 

피해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경기부양 규모에 매우 신중을 기하고 있다.  
IMF는 한국 경제가 올해 -1.2%의 경기침체 이후 내년에는 3.4%로 성장률이 올라가고, 세계경제도 -3.3%에서 5.8%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세계 확진자 수가 올해 2분기에 정점을 찍고 3분기부터 봉쇄정책이 완화된다는 두 가지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이 국장은 "이는 경제 전망이라기보다는 전염병 확산 곡선을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이 끝나기 전까지 어느 국가도 확산이 끝났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코로나도

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야구처럼.  



 

  
서경호 경제에디터 praxis@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우석훈 박사는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제 등 논란이 많았던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변화 여부를 묻는 질문에 “소득주도성장은 사실상 내용이 없었고, 폐기된 것에
 가깝다. 최저임금도 프레임을 잘못 잡았다.


최종학 선임기자





코로나 방역 행정은 선진국인데, 경제 행정은 개도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응의 무게 중심이 방역에서 경제 회복으로 옮겨가고 있다.
 저서 ‘88만원 세대’로 잘 알려진 진보 경제학자 우석훈(52) 박사를 만나 경제위기 해법과 ‘한국형 뉴딜’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대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의 전공은 생태경제학이다.
경제 시스템을 생태계의 일부로 보는 학문으로, 인간의 경제 활동과 생태계의 상호의존성을 연구한다.
우 박사는 마침 ‘팬데믹 경제학’ 책을 준비하던 중에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고 한다.
그는 “우리 방역 행정은 선진국인데 경제 행정은 개발도상국”이라며 한국형 뉴딜에 대한 비판을 쏟아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은 ‘경제 전시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


“야구로 치면 이제 1번 타자가 나온 거고, 권투로 하면 1라운드도 아직 안 끝난 상태다.
터널에 비유하는 분들도 있던데, 깜깜한 터널이면 차라리 낫다.
지금은 밝아졌다
어두웠다 다시 환했다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주변 사람들이 저한테 물어보면 그냥 돈 아껴쓰고, 통장 깨지 말아라, 줄여쓰는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국가가 자상하게 다 지켜주지 못한다.”

-그간 우리가 겪었던 경제위기 중에 코로나19와 비교할 만한 충격이 있을까.

“기간의 함수다.
 과거에 비하면 충격이 덜한데, 기간이 길어지면 역대급이 될 수 있다.

 이전 경제위기와 다른 점이 지금은 글로벌 밸류 체인(국제 분업 체계. 일본이 소재와 부품을 팔면 한국이 이 재료로
반도체를 제조해 수출하고, 미국이 IT 완제품을 만드는 식), 즉 극한의 세계화까지 와 있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겪는 팬데믹은 처음이다.
옛날의 위기를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안 가본 길을 가는 거다.”

-기간이 길어진다면 언제까지일까.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18개월 안에 백신이 나온다는 전제 아래, 경제가 온전히 옛날 돌아가려면 2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대응은 최소 2년 정도의 시한으로 길게 보고 가야 한다. 백신이 개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백신의 딜레마 때문이다. 제약회사 입장에서 치료제는 큰돈을 벌 수 있지만, 백신은 비싸게 팔면 공공의 적이 된다.
 메르스에 백신이 없는 것처럼 코로나19의 백신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치료제가 나올 확률이 백신보다는 높겠지만 내년까지는 없다고 보인다.
 이번 이태원 클럽의 경우처럼 코로나가 확산될 때마다 다시 긴장해서 거리두기를 강화하며 사는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이 빨리 회복된 것을 보면 의아하기도 하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클라이맥스를 지났다,
진정 국면 아니냐 하는데, 원하는 대로 보는 거다. 코로나는 점점 더무서워질 건데.
지금은 사람들이 예금이 있고, 기업도 좀 여력이 있다.

 전체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버티는데, 코로나가 가을이나 겨울에 다시 오면 예금도 떨어지고, 해약할 것 다 해약하고 난 상황에서 어떻게 할 건가. 한 번 겪어봤기 때문에 다음엔 충격이 덜 할 거라고?
 그렇게 보기에는 변이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세계 경제가 ‘V자’형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드문 듯하다.
 ‘W자’ ‘U자’ ‘L자’ ‘I자’ ‘나이키 로고형’ 등 다양한 예측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수직강하 I자형은 아닐 것이다. L자형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U자형이라도 밑이 매우 긴 U자형이 될 것이다. 바닥이 두세 달일 거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지만, 폭탄이 계속 터질
텐데 그건 어림없다.
 저점이 긴 모습일 것 같다.”

