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확진…폐쇄된 지구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가팔라진 27일 오후 광주 동부경찰서 금남지구대가 소속 경찰관 확진으로 폐쇄돼 있다.
연합뉴스
거리두기 3단계' 해야하나, 아직인가…뜨거운 찬반 논쟁
정부 "3단계,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것 없다" "이번 주 추이 지켜보면서 격상 여부 논의" 찬성파 "늦기 전에 격상하고 확산 막아야"
반대파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다 죽는다" 전문가 "세부지침 없어 시행 못하는 걸수도" "'방역실패' 꼬리표에 부담감 느낄 수 있어"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서울 확진자가 3000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할 경우 생길 경제적 타격을 우려해 좀 더 지켜보겠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서울 확진자는 전날 0시 기준 대비 112명이 늘며 3232명이 됐다. 누적 확진자 수는 전날 대비 320명이 추가되며 1만8265명이 됐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 등이 급증하고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즉각 시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날 "3단계 발령과 관련해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공식적인 3단계 발령과 관련되는 부분들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며 "(추가된 확진자가) 300명을 넘기는 했지만, 그동안 걱정하던 발생 추이는 아닌 만큼 좀 더 경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에 뜸을 들이면서,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효과적으로 3단계 격상을 하고 초기에 확산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반응들은 특히 '마스크 착용 의무화' 이후에도 회사 방침에 따라 재택근무 대신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마포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신모(33)씨는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회사 지침에 따라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매일 아침 출근하고 있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전염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며 "회사 지침이 재택근무로 바뀔 수 있도록 차라리 거리두기가 3단계로 빨리 격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씨는 "정부가 확실하고 단호하게 조치하면 단기간에 잡을 수 있는 것을 이런 식으로 흐지부지 하다가는 코로나19가 더 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직장인 한모(30)씨는 "재택근무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재택근무를 활성화하기 위한 회사의 시스템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면 재택근무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에 반대하는 의견들도 있었다. 3단계 격상은 사실상 '사회적 봉쇄'를 의미하는만큼 자영업자들이 입게 될 피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김모(31)씨는 "3단계로 격상하면 외출 자체가 금지되는 경우가 많을 텐데,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는 다 죽으라는 것이냐"며 "출퇴근길에 전염되는 것보다는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전염되는 경우가 더 많은데, 식당이나 카페 등에 대한 관리를 더 엄격하게 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당장 시행하지 못하는 이유에 '구체적인 세부지침의 부재'가 포함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단계로 격상될 경우를 대비한 구체적인 세부지침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카페는 문을 닫게 되는데 식당은 그대로 영업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항목이 아예 없다"며 "3단계 시스템이 가동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를 미리 국민에게 고지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에 대한 시스템도 없고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결단하지 못하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3단계로 격상할 경우 따라올 '방역 실패'라는 꼬리표도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3단계를 시행해도 대기업은 정부와 무관하게 알아서 계획을 다 세우고 생존하겠지만, 구체적인 지침이 없으면 자영업자나 소규모 회사들은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26일 오전 서울 성북구청 앞 바람마당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거리두기 3단계 실시되면? 유럽 강타한 현실 문제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거리두기 3단계 검토'를 본격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방역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한계점에 임박한 만큼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지정한 거리두기 3단계 전환 기준은 일일 확진자수 100~200명 이상이며, 그들 가운데 감염경로가 불투명한 사례의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미 현재의 상황은 거리두기 3단계의 기준을 넘어선 셈이다. 다만 경제에 미칠 영향이 변수가 되면서 정부로서는 판단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만약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① 실내외 구분 없이 10인 이상의 모임과 집회는 전격 금지되며 ② 고위험시설 운영과 각종 스포츠 행사 역시 전면 중단된다.
③ 학교와 유치원은 원격 수업으로 전환되거나 휴교에 들어가고 ④ 모든 기관, 기업은 필수인원을 제외하고 전원 재택근무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민간기관과 기업에게는 이것이 권고사항이지만 공기관은 의무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고심하는 정부가 만약 전격적으로 거리두기 3단계 시행에 들어간다면 위 네 가지 범주 가운데 재택근무 시행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가장 클 수밖에 없다. 기업 인근 상권과 운송업 등 서비스업 전반에 걸친 영향은 물론이고 등교를 하지 않는 어린 자녀와 씨름하며 근무해야 하는 젊은 직장인들도 상당수일 것이다.
문제는 재택근무로 대표되는 '원거리 비대면 노동'이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일시적 현상이 아닌 장기적 일반화의 길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코로나 방역은 한국이 빨랐지만
흔히 유럽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일부 국가들이 코로나19에 앞서 사스, 메르스 등 사회적 차원의 대규모 전염병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보다 효과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물론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메르스 창궐 당시만 해도 사태가 한참 진행된 뒤에야 뒤늦게 컨트롤 타워가 꾸려지는 등 대규모 전염병에 대한 체계적 대응 매뉴얼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호평을 받고 있는 지금의 방역 시스템은 그 이후 재건됐다.
