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악성채무 11조원 ‘턴다’...회수불능 채권 사들여 소각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11조원 규모의 소액 장기연체 채권 소각으로 최소 100만명 이상의 신용불량자가 제도권 금융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이들 소액 연체자의 채권을 대신 매입해 소각함으로써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새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반복됐던 부채탕감 공약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민들의 실질적인 경제활동 복귀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자리 창출, 임금인상 등의 실질소득 증대가 없이 부채만 탕감한다고 해서 본래의 정책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무탕감은 악성채무에 시달리는 서민들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실질소득
확대를 통해 신용을 회복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탕감 대상 채권은 ‘회수불능’ 채권…1000만원 미만의 10년 이상 연체 채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탕감 대상 채권은 1000만원 미만의 10년 이상 연체된 채권이다.
사실상 소멸시효가 완성된 회수 불능 채권으로 볼 수 있다.
그 규모는 약 11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내각이 구성된 이후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회수 불능 채권
1조9000억원을 소각하기로 했다. 대상자는 43만7000여명이며 1인당 435만원 정도의 부채가 사라지게 된다.
여기에 자산관리공사 등 금융공공기관 등을 통해 국민행복기금이 회수하지 못한 기타 악성채무를 단계적으로 매입해
소각하는 방침도 추진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서민들의 악성채무를 정부가 대신 갚아주고 이들이 경제활동에 다시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채무 탕감을 통해 가계부채를 양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탕감 대상 채권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이라며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채권 관리에 따른 금융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서민 입장에서도 제도권 금융으로 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소위 ‘죽은 채권’ 부활 금지법도 추진할 예정이다.
해당 법은 대부업체나 채권추심업체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매입해 소멸시효를 부활시킨 뒤 추심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해당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 등이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통상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다.
채권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에 대해 채권추심을 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채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기존 채권자는 해당 채권을 대부업체나 채권추심업체에 헐값에 매각한다. 추심업체나 대부업체들은 소멸시효를 부활시키는 방식으로 채권 추심을 이어간다. 채무자가 변제 의사를 밝히거나
소액이라도 변제할 경우 소멸시효는 부활하게 된다.
◆ 박근혜 정부의 ‘감면’보다 더 나간 ‘완전 소각’
악성채무에 대한 부채탕감은 새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추진됐던 단골정책이다.
박근혜 정부 역시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약 322만명의 장기 연체자를 구제하겠다고 공약했고 정권을 잡은 뒤에도
부채 감면을 통해 약 287만명에 혜택을 부여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부채탕감 정책은 ‘완전 소각’과 ‘감면’이라는 측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매입한 부실채권을 채권 원금액 대비 2~3%에 매입해 전체 채무액 중 90%를
감면했다.
완전 소각이 아닌 감면 수준에서 채무를 줄였기 때문에 채무자의 상환 의무는 계속됐다.
그 결과 국민행복기금은 총 5912억원의 돈을 투입해 평균 채권 원금액 대비 2% 수준에서 사들인 뒤 추심을 통해
1조6517억원을 거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서민 부채 탕감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정부 산하기관이 추심장사를 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받았던 비판을 감안해 감면이 아닌 완전 소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소각 대상 채권은 사실상 회수 불능 채권으로 추심의 의미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부채탕감 계획에 대해 금융권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취지에 공감하고 있지만, 이벤트성으로 단기적인 목표에만 매몰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선진국 사례에서도 정부가 나서서 일반 서민들의 부채를 일괄적으로 탕감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개인 별로 다른 채무 조건과 변제 상황을 고려한 뒤 감면 혹은 탕감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1000만원 채무에 10년 이상 연체채권이면 저소득층에게는 사실상 부채를 상환할
여력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문제는 재정인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줄곧 선심성 정책만 내놓고 재원에 대해서는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부채탕감' 문제가 주요 화두로 급부상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조6000억원 규모의 악성채무를 사실상 탕감해 203만명의 신용불량자들이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을 내놨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490만여 명의 생계형 부채 보유자에게 국가가 '신용대사면'을
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대선주자들은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뇌관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채무탕감'이 불가피하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지만, 국가 주도로 부채 탕감이 진행되면 금융시장 내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
되면서 논란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문 전 대표는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위기의 가계부채, 서민을 위한 해법'을 주제로 캠프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고 "회수 가능성은 없는데 채권은 살아 있어 채무자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약
203만명이 지고 있는 22조6000억원 규모의 회수불능채권에 대해 채무감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선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11조6000억원어치 회수불능채권이 감면 대상이다.
현실화할 경우 103만명이 수혜를 보게 된다.
