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북한이 9일 정오부터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해 남북한 간 모든 통신연락 채널을 완전히 차단·폐기한다고 밝혔다. 또 대남 업무를 남측을 적으로 규정하는 '대적 사업'으로 바꾸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남한 당국의 대응을 문제 삼아 첫 조치로 공언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이하 연락사무소) 폐쇄를 넘어 모든 소통채널의 차단 수순을 밟음에 따라 남북관계가 중대 기로에 놓였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리는 조치를 취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6월 9일 12시부터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게 된다"고 알렸다.
2018년 4월 20일 개설된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을 포함해 군 등 모든 당국 간 연락수단을 끊고 남북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통신은 지난 8일 대남사업 부서들이 참여하는 사업총화회의가 열렸으며,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탈북민 대북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면서 남한 당국에 응분의 조처를 하지 않을 시 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통신은 김 제1부부장과 김 부위원장이 회의에서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을 심의했다"면서 "우선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완전히 차단해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과 더는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통신연락선 차단·폐기는)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공간을 완전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 행동"이라고 밝혀 추가 단계적인 '대적사업' 조치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대북전단 살포
(서울=연합뉴스) 사진은 2016년 4월 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날리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hkmpooh@yna.co.kr
북한은 앞서 4일 김 제1부부장의 담화, 5일 대남정책을 관할하는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와 남한 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면서 남북관계 단절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중앙통신 보도는 전 주민이 다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게재돼 북한의 강경 조치들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것을 보여준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도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면서 "다른 문제도 아닌 그 문제에서만은 용서나 기회란 있을 수 없다.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어야 한다.
우리는 최고존엄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목숨을 내대고 사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8일 오전에 남한의 연락사무소 업무 개시 전화를 받지 않다가 오후 업무 종료 전화를 받았다. 2018년 9월 연락사무소가 문을 연 뒤 북측이 응답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오후에 다시 응답한 만큼 남측 대응을 지켜본 뒤 연락사무소 폐쇄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북한은 이튿날 연락사무소뿐만 아니라 청와대 핫라인을 비롯해 모든 통신연락선 폐기라는 강수를 뒀다. 일각에선 북한이 다음 수순으로 적대행위 중지를 명기한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대남 군사도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air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2020/06/09 07:59 송고
김여정 대북전단 조치 안 하면 남북 군사합의 파기 경고
(PG) [김민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군 관계자가 북쪽과 통화를 시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은 왜 어제 아침 전화를 받지 않았을까?…오늘이 가늠자
공동연락사무소 직통전화 수신 오락가락 실수 아닌 과거 철수처럼 '상부의 지시' 따른 것으로 관측 김여정 담화 지지하는 대규모 군중시위 '폐쇄의지' 반영 전화 수신 번복에는 '수위 조절' 의도 관측
9일 통화가 분수령 "전화 받으면 아직 폐쇄 아니야" "연락사무소·개성공단·군사합의 관련 김여정 화법 주목" 김정은 대신 김여정이 나서는 이유…'정상 채널 여지' 남겨
북한은 8일 오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가동을 상징하는 직통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에 탈북민의 전단 살포를 집중 비난한 김여정 제1부부장의 경고대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폐쇄로 가는 수순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북한은 오후에는 전화를 받음으로써 이런 우려는 덜어졌다. 통일부는 북한이 오전 통화에서 전화를 받지 않은 이유와 상황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오전에 남북연락사무소 연락채널인 직통전화를 받지 않았다가 오후에 받은 것이 실무자의 단순 실수이거나 해프닝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똑 같지는 않지만 유사한 사례가 있다. 북한은 지난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인 3월 22일 남북 연락대표 간 접촉을 통해 '북측 연락사무소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 한다'는 입장을 통보하고 실제 철수를 했다가 사흘 만에 복귀한 적이 있다.
북한은 이 때도 철수 및 복귀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으나, 당시 '추가적인 대북 제재를 철회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이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이 이번에 오전에 한 차례 전화를 받지 않은 것, 그러고 나서 오후에 다시 전화를 받은 것은 모두 그 때처럼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고 봐야한다는 분석이다.
