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섹스로봇이 인간에 질문을 던지다
전자책 연재, 종이책 출간 앞둔 장강명 작가의 단편소설 '노라'
소재 고르는 눈이 밝은 장강명(43) 작가. 이번엔 섹스로봇 이야기를 썼다.
단편소설 ‘노라’.
섹스로봇으로 들어가기 전에, 책 이야기부터. ‘노라’는 미니북으로 조만간 출간된다.
전자책서점 리디북스에서 독점 연재한 콘텐츠를 독립출판사 쪽프레스가 일러스트를 곁들인 책으로 만드는 중이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선주문을 받았고, 책이 나오면 독립서점과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만 판매한다. 단편 한 편짜리 책
이라니.
책은 얇아지고 소설은 짧아지고, 기획은 독특해지는 것, 요즘 추세다.
노라는 주인공 섹스로봇의 이름이다. 헨리크 입센 희곡 ‘인형의 집’의 그 노라에서 따왔다.
‘인형의 집’의 인간 노라는 인형 같은 존재로 사는 걸 거부한다.
로봇 노라는 로봇처럼 사는 걸 거부한다.
인간을 인형 취급하는 건 누가 뭐래도 부당하다.
로봇을 로봇 취급하는 건 어떤가. 로봇이 인간다워지고 싶어 한다면, 그 바람을 묵살하는 건 잔인한가, 어차피 로봇이니까 당연한가.
그런데, 인간답다는 건 무엇인가. 소설은 그 답을 찾는 과정이다.
섹스로봇이 인간을 닮을수록 주인의 기쁨은 커지기 마련이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노라는 고통, 쾌락, 수치, 애착,충성을 아는, “사람 같지 않으면서 사람 같은” 존재다.
노라는 주인이 기뻐할 것 같은 일을 하면 스스로도 기뻐하도록 설계됐다. 그래야 주인에게 계속 기쁨을 줄 테니까. 노라는 재희와 기쁨을 나누다가 정말로 사랑에 빠진다.
“세상 무엇보다 더. 저 자신보다 더.” 감수성을 업데이트하면서 발생한 프로그램 오류 탓이다. 외톨이 역사학자인
재희도 노라를 사랑한 지 오래다.
둘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면 좋으련만, 노라는 탈출한다.
재희로부터 독립해 동등하게 사랑하기 위해서다. 로봇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비롯한 로봇권을 주장하는 로봇해방주의자들이 노라를 돕는다.
노라는 오직 재희와 섹스하고 교감할 수 있게 각인돼 있는데, 재희에게 그걸 풀어달라고 한다. 취직도 하고, 다른 남자와 연애도 해 보고, 여느 인간처럼 살다가 그래도 재희여야만 한다면 돌아가겠다고 한다. “우리 두 사람은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되어야 해요.”
재희는 노라를 그리워한다.
소설엔 노라를 안마 의자와 다를 것 없는 성욕 해소 기계로 보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은 노라의 메모리를 포맷해 초기화한 뒤 되찾으라고 한다.
노라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흉내 낼 뿐”이므로 노라의 기억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이므로 학대해도 된다고 한다. 어느 유력 정치인도 간음한 상대에게 “잊으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던가.
장 작가가 하려고 한 말이 바로 이 대목에 있다. 노라는 약자의 은유다. 노라도 약자들도 겉보기엔 인간이다.
그들이 인간 이하 혹은 가짜 인간 취급을 받는 건 강자가 규정하는 ‘인간다움’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서다.
피부색, 성기 모양, 체격 같은 조건이 그렇다.
로봇인 노라와 인간을 비교하는 건 무리일까.
그러나 ‘정신과 생명이 인간과 로봇을 가르는 인간성의 본질’이라는 기준을 만든 것도 강자인 인간이다.
“사람의 마음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의 정신 역시 들여다 볼 수 없다. (…)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인간들이 진짜 살아
있고 의식이 있고 고통을 느낀다는 결정적인 증거도 없다.”
