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실무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로이터
살얼음판 걷는 미·중 관계… 무역합의 깨질까?
[머니S리포트] 코로나19 책임론 등 놓고 갈등 심화… 불안정 상황 지속 전망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 균열이 감지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과 중국의 홍콩보안법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격화됨에 따라 올해 초 서명한 1단계 무역합의의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해져서다. 미·중 대립구도 고착화로 무역전쟁 재개 가능성도 고개를 들면서 불협화음의 불똥이 한국으로도 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흔들리는 미중 무역합의미·중은 올해 1월15일 1단계 무역합의안에 서명했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앞으로 2년간 2000억달러(약 240조원) 규모의 제품을 추가 수입하는 대신 미국은 기존에 부과하던 대(對)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반으로 줄이고 추가 관세를 철회하는 조건이다.
이로써 지난 2년간 이어온 양국 무역전쟁이 마침표를 찍는 듯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전세계 곳곳으로 확산되면서 인명피해가 잇따랐고 특히 미국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이 중국 탓이라며 ‘중국 책임론’에 불을 지폈다.
중국은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맞섰지만 미국은 코로나19 책임 보복조치로 ▲추가 관세부과 ▲무역협상 파기 가능성 등을 거론해 중국의 미국산 제품 추가구매를 압박하는 등 연일 공세 수위를 높였다.
급기야 6월22일(현지시간)에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미·중 무역합의가 더 이상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직후 미국 증시가 출렁이고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등 파문이 확산됐다. 나바로 국장은 “내 말이 맥락에서 많이 어긋난 채 인용됐다”며 발언을 번복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미·중 무역합의는 온전하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미국 수뇌부의 뜻은 충분히 전달된 셈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이후 양국 관계는 급격히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 됐다. 최근엔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자 미국이 홍콩에 대한 수출 허가 예외 등 특별지위 혜택을 박탈하기로 하면서 양국 사이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미국 상원은 중국의 홍콩 자치권 억압을 지지한 개인과 기업에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의 ‘홍콩자치법’을 가결한 상황이어서 실제 법안이 시행될 경우 충돌이 예상된다. 언제든 무역합의가 깨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무역합의 이행 속도가 더디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이 올해 미국에 수입을 약속한 추가 구매액은 ▲공산품 329억달러(약 40조원) ▲농산품 125억달러(약 15조원) ▲에너지 185억달러(22조원) 등 총 639억달러(약 77조원)다. 1분기에만 432억달러(약 52조원) 규모의 상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구매한 금액은 200억달러(약 24조원)에 그쳐 46.3%의 저조한 이행률을 보였다.
이유진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중국이 1단계 합의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선 수입확대 품목에서 남은 3분기 동안 전년동기대비 121.4%를 미국으로부터 추가 수입해야 한다”며 “사실상 이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1단계 무역합의의 낮은 이행률,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내 수요 감소, 트럼프 대통령의 반중전략 재개로 무역합의가 향후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미·중 관계 어디로 가나다만 지금 당장 무역합의가 파기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올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최대 치적인 중국과의 무역합의를 깨트리는 무모한 결정을 내리진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보다 경기 상황이 좋았던 2018~2019년에도 미·중 분쟁은 주식시장과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지금 관세를 올리면서까지 갈등을 악화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선거 캠페인의 중심이 돼야 할 경제회복을 지키기 위해 1차 무역협상 파기와 고관세 재개보다는 대중국 비관세 부문의 경제적 성과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며 “무역전쟁 재개는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일 홍콩 경찰이 ‘불법 집회·시위에는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진압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전 연구원은 “최근 불거진 볼턴 자서전 등 선거 악재가 축적되면서 지지율 반전이 매우 어려운 국면에 진입할 경우 대중국 전면전이란 정치적 모험을 감행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파국은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미·중 간 강대강 구도가 고착화될 가능성 역시 남아있다.