일단 북한이 오후에 전화를 받았다고 해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와 통일전선부 대변인의 담화가 경고한 남북연락사무소에 대한 북한의 철폐 의지가 없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 비난 담화를 낸 것과 관련, 북한 각계 반응을 6일 1면에 실었다. 사진은 평양 종합병원건설장 노동자들이 "탈북자 쓰레기 죽탕쳐(짓이겨) 버려야" 등 선전물을 들고 비난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 이후 북한은 이를 지지하는 대규모 군중대회를 연달아 열어 북한 주민들의 결기를 돋우고 세를 과시하고 있다. 전담살포 금지법안 등 상황이 해소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사용할 카드라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남북연락채널 수신을 번복한 과정에는 '수위조절'의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현재 연락 채널을 제외하고 잠정적으로 가동이 중단 상태이다. 지난 1월 코로나19를 우려한 북한의 요구로 우리 상주인력이 철수하면서 상징적으로 전화선 하나만 남아 있을 뿐이다. 남북관계의 경색 속에 평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전화가동 여부만을 확인하는 것이 현재 남북연락사무소 역할의 전부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의 유일 연결고리인 연락채널을 끊는 것은 오히려 북한의 선택지를 좁히고 실효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상징성만 남은 남북연락사무소 연락채널을 끊는 것이 북한으로서 부담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석 대진대 교수는 "북한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남북연락사무소의 연락채널을 현 시점에서 끊는 것이 너무 이르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연락채널을 끊는 것은 북한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당분간 탈북민의 추가 전단 살포에 대한 정부 대응 조치, 전단 살포 금지법안 추진 현황 등을 봐가면서 대응하겠다는 것, 우리 정부가 더 움직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9일(오늘) 상황이다. 북한이 이날 오전에 다시 전화를 받으면 일단 연락사무소 연락채널을 유지한다는 북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오늘 오전 통화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전화를 받으면 북한이 경고한 연락사무소 철폐는 아직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완전 철거와 9.19남북군사합의 파기 경고도 남북연락사무소 폐쇄 문제와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여정 제1 부부장의 담화가 날이 강하게 서 있지만, 유명무실해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공단, 9.19 남북군사합의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그것까지 날리지 말라, 기존 남북합의 사항을 지키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아니라 김여정 제1부부장이 자신의 명의로 비난 담화를 계속 내는 등 '대남 총괄'로 나선 것도 정상간 탑다운 채널의 가동 여지를 남기는 측면도 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김 제1부부장을 내세워 일종의 완충장치의 효과를 꾀한다는 것이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비난의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미국주도의 대북제재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로 과거 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보다 더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는 현 시점에서 김 위원장으로서는 정상외교 채널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이 문제 해결의 한 방법으로 정상외교 채널을 유지한다고 해서 무력 도발 가능성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전략 무기'를 언급한 연말 전원회의, 핵 억제력 강화와 격동상태에서의 전력무력 운영방침을 언급한 지난달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경고한 김여정 담화 및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 속에 있는 기본 기조는 '새로운 길' 모색에 따른 전략 수정에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대응을 우려하는 만큼 핵실험이나 ICBM 시험 발사 등 판을 완전히 깨는 수준까지는 아니겠지만 대남·대미 압박을 위해 적절한 시점을 골라 고강도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북한이 9일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해 남북 간 모든 연락채널의 차단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남 공세에 나섰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최악의 국면'을 경고하고, 5일 통일전선부(통전부) 담화를 통해 "갈 데까지 가보자"고 압박하더니 이를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북한은 실제 이날 오전 연락사무소 채널과 군 통신선 채널에서 모두 남측의 연락 시도에 응하지 않았다. 특히 연락채널 단절은 북한이 남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른 '액션 플랜(행동계획)'의 첫 단계라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이번 조치도 이들이 심의한 '단계별 대적사업계획'의 '첫 단계'라고 밝혀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통전부가 5일 남측을 향해 '적은 역시 적'이라고 했던 연장선으로, '액션 플랜'에는 북한이 이미 공언한 남북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 등의 조처가 담겨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간 상시 소통채널로서 기능했던 연락사무소와 적대행위 금지를 명시한 군사합의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일군 최대 성과로 자부해오던 사항들이다.
