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AP=연합뉴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100만명 시위 1주년을 맞은 9일 홍콩
시내의 한 쇼핑몰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위대가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는 구호가
적힌 깃발을 흔들고 있다.
leekm@yna.co.kr<저작권자 (C) 연합뉴스
‘범죄인 인도조례’(송환법) 반대 100만명 시위 1주년을 맞은 9일, 홍콩의 한 쇼핑몰에서
시위대가 ‘젊은이들의 생명은 소중하다’, ’경찰이 진짜 폭력배다, 맞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홍콩
/로이터 연합뉴스
송환법’ 막았지만, 밀어닥친 ‘보안법’에 표류하는 홍콩
홍콩 송환법 반대시위 1주년
‘범죄인 인도’ 반대 100만명 시위
지방선거서 민주파 압승으로 결실
경찰 강경진압·코로나로 동력 잃고
중 보안법 꺼내 시위 구도 바뀌어
“시민사회, 마땅한 대응책 못찾아”
노동·학생단체 파업 찬반투표 주목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100만명 시위 1주년을 맞은 9일, 홍콩은 대체로 조용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지긴 했지만, 홍콩 시민 7명 중 1명꼴로 거리로 쏟아져나왔던 1년 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입법을 밀어붙이면서, 홍콩 시민사회도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1년 전 송환법 정국의 문을 연 100만명 시위는 나흘 뒤 열린 입법회 포위 시위(6월12일)를 경찰이 유혈폭력 진압하면서 200만명 시위(6월16일)로 이어졌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도 수그러들지 않았던 저항의 기운은 11월 말 치른 지방선거(구의회)에서 전체 18개 지역 가운데 17개 구의회를 민주파가 장악하는 압도적 승리를 일궈냈다.
선거 승리 이후에도 홍콩 시민사회는 광범위한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연말을 지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크게 세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첫째, 경찰의 시위 진압이 대단히 공세적으로 바뀌었다.
지난 11월 크리스 탕 경무처장 취임 이후 본격화한 경찰의 시위 진압 방식 변화는 올 1월1일 새해 첫 시위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이날 평화로운 행진이 끝난 뒤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맞붙자 즉각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460여명을 체포했다.
중국의 홍콩 보안법 입법 추진 발표와 홍콩 입법회의 중국 국가 모독 금지법 최종 심의를 앞둔 5월27일에도 경찰은 대규모 병력을 사전 배치해 시위를 원천 봉쇄하는 한편, 시위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360여명을 체포했다.
둘째, 코로나19 사태로 장기간 이어온 시위 동력이 약해졌다.
홍콩 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유로 8명 이상이 모이는 것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아예 집회 시위를 차단했다.
천안문 시위 유혈진압 31주년을 맞아 지난 4일 열린 촛불집회가 사상 처음으로 ‘불법 집회’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홍콩 전역에서 추모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지만, 지난해와 같은 열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셋째, 중국 당국이 송환법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파급력을 가진 홍콩 보안법이란 칼을 직접 빼들면서 시위의 구도 자체가 바뀌었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는 홍콩 당국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보안법은 중국 지도부가 직접 추진하고 있다.
에드먼드 청 홍콩시립대 교수(정치학)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보안법은 홍콩 정부가 추진한 송환법처럼 철회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며 “시민사회도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라고 짚었다.
이런 상황은 홍콩 재계의 달라진 태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송환법 정국에서 “폭력 시위만은 자제해달라”(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 전 청쿵그룹 회장)거나 “노동자들의 정치적 성향에 간섭할 수 없다”(캐세이 퍼시픽 항공 경영진)는 태도를 보였던 기업·기업인들이 앞다퉈 보안법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홍콩이 아닌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홍콩 시민사회는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홍콩직공회연맹 등 20여개 노동단체와 학생단체는 오는 14일 이른바 3파투쟁(노동자 파업, 상인 철시, 학생 동맹휴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송환법 반대 투쟁의 성과인 풀뿌리 의회를 중심으로 보안법 입법에 대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홍콩의 중국 반환 기념일인 7월1일에도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5월 10일 홍콩 뉴타운플라자에서 열린 홍콩민주화시위.
[GettyImage]
‘2019년 홍콩시위’가 1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송환법 개정’에 반대해 홍콩 시민 수백만 명이 운집했다.