특히 이 같은 대립구도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양국이 주요 국가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골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어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하반기 예정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사실상 미국 편에 서도록 압박한 것이란 해석이다.
이동규 한국외대 글로벌안보협력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중 간 다양한 사안에서 갈등이 표출되면서 양국이 한국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국익과 한국의 발전 방향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분명한 원칙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중 갈등의 심화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국가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발생가능성이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국과의 합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안별로 소통하며 대응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사진은 2017년 12월 14일 워싱턴에서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는 모습.
워싱턴 AP 연합뉴스
美 홍콩보안법에 맞불… 화웨이·ZTE ‘국가안보 위협’ 지정
FCC “中, 美통신 인프라 훼손 막을 것” 의회, 홍콩난민법 발의… 中 “반격할 것” 美상무 “기업들, 홍콩 본부 재고 가능성”
중국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통과된 3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ZTE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지정했고 미국 의회는 이른바 홍콩 주민 난민법안을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미국의 대중 압박이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서방 주요국들도 홍콩보안법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로이터·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FCC는 이날 “화웨이·ZTE를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미 통신기업들은 이들 회사로부터 신규 장비 구매 및 기존 장비 유지·보수 시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83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쓸 수 없게 된다. FCC는 스파이 행위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해 중국 통신업체 3개사의 미국 진출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은 “화웨이와 ZTE 모두 중국 공산당 및 군사기구와의 관계가 밀접하다”며 “미국은 중국 공산당이 네트워크 취약점을 악용하고 중요 통신 인프라를 훼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화·민주 양당 의원은 정치적 탄압이 우려되는 홍콩 주민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홍콩 피난처 법안’을 공동 제출했다. 홍콩보안법이 통과된 지 몇 시간 만이다.
법안에 따르면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거나 정치행사에 평화롭게 참여했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거나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입증된 홍콩 주민과 그 배우자, 직계 존·비속은 국무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받을 수 있다. 법안 유효 시한은 5년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홍콩인들의 대만 이주를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미국에 끼친 엄청난 피해를 보며 중국에 대한 분노가 점점 커진다”고 적었다. 코로나19를 앞세웠지만 홍콩보안법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이튿날인 1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에 아시아 본부를 둔) 기업들은 홍콩과 중국 본토의 관계를 규정하는 새로운 규칙 시행에 따라 이전처럼 홍콩이 본부를 두기에 알맞은 곳일지 재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장샤오밍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부주임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미국의 조치에 상응하는 반격을 그때마다 하겠다”고 맞섰다.
영국과 호주, 캐나다, 일본, 스위스 등 27개국은 이날 제44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중국에 홍콩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한국 외교부는 “제반 상황을 고려해 공동 발언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KBS
홍콩보안법에 시진핑 방일 물건너가나…국제사회서 코너 몰린 중국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시행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이 물 건너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시 주석과 일본에서 만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홍콩보안법 강행으로 중국이 인권을 침해했다는 집권당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아베 총리도 결단의 순간에 직면한 것이다. 한국 정부 역시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해온 만큼 시 주석의 방일 취소 여부를 두고 귀추가 주목된다.
집권 자민당, 아베 총리에 시진핑 방일 취소 결의
3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집권 자민당은 중국의 홍콩보안법 시행을 비난하면서 시 주석의 국빈 방일 취소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작성했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에도 홍콩 정세를 우려하는 결의문을 낸 자민당은 이번 홍콩보안법 시행에 맞춰 새 결의문을 정리했다.
