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생물의학연구센터에서 제조 중인 '아데노바이러스 백터 기반' 백신. 영국 아스트라 제네카사와 동일한 기술을 활용한 백신이다. 지난해 12월 말, 1상과 2상(2a) 실험을 승인 받았다.
백신 주권' 이들의 손끝에... 국산 백신 개발 현장을 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사투가 만 1년째를 맞고 있다. 각국에서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 회사가 개발한 백신 접종을 개시하면서 ‘국산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내 백신 개발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한 마디로, 백신 자급자족을 위한 시동이 본격적으로 걸린 단계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총 10곳의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 업체 중 임상시험이 승인된 업체는 6곳 정도이고, 대부분 1~2상을 진행 중이다. 이 중에 속한 한 제약사로부터 백신 기술을 이전받아 제조 및 품질 시험을 진행 중인 전남생물의약연구센터를 한국일보 뷰엔팀이 직접 찾아가 봤다.
전남생물의약연구센터 소속 원구원이 백신 원액이 담긴 시료 용기를 살펴보고 있다.
연구원들이 검체를 들고 검체 오염 여부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전남 화순에 위치한 전남생물의약연구센터에 들어서자 전신 방진복과 흰색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총 40여명의 센터 소속 연구원 중 30명 이상이 코로나19 백신 업무에 투입돼 임상실험용 시료를 생산하는 중이었다. 품질관리 총괄을 맡고 있는 이지은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구인력의 대다수가 투입돼 밤낮 가릴 새 없이 총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국내에서 바이러스를 취급할 수 있는 연구시설은 사기업까지 통틀어 2~3개 뿐인 만큼, 모두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남생물의약연구센터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으로서는 유일하게 바이러스 기반 백신 제조와 시험을 위한 음압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곳에서 제조 중인 백신 시료는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기반이다. 호흡기 바이러스의 일종인 아데노바이러스를 유전자 전달체로 이용하는 방식으로, 이 전달체에 코로나19의 항원 유전자를 주입해 세포 내로 운반하는 원리다. 우리 정부가 우선 계약을 체결한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이와 유사한 기술을 적용했다.
한 연구원이 백신의 역가시험을 위한 세포배양액 상태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있다.
연구원들이 백신의 역가시험을 위한 세포배양액과 검체(백신)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미 백신 물량이 확보된 마당에 국내 개발이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5,600만명 분의 해외 개발 백신 물량을 확보했고, 오는 2월부터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우선접종이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해외 백신만 믿고 의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잘라 말한다. 정부가 집단 면역을 위해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긴 했지만, 막대한 구매 비용과 불확실성 등을 고려한 장기적 관점에선 ‘국내 자체 기술’, 즉 ‘백신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다양한 형태의 백신이 있는 만큼, 각각의 부작용과 효능은 두고 봐야 아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입산 백신 접종 과정에서의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변수들을 국산 백신 개발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초기 백신 물량 확보 전쟁에서 밀려 기약 없는 '대기상태'에 처한 국가들도 국산 백신의 판로가 될 수 있다.
한 연구원이 백신의 역가시험을 위한 세포배양액 계대 과정 중 원심분리 전에 세포가 잘 혼합 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산 백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관문이 남아 있다. 각 임상시험 단계만 해도 3~4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마지막 3상을 통과하려면 1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 개발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지난해 새로 부임한 김강립 식약처장은 “당장은 상업적 가치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보다 장기적 차원의 국가 미래를 고려했을 때엔 국산 백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신에 대한 추가 수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자체 기술 개발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향후 코로나19가 독감과 같은 계절성 질환으로 굳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국산 백신 개발을 위한 국가적 지원은 해외 백신 수입 현황과는 무관하게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국산 백신 시료에 태극 문양이 비춰지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이지운 easy@donga.com·김소영 기자
코로나19 백신 승인 (PG) [장현경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국산 코로나19 백신,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 내년 초 허가 신청 셀리드, 진원생명과학도 긴급사용 승인 신청 예정 변이 바이러스 적극 대응…제넥신 후보물질 교체
국내 백신 5개사는 2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이광재 의원이 공동개최한 ‘국산 백신 로드맵, 코로나19 백신 자주권’ 토론회에서 백신 개발 현황과 국내외 출시 계획 등에 대해 밝혔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국산 백신 공급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후보물질 ‘NBP2001’과 ‘GBP510’ 중 하나의 프로젝트를 최종 선정해 개발, 내년 상반기 중 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상목 SK바이오사이언스 전략개발실장은 “올해 3분기 중에는 두 프로젝트에 대한 사람 대상 임상시험 중간 결과가 확인될 것이고 둘 중 하나를 최종 후보백신으로 선정해 임상 3상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불확실성은 있지만 내년 상반기, 늦어도 내년 중에는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NBP2001은 지난해 11월 임상 2상에 진입했고 GBP510는 지난달부터 임상 1/2상에 들어갔다. NBP2001은 코로나19 표면 항원 단백질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이며, GBP501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코로나19 표면 항원 단백질을 만든 재조합 백신이다.