-코로나19가 산업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글로벌 밸류 체인이 완화되고 ‘오타키(autarchy)’라 부르는 국가별 자급자족 정책이 강화될 것이다.
대표적으로 농업정책이 강화될 것이다.
빵 좋아하는 분들은 아쉽겠지만 우리나라는 밀 자급률이 낮고, 다행히 쌀은 수요를 넘게 생산되고 있다.
강력한 디지털화는 예상 가능하겠고, 관광산업과 영화산업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나라 얘기를 해보자. 연일 코로나19 경제 대책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방역은 전투다. 전투를 치른 방역 당국은 세계 톱클래스였다. 하지만 전쟁은 보급을 포함해 많은 부문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전투는 이겼는데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코로나 1차 국면에서는 의료진이 잘 뛰었지만, 2차 국면으로 넘어오니 경제는 개발도상국 수준인 게 드러났다.
선진국 의사와 간호사를 보다가 개도국 공무원을 보는 것 같다.”

-어떤 부분이 개도국 수준인가.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메커니즘은 군사정권시절 밀실행정에서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계획을 공론화하고 보고서를 공개해서 의견과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불투명의 극치다.
논의는 없고 발표만 있다. 공무원들은 이 와중에 ‘하던 거 하자’며 전에 내놨던 아이디어를 하나씩 다시 꺼내놓고 있다.

코로나19에서 공공의료가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박근혜정부 때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다가 반대에 부딪혀 우회로로
 삼았던 원격진료를 들고 나왔다.
 사교육에서 시장 넓히려고 인터넷 강의하자는 걸 원격교육이라고 한국형 뉴딜 핵심 사업에 넣었다.

몇년 동안 싸웠던 건데 그걸 지금 내놓으면…. 코로나로 급하기까지 하니 ‘대통령께서 결정하셨습니다,
땅땅땅’ 그러고 끝인 거 아니냐.”

-폐쇄적인 논의 구조와 한국형 뉴딜에 대한 실망인가.

“선진국은 그린 뉴딜을 얘기하는데, 우리는 회색 뉴딜이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는 병원, 학교, 대학, 열효율 혁신, 지역사회 서비스에 투자하는 그린 뉴딜을 제안했다.
한국형 뉴딜과 참 많이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그린 뉴딜 관련 부처 합동 보고를 지시했다.

“한동안 길고 긴 격론이 있었는데, 제한적으로나마 일단은 검토하는 걸로 결론이 났다.”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그린 뉴딜 정책을 예로 든다면.

“그린 뉴딜은 환경과 경제를 같이 살리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큰 발전소 하나를 각 지역에 50개로 쪼갠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손품이 많이 들어간다. 10년 전에는 인건비가 많이 들어서 경제성이 없다고 했지만 지금은 고용률이 높아지고 환경 개선이 되기 때문에 타협할 여지가 생긴다.

 실업기금을 대거 쓰는 것보다 낫다는 거다. 우리나라는 농업용 전기료가 너무 싸다.
중국에서 고추를 들여와 우리나라에서 전기로 말려 가공할 정도다. 태양광이 유럽에서 왜 잘될까. 전기료가 높기
때문이다.

전기료 교차보조하던 걸 조정해 전기료를 좀 높이면 우리나라 태양광이 살아날 수 있다.
다른 때 얘기하면 큰 소란이 일겠지만 지금이 그린 뉴딜로 시스템을 교정하기에 좋은 시기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을 강조하는데.

“인간과 컴퓨터가 붙으면 ‘비대면’이라고 컴퓨터에 돈을 쓰고, 인간과 건물이 붙으면 ’스마트 빌딩’이라고 건물에 돈을 쓴다. 똑같은 토건 하면서 ‘생활 SOC(사회간접자본)’라고 이름만 바꿔 부른다.