개성공단은 2016년부터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이고 대북제재 등으로 당장 재개도 어렵지만, 북한이 실제 철거에 나선다면 개성공단은 더는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남북관계가 '화해 무드'에서 '단절 상태'로 역행하는 것을 넘어 2018년 이전의 '대결 구도'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접경지역 충돌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했던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적'으로 규정한 남측을 향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군사합의에는 군사분계선(MDL) 5㎞ 내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전면 중단, 동·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일정 구역을 완충수역 지정, MDL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이 담겨 있다. 9·19 군사합의가 파기된다면 접경지대에서의 군사적 긴장감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전단 살포를 '남측이 북한을 적으로 간주한다'고 본 것"이라며 "북한도 남한을 똑같이 적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최악의 경우 군사적 충돌까지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파상공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정부는 이에 제동을 걸 마땅한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간이 걸리는 데다 북한의 격앙된 태도로 보면 전단 살포를 막는다고 풀릴 가능성도 적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관련 사항을 주민들이 다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 실었다는 점에서 단시간 내 방침을 바꿀 여지도 희박해 보인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 내부로 대남동향이 다 보도가 되면서 남북대화를 통해 유화적으로 갈 환경이 좁아져 우려스럽다"면서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 개성공단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뉴시스]
북한 "모든 연락채널 중단"…남북관계 급랭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와대-국무위원회 핫라인도 폐기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비롯한 남북 간 모든 연락 채널을 완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이 조치가 실행된다면, 지난 2018년 1월 3일 판문점 연락 채널이 재개된 이후 약 2년 5개월 만에 다시 남북 간 통신선이 닫히는 셈이다.
9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북남사이의 모든 통신 련락(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리는 조치를 취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8일 대남 사업부서들의 사업 총화회의에서 조선로동당(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영철 동지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여정 동지는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죄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 사업 계획들을 심의하고 우선 먼저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 련락선들을 완전 차단해 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이에 따라 우리 측 해당 부문에서는 2020년 6월 9일 12시부터 북남공동련락사무소(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하여 유지하여 오던 북남 당국사이의 통신련락선, 북남 군부사이의 동서해 통신련락선, 북남 통신시험련락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 통신련락선을 완전 차단, 페기(폐기)하게 된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같은 조치를 취하는 배경에 대해 "남조선(남한) 당국은 저들의 중대한 책임을 너절한 간판을 들고 어쩔 수 없다는 듯 회피하면서 쓰레기들의 반공화국 적대 행위를 묵인하여 북남관계를 파국적인 종착점에로 몰아왔다"며 그 책임을 남한에 돌렸다.
통신은 "그러지 않아도 계산할 것이 많은 남조선 당국의 이러한 배신적이고 교활한 처사에 전체 우리 인민은 분노한다"며 "남조선 당국의 무맥한 처사와 묵인하에 역스러운 쓰레기들은 반공화국적대행위를 감행하면서 감히 최고 존엄을 건드리며 전체 우리 인민의 신성한 정신적 핵을 우롱하였으며 결국 전체 우리 인민을 적대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통신은 "다른 문제도 아닌 그 문제에서만은 용서나 기회란 있을 수 없다.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어야 한다"며 "우리는 최고 존엄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목숨을 내대고 사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연락 중단 조치를 예고한 이후 이날 오전 9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진행되는 개시 통화에 응답하지 않았다. 또 서해 군 통신선 역시 같은 시각 북한에 개시 통화를 시도했으나 응답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지난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본인 명의의 세 번째 담화를 발표하면서 예고됐다. 그는 담화에서 남한 내 민간단체들의 전단 살포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남한 당국이 이들의 행동을 막지 않을 경우 남북 군사 합의 파기를 비롯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등을 감행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자 통일부는 당일 예정에 없던 촬영 가능한 브리핑을 통해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이와 관련한 내용을 포함한 법률을 마련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등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북한은 다음날인 5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한 정부의 조치에 대해 비판하며 "남쪽으로부터의 온갖 도발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 남측과의 일체 접촉공간들을 완전 격페(격폐)하고 없애버리기 위한 결정적 조치들을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며 "첫 순서로 할 일도 없이 개성공업지구에 틀고 앉아있는 북남공동련락사무소(남북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페(철폐)할 것"이라고 그 위협 수위를 높였다.
