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져 있다. 심사를 통해 소녀상 설치 허가를 내줬던 미테구청은 일본 정부의 공식적 문제 제기 및 철거 요청을 받고 지난 7일 소녀상 철거 명령을 내렸다.
베를린=AP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EPA 연합뉴스
소녀상 지키기에 나선 베를린 시민들과 독일 교민들이 13일(현지시간) 베를린 미테구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 모여 있다.
독일 사민당 트위터
베를린 ‘소녀상’ 철거 막았다… 日 “독일 사법절차 주시”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가 일단 보류됐다. 시민단체가 철거 명령 정지 가처분 신청을 행정법원에 제출하면서 관할 구청이 “확보된 시간을 활용해 절충안을 마련하자”고 나선 것이다.
소녀상이 설치된 미테구의 슈테판 폰 다쎌 구청장은 13일(현지시간)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자면서 “관련된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념물을 설계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베를린시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논란이 된 소녀상은 당분간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독일 민간단체 코리아협의회가 법원에 베를린 소녀상 철거 명령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지난달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의 주도로 미테구에 소녀상이 세워지자 일본은 전방위적으로 독일을 압박하며 철거를 요구했다. 일본은 민족주의를 사실상 파시즘으로 여기는 독일의 정서를 이용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반일 민족주의로 몰아가며 이 문제를 한일간 외교 분쟁으로 확대하려 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화상회의를 했을 때 베를린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를 위한 협력을 촉구했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그러면서 “베를린에 그런 동상(소녀상)이 놓여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테구는 최근 코리아협의회에 “소녀상 비문이 한국 측 입장에서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면서 “미테구가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고 일본에 반대하는 인상을 준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고, 14일 철거 방침을 전했다. 이에 베를린 시민과 교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민족주의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보편주의적 가치의 문제”라고 맞섰다. 코리아협의회는 40여개 현지 시민단체와 연대에 나섰고, 시민단체들은 이날 철거 명령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많은 국가에서 발생한 공통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방정부는 코리아협의회가 한국 정부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보는데, 이는 매우 모욕적”이라며 “우리는 한국 정부의 문제에 대해 수없이 시위했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현지 시민단체인 메디카몬디알레 소속의 자라 프렘베르크는 “한일 간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실재했던 문제이며, 유엔에서도 인정한 문제”라고 힘을 보탰다. 다쎌 청장이 이날 기자회견에 예고 없이 찾아와 발언하자 시민들이 “우리는 베를린 시민이고, 베를린 단체”라며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미테구의 입장 변화에 따라 미테구와 소녀상 관련 시민단체 간의 협의 테이블은 조만간 마련될 예정이다. 소녀상 철거 대신 비문을 수정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베를린 소녀상을 둘러싼 움직임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14일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독일 국내 사법 절차이므로 향후 움직임을 지켜보겠다”면서 “정부로서는 계속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생각과 대처를 여러 형태로 설명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국제 사회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거듭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이유
베를린 소녀상 논란, 일본에 두손 든 독일 구청장의 토로
철거 명령을 받았던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행정명령 중지 가처분 신청으로 일단 강제철거 위기를 넘겼다.
독일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 e.V.)가 미테구청과 베를린시 공공예술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설치한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달 28일 제막 이후 일주일 만에 철거 명령을 받았다. 코리아협의회는 12일 철거 명령 중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으며, 이에 따라 14일 기한의 철거 명령은 중지된 상태다. 법원 결정까지는 2주 정도가 걸릴 예정이다.
13일 열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반대 시위에서는 슈테판 폰 다쎌(Stephan von Dassel) 미테구청장이 나와 이 기간을 이용해 논의를 이어가자고 밝혔다. 예술과 문화, 자유의 도시에 설치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타 지역과는 또 다른 국면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세운 코리아협의회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논란에 직면해 6년 전 기사를 다시 읽었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와 나눈 인터뷰 기사다. 한 대표는 그 당시부터 독일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울 계획을 밝히며 전범국의 역사를 가진 독일 내에서 활동하는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후 6년 동안 활동 영역은 더 넓어졌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전시 성폭력 문제, 소수 민족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문제에 연대했다. 한일간 민족주의 감정에 머물지 않고 베를린에서 전 세계 시민사회와 교류했다.
