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02년10월 구 회장이 전기차배터리 개발을 위해 만든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LG제공) /뉴스1
조정구 그린파워 사장이 자사의 전기차용 무선 충전장치를 소개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전기차 시대 k 배터리 난다....3사 수주잔고만 300조
LG화학 올 2분기 전기차 배터리 사업서만 800억~900억원 흑자 공격적 투자 결실, 후발주자 삼성SDI·SK이노베이션도 맹추격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LG화학 관계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앞다퉈 투자했던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전기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도 성장세가 꺾이지 않았고, 연 30%의 폭발적 성장세까지 예고되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전기차 배터리가 반도체를 이을 한국의 수출 주력 품목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한층 커지고 있는 이유다.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8분기 만에 흑자전환 사업 '본궤도'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2분기 매출액 6조9352억원, 영업이익 5716억원의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3.1%, 영업이익은 177.7% 증가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로도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131.5% 각각 늘었다.
LG화학이 코로나19에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데에는, 전지사업, 전지사업 중에서도 전기차 배터리의 약진이 크게 작용했다.
LG화학의 2분기 전지사업부문 매출은 2조8230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매출이 그간 전지사업 주력이었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제치고 전지사업부문 매출의 60%를 차지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2018년 4분기 반짝 흑자를 기록한 이후 6분기 만에 흑자를 기록, 비로소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2분기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의 영업이익률은 한자릿수인 5%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LG화학이 올해 2분기 전기차 배터리로 올린 영업이익은 대략 800억원에서 900억원 선으로 추산된다.
LG화학은 전날 실적발표 자료를 통해 "유럽, 중국 등 전 세계 친환경 정책 확대로 전기차 판매가 증가하고 있고, 북미지역 대규모 ESS 프로젝트 공급 등으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이 25% 증가했다"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폴란드 공장 수율 등 생산성 개선, 원가 절감 등으로 자동차 전지 사업에서 흑자를 거뒀을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이익 창출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의 이번 전기차 배터리 실적 호조는 전기차 판매 증가세로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전기차 관련 업계는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 220만대에서 2025년 12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연평균 성장률이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배터리 시장도 약 18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5년 약 170조원으로 예상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보다 큰 규모이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3사가 수주한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만 3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LG화학은 현재 절반인 150조원 이상의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기준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24.2%를 차지해 이미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중국의 CATL이 22.3%로 2위, 일본의 파나소닉은 21.4%로 3위이며, 삼성SDI는 6.4%로 4위, SK이노베이션은 4.1%로 7위를 기록 중이다.
LG화학을 비롯해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의 배터리 3사는 이처럼 폭발적인 성장세에 놓인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전기차 시대 시장 선점을 위한 총력전을 펴고 있다.
LG화학은 2000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R&D)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이후 매년 투자를 늘려왔으며, 지난해의 경우 1조1000억원의 R&D 투자 중 배터리 분야에 30% 이상을 투자했다. 또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설 투자 금액만 4조원에 육박한다.
LG화학은 화학기반의 배터리 제조 회사로 소재내재화를 통한 원가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실제 배터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극재를 직접 생산할 수 있으며, LG화학만의 특허 받은 안전성 강화 분리막, 차량 디자인 맟춤형 제작이 용이하고 수명이 긴 '파우치(pouch) 타입' 형태의 배터리는 객사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그 결과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만 1만7000여 개의 특허를 확보하고 있으며, 한국, 미국 중국, 폴란드 등 업계 최다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말 목표 생산 능력은 100GWh로 이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 약 17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LG화학을 추격하고 있다. 삼성SDI는 2010년 울산에 이어 2015년부터는 중국 시안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2017년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 괴드시에 배터리 공장을 준공하고 지난해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삼성SDI는 생산 능력은 공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연 20GWh 정도로 추산한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9월부터 서산 배터리 제2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해외에서는 지난해 11월 중국 창저우 공장, 올해 초 헝가리 코마롬 제1공장을 차례로 완공했다. 올해 말까지 20GWh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며, 향후 100GWh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EV(Electric Vehicle) 트렌드 코리아 2019(친환경 자동차 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삼성 SDI부스에 전시된 BMW I시리즈를 보고 있다.