반면 세기적 전염병에 대한 철저한 시스템을 갖출 기회가 없었던 많은 서유럽 국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제대로 손 한번 써 볼 틈도 없이 무너졌고, 내몰리듯 유례없는 전격적 집단봉쇄를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은 공공, 민간 할 것 없이 모든 기관과 기업들에 재택근무를 수용하도록 했다. 국가마다 지방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오는 9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기구도 예외 없다. 파리에 위치한 유네스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도 프랑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수개월째 필수 인력을 제외한 모든 인력의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국제기구이다 보니 직원들은 전 세계로 흩어져 재택근무 중이다. 그야말로 최초의 글로벌 재택근무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묘하게 교차하고 있는 한국과 유럽 국가들의 방역 상황이다. 메르스를 혹독하게 경험한 한국의 경우 축적된 경험이 이번 코로나19 초기 대응의 밑거름이 됐고, 상대적으로 메르스 피해가 적었던 유럽국가들의 경우 이번 코로나19에 맞서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한국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인명 피해를 겪은 것. 하지만 역사는 승리의 도취를 허락하지 않는다. 분명 유사한 방식의 역전은 돌아오게 된다. 예상을 하고 대처를 하느냐가 관건일 뿐.
재택근무 매뉴얼은 유럽이 빨랐다
▲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근무도 재택근무가 확산하고 있다.
ⓒ pixabay
방역에 실패한 서유럽 국가들은 집단 재택근무라는 사상초유의 경제위기를 수개월째 겪으면서 이를 위한 매뉴얼 구성은 물론, 더욱 구속력 있는 법제화의 필요성까지 검토하는 단계에 와 있다. 정부 담당부처는 물론이고 연구기관, 관련 분야 학자들도 재택근무로 빚어지는 다양한 경제 현상들, 장점들, 부작용들에 관한 연구에 몰입하고 있으며, 앞으로 있게 될 더 일반화되고 장기화될 재택근무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은 팬데믹 초기 단계에서 효과적 선방 덕분에 대규모 재택근무를 경험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방역 체계의 한계점이 우려된다. 언제 거리두기 3단계, 즉 대규모 재택근무가 실시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 우리에게 방역의 실패와 재건의 경험이 있었다면, 전 직장인의 재택근무라는 초유의 상황은 새로운 도전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물론 지자체와 학계, 관련 단체들이 예상 사태를 미리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경제적 쇼크를 예방할 수 있다.
재택근무와 관련한 경제 여파는 두 가지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기관과 기업 인근의 서비스업, 대중교통을 포함한 운송업 등에 미치는 타격에 대한 준비, 두 번째는 재택근무를 실시할 경우 해당 기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대면근무를 할 때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준비다.
프랑스의 경우 집단 격리와 재택근무, 모든 상점의 폐점 명령이 전격 시행될 시점에 마크롱 대통령이 특별담화를 통해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상점 폐점으로 피해를 겪는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시 상황에 준하는 새로운 재정원칙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이너스 성장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최근 오이시디(OECD) 국가 가운데 올해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가장 덜했던 한국의 경제실적이 발표돼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선진국과 같은 하락폭을 각오해야 한다.
당분간은 국가 성장률보다 하루 영업 이익에 생사가 걸린 소상공인 보호가 더 시급한 상황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는 만큼 생계지원을 위한 재난지원금 논의가 본격화 돼야 한다.
두 번째는 재택근무를 실시하게 될 기관과 기업들의 실적과 관련된 논의다. 물론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를 본격적으로 비교할 때 고려될 사항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소통의 문제, 물리적 접촉이 필요한 특수 상황, 복지와 관련한 문제...
심지어 여름철 더위와 싸워가며 일해야 하는 근무자의 경우 다른 무엇보다 쾌적한 온도를 보장받기 위해 사무실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사무실 근무와 달리 재택근무에서 보장받지 못하는 '감시'의 기능을 아쉬워할 수도 있다.
재택근무의 명암
▲ 지난 24일 프랑스 <르몽드>가 밝힌 재택근무와 관련한 유럽 국가들의 상황은 우리가 주목해볼 만하다.
ⓒ 르몽드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함께 고려했을 때도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재택근무의 비효율성'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 유럽의 경우에서 증명되고 있다. 심지어 재택근무를 한 이후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지난 24일 프랑스 <르몽드>가 밝힌 재택근무와 관련한 유럽 국가들의 상황은 우리가 주목해볼 만하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영국의 보험회사 아비바는 8월 중순 사무실로 복귀를 희망하는 직원들에게 복귀를 허용했지만 1만7천 명의 직원 가운데 500명만 복귀했다. 독일의 보험회사 알리안츠는 한술 더 떠 8월 초 15만 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홈 오피스'(Home Office 재택근무)를 일반화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위의 두 경우에서 보듯, 재택근무가 노동자 입장에서도 경영자 입장에서도 결국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판단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비상체제를 위한 구조가 아닌 상시체제로 가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팬데믹으로 인한 강요된 재택근무를 경험한 유럽의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가 영업실적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르몽드>는 스페인 카스티야 라만체 대학교의 노동법 전공 루스 로드리게스 교수의 말을 인용해 "여전히 대면과 감시가 일반화돼 있는 기업문화에서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뒤집어 놓고 있다"고 전한다.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된다면 우리도 당장 겪게 될 전면적 재택근무다. 감시가 없어지지만 실적은 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그 이면에 숨겨진 그림자도 있다.