생활 SOC라며 도서관을 많이 지었지만 예산이 없어서 책을 못 채워 넣는다. 도서관은 책과 시민이지 건물과 유리창이 아니다. 그게 다 회색 뉴딜이다.
 환경개선에 어떤 효과가 있나.”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 3주년 연설과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은 어떻게 보시나.

“중장기적으로 고용보험을 넓히는 것을 검토한다는 건 레토릭이다. 이미 법안도 다 제출돼 있으니 재검토해서 통과
시키면 되는 일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정권인데, 제한적인 예술인 고용보험 정도만 생각한다. 사람한테 쓰는 돈은 아까워한다.”

-정부가 6월 초에 발표할 한국형 뉴딜 방안과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의견을 준다면.

“지금처럼 할 거면 안 하는 게 낫다.
이것저것 조금씩 불평만 안 나오게 백화점식으로 하고 있다.
위로부터의 톱다운보다 아래로부터의 바텀업 방식으로 정부가 조정 역할만 하는 게 맞다.
 공무원들이 현장을 알지도 못하면서 위에서 툭 떨어뜨린다.

 겉으로 보면 효율적인 것 같지만 지금의 분산 시스템에 맞지 않는다.
 ‘재난 자본주의’라고, 큰 위기가 오면 그걸 핑계로 통치자와 엘리트들이 자기들 하고 싶었던 것을 한다는 개념이 있다. 어려운 산업을 돕자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지금 방식이라면 기업들의 소원 성취와 특정 공무원들의 숙원사업이나
할 텐데, 이게 무슨 행정인가 싶다.”

-경제 리더십이 문제인가.

“한국형 뉴딜이라는 말을 만든 사람이 노무현정부 때 이헌재 경제부총리였다.
 그때 이헌재 개인의 카리스마가 대단했지만 그도 예산권이 없어서 지금 홍남기 부총리처럼 강하지 않았다.
 당시 ‘건설산업이 너무 어려워서 연착륙시켜야 한다.
한국형 뉴딜이라는 걸 해야 한다’고 국민들에게 설명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설명도 필요 없다. 결
정해서 통보하면 되는 거다.
부총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그렇게 됐다.”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얘기해보자.

“이명박정부 때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쳤던 부작용이 크다.
이전에는 예산을 조정하고 결정하는 예산 당국과 경제정책을 집행하는 집행 부처가 달랐다.

예산을 쥔 시어머니를 둬서 맘대로 곳간을 헐어 쓰지 못하게 견제하라고 돼있던 시스템을 합쳤다.
그래야 원하는 사업을 크게 키울 수 있으니까.
 그렇게 10년이 지나 공룡이 돼버렸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놓고 논란이 일었을 때 우 박사님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책임론’을 제기했었다.

“김상조 실장은 아무 일도 안 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일하는 건 홍 부총리이니까 거기와 논쟁해야 된다.
 코로나 경제에 있어서는 청와대가 몸통이 아니다.

바이러스가 6개월 만에 끝나는 경우, 1년에 끝나는 경우, 2년 이상인 경우, 이렇게 경우의 수에 따라 로드맵을 만들어야 되는데, 청와대가 바이러스에 ‘멘붕’이 온 것 같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코로나19 시대의 정책 원칙으로 ‘신속하게, 그리고 무엇이든 최대한으로’
 ‘지나치게 적은 조치보다는 과도한 조치가 낫다’ ‘의도치 않은 중복지원이나 부작용을 감수하라’ 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정부에 경제 대응의 원칙을 제안한다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원칙이 그렇다.
‘오버도즈(overdose)’라고, 부족하게 해서 문제가 되는 것보다 과하게 하는 편이 낫다는 게 일반 원칙이다. 원칙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하는데 지금 우리는 정책중립적이지 않다.

코로나 때문에 노인들이 힘드니까 비대면 진료를 하자고 한다.
 IT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을 위한다면 동네병원을 늘리는 게 낫지 않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재정 건전성 악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유럽은 두 가지 방안을 많이 얘기한다. 첫째, 펀드다.
유럽펀드 같은 걸 만들어서 어려운 나라에 쉽고 빠르게 지원하자는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돈이 있으니 편드는 해당이 없다. 두 번째는 발권력이다.

