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경남 창녕의 낙동강 제방이 일부 무너지며 인근 구학·죽전마을이 물에 잠겨 있다.
경남도
▲ 낙동강 합천창녕보
ⓒ뉴데일리 DB
사진=뉴시스
[출처] - 국민일보
野 '4대강사업' 재평가 움직임…與 'MB 책임론' 제기하며 공방 가열
진중권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50점 따고 들어가는데, 쓸데없는 말 보태 점수 까먹는다"
유례없이 긴 장마에 기습폭우가 더해지며 전국이 수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야권에서 '4대강사업' 재평가 움직임이 꿈틀대자 여권과 환경단체는 오히려 'MB 책임론'을 제기하며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MB정부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4대강 사업을 지류와 지천으로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지 않았겠냐"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4대강에 설치된 보를 때려 부수겠다고 기세가 등등하다"며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당 송석준 의원도 "전국적 수해를 보며 4대강 정비를 안 했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더 처참해졌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 물관리를 일원화하겠다며 국토부에서 홍수관리 등 수자원 업무를 환경부로 가져갔다. 그 후 이렇게 홍수를 당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송 의원은 국토부 출신으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을 지낸 재선 의원이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 역시 "MB 시절 4대강 정비에 이은 지류, 지천 정비를 하지 못하게 그렇게도 막더니, 이번 폭우 피해가 4대강 유역이 아닌 지류·지천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이제 실감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야권의 잇따른 수해 책임론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말 어처구니없다"고 발끈했다. 윤 의원은 "4대강 사업의 폐해는 이미 온갖 자료와 연구로 증명됐다"며 "이런 식으로 한다고 해서 당신들의 과오가 용서될 수 없다"고 맞받았다.
범여권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도 이날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둑이 붕괴됐다는 기사를 공유하면서 "미래통합당은 낙동강 둑이 무너졌으니 뻘쭘하겠다"고 꼬집었다. 4대강 보 철거를 주장해온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는 "보는 홍수를 막아주는 기능이 아니라 홍수를 조장하는 시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목사는 "섬진강 제방이 아니라 낙동강 보를 무너뜨려 주지"라는 글을 올렸다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다 야권과 시민사회·환경 단체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자 '4대강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여당 내에서조차 MB계와 각을 세우던 친박(친박근혜)계 반발이 작지 않았다. 이후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4대강사업 후속사업은 무산됐다.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에서 감사원이 잇따라 실시한 조사에서도 '4대강사업'의 홍수예방 효과는 없거나 매우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의 4대강사업 재평가 목소리는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이 집중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4대강사업 이후 '녹조라떼' 부작용과 각종 비리 사건은 쏙 빼놓은채 정치공세 빌미로만 활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긴 장마와 온난화 영향에 따른 변화된 폭우 패턴 등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인제 와서 그런 얘기 해봐야 욕만 먹는다"며 "잘못한 거 인정하지 않으면, 변명하느라 곤욕만 치르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50점 따고 들어가는데, 꼭 쓸데없는 말을 보태서 점수를 까먹는다"며 "이는 통합당이 아직도 자기 세계에 갇혀서 민심과 교감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싸움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싸울 장소를 고르는 것이다. 그 이슈를 왜 물어? 대체 뭘 얻겠다고"라며 "덮어둬야 할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내야 새삼 욕만 먹을 뿐인데. 저 사람들, 이 시점에 MB를 소환해서 대체 무슨 이익을 얻겠다는 건가"라고 힐난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 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면서 4대강 사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4대강 보가 홍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의견과 없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진은 대구 달성군 낙동강 강정고령보의 수문이 열려 물이 방류되는 모습.
대구 뉴스1
대통령도 '4대강 사업·댐 관리' 언급…붕괴·범람 논란 가열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제방 첫 붕괴 "수압 차 파이핑 현상" 지목 합천댐 급격한 방류량 증가로 황강 하류 침수 피해 "물 관리 실패, 인재" 지적
최근 경남에 내린 폭우로 낙동강 제방이 무너지고 마을이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속출하면서 복구 작업과 별개로 원인 규명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창녕합천보 상류의 낙동강 본류 제방이 무너지면서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한 4대강 사업이 소환됐다.
이 제방은 지난 9일 새벽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인근 논 50ha와 일부 주택이 침수돼 마을 주민 1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4대강 사업 추진 이후 폭우로 낙동강 제방이 무너진 건 이번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하천학회와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을 이번 제방 붕괴의 원인으로 꼽았다. 250m 아래에 있는 보가 물을 가로막다 보니 수압을 이기지 못해 상류에 있던 제방이 터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보 상·하류 구간의 30cm 수위 차에 따른 수압 상승이 파이핑 현상을 더 가속화했다고 분석했다. 파이핑 현상은 댐이나 보, 제방 등에 구멍이 생겨 구조물이 무너지는 것을 뜻한다.