이에 정부는 7일 "정부의 기본 입장은 판문점 선언을 비롯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준수하고 이행해 나간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했으나, 북한은 각계 각층의 주민들을 동원해 군중 집회를 여는 등 내부에서도 반발을 이어갔고 8일 오전 남한의 연락을 일시적으로 받지 않았다.
북한이 전단 살포를 계기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폐지뿐만 아니라 남북 간 통신선의 전면 차단 수순에 돌입하면서,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밝혔던 남북 군사합의 파기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등이 뒤이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북한이 이날 실행하겠다고 예고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지는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이었다는 점, 청와대와 북한 당 중앙위원회에 연결된 통신선은 정상회담 직전인 4월 20일 연결됐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북한이 남북 정상 간 합의 사항을 하나씩 폐지하는 수순에 돌입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통신은 9일 보도에서 "지켜보면 볼수록 환멸만 자아내는 남조선 당국과 더 이상 마주앉을 일도, 론의(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이번 조치는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공간을 완전 격페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의 행동"이라고 밝혀 추가적인 조치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남북 간 연락채널은 남북 간 정세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어 왔다. 지난 2016년 2월 12일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가 내려진 이후 남북 간 연락 채널은 모두 중단된 바 있다.
이후 691일이 지난 2018년 1월 3일 북한 대표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고리로 남북 연락채널이 재가동됐다. 당시는 같은해 1월 2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회담을 제의했고, 다음날인 3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이를 수락하면서 자연스럽게 채널이 재개됐다.
이재호기자
‘김정은 지시’ 받아 적는 김여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7일 당 중앙위 제7기 13차 정치국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동생 김여정(오른쪽 사진 앞줄 왼쪽)이 고개를 숙여 회의 내용을 받아 적고 있다. 최근 김여정이 담화를 통해 원색적인 대남 비난을 쏟아낸 것과 달리 김 위원장의 대남 메시지는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되지 않았다.
노동신문 뉴스1
김여정 ‘대남 비난’에도 김정은 ‘침묵’… 북한식 ‘투트랙 전술’?
월에도 김여정 ‘靑 저능’ 맹비난, 하루뒤 김정은 南에 친서 보내 6·15 20주년 맞춰 추가압박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4일 ‘대남 비난 담화’ 발표 후 첫 공개 행보에 나섰으나 대남 언급은 하지 않아 그 배경이 주목된다. ‘대남 총괄’ 김여정을 대남 비난의 선봉에 내세우면서 본인은 한미의 반응을 살펴보며 메시지를 조절하는 일종의 ‘양동작전’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7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회의가 열렸고 주로 경제와 인사 문제가 거론됐다고 노동신문은 8일 전했다. 김 위원장은 ‘화학공업 전반을 추켜세우기 위한 당면 과업’ ‘수도시민의 생활 보장의 문제’ 등 자력갱생과 민생정책을 언급했을 뿐 한미 등과 관련한 대외 정책을 거론하지 않았다.
김여정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담화를 통해 맹비난하고, 이어 통일전선부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결단코 폐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북한 각지에서 대남 규탄대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김 위원장은 대남 메시지를 아낀 것.
이에 김정은-김여정의 역할 분담을 통한 ‘이중 플레이’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앞서 김 위원장은 3월에도 김여정이 담화를 통해 청와대를 두고 “겁먹은 개” “저능하다”는 등 맹비난을 한 지 하루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바 있다. 똑같은 대남 전술 패턴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는 “할 말은 다 하면서도 대외적으로 (최고지도자의) 메시지는 톤다운하는 전형적인 대남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6·15선언 20주년을 맞는 다음 주 추가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의 남북관계에 큰 불만을 갖고 있는 북한 입장에선 관계를 단절하고 싶다는 상징적인 강경 메시지를 보내기에 이때가 적기라는 것이다.