또 연체가 계속되면서 신용정보회사 등을 떠돌고 있는 100만여 명의 장기연체채권 11조원어치에 대해서도 감면을 실
시한다는 계획이다.
장기 연체자들이 신속하게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에서다.
문 전 대표의 경선캠프인 '더문캠'의 홍종학 정책본부장은 "이 같은 불량채권에 대해서 사실상 탕감에 가깝게 채무감면을 단행하면 203만여 명이 경제활동에 나설 수 있게 된다"면서 "어차피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들을 과감하게 탕감해주면 신용불량자들이 새 출발을 할 수 있어 소비 진작과 경제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행복기금 측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다음달부터 원금 상환 능력이 없는 채무자에 대해선 빚의 90%까지 탕감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문 전 대표의 공약과 발을 맞췄다.
전문가들도 가계부채가 위기 수준까지 치솟은 만큼 채무탕감 프로그램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미국이 1978년 '구제와 새 출발'을 강조하는 '연방파산법'을 개정한 것을 모델 삼아 우리나라도 회수 불가능한 채권에 대해선 과감히 탕감을 실시해 경기활성화의 기폭제로 활용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국가 주도의 채무 탕감의 경우 금융시장 내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계부채 규모가 1300조원을 넘는 만큼 23조원어치에 대한 채무탕감은 충분히 해볼 만한 수준"이라면서도 "민간 시민사회나 자산관리공사와 같은 기구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면 될 일을 정부가 주도하는 것으로 홍보할 경우 채무상환 의무를 소홀히 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장기연체채권의 경우 자산관리공사 등에서 우선 매입해주기만 해도 채무자는 추심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서 "조용히 처리하면 될 일을 정부가 나서서 탕감해주겠다고 발표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가계부채 총량관리제를 도입할 방침도 시사했다.
그는 "가계부채 총량관리제를 도입해 가계부채가 더 늘지 않게 하겠다"며 "가계부채 증가율을 소득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50%를 넘지 않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경우 당장 저소득층의 채무상환부담이 늘면서 취약계층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채가 많은 저소득층의 경우 150%라는 가계부채 비율을 맞추기 버거운 게 현실"
이라면서 "문 전 대표의 가계부채 공약은 저소득층의 재무부담을 덜어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가계부채 총량관리제는 오히려 취약계층에 예상보다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문 전 대표는 이날 이자율 상한 하향 조정, 주택 안심전환대출 2금융권으로 확대 등 다양한 가계부채 대책도
내놨다.
그는 "이자제한법상 이자제한율 상한은 25%이지만 주로 서민이 이용하는 대부업은 27.9%로, 똑같이 20%까지
인하하는 등 서민 이자 부담을 낮추겠다"며 "제2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을 위해 10%대의 중금리 서민대출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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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딜레마… 풍선효과 부작용 우려
특히 한국 경제의 뇌관인 1344조원의 가계부채 처리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선 공약으로 3대 근본대책과 7대 해법을 제시했다. 3대 근본대책은 소득주도 성장정책, 취약계층 부담 경감, 금융
소비자보호 우선의 금융정책이다.
7대 해법은 가계부채 총량관리, 빚 내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 구축, 고금리 이자부담 완화, 소액·장기연체 채무에 대한 과감한 정리, 소멸시효가 완성되거나 임박한 죽은 채권 관리 강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금융소비자보호 전담 기구 설치, 비소구 주택담보대출 확대 등이다.
하지만 실수요자가 필요할 때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1금융권에서 2금융권, 2금융권에서 대부업체로 대출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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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
금융권 한 관계자는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DSR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은행권의 가계대출 성장 모멘텀이 둔화될 수 있다”며
비소구 주택담보대출 확대도 주목된다. 비소구 담보대출은 담보로 잡힌 주택의 가격이 대출금 이하로 떨어져도 주택만 반납하면 추가로 남은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책임한정형 주택담보대출이다.
금융권에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정책 취지는 좋지만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반응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새로운
◆널뛰는 물가 잡을까
가계부채 해소와 더불어 ‘물가안정’도 J노믹스 서민경제 활성화의 첫 단추다.
그동안 탄핵부터 대선정국까지 어수선한 틈을 타 라면, 치킨, 맥주, 음료 등 대표적인 서민 먹거리의 가격이 쉴 새 없이 널뛰었다.
인상 시기를 놓친 업체들은 새 정부 출범에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부 출범 초기엔 섣불리 가격인상에 나서기 어렵다”며 “대선 이전에 재빠르게 가격을 올린 업체들만 한숨 돌린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실제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식품가격인상 대응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정경화/앙드레 프레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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