삼성SDI는 2분기 매출 2조5586억원, 영업이익 1038억원의 실적을 올린 가운데, 전지사업부문에선 지난 1분기 대비 7% 증가한 1조918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전지사업부문은 지난해 60%의 매출 성장률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50%의 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부문 흑자는 이르면 내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매출액은 7조19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7% 줄었고, 43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가장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의 실적 부진은 현재 주력인 석유화학이 코로나19로 인한 유가하락 및 그에 따른 석유제품 판매가격 하락과 판매물량 감소로 줄어든 영향이다.
배터리에서는 글로벌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일회성 비용의 증가로 전 분기보다 89억원 늘어난 11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2022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1월 미국 네다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0' (Consumer Electronics Show)이 SK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미래 전기차 비전 'SK 인사이드(inside)'를 살펴보고 있다.
2000년부터 연구개발 본격화 구조적인 수익창출 기반 마련 유럽 전기차시장 급성장 따라 2024년엔 매출 30조원 기대
LG화학 051910 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흑자를 달성한 것은 지난 2018년 4·4분기 반짝 흑자 이후 6분기 만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 3사의 투자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2018년 말 이후 첫 대규모 흑자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은 올 2·4분기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구조적인 이익 창출 기반을 마련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전지 부문에서 매출 2조8,230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31일 밝혔다. 적자에 머물던 전기차 배터리 사업도 6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장승세 LG화학 전지사업본부 경영총괄 전무는 이날 2·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유럽 주요 고객사의 전기차 신규 모델 출시 등에 따라 전지사업 부문에서 연 매출 13조원 달성이 가능하다”며 “2·4분기부터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부터 친환경 정책에 따라 유럽 전기차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폴란드 배터리 공장의 수율을 정상화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발 폴란드향 배터리 수출액은 지난해 12월보다 82% 하락한 120억원이었다.
조 연구원은 “LG화학의 유럽 배터리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도 4%까지 떨어졌다”면서 “이는 2·4분기부터 LG화학 폴란드 공장의 수율이 빠르게 개선됐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1998년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뒤 투자를 지속해온 LG화학은 올 2·4분기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20여년 투자의 결실을 보고 본격적인 이익 창출을 시작하는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2000년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R&D)에 착수한 LG화학은 매년 투자를 늘려 지난해 시설투자에만 4조원 이상을 썼다.
연말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100GWh로 늘리겠다는 증설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LG화학은 현재 150조원 이상의 수주잔액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물론 미국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 유럽 폭스바겐·르노·볼보·아우디·다임러·재규어·포르셰 등이 모두 LG화학의 고객이다.
LG화학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흑자 폭이 확대돼 연간 흑자는 물론 매년 30% 이상의 성장세로 이익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며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테슬라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LG화학 전지사업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LG화학이 테슬라에 공급하는 원통형 전지는 전기차 배터리가 아닌 소형전지로 분류된다.
장 전무는 “원통형 전지를 탑재한 전기차 수요가 계속 늘고 있고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전기 오토바이 등 LEV(Light Electric Vehicle)용 소형전지시장도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전지시장 확대와 함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수요 증가로 LG화학은 오는 2024년 배터리 분야에서만 30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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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박효정 기자
쌍용자동차가 7월 20일 공개한 전기차 모델 ‘E100’ 티저 이미지.
[쌍용자동차 제공]
쌍용 첫 전기차 ‘E100’, 부활의 ‘전기충격기’ 될까
[기업언박싱] ‘활력징후(Vital Sign)’ 위기 속 전기차 승부수
●국내 첫 준중형 SUV 전기차로 6년 만에 ‘기지개’ ●14분기 연속 적자 속 전기차 개발 ●7000억 원 ‘제로섬 게임’ 전기차 시장 겨냥 ●‘영광의 30만 대’ 티볼리와 닮은 꼴 ●“당장 부활 어려워… 새 인수 주체 찾을 시간 확보”
전기차는 쌍용자동차 소생을 위한 ‘전기 충격기’가 될 수 있을까. 7월 20일 쌍용차는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자사 첫 전기차 모델(프로젝트명 ‘E100’)의 티저(Teaser) 이미지를 공개했다. E100은 국내 시장에 출시되는 첫 준중형 SUV(Sport Utility Vehicle·스포츠형 다목적 차량) 전기차 모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전기차 시장은 소형차 모델 중심이다.