시위는 20~30대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했다. 중국이 홍콩에 민주주의·자본주의를 보장한 ‘일국양제(一國兩制)’를 훼손하자 젊은이들은 거리로 나왔다. 이웃한 대만은 물론 한국 젊은이들도 홍콩시위를 응원했다.
‘신동아’는 홍콩시위 1주년을 맞아 한국·중국·대만·홍콩 밀레니얼 세대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난해 6월 9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시민 100만 명이 모인 가운데 중국 정부의 송환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일주일 후 열린 집회에는 홍콩 전체 인구 약 700만 명 중 약 200만 명이 운집했다.
홍콩 시민 200만 명 참여 대규모 시위
5월 13일(현지시간) 홍콩에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에 반대하는 시민이 람 행정장관의
사진을 짓밟고 있다(왼쪽). 같은 날 시위를 막기 위해 출동한 홍콩 경찰.
[AP=뉴시스]
홍콩시위’ 1주년, 韓·中·대만·홍콩 밀레니얼에 묻다 [사바나]
“보편적 인권 보장”(韓·臺·香) vs “친미, 친영 분리주의”(中)
● 조슈아 웡 “홍콩의 현 상황, ‘1980년 광주’와 비슷”
● 기성세대 비판하는 ‘황쓰’(黃絲·홍콩민주화 지지) 홍콩 20대
● “중국식 일국양제는 사기” 대만인 분노
● “反中 분리주의 반대” 중국인 유학생 토로
● “인권 공감 못한 中 유학생 ‘레넌 월’ 훼손 답답”
● “ ‘맥난민’ 홍콩 청년들에 공감”
문제가 된 송환법 개정안의 내용은 중국 등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지역으로 홍콩인을 인도할 수 있다는 대목이었다. 이 조항을 두고 중국 당국이 중국공산당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을 탄압하는 데 악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줄기차게 제기됐다. 같은 해 10월 송환법 개정안은 철회됐으나 현재까지 크고 작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입법회 보통선거 도입 등 홍콩시민의 5대 요구 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7년 영국이 홍콩을 반환할 당시, 중국은 2047년까지 홍콩에 ‘일국양제’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외교·국방 등 주권은 중국에 있지만, 영국 통치하에서 민주주의·자본주의를 경험한 홍콩의 특수성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홍콩 반환 당시 중국이 약속한 행정장관 직선제 도입이 20여 년 미뤄져 홍콩 자치권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조슈아 웡(Joshua Wong·중국명 黃之鋒·24) 홍콩 데모시스토(Demosistō·香港眾志)당 비서장(사무총장)은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는 홍콩 밀레니얼 세대의 기수다.
2012년 학생단체 ‘학민사조’(學民思潮·Scholarism)를 이끌어 홍콩 당국의 ‘국민교육’(중국공산당에 대한 충성을 강조) 의무화에 맞섰다. 2014년 9월 ‘우산운동’(행정장관 직선제 도입을 요구)에 이어 지난해 시위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웡 비서장은 홍콩시위 1주년을 한 달 앞둔 5월 12일 인터뷰에서 “다음 달이면 홍콩 시위 1주년이다.
우린 계속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의 현재 상황을 묻자 웡 비서장은 “수십 년 전 한국의 광주시민들이 겪은 탄압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시위대 수천 명이 당국에 체포됐고 코로나19 방역을 빌미로 단속이 더 심화됐다”는 것.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위가 잦아들자 당국은 민주화운동가 체포에 나섰다. 다만 웡 비서장은 “지난 수개월 동안 거리에 사람들을 모으기가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드는 것으로 보여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침묵하는 홍콩 시민도 민주화운동가 지지”
웡 비서장은 홍콩시위를 ‘친미·친영 운동’으로 비난한 중국 당국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미 지난해 선거에서 민주파가 86%가 넘는 의석을 가져가 침묵하는 다수 홍콩인도 민주화운동가들을 지지하고 있음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한국의 지방선거에 해당)에서 ‘범민주 세력’은 전체 452석 중 388석(86%)을 확보했다.
홍콩시위 1년을 맞아 향후 활동 계획을 묻자 웡 비서장은 “어떤 도전이 있더라도 행정장관 직선제라는 목표를 관철하겠다”며 “이번 여름에 시위를 재개하면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콩의 젊은이들 사이에는 ‘황쓰’(黃絲·노란리본)와 ‘란쓰’(藍絲·파란리본)라는 말이 있다.