지역주민과 소통했고, 학교에서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여성 인권과 폭력의 문제를 이야기했다. 코리아협의회가 평화의 소녀상을 공공장소에 세울 수 있었던 힘이다.
9월 29일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한 이들을 보자. 이번에 철거 명령을 내린 미테구청의 재교육·문화·환경·자연·도로·녹지관리국 담당자인 자비네 바이슬러가 직접 참가해 축사를 했다.
나치의 여성 수용소였던 라벤스부르크 기념관 전 관장 인자 에쉬바흐, IS의 성노예 범죄 피해를 입은 야지디족 베를린 여성의원회 대표 니지안 귀나이, 연대하는 세계를 위한 재분배재단 여성분과 베레나 프랑케도 축사에 나섰다. 그 외 수많은 지역 시민단체 관련자들이 참가했다.
베를린에 서 있는 평화의 소녀상은 '한일전'을 상징하지 않는다. 세계 시민사회와 여성인권의 상징으로 확장되어 있다.
▲ 13일 베를린 코리아협의회 사무실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반대 기자회견
ⓒ 이유진
미테구청의 철거명령이 부당한 이유
평화의 소녀상이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세워졌다는 잘못된 정보가 떠돌지만 평화의 소녀상은 정상적인 절차와 허가를 거쳐 세워졌다. 미테구청과 시 공공예술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서 1년 간 설치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다.
베를린 공공장소에 세워지는 예술작품은 보통 1년 기한으로 설치된 이후 평가를 거쳐 연장된다. 코리아협의회는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맥락과 의미 등을 담은 13장짜리 신청서를 냈다. 허가와 설치 과정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제막식에는 미테구청의 담당자가 와서 축사까지 했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평화의 소녀상 철거 공문이 떨어진 건 제막식 일주일 후인 지난 10월 7일. 일주일 내(14일)로 철거하지 않을 시에는 강제철거하고 그 비용을 단체에 청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1개월 내로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강제 철거 효력은 중지되지 않는다. 오직 법원의 행정명령을 통해서만 철거 명령 효력을 중지할 수 있다.
미테구청은 '비문의 내용'이 한일 문제이며, 독일과 일본과의 관계에 부담을 초래했다고 철거 명령 근거를 댔다. 비문이 문제라면 비문 수정 및 교체를 요구하는 게 먼저다. 하지만 단번에 철거라는 결정을 내렸다. 기한도 일주일을 줬다. 독일은 철거 업체와 약속을 잡는 데만 일주일이 더 걸리는 곳이다. 관청의 명령이 얼마나 강압적이고, 한편으로는 다급했는지를 보여준다.
독일의 한 관청에서 도시 건축 허가 등을 담당하고 있는 문기덕씨는 13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미테구청이 내린 즉시철거명령(Sofortige Beseitigungsanordnung)은 태풍에 나무나 건축물 등이 쓰러져 보행자에게 위협이 있을 때 취해지는 조치"라면서 "구청 또한 일본과의 외교 문제가 이유라고 밝힌 것처럼 굉장한 압력이 들어간 거라고밖에 이해할 수 없다. 운동의 방법이나 방향성을 떠나 독일정부와 지자체에 규탄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평화의 소녀상뿐만 아니라 그 어떤 예술 작품이라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 정식 허가를 받아 설치한 작품에 대해 내려지는 폭력적인 공문을 문화예술계 쪽은 표현과 예술에 대한 억압으로 받아들인다.