재택근무가 상시체제로 전환될 경우 사무실 등 비용절감에도 불구하고 영업실적은 높아지는 결과가 계속되면 경영자에게는 인력감축의 유혹이 찾아올 것이다. 덜 '빡세게' 일해도 실적이 유지된다면 인력을 감축해 노동의 강도는 유지하면서 실적은 올리고 싶은 생각을 경영자라면 하지 않을까?
이처럼 결국 재택근무와 관련한 우려는 일반 생각과 달리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 기업 바깥의 서비스업 종사자에 대한 장기적 보호대책, 그리고 스멀스멀 기어오를 구조조정의 그림자. 어쨌든 감시는 시민사회와 언론, 피고용인들의 몫이다.
임상훈의 글로벌 리포트
오마이뉴스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면세점 외벽에 설치된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에 '코로나19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국민에게 감사한다'는 의미로 제작된 영상 '땡큐 포 유어 듀티'가 상영되고 있다.
ⓒ뉴시스
빕스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테이블 간격 두기 캠페인을 실시했다
.ⓒCJ푸드빌
19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스타벅스 파주야당역점에 휴점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거리두기 3단계 땐 상상 못할 고통…“멈춰야 산다”
2.5단계 이틀 만에 곳곳 ‘패닉’ 누적 확진자 2만명 눈앞 현실 재유행 못 막으면 최악 못 피해
3단계 격상 땐 성장률 -3% ↓ 외출 자제 등 국민 협조 절실 정쟁도 ‘일시멈춤’해야 주문도…
2500만 인구가 거주하는 수도권이 멈춰 섰다. 평소 사람으로 북적대던 복합 쇼핑몰 등 공공장소는 유령이 지나간 듯 텅 비었고, 거리 곳곳 음식점들은 문을 굳게 닫았다. 수도권의 일상생활뿐 아니라 경제도 멈췄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이틀 만이다. ▶관련기사 3·4·23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폭증에 대한민국이 절체절명의 일주일을 맞았다. 누적 확진자 2만명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최근의 코로나 재유행세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면 최악의 3단계를 피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3단계는 모든 일상과 경제활동을 리셋 모드로 돌리는 ‘봉쇄’라는 점에서 그 피해는 상상을 불허한다.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3% 이하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현실이 되면 올해 성장률은 -3% 이하로 낮아질 것”이라며 “국내 3단계 거리두기로 소비가 타격을 받을 뿐 아니라, 해외 코로나 상황도 쉽게 나아지지 않아 수출의 큰 폭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 2분기(4~6월)에 ‘3단계’로 불리는 봉쇄를 경험한 바 있는 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국가는 수십년 만에 최대 수준의 경제침체와 실업난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 국민총생산(GDP) 성장률은 모든 나라에서 수십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유로를 공동 통화로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들의 2분기 평균 GDP 성장률은 -12.1%에 달한다. 결국 현재로썬 거리두기 3단계로 가는 파국을 막는 길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파국을 막는 첫 번째 길은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강조한다. 일상생활에 불편이 따르지만 모임을 자제하고 외출 시 거리두기를 최소한 2m 이상 유지하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파주 ‘스타벅스’ 집단감염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스크 착용만 평소 잘해도 85% 이상 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 재유행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무증상·경증 환자에 의한 ‘조용한 전파’와 감염력 높은 ‘GH그룹’ 유전자형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깜깜이환자의 증가는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한계점을 빨리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이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셀프 자가격리’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 재확산을 놓고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의 정쟁도 ‘일시 멈춤’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국론분열은 방역에 쏟아부어야 할 100% 에너지의 낭비라는 얘기다.
5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코로나 정쟁화로 인한 국민분열은 방역망의 빈틈을 키워 정부의 방역 노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본다”며 “지금 같은 국가위기 시에 정치인들이 솔선수범해서 위기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에 나서주는 모습을 언제쯤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흰 가운을 벗고 거리로 나선 의료계에 대해서도 일단은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재유행이 엄중한 상황에서 계속되는 ‘의료 공백’은 국민의 불안감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파국은 불안감을 먹고 산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얘기다.
거리두기 3단계 파국을 막기 위해선 사회불안을 조장하고 방역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는 온라인발 가짜 뉴스에 대한 ‘허위 합의 편향’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 있다. 결국 나로 인해 내 사랑하는 가족이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도 이와 관련해 “지금은 그 어떤 시기보다 위험한 상황이지만 상황을 극복하게 해줄 백신은 언제나 ‘국민 여러분’으로, 일상을 멈추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만이 우리 모두를 보호할 수 있음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김태열 기자
수도권에서 강화된 방역 조치인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 후 첫 월요일인 31일 서울 광화문 인근 출근시간 도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욱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된 23일 서울 영등포의 한 대형 쇼핑몰에 마련된 갤럭시 노트20 체험관에 시민들이 몰려 있다.