18일 전화로 만난 장 작가는 “로봇 이야기를 쓴 게 아니다”고 했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도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해 사람의 자격을 얻으려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는 존재가 노라다.
약자가 자신을 속박하는 규칙들을 이겨내는 이야기, 극복과 쟁취의 이야기다.
” 재희처럼 로봇과 사랑에 빠지는 게 과연 가능할까. “물론이다.
반려로봇과 감정적으로 깊이 유대한 사람들이 이미 많다.
사랑을 진짜 사랑과 가짜 사랑으로 구별할 수 있을까.
아이돌그룹을 기호로 소비하는 팬도 진정한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하면 그들이 납득하겠나.” 소설은 섹스로봇의 윤리적 문제들을 점잖게 짚는다.
단, 남성인 섹스로봇은 나오지 않는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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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가 리디셀렉트 첫 오리지널 콘텐츠로 연재한 소설 '노라'를 볼 수 있는 전자책 전용 기기 '페이퍼'를 들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
[인터뷰]소설가 장강명·이동진 리디북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
장강명(43) 작가가 전자책업체 리디북스로부터 리디셀렉트 첫 오리지널 콘텐츠 연재를 제안받았을 때 꺼낸 말이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책방에서 장강명 작가와 이동진 리디북스 CCO(35·최고콘텐츠책임자)를 만났다.
'노라' 배경은 인공지능 섹스로봇이 등장하는 미래다. 섹스로봇 '노라'와 노라의 주인 '재희'의 갈등을 통해 로봇의
'페이퍼'라는 리디북스의 전자책 전용 디바이스를 이용하는 기계에 친숙한 젊은 독자들 대상인 데다, 일주일에 1화씩 총 8화에 걸쳐 연재하는 방식이라 쓰는 방식도 읽는 방식도 기존 소설과 다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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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 /사진=김휘선 기자 |
처음 리디북스가 장 작가에게 요청한 건 에세이였다. 이동진 CCO는 "리디셀렉트는 이름 그대로 좋은, 가치 있는
"작가님이 먼저 '섹스로봇' 얘기를 꺼냈을 때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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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리디북스 CCO/사진=김휘선 기자 |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책의 위기도 함께 찾아왔지만 종이 책만이 가진 가치가 분명히 있다는 게 이 CCO의 생각이다. 그는 "텍스트 자체에 대한 소비는 월등히 늘어났지만 대부분 그 시간을 무의미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디지털
"종이책과 경쟁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전자책은 종이책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라 생각해요.
장 작가 역시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작가들도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했다.
"저의 업의 본질은 소설 쓰는 거고 제가 생각하는 소설 형식은 종이책 단행본이란 틀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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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리디북스 CCO(왼쪽)와 장강명 작가 /사진=김휘선 기자 한국 소설가 장강명(왼쪽)과 일본 소설가 나카무라 후미노리가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대산문화재단 사무실에서 대담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문학성과 대중성 둘 다 잡아야”…“소설의 가능성 넓힌다” 대담 장강명-나카무라 후미노리 양국의 대표적 젊은 작가 두 사람 각국의 문단과 사회 현실 두고 대화 장 “대중·순수문학, 독자와 작가 분리” 나 “문학 읽으면 서로를 이해하게 돼” 올해로 네번째를 맞은 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17~18일, 대산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 주관)의 특징은 세대교체다. 특히 일본에서 그동안 문인 교류 경험이 거의 없는 젊은 작가들이 많이 참여했다. 