패밀리 카로 손색없는 국내 첫 준중형 SUV 전기차로 비교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난 속 쌍용차가 전기차 출시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①심상찮은 ‘활력징후(Vital Sign)’쌍용차의 ‘활력징후(Vital Sign)’가 심상찮다. 경영 관련 지표가 모두 위기를 가리킨다. 쌍용차는 1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7년 1분기 후 올해 2분기까지 누적 영업 손실은 6271억 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손실만 따져도 2158억 원이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4% 급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부품 수급 차질과 실적 부진 탓이다.
쌍용차 1분기 감사보고서는 ‘감사 의견 거절’ 판정을 받았다. 회계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쌍용차는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5898억 원 초과하는 등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분기 보고서에 대한 ‘의견 거절’은 별도 제재 대상은 아니다. 다만 연 1회 내는 연간 결산 감사보고서가 ‘감사 의견 거절’ 판정을 받으면 상장폐지 사유다. 게다가 2010년 쌍용차를 인수한 인도의 마힌드라 그룹은 올해 6월 지배권 포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내년 상반기 확실히 출시”
‘E100’ 티저 이미지와 유사한 쌍용자동차 ‘티볼리’.
[쌍용자동차 제공]
2015년 ‘티볼리’ 출시 후 쌍용차는 기존 모델을 소폭 개량하는데 그쳤다. E100은 6년 만의 신차 출시인 셈이다. 현재 시판되는 쌍용차 모델은 티볼리와 코란도, G4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스포츠 칸 등 5종이다.
그간 경영난으로 신차 개발 여력이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신차 1종을 개발하는데 3~4년 동안 2000~4000억 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가 모처럼 발표한 신차 개발이 자금 부족으로 좌초할 가능성은 없을까.
이에 대해 쌍용차 측은 “의미 없는 우려다. 이미 대중에게 신차 출시를 알렸다. 예정된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준비가 확실히 됐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내년 상반기 출시를 예고했으니 개발은 사실상 완료됐다고 봐야 한다. 쌍용차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개발비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신차 출시 자체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②매출 45% 차지 ‘효자’ 티볼리쌍용차가 야심차게 내놓을 전기차는 어떤 모습일까. 쌍용차 측은 E100 외형에 대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상어 지느러미 디자인“이라고 설명했지만 ‘티볼리와 닮은 꼴’이라는 세평이 나온다.
쌍용차는 티볼리로 소형 SUV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했다. 2015년 한 해 쌍용차가 판매한 차량 9만9000여 대 중 45%(4만5000여 대)가 티볼리일 정도로 ‘히트’했다. 경쟁 차종이던 현대자동차 ‘코나’의 판매량을 오랫동안 압도했다. 그 덕분에 이듬해 쌍용차는 2010년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된 후 첫 흑자를 거뒀다.
2019년 6월 전 세계 누적 판매량 30만 대를 돌파, 최단 기간 쌍용차 최다 판매고를 기록했다. 티볼리 전에도 쌍용차는 ‘코란도’와 ‘무쏘’ 등 스테디셀러를 앞세운 SUV 명가였다. 티볼리를 연상케 하는 E100 외형에 쌍용차 마니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효자상품 ‘리뉴얼’이 나을 수도”‘중흥의 상징’ 티볼리와 닮은 E100으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모델3’(7080대)이 국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43.3%)를 차지했다.
각각 2위와 3위인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4877대·29.8%)과 기아자동차 ‘니로 EV’(2309대·14.1%)를 여유롭게 따돌렸다. 한국지엠 ‘볼트 EV’(1285대·7.9%)와 르노삼성 ‘SM3 Z.E.’(457대·2.8%)가 뒤를 이었다. ‘자동차계의 애플’ 테슬라 열풍 속에 자동차 메이커들이 시장을 나눠 가진 모양새다.