베를린조형예술가연합(Berufsverband bildender künstler*innen berlin e.V.)은 12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민주주의 국가들이 예술의 자유를 위협하는 데 큰 우려를 표한다. 자유롭고 방해받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베를린은 예술과 문화에 있어 중요한 도시이며 이 자유를 지켜야 한다"면서 "공공장소의 예술작품은 다른 나라 정부의 압력에 의해 철거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13일 베를린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반대 시위
ⓒ 이유진
독일과 일본의 외교관계
9월 28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직후 일본 정부는 전 방위적 압박을 가했다. 29일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고, 지난 1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영상통화를 하며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독일본대사관도 베를린 시의회에 관련 의견을 전달했다. 한국과 독일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된 것만 이정도이니 배후에서 얼마나 많은 시도가 있었는지 가늠할 만하다. 미테구청의 철거공문에는 이러한 일본의 '노력'이 정확하게 반영되어있다.
"독일과 일본 관계에 상당한 부담을 초래하였음" "일본정부의 거센 반응이 있으리라고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 "우호적 관계에 있는 양국 간 역사적 사건에 대해 어떠한 일방적 판결도 내려서는 안 되고, 독일 군인들의 성폭력 범죄 역시 담겨야 한다는 것"
"독일연방공화국의 외교정책상의 이해관계..." "이미 독일의 대일본 외교관계에 구체적인 문제가 발생했음" "기존의 도시 간 협력관계도 위험에 처했음"
이쯤 되면 일본의 논리도 보인다. 평화의 소녀상을 한일 외교 문제, 나아가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국가와의 외교 문제로 압박하고, 해당 지역이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일본 도시와의 관계로 압박한다. 미테구는 현재 히가시오사카, 쓰와노, 신주쿠 등 3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외국 도시 중에는 일본과 가장 많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미테구청의 철거요구는 일본이 압박한 결과다. 시민사회 활동에 대해 일본 정부가 명시적으로 개입했고, 독일의 지자체가 두 손을 든 것이다. 슈페판 폰 다쎌 미테구청장도 이날 시위에서 "베를린 거주 일본 시민들로부터 많은 항의서한을 받았고, 연방정부와 베를린시의 거센 압박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러한 일본 반응이 시간문제일 뿐 충분히 예측되었다는 점이다. 독일에는 이미 평화의 소녀상이 두 곳에 세워져 있다. 독일 레겐스부르크 인근 사유지 공원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의 강력한 압박으로 결국 비문이 철거됐다. 그 평화의 소녀상은 그곳에 왜 서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비문 없이 서 있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비문을 보자.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수많은 소녀들과 여성들을 끌고 가 성노예를 강요했다. 이 평화의 상은 소위 '위안부'의 고통을 기억한다. 1991년 8월 14일 침묵을 깨고 세계적으로 그러한 범죄의 재발을 반대하는 생존자들의 용기를 기리는 것이다. 이 상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가 기부해 코리아협의회의 위안부 분과가 '평화의 소녀상 연합'과 함께 세웠다."