나카야마 야스히데 자민당 외교부회장이 이날 오후 총리 관저를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게 새 결의문을 전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자민당은 이번 결의문에서 “걱정하던 사태가 현실로 된 지금, 이 상황을 방관할 수 없다”며 홍콩보안법 시행 직후 체포자가 나오는 데 대해 ‘중대하고 심각한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홍콩에서 자유, 인권, 민주주의라는 기본적 가치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며 “국제금융센터로서의 홍콩 지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당초 지난 4월 예정됐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무기한 연기된 시 주석의 국빈 방일을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 자민당의 요구다. 집권 자민당에서 시 주석의 방일을 공식적으로 재차 문제 삼은 만큼 시 주석의 방일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장관은 홍콩보안법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통과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의 방일을 재검토할지에 대해 “현 시점에선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하는 단계가 아니”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치적 치적 쌓으려던 아베 '곤혹'
여당과 달리 일본 정부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아베 신조 총리가 시 주석의 방일 이벤트를 자신의 정치적 치적으로 삼으려 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시 주석의 국빈 방일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새로 규정할 역사적인 다섯번째 정치문서(제5의 정치문서)를 발표해 정치적 유산으로 내세울 심산이었다. 제5의 정치문서는 1972년 국교 정상화에 합의한 중일 양국이 정상 간 합의를 거쳐 내놓을 5번째 문서를 의미한다.
2017년 11월 17일 베트남 다낭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양국 정상회담장에 들어가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중국과 일본은 1972년 중국의 전쟁배상 청구권 포기 등을 골자로 하는 첫 번째 정치문서인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국교를 정상화했다. 이어 1978년 선린우호, 상호 불가침, 내정 불간섭, 패권 불추구 등을 핵심으로 하는 평화우호조약을 맺었고, 1998년에는 평화와 발전을 위한 우호협력 파트너십을 규정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마지막으로 2008년에 전략적 호혜 관계를 바탕으로 상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4번째 정치문서로 발표했다. 이 가운데 3, 4번째인 1998년과 2008년의 정치문서는 각각 장쩌민,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에 맞춰 발표됐기 때문에 5번째 문서도 시 주석의 방일에 맞춰 나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센카쿠 열도 신경전 격화..."중국 잠수함 보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을 둘러싼 양국 간 신경전도 시 주석의 방일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동안 중국은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센카쿠 열도 인근에 선박을 여러 차례 보내면서 자극을 해왔는데 최근에는 잠수함을 내보내 한층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이는 일본 오키나와현 이시가키 시의회에서 센카쿠열도의 주소에 ‘센카쿠’라는 표기를 추가하도록 지난달 22일 규칙을 바꾼 데 따른 대항 조치의 성격이 짙다. 중국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일본 우익 진영은 현재 무인도인 센카쿠 열도를 유인도로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시진핑 방한에도 영향 미칠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3일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 주석의 방일마저 무산될 경우 국제 사회에서 중국은 더욱 코너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을 추진 중인 한국 정부가 느낄 부담감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를 통해 연내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시 주석은 통화에서 “금년 중 방한에 대한 굳은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에 시 주석의 방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화답했다./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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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시위대가 1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반대 집회 도중 ‘일당통치 종식’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홍콩|EPA연합뉴스
[홍콩=AP/뉴시스] 사진은 지난해 10월 홍콩 시민들이 반(反)중국 시위 중 영국 국기를 흔드는 모습.
2020.7.1.
中, 하루새 영국·캐나다·프랑스에 줄줄이 '경고
홍콩 보안법 반대조치' 캐나다에 여행경보 영국에 '홍콩인 시민권 부여', '화웨이 배제 검토' 재고 경고 프랑스 '화웨이 사용 자제 권고'에 "공정한 태도 보여라" 압박
[런던=뉴시스] 이지예 기자 = 홍콩 국가보안법(보안법)과 화웨이 문제를 놓고 중국과 여러 서방국 간 긴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하루 사이 영국, 캐나다, 프랑스에 줄줄이 '경고'를 날렸다.