/윤동주 기자 doso7@
거리두기 3단계 딜레마
경제적 파장 부담에 고심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방역당국이 '3단계 딜레마'에 고심하고 있다. 대유행을 막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가장 높은 3단계로 끌어올리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긴 했지만 실행까지는 첩첩산중이기 때문이다.
3단계가 지니고 있는 경제적 파장도 문제이지만 그런 부담을 안고서라도 결정해야 하는 상황적 판단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에는 오히려 결정하기가 쉽다. 하지만 지금처럼 200여명 규모의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타이밍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24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거리두기 3단계 격상에 대해 적어도 이번 주 후반까지 발생 현황 등을 지켜본 후 결정하겠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수도권 일대를 대상으로 한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한 데다 전국 단위로 확대한 건 23일부터였다. 이 같은 조치의 효과가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시차를 두고 드러나는 만큼 다가오는 주말 전후까지의 방역 성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신천지예수교 집단발병 등 대규모 유행이 번진 사례를 봤을 때 첫 환자가 확인되더라도 몇 주에 걸쳐 신규 환자가 꾸준히 나오기도 하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신규 환자는 꾸준할 것으로 당국은 내다보고 있다. 이날 신규 환자는 200명대로 다소 줄어들긴 했으나 주말 사이 민간 검사기관이 운영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일시적 감소일 뿐 당분간 300~400명대 선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거리두기 3단계는 실내 10명 이상이 모이는 걸 금지하는 등 국민 다수의 일상을 멈춰세우는 고강도 조치다. 하루 평균 확진자가 100~200명 이상이고 하루마다 신규 확진자가 두 배 이상 늘어나는 더블링이 2회 이상 발생하는 등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경우 전문가와 협의해 결정한다.
집단발병 건수가 몇 건인지,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깜깜이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환자 접촉자 등 방역망 내에서 감염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도 따진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번 한 주간 확산 추세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방역당국으로서 3단계 격상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3단계 격상은 필수적인 사회ㆍ경제활동을 제외한 모든 일상활동의 정지를 의미하며, 국민ㆍ경제활동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을과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결과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격상은 경기 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당국의 고민은 이와 함께 실제 방역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확신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앞서 신천지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만 해도 대구ㆍ경북 일대에선 마스크 착용이 늘고 집에 머무는 시민이 느는 등 거리두기가 지켜졌다.
이후 지난 5월 초순 유행한 서울 이태원클럽발 집단발병이 알려졌을 때도 수도권 일대를 중심으로 방역 조치를 강화했으나 휴대전화 이동량이나 카드 매출, 교통 이용량은 큰 변화가 없는 등 실제 시민 사이 접촉은 크게 줄지 않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수도권의 강력한 방역조치가 시행된 31일 곳곳에서 과거와 다른 풍경이 벌어졌다.
‘일상의 포기’에 방점을 맞추고 도입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첫 평일인 이날 상당수 직장인이 재택근무에 돌입하며 출근길 대중교통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식당가도 눈에 띄게 한산했다. 회사 사정상 재택근무가 여의치 않은 중소·중견기업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고 재택근무를 둘러싼 기업 내 갈등도 일부에서 불거졌다.
이날 많은 시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대중교통이다. 지역사회의 감염이 심각해지면서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근길은 비교적 한산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거주지인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직장이 있는 아현역까지 출근하는 이모(28)씨는 오랜만에 편안하게 앉아서 출근했다.
오전9시까지 회사에 도착해야 하는 이씨는 “평소에는 자리에 앉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고 손잡이 잡기도 어려웠는데 오늘은 앉아서 왔다”며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많이 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 버스로 동작구 흑석동에서 영등포구 여의도까지 출근한다는 최모(33)씨는 “버스 이용객이 평소보다 약간 준 것 같다”면서 “하지만 자차로 이동하는 사람이 많은지 길이 뻥뻥 뚫렸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시락 가방을 따로 싸 온 최씨는 “일반 식당이든 구내식당이든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은 신경이 쓰여서 도시락을 만들어 왔다”며 “버스의 야간 운행도 감축된다고 해서 출근보다 퇴근길이 더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반면 자신의 차량으로 출근하는 정모(38)씨는 통행량이 다소 늘었다고 느꼈다. 오전10시까지 출근하는 정씨는 “평소에 항상 다니는 길이지만 확실히 신호대기 횟수도 늘고 10~20분 정도 더 걸렸다”고 말했다.