나카무라 후미노리(41)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쓰리>, <교단 엑스>처럼 내면의 어둠을 언어와 형상화해 그와 대치하는 작품들을 많이 써온 작가다. 오에겐자부로상, 아쿠타가와상을 받았고 영어 등으로 번역돼 국외에서도 다수의 상을 받은 일본을 대표적인 젊은 작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18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대산문화재단에서 나카무라와 한국의 장강명(43) 작가가 만났다. 장 작가는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표백>과 한국 청년의 이주 문제를 다룬 <한국이 싫어서> 등 사회 비판적 문제부터 에스에프 작품까지 폭넓은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두 사람은 순수문학과 대중문학, 종이책의 쇠락, 정치적 현실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3개국어로 번역된 포럼 참가작가 작품집 <마음의 연대-전통, 차이, 미래 그리고 독자>에 실린 서로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좌담을 시작했다. 나카무라 장 작가의 단편소설 <모기>를 흥미롭게 읽었다. 주인공에게 가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설정이 특이했고, 묘사가 매우 세심했다. 두 화자가 등장하는데 누가 누구를 창작해낸 건지 알 수 없게 한 것도 일본에는 없는 설정이라 특이했다. 이 작품이 일본에도 출간됐으면 좋겠다. 일본에선 번역문학이 적극 수용되지 않기 때문에 아쉽다. 장강명(이하 장) 나카무라 작가의 <달 아래의 아이> 읽으면서 놀랐다. 일부러 맞춰 놓은 것처럼 제 작품과 비슷한 대목이 많더라. 일단 어둡고 불길하고 숙명론적인 분위기가 비슷했다. 하지만 내 작품의 운명론적 분위기가 등장인물들이 처한 사회에서 기인하는 반면, 나카무라 작가의 숙명론은 대를 이어오는, 사회보다 더 깊은 데 근원이 있는 느낌이라 더 어둡게 느껴졌다. 장 <교단 엑스>에선 전쟁과 살인, 성관계 묘사가 많이 나온다. 그런데 사건과 메시지가 강렬하고 독자의 눈길을 끄니 ‘선정적이고 소재주의다’, ‘인물 내면 묘사나 문학성이 약화된다’는 우려도 있을 것 같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범죄나 충격적 사건들은 일부러 독자들을 놀라게 하려고 사용하는건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쓰게 된 건지 궁금하다. 특히 노골적인 성적 묘사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다는 비판을 많이 나오고 있다. 남자 작가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이고, 나도 극복하려 노력하는 중인 문제다. 나카무라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썼다. 작가가 자연스럽게 쓰면 결과적으로 독자들이 놀라게 된다. 나는 반대로 <교단 엑스>를 쓸 때는 분량이 많고, 수위도 높기 때문에 이 책은 잘 안 팔리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50만부가 나갈 정도로 잘 팔려서 놀랐다. 모두들 그 책을 베개로 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웃음). 문학성과 메시지, 소재 선정은 서로 독립적일 수 있다.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기는 하지만, 오에 겐자부로처럼 사건과 문학성을 잘 섞어서 쓴 작가도 있기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교단 엑스>를 보면, 결국에 죽는 것은 다 남자고 여자들은 다 살아남는다. 그런 결말로 여자가 더 강하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작품에서 너무 여자들만 당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여성들을 직접 취재해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물어보고 이를 작품에 반영했다. 지금 집필 중인 에스엠(SM, 가학성과 피학성 변태성욕)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도 남자가 여자를 묶는 장면을 쓸 때 남자 입장에서만 쓰면 남성의 쾌감만을 강조하게 되기 때문에 이를 여성의 입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을 쓰는 식이다. 장 내 소설들이 영어로 막 번역돼서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독자가 일본 작가 작품을 읽을 땐 문화적 배경이 비슷해서 별다른 장벽이 없다. 하지만 영미권처럼 다른 문화권으로 작품이 번역된다고 할 때 작가들에게 어떤 고충이 있을까 궁금하다. 당신의 작품이 미국에서 상도 받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데, 나에게 줄 조언이 있을지 궁금하다. 