황쓰는 홍콩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세력을, 란쓰는 홍콩·중국정부 및 경찰의 엄정한 법 집행을 지지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지난해 시위 와중에도 황쓰와 란쓰 간의 갈등은 거리를 넘어 가정까지 이르렀다.
부모와의 정치적 견해차로 갈등을 빚고 집에서 쫓겨나거나 가출하는 젊은이가 많았다.
한국의 대학에 재학 중인 홍콩인 대학생 A(20) 씨는 황쓰를 자처한다.
A씨는 “어릴 적엔 ‘중국홍콩인’이라 생각했지만 자라나면서 홍콩인과 중국인은 다름을 느꼈다.
지난해 시위를 계기로 내가 홍콩인이라고 100% 확신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에 있는 시간이 많아 실제 시위에는 1번밖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현지의 친구들과 홍콩 민주화에 대해 계속 대화하고 있다.
A씨 또래에게 기성세대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다. 중국공산당이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데도 ‘애국심’을 이유로 두둔하거나, 민주주의의 가치를 알면서도 눈앞의 이익을 위해 침묵하기 때문이다. ‘
어디까지나 개인적 견해’라고 전제하면서도 신랄한 어조로 기성세대를 평했다.
“홍콩에서 1960년대 이전에 태어난 이들은 자신이나 부모 세대가 일제강점기를 겪어 ‘중화부흥’이란 가치에 공감한다.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반감 때문에 ‘중국’이라는 국가와 민족을 중시한다.
이들은 신세대에겐 애국심이 없다며 이상히 여긴다.
1960~70년대생들은 영국 통치 시절 번영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렸다.
중국의 인치(人治)가 아닌 홍콩의 법치주의를 중시하지만 중국공산당에 저항할 수 없다 생각한다.
자유보다 이른바 사회 안정과 번영을 추구한다. 대개 란쓰지만 간혹 온건한 황쓰도 있다.”
“일국양제 훼손한 중국에서 독립하자”
A씨는 자신을 ‘중국공산당의 악행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세대’로 규정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 시절 홍콩의 ‘중국화’로 자유가 억압받는 과정을 경험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판매 금지한 책을 팔았다는 이유로 서점이 당국의 박해를 못 견디고 폐업하는 억압상이 일상에까지 이르렀다.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후 중국의 행보에 극도의 반감과 혐오감을 느낀다”며 “홍콩은 향인치향(香人治香·홍콩 자치권 보장)과 일국양제 원칙을 훼손한 중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가 언급한 서점은 코즈웨이베이북스(銅鑼灣) 서점이다. ‘중국교부 시진핑’(中國敎父 習近平·시진핑 국가주석을 ‘마피아의 거부’로 비판), ‘10월거변’(十月巨變·중국공산당 내 권력암투를 다룸) 등 홍콩에선 유통되지만 중국 본토에서 금서로 지정된 책을 판매했다. 2015년 서점 운영자 5명이 실종됐고 일부는 중국 당국에 체포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운영자 중 한 람윙키(林榮基) 씨는 구금됐다 풀려났으나 지난해 중국으로 송환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대만으로 이주했다. 람씨가 대만 타이베이에서 새로 연 서점에 대만인들의 기부금 300만 대만달러(1억2000만 원)가 몰렸다.
대만인들에게 홍콩시위는 남 일 같지 않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독립국가가 아닌 통일의 대상으로 본다. 대만과의 통일 방식도 홍콩에 적용된 일국양제다. 일국양제 실험의 파국이 지난해 홍콩시위로 드러난 만큼, 상당수 대만인은 중국을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밖에 없다.
대만인 린모(39) 씨는 지난해 대만 시민단체를 통해 25대만달러(10만 원)를 홍콩에 기부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홍콩시민들의 상황을 전해 듣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린씨는 “시위대에 필요한 방독면과 마스크, 보안경 등의 물자를 보내자는 시민단체의 취지에 공감했다. 홍콩과 대만의 민주 세력이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작은 도움을 보탰다”고 말했다.
린씨는 중국의 일국양제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중국공산당과 대만의 친중 세력이 홍콩을 성공 사례로 꼽으며 일국양제를 대만인들에게 설득한 ‘사기 행위’가 드디어 지난 홍콩 사태로 탄로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우산운동’ 닮은꼴 대만 ‘해바라기운동’
대만에서 작가로 일하는 30대 간모 씨는 2014년 ‘해바라기운동’에 참여하며 대만인으로서 정체성을 자각했다.