이호근 교수는 “쌍용차가 전기차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상징성은 평가할 만하다. 다만 디자인이나 성능 면에서 혁신적인 모델을 내놓지 않는 이상 선두주자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어렵다”며 “경영 상황이 엄중하니만큼 단기적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전기차보다 코란도·티볼리 등 효자상품 ‘리뉴얼’이 더 주효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③8만4000여 대 둘러싼 ‘제로섬 게임’국내 전기차 시장이 사실상 ‘제로섬(Zero Sum) 게임’ 국면인 점도 난관이다. 전기차 가격은 동종 내연기관 차량보다 50% 가량 높다. 2013년부터 정부는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등에 따라 민간 소비자가 전기차를 살 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 보조금 규모는 약 6900억 원(8만4000여 대)이다. 구매자는 자동차 업체에 본래 차량 가격과 보조금의 차액만 지불하면 된다. 이후 자동차 업체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수령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외 10개사 28개 차종이 지급 대상이다(승용차 기준). 금액은 업체·차종마다 다르나 국고보조금 기준 1대에 최저 625만 원(재규어 랜드로버 ‘I-Pace’)에서 최대 820만 원(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한국GM ‘볼트 EV’ 등)이다. 여기에 지자체 따라 최저 450만 원(서울)에서 최대 1000만 원(경북)의 보조금이 추가 지급된다.
경북의 경우 보조금이 가장 많은 현대차의 2020년형 ‘코나 일렉트릭’을 출시가 4690만 원(기본 옵션 기준)보다 1820만 원 낮은 2870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쌍용차의 전기차, 경쟁력 의문”익명을 원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시장은 정부가 정한 전체 ‘파이’에서 각 업체가 지분을 얼마나 가져갈지 경쟁하는 상황이다. 기업으로서 미래 시장을 선점하고자 손해를 감수하고 판매하는 측면도 있다”며 다음과 같이 쌍용차의 전기차 도전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국내에서 2015년 즈음 전기차 기술이 태동했다. 벌써 5년 전이다. 1회 충전으로 400㎞ 주행이 가능한 모델이 즐비하다. 쌍용차가 어느 면에서 강점을 가진 전기차를 개발할지 아직 알 수 없다.
배터리 기술은 배터리 생산 업체에서 도입하더라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새로 개발하는 것은 자체 노하우가 많이 필요하다. 후발 주자로서 쌍용차가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다양한 신기술 선보일 것”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
[뉴스 1]
타사 전기차 모델과 경쟁할 묘안이 있느냐고 묻자 쌍용차 관계자는 “배터리 성능이나 주행 거리 등 세부 스펙에 대해서 현재는 답변이 어렵다. 다만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답했다.
전기차 개발이 쌍용차의 경영난 타개에 도움이 될까.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쌍용차 경영 상황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 “그 점에 대한 평가는 조심스럽다. 당장 예단은 어렵다”고 답했다.
고 본부장은 “기존 쌍용차의 주력 상품은 디젤 SUV였다. 최근 정부의 ‘한국형 뉴딜’에 따른 친환경 모빌리티 지원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쌍용차가 내년 전기차 출시로 당장 부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기업 가치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모기업 마힌드라 그룹이 지배권 포기를 시사한 가운데 새 인수 주체를 찾을 시간을 벌 수 있다. 전기차 개발·판매에 따른 국가 지원도 기대할 만하다. 신용등급 유지나 추가 자금 마련에 필요한 ‘희망’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닿으면 위험” 車·배터리 자체 방수기능···안전성 제고 총력 충전 시 안전수칙 준수해야···집중호우 땐 지상·실내 충전 권고
‘장(長)마’라 일컬어질 정도로 긴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중부지방의 경우 이달 10일께나 장마철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지난달 28일과 31일을 기점으로 제주도와 남부지방의 장마가 끝났다고 보고 있다.
10일 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장마전선이 정체될 것이란 의미다. 이번 장마의 가장 큰 특징은 기간 외에도 특정 지역에 강한 비를 장시간 쏟게 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제주도와 부산·대전 등이 시차를 두고 수해를 입어야 했다. 서울·경기 등 중부지방의 경우 장마 종료 때까지 강한 비가 비정기적 시차를 두고 반복될 전망이다.
앞선 수해지역에서 확인할 수 있듯 거센 비로 저지대를 중심으로 집과 자동차 등이 침수돼 피해가 발생했다. 부산에서는 차를 타고 지하도에 진입했다 갑작스레 불어난 물에 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이처럼 비에 따른 각종 피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최근 확산되는 전기차 이용자들의 안전수칙 준수 유의가 요구된다.
