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미 워싱턴주)=AP/뉴시스]지난 3월16일 미 시애틀의 카이저 퍼머넌트 워싱턴건강연구소에서 한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1단계 안전 연구 임상실험을 위해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전쟁" 美·中 속도전
美·中 무역전쟁 코로나19로 확전 발원지 공방→백신 개발 경쟁 과학기술 자존심까지 걸려 총력전
中, 올 가을 목표로 개발 독려 美, 유럽 제약사까지 상용화 적극 지원
코로나19 발원지 논란으로 막을 올린 미·중 코로나 갈등이 이젠 백신 개발로 번진다. 미국과 중국은 모두 올해 안으로 임상3상을 마치고 백신 대량 생산에 나선다는 목표다. 백신을 먼저 개발해 세계 전역으로 공급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도권을 쥐면서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는만큼 양국이 백신전쟁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연말 안로 백신 생산 목표하는 中…이르면 가을 내 개발?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바이오기업 시노백(커싱)은 자체 코로나19 백신 ‘코로나백(CoronaVac, 공용 승인에 앞서 임상 단계에 도달한 중국 5대 실험용 백신 중 하나로, 불활성화 바이러스로 만들어진 백신)’의 임상3상을 조만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진행한 임상 1/2상에서 코로나백의 효과와 안전성을 모두 확인한 데 따른 결과다.
임상3상은 통상 약품 안전성과 효능을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단계다. 이 시험을 통과하면 시노백은 코로나백을 시장에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시노백은 임상3상 정확한 진행 일정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회사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임상3상 계획을 승인받는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대상 국가는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미국에 이어 가장 많다. 중국에선 시노백 외에국영 제약사 시노팜과 칸시노바이오로직스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연구·개발(R&D)를 진행하고 있다.
시노팜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2종을 2021년 초 상용화 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앞서 중국 NMPA로부터 임상 승인을 받고 인체 임상에 돌입한 상태다. 이 중 BBIBP-CorV는 원숭이와 기니피그 등을 대상으로 한 동물 임상에서 항체 생성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다.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해 유전자 재조합 백신(Ad5-nCoV)을 개발한 칸시노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코로나19 환자 10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1상에서 기대 이상의 면역반응을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1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재 2상에 돌입한 상태다.
이 밖에도 현재 중국에서 차도를 보이는 코로나19 백신은 더 있다. 호흡기 질병 권위자 중난산(鐘南山) 중국 공정원 원사는 최근 "중국 연구진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5종이 임상 2단계에 진입했다"며 "올 가을, 늦어도 겨울 안에는 완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美,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 지원
미국은 민관이 함께 협력해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낸다. 연내 임상3상을 마치기 위해 기존 개발 일정을 앞당기는 제약사도 속속 나타난다.
존슨앤존슨의 1/2a상은 미국과 벨기에 두 곳에서 진행된다. 18~55세 이하의 건강한 성인 1045명이 대상이다. Ad26.COV2-S의 안전성과 백신 인체 반응, 면역 원성 등을 평가한다. 미국 정부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제너연구소·아스트라제네카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자국 기업 및 기관이 아니지만, 임상 단계에서 가장 앞선 곳으로 평가받는 만큼 빼놓지 않고 챙기겠단 입장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 정부의 이러한 지원으로 8월 자체 백신(AZD1222)의 임상3상에 돌입한다 . 아스 트라제네카는 최근 성명을 통해 "2개월 안에 임상3상에 들어간다"며 "올해 9월~10월까지 20억명이 투여할 수 있는 분량을 생산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백신이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으로부터 최종 승인되면 곧바로 상용화가 가능한만큼, 연내 백신 시판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앤소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5월 12일 상원 코로나19 관련 청문회에서 의 원들의 질의에 화상으로 답하고 있다. 그는 이날 “코로나 백신이 개발돼도 다 효과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고 경고했다.
[신화=뉴시스]
미- 중 코로나 백신 '속도' 경쟁에 도전받는 백신 안전성
● 백신 리더십 확보, 방역 실패 논란 잠재우기…. ● ‘코로나 발원지’ 중국 vs ‘확진자 1위’ 미국, 자존심 싸움 ● 고립주의 확산 여파로 ‘백신 국가주의’ 움직임
● “바이러스 전쟁 이기는 나라가 세계 질서 주도한다” ● 설익은 백신, 대재앙 초래할 수도
세계 최고 강대국임을 자부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체면을 구긴 두 나라가 있다. G2로 불리는 미국, 중국이다. 코로나19 현황을 알려주는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5월 17일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50만 명을 넘어섰다. 이중 9만여 명이 숨졌다. 감염자와 사망자 수 모두 세계에서 가장 많다.