일본 정부가 비문을 문제 삼았던 지난 경험을 봤을 때 비문 내용을 좀 더 전략적으로 고민했다면 어땠을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미테구청은 철거공문에 '독일군의 성범죄도 다루어야 했다'는 입장을 두 번이나 밝혔다. (부당한) 철거 명령을 내리면서 윤리적으로 보이기 위한 면피용 문장이지만, 비문에 대한 고민은 분명 아쉽다. 코리아협의회의 행정명령 중지 가처분신청과 미테구청장의 이날 발언으로 볼 때 비문 내용 확장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 13일 오전 평화의 소녀상을 찾은 지역 주민
ⓒ 이유진
독일에서도 공감을 얻으려면
독일에서 민족주의는 파시즘과 연결된다. 순수 아리안족의 영역을 지키는 민족주의가 바로 나치의 근간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독일 국기를 흔드는 것 자체를 불편해 했던 독일이었다. 평화의 소녀상 문제를 한일문제와 민족주의적 성향으로 해석하는 건 이곳에서 큰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
독일은 일본과 같은 전범국가다. 일본에 비해서는 과거 청산을 훌륭히 해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그건 피해자 국가의 힘에 따른 결과일 뿐 독일 내에서도 비판적인 시선이 크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나치 부역자들에 대한 처벌은 당시 과거 청산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부채감의 발현이고, 동시에 '우리가 모두 가해자였다'는 인식에서 그 문제를 계속 언급하는 것을 불편해한다. 독일은 시스템과 교육으로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독일 너희는 훌륭하게 과거청산 했으니, 일본에 똑바로 하라고 한마디 해줘'라는 자세는 독일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한국보다 훨씬 친하고 각별한 친구 사이에서 말이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을 '한일전' 혹은 독일 과거와 비교해서 다루는 것보다 여성 보편의 인권과 세계 시민사회의 의미로 다루어야 하는 이유다.
코리아협의회도 정확하게 그 지점을 강조한다. 평화의 소녀상 설치 과정이 그랬듯 지키는 과정에도 연대의 손길이 이어진다.
코리아협의회가 진행하고 있는 공개서한 서명에는 라이프치히대학 일본학과, 트리어대학, 튀빙겐대학, 베를린자유대, 훔볼트대학 등 독일 대학은 물론 히로시마대학, 도쿠시마대학 등 일본 대학 소속 교수진, 사민당, 녹색당, 좌파당 등 현지 정당, 독일 과거청산을 다루는 기억책임미래 재단 전 이사장 등 주요 교육, 정치, 종교, 시민 사회 주체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13일 열린 '베를린, 용기를 내! 평화의 상은 머물러야 한다(Berlin, sei mutig! Die Friedensstatue muss bleiben)' 시위에서는 코리아협의회에 연대하는 다양한 단체들과 지역주민 300여 명이 모여 미테구청 앞으로 행진했다. 독일 현지 언론과 일본, 한국 미디어도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보였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촉발한 토론과 논쟁, 그것만으로도 이 평화의 소녀상은 의미가 있다.
오마이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은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오른쪽은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
2020.10.14 /연합뉴스
이용수 할머니 “베를린 소녀상 철거, 역사의 죄인 되는 것”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는 14일 “세계 양심의 수도 독일 베를린에서 평화의 소녀상 철거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에 대해 규탄했다. 그는 “피해자 할머니의 한과 슬픔이요, 후세 교육의 심장인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것은 나쁜 행동”이라며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 할머니,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
연합뉴스
이 할머니는 “독일도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지만 일본과 다르게 반성하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에 앞장선 나라”라며 “철거 주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의 자필 성명문.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실 제공)
또 “독일의 소녀상은 한국의 피해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2007년 미국 워싱턴에서 네덜란드 피해자 할머니와 손 잡고 눈을 보면서 우리는 같은 피해자라며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 아시아 피해자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기에 절대로 베를린에 세워져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할머니가 기자회견 이후 주한 독일대사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함께했다. 이 할머니는 회견 후 주한 독일대사관으로 향해 철거 명령 철회 촉구서를 전달했다. 이번 항의 기자회견은 앞서 베를린시 미테구 측이 지난 8일 “국가 간 역사적인 문제에서 한쪽에 서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소녀상 설치 허가를 취소하고 14일까지 철거하도록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열렸다.
이후 13일(현지시간) 미테구에서 250여명이 소녀상 철거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를 열었고, 베를린시는 같은 날 홈페이지를 통해 “논란이 된 평화의 소녀상은 당분간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며 철거 계획 보류를 발표한 상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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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전경.
