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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미국시위 동력은 '양극화'…서로 더 달라지고 더 미워한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종차별 반대 집회
[AFP=연합뉴스]




 

 

/진=AFP

 

 

 

 

미국시위 동력은 '양극화'…서로 더 달라지고 더 미워한다

 

 

이코노미스트, 흑인시위 격화 속 '미국 분노사회' 주목
"공화, 백인 지지층 포섭하려 인종갈등 부추겼다 역풍"
"민주당, 시위대 분노 이용하면 양극화 반목이 국가위협"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미국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인종차별 항의 시위는 미국 사회의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상대 진영에 누적된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일(현지시간) 미국 사회에 만연한 정치적 양극화와 당파적 분노가 시위대와 반대파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정부의 갈등 해결을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시위 사태를 1967년 발생한 흑인 시위와 비교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50여년 전 시위 당시 미 공화당은 법과 질서를 명분으로 강경한 폭동 진압을 내세워 백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그 이후로 흑인 시위를 '인종 폭력'으로 규정하고 철저히 단속하겠다는 공약은 공화당의 핵심 선거 전략으로 사용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경찰과 대립하는 시위대
[AP=연합뉴스]

 


인종 문제를 정치화하는 공화당의 전략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중남미와 맞닿은 남부 국경에서의 불법 이민 반대 운동으로 백인 지지 세력을 키웠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이면에는 2014년 미주리주 퍼거슨과 2015년 볼티모어에서 발생한 흑인 소요사태에 대한 불만이 내재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백인 지지층의 불안 심리와 인종 갈등을 효과적으로 자극한 셈이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의 81%는 백인이며, 민주당의 백인 유권자 비율은 59%에 그친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중 누구를 대통령으로 선택할지 묻자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약 90%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년간 공화당이 점점 더 '하얗게' 변하면서 인종 갈등에 대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의 백인 유권자들은 대체로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해 동의하나, 이후 벌어진 시위에서의 폭력과 약탈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여러 인종이 뒤섞여 행진하는 미국 워싱턴의 인종차별 반대 집회
[EPA=연합뉴스]



이들은 경찰의 잔혹 행위로 촉발된 이번 시위 역시 경찰에 책임을 묻는 차원이 아닌 경찰에 대한 오랜 편견의 결과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좌파 성향의 백인 지식인층은 흑인 인권 운동가들의 주장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인종 문제에 접근했다.
이에 따라 경찰의 잔혹 행위에 반대하는 시위는 단순히 인종 문제뿐만이 아니라 정치적이자 이념적인 성격을 띠게 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인디애나대 정치학자인 스티븐 웹스터 박사는 인종 문제에서의 정치적 양극화가 더 심화했으며, 서로에 대한 반감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1960년 이후 상대 당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평점이 100점 만점에 50점에서 30점으로 약 40% 하락했다면서 언론과 정치가 유권자들이 상대 집단을 근본적인 위협이자 혐오 세력으로 인지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웹스터 박사는 앞서 공화당이 백인들의 분노를 전략화했다면, 이번 시위에서는 민주당이 '인종적 정의'라는 명목으로 시위대의 분노를 이용하는 모습도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이 같은 반목 동력을 '아메리칸 레이지'(American Rage·미국에 뿌리내린 다혈질성 분노)로 규정하기도 했다.
웹스터 박사는 결과적으로 양극화로 인한 분노와 반목이 국가 전체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면서 또다시 인종 분열의 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yk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미국 시위, 폭력은 줄고 평화 시위로 방향 틀어