붕괴된 낙동강 제방 복구가 거의 완료됐다.
(사진=창녕군청 제공)
이 때문에 낙동강 본류 제방에 설치된 시설물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이 제방은 이날 오후 6시 현재 90%까지 복구 작업이 완료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도 홍수 피해의 원인으로 4대강 사업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피해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면서도 "댐의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해 4대강 사업의 효과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합천 황강 범람에 따른 침수 피해도 책임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합천댐은 지난 7일 초당 800톤을 방류하다 8일 오전부터 초당 1200톤을, 7시간 이후 다시 초당 2700톤으로 급격하게 늘렸다. 지난 2002년 태풍 루사 때 방류한 초당 529톤 기록을 갈아치운 최대치다. 이 때문에 황강 하류 주변 농경지 435ha, 주택 53건, 비닐하우스 300동을 비롯해 한우와 돼지 3천여 마리가 피해를 봤다.
합천군 쌍책면 건태마을에서 이틀간 쏟아진 집중호우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축사에 갇힌 소 구조작전이 9 일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준희 합천군수는 이번 피해를 자연재해가 원인이 아닌 '인재'라고 주장했다. 문 군수는 "합천댐은 다목적이기는 하나 홍수 조절이 가장 우선"이라며 "물 확보에만 눈이 멀어 이와 같은 참상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환경부는 이와 같은 물관리 실책을 각성하고 피해를 보상하라"고 촉구했다.
연일 계속되는 수해로 인한 피해가 급증한 가운데 여야 정치권에서는 4대강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명박 정권 시절에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공사가 수해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게 여당의 공격 포인트다. 반면 야당은 오히려 4대강 사업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사진은 지난 10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문척교에서 바라본 섬진강.
구례=뉴스1
4대강사업, 홍수예방 효과 '제로'였던 이유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4대강 사업, 원류 더 안전하게 하자는 논리" "4대강 이전에도 본류 제방은 안정화,
2012년 감사에서 홍수예방 효과 제로 나온 이유" "수해 많이 나는 지류, 지천에 홍수예방 작업 집중해야"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폭우로 섬진강과 낙동강 제방이 붕괴돼 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4대강 사업과 이번 비 피해 연관성을 두고 전문가 의견이 갈렸다. 신현석 부산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이 제방 붕괴에 영향을 줬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은 반면,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영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두 전문가는 11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상반된 의견을 냈다. 신 교수는 4대강 사업이 섬진강에도 진행됐다면 홍수 피해가 적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4대강 사업이
원래 완성되었다면이라는 전제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4대강 사업으로 한강, 낙동강, 금강 등의 하천을 준설하고 둔치나 무단 경작지나 비닐하우스 등을 경작하고 또 홍수 흐름을 크게 해서 금번 홍수에 대한 본래 사업 구간, 홍수 피해는 취수 안정성 측면에서는 상당히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하천 폭을 넓히고 깊이를 깊게 하고 주변에 있는 저작물을 제거해서 물을 잘 빠지게 하는 4대강 본류 사업으로 홍수 피해가 증가하였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4대강 사업의 취수 안정성 측면 기여를 볼 수는 있으나 하천 수위 상승에 따른 제방 붕괴 영향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창근 교수는 “섬진강 같은 경우 제방 붕괴는 원류(물이 많아 제방을 넘어 범람하는 것)가 아니고 파이핀 현상이라든지 제방 밑동 부분이 파여서 붕괴된 경우”라며 “원류가 돼서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섬진강 본류 자체에서도 홍수 예방사업을 했어야 되지만 그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을 섬진강에도 하지 않아 제방이 붕괴됐다는 논리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섬진강 제방 붕괴는 제방 관리 부실로 하부 구멍이 확장돼 일어나는 것이지 제방 높이를 넘는 물 범람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제방 자체가 균열로 인해서 붕괴되는 현상은 어떻게 보면 다 유속과 그다음에 수위에 의해서 무너지게 돼 있기 때문에 저는 같은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범람을 했느냐, 제방에 균열이 발생해서 터졌느냐 이건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며 4대강 사업 자체가 물난리 때마다 문제가 되는 지류 지천이 아닌 원류 중심의 정비사업이었음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을 하자는 쪽에서는 원류를 더 안전하게 하면 지류도 안전해진다. 따라서 지류 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라는 논리를 폈다”며 “다행히 이번에 논리가 어찌 됐든 간에 여야가 지방 하천 또는 지류 지천에 대한 홍수 예방사업을 하자고 모처럼 의견일치를 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4대강 사업 자체가 본류 중심으로 이루어진 사업임에도 지류 지천 피해를 언급하며 4대강 사업을 재평가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는 것이다. 실제로 4대강 사업 이전에도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는 여름철 수해 피해가 하류 지천에 집중되는 점을 들어 4대강 본류 토목사업은 돈 낭비라는 비판을 지속해온 바 있다.