/코리아협의회 제공
타협한다지만”… 갈길 먼 獨 베를린 소녀상
[쿠키뉴스] 정유진 인턴 기자 =독일 베를린 미테구(區)에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보류했다.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테구(區)는 1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소녀상이 당분간 철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녀상을 설치한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가 소녀상 철거 명령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미테구는 소녀상에 추가 조치를 내리지 않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슈테판 폰 다쎌 미테구 구청장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쟁의 당사자와 우리의 입장을 검토할 것”이라며 “코리아 협의회와 일본 측 모두의 이익을 공정하게 다룰 수 있는 타협안을 마련하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미테구청은 지난달 25일 거리에 1년간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허가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에서 소녀상 철거를 압박하자 미테구청은 지난 7일 코리아협의회에 자진 철거 명령을 내렸다. 철거 명령 이유는 코리아협의회 측이 사전에 알리지 않은 비문을 넣어 독일과 일본 간 긴장 관계를 조성했다는 점이었다. 해당 비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여성을 성노예로 동원했다는 내용이다.
코리아협의회 측은 최초 허가 절차에 문제가 없었던 만큼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설치 당시 비문 내용 제출 요청이 없었고, 비문 내용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사진=독일 베를린 미테구청이 1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당분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독일 베를린 미테구청 홈페이지 캡쳐
시민들은 철거 시점을 앞둔 상황에서 미테구의 입장 변화에 안도감을 드러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55·여)는 “당장 철거하지 않고 시간을 벌어 다행이다”라며 “보류하는 사이 우리나라 정부가 나서 소녀상이 철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생 B씨(24)는 “독일은 일본과 같은 전범국”이라며 “과거사에 반성하고 있다면 철거 보류 결정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독일 내에서도 미테구의 철거 명령이 부당했다는 비판이 인다. 독일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독일인 C씨(22·여)는 “소녀상은 모든 전쟁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에 대한 상징”이라며 “소녀상의 보편적 의미를 무시한 채 일본과의 관계를 의식해 철거 명령을 내린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정부의 압박이 외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독일 교민 커뮤니티의 한 네티즌은 “평화상이 철거 요구를 받고 있는 것은 분명 슬픈 일”이라면서도 “어쩌면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지금까지 독일의 언론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미테구의 결정이 ‘재검토’일 뿐, 철거명령을 취소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다. 직장인 D씨(25·여)는 “보류라는 게 다시 철거를 진행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결정인 것 같다”며 “철거 결정은 여성 인권에 대한 외면이었고 이번 보류 결정도 그 연장선으로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독일 교민이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미테구청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가 교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라고 비판했다. 이 네티즌은 “사단법인이 법적 절차를 거쳐 설치한 소녀상에 ‘철거 비용’을 운운하며 (철거를 요구한 것은) 미테구청”이라며 “베를린 시장도 아니고 작은 구의 구청장이 (철거 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에) 방문했다고 좋아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 교민 사이트의 한 네티즌은 “비문이 문제라면 비문만 문제 삼아야지 동상까지 철거하라는 건 이해 안 된다”며 “보편적인 인권 문제에 대한 평화적인 표현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현지에서는 비문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문에 전쟁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편적 가치를 추가하는 방안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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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일본 관방장관
[도쿄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09.16
가토 가쓰노부 일본 정부 관방장관.
AP뉴시스
베를린 소녀상 철거 보류에 日 "지켜보겠다"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정부가 베를린 소녀상 철거가 보류되자 "앞으로의 움직임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1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가 보류된 것에 대해 "독일 국내의 사법 절차"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런 입장을 내놨다.
가토 관방장관은 "정부로서는 계속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의 사고방식과 대처를 다양한 형태로 설명해왔다"며 "국제사회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베를린 미테구청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가 법원에 소녀상 철거 명령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며, "철거시한(14일)이 더는 적용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 미테구는 소녀상과 관련해 추가 조치를 내리지 않고, 일단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기로 한 상태다.