한국인 교민 사회,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

통금 어긴 시위대 체포했지만 충돌없어

전직 대통령 오바마·카터·부시 평화 시위 지지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미국 시위가 혼란에서 벗어나 질서를 찾고 있다.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 산발적 충돌도 있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시위가 진행됐다.
한편으로 교민사회에선 미국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에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 달 28일 밤 미니애폴리스 일대의 한인 점포 5곳이 약탈·방화 피해를 봤고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피해 점포는 10곳으로 늘어났다. 뷰티 서플라이(미용용품), 의료, 휴대전화 점포 및 식당 등이다.
한인들은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이라며 밤마다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폭력 시위와 불법 약탈이 줄었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했다.
다행한 것은 미국 전역에 걸쳐 시위대의 폭력 시위 양상이 진정되고 있는 데다,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모습도 차츰 잦아들고 있어 사태 전환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4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방송 등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16번가에 모인 시위대는 이전과 달리 평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내를 행진하며 경찰의 폭력에 의해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했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찬양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또한 이날 시위에서 일부 시민들은 유모차를 끌고 나와 시위대에게 물과 간식을 나눠주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경찰도 백악관 주위 도로를 차단하고 시위대와 마주했지만 군중을 자극하지 않고 침묵을 지킨 채 합창하는 시위대를 지켜보는 선에 그쳤다.
이후 수천 명의 시위대가 이날 밤늦게까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같은 피해 사례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의 개정을 요구하며 의회가 있는 의사당을 향해 평화롭게 행진했다.
경찰과 군인, 연방 요원 등에 의해 도로가 차단되었으나, 시위대는 옆길로 이동하면서 "누구의 거리인가? 우리의 거리이다", "정의 없이는 평화 없다" 등의 구호문구를 외쳤다.
한편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애틀 등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시위가 진행되었으나 이전과 달리 폭력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고 주요 언론은 전했다.
CNN은 뉴욕에서 3일 밤의 시위는 지난 며칠간보다 훨씬 조용하고 평화롭게 진행되었으며 약탈 사례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LA에서도 1000여명이 참여한 시위가 열렸지만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다만 통행금지 시간(오후 9시)를 넘겨서 오후 10시 30분까지 남아있던 시위대 수십 명에 대해 경찰이 체포를 진행하면서 시위가 마무리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AP 통신은 이날 시위에 대해 "항의 시위는 대체로 평화로웠으며, 전국에 걸쳐 거리도 이전보다 차분해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서는 "전날 밤 이후로 전국의 시위가 대부분 평화로이 진행되고 있다"며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도 크게 잦아들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뉴올리언스에서는 경찰이 다리 건널목을 차단할 목적으로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해 해산하는 등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들 "평화 시위 감사"
이같은 상황에,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도 공개적인 발언을 통해 평화 시위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에 힘을 보태었다.
온라인 타운홀 미팅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거리에서 평화적이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는 시위대에 미국인들도 감사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인종차별 철폐와 경찰 개혁이라는 제도적 변화를 이뤄내자고 당부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평화적 시위 촉구 및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거리의 시위대를 향한 연대의 입장을 밝히며,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여론 수렴을 촉구했다.
미 전역에 20000여 명이 넘는 주방위군이 투입된 것에 더해 각지에 발효된 야간 통행금지령이 정착돼 가는 것도 폭력 사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통금령에 힘입어 뉴욕이 질서를 회복하는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고 평했다.
아울러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지목받는 미니애폴리스 경찰관 4명 모두가 형사 기소된 것도 사태의 진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네소타주 검찰 측은 이날 플로이드의 목을 약 9분간 무릎으로 찍어눌러 사망에 이르게 한 데릭 쇼빈에게 2급 살인 혐의를 추가로 적용한 것에 더해, 알렉산더 킹 등 나머지 경관 3명을 범행의 공범으로 간주해 2급 살인 공모 혐의로 기소했다.
한편 시위가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일부 주요 도시는 밤늦게까지 평화 시위가 유지되는 상황이 나타나자 통행금지령을 끝내기로 했다고 WP는 전했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나쁜 밤"을 막기 위한 제한은 4일 끝날 것이라고 말했으며 시애틀과 디트로이트도 통행금지를 더는 내리지 않기로 했다고 WP는 설명했다.'
미국의 정치, 경제 전문가들은 시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평화 시위 분위기가 자리잡아 가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게 사태 회복에 대한 전망과 경제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표시하고 있다. 


 

이광수 기자 inylee81@gooddailynews.co.kr

 

 

 

 

 

 

일요일 아침 뉴욕에서 4시간 운전해서 워싱턴DC로 왔다는 라몬 카르멘씨(좌) 가족.
부인이 생후 6주된 아이를 안고 있다.

(사진=권민철 특파원)



평화시위로 전환 美시민들 "한국 탄핵촛불과 비슷

 

 

소요사태로 악화돼 가던 미국의 시위가 평화시위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일부 지역에서 폭력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시위가 13일째 이어지고  7일(현지시간) 현재 미국의 시위 기조는 완전히 바뀌었다.
대표적인 시위장소인 워싱턴DC 백악관 앞 풍경도 이날 몰라보게 바뀌었다.

눈에 띄는 것은 가족 단위 시위대가 늘었다는 점이다.
앳된 얼굴에 여드름 가득한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나온 부모들이나 유모차에 아이들 태우고 나온 젊은 부부들이 많았다.






(사진=권민철 특파원)


그 가운데 한 명인 라몬 카르맨은 적어도 워싱턴DC의 상황은 서울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의 입에서는 뜻밖에도 '블루 하우스(청와대)'라는 말도 튀어나왔다.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의 말에 "환영한다"면서 "지금 상황이 청와대를 심판한 상황과 비슷하지 않냐"고 되레 물었다.