다만 신 교수는 4대강 사업을 통해 본류에서의 홍수 피해는 크게 줄어든 점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등 대형태풍 당시 피해를 언급하며 “현재 이와 같이 700mm 이상 오는 강우에도 낙동강이나 한강 본류에, 특히 남한강 본류에 큰 홍수 피해가 없다. 굉장히 줄어들었다는 것은 팩트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4대강 사업 당시 이미 낙동강의 경우 제방 안정화가 돼 있었던 점을 지적하며 본류 홍수 예방 효과는 4대강 사업 효과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낙동강 본류 자체의 치수 정책이 잘못돼서 된 게 아니다”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해서 홍수 예방사업을 했다 그러는데 정확하게는 제로다.
다시 얘기해서 그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 다시 얘기해서 안전한 낙동강을 더 안전하게 했다고 해서 무슨 이득이 있느냐”고 설명했다.
이미 안정된 4대강 본류에 또다시 돈을 들여 사업을 했기 때문에 2012년 감사에서 4대강의 홍수 예방 효과가 제로로 나왔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이를 “4대강 사업에서 홍수 대책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대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민가 덮친 태양광 패널 - 10일 전남 함평군 대동면 한 야산의 태양광 패널이 폭우로 붕괴된 토사를 타고 밀려내려와 민가(오른쪽 아래) 주위로 어지럽게 널려 있다.
/김영근 기자
[전국 물폭탄] 4대강 본류에선 홍수피해 적어
9일 온라인상에선 '섬진강 일대에 홍수 피해가 발생한 것은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퍼졌다. 지난 6월부터 장마가 계속되는 동안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 4대강 본류에서는 상대적으로 홍수 피해가 적었던 반면 섬진강은 7·8일 이틀간 집중된 호우로 제방이 무너지면서 큰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9일 새벽 낙동강의 둑 일부가 무너지면서 한편에선 "4대강 사업이 물난리의 원인"이란 주장도 나왔다.
섬진강은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과 함께 '한국의 5대강'으로 불리지만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한 4대강 사업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4대강 사업 당시 자문역을 맡았던 조원철 연세대학교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섬진강 일대는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으로 정비가 급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고, 환경 단체 등의 반대도 심해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됐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며 "장마 이후에 제방을 손보고 제방 도로를 건설하는 등 반드시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장마 기간 한강·영산강·금강의 본류에선 홍수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낙동강에선 9일 새벽 창녕군 이방면에서 제방이 유실돼 장천리 구학마을과 죽전마을 등 마을 2개가 물에 잠기고 주민 150여명이 인근 초등학교로 대피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으로 세운) 합천창녕보로 인해 강물 흐름이 느려졌고, 보 상류 수위가 상승해 둑에 대한 수압이 상승해 무너진 것"이라고 했다.
낙동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보가 홍수 피해에 미친 영향은 당장 알 수 없다"며 "둑 관리 주체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국토부와 환경부 등 관계 기관이 추후 정밀 조사를 통해 확인할 사안"이라고 했다. 경남 창녕·함안 지역은 과거 낙동강 범람으로 피해가 잦았으나, 4대강 사업 이후 홍수 피해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야권 일각에서도 4대강 사업을 언급했다. 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을 끝낸 후 지류·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문재인 정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4대강에 설치된 보를 때려 부수겠다고 기세가 등등하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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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의 집중호우로 한강과 지류·지천 주변 도로의 차량 통행이 통제된 가운데, 지난 6일 중랑천에 넘쳐 중랑교 일대 산책로가 물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빗물이 눈물된 섬진강…"4대강 사업 확대했더라면
4대강 사업' 못한 섬진강·지류·지천 피해 집중 정진석 "지류·지천으로 사업 확대했더라면…" 정운천 "섬진강도 파냈더라면 피해 줄었을 것"
건국 이래 최대 치수(治水) 사업인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됐던 섬진강과 지류·지천이 집중호우에 취약점을 드러내며 홍수 피해를 겪고 있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쟁을 지양하고 '4대강 사업'을 차분히 확대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망양보뢰(亡羊補牢)의 탄식이 나온다.