일본 내에서도 시민단체들의 철거 반대 시위가 열렸다. 일본 시민단체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은 전날 도쿄 총리공관 앞에서 베를린 소녀상 철거 요청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베를린 소녀상으로 인해 독일이 한·일간 외교분쟁에 휘말리게 됐으며, 소녀상 설치는 곧 어느 한쪽만 편든 것이라는 논리를 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의 불투명한 회폐처리 의혹 역시 일본 측 철거 주장 논리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사라질뻔한 `베를린 소녀상`…獨교민들 애국심이 구했다
교민·시민단체 반발에 해당구청 철거 잠정 중단
이용수 할머니 등 관계자 국회서 기자회견 열어 규탄
13일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시민들이 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당국의 철거명령에 항의하기 위해 미테구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현지 교민들과 시민단체 노력이 사라질 뻔한 독일 베를린의 `평화의 소녀상`을 구했다. 애초 일본 요구로 철거 명령을 내린 베를린 미테구(區)가 각계 반발에 놀라 한 발짝 물러섰다.
미테구는 13일(현지시간)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대화를 통해 절충안을 찾아보자는 입장을 밝혔다. 미테구는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의 철거 명령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법원에 접수됐다"며 "14일까지 내려졌던 자진철거 명령은 더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슈테판 폰 다셀 미테구청장은 "코리아협의회와 일본 측 모두의 이익을 공정하게 다룰 수 있는 타협안을 마련하고 싶다"며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념물이 설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테구는 지난 7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 설치를 허가했다.
지난달 말 제막식 후 일본의 반발이 거세지자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코리아협의회에 자진 철거를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7일 보냈다. 일본은 소녀상 철거를 관철시키기 위해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일본은 설득하기 위해 민족주의를 파시즘으로 여기는 독일의 정서를 활용했다. 한국 시민단체가 제기하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반일 민족주의라고 주장했다.
미테구의 철거 통보 이후 베를린 교민들과 소녀상 설치에 뜻을 같이하는 현지 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코리아협의회는 40여 개 현지 시민단체와 함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전쟁 피해 여성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일 양국만의 문제가 아닌 인류 보편적 문제인 점을 부각시킨 셈이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많은 국가에서 발생한 공통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전 세계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현지 시민단체인 메디카몬디알레 소속 자라 프렘베르크 역시 "한일 간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실재했던 문제"라며 "유엔에서도 인정한 문제"라고 미테구의 행정 조치를 비판했다.
현지 시민단체인 일본여성이니셔티브 회원들도 코리아협의회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날 베를린 시민 300여 명은 소녀상 앞에서 철거 명령을 내린 미테구청 앞까지 30여 분간 행진하고 집회를 열어 철거 명령 철회를 요구했다. 이라크 소수민족 야지디족 단체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14일 "세계 양심 수도인 베를린에 설치된 소녀상은 철거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이 할머니는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과 함께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할머니는 친필 성명을 통해 "독일은 일본과 다르게 과거 역사를 반성하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는 것에 앞장 선 나라"라며 철거 명령을 규탄했다. 또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것은 나쁜 행동이며 역사의 죄인"이라며 "일본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지적했다.
베를린의 `소녀상` 철거가 보류된 것에 대해 일본 측은 "앞으로 지켜보자"고 말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독일 국내의 사법 절차"라며 "앞으로 움직임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가토 장관은 "정부로서는 계속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덕식 기자 / 성승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13일(현지시각) 베를린시에서는 시민 200여명이 모여 소녀상 철거 결정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소녀상 건립을 주도한 단체들과 여성인권단체, 소수민족 단체들이 참가했다.