일터마다 '재택 근무' 온도차 여전
코로나19에 따른 일상의 멈춤은 일터에 따라서도 크게 차이가 났다. ‘전사적 대응’을 주문하며 일률적으로 재택근무를 주문한 대기업이 있는가 하면 극단적 조치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나오지 않는 한 재택근무는 어렵다는 중견·중소기업도 있었다. 제조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박모씨는 “대기업이 아니라 그런지 이 시국에도 사무실에 근무했다”며 “다들 분위기가 안 좋아서 일이라도 잘못하면 탈탈 털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기업이어도 일터가 본사냐 파견업체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랐다. 윤모(31)씨는 “본사는 대부분 재택근무인데 고객사에 파견 나온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지 못한다”며 “역차별인 것 같지만 욕하기에는 제 얼굴에 침 뱉기”라고 고백했다.
심지어 ‘회사 출근 인력은 20%에 불과하다’고 한 한 대기업에서는 부서장에 따라 출근을 강행해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5대 그룹에 다니는 박모(41)씨는 “인사팀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를 하라지만 팀장이 회사 나오라고 하면 방법이 없다. 팀장과 임원 모두 회사에 나온 상태”라며 지침과 다른 현장 분위기에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주부터 재택근무에 돌입한 워킹맘 한모(36)씨는 “아이 유치원이 문을 닫는 바람에 돌봄을 부탁할 곳이 없어서 재택근무 중”이라며 “업무효율이 회사보다 떨어지는 상황에서 일과 육아를 함께 해야 하는 팀 직원들도 많아서 그런지 밤 11시 넘어서까지 회사 메신저 연락이 온다”고 전했다.
한산한 식당가, 문 닫은 체육시설
‘직장인의 쉼표’인 점심시간은 변화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서울 종로구 두산위브파빌리온 지하 식당가에서는 사람을 마주하기도 어려웠다. 문을 활짝 연 식당들은 손님을 맞을 준비를 끝냈지만 빈 자리가 대부분이었다. 이곳에서 찜요리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지난주와 비교해도 손님이 40%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직장인이 몰려있는 여의도 식당가도 한산했다. 여의도 오투타워는 1층부터 3층까지 음식점과 커피숍이 즐비한 건물이다. 평소라면 오전 11시20분부터 이곳 카페와 식당에 대기자들 대여섯 팀씩 있었지만 이날은 어느 곳 할 것 없이 빈 자리가 절반을 넘었다. 식당가의 대기자를 알려주는 모니터에는 ‘현재 대기 0팀’이라는 화면만 선명했다.
이곳에서 단독 룸 위주로 운영하는 한 한식당 주인은 “코로나19에도 단독 룸을 운영하다 보니 룸의 경우 항상 만석이었지만 이날은 룸 예약도 텅 비었다”고 말했다.
31일 오후 12시30분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디타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태영기자
이날 낮 12시30분에 방문한 종로구 디타워는 눈에 띄게 한산했다. 이곳에는 다섯 개 층에 걸쳐 16개의 식당이 들어서 있다. 평소라면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모두 사람으로 꽉 찼을 이곳은 오가는 사람마저 적었다.
식당에는 손님이 없는 테이블이 있는 곳보다 더 많았다. 디타워 입점 식당에서 일하는 한모(26)씨는 “확실히 점심시간에 맞춰 포장하는 손님들이 확 늘었다”고 귀띔했다.
서울 시내 대형 카페들도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도록 매장 동선을 모두 바꾸고 손님을 맞았다.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 등 프랜차이즈 카페는 방문하는 모든 이들을 QR코드로 확인하고, 모바일 주문(사이렌 오더)이나 현장 주문 줄을 다르게 배치해 감염 확산 방지 노력을 기울였다.
백화점에는 마스크 자판기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에는 마스크 자판기 앞에서 몇몇 고객들이 마스크를 샀다.
평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실의 회사 근처에서 필라테스 강습을 받던 김모(30)씨는 “전날 학원에서 서울시 명령에 따라 일주일간 수업이 모두 중단된다고 연락을 줬다”며 “대신 강사가 비대면 수업을 제공해준다고 해서 약속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헬스장과 당구장, 실내골프연습장, 필라테스 교습소 등에도 집합금지 조치를 적용한 상태다.
한편 기업들은 재택근무 대상 인력을 확대하며 정부의 방역조치에 동참하고 있다. LG전자는 전체 인원의 30%를 재택근무로 돌렸고 삼성전자도 내달 1일부터 소수인력이지만 재택근무를 시범적으로 운영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업체들은 내달 6일까지 전사 또는 순환 재택근무를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무기한 원격근무에 돌입했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하루 매출 40% 급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프렌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물론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식당 등이 매출 폭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매장 이용을 못 하고 포장·배달주문만 가능한 탓에 일부 프랜차이즈형 커피 전문점은 첫날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식당 역시 저녁 장사가 불가능한데다 점심 때도 손님들이 매장 이용을 꺼리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
31일 식품·유통 업계에 따르면 2.5단계 시행 첫날인 지난 30일 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매출은 평소 하루 매출 대비 40% 급감했다.