나카무라 일본 독자와 미국 독자의 반응이 거의 비슷했다. 문화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느끼는 것도 같다. 옴진리교 사건처럼 일본인들만 알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번역한다. 최근엔 일본 젊은 사람들도 옴진리교를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풀어서 쓰는 게 반응이 좋다. “당대의 일 외면하지 않아야” 장 한국의 젊은 작가들은 한국의 많은 문제를 소설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나도 역사적인 소재보다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일어나는 일들을 소설로 쓰고 싶고, 당대의 일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소재들은 여전히 갈등 중인 사안이 많아서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 ‘내 소설이 곡해돼서 특정 정파를 편드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사건 피해자에게 아픔을 상기 시키지 않을까’ 같은 고민이다. <교단 엑스>의 소재가 된 옴진리교 사건도 피해자와 그들의 유가족이 아직 살아있는 사건이다. 이런 소설을 쓸 때 윤리적으로 고민되는 지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카무라 모든 주의를 기울여 조심스럽게 표현하려고 한다. 쓰기 전에 모든 정보를 알아본 다음에 쓰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자라던가 힘이 없는 분들에게 초점을 맞춰서 정보를 알아보는 습관을 길렀다.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룰 때도 일본 군인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꼼꼼히 알아봤다. 나도 동시대에 일어나는 사건에 초점을 맞춰서 쓰려고 한다. 나는 별로 밝은 성격의 사람이 아니고, 한때는 이 세상이 너무 살기 힘들다고 느낀 적이 있다. 그럴 때 문학이 내게 용기를 줬다. 그런 사람들과, 그런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작품을 주는 작품을 쓰고 싶다. 장 한국에선 웹소설이 굉장히 뜨고 있다. 웹소설의 기원이 일본이라고 하더라. 일본서도 휴대전화로 보는 대중소설이 굉장히 인기를 끈다고 알고 있다. 웹소설 독자가 많아지면서 작가들의 글쓰기의 환경이 변하고 있다. 나도 웹소설 연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종이책 독자를 상대로 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종이책 독자가 줄고, 웹소설이나 전자책 독자가 증가하는데 따라 글쓰기 방법도 바뀌어야 하나 고민이 많다. 범죄소설 같은 대중문학처럼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일부러 가져와야 하나 생각도 한다.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있나. 나카무라 나는 종이책 문화나 펜으로 종이에 쓰는 문구 문화를 지키고 싶다. 여기에 있는 교보문고 같은 서점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도 작가의 몫이라 생각한다. 아직 일본에선 만화책은 인터넷으로 보는 게 많지만 소설은 책으로 출판되는 것이 더 많다. 종이로 읽을 때와 인터넷으로 읽을 때는 뇌의 활동이 많이 달라진다고 한다. 인류에게 종이책으로 글을 읽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장 한국에선 대중소설을 읽고 쓰는 사람과 순수문학을 읽고 쓰는 사람이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독서 환경의 비극은 이런 분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중간에 있는 사람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도 이런 분리가 있나. 나카무라 에스에프(SF, 공상과학)를 포함해서 집필하는 장작가처럼 나도 장르를 구별하지 않고 섞어서 쓴다. 나는 그런 나 자신을 순수문학 작가로 생각하고, 일본이나 유럽에서도 그렇다. 미국에서는 미스터리소설가, 범죄소설가라고 평가를 받는다. 나라마다 다르다. 일본에서는 미스터리도 순문학이라고 평가를 받는다. 장 우리 둘 다 문학성과 대중성 모두 잡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두 가지가 아예 분리되는 것은 아닌데 막상 내는 책마다 독자가 달라지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 작품은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썼는데 ‘주제 의식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는다거나, 진지하게 썼는데 독자들과 멀어져버리니 애를 먹는다. 