중국 외교부는 6일(현지시간) 캐나다에 대해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캐나다가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을 이유로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 조약을 중단한 데 따른 맞불이었다. 중국은 캐나다의 조치로 양국 관계가 추가로 악화된 데다 최근 캐나다에서 경찰의 잔혹 행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어 여행 시 안전을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중국이 이달부터 홍콩 보안법 시행에 들어가자 이에 반발해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 조약을 중단한다고 3일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민감한 군용품의 홍콩 수출도 불허하겠다고 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추가적인 관계 훼손을 피하려면 캐나다가 즉각 실수를 바로잡고 홍콩 및 중국의 다른 내정 문제에 대한 간섭을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추가적인 맞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달부터 홍콩 내 반정부 활동 단속과 처벌 강화를 위한 홍콩 보안법을 시행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이 홍콩에 한 일국양제(한 국가 두체제) 약속의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영국에도 살벌한 경고를 이어갔다. BBC에 따르면 류사오밍 영국 주재 중국대사는 이날 회견에서 영국이 홍콩 문제에 '무책임한 발언'을 일삼으며 '심각한 개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대응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정부는 홍콩 보안법에 대응해 일부 홍콩인들에 시민권 부여를 추진하고 있다.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지위를 홍콩인들에 시민권 기회를 주겠다는 계획이다.
[베이징=AP/뉴시스]3월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으려고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화웨이 광고 앞에 서있다.
2020.05.15.
류 대사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문제도 꺼내들었다. 그는 영국 정부가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 배제를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수많은 중국 업계들이 영국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류 대사는 "우리는 친구가, 파트너가 되고 싶다"며 "하지만 중국을 적대적 국가로 만들길 원한다면 결과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날 영국이 5G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단계적으로 배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영국은 네트워크의 비중요 영역에서 35% 비중으로만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대중 견제에 힘을 쏟고 있는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영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하라고 압박해 왔다. 화웨이 제품이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쓰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영국도 관련 문제를 검토하고 나섰고, 보리스 존슨 총리는 최근 영국 인프라를 '적대적 국가 공급업체'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내 놨다.
프랑스도 중국의 경고를 마주했다. 프랑스 사이버방첩국(ANSSI)의 기욤 푸파르 국장은 5일 이미 화웨이 기술을 쓰고 있는 자국 기업들은 어쩔 수 없지만 추가적인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오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프랑스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프랑스가 중국을 포함한 모든 업체에 개방적이고 공정하며 비차별적 기업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구체적 행동을 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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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항구의 '국가보안법' 옹호 대형 간판 (홍콩 EPA=연합뉴스) 홍콩 반환 23주년인 1일 빅토리아 항구의 한 바지선에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가결을 축하하는 내용의 대형 간판이 실려 있다. 논란이 큰 홍콩보안법은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sungok@yna.co.kr
중국 "홍콩보안법, 일국양제 개선 이정표…남의 눈치 안봐
다른 국가 관여할 권리 없어… 대중제재는 강도 같은 논리" "홍콩보안법, 홍콩 번영과 안정 지키는 수호신"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이 홍콩보안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1일 관영 중앙(CC)TV에 따르면, 장샤오밍(張曉明)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부주임은 기자회견을 통해 홍콩보안법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고 주장했다. 장 부주임은 "홍콩보안법은 홍콩 주권 반환 23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생일 선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홍콩보안법은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수호하는 수호신"이라며 "이 법안은 홍콩 발전을 다시 정상 궤도로 돌려놓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홍콩보안법을 두고 미국 등 국가들이 대중제재가 가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장 부주임은 "일부 국가는 중국 관리들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면서 "이는 강도와 같은 논리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중국의 한 행정구역의 법률을 제정했을 뿐"이라며 "이는 남을 화나게 하거나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남의 눈치를 살피는 시대는 지났다"고 덧붙였다.
장 부주임은 강력한 권한을 갖는 홍콩 국가안보처가 중앙 정부의 관리를 받는 것은 일국양제를 훼손한다는 지적에는 "홍콩 국가안보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홍콩보안법을 근거에 설립돼 중앙정부에서 파견한 기관"이라며 "다른 부문에서 파견한 기관들과는 다른 성격의 기관"이라고 답했다.