9일 섬진강 일대는 폭우로 인한 피해가 이어졌다. 화개장터도 하동군에 419㎜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완전 침수되고, 토사가 밀려들어 난장판이 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산사태가 발생한 전남 곡성군을 찾아 현장점검에 나섰다. 대전 갑천, 광주 황룡강, 울산 위양천, 김포 나진포천, 청주 무심천, 서울 중랑천 등 지류·지천에서의 물난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미래통합당 최다선인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4대강 사업을 끝낸 뒤 지류·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는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통합당 3선 조해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영산강은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꼭 해달라'고 해서 할 수 있었지만, 섬진강까지 반대를 무릅쓰고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며 "낙동강은 6m를 팠는데, (섬진강도) 4~5m라도 팠더라면 수위가 그만큼 낮아져 제반 공사와 같이 됐더라면 피해가 덜 났을 것"이라고 가슴 아파했다.
호남(전북) 출신으로 이명박정부에서 농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냈던 정운천 통합당 의원도 이날 통화에서 "수십 년간 퇴적물이 쌓이면서 하상(河床·강바닥)이 높아져 조금만 비가 와도 물이 넘쳤다"며 "4대강 사업은 첫 번째로 2.5m 이상씩을 준설하면서 그것들을 전부 거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운천 의원은 "섬진강도 (4대강 사업을 통해 강바닥을) 파냈더라면 결과적으로 홍수 피해가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우리 호남을 어떻게 재건해야 하겠는가 그 생각 뿐"이라고 이번 섬진강 유역 호남 권역의 수해 피해에 발을 굴렀다.
'5대강 사업' 지류·지천까지 정비하려 했건만 1조 들어가던 장마·태풍 예비비, 사업 후 급감 예비비 재난지원금으로 다 풀고서 "4차 추경"
연일 계속되는 집중호우로 인한 팔당댐, 소양강댐의 방류로 한강 수위가 상승해 한강대교에 9년 만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던 지난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공원이 물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본래 '4대강 사업'은 섬진강까지 포함해 '5대강 사업'으로 하고, 1차로 본류를 정비한 뒤 2차 사업을 통해 지류·지천 정비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다.
정운천 의원은 "4대강 본류의 녹조 현상은 지류·지천에서 흘러들어오는 오염물질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니 원인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더욱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현상만 보고 완전히 앞뒤가 거꾸로 된 비난이 나왔다"며 "(당시 반대자들은) 4대강 문제의 역적들"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홍수 피해 현장을 찾은 정세균 총리도 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 총리는 당시 민주당 대표로 "4대강 사업을 막아내는 것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결사투쟁을 선언했다. 김진애 열민당 의원도 "4대강 사업 전면 중단은 꼭 지켜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이토록 '4대강 사업'에 발목을 잡았던 범여권이 이제 와서 정권을 잡자, 홍수 피해를 이유로 4차 추경 편성을 거론하는 모습이다. '4대강 사업'으로 수해에 예비비를 쓰는 일이 줄어들자, 아껴놓지 않고 재난지원금 등으로 풀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운천 의원은 "4대강 사업 이전에는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홍수 피해로 1년에 1조 원씩 예비비에서 지출됐다"며 "4대강 사업 이후로는 한동안 거의 예비비가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선 "강바닥 파도 홍수예방효과 없다" 주장 조해진 "1+1=2 아니라니…대꾸할 기분 안 든다" "4대강 보 부수겠다는 文, 기억남는건 적폐청산 뿐"
연일 계속되는 집중호우로 인한 팔당댐, 소양강댐의 방류로 한강 수위가 상승해 한강대교에 9년 만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던 지난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공원이 물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같은 상황인데도 일부 인사는 최근까지도 '4대강 사업'을 계속해서 매도하는 수준의 식견을 보여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MBC 사장을 지낸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지난달 30일 CBS라디오 '시사자키'에 출연해 "아마 이 장맛비가 끝나면 바로 (녹조가) 심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장마로 홍수 피해가 계속해서 누적될 상황을 눈앞에 두고 녹조를 걱정했다.