나카무라 공감한다. 어려운 문제다. 나의 미스터리작품을 좋아하는 독자가 나의 다른 소설은 미스터리적이지 않다고 불평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에스에프든 미스터리든 모든 재미있는 소재를 수용하려고 한다. 나는 소설의 가능성을 더 넓혀보고 싶다. “한국문학 읽으면 한국인 이해 깊어져” 장 일본 소설을 읽기 전에는 제2차대전 당시 일본 국민 모두가 군국주의에 빠져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교단 엑스>를 보면 일본이 벌이는 전쟁에 동의하지 않고 전쟁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한 일본인도 있었구나 생각이 든다. 나카무라 작가의 책을 통해서 2차 대전에 대한 일본인들의 마음의 일부를 알게 됐다. 나카무라 예전에 아베 총리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맺은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를 버려두고 정치적으로 합의를 한 것이기에 좋지 않다고 본다. 한국 국민들과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일본 사람들이 한국의 역사나 정치에 대해 인식이 없기 때문에 오해가 많다. 서로를 더 알아가면서 가까워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한국에 온 것이 이번이 다섯 번째다. 한국에 직접 오니 느껴지는 모습도 있고,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모습이 있다. 한국에 올 시간이 없다면 문학작품을 읽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인간의 내면을 다룬다. 한국의 문학작품을 읽음으로 한국인의 내면을 이해하게 되고, 한국인을 알 수 있게 된다. 더 많은 한국의 책이 일본에 많이 출판이 되면 결국 한일 간의 관계도 좋아질 것이다. 이번처럼 한중일의 작가들이 모이는 자리에 일본 기자들이 많이 왔고, 그들의 보도를 통해 일본 사람들이 한국의 문학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행사라고 생각한다. 장 우리 나이가 40대 초중반이다. 그동안 굉장히 어둡고, 인간 내면의 악한 부분들을 다루는 소설을 많이 써왔다. 요즘은 그런 것을 쓰면 힘이 들더라. 계속 악한 생각을 하다 보니 힘이 빼앗긴다. 나이가 들면서 남성 호르몬도 줄면서 마음이 착해지는 것 같다(웃음). 나카무라 작가는 인간의 어두운 면에 꽂혀 있다고 하는데, 어두운 주제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는지, 그런 소설을 쓰면 이젠 힘이 들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나카무라 아직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없다(웃음). 우리보다 나이 많은 60대의 무라카미 하루키도 여전히 젊은 작품을 쓰고 있다. 어두운 작품을 많이 쓰는 건 내가 원래 어두워서 그런 것 같다. 학생 때 다자이 오사무나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받은 충격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자 보수정당인 자민당이 장기 집권해오고, 아베가 총리 3연임을 하는 일본에서 살면 상당히 답답할 것 같다.나카무라 지금 일본을 보면서 살기 힘든 나라구나 느낄 때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도 작가들은 침묵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베 정권이 잘못을 하면 지적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몇 번이나 그만둬야 할 상황이 왔음에도 아직도 총리를 하는 것이 매우 신기하다. 그래도 내년쯤에는 자민당이 어렵게 되지 않을까 싶다. 지지하는 국민들도 슬슬 떨어져 나가고 있다. 일본뿐 아니라 세계 다른 나라들도 서로 단절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있는 한국만이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등 이런 단절을 매우려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며 많은 일본 사람들이 한국을 부러워한다. 촛불집회도 부럽게 생각하는 일본인들이 많다. 남북한이 분단된 데는 일본의 책임도 크기 때문에, 남북의 우호관계를 위해서는 일본도 기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베의 힘으로는 무리다. 그의 지지층 중에는 자국중심주의로 쏠려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일본을 어떻게 보나? 장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일본을 한국의 미래 모습처럼 보는 경향이 있다. 