이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관계자는 “테이크아웃은 소폭 늘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내방고객 자체가 줄면서 매출이 반 토막가량 줄었다”며 “불경기를 고려하더라도 하루 만에 매출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커피 전문점의 경우 매장 다수가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가맹점이다. 본사의 영업이 타격을 받은 것은 물론 자영업자들의 수입이 크게 쪼그라드는 것이다.
다른 대형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매출 감소를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매출 하락세는 뚜렷하다”며 “테이크아웃에 의존할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내점고객 자체가 줄면서 테이크아웃 고객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를 제외한 할리스·이디야 등 대형 브랜드는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커피의 배달’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아 매출 감소를 상쇄하지 못했다
수도권 방역조치 강화 추진에 따른 학원, 독서실 등의 집합금지명령이 발동된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밀집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0시부터 다음달 6일 24시까지 시행되는 이번 조치는 300인 미만 학원 및 독서실, 스터디 카페 등에 적용됐다.
/오승현기자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와 식당 등 역시 매출 감소를 피해가지 못했다. 카페의 경우 매장 이용이 가능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직장인을 비롯해 유동인구 자체가 줄면서 대부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탓에 오피스가 몰린 상권의 일부 식당들의 경우 문을 닫고 이번 한 주 장사를 포기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주거지보다 오히려 오피스 밀집지역에 위치한 카페와 식당의 매출 타격이 더 크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길거리에 사람 자체가 없어지면서 프랜차이즈 전문점만 매장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규제가 무색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커피 전문점과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의 ‘카페형’ 매장 사이의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스타벅스·이디야·투썸플레이스 등 커피 전문점은 포장판매만 가능하고 파리바게뜨·뚜레쥬르와 같은 ‘카페형’ 매장에서는 매장 이용이 가능하다. 스타벅스는 휴게시설로 허가를 받았고 뚜레쥬르는 ‘제과점’으로 등록돼 일반음식점 기준이 적용된 것이다.
/이수민·심기문·김보리·김태영기자 noenemy@sedaily.com
< 코로나 검사 받는 나주 한전KDN 직원들 > 27일 광주 북구 성림침례교회 관련 확진자가 다녀간 것 으로 알려진 전남 나주 한전KDN 건물 1층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나주시 제공
▲ 26일 오전 서울 성북구청 앞 바람마당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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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3단계 격상 예고에…"충격 3배" 경제계 '패닉'
불안과 공포에 빠진 경제계 신규 확진자 400명대로 급증 당국 "모든 가능성 신속 검토"
대·중기·자영업 "못 견딜 것" 방역 강화, 경제도 고려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예고했다. 경제계에선 “자영업자는 물론 대기업까지 줄도산 위험에 내몰릴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2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41명으로 3월 7일 후 173일 만에 하루 기준 300명을 넘어섰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으며 3단계 격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속도 있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상황이 이어지면 고강도 방역대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다. 경제계는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을 감안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되면 수출기업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경련은 현재 2단계 거리두기만으로도 기업 매출이 4.2%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며 3단계로 가면 이보다 세 배 큰 충격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들도 패닉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3단계가 시행되면 중위험 시설에 속하는 학원, 헬스장, 게임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폐업 위기에 몰린다는 것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방역 조치를 최고 단계로 올릴 경우 치러야 할 경제적 대가가 얼마나 큰지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3단계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면 기업들도 필수인력만 회사에 남기고 재택근무를 시행해야 한다. 재택근무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생산라인이 멈춰설 우려가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촘촘하지 못한 방역 기준으로 코로나19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실내 50명, 실외 100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다가 갑자기 실내외 10명 이상으로 강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순차적 단계를 마련했어야 했다”고 했다.
"3단계 땐 수출기업 매출 15% 급감…버티던 소상공인 다 무너져" 모든 업종에 재택근무 종용 땐 사업장 사실상 '셧다운'
경제계는 물론 의료계에서조차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에 신중론을 제기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2단계 지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 등급을 최고 단계로 올리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 먼저 나온다. 2단계 안착을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한 뒤 3단계 상향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경제적 충격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경제봉쇄령’이나 다름없는 극약처방을 내리면 국가 경제가 올스톱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방역지침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역별, 업종별 가이드라인이 획일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대기업도 못 버티는 ‘3단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23일 수출 주력 업종 기업으로 구성된 협회들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확산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하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수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1%와 13.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경련은 3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되면 충격이 세 배로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3단계 거리두기는 대기업도 못 버틴다”며 “주요 수출기업의 매출이 15% 줄어드는 최악의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내수 업종 대기업 중에선 백화점, 대형마트, 호텔 등에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3단계 조치가 시행되면 백화점은 ‘셧다운(일시휴업)’에 들어가고, 대형마트도 오후 11시인 영업 마감 시간을 두세 시간 앞당겨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내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방역당국에 백화점 등 쇼핑몰 셧다운 문제를 재고해줄 것을 요구했다.