간씨는 “중국과의 밀착이 대만 독립을 훼손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해바라기 운동에 참여했는데 지난해 홍콩시위를 보며 생각을 굳혔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정부의 홍콩과 티베트, 신장 위구르 지역에 대한 탄압을 예로 들며 “중국에 인권이란 없는 듯하다. 자국민을 학대하는 공산당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의 ‘우산운동’에 앞서 대만에선 해바라기운동이 있었다.
2014년 3월 대만 입법원(한국의 국회에 해당)에서 중국국민당 주도로 중국과의 양안서비스무역협정(海峽兩岸服務貿易協議·CSSTA)이 ‘날치기’ 통과됐다.
CSSTA는 중국·대만 간 금융·의료 서비스산업 시장을 상호 개방하는 협정이다.
친중 성향 마잉주(馬英九) 당시 총통(국민당 소속)이 추진하던 중국과의 경제교류 활성화 정책의 일환이었다.
대만 경제가 중국에 예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협정 체결에 반대한 대학생 1만 명이 입법원을 점거해 ‘민주주의 수호의 밤’ 집회를 개최했다.
해바라기운동으로 대만 사회에 고조된 반(反)중국 분위기는 2016년 총통선거에서 탈(脫)중국 기조를 내세운 민주진보당(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후보 당선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자신의 SNS 계정에 “온 세상 자유와 민주를 믿는 사람들이 홍콩 사람들과 함께 설 것”이라며 홍콩시위를 지지한 차이 총통은 올해 1월 재선에 성공했다.
간씨는 “대만의 주권을 수호하는 차이 총통을 지지한다. 앞으로도 친중적 후보나 정당은 지지하지 않을 생각이다.
주권을 지키기 위해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교류의 일부를 희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홍콩시위 지지 움직임이 있었다.
한국 대학생과 홍콩·대만인 유학생은 캠퍼스 에 ‘레넌 월(Lennon Wall)’을 세워 홍콩 민주화운동에 공감하는 대자보를 부착했다.
체코 프라하의 레넌 월(1980년대 체코 시민들이 당시 공산체제에 반대해 ‘비틀스’ 멤버 존 레넌의 노랫말을 인용한 그래피티를 적은 벽)을 본떴다.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이 레넌 월을 훼손하거나 홍콩시위 지지 측 학생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운동권 아니어도 보편적 인권 지지”
지난해 11월 21일 대학생 단체 회원들이 홍콩시위 지지 대자보를 철거한
한국외대 당국을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내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황모(22) 씨는 당시 학교 내 홍콩시위를 지지하는 모임에 가입했다.
레넌 월을 설치하고 시민들에게 홍콩시위를 알리는 캠페인을 벌였다. 황씨에게 이런 활동은 낯선 경험이었다.
대학교에 갓 입학한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촛불시위가 열렸지만 참여하지 않았다.
정치적인 견해를 표출하는 데 익숙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씨는 “처음엔 ‘운동권 느낌’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홍콩의 문제는 정치적 논쟁 대상이 아니라 인권과 반(反)인권의 대결임을 깨달았다”며 “과거 한국이 민주화운동 끝에 자유를 쟁취한 것처럼 압제에 맞선 홍콩 시민을 응원하고 싶어 활동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황씨의 학교에서도 레넌 월이 훼손되는 사건이 있었다. 대자보 위에는 홍콩시위를 ‘반중친미(反中親美)’로 규정해 비난하고 한국인 학생들에게 ‘내정간섭 말라’는 쪽지도 여럿 붙었다.
황씨는 “비신사적으로 행동하는 중국인 유학생도 일부 있었다.
레넌 월에 자신의 의사를 표하는 것은 좋지만, 홍콩시위를 지지하는 다른 글을 훼손한 경우도 적잖았다.
보편적 인권 문제에 공감하지 못하는 태도가 답답했다”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홍콩시위에 대한 의견 표명을 극도로 꺼렸다.
취재를 시도해도 “별 관심 없다”거나 “홍콩시위가 언론에 보도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피하기 일쑤였다.
어렵사리 입을 연 중국인 유학생 B씨는 홍콩 민주화운동을 ‘반(反)중국 분리주의 책동’으로 규정했다.