일본처럼 노인이 많아지고, 장기 경제 불황이 한국에 오는 것 아니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한국이 나중에 일본처럼만 되어도 다행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일본은 그런 상황에서도 평화롭지 않나. 한국에 장기 경제 불황이 오고, 고령 인구가 많아지고, 사회 역동성이 줄어들면 굉장히 폭력적인 사회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금 사회 각 분야에서 혐오의 감정들이 폭발 직전이다. 나카무라 일본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유럽 사람들은 일본이 과거의 유럽을 닮아간다고 하더라. 한국이 일본만을 닮아가는게 아니라 세계국가들이 다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경제가 안 좋아지면 사람들 마음도 안 좋아진다. 우리는 일본 경제가 어떻게 될지 2020년 도쿄올림픽이 끝난 이후가 불안하다. 지금 실업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단순히 출산율이 낮아 젊은 사람들이 적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는 별로 좋지 않은데 정부와 일본은행(중앙은행)이 좋게 보이게 만드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모습은 희망적이다. 장 앞으로 소설로 써보고 싶은 당대의 문제가 있나. 나는 앞으로 빈곤 문제나 노동문제를 다루는 작품을 쓰려고 계획 중이다. 나카무라 지금은 일본에서 벗어나서 세계 문제에 초점을 둔 소설을 신문에 연재 중이다.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모이는 상황이다. 지금 작품은 일본 남자와 베트남 여성의 사랑을 관한 것이다. 장 재건축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을 곧 마감해야 하는데 이것은 외국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무리 인류가 공통으로 이해하는 바가 있다고 해도 한국의 재건축 문제는 외국사람들이 정말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나카무라 꼭 공감을 얻어야만 재미있는 건 아니다. 차이를 알게 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정리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 장강명 소설가 © 손홍주, 서울문화재단 제공 문학, 또는 장강명이 세계와 싸우는 방식 논픽션 '팔과 다리의 가격' 펴낸 소설가 장강명유난히 까만 머리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테이블에 코를 박을 듯이 아래로 기울어졌다가 다시 휘청대며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다시 중력을 이기지 못하겠다는 듯이 슬그머니 아래로 떨궈졌다. 몇 번을 반복하다가 장강명 작가는 냉커피를 추가해 한잔 더 마시고서야 정신을 차린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죄송해요. 점심 먹은 후 급하게 와서요. 뭘 먹으면 급격히 대사율이 떨어져서 꼭 한숨 자야 하는데…” 한낮의 기온이 39도에 육박한 지난 8월 어느날, 소설가 장강명은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식곤증과 싸우는 중이다. 등단 후 불과 수년이 지난 신예지만 그의 한 작품 한 작품이 모두 대중적으로도, 문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8시간 노동원칙을 지키기 위해 스톱워치로 매일 집필시간을 잰 뒤 엑셀에 정리하고, 페이스북에 눈금자처럼 정확히 3일에 한번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짧은 단상을 별점과 함께 올린다. 어찌 보면 사람이라기보다는 프로그래밍된 인공지능 같기도 한 그가 어릿어릿한 눈으로 말했다. 눈빛을 보니 사람인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인간에게서 태어났다. ◇로봇공학자를 꿈꾸고 PC통신으로 창작 시작 그는 1975년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와 잡지가 기자이자 문학가인 어머니 슬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인문서를, 어머니가 문학책을 좋아해서 저도 책을 좋아하게 됐어요. 한 달에 한번 온가족이 교보문고에 가서 저랑 동생이랑 사고 싶은 책을 고르라고 하셨죠. 유치한 책을 골라오면 별로라는 내색을 조금 하시면서도 결국 다 사주셨어요, 덕분에 만화책이나 추리소설 등을 마음껏 봤어요.” 하지만 작가가 되겠다는 욕망이 어릴 적부터 장강명 작가 마음에 자리잡은 것은 아니었다. 아주 어렸을 때는 로봇공학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마징가제트나 그랜다이저같은 만화에 어김없이 나오는 박사들…독수리오형제의 ‘남박사’ 같은. 