게다가 "낙동강은 최저 6m씩 강의 한복판을 굉장히 깊게 팠는데 이게 필요가 없다"라며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서 강의 한복판을 팔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뚜렷한 근거 없이 "섬진강에 '4대강 사업'을 했다면 물난리를 막았다는 주장은 정말 어처구니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하상이 낮아지면 자연히 강의 전체 저수량이 늘어난다는 상식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해진 의원은 "1 더하기 1이 2가 아니라고 하면 뭐라고 대꾸해야 하나. 이래이래해서 2가 맞다고 말하는 것도 입 아프고 맥이 빠진다"며 "보는 시각에 따라서 다를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면 논리적으로 같이 이야기해볼만한데, 이미 정치적으로 방향을 정해놓고 선동에 가까운 거짓을 막 던지는 이야기는 대꾸할 기분이 안 든다"고 일축했다.
정진석 의원은 "문재인정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4대강 보를 때려부수겠다고 기세등등하다"며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 3년여 동안 기억에 남는 게 적폐청산과 전 정권 탓하기 말고 있느냐"라며 "나중에 국민들은 문재인정권은 소리만 요란했을 뿐, 나라 살림살이 솜씨와 정책 실행력은 너무나 왜소하고 보잘 것 없었다고 평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4대강, 홍수 조절 기능 없음” 2014년 박근혜 정부도 인정 산사태와 태양광 발전시설 산림청 “직접 연관성 없다” 확률 낮더라도 검토 필요성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가 잇따르자 미래통합당이 이명박 정부 시절 단행한 4대강 사업을 소환하고 있는 것에 대응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섬진강이 4대강 사업에서 빠진 것에 대해 ‘굉장히 다행’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번 홍수를 겪으면서 잘못된 판단 아니었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수야당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태양광 사업으로 인해 산사태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과연 4대강 사업이 홍수 피해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었을까. 탈원전·태양광 사업은 산사태 피해를 키웠을까.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사실관계를 따져봤다.
- 4대강 사업을 섬진강까지 포함했어야 (섬진강) 둑이 안 터졌을 것이라는 주장은 맞나.
“4대강 사업을 해서 홍수 피해를 예방했다면 4대강 사업을 마친 낙동강 둑이 무너진 것은 설명되지 않는다. 낙동강 둑은 9일 새벽 무너졌다. 섬진강 둑이 무너진 건 제방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발생한 측면이 강하다. 낙동강 둑이 무너진 건 댐이나 방조제, 보, 둑 등에서 구멍이 생기는 파이핑 현상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4대강 사업 때문에 홍수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전문가(박창근 교수)는 보 때문에 홍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는 하천 수위를 상승시켜 홍수 위험을 증가시키는 구조물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보를 해체해 홍수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도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금강보 수문을 개방하고 낙동강보 일부 수문을 잠시 연 적이 있으나 보를 해체한 적은 없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 같은 정치 공세가 생겨난 건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재자연화를 미적대면서 벌어진 측면도 크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는 보 해체에 소극적인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도 한다.”
- 4대강 사업은 홍수 피해 예방 효과가 있었나.
“4대강 사업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 결과는 두 번 나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 2013년 7월 ‘추가 준설이 없어도 홍수에 대처 가능하다’는 내용과 2018년 7월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의 홍수 피해 예방 가치는 0원’이라는 내용이었다.
홍수 피해를 따지는 내용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2월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조사평가위원회에서도 진행됐다. 당시 이 위원회는 비판적 인사들이 빠졌음에도 ‘보에는 홍수 조절 기능이 없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4대강 본류 주변 홍수 위험구역의 93.7%에서 홍수 위험도가 감소했다고 했으나 이 면적은 4대강 유역 전체 면적의 1%에 불과하다.”
- 이번 산사태 중 태양광 발전시설에서의 발생 비율은.
“산림청은 지난 6월24일 중부지방에서 장마가 시작된 이후 9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모두 1079건이라고 밝혔다. 이 중 12건이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발생했다. 비율로 따지면 1.1%다. 전국에 설치된 산지 태양광 발전시설(1만2721곳)과 대비하면 태양광 시설에서의 산사태 발생비율은 0.1%가 되지 않는다.
- 태양광 설비가 산사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나.
“산림청은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장마의 전국 평균 강수량이 750㎜로 2013년 최장 장마(49일) 때 평균 강수량 406.5㎜보다
두 배 가량 많아 전국 어디서나 산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직접적 연관성이 떨어지고 확률상 낮다고 해도 산사태가 발생한 곳은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태양광 설비 자체가 경사진 산에 나무를 베어내고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영향평가를 해봐야 의견이 나온다.”