이 실장은 “팬데믹 상황에서 긴급 포트폴리오가 아닌, 장기 최적화된 백신 효과와 경제성, 유통 편의성, 연구개발(R&D)역량 등을 바탕으로 선정한 백신”이라면서 “다른 백신보다 조금 늦더라도 게임 클로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바이오로직스도 내년 초 국내 허가 신청을 계획한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유코백19’의 임상1/2상 계획을 승인받아 진행 중이다.
유코백19는 SK바이오사이언스 ‘노바백스’와 같은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백신이다. 백영옥 유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임상 1상에서 저용량 25명, 고용량 25명을 이달 중순부터 투여하고, 2상에서 250명을 대상으로 5월 말까지 투여할 예정”이라며 “올해 하반기 중 3상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3상 중간결과를 바탕으로 빠르면 연말 혹은 내년 초 판매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셀리드는 아데노바이러스 백터 기반 백신 ‘AdCLD-CoV19’에 대한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강창률 셀리드 대표는 “오는 3월 중순 2a 150명의 임상을 마치고 6월 초순 1000명을 대상으로 2b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임상 2상에서 안전성 및 면역원성을 확증하면 8월에는 긴급사용 신청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진원생명과학 역시 DNA 백신 ‘GLS-5310’에 대해 내년 5월 출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정문섭 진원생명과학 연구소장은 “오는 11월 공급용 백신 생산에 착수하고 12월에는 국내와 인도에서 임상 3상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내년 4월 중간결과를 확보한 후 긴급사용을 신청하면 5월에는 긴급사용 승인을 받고 백신을 출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원생명과학은 GLS-5301 외에도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국내외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코에 뿌리는 예방약에 대해서도 미국에서 2상을 하고 있다. 제넥신(095700)은 3월부터 2a/b상 진행 예정이며 올해 안에 긴급사용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의 DNA 백신.(사진=연합뉴스)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 입증 방침
국내 백신 개발사들은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에서 나타나는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능이 있는 백신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이상목 실장은 “빌게이츠 재단과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혈청의 양을 늘릴 수 있는 백신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백영옥 대표는 “우리 백신은 코로나19가 인간 호흡기 수용체에 결합하는 부위(RBD)에 항체를 만들어내 변이 바이러스 방어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달 내 국가기관을 통해 변이주 분양을 받아서 생체 내 중화반응을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문섭 소장은 “실험동물 위탁생산 기관과 계약을 체결해 바이러스 공격 감염 예방 평가에 착수했다”며 “기존 백신에 남아공 스펙 항원 성분을 추가해서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넥신(095700)은 변이 바이러스를 타깃으로 후보물질을 바꿔 임상을 진행 중이다. 우정원 제넥신 연구소장은 “‘GX-19’를 개발하다가 변이 바이러스가 나온 뒤 ‘GX-19N’으로 교체해 개발하고 있다”며 “임상 1상에서 이틀 만에 20명에게 투여를 마쳤고 3월 초 2a상에서 150명 대상 투여를 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55세 이상 환자 30명을 모집해 고령자에게도 임상 1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임상 3상, 감염병 통제 상황에서 수행 어려워…더욱 더딜 것 "통상 몇십 년 걸리는데…후발주자라고 실패라 보긴 어려워"
다국적 제약사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개발이 끝나 해외 곳곳에서 접종이 본격화하는데 국산 백신 생산은 더딘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늦더라도 국내에서 개발한 백신을 바탕으로 '백신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승인받은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은 총 6건이다. 미국 이노비오가 개발하고 국제백신연구소가 승인받은 백신을 제외하고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 중인 백신은 총 5개다. 이들은 모두 개발 초기 단계인 임상 1상 혹은 1·2상 중이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미 임상 3상을 완료하고 긴급사용승인 등 절차를 거쳐 미국, 유럽 등지에서 접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 시점이 해외보다 늦어 백신의 필요성도 뒤늦게 인식하게 된 점을 국내 백신 개발이 늦어진 원인으로 꼽는다. 이에 따라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한 시점도 1∼2달 늦어졌는데, 전례 없는 글로벌 수준의 초고속 백신 개발전에서는 이 정도 지연이 큰 격차를 벌렸다는 설명이다.