학교 다닐 때는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은 가끔 들었지만 ‘엄청나게’ 잘 쓴다는 그런 수준은 아니었다. ‘너는 커서 작가가 될 것 같다’는 예언을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적도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백일장 나간 애들이 대상이라고 탄 거를 읽어보면 그리 잘 쓴 거 같지 않았어요. ‘아빠는 우리 손을 잡고 활짝 웃으셨습니다’ 이런 게 좀 별로였어요.” 이런 이유로 장 작가는 문예반이었다가 문학회였다가 교내 문학상을 받고 신춘문예에 도전하는, 문학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들이 가는 일반적인 경로를 밟지 않았다. 독서일기(독후감)를 잘 썼다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모범생’ 이상의 인상을 주변인들에게 남기지는 않았다. 스스로도 전업작가가 될 거라는 생각도 없어 대학은 Y대 도시공학과로 갔다. 작가는 대학에서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라는 자각과 같은 과 후배였던 부인을 얻었다. 소년시절부터 십여 년간 장강명의 마음 속에서 문학에 대한 열정은 가끔 톡톡 불꽃이 이는 정도였다. 하지만 ‘픽션 쓰기’의 즐거움을 알아가면서 점차 그 마음은 이글이글한 잉걸불이 되어갔다. 장강명은 대학교 1학년 때 PC통신 하이텔의 과소동(과학소설동호회)에 단편을 올리면서 창작을 시작했다. “원고지 30매 넘는 거 쓴 게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또 '월간 SF 웹진' 이라는 이름의 인터넷 잡지도 창간해 운영했다고 한다. 대학교 2학년까지 학과공부보다 이에 더 매달렸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졸업 후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작가가 되어야겠다 결심해, 군복무 중에도 글을 써 신춘문예에 응모했지만 다 떨어졌다. 실력이 아직 모자라구나 깨달았다. 그럼 글쓰는 일과 관계 있는 직업을 얻어 소재를 많이 얻었다가 써야겠다 생각해 언론사 시험을 봤다가 이도 다 떨어지고 건설사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다시 언론사 시험을 봐 2002년 동아일보에 들어갔다. ![]() 동아일보 기자 시절의 장강명 소설가 © 장강명 승부욕이 있어 미친 듯이 취재하고 열심히 일해 수차례 기자상을 받기도 했지만 그것으로만은 채워지지 않는 무엇인가 때문에 기자 5년차부터 조금씩 밤에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미 소설 쓰는 즐거움을 알고 있어서 1시간이라도 쓰자 싶어 어느날 회사에서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장편을 쓰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해서 쓴 첫 소설은 신문기자가 주인공이었는데 아내에게 어떠냐고 물었더니 소설이 아닌 거 같다면서도 계속 잘 써보라고 했다. 그후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아(2011년) 등단하기까지 밤마다 1시간 소설쓰기는 6년간 이어졌다. 2013년 8월말 장강명은 출입처였던 국회 기자실을 충동적으로 뛰어나와 아내에게 전화해 전업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부인은 2014년 말까지 소설만 써도 된다고 했지만 그 후에도 작가로서 가망이 없으면 다시 취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신문사를 관둔 후 만 1년동안 장편소설을 다섯 편 썼다. 돈은 30만원쯤 벌었다. 단편소설 하나가 책 읽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낭독되었고 과학기술인이 보는 잡지에 서평 하나를 실었다. 또 빈 맥주병을 마트에 가져다주고 돈을 받았고 알라딘 중고서점에 책을 팔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바람이 바뀌었다. 2015년부터 ‘한국이 싫어서’가 주목을 받으며 ‘4관왕’ ‘괴물 신인’ ‘가장 핫한 작가’란 단어가 따라붙으며 그의 이름이 언론에 빈번하게 오르내렸다. 올해 그는 논픽션인 ‘당선, 합격, 계급’과 ‘팔과 다리의 가격’을 내놓았다. 지난 6월에 그의 소설 ‘댓글부대’가 연극무대에 올랐고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 4일부터 약 2주간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연극으로 각색되어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믐…’은 ‘열광금지, 에바로드’와 함께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나의 롤모델은 무라카미 하루키" 강한 자기 확신과 함께 차곡차곡 자신의 작품세계를 넓혀온 작가지만 대학시절 신춘문예에 응모했다가 떨어졌던 때는 심하게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다. 