소상공인들도 백척간두의 상황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중위험 시설’ 운영자로 분류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선 영업 중단 업종에서 빠졌지만 3단계로 격상되면 일시적으로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소형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박모 원장은 “이미 코로나 관련 대출을 받은 상태여서 추가 대출도 어렵다”며 “3단계 격상이 현실화되면 학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통 제조 중소기업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한 실린더 제조업체 사장은 “제조공장에 재택근무는 불가능하다”며 “3단계 격상 후 재택근무가 강제성을 띠게 되면 공장 문을 닫을 것”이라고 했다.
‘3단계 조치 실효성’ 논란도
정부가 세 단계로 구분한 방역기준이 촘촘하지 못해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정부는 올해 6월 방역기준을 발표하면서 “3단계 조치를 하면 필수 사회·경제활동 외 모든 외출·모임, 다중이용시설 운영 등 활동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국민에게 최대한 집에만 머무를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주요 기업과 소상공인 등이 3단계 거리두기를 활동 제한령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세 단계 기준만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것은 어렵다는 견해다. 생활방역위원회 위원인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3단계는 최종 단계기 때문에 2~3주 정도 시행한 뒤 다시 낮춰야 하는데 효과가 없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2단계 효과를 확인한 뒤 올리는 것이 맞다”고 했다.
3단계의 실효성도 논란이다. 10명 이상 모임이 이뤄지는지 경찰이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고 격상에 따른 효과를 장담할 수도 없다는 분석이다. 일단 2단계 대응을 모두 지키도록 유도한 뒤 거리두기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이 하루 확진자가 1000~2000명씩 나와도 이전과 같은 봉쇄정책을 쉽게 펴지 못하는 이유다.
권 교수도 “3단계를 시행해 활동을 조금 줄이면 경제에는 상당한 영향을 주지만 완전한 봉쇄는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퍼지지 않을 정도로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제 상황만 악화되고 실제 효과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송형석/박동휘/이지현 기자 click@hankyung.com
▲ 공무원 도시락 배달 행렬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포장이 대세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벼랑끝 자영업자들 "차라리 '거리두기 3단계' 가자"
방역 당국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카드 만지작 자영업자 "1단계만 되도 숨통 틔어…방역 먼저 잡자" 전문가들 "현재 상황, 2단계로 대응하기 역부족"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나, 3단계나 손님 없는 건 똑같아요. 차라리 3단계로 올려서 코로나 길어지는 것 막아야지”
25일 점심시간. 서울 서대문구에서 토스트 집을 운영하는 박모(46)씨는 텅 빈 테이블들을 바라보며 울상지었다. 코로나19 이후 반 토막 난 매출이 회복되지 않는다며 애꿎은 테이블만 닦던 박씨는 “‘자영업자 다 죽는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 전부가 죽겠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가장 앞서서 맞은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안 그래도 없는 손님이 거리두기 2단계 상향 이후 자취를 감췄다. 이들은 차라리 3단계 상향으로 고강도 거리두기를 거친 뒤 코로나19 사태를 안정시키는 것이 낫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2)씨는 “1단계로만 돌아가도 숨통이 좀 트일 것”이라며 “방역 먼저 잡고 나중에 지원금 등을 통해 경제를 살리는 게 순서가 아니겠냐”고 토로했다. 카페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김모(26)씨는 “매출로 월세도 내고 직원들 월급도 나가는 거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되면 타격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3단계로 올려서 코로나19 장기화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금 단계에서 (코로나19)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방역 당국은 3단계 조치가 가져올 경제적 충격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3단계가 시행되면 10인 이상 모이는 모든 모임이 중단된다. 음식점 등 생활에 필요한 생활 시설은 영업할 수 있지만, 병원 등을 제외하면 오후 9시 이후엔 모두 셔터를 내려야 한다.
하루 빨리 3단계로 격상해 방역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대한감염학회 등 9개 학회는 지난 24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현재의 유행 상황에 대응하기엔 2단계로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방역의 조치는 조기에 적용돼야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확진자 비율이 줄지 않을 뿐더러 중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고, 의료 역량이 과부하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환자를 더 발생하게 내버려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의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고 있다’는 말에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며 “현재 상태가 안전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엄중한 시기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동의한다”고 거들었다.
거리두기 3단계 대응 은행권도 비상...영업점 운영 어쩌나
본사 인력분산·재택 비율 높이는데 영업점 2단계서 진전된 대책 없어 ATM 등 소독 횟수 늘리는 수준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빨리 나와야"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적극 검토되면서 은행들도 비상이 걸렸다. 본사 인력의 분산 근무 비중에 대한 시나리오는 준비돼 있지만, 은행 인력의 90%를 차지하는 지점 인력의 운영과 고객 대기 인원에 대해서는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지점 운영에 대한 금융당국의 지침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지만, 금융당국은 3단계 거리두기 지침을 만들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2단계 본부 분산근무 20~40%
30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맞춰 본사,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은행들은 본부 인력의 일부분을 재택근무, 분산근무로 유도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현재 본부부서 이원화 및 재택 근무를 부서별 15%로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본점 폐쇄시 정상적으로 업무수행이 가능하도록 본점 포함 8곳에 인력을 분산 배치해 근무 시키고 있으며, 본부 재택 근무 비율도 20%다. 하나은행은 지난 19일부터 2주간 재택근무 및 대체사업장 분산근무 비중을 40% 이상 유지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다음주부터 30% 수준으로 본부 분산율을 높일 예정이다.