B씨는 “홍콩은 분명 중국의 일부다. 일부 과격분자들이 영국의 통치를 그리워해 중국에서 이탈하려는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홍콩시위를 지지한 한국 대학생에게도 서운함을 토로했다.
“한국 학생들은 홍콩시위를 곧잘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비견하곤 한다.
5·18이 독재에 맞선 시민운동인 반면, 홍콩시위는 중국이란 국가 자체를 부정한다”는 것이 B씨의 생각.
그는 “만약 한국의 한 지방이 정부에 반발해 독립하겠다고 나서면 한국인들은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강대 사학과 3학년 채성준(22) 씨는 지난해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서강인 모임’을 주도했다.
정의당 서울시당 학생위원장으로서 서울시내 각 대학에 재학 중인 청년당원들과 홍콩시위를 지지하는 활동을 기획했다.
“비싼 집값·취업난 시달리는 홍콩 청년에 공감”
채씨는 모임에 참여한 또래 홍콩인 학생들로부터 홍콩시위가 발생한 또 다른 배경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토로한 높은 생활비 부담과 취업난은 한국 청년의 현실과 다르지 않았다. 그의 설명이다.
“홍콩의 젊은이들이 마주한 문제는 중국의 탄압뿐만이 아니다.
사회적 불평등도 심각했다. 워낙 집값이 비싸다 보니 회사에서 제공한 사택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혜택도 정규직에 국한된다. 홍콩도 청년 취업난이 심각해 정규직 취업은 어렵다.
거처가 있어도 냉방비·가스비 등 관리비가 비싸 젊은이 중 ‘맥난민’이 적잖단다.
여름에 냉방비가 걱정돼 에어컨을 잘 못 켜니 맥도날드 매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채씨는 “국가 폭력에 맞서는 데 국경은 없다. 또래 홍콩인 학생과 연대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홍콩 시민에 대한 응원이 혐중(嫌中)을 넘어 보편적 인권 옹호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신동아 2020년 6월호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24일 홍콩 도심 코즈웨이베이에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보안법 앞세운 中, 홍콩 경찰력 강화
민주진영 시위 선제 진압 목적
경찰 정원 당초 계획보다 7%↑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처리를 강행한 중국이 홍콩 경찰력을 크게 강화시켰다.
홍콩내 범민주진영에 대한 전면 무력화를 위해 경찰 정원을 당초 계획보다 7% 늘려 3만8000여 명까지 증가한다는 계획이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의회가 전날 승인한 2020∼2021년도 예산안에는 경찰 정원을 기존보다 7% 늘려 3만8000여 명까지 증가시키는 경찰력 강화 방안이 포함됐다.
이럴 경우 홍콩의 인구 10만 명 대비 경찰 수는 내년에 442명에 달해 최근 20년 동안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홍콩의 인구 대비 경찰 수는 지난 2002년 428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줄어들어 2007년 이후 400명 밑으로 떨어졌으나,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 이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 운영 예산도 전년도보다 무려 24.7%나 늘어 219억 홍콩달러(약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61억 홍콩달러(약 9천400억원)는 소총, 최루탄, 방패 등 시위 대응 장비를 구매하는 데 쓰이게 된다.
이는 전년도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처럼 강화된 지원을 바탕으로 홍콩 경찰은 시위에 대해 공격적인 선제 진압 전술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9일 강경파인 크리스 탕이 홍콩 경찰 총수인 경무처장에 임명된 후 홍콩 경찰은 폭력 행위나 불법 시위가 발생하자마자 시위 진압에 나서는 강경하고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이러한 선제 진압 방식을 채택한 결과 지난달 27일 도심 시위 때는 시위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이 전면적인 시위대 체포에 나서 무려 360여 명을 일거에 체포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찰의 공격적 전략이 최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홍콩보안법 강행에도 불구하고 홍콩 내에서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 등이 적극적으로 벌어지지 않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홍콩 재야단체는 당초 오는 12일에도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1주년 기념 집회를 열려고 했으나, 경찰의 불허에 이를 일주일 연기하고 12일에는 시내 선전전만을 전개하기로 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시위 진압 과정에서 무려 1만6223발의 최루탄과 1만108발의 고무탄, 2033발의 빈백 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 등을 발사했으며, 19탄의 실탄도 발사했다.