돈 찍으라는 것이다. 돈을 찍어서 채권을 사는데, 그 채권에 이자를 붙이지 말고 20년 가지고 있다가 틈날 때마다 처리하면 된다.

국채 발행도 안 될 것 없다.

금 산업이 죽으면 미래가 없으니, 우리나라 대표 상품에는 국가가 돈을 많이 써야 한다. 재
정 건전성을 해친다고 재난지원금으로 국민들에게 3조 더 가는 걸 두 달을 끌더니, 기업에 가는 기간산업 안정기금40조는 쌈짓돈 쓰듯 후딱 처리했다.”








-긍정적인 얘기를 해보자.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세계 주요국 중 우리나라 경제 전망이 네 번째로 좋았다. 우리 경제가 발돋움할 계기가 될까.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 관련 순위에서 올라가고, 일본이 내려갈 것이다.”

-경제정책에 문제가 많다고 하지 않았나.

“경제정책과 관계없이 한국은 저강도의 경제계속성이 생길 거다.
한국 경제가 강해져서 생긴 효과가 아니라 저강도로라도 움직일 수 있는 나라가 한국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야구를 하니까 미국에서도 보지 않나.
 영화도 그렇다.

 지금 영화를 찍고 만들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한국이 세계 영화의 생산기지가 된다는 말이다.
 스위스 제네바 같은 데 있는 글로벌 헤드쿼터도 가족과 함께 부임해야 하니까 안전한 한국으로 올 거다.

 제조업에서도 ‘안전한 데다 적당한 제조업이 있고, 그래도 풍부한 노동력을 갖춘 한국이 어떨까?’ 이렇게 될 거다.
위기와 기회가 같이 온다는 말을 하는데, 지금이 극명한 순간이다.
주식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게 있지만, 그 반대 현상이 벌어질 거다.
한국이 절대경쟁력을 가지게 되는 건 TV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우리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닮아간다는 우려가 많았는데 코로나19가 그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되는 건가.

“코로나가 만든 전환점 중에 우리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요소가 많다.
다 내려가는데 덜 내려가는 나라가, 다 힘들 때 덜 힘든 나라가 상대적인 경쟁력이 생기지 않나.
 일본보다는 우리 사정이 낫고, 경제 성과도 우리가 일본보다 나을 것 같다.

 그동안 우리에게 일본은 선진국이었고, 잠재적 모델이었다.
일본이 어려워질 거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건 해방 이후 이번이 처음 아닌가.
우리는 논쟁을 하는 나라다.
대통령이나 장관에 대해 격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본은 방역에 문제가 있는데도 전문가조차 이야기하지 않는 침묵의 사회다.
우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하지만 시끄러웠던 것이 여기까지 오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제, 부동산 보유세 인상 등 논란이 많았던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은 어떻게 달라질까.

“소득주도성장은 사실상 내용이 없었고, 폐기된 것에 가깝다.
 최저임금도 올리다 말았지 않나. 프레임을 잘못 잡았다. 부동산은 집이 있으면 당연히 세금을 부담해야 하지만 2주택, 3주택 단계별로 너무 뛰었다.

너무 싸다가 갑자기 비싸졌다.
 부동산 보유세는 좀 더 표준화되는 방식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자영업자들이 회생해야 하는데.

“재난지원금의 상당 부분이 자영업자들에게 갈 테니 버틸 수 있는 계기는 될 것이다. 다만 석 달 내에 지원금을 쓰라는 단기성 지원이니 상황이 길어지면 다음 단계의 대안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지원금 효과만큼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월급생활자들은 구조조정 태풍을 피할 수 있을까.

“40조원 기간산업 안정기금에 고용 유지 조건이 들어있지만 못 버티는 기업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기업들은 이번에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이렇게까지 직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단기고용 감축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대안을 얘기해보자.

“이제까지 해보지 않은 새로운 업종이 생겨나야 할 텐데….
사회적 위기가 왔을 때 유럽에서 하는 노사정 논의가 우리도 필요하다.
 21년 만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모두 참석하는 노사정 협의체를 열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임금을 낮춰가면서 다른 형태의 노동방식을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면 부딪힐 것이냐, 사회적 대타협을 찾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논의를 통해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노동방식일지라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권혜숙 인터뷰전문기자 hskwo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자료사진 (사진 = 스마트이미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