與 “휴가 반납”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수해 피해를 국민과 함께 극복하기 위해 당 소속 의원 전원이 휴가를 반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하동 화개장터 침수 현장 9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 화개장터 침수 현장 주변으로 섬진강(흙탕물)과 화개천 (초록)에 흐르고 있다.화개장터는 전날 400㎜ 이상 폭우로 마을이 침수됐다.
2020.8.9 연합뉴스
與 “4대강사업, 홍수 예방 못해” 野 “태양광사업이 산사태 불러”
靑 “폭우 피해, 4대강 보 영향 조사” 여권, 2년전 감사 결과 근거로 “홍수 못막고 되레 폐해 커” 주장 野 “호우 피해 없고 사망자 줄어”… ‘文정부 태양광 난개발’ 국조 요구
정치권에서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를 두고 논쟁을 벌인 지 하루 만인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보(洑)의 영향에 대해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고 지시하면서 ‘4대강 사업 논란’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를 두고 여야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피해를 키웠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전국을 덮친 호우 피해가 정치적 책임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 문 대통령 대선후보 시절부터 4대강 사업 비판
문 대통령은 꾸준히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 왔다. “(영남권) 수질이 4대강 댐 때문에 악화했다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공식 발표했다. 4대강 보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2017년 대선후보 당시)라거나 “4대강 공사 때문에 대구 취수장 등에서 녹조가 발생했다”(2012년 대선후보 당시) 등의 발언을 통해 4대강 사업을 비판했다.
당청은 이번 조사 결과 역시 과거 감사원 감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이미 감사원 등에서 수차례 감사를 했고, 결론이 난 사안인 만큼 정치적 공방으로 시간을 끌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감사원은 2013년과 2018년 두 차례 실시한 감사에서 “4대강 사업은 홍수 예방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특히 2018년 감사에서는 4대강 사업 비용이 31조526억 원에 달하지만 이로 인한 홍수 피해 예방 편익은 ‘0원’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홍수 피해 예방 측면에선 4대강 사업 후 현재까지 비가 적게 내려 편익이 다소 과소 추정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에 기여한 바가 거의 없고 오히려 그 폐해가 더 크다는 게 당내 전반적인 입장”이라면서도 “당이 앞장서 목소리를 낼 경우 정치 논쟁으로 비화되거나 공정성에 시비가 붙을 수 있는 만큼 조사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현재로서는 환경부 등 정부 부처나 국무총리실 산하 민관합동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맡기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 野 “물난리는 태양광 사업 때문”
통합당은 “이번에야말로 4대강 홍수 예방 효과를 제대로 가려보자”는 입장이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경남 화개장터 수해 현장을 방문해 “섬진강 쪽에서 가장 많은 피해가 생겼다”며 “4대강(사업)을 한 지역은 낙동강 일부를 제외하고는 4대강 사업 이후 범람이나 호우 피해가 없고 사망자 수도 줄었다”고 했다.
이어 “과학적 데이터를 놔두고 다시 책임을 떠넘기기 하는 것은 여당으로서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통합당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4대강별 피해 상황과 섬진강 범람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자”고 논평을 냈다.
野 “자원봉사”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착석해 있다. 주 원내대표는 “당원협의회별로 자원봉사자를 조직해 피해 지역에 도움을 주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통합당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국무총리 소속 민간위원회인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 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조사위원회는 4대강 사업 주변 전체 홍수 위험 지역 중 93.7%가 홍수 예방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정진석 의원은 이를 토대로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을 끝낸 후 지류, 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다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을 ‘결사반대’한 민주당에 피해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통합당은 ‘태양광 국정조사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통합당 탈원전대책특위 이채익 위원장은 이날 “현 정부의 무분별한 탈원전 정책으로 우후죽순 들어선 ‘산지 태양광 설비’가 산사태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전반적으로 현 사태에 대해 검증을 하면 산에 설치한 태양광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판명될 것”이라며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논의된 바 없다”며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라고 일축했다.
강성휘 yolo@donga.com·김준일·박효목 기자
섬진강 제방 복구작업
[연합뉴스 자료사진]
섬진강 물난리, 4대강 사업 미포함 때문?…전문가들도 의견 분분
4대강 사업, 홍수예방 효과" vs 홍수조절 기능 없어…위험 오히려 키워"
"4대강 사업과 직접적 관련 없어…제방이 강수량 못 견딘 것" 의견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전국적인 폭우로 섬진강 등지에서 홍수 피해가 커지자 이명박 정부의 역점 과제였던 4대강 사업과 수해의 상관관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4대강 사업은 한강·영산강·금강·낙동강을 대상으로 홍수 예방과 생태 복원을 목표로 내걸고 진행된 치수 사업이다. 섬진강은 4대강에 포함되지 않았다.