전기차 충전 중 충전기와 자동차에 전압이 흐른다. 급속충전의 경우 전압이 높을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전기차는 전류가 흐르는 부문을 외부와 차단하고, 각종 누전 방지장치로 안전사고를 예방한다. 습기가 감지되는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전기차 스스로 이를 인지해 자동으로 연결을 차단시키는 등 각종 안전장치가 마련돼있다.
그렇다고 부주의해선 곤란하다. 복수의 안전장치가 마련됐다는 것은 반대로 안전장치 없이 위험하다는 의미다. 특히 충전 과정에서, 더욱이 호우가 내리는 상황에서는 안전수칙을 더욱 준수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차량과 충전기에 대한 점검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며, 급속충전 시 발열이 심할 수 있으므로 80% 이하로 충전하길 권장한다.
주유소에서와 마찬가지로 충전기 인근에서 흡연을 삼가야 한다. 불이 붙은 담뱃재가 날려 안전장치 등을 손상시킬 수 있으며, 충전구 등으로 튈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전기차 특성 상 충전하는 데 장시간 소요되기 때문에,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지하보다는 지상에서 충전하기를 권장한다.
지상에서 충전한다 하더라도 비를 막아주는 실내가 좋다. 일부 전기차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충전 중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방수커버를 구매해 사용하기도 한다. 자체적인 전류 차단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가 침수되더라도 감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위험수준의 습기와 침수를 감지했을 때 전기차 스스로 전원을 끈다.
전기차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안전장치 외에도 배터리 자체적으로 1차적으로 방수기능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안전장치가 가미돼 있기 때문에 기존 내연차보다 침수 가능 범위가 높지만, 기본적으로 침수에 이르지 않게 주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첨언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친환경 자동차의 대표주자인 전기차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19세기 자동차가 발명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는 동물이나 사람을 대신할 동력을 찾는 것이었다. 이 때 전기가 기름보다 더 먼저 주목받았던 동력원이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만들기도 쉽고 조작도 쉬워 상용화도 더 빨랐다.
영국의 토마스 파커가 개발한 전기차는 1886년 판매를 시작했다. 가솔린차가 판매되기 5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가격이 비싸고, 충전에 긴 시간이 걸리며, 멀리 이동할 수 없다는 뚜렷한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반면 가솔린차는 상품성을 점차 강화해갔다. 1920년대 잇따른 원유 발견으로 유가가 하락하고, 미국의 헨리 포드가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하면서 생산 단가도 대폭 감소했다.
전기차는 결국 100년 넘게 기억 속에서 사라져갔다가 2000년대 들어 `차트 역주행`을 하듯 화려하게 부활했다. 현재 전기차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도 따져보면 19세기 등장한 전기차의 `100년 대계` 결과물일 수 있다.
세계 최초 수소전기차 양산형 모델 `투싼ix Fuel Cell`
[사진 출처 = 현대차]
◆지속가능성의 문제, 전기차를 소환하다
20세기 후반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화석 연료가 고갈되면서 자동차업계는 친환경차 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연료전지, 리튬이온전지 등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 이를 뒷받침했다. 2009년 일본의 미쓰비시가 양산형 전기차인 `아이미브(i-MiEV)`를 양산했다. 2013년에는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차 양산 모델인 `투싼ix Fuel Cell`을 출시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각국의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친환경차 판매량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블룸버그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는 `2020 전기차 전망(Electric Vehicle Outlook 2020)`을 통해 2015년 45만대에 불과했던 전기차 판매량이 2019년 210만대로 늘었으며 2025년에는 850만대, 2030년에는 26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량은 11만219대로 전년 대비 18.5% 증가했다. 전기차는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고, 매연도 발생하지 않는다. 유지비도 적게 든다.
겉으로는 장점뿐이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다.
충전소 등 운행에 필수적인 시설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구매 보조금과 전기차 충전 요금 할인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점차 가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친환경차는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가격?성능?디자인 등 기존의 가치와 더불어 `환경`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소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사진 출처 = HMG 저널]
◆금융은 전기차의 또다른 에너지
자동차 판매는 금융이 결정한다. 자동차 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현금이 아닌 할부와 리스 등 목돈 부담을 줄여주는 금융상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금융은 친환경차의 운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친환경차 보급초기부터 이와 관련된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제공했다. 2012년 현대캐피탈은 업계 최초로 친환경차 전용 리스 상품을 개발하고 중고차 가격 보장서비스를 선보였다.