백신 종류에 따른 차이도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1년도 안 되는 기간 안에 개발에 성공한 백신은 모두 mRNA 방식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유전자를 RNA 형태로 주입해 체내에서 표면항원 단백질을 생성한 뒤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기전이다. 국내 제약사 개발 후보물질 중에서는 mRNA 백신이 없다. DNA 백신 2건, 재조합 백신 2건, 바이러스벡터 백신 1건이다.
특히 재조합 백신의 경우 B형간염, 자궁경부암 등 다른 질병 예방 백신에도 오랜 기간 사용돼 안전성이 입증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하지만, 항원 단백질을 체외에서 만들어 주입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까다롭다. 임상 1·2상이 마무리돼도 대규모 시험인 임상 3상은, 더욱더 더디게 진행될 전망이다.
임상 1·2상에서는 백신 후보물질을 투여한 후 개별적인 피검사를 통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형성됐는지 확인한다. 하지만 임상 3상에서는 피험자들에게 백신을 투여한 뒤 일상생활에서 감염 예방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국처럼 감염병 발생이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행이 어렵고 해외 다국가 임상이 불가피하다.
다만 이를 두고 국산 백신 개발을 '실패'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게 의료계와 제약업계 전반의 입장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몇십 년 걸리는 백신 개발이 이번에 몇 달 늦었다고 해서 이걸 '실패'라고 봐야 하냐"고 반문했다. 제넥신의 임상 실험 관계자도 "국내 제약사들도 기존보다 빠르게 개발하고 있고 허가 절차도 신속하지만, 워낙 해외 개발사들이 전투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더디게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 늦더라도 국내에서 개발된 백신을 바탕으로 '백신 주권'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기존 (mRNA 등) 백신들의 단점이 드러날 수도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어떤 종류의 백신이 최선일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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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공장.(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제넥신 등 국산 백신 개발 5개사 자주권 채비 '박차
SK바이오사이언스 "3분기 중간결과 확인 후 대규모 3상 진행" 제넥신 "1~2상 결과 바탕으로 해외 임상 협력 계획" 유바이오로직스 "하반기 3상 진입 목표" 5개사 "코로나19 백신 임상·비용 지원해달라"
[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국산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업체들이 해외보단 늦더라도 백신 자주권 확보를 위해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 백신 개발 5개사(SK바이오사이언스·셀리드·제넥신·유바이오로직스·진원생명과학)는 2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이광재 의원이 공동 개최한 ‘국산 백신 로드맵, 코로나19 백신 자주권’토론회에서 백신 개발의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날 SK바이오사이언스 이상목 전략기획실장은 “SK 독자 후보물질은 임상 1상,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후보물질은 임상 1, 2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3분기(7~9월) 중간결과를 확인하고 대규모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GBP510과 NBP2001이라는 재조합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GBP510은 작년 12월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 1·2상 승인을 받았다. GBP510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 ‘재조합 백신’이다.
백신의 표면항원 단백질이 면역세포를 자극해 중화항체를 형성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작용 원리를 갖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입하는 경우 항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제거한다. 이와 별도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작년 11월23일 또 다른 코로나19 재조합백신 ‘NBP2001’의 1상을 승인받았다. NBP2001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 항원 단백질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셀리드 강창율 대표 역시 “아데노바이러스를 사용하는 플랫폼을 통해 개발해 임상 1, 2상을 동시 진행하고 있다”며 “항체의 단기적인 예방효과와 T세포의 장기적 예방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자사 제품의 안전성과 면역반응 유도 능력을 강조한 제넥신 우정원 사장은 “1, 2상 결과 바탕으로 해외 임상 협력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으로 발제에 나선 유바이오로직스 백영옥 대표는 “자사가 개발 중인 백신은 높은 중화항체를 유도하는 장점이 있다”며 “현재 임상 1상을 준비 중이고, 올 하반기 중에 임상 3상에 진입하는 게 목표”라고 언급했다. 진원생명과학 정문섭 연구소장은 개발 중인 백신이 부작용이나 알러지를 유발하는 성분을 함유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내년 4월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고, 5월쯤 백신을 출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함께한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단장은 5개 개발사가 제기한 애로점에 주목했다. 묵 단장은 “현재 국산 백신 개발에 연간 100억원이 안되는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올해에는 약 680억원 상당의 백신 임상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백신 후보가 나오면 집중 지원한다는 기본 원칙도 밝혔다.