그는 "홍콩 국가안보처는 국가 기밀을 다루기 때문에 현지 정부의 관리를 받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이는 미국의 해외 주둔군의 모델을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장 부주임은 홍콩보안법에서 범죄행위로 규정한 '외부 세력과 결탁'을 어떻게 판별하냐는 질문에는 "외부 세력과 결탁을 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대외 교류를 가리키지 않는다"면서 "정상적인 대외 교류는 국가에 해를 끼치는 행위가 포함되지 않는다"답했다.
그는 이어 "결탁은 상호 간통해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이라며 "형법에서도 결탁은 범죄와 연루된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부주임은 외부 세력과 결탁해 국가에 해를 끼치는 범죄의 예로 외국에 가서 중국에 제재를 가하는 법안을 제정하도록 촉구하는 행위를 들었다.
이는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가 한창일 때 미국으로 건너가 미 의회가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던 조슈아 웡(黃之鋒)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chinakim@yna.co.kr
보안법 통과 반발하는 홍콩 시위대
(홍콩 AP=연합뉴스) 홍콩 시위대가 30일 센트럴 지구의 한 쇼핑몰에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의 홍콩보안법 통과 처리에 항의하고 있다. jsmoon@yna.co.kr
chinakim@yna.co.kr
미 하원, 中제재법안 의결…
“홍콩 탄압 관련 중국 당국자와 거래한 은행 제재”
미국 하원이 홍콩의 민주주의 탄압에 관여한 중국 당국자들과 거래한 은행들을 제재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결했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미 하원이 현지시간 1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대한 대응 조치로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또, 이 법안은 지난주 미국 상원에서 통과된 '홍콩 자치법안(Hong Kong Autonomy Act)'과 유사하지만 같은 법안은 아니라고 전했다. 앞서 미 상원은 지난달 25일 홍콩의 자치권을 제한하는 중국을 돕는 개인과 기업들을 제재하는 내용의 홍콩 자치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한 바 있다.
이번에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상원으로 넘겨져 2일 의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원 의원들은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에 대해 홍콩의 자치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고 성토했고,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외교 관계위원회에서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에 대해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사망을 알리는 신호"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는 현지시간 2일 성명을 내고 "최근 미국 의회 양원이 '홍콩 자치법안'을 각각 통과시켰는데 이는 국제법과 국제 관계의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서 중국 내정에 폭력적으로 간섭한 것"이라며 "중국 전인대는 이를 강렬히 규탄하고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중국·홍콩과의 무역 관계에 대해 발표한 뒤 기자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9일(현지시각)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가운데 국방 물자와 첨단제품 수출과 관련한 혜택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힌 이후 한달 만이다.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어 “중국이 홍콩 보안법 통과로 나아감에 따라, 미국은 오늘부터 홍콩에 국방 장비 수출을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홍콩으로 가는 미국의 국방 및 이중 용도 기술에 대해서도 중국에 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제한을 부과하기 위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통제 물자들이 홍콩으로 가는 것과 중국으로 가는 것을 더이상 구분할 수 없다”며 “우리는 중국공산당 독재를 떠받드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하는 인민해방군의 손에 이들 물자가 가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도 성명을 내어 “수출 허가 예외 등 홍콩에 특혜를 주는 미 상무부의 규정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로스 장관은 또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없애기 위한 추가 조처도 검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이 국방 물자 수출 중단과 첨단제품에 대한 홍콩의 접근 제한 등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지위를 보장해왔다.