베를린/남은주 통신원
전쟁 성폭력·표현의 자유”…베를린 소녀상 운명 바꾼 시민의 힘
법원 심리기간 “철거 대신 타협”
인권 앞세운 시민단체 설득 “한일 과거사 넘어 보편적 인권 문제” 녹색당·여성단체 등 시위동참 주도 일본여성, 소녀상 앞 무릎꿇고 사죄도
소녀상 향후 처리 어떻게 되나 현지언론 연일 보도 관심 높아져 행정법원 가처분신청 판단에 촉각 ‘성노예’ 등 비문내용 수정 타협 여지
“(행정법원이 평화의 소녀상 철거명령 효력 정지 여부를 결정할 동안) 우리는 이 복잡한 논쟁에 대한 모든 관련 활동가들의 주장을 원점에서 다시 심사숙고하겠다.”13일 오후 2시(현지시각)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반대 시위현장에서, 지난 7일 소녀상 철거 명령을 내렸던 슈테판 폰 다셀 미테구청장이 예고에 없던 자유발언을 통해 타협 의지를 밝혔다.
독-한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의 철거명령 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철거가 보류된 기간 동안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 폰 다셀 구청장의 한마디에 시위 현장은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폰 다셀 구청장은 “한국은 물론 일본도 만족할 수 있는 타협안이 있기를 바란다”며 ‘심사숙고’의 의미를 부연했다.
7일 철거명령 당시 미테구청 쪽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로 데려갔다’는 등의 비문 내용을 문제 삼은 만큼, 비문 수정 등 절충안을 찾게 되리란 관측이 나온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한겨레>에 “비문의 문구가 주요 쟁점이 될 것 같다”며 철거 철회를 위해 일부 문구는 수정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협상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번 사태는 녹색당 등에서 소녀상 지지 세력을 형성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글렌데일 지역에서도 일본 극우단체의 압박에도 시장과 시의원들의 도움으로 소녀상 존치를 결정했던 사례가 있다.
미테구청이 소녀상 철거에서 재검토로 태도를 바꾸기까지, 평화의 소녀상 문제를 한-일 외교 문제나 반일 민족주의가 아닌 전쟁 성폭력과 표현의 자유 등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접근한 시민단체의 설득 전략이 주효했다. 독일 현지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지역구와 베를린 시의회에서는 일본의 소녀상 철거 압력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판단한 뒤부터 여론이 급격히 철거 재검토 쪽으로 기울었다.
시위 전날인 12일 사회민주당 미테 지역위원회가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소녀상 철거 결정을 다시 검토하기 위한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13일 시위 직전에는 베를린시 녹색당에서 녹색당 소속인 폰 다셀 구청장의 소녀상 철거 결정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됐다.
녹색당 소속 시의원 그룹 대변인 라우라 노이게바우어는 베를린-브란덴부르크의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폰 다셀 구청장의 결정은 녹색당의 가치를 잘못 전달했다. 녹색당은 예술의 자유를 옹호하며 강제 성노동 피해자와 연대한다”며 소녀상을 다시 허가할 것을 촉구했다.
녹색당 시의원 일부는 아예 시위에 동참했다.아울러 베를린 시 연정을 구성한 녹색당과 사회민주당이 소녀상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소녀상은 전쟁 성폭력 범죄의 상징’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도 크다. 베를린 소녀상은 건립 과정에서부터 반일이 아닌 반전, 반성폭력을 주제로 삼아 여성단체, 소수민족은 물론 일본 여성들의 참여까지 이끌어냈다.
13일(현지시각) 베를린에서 열린 소녀상 철거 철회 촉구 집회는 연대의 자리였다. 이날 시위에서 한 독일인이 소녀상 철거를 반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베를린/남은주 통신원
13일 시위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엔 히로코 체어드리크 노진 등 일본 여성 3명이 참석해 소녀상 설립을 방해한 일본 정부의 행위에 분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일본인 마코토 다키타(50)는 이날 “일본군 성범죄 피해자에 사과드린다”며 소녀상 옆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일본군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 커서 사과하지 않고는 마음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녹색당 소속 베를린 시의원 베네딕트 룩스는 이날 시위에 함께 참여해 시위 소식을 자신의 트위터로 알렸다.