은행본부의 인력 분산비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은행 인력의 90%를 차지하는 지점 인력들은 필수 인력으로 인식돼 분산 근무를 하지 않고 있다. 지점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투명 칸막이 설치, 체온계를 비치했다. 또 ATM 화면조작부, 인터폰 등 고객들이 접촉하는 부분을 집중 소독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영업점의 경우 문을 닫을 수 없어 인력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금융위 지침만 기다려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가 실행되면 은행들은 본점 직원들의 분산 비율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재택근무를 현재 15%에서 30%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도 본부 인력을 각각 50%로 분산할 계획이다.
다만 영업점에 대해서는 2단계에서 더 진전된 지침이 없다. 영업장 및 주요기기의 소독 횟수를 좀 더 늘리는 정도 수준이다. 은행 관계자는 "지점 운영과 관련해서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와봐야 한다"며 "지점 인력 문제도 있지만, 고객들이 영업장안에서 밀집해 기다리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때에도 금융당국은 방역당국과 협조해 은행권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주요 내용은 재택근무 확대, 시차 출퇴근제, 휴가 활성화였다. 회의도 영상으로 대체하고 사업장의 칸막이 및 가림막 설치를 권고했다. 그러나 3단계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지침이 나오지 않았다.
현재 금융당국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며 "은행 영업점 운영 등 세부적인 문제에 대해 일일이 답변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융위가 방역당국과 세부안을 만들면 은행권의 의견을 반영하는 단계를 거치는데 현재 은행권의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까지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최경식 기자
인천에 건설 중인 e편한세상 부평 그랑힐스 현장에서 대림산업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드론을 활용하여 측량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대림산업]
거리두기 3단계 되면 어떡하나… 건설업계 노심초사
31일 정부에 따르면 30일 종료 예정이었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다음달 6일까지 1주간 더 연장된다. 아울러 수도권에선 오후 9시 이후 음식점·제과점 내부 음식 섭취가 금지된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선 영업시간에 관계없이 매장 안에서 커피를 마실 수 없고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이같은 방역 조치는 3단계로 곧바로 격상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평가된다.
만약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업계에 미칠 충격이 클 수 있다고 건설사들은 우려한다. 3단계가 시행되면 실내·외 구분 없이 10인 이상 모임과 집회가 제한되고, 기업은 필수 인원 외 전원 재택근무를 권고받는다.
건설사 대부분이 본사 근무 인원에 대해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은 재택으로 대체가 불가능하다. 아직 3단계 적용 시 정부의 공사 현장 업무지침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현장이 멈춰서면 공기가 늘어지며 건설사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우려가 크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3단계가 시행돼 현장이 멈춘다면, 정부가 발주처인 공공공사에선 공기 협의가 가능할 수 있지만 민간 아파트 사업의 경우 입주예정일에 맞춰 이사 날짜를 잡은 수요자도 있을 것이라 공기를 늦추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사업 부문별·공사 현장별로 3단계가 2~3주 정도 적용돼 공사가 멈출 경우 시나리오를 체크하고 있다"면서 "현재는 본사 근무 인원들이 2교대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현장에선 TBM(Tool Box Meeting·작업 전 회의)을 조별로 쪼개서 하는 등 대응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3단계가 적용되면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데, 어디까지를 필수 인원으로 봐야 할지 애매해서 구체적인 정부 지침이 나와봐야 할 것 같다"면서 "민간 아파트 건설 현장이 멈추면 영업정지 수준으로 매우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림산업은 현재 본사 직원은 3교대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현장에서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대응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현장 TBM을 자제하고 비대면 회의를 하는 등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건설사가 현장에서 지켜야 할 정부의 지침이 내려온 다음에 대응 방안이 결정될 것 같다"고 했다. SK건설은 지난 18일부터 아이 돌보미가 필요한 직원이나 임산부 등 배려가 필요한 구성원 위주로 직원의 30%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24일부터는 전직원이 일주일씩 2교대로 본사로 출근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지난 19일부터 본사 근무 인원의 절반만 출근하고 절반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면서 "현장은 재택근무가 불가능하지만 TBM 금지와 주 1회 소독·방역 의무화, 출장·회식 등 외부활동 금지, 출입통제 강화(지정식당 이용, 식사 시간 외 출입통제, 외부 외출 후 복귀 시 개인 소독), 전 근로자 1일 2회 체온 측정 등 조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코로나가 재확산한 이후인 지난 21일 서울 강동구 삼성물산 본사 사옥에서 근무하는 삼성물산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사옥 전체가 임시 폐쇄됐다. 지난 24일엔 GS건설, 지난 25일 태영건설에서 직원 1명이 각각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15일엔 SK건설의 수도권 한 공사 현장에서 구성원 1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