이로 인해 1700여 명이 부상했으며, 학생 3명은 실탄에 맞았다.
550여 명의 경찰도 다쳤다.
이러한 경찰의 공세적 전략이 홍콩인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홍콩 인권단체 민권관찰은 "홍콩의 경찰력은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를 감시할 제도는 갖춰져 있지 않다"며 "정부가 경찰을 동원해 반대 목소리를 억누른다면 홍콩은 '경찰 사회'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홍콩 AP=연합뉴스) '홍콩 시위 1주년'을 맞은 9일 홍콩 시내 한 쇼핑몰에서 벌어진 집회
에서 참가자들이 시위대의 5대 요구사항을 상징하는 의미로 다섯 손가락을 펼쳐 보이고 있다.
sungok@yna.co.kr<저작권자 (C) 연합뉴스
100만시위 1주년, 홍콩은 항쟁 동력 잃었나
9일 송환법 반대 100만명 시위 1주년…
체포·코로나19·홍콩보안법 대규모 시위 걸림돌로 지목
지난해 6월9일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반대 시위에 100만명의 시민이 참여한 지 1주년을 맞아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홍콩 정부의 강경 진압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시위 열기가 사그라들어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시위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반발이 큰 만큼 다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것이란 의견도 나오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 송환법 반대 시위는 반정부 시위로 발전했고, 송환법안은 철회됐지만 이후 화염병을 든 시위대와 최루탄을 쏘는 경찰 사이의 폭력적인 충돌이 발생했다.
지난 1월 발생한 코로나19로 시위는 잠정중단됐지만 최근 중국의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자회의(전인대)에서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면서 항쟁의 불씨가 다시 타오를지 주목된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홍콩시위 1년을 맞아 내놓은 '반정부 운동은 실패했는가'라는 제호의 기획기사를 통해 "대규모 체포, 코로나19, 홍콩보안법의 여파로 지난해와 같은 규모와 강도의 시위가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우선 코로나19로 시위대의 모임 자체가 쉽지 않다. 홍콩 당국은 지난 4일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시위 기념집회를 포함해 대부분의 시위를 공중보건을 이유로 금지했다.
대유행(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으로 모여든 사람들을 무력으로 저지하고 체포하는 것이 더 쉬워졌다.
홍콩의 한 시민은 "이전과 달리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것 같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SCMP에 말했다.
지난해 11월 홍콩 폴리텍대학에 있던 시위대를 경찰이 13일 동안 포위하면서 해산시킨 것은 시위의 전환점이 됐다.
이때부터 홍콩의 시위를 점차 줄어들었고 홍콩 경찰은 더 강력하고 선제적인 전략으로 시위를 진압했다.
지난 1월1일 경찰은 시위를 허용했지만 100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시위에서 400명을 구금했다.
경찰은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8981명을 검거했다. 유죄판결을 받은 100명을 포함해 1749명이 기소됐다.
하지만 홍콩에 정보기관을 세워 반중국 행위를 막는 내용의 홍콩보안법은 홍콩 반정부 시위의 불씨가 될 것이란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 4일 톈안먼 민주화시위 31주년 기념집회는 경찰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1만여명의 홍콩 시민들이 모였다.
경찰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집회를 사실상 금지했다.
"8명 이하의 무리를 지어 모이더라도 공공장소에서 공동의 목적으로 다수가 모인다면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정한 전체 숫자를 초과한 것으로 본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시위대는 삼삼오오 모여 조용히 집회를 가졌다.
현재 홍콩의 노동조합과 학생들은 홍콩보안법 제정에 맞서 총파업 카드를 내놓은 상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홍콩 금융지구. /사진=AFP
우리가 알던 홍콩은 죽었다..싱가포르로 떠날 것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 우려 커지면서 투자자금 유치도 어려워져..
싱가포르 등 다른 곳 이전검토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홍콩을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홍콩 펀드매니저와 트레이더들은 지난달 말 중국 공산당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초안을 통과시키면서 '홍콩 이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은 규제가 적고 세금 부담이 낮아 아시아에서 헤지펀드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으로 꼽힌다.
420개 이상 펀드 회사들이 입주해 있다. 싱가포르에서 영업 중인 헤지펀드사보다 80개 이상 많은 수다.