미국이 홍콩에 국방 장비 수출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실제 파급효과보다는 상징적 수준의 조처에 가깝다. 홍콩에 대한 미국의 국방 장비 수출액이 지난해 140만달러(약 17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 주목할 대목은 군사·상업 겸용 기술 수출에 대해 중국과 같은 규정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 조처는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미국산 첨단기술 접근을 차단하는 상황에서 홍콩을 통한 우회 접근도 확실히 봉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홍콩과 마카오, 선전, 광저우 등을 연결한 중국의 ‘통합 경제 중심지’ 구상에서 홍콩의 중요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미국의 이번 조처와 관련해 중국도 조만간 ‘상응 조처’를 취할 예정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중국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며, 이른바 제재를 통해 홍콩 보안법 입법을 막으려는 미국의 시도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필요한 대응조처”를 예고했다. 무역 갈등과 기술패권 경쟁, 코로나19 책임 공방에 이어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까지 이르는 주요 2개국(G2) 갈등이 홍콩 보안법을 계기로 더욱 전방위적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카오에 주둔한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해 10월 1일 열린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게양하고 있다.
신화사·뉴시스
중국당 기관지 "미국이 홍콩 제재하면 中 반드시 반격"
"외부 세력의 압력, 홍콩 번영과 안정 수호하려는 의지 흔들수 없어" "홍콩의 지위, 개별국의 일방적 제재로 흔들리지 않아"
[서울=뉴시스] 문예성 기자 = 미국 상원이 하원에 이어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을 응징하기 위한 '홍콩 자치법안(Hong Kong Autonomy Act)‘을 통과시킨데 대해 중국이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는 4일자 논평에서 “미국 상하원은 ‘홍콩 자치법안’을 통과시켜 홍콩에 일방적인 제재를 가하려 한다”면서 “미국 측의 이런 행보는 국제법과 국제관계 원칙을 심각히 훼손하고, 홍콩 사안과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하게 간섭하는 행위”라고 전했다.
신문은 또 “외부 세력의 그어떤 압력을 행사해도 국가 주권과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수호하려는 중국의 의지와 결의를 흔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것은 중앙정부의 권한이며, 모든 나라들이 그렇다”면서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중국 헌법과 기본법 및 전인대 전체회의 결정에 따라 홍콩보안법을 제정한 것은 순수히 중국 내정이며, 그 어떤 외부 세력도 간섭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홍콩보안법은 국가 주권, 안보, 발전이익을 수호하고 홍콩의 장기적인 안정과 번영을 유지하며 '일국양제'의 장기적인 시행에 강력한 제도적, 법률적 보장조치를 제공했다”면서 “아울러 홍콩인을 포함한 중국인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홍콩은 국제 금융, 무역, 해상운송의 중심지로 국제 경제 구도 속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면서 “이런 독특한 지위는 세계무역기구(WTO)가 부여한 것이지 어떤 개별국가가 준 것이 아니며, 어떤 개별국가의 일방적인 제재로 흔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홍콩 제재를 시사한 것은 그들이 홍콩의 민주자유, 번영과 안정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미국은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홍콩을 '바둑알'로 악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홍콩 사안과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중국은 반드시 강력히 반격할 것이며, 그 모든 결과는 전적으로 미국이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 상원은 2일(현지시간) 홍콩의 자치권을 위협한 중국 관료나 이들과 거래하는 법인·은행을 제재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홍콩 자치법'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하원 역시 전날 이 법안을 이견 없이 통과시켰다.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남겨뒀다. 트럼프 대통령의 법안 지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는 지난해 의회가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 인권법)을 통과시키자 서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인대 외사위원회는 "이는 국제법과 국제관계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자 홍콩 사안과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면서 “전인대는 이에 대한 강력한 비난과 반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외사위원회는 또 "미국 의회와 일부 정객들이 홍콩 사안을 포함한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미국이 계속 고집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모든 필요한 조치를 통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외사위원회도 미국 상하원 '홍콩 자치법‘ 통과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6월 30일 중국 전국인대 상무위원회는 홍콩보안법 입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통과 즉시 시진핑 주석은 관련 내용을 주석령으로 공포하고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사실 중국의 보안법 입법은 1997년 7월 1일 홍콩의 중국 귀속 이후 23년 동안의 염원이었다. 중국은 2007년 한 차례 보안법 입법 파동을 거친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19년 송환법 사태까지 겪으면서 관련 입법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국제사회의 우려와 홍콩 내 반발 움직임에 따라 관련 입법을 서두르지 않았을 뿐이다.