이광재 의원은 “많은 업체들에서 국제적 기준을 명확하게 해 한 단계 한 단계 정확하게 넘어갈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3상부터는 5000억원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임상시험을 지원해주는 펀드를 만들어 대규모 임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신현영 의원은 “2021년 코로나 백신 접종 첫해를 맞이해 백신 자주권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며 “개발 중인 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전략 공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을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이 회사를 비롯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15곳이 우한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백신 주권 늦었지만, 변이 바이러스 잡을 ‘국산 1호’ 코로나 백신 속도전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내년 초 출시 목표 제넥신 "연내 긴급 사용 승인 목표로 개발" 진원생명과학·지아이셀 등 변이 바이러스 대응
유바이오로직스, ‘노바백스’와 같은 방식 셀리드, 올해 긴급사용신청 계획 목표
국산 1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70여국에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출몰하고 백신 물량은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은 백신 개발 후발주자지만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상황이 좀처럼 사그라들 것 같지 않아, 신규 백신 개발에 성공만 한다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국내 제약사는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백신 개발 역사가 짧고, 자본력, 연구개발 역량이 부족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독감처럼 계절마다 백신을 맞아야 할 경우, 안정적 접종과 자주권 확보를 위해 국산 백신 개발은 필요하다는 게 정부,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새롭게 출몰한 변종 바이러스에 대응하고, 향후 발생할 신종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는 역량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라도 ‘국산 백신’ 개발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는 후발주자지만, 완주에 의미를 두겠다는 의지를 갖고 개발에 나서고 있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셀리드, 유바이오로직스, 제넥신등 5개사가 대표적이며, 내년 출시를 목표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 SK바이오사이언스·제넥신 "내년 상반기 출시 목표"
SK바이오사이언스와 제넥신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앞서 있다. 20년 전부터 백신 공장을 세우고 연구개발(R&D)에 주력해온 SK바이오사이언스와 제넥신은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각각 개발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을 내년 상반기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 ‘NBP2001’과 ‘GBP510’ 중 최종 후보자를 선정, 올해 내 임상 3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상목 SK바이오사이언스 전략개발실장은 "SK가 개발하는 독자 후보물질 NBP2001은 임상 1상,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후보물질 GBP510은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라며 "올해 3분기쯤 중간결과를 확인하고 대규모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두 가지 백신 후보물질인 NBP2001과 GBP510을 두고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NBP2001은 지난해 11월 임상 2상에 진입했고 GBP510은 지난달부터 임상 1·2상에 돌입했다. NBP2001은 코로나19의 표면 항원 단백질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이다.
GBP510은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드는 백신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글로벌 백신보단 늦더라도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실히 검증된 코로나19 백신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면서 "범정부 지원 아래 성공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제넥신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을 자신한다. 회사는 국내에서 오는 3월 임상 1상을 완료하고, 임상 2a상을 진행해 연내 긴급사용승인을 목표로 한다. 제넥신은 국내에서 가장 빨리 코로나19 백신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갑작스럽게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기존 ‘GX-19’에서 ‘GX-19N’으로 변경, 새로운 백신 후보물질로 처음부터 다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새로운 백신 후보인 GX-19N은 기존에 제넥신의 백신 후보물질인 GX-19와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해 안전성을 확보했으며, 기존 스파이크(Spike) 항원에 높은 서열보존성을 가진 뉴클리오캡시드 항원을 추가 탑재했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고안된 백신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성영철 제넥신 회장은 "동물실험 등을 통해 폭넓고 강력한 T세포 면역반응 및 향상된 항체반응을 확인했다"면서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임상 3상 진입 시기는 조금 늦어질 수 있겠지만,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인 우수 백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유바이오·셀리드, 백신 개발에 속도
유바이오로직스는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유코백19’ 임상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고 조기 품목허가를 받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후보물질은 SK바이오사이언스, 미국 노바백스의 백신과 비슷한 ‘유전자 재조합 백신’으로 분류된다. 회사는 유코백19의 임상 1상은 2분기쯤에, 임상 2상은 올해 3분기 초에 각각 마무리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백영옥 유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올해 하반기 중에 임상 3상에 진입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셀리드가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과 유사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한 백신이다. 셀리드는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기반 백신 후보물질 ‘AdCLD-CoV19’에 대한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강창율 셀리드 대표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사용하는 플랫폼을 통해 개발해 임상 1, 2상을 동시 진행하고 있다.