홍콩 펀드사가 운용 중인 자산은 910달러(약 108조9643억원)로, 싱가포르와 일본, 호주 펀드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
하지만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 우려로 홍콩이 아시아 금융허브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익명을 요구한 홍콩 한 헤지펀드 종사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홍콩은 죽었다"며 "홍콩은 중국의 다른 도시와 똑같이 될 것이다. 헤지펀드들은 싱가포르 등 다른 곳으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헤지펀드의 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소셜미디어의 자유가 없어지고, 무료 인터넷 접속이 사라지며 자본이 통제되고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지면 우리는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금융업계가 이처럼 우려하는 것은 중국 본토 규제당국이 하락장에서 외국 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 헤지펀드 관계자는 "공매도 투자자, 행동주의 투자자는 (홍콩보안법 도입 이후) 기소에 더 취약해질 것"이라며 "이들은 몇 년 안에 홍콩을 떠날 시간표를 짜고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홍콩 언론을 통제해 객관적인 시장 정보를 얻지 못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또 다른 헤지펀드 관계자는 "우리는 정치로 인해 왜곡되지 않은 객관적인 정보가 필요하다"며 "홍콩 언론이 새로운 법에 따라 억압받는다면 투자 결정에 정치적 선전이 개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중국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 폐막에 앞서 홍콩보안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홍콩의 반중 인사를 처벌하고 공안의 홍콩 주둔을 공식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미 홍콩 헤지펀드에선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연초 이후 4개월간 홍콩 헤지펀드 시장에서는 310억달러(약 37조7500억원)가 빠져나갔다. 특히 설립 초기 펀드들의 자금 이탈이 심했다.
이 때문에 홍콩에서는 투자 손실 전액을 보전해주는 헤지펀드도 등장했다.
홍콩 인피니 캐피털매니지펀드는 신규 투자 자금 유치 어려움에 지난 3일 투자손실의 100%를 충당해주겠다고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김수현 기자 theksh01@mt.co.kr
【홍콩=신화/뉴시스】홍콩 부동산 가격이 주가 폭락과 홍콩달러 투매 사태로
폭락했다지난달 28일 홍콩 도심 전경. 2016.02.16
홍콩은 죽었다" 헤지펀드들 '홍콩 대탈출'
[파이낸셜뉴스] 홍콩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들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따라 대거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홍콩의 금융산업이 위태로워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홍콩의 펀드매니저와 트레이더들은 지난달 말 중국 공산당이 이른바 '국가권력의 전복'이나 '외국의 간섭'을 겨냥한 홍콩보안법 시행 계획을 승인한 이후, 심각하게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보안법이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을 훼손시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홍콩은 규제가 적고 세금 부담이 낮아 아시아에서 헤지펀드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었다.
홍콩 펀드사가 운용 중인 자산은 910억달러(약 108조9634억원)로 싱가포르와 일본, 호주 펀드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
홍콩 헤지펀드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FT에 "우리가 알고 있던 홍콩은 죽었다.
홍콩은 이제 중국의 또 다른 도시가 될 것"이라면서 "헤지펀드는 싱가포르 등으로 옮겨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홍콩은 중국의 또 다른 도시가 되고, 헤지펀드 업계는 싱가포르 등지로 옮겨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콩 금융업계가 이처럼 우려하는 이유는 중국 본토 규제당국이 하락장에서 외국 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도 다국적 기업인 시타텔 증권이 주식시장 대폭락 과정에서 '악의적인 공매도'에 대한 조사를 받고, 중국 당국에 약 1억달러(약 1200억원)를 벌금으로 물어야 했다.
익명을 요구한 트레이더는 "중국이 보안법에 사용한 언어를 보면, 공매도와 행동주의 투자자들도 기소되기 쉬운 대상 중 하나"라면서 "중국의 조치 때문에 몇 년 안에 홍콩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보안법이 금융투자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홍콩 소재 금융 기관들이 중국 정부의 의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홍콩보안법 통과로 미중 관계 격랑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면서 불안감에 휩싸인 홍콩 주민들의 해외 은행 계좌 개설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이에 따르면 영국계 금융기관인 HSBC와 스탠더드차터드(SC)에는 최근 홍콩주민의 해외 계좌 개설 문의가 25∼30% 증가했다.이들이 계좌를 개설하고 싶어하는 주요 나라로는 싱가포르, 영국, 호주, 대만 등이 꼽힌다.