베네딕트 룩스 시의원 트위터 갈무리
철거 시한인 14일을 하루 앞두고 기사회생한 소녀상에 대한 독일 언론의 관심도 높아졌다. <쥐트도이체 차이퉁> <디벨트> 등 독일의 전국신문들은 온라인판에서 “소녀상 당분간 존치 결정”이라는 제목의 지역통신 뉴스를 받아 게재했다. 베를린시 누리집은 시정 소식에 소녀상 철거 반대 시위 소식과 이전에 독일에서 소녀상이 설치됐다가 일본의 반대에 부닥친 사례들을 자세히 소개했다.베를린 지역 몇몇 언론은 “기념비 전쟁”이라는 타이틀로 이날 시위를 주요하게 보도했다.
<베를리너 차이퉁>은 “비스마르크 동상 등 가해자 기념비 철거 논쟁이 한창인 베를린에서 피해자의 기념물을 해체하려 한 보기 드문 논쟁이 벌어졌다”며 “앞으로 행정법원이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고 했다.
헤럴드경제(수원)=지현우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4일 “대한민국 국민이자 경기도민을 대표하는 도지사로서 오늘 독일 베를린시장과 미테구청장께 소녀상 철거 방침의 공식 철회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고 관심 가져주시고 널리 알려달라”며 자신의 SNS를 통해 ‘평화의 소녀상은 국제인권법의 정신을 표현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재명 지사의 서한문 전문
친애하는 미하엘 뮐러 베를린시장, 슈테판 폰 다셀 미테구청장께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베를린시가 최근 한-독 양국 시민들의 노력으로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철거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저는 대한민국의 경기도민을 대표하는 경기도지사로서 우려를 표합니다.
일단 14일까지의 철거 명령은 법원 절차로 인해 보류됐지만 베를린시와 미테구의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한국의 국민들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일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된다면, 전쟁범죄와 성폭력의 야만적 역사를 교훈으로 남겨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염원하는 한국인과 전 세계의 양심적 시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게 될 것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만든 조각상인 평화의 소녀상은 이미 수개월 전 베를린시 도시공간문화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공공부지에 설립되었습니다. 이 같은 당국의 허가가, 일본의 노골적인 외교적 압력이 있은 뒤에 번복되는 것은 독일과 오랜 친선우호 관계를 맺어온 한국인들에게 커다란 상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일본은 세계 곳곳에 세워진 소녀상이 반일 국수주의(nationalism)를 부추기는 도구라고 주장합니다. 포용과 자유의 정신이 살아있는 베를린에 걸맞지 않은 철거 공문에도 그러한 일본의 논리가 스며 있었습니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를 대하는 한국인의 인식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서 보듯이 '개인의 청구권은 국가 간 합의로써 포기될 수 없다'는 것으로서 철저하게 국제인권법의 정신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소녀상을 꼭 한 번 찬찬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소녀상의 머리칼은 거칠게 잘려나갔습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끊긴 인연을 드러냅니다. 어깨 위의 작은 새는 결국 돌아오지 못한 영혼을 기리며, 소녀상 옆의 빈자리는 미래세대에 대한 약속을 나타냅니다. 소녀상의 어떤 면을 반일주의나 국수주의라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과거사를 진정으로 사죄하고 그 책임을 철저하고 지속적으로 이행하는 독일 정부와 국민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많은 한국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빌리 브란트 전 총리는 책임을 잊지 않는 것이야말로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 길임을 보여주었습니다.
하물며 사죄하지도 않는 과거를 청산할 길은 없습니다. 회복하지 못한 피해자들의 인권과 소녀상의 역사적 무게를 숙고하여 귀 당국의 철거 입장을 공식적으로 철회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전쟁범죄를 청산하고 동서분열을 극복한 평화의 도시 베를린에 항구적 평화가 깃들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경기도지사 이재명 deck91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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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과 오른쪽은 각각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