남 교수는 “일주일 정도 남쪽의 반응을 지켜보고 6·15와 맞물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폐지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북한 노동계급·직맹원, 탈북자 대북전단 살포 항의군중집회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남한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난하는 가운데, 노동계급과 직맹원들의 항의군중집회가 지난 7일 개성시문화회관 앞마당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photo@yna.co.kr2020.6.8
북한, 전단살포에 왜 반발하나…이번엔 코로나19도 '한몫'?
유일지배체제 속 최고지도자 비난 '용납 못 해' 절대 원칙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최고존엄 문제에서만은 용서나 기회란 있을 수 없다." 조선중앙통신이 9일 탈북민 단체의 전단살포에 대한 강경 조치를 밝히면서 언급한 대목이다. 통신은 그러면서 향후 대남업무를 '대적사업'으로 규정했다. 현 문재인 정부를 '적'으로 규정하고 적에 상응한 적대 정책을 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탈북민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한 문재인 정부와 대화 대신 대결정책을 펴겠다고 공식 천명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난한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전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논설에서 "우리의 최고존엄과 체제를 중상 모독하는 행위는 가장 첫째가는 적대행위"라며 "그것은(전단살포) 사실상 총포사격 도발보다 더 엄중한 최대최악의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탈북단체의 대북전단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온갖 비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유일지배 체제 확립을 가장 중시하는 만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비난을 최고의 적대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방송, 대북전단 관련해 문제제기 "남북관계 파국"
(서울=연합뉴스) =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TV'는 7일 '무(無)-지금 민심은 딱 한글자로 평하고있다' 제목의 방송에서 "남조선당국이 북남관계를 파국상태에 몰아 넣었다"라며 "마주앉을 생각도, 그럴 필요도 무(없다·無)"라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의 사진이 영상에 편집돼 있다.
2020.6.7 [우리민족끼리TV 영상캡처. nkphoto@yna.co.kr
수시로 살포되는 전단이 자칫 주민들에게 들어갈 경우 최고지도자의 권위가 훼손되고 내부에서 사상이완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불안과 우려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연장선에서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지난 5일 담화에서 "그전부터 남측의 더러운 오물들이 날아오는 것을 계속 수거하며 피로에 시달려오던 우리는 더이상 참을수 없는…"이라며 전단 살포 수거에 대한 피로감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국가보위성을 비롯해 치안기관이 전단 수거를 총동원되더라도 만에 하나 개별 주민의 손에 들어가 생길 수 있는 위험성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수거에 안간힘을 썼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최고지도자에 대한 비난에 예민하고 격렬한 반응을 보여왔고 남측 당국과 관계개선을 추진할 때에도 대북전단 살포를 포함한 상호 비방 중상 중지를 핵심 사안으로 간주해왔다.
북한이 2014년 10월 탈북자단체가 날린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총격을 가한 것도 전단 살포에 대한 강경 대응 원칙을 보여준다. 그러나 탈북민 전단 살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님에도 여느 때보다 격렬한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끈다. 북한도 스스로 지난해에만 10여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강경 대응에는 올해 들어 탈북민 단체의 페트병을 통한 반북 물품 살포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탈북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코로나 환자들이 사용하던 물품 등을 구매한다는 내용이 공유됐다. 북한에 보내는 페트병이나 풍선 같은 전단에 생필품과 함께 코로나 균도 함께 넣어 보내자는 것이었다.
이 사이트에"북한의 의료체계와 방역체계는 소말리아 수준이라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면 북한이 붕괴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사실이 공개된 이후 북한 당국이 내부적으로 탈북민의 다양한 방식의 전단 살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강경 대응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전 의원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대북 전단 살포가 "코로나19 확산을 노리는 반인륜적 처사"라며 방지법 제정을 정부에 촉구했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당 정치국회의를 여러 차례 열고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총력전을 펴는 상황에서 지속하는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를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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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북측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화 받지 않아"
(사진은 2018년 1월 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연락사무소에서 우리측 연락관이 북측과 통화를 위해 남북직통 전화를 점검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