그는 "한국의 탄핵 상황을 조사해보지는 않았다"면서도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한국에서 했던 평화시위에 대해 들었던 것을 기억한다"며 반가워했다.
뉴욕에 산다는 그는 이날 아침 가족과 함께 4시간 가까이 운전을 해서 워싱턴DC에 왔다고 했다.
그의 큰 딸은 태어난 지 6주 됐다는 동생을 안고 있었다.

갓난 아이의 어머니이자 카르맨의 부인은 "아이에게 혁명의 역사를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쩌면 최루탄도 쏠지 모르는데 갓난아이를 데려오는 건 좀 위험한 판단 아니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현재의 상황에 대해 점검해봤다"며 "전혀 위험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녀는 "시위대의 정서와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지금은 평화시위로 정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권민철 특파원)

 


평화 시위의 또 다른 지표는 애완견일 것 같다.

이날 백악관 앞에서는 크고 작은 애완견을 이끌고 나온 시위대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역사적인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도 있었다.
일부 시위 지원세력들은 시위장소 주변에서 음료수를 나눠주기도 했다.

시위대 후방에서 남 몰래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덕분에 거리도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사진=권민철 특파원)



한편, 이날도 경찰의 흑인에 대한 과잉 대응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비폭력 흑인에게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쏘고 폭력을 휘두른 백인 경찰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백인 경찰관은 '산소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해당 흑인 남성을 응급차에 탑승시키던 중 테이저건을 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관은 이후 피해자를 강압적으로 엎드리게 만든 뒤 양쪽 어깨와 등을 누르는 등 물리력을 행사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 듯 미국의 전반적인 여론은 경찰 보다는 시위대에 더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 NBC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플로이드 사망사건에서 경찰의 행동에 대한 우려(54%)는 그 이후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항의 시위(27%)에 대한 우려보다 컸다.





워싱턴 노컷뉴스 권민철 특파원






지난달 30일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의 한 상점이 불타고 있다. 흑인 사망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시작된 시위가 점차 과격해지면서 폭력과 약탈,
방화가 미 전역에서 확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평화시위 vs 약탈' 어떤게 미국 시위의 진짜 모습?

180도 다른 美 시위 보도 양상
폭스뉴스 "폭력·약탈",CNN·MSNBC "평화"
트럼프 "현대판 독재자" vs "헌법 수호자"




시위로 파손된 상점에 빗자루를 들고 들어가 청소를 하는 사람들, 문닫힌 명품관과 대형마트 문을 깨부수고 들어가 제품을 훔쳐 달아나는 사람들.

시위로 혼란한 백악관 앞 교회까지 유유히 걸어가 자신을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라고 표현한 뒤 성경책을 들어올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대통령의 행차를 위해 모여있는 시위대를 분산 시키려 경찰이 쏜 최루탄을 맞고 눈물을 글썽이며 구토하는 젊은 여성.

조지 플로이드 시위가 둘로 쪼개진 미국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언론들은 시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 가운데 일부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시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상점에 들어가 청소를 하는 시위대의
모습(위쪽)과 문닫힌 담배 판매점에 들어가 상품을 들고 나오는
시위대의 모습(아래쪽).

/ AP 연합뉴스



2일(현지시각) AP통신은 방송채널인 CNN, MSNBC가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이후 평화로운 시위 장면을 보여주는 반면 친(親) 트럼프 매체로 분류되는 폭스뉴스는 거리의 폭력, 재산 파괴 행위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교회 앞에서 자신을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평가도 극명히 갈렸다.

CNN의 앤더슨 쿠퍼는 "대통령은 흑인과 평화 시위를 지배하는 것이 법과 질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는 그들(시위대)을 깡패라고 불렀다. 누가 진짜 깡패인가"라고 말했다.
폭스뉴스의 터커 칼슨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하고 상징적인 제스처를 통해, 이 나라가 허무주의적인 파괴 행위로 인해 더럽혀지고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군대를 배치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MSNBC의 뉴스 진행자 레이첼 매도우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익숙해졌다"며 "무계획적이고 엉성한 방식으로 루비콘 강을 건너는 순간이 왔다"고 말했다.
CNN의 돈 레몬은 트럼프 대통령을 '현대판 독재자'라고 칭했다.


같은 시간 폭스뉴스의 뉴스 헤드라인은 '혼란이 미국 거리를 뒤덮었다'였다.
기자 브라이언 레나스는 어지럽혀진 뉴욕 거리에 있는 한 상점의 유리가 깨진 모습을 보여주며 "오늘밤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는 의무를 재확인 했다"고 전했다.



조선비즈 이현승 기자

 

 

 

 

 

▲ 지난 3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에서 벌어진 평화 시위 모습.