2019년 송환법 파동과 달리 이번 보안법 입법에 대해서는 홍콩 내에서도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2019년 송환법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던 홍콩 재벌 리카싱도 보안법 입법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사를 표출하기도 했다.
홍콩 보안법 입법 과정에서 미국과 영국 등 국제사회는 홍콩이 누리는 민주주의, 자유, 인권 등에 대한 침해 우려로 관련 입법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었다. 미국은 심지어 관련 입법이 통과되면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영국은 일부 홍콩 주민에게 영국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다며 중국 당국을 압박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속전속결로 관련 입법을 밀어붙였다. 중국 국가주권 논리를 홍콩보안법 입법에 까지 분명하고 단호하게 투사시켰다. 그 과정에서 홍콩 일부 세력의 반발과 조직적 반대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러나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대규모 저항 운동은 발생하지 않았다. 송환법 반대 시위와는 다른 양상이었고, 법 통과 이후 일부 시위 지도자는 국외로 도피했다
중국은 입법 과정에서 모든 국가는 국가안전에 관련된 입법 필요성이 있고, 그 권한은 국가가 가져야 한다는 논리로 홍콩 주민 다수를 국가 주위로 묶어 세웠다. 2019년 송환법 유보와 달리 2020년 보안법 입법 강행은 홍콩을 대표하는 중국이라는 국가주권의 문제로 이 문제를 인식하는 홍콩 사람들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중국 당국은 보안법 입법을 국가주권의 문제로 간주하고 ‘국가’ 논리로 관련 입법의 당위성을 선전했다. 그 결과 비교적 수월하게 입법을 관철시켰다. 홍콩은 150여 년에 걸쳐서 영국의 지배를 받는 동안 민주주의, 자유, 인권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적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비록 홍콩인이 스스로 쟁취해낸 것이 아니라 위로부터 부여된 것일지라도 비교적 넓고 깊은 사적인 자율 공간은 이른바 홍콩식 민주주의를 확장시켜온 자양분이었다. 1997년 7월 1일 홍콩이 중국에 귀속되었다.
귀속 후 홍콩이 가장 먼저 맞닥뜨린 문제는 바로 국가주권에 대한 정체성 문제였다. 홍콩은 결단코 이 부분에서는 어떠한 자율적 공간도 점유하는 것을 허락받지 못했다. 중국 또한 국가주권에 관련된 문제에서 홍콩의 자율성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다. 홍콩의 어떠한 움직임도 국가주권의 이름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보안법 통과는 이러한 홍콩차이나라는 국가정체성을 법제화한 것이다. 향후 이른바 홍콩식 민주주의는 중국이라는 국가주권으로 묶인 제약 하에서 독자적이며 자율적인 생존공간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확대해 나갈 것인가에 좌우될 것이다.
자율의 정도가 인생의 고도를 결정한다. 홍콩의 고도 역시 사적 자율의 공간을 어떻게, 언제까지 확보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인류사회를 글로벌 공동체, 지구촌 등으로 부른다. 하지만 민족국가가 국제사회의 행위자로 영향력을 유지하는 상황은 여전히 그대로다.
코로나 19의 확산은 오히려 지구촌보다는 우리 동네, 우리 지방, 우리 국가라는 울타리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홍콩보안법 입법은 민족국가의 신화가 다시 강화되는 상황에서 국가주의의 필연이었을 뿐이다.
홍콩보안법 반대 목소리는 해외로 확산되고 있다. 4일 인도 다람살라에 망명 중인 한 티베트 활동가가 홍콩과 연대한다는 글이 쓰인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다람살라=AP 연합뉴스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한 홍콩 민주화 시위 참여자가 홍콩 주재 미국 영사관 앞에서 성조기를 들고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