야당 등 일각에서는 이번 집중호우 속에 섬진강 제방이 붕괴한 것을 두고 4대강 사업에 섬진강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를 부각하는 논리와 맥을 같이 한다. 반면 4대강 사업 대상이었던 낙동강에서도 이번 집중호우로 인해 제방이 붕괴하는 등 이 사업으로 인해 홍수 피해가 더 커졌다는 반박도 있다.
11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앞서 여러 차례 4대강 사업을 검증한 바 있다. 홍수 예방 기능 역시 검증 대상이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과 큰 연관이 없다고 밝혔고, 2014년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는 홍수 위험이 줄었지만 계획에는 못 미쳤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18년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기능이 미미하다고 다시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 측은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는 분명히 있으며 사업을 둘러싼 평가가 정쟁에 이용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4대강의 홍수 조절 기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보는 하천 수위를 상승 시켜 홍수 위험을 증가시키는 구조물"이라며 "4대강 사업에서의 보에는 홍수 조절 기능 등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하천학회와 경남 환경단체인 마창진 환경운동연합도 4대강 사업 영향으로 낙동강 제방이 붕괴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번에 붕괴한 제방은 4대강 사업 때 설치한 합천창녕보 상류 250m 지점으로, 합천창녕보로 인한 수압 상승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간이라는 것이다.
폭우에 잠긴 섬진강 인근 도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에 제방이 무너진 것을 4대강 사업과 연관 짓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환경부는 섬진강 유역의 피해가 4대강 사업 여부와 관계없이 제방이 버티지 못할 만큼의 비가 내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섬진강 1년 강우량이 1천200㎜가량인데 며칠 사이 40%가 넘는 양의 폭우가 왔다"며 "누적 강우량이 500년에 한 번 올 만한 수준인데 치수 설비는 100년에 한 번 오는 폭우에 대비하도록 설계돼 있어 이를 뛰어넘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으니 4대강 사업이 이번 홍수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향후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할 예정"이라며 "당장 지금 상황에서 이번 홍수에 4대강 사업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평가하기는 힘들고, 추후 검증을 통해 결과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금 논란이 되는 것은 보가 영향이 있느냐 없느냐인데 보의 상하류 수위 차가 1%도 나지 않는다"며 "영향이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것이 직접적인 주된 영향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낙동강의 경우 제방이 모래 성분으로 돼 있어서 '파이핑 현상'(흙 구조물인 제방과 콘크리트 구조물인 배수시설 결합 부분 이질성으로 물이 쉽게 스며들고, 시간이 지나면 구멍이 생겨 결국 붕괴하는 현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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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역을 강타한 기록적 폭우로 사망자와 실종자, 이재민이 다수 발생하고 경제적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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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4대강 사업' 예찬론?…근거에는 "난 몰라"
야권 중심 “섬진강 피해는 사업서 빠진 탓”… 전문가들 “지천 아닌 본류 사업 효과 못 봐”
이른바 '4대강(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사업' 예찬론이 다시 나왔다. 당초 이명박(MB) 정부의 국책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은 녹조현상 등 수질오염을 일으켜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이같은 현상을 비꼬는 취지로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10일 야권을 중심으로는 섬진강에서 유독 큰 피해가 발생한 이유가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은 탓이라며 재평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대강 사업 재평가에 대한 근거는 무엇일까.
야권 중심 "섬진강 4대강 사업 포함됐더라면 홍수 없었다" 4대강 사업은 2008년 12월29일 낙동강지구 착공식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예산 22조원이 투입된 하천 정비사업이다. 하천 바닥의 흙을 퍼내 '물그릇'을 키우고 보를 설치해 수량을 조절하도록 했다.
당시 투입된 예산은 전 국민에 1인당 40만원이 돌아갈 정도로 많은 데 비해, 사업 추진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의 대신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야당은 전남 지역에서 연일 이어진 집중호우로 10명의 인명피해와 3000명에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하자 돌연 문재인 정부의 행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4대강 사업 당시 섬진강이 포함됐더라면 이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MB정권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4대강 사업이 없었으면 이번에 어쩔뻔 했느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4대강 사업을 지류와 지천으로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또 "문재인 정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4대강에 설치된 보를 때려부수겠다고 기세가 등등하다"며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밝혔다. 조해진 의원은 연합뉴스에 "4대강 사업 당시 섬진강 준설과 보 설치를 했다면 이렇게 범람하거나 둑이 터지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4대강 후속사업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MB시절 4대강 정비에 이은 지류,지천 정비를 하지 못하게 그렇게도 막더니 이번 폭우 사태 피해가 4대강 유역이 아닌 지류,지천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이제사 실감하는가"라고 말했다.