초기 금액 부담이 크고 중고 판매 시 잔가(미래 시점의 중고차 가격)를 보장받기 힘들다는 것이 친환경차 구매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내연기관차를 친환경차로 교체하기를 원하는 운전자들을 위한 특별한 금융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현대캐피탈은 제주도청과 현대차?기아차, 충전기 업체인 차지비 및 에스트래픽과 손잡고 `제주도민 대상 전기차 교체 프로그램(이하 전기차 교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리적 특성 상 차량을 육지로 내다 팔 때 많은 탁송료가 발생한다. 때문에 중고차 시장이 도내로 한정돼 내연기관차를 팔고 전기차를 사려면 경제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잦다.
전기차 교체 프로그램은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차량 매매 시 수수료 할인, 전기차 구매 시 금융 혜택, 보조금 추가 지원, 충전기 무료 제공 등의 혜택으로 친환경차 마련의 부담을 크게 줄였다.
현대캐피탈이 참여한 제주도 내 우체국 택배 차량 교체 사업에는 현대자동차의 `포터Ⅱ 일렉트릭` 모델 기반의 차량이 활용될 예정이다.
[사진 출처 = 현대차]
◆금융, 친환경 모빌리티를 구축하다
현대캐피탈은 일반적인 자동차 금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친환경 모빌리티 생활을 구축하는 금융으로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먼저 공공부문에서 친환경차를 보급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서비스에 친환경차를 활용하면 친환경 모빌리티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이러한 경험은 친환경차 시대가 더 빨리 도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현대캐피탈은 제주도 내 우체국 택배 차량을 친환경차로 바꾸는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우체국물류지원단, 현대차, 그리고 충전기 제조사인 `대영채비`와 체결한 업무협약을 통해서다. 이 사업에서 현대캐피탈은 친환경차 리스와 유지?관리 등 차량 운영에 필요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우정사업본부에 초소형 전기차 1000대를 공급하는 리스 계약을 체결했다. 중소상공인들에게 초소형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한 업무 협약을 진행하기도 했다.
스마트 그리드 시대에는 친환경차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금융, 전기차 생태계의 미래를 만든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 되면 자동차가 파생시키는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들도 주목받게 된다. 가장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충전기와 관련된 사업이다. 친환경차는 배터리가 차량가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배터리 수명이 충분히 늘어나면 배터리만 거래하는 중고?렌탈 시장이 활성화된다. 마치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이동식 충전기 사업도 발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 국내 스타트업 에바(EVAR)는 전기차를 충전하는 이동식 키트를 선보였다.
전력망에 정보기술(IT)를 접목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시대에도 전기차의 역할이 기대된다. 움직이는 에너지저장장치인 전기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주차 중 유휴 전력을 활용하는 개념인 V2G(Vehicle to Grid)를 활용한 비즈니스 가능성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비즈니스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미래 전기차 시대에서 자동차 금융의 역할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은 전기차 생태계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다.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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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SK·LG, 전기차 '수확의 시기' 온다
국내 대기업들이 전기차 사업에서 구체적인 이익실현 시기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당장 성과가 가까워지고 있는 곳은 '전기차 심장'을 제조하는 배터리 기업들이다. LG화학은 올해 2분기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2018년 4분기 이후 6개 분기만이다. 구체적인 흑자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 초반(1~4%)대라고 언급했다. 이는 LG화학이 지난 몇년간 유럽·미국·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대규모 증설 작업을 펼쳤던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부터 중국 테슬라 모델3에 배터리 공급을 시작한 것이 호실적 배경으로 꼽힌다.
