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에 얽힌 오해와 진실
[[머니위크]수출 효자, 국내선 '미운 오리'…
식약청·미국 FDA 등 '인체 무해' 발표에도 여전히 불신 팽배]
식품첨가물 L-글루타민산나트륨(MSG)이 국내에서의 편견을 딛고 수출효자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때 '유해물질'이라는 오명까지 썼지만 매년 해외수출 물량은 증가 추세다.
실제 MSG 수출량은 2008년 4166톤에서 2009년 6494톤, 2010년 1만274톤, 2011년 1만2730톤 등 꾸준한 상승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에서의 MSG 소비가 그만큼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일본은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MSG 양이 2011년 7722톤으로, 2008년 대비 262%나 증가했다.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국가는 물론 미국, 중국, 대만, 호주 등 세계 각국의 MSG 수입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MSG를 생산하고 있는 대상㈜의 MSG 매출액 현황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감지된다.
이 회사의 국내 MSG 매출액은 1990년 이후 2011년까지 360억원 증가에 그친 반면, 수출을 포함한 해외매출은 같은 기간 2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한국에서의 MSG에 대한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선 아직 긍정적이지 못한 탓이다.
◆미얀마 제외 MSG 금지국가 '全無'
그러나 사실상 전세계적으로 MSG 사용을 금지한 나라는 미얀마를 제외하고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얀마는 '국왕이 MSG를 싫어해 금지시켰다'는 설이 있지만 실제는 다양한 형태로 MSG 사용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증언이 많다.
일본,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MSG를 안전한 조미료로 인정한다.
월간 < 일본주류식품통계 > 2009년 6월호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MSG 사용량이 늘고 있으며, 20~30대 젊은 계층의 사용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 등 일부 동남아 국가들과 중국 역시 일부 소비자들이 MSG 안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만 정책당국에서는
MSG를 여전히 안전한 조미료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MSG에 대한 시선이 차갑다. 최근 모 종합편성채널에서 조미료에 대한 해묵은 논란을 불러
일으켜 관심을 끈 것만 해도 그렇다.
식약청과 미 식품의약국(FDA) 등 기관과 학계에서 MSG를 평생 먹어도 안전한 물질로 규정하고 있는 터라, 해당 프로그램은 소비자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해 시청률 향상을 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각에선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제시한
'MSG 선택제'의 경우 '조리과정 중에 MSG를 첨가함으로써 나트륨 섭취를 줄일 수 있다'는 기본적인 MSG 사용법을
무시한 제안이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한 식품첨가물인 MSG만 사용하더라도 가격
부담을 다소 낮출 수 있다"면서 "그러나 소비자의 차가운 시선 때문에 MSG 사용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MSG=화학조미료' 오해 왜?
그렇다면 진짜 MSG가 몸에 해로운 것일까. MSG(Mono Sodium Glutamate)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필수아미노산의
한 종류인 글루탐산 88%와 12%의 나트륨으로 구성된다.
글루탐산이란 단백질을 구성하는 20가지 아미노산 중 한가지로 모유나 우유, 치즈 등의 유제품과 육류, 감자, 완두콩,
토마토, 옥수수 등 우리 주변 자연식품에도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성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MSG를 화학조미료로 인식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MSG는 효모와 마찬가지로 '발효소재'라 할 수 있다.
MSG의 주원료는 아직 정제하지 않은 설탕(원당) 또는 당밀이다. 정제·멸균한 원료에 영양액을 혼합하고, 글루탐산을
생산하는 미생물을 투입해 40여시간 동안 발효 후 글루탐산을 배출하게 된다.
이 글루탐산에 나트륨을 붙이면 MSG가 완성된다.
이 같은 과정 때문에 MSG는 '발효조미료'로 불리기도 하며 일본에서는 '아미노산조미료'라 표기하기도 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MSG가 화학조미료로 오해 받게 된 것은 60년대 이후 경제성장 과정에서 '화학'이라는 단어가 '새롭고 첨단화된' 느낌으로 소비자로부터 선호도가 높았는데 이 점을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MSG에 대한 논란은 1968년 미국에서 제기된 '중화요리증후군'을 계기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
12월 ㈜럭키(현 LG생활건강)가 '맛그린'을 시판하면서 MSG 유해성 논란이 처음 점화됐다.
'맛그린'은 CJ제일제당의 '다시다' 등에 유해성 논란이 있는 MSG가 다량 함유돼 있다고 강조하면서 국내에서 MSG 유해 논란을 일으켰다.
◆식약청·미 FDA "MSG 섭취해도 인체 무해"
당시 그 여파로 소비자들에게 MSG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식품회사들은 대부분의 먹거리에서 MSG를
빼기 시작했다.
그러나 '맛그린'도 실질적으로는 MSG만 제외했을 뿐 핵산이나 합성향 등 다른 화학적 첨가물을 여전히 사용해 사실상
자연조미료라고 말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었다. 결국 '맛그린'은 MSG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만 남기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결론적으로 말해 MSG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 지난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은 MSG는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유엔 식품첨가물 전문가위원회(JECFA) 역시 1973년 MSG의 ADI(섭취 허용 한계량)를 153밀리그램으로 설정했다가
1987년 230개의 연구결과를 검토한 후 'MSG는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 이미 설정했던 섭취 허용량을 철폐했다.
미 FDA도 1995년 '현재 조미료로 사용하고 있는 수준에서 인체에 해를 준다는 증거나 이유가 없다'고 공식발표했다.
국제 글루타메이트 기술위원회가 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식품성분별 상대적 독성실험 결과에서도 MSG보다는 소금의
치사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선 외면 받는 MSG. 그러나 해외만 나가면 '효자상품'이 돼 돌아오는 현상은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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