실제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에 효과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2014년 12월 "4대강 사업 주변 홍수 위험지역 중 93.7%가 예방효과를 봤다"고 발표했다.
4대강 사업 실제 '홍수 예방' 효과는?…"오히려 위험 증가" 야권 인사들의 이같은 주장에 반박도 거세다. 4대강 사업의 실제 홍수 대비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홍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낙동강 터지고 영산강 터졌다"며 "4대강의 홍수 예방 효과가 없다는 건 두차례의 감사로 공식 확인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2013년과 2018년 두차례 이뤄진 감사원 감사에서는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에 기능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홍수는 지류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반면 사업은 본류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4대강이 홍수 피해를 막은 것이 아니라 물길을 막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4대강 사업에 속한 전남 나주의 영산강에선 문평천 제방 일부가 붕괴돼 인근 수백여 ha 면적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당시 농민들은 4대강 사업으로 무리하게 조성된 제방을 원인으로 꼽았다.
4대강 조사 위원장을 지낸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학과 교수도 지난 9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4대강) 보는 홍수를 저감시키는 구조물이 아니고 위험을 증가시키는 구조물"이라고 주장했다.
사진=뉴스1
역대 최장기간 장마로 전국적으로 폭우 피해가 나타나는 가운데 4대강 관련주가 급등하고 있다.
사설] 폭우 피해도 4대강 사업 탓, 전 정권 핑계 댈 건가
이번 폭우 피해를 놓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원인 제공을 했느냐 아니냐 하는 논란이 붙었다. 8일 섬진강 제방이 유실된 데에 이어 9일 낙동강 제방 일부가 무너진 것이 계기가 됐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실증적인 분석을 할 수 있는 기회"라며 "댐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서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고 지시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전문가들은 낙동강 제방이 무너지자 하류 쪽 합천창녕보의 보(洑) 때문에 강물 흐름이 느려지면서 수위(水位)가 상승해 수압(水壓)이 강해진 탓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강바닥을 평균 4m 준설한 것이 수위를 워낙 크게 낮춘 효과가 있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은 홍수 대응 능력을 대폭 키워줬다"고 했다. 4대강 사업에 포함되지 않았던 섬진강에 대해선 "다른 강처럼 준설을 했더라면 제방 붕괴는 없었을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간에도 4대강 사업 반대파들은 홍수·가뭄이 주로 지류에서 발생한다며 본류에 치중한 4대강 사업은 홍수·가뭄 예방에 별 효과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전국 홍수 피해에 관한 재해연보 자료를 보면 4대강 사업 이전보다 이후의 피해가 크게 줄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만일 지류를 정비해야 홍수·가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이제라도 서둘러 정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온통 신경이 4대강 보를 부수느냐 마느냐, 또는 4대강 사업이 잘됐느냐 못됐느냐 하는 사안에 쏠려 있다. 환경부엔 60명으로 구성된 4대강 조사평가단이라는 조직이 있는데 주 업무가 4대강 보의 개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자료 수집이다. 작년 9월 출범한 국가물관리위원회라는 기구 역시 보 처리 방안을 정하는 걸 목표로 한 기구인데 아직껏 결론을 낼 기미가 없다.
유례 드문 폭우로 국민 상당수가 피해를 입었다. 치수 관리의 취약 부분들도 드러났다. 섬진강은 댐 수위 관리 실패로 방류량을 급작스레 늘린 것이 문제였고, 낙동강은 원래 취약 부위인 지천 합류 배수지 부분에서 제방이 무너졌다. 정부 최우선 업무는 국민들의 피해를 최대한 복구하는 것이고 그다음으로는 하천 관리상 드러난 허점들을 보강하는 것이다.
그런 급한 부분들은 돌보지 않고 10년 전 4대강 사업의 원인 제공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자신들의 잘못을 이전 정부 탓으로 돌리려는 속셈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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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우경보가 발효된 9일 오후 서울 한강공원 일대. 50여일 가까운 기록적인 장마에 전국 곳곳에 물난리가 속출했지만 4대강 정비가 이뤄진 곳은 비교적 피해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박성원 사진기자)
▲ 최근 10년간 재해 원인별 피해액. 4대강 사업이 완료된 2013년 이후 호우에 의한 피해는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