최근 HSBC에 해외 계좌 개설을 문의했다는 메이 찬(39) 씨는 "가장 큰 걱정은 홍콩 달러를 자유롭게 환전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움직임에 맞서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홍콩 통화 당국은 미 달러화에 대한 자국 통화 환율을 일정 범위 안에 묶어놓는 페그제를 지키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갖고 있다면서 불안감 확산 억제에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해외 계좌 개설 문의 증가는 홍콩에서 자본이 이탈할 우려를 더욱 키운다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다만 해외 계좌 개설에 최소한 한달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홍콩에 영업점을 둔 글로벌 은행 가운데 최근 2주간 자금이 대량 이탈한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pseudoj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싱가포르가 코로나19 이후 폐쇄했던 국경을 다시 개방하기로 했다.
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서 승객들이 탑승을 위해 체크인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홍콩 돈 빨아들이는 싱가포르
유입자금 2.3조원, 1년새 4배로
싱가포르 새 금융허브 가능성
잇단 시위사태로 홍콩 지위 흔들
블룸버그 “한·일은 대체지 못 돼”
홍콩에서 갈 곳을 잃은 돈이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중앙은행 격인 통화청(MAS)은 5일(현지시간) “4월 싱가포르 비거주자 예금이 1년 전보다 44% 급증해 62억 싱가포르 달러(5조36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외화예금도 같은 기간 거의 4배나 뛰어 27억 싱가포르 달러(약 2조3345억원)에 달했으며 올해 1~4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200% 가까이 늘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홍콩의 자금이 싱가포르로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미·중 갈등의 첫 격전지가 된 홍콩에 불안감을 느낀 자금이 이웃 중화권 국가 싱가포르로 유입된 정황이 구체적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홍콩발 자금이 싱가포르에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중반부터라고 FT는 전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이 중요한 논란거리가 되기 이전인 지난해부터 홍콩의 반중(反中) 시위로 정국 불안이 가중되자 자금 유출이 서서히 시작됐다. 지난달 중국 양회(兩會)에서 깜짝 통과시킨 홍콩 국가안보법은 결정타였다.
미국은 홍콩에 부여했던 경제 혜택의 근간인 특별지위를 거두겠다고 응수했다.
8일 현재 미국은 특별지위 박탈을 실행하지는 않고 엄포만 놓고 있는 상태지만 불안정성이 커졌다.
포천(Fortune)지는 6일 “홍콩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서의 매력을 잃었다”고 전했다.
갈수록 하락하는 홍콩 경제성장률
싱가포르 소재 다국적 기업에 근무했던 A씨는 익명을 전제로 “지난해부터 홍콩에 본부를 둔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옮길지 고민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며 “실제 기업인들 이주도 늘었는데, 그 때문에 싱가포르 내 국제학교엔 대기자들이 지난해부터 확 늘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6일자)에서 “홍콩이 지정학적 폭풍에 휩싸였다”며 “홍콩이 계속해서 국제 금융센터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홍콩에 대해 “변압기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표현했는데,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와 중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정국 불안 및 홍콩에 대한 중국의 그립이 확고해지면서 이런 ‘변압기’ 역할은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이를 두고 FT·이코노미스트 등은 “홍콩의 중국화(Chinatization)”라고 표현했다.
HSBC 등 홍콩의 주요 기업과 기관, 금융 큰손들이 홍콩 안보법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 이런 변화의 대표적 사례다.
홍콩과 함께 범중화권에 속하는 싱가포르가 홍콩의 대체재 후보로 고려된 건 새롭지 않다.
2004년부터 재임 중인 리셴룽(李顯龍) 총리에서 비롯된 정치적 안정성과 언어 장벽이 없다는 게 싱가포르의 강점이다.
한국과 일본이 홍콩을 대체할 수 있을까.
경제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7일 아시안타임스에 “한국과 일본은 홍콩을 대체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일본에 대해 페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을 국제 금융 허브로 만들겠다고 나섰고, 세계 3위 경제대국의 잠재력은 있다”면서도 “높은 법인세와 경직된 노동시장, 영어 소통의 어려움 등의 문제를 과감히 해결하지 않는다면 어렵다”고 적었다.
한국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틈을 파고드는 게 현명하긴 하겠지만 일본의 문제점이 곧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홍콩 첵납콕 국제공항에 캐세이퍼시픽 항공기들이 대기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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