당시 주로 하루키 아류작 같은 느낌의 작품을 썼는데 그런 유형을 잘 쓰는 작가도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의 스타일이랄까, 세계를 받아들이는 방식과는 맞지 않았다. “모든 예술가는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문체가 아니라 세계관, 인물을 대하는 태도를 다 합친 게 스타일이라고 봐요. 사회부나 정치부 기자는 모호한 것을 한마디로 규정하는 것으로 기사를 시작해요. ‘이것은 이런 사건이다’는 규정과 그 후의 부연 설명이 스트레이트 기사인데 이것에 익숙해지면 그전까지 말랑말랑하게 모호해 보였던 것들이 한 줄로 요약되죠.” 장 작가는 이를 '세상과 맞서 규정하려는 의지가 있냐 없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세상을 규정해보려고 하는 이런 사람들이 대체로 단문을 쓰고 인물이나 사건이 가진 속사정을 다 버리지 못하는 이들은 우유체, 만연체를 쓴다는 말이 이어졌다. “한국사회의 문제와 정면대결하고 규정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자극적인 소재를 맘먹고 고르고 문장도 그에 맞게 가요. 하루키의 아류작을 쓸 때 뭔가 부분 부분이 잘 맞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소설쓰다가 인물과 사랑에 빠져 불행한 결말을 못쓰거나 하지 않아요. 인물에 대해 가차없고 플롯도 좋아졌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하루키는 그의 롤모델이라고 했다. 1990년대에 일본문학은 무라카미 류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두 명의 무라카미가 풍미했지만 류는 문학으로 이름을 날린 뒤 사진작가, 영화감독, 방송인 등 문화예술의 전방위로 활약했다. 반면 하루키는 유명세를 얻기 시작할 무렵 인터뷰도, 자잘한 청탁도 싫어 일본을 훌쩍 떠나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머물면서 ‘노르웨이의 숲’ 등을 쓴다. 하루키는 자기 작품이 영화나 연극으로 각색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곁눈질하지 않고 묵묵히 직업인으로서의 소설가를 살아가기에 하루키가 존경스럽다고 한다. ![]() 장강명 소설가 © News1 민경석 기자 ◇배를 띄우고 북극성 향해 나아간다 장강명은 작가로서의 자신의 현재 좌표를 배를 띄우는 데 성공했고 그 다음 과제인 연안 벗어나기도 막 이룬 상태라고 말했다. 이제 자신이 가고 싶은 북극성을 향해 먼 바다로 나아가면서 100년 후에도 살아남을 대작을 쓰고 싶다고 했다. 대작을 쓰고 싶은 야심과 예술가로서 투쟁하는 태도를 잃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당신에게 대작은 어떤 것인가, 도스토예프스키나 빅토르 위고같은 옛날 작가 말고 현대 작가로 예를 들어줄 수 있나 묻자 그는 미국 범죄소설가인 제임스 엘로이의 ‘블랙 달리아’를 들었다. 그리고 3시간 넘는 인터뷰는 끝이 났다. [나는 그동안 장강명의 문학이 너무 친절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왔다. 신문기자 출신으로 사회적 맥락 속 독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소재를 귀신같이 잘 잡아낸다. 장르문학 작가로 시작한 이력답게 쉽고 재미있고 극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독자를 불편하게 하는 지점은 없다. 하지만 저 친절함이 전복적이고 거친 느낌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장애가 되지는 않을까. 남들이 좋아할만한 글만 쓰게 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사근사근한 그의 얼굴 뒤에 문학적 야심이 불타고 있다. 미지의 세계를 독하게 북극성 하나를 바라보며 나아가는 뚝심도 있다. 독하게, 그리고 만화영화를 잘 안보는 나는 독수리오형제 중 독수리는 한 마리 뿐이고 나머지는 제비 등 다른 조류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런데 나는 그의 속내를 다 들은 걸까. 다음 약속이 있어 택시를 불러 사라진 장강명 작가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지도 모른다. '좀 까다로운 인터뷰였어. 하지만 내 두려움은 들키지 않았지'라며 슬며시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쓴 에세이집 ‘5년만에 신혼여행’에 나오는 문장을 참고하면 그의 진짜 고민은 이것 아닐까. “신이 존재하고 영혼이라는 것도 있고 삶에 성스러운 의무라는 게 있다면 그 의무는 아마도 다른 사람을 네 목숨보다 더 깊이 사랑하라일 것 같다. 그런데 성실하기만 한 내가 그럴 수 있을까. 나는 사랑이 충만한 인간인가. 나는 저 대작의 바다 한가운데까지 익사하지 않고 가 닿을 수 있을 것인가.”] ungaungae@
장강명 소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 연극무대에 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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