하반기 전망도 밝다. '전기차 대중화'를 내건 폭스바겐 ID3가 올 9월 유럽에서 출고를 시작할 전망이다. 이를 포함해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신형 전기차를 내놓는다. 장승세 LG화학 전지부문 경영전략총괄(전무)은 "연말까지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서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2021년이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처음으로 수익성을 낼 것이라고 자신한다. 권영노 삼성SDI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내년 자동차 배터리사업에서 단독 흑자전환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 배터리사업에서 영업손실 1138억원을 봤다. 현재 대규모 배터리 생산거점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영향이다. 흑자전환 시기도 2022년경으로 보고 있다. 단 빠른 시간 안에 선두기업들을 추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투자가 어느정도 마무리되는 2025년, 생산량 기준 '글로벌 배터리 탑3'에 올라서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이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E-GMP에 기반한 EV콘셉트 '45'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주종목인 자동차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분주하다.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025년까지 23개 전기차를 출시하고 글로벌 판매 100만대(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신형 전기차가 출시되는 것이 자신감의 원천이다.
E-GMP는 부품공용화 등을 통한 전기차 원가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완성차기업들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통해 전기차 원가를 약 18% 가량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원가 차이도 현재 1만2000달러에서 6400달러 수준까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전기차의 자체 산업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는 셈이다. 주목되는 계열사는 구동모터 등 전기차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다. 현대모비스는 내년 전동화부품 사업에서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재 전동화 사업은 거의 손익분기점(BEP)에 근접해 있고 적자규모도 크지 않다"고 밝혔다. 손익은 시장 상황(전기차 판매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구체적인 시점은 공표하지 않겠다고 했다. 내부적으로는 올해 흑자전환 기대감도 있었으나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났다. 종합하면 현대차·기아차의 전기차 판매가 계획대로 이뤄지면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사업 수익 실현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차 계열사는 보다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웠다. 기아차는 "2025년 전기차 부문 영업이익률 8%이 목표"라며 "현재 BEP에 가깝고 목표도 초과 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2025년 전체 영업이익률 6%를 목표로 하고 있다. 5년 후에는 전기차 수익성이 내연기관차 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안방 뚫린 전기차, 해법은 고객에 있다
최근 전기차 보조금 논란이 뜨겁다. 우선 국적에 따라 차등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부 국가들이 이미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에 유리한 보조금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비싼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보조금의 목적이 전기차 보급을 통한 환경보호인 만큼 중저가 모델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다. 얼핏 보면 맞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에 판매된 전기차 중 전기승용차는 총 1만6,35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크게 꺾지는 못했다.
판매량은 큰 변화가 없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그야말로 ‘천지개벽’이 일어났다. 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기업들의 전기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한 반면 수입차는 무려 564% 급증했다. 시장점유율도 불과 1년 만에 완전히 역전됐다.
지난해 상반기 한국 자동차 기업들의 국내 전기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94%에 달했지만 올해는 54.6%로 쪼그라들었다. 그 사이 수입차는 같은 기간 6.7%에서 45.4%로 약 7배 성장했다. 주인공은 단연 테슬라다.
테슬라는 보급형 전기차 ‘모델3’를 앞세워 올 상반기 7,080대를 팔아 국내 전기승용차 시장점유율 43%를 달성했다. 테슬라에 이어 아우디·푸조 등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홍수처럼 한국 시장에 전기차를 쏟아내고 있다.
이쯤 되면 왜 지금 전기차 보조금 논란이 불거졌는지 감이 온다. 이대로 가다가는 현대·기아차(000270) 재무분석
차트영역계속기업리포트로 대표되는 국내 자동차 업계가 안방에서 전기승용차 시장 주도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적별·가격별 보조금 차등지급 아이디어들은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하다. “이미 다른 나라들도 시행하고 있다”는 변명거리도 부족함이 없다.
다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빠졌다. 바로 고객이다. 올 상반기 극적인 변화를 만든 것도, 앞으로 다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것도 고객이다. 전기차 보조금 논란의 맨 위쪽에 고객의 이해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전기차 보조금 개편 작업이 여론의 동력을 얻으려면 기술력에 따라 보조금 차등 규모를 크게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행거리, 배터리 수명, 품질 안정성 등 고객에게 이익을 주는 기술력을 평가해 보조금 차등을 크게 두는 방식이다 . 현재 국가 보조금은 기술력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아예 없다.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전기차에 더 많은 보조금을 주는 것은 기술발전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시장 육성도 함께 유도할 수 있다.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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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 시민이 제주 전기차 충전 서비스 특구에 적용되는 ‘전기차 이동형 충전기’를 시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