3월 150명의 임상 2a를 마치고 6월 초순 1000명을 대상으로 임상 2b를 진행할 예정이다"라면서 "임상 2상에서 안전성 및 면역원성을 확증하면 8월에는 긴급사용 신청을 계획한다"고 말했다. 진원생명과학은 DNA 백신 후보 ‘GLS-5310’의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DNA 백신 ‘GLS-5310’에 대해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한다. 최근 회사는 코로나19 백신 ‘GLS-5310’의 남아공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능력을 평가하는 공격 감염 동물실험에도 착수했다. GLS5310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비하고자 ‘ORF3a’ 항원을 추가한 코로나19 백신이다.
정문섭 진원생명과학 연구소장은 "내년 4월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고, 5월쯤 백신을 출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지아이이노베이션 자회사 지아이셀도 국제백신연구소(IVI)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개발을 시작했다. 현재 지아이셀은 자체 보유한 단백질 백신 개발 플랫폼인 GI-COV-VAX를 이용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IC-1114/1114m’을 개발 중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 형성뿐 아니라 T세포 반응 유도를 통해 향후 변종 바이러스에 향상된 예방 효과를 낼 것으로 회사는 기대한다.
◇ "최종 허가 관문까진 지켜봐야" 신중론도
국내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은 기적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다. 이 업체들의 백신 개발이 최종 허가 관문으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년 변이에도 대응할 백신 개발이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아직 선진국 개발사에 비해 매우 더딘 개발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종 임상 3상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백신 후발주자인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백신 개발 전략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백신 업체들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변이 바이러스 출몰 이전에 임상을 마친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효과관련 데이터가 없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박사는 "변종 바이러스가 언제 어디서든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신규 백신 개발 등의 대응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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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백신 주사기을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이번 토론회는 국회의원 회관 제1영상 간담회의실과 유튜브 채널 ‘신현영TV’와 ‘오마이뉴스TV’를 통해 동시 생중계된다.
코로나19 국산백신 개발 5개사, 한자리에 모인다
코로나19 출구전략 위한 백신자주권 확보 및 상황점검 토론회 개최 신현영 의원 “개발현황과 정책적지원 필요한 부분 등 점검할 것”
엔데믹 시대에 ‘백신자주권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백신자주권을 강조했다. 이에 국내 코로나19 백신개발 5개사가 뭉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일 ‘미래와의 대화, 코로나 클린국가로 가는 길: 국산 백신 로드맵, 코로나19 백신 자주권’ 토론회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광재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공동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2일 오전 8시에 국회의원 회관 제1영상간담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되는 이번 토론회에는 코로나19 국산 백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내 5개 기업(SK 바이오사이언스·셀리드·제넥신·유바이오로직스·진원생명과학)이 ▲백신개발현황 ▲각 제품별특징 ▲연내 개발가능성 타진 및 변이 바이러스에 대비한 각 업체별 전략 등을 중심으로 발제에 나선다.
또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묵현상 단장도 참여해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 코로나19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 2건을 비롯해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유바이오로직스 등이 개발 중이며 모두 1상에서 1/2a상 단계에 있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는 합성항원백신을 개발 중이다.
아울러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은 DNA백신, 셀리드는 벡터백신을 개발 중에 있다. 반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과 같은 mRNA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회사는 아직 없는 상태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신현영 의원은 “2021년 백신접종과 치료제개발로 코로나19에 맞설 우리의 역량은 달라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백신자주권확보가 필수적인 과제인 만큼 이번 토론회를 통해 개발현황을 점검하고 정책적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꼼꼼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유튜브 채널 ‘신현영TV’와 ‘오마이뉴스TV’를 통해 생중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