 


코로나19로 맞물린 미국 내 시위로 이중고 겪는 한인들

그래도 지금은 Black으로 연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관련해 미국 내 시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한인 사회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인들은 코로나19로 지난 두 달여간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차별을 겪은 뒤인 만큼 피해가 더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한인들은 “지금은 Black(흑인)의 이름으로 힘을 모을 때”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에 시위까지…한인들의 이중고

LA 한인타운에서 23년간 거주한 지근옥(58)씨는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종차별적이고 백인우월주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조지 플로이드 시위로 터져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무역업을 해온 지씨는 코로나19 당시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여전히 미국 사회에 뿌리 박힌 인종차별을 느꼈다.
지씨는 “한창 코로나19가 확산될 때, 백인들이 한인들이 모는 우버 택시는 탑승하도고 다시 내리는 등 차별이 종종 있었다”고 회상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미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조치들을 서서히 풀 때 즈음 발생했다.
지씨는 “통행금지 시간이 생기고 일상생활은 물론 경제적인 상황도 여전히 좋지 않은 말 그대로 ‘이중고’”라고 했다.
그럼에도 지씨는 이번 시위의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지씨는 “한인 상점도 약탈로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히 시위는 평화로 돌아서고 있고, 시위대와 약탈자는 분리해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위 초반이던 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 주변 상가 벽면에 일부
시위대가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그래피티를 적은 모습.

 김중연씨 제공


평화 분위기로 돌아선 ‘조지 플로이드 시위’

실제로 미국 내부의 분위기도 평화 시위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LA에서 한인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미국레이TV’ 채널의 지성운(36)씨는 “지난 4일 할리우드에서 열리는 시위에 참석했는데 큰 충돌 없이 시위대가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고 있었다”면서 “시위대들 사이에서도 약탈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제지시키는 분위기였고 경찰들도 시위대로 충돌하지 않고 함께 하는 등 분위기는 대체로 평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유학생인 김중연(28)씨 역시 “초반에는 가게를 파괴하거나 그래피티를 그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서로 자제하자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면서 “처음 의도와 벗어나면 오히려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 지난 3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에서 벌어진 평화 시위 모습.

유튜브 ‘미국레이TV’의 지성운씨 제공

 


92년 LA 폭동 떠올리게 한 ‘조지 플로이드 시위’?…“그 때와는 다르다”


특히 한인들에게 이번 ‘조지 플로이드 시위’는 92년 ‘LA 폭동’을 떠올리게 했다.
LA 폭동은 교통신호를 어긴 흑인 로드니 킹을 집단폭행한 백인 경찰관이 무죄 판결을 받은 데에 대해 흑인들이 격분해 난동을 일으킨 사건이다.

당시 흑인과 백인 간 갈등이 애꿎은 한인사회로 튀며 한인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한인들은 흑인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쉽게 피해의 대상이 됐다.


당시 기억을 바탕으로 LA 한인들은 이번 시위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때와는 달라진 한인들의 위상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씨는 “그 때와는 분위기가 천지차이”라면서 “그간 한인들은 홈리스 흑인이나 히스패닉계를 돕는 등 사회적인 활동도 많이 해 왔다”고 했다.

캘리포니아 주방위군도 군 병력을 곧바로 전격 투입했고, 한인들은 재미 해병전우회 회원 등으로 구성된 ‘커뮤니티 비상 순찰대’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도 한인들의 피해는 작지 않았다.

지역 별로 시위의 정도나 강도가 달랐다. 지난 6일 기준,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 내 150개 한인 상점에서 약탈 등 재산 피해 발생했다는 신고가 현지 공관 접수됐다.
뉴저지에 사는 이주향 미동북부한인회연합회 회장은 “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는 다른 곳보다 시위가 과격한 편”이라면서 “피해 보고하기 꺼려하는 한인들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실제로 피해는 더 클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지난 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한인 상점들이 약탈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습.

 미동북부한인회연합회 제공

 



한인들도 “Black 이름으로 연대할 때”

그럼에도 한인들은 시위의 취지 자체에 공감하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다.
단 한 번의 시위 참여로 인종차별이라는 미국의 오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한인들은 “행동해야 한다”고 믿는다.

뉴저지에 거주 중인 소리나(30)씨는 “피부색을 이유로 폭력의 희생양이 되는 일은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면서 “모든 사람들이 Black(흑인)의 이름으로 연대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6일 LA에서는 한인들이 ‘BLM(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을 지지하는 아시안·태평양 주민 모임’이 주최한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텍사스주에서 22년째 거주 중인 최종원(53)씨의 딸 역시 얼마 전 자신의 동네에서 열린 평화 시위에 동참했다.
최씨는 “인종차별은 미국 내에서 해묵은 논쟁이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면서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과 같은 잘못된 수사 관행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제기가 있어야만 정치인이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워싱턴=AP/뉴시스]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대한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통행금지 발효 후 한 시위 남성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2020.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