중국은 최근 코로나19 발생이 소강세에 접어들었다. 같은 날 현재 확진자 수 8만여 명, 사망자는 4000명대다. 하지만 중국에는 코로나19 발원지라는 오명이 붙었다. 초기 질병 관련 정보를 외부에 투명하게 알리지 않아 세계적 대유행을 초래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두 나라가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이 ‘달 탐사’를 놓고 벌인 힘겨루기를 연상케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들이 특히 주력하는 부분은 개발 속도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일상생활 통제에 따르는 피로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백신 개발을 통해 자국 경제 정상화를 꾀하고 ‘방역 실패’ 논란을 잠재우며 ‘백신 리더십’을 통해 국제 사회 주도권을 차지하겠다는 심산이다.
동물실험 생략, 임상시험 단계 축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16일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5월 5일 세계보건기구(WHO)가 공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관련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가운데 현재 임상시험 단계에 돌입한 것은 모두 7개다. △중국 3개(캉시눠·군사의학연구원, 중베이징커싱(시노백), 우한생물제품연구소) △미국 2개(모더나, 이노비오) △영국 1개(옥스퍼드대) △범유럽 1개(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텍·상하이 푸싱 파마)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속도를 내고 있는 쪽은 미국이다. 제약사 모더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3월 16일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건강한 18~55세 남녀 45명을 대상으로 6주 동안 임상 1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모더나는 보통 인체시험에 앞서 약물 안전성을 점검하고자 실시하는 동물실험마저 생략했을 만큼 백신 개발 시간 단축에 몰두하고 있다.
모더나는 또 이 약물을 임상시험 완료 이전이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긴급처방허가’ 절차도 밟고 있다고 밝혔다. 긴급처방허가는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료진 등 안전상 이유로 긴급하게 백신이 필요한 사람에게 당사자 동의와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미리 백신을 주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중국도 3월 20일 우한 시민 108명을 대상으로 인민해방군 연구진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1상을 시작하며 백신 개발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3월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과학자들을 상대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라’고 주문한 지 2주 만이다. 중국 또한 비상 상황에 일정 범위 내에서 임상시험 필수 단계를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된 자국 의료법을 활용해 개발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성 효능보다는 속도 경쟁 몰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3월 2일 베이징 중국 군사의학연구원을 방문해 연구진과 얘기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 날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했다.
[뉴시스]
중국은 백신 개발 등 실용분야뿐 아니라 코로나19 병원체 자체에 대한 기초연구에도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를 접했고 관련 연구 또한 가장 먼저 시작한 중국 학자들의 논문은 최근 ‘사이언스’ ‘네이처’ ‘셀’ 등 과학 분야 저명 학술지에 잇달아 게재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4월 20일 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는 감염 이후 면역 형성 과정이나 면역 지속 등에 대해 밝혀진 바가 없어서 (유행이)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또는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코로나19에 대한 기초 연구가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현재 이 분야를 선도하는 나라는 자타공인 중국이다.
한편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지도부가 과학자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손 놓고 있지는 않는 분위기다. 그는 4월 말 “내년 1월까지 3억 명에게 투약할 분량의 백신을 만들겠다”는 내용의 이른바 ‘작전명 초고속(Warp Speed)’ 프로젝트를 만들고 책임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미국 최고 감염병 전문가로 통하는 앤소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백신 개발에 적어도 12∼1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8개월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개별 기업이 경쟁적으로 백신 개발에 뛰어드는 것을 지양하고 연방정부 자원을 활용해 가장 유망해 보이는 백신 후보만 추려 임상시험을 하도록 지원하는 등 효율적 관리에 나서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총리, 왕세자 등 국가 주요 지도자가 줄줄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역시 체면을 구긴 영국도 최근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매트 핸콕 영국 보건부장관은 4월 17일 옥스퍼드대의 백신 임상시험 시작 사실을 발표하며 “우리가 가진 모든 걸 쏟아 부어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각국 정부가 주도해 경쟁적으로 백신 속도전을 벌이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에는 10~15년에 이르는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가장 빨리 개발된 것으로 평가받는 에볼라 백신도 출시까지 5년이 걸렸다.
2003년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백신은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올해 말’ ‘내년 초’ 하는 식으로 시한을 정해 경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박혜숙 이화여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백신이 과학적 설계와 평가 없이 개발되면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해 실용화하려면 일정 시간이 걸린다는 걸 국민에게 이해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 김성준 한국화학연구원 신종바이러스(CEVI)융합연구단 팀장도 “백신을 너무 성급하게 만들어서 만에 하나 부작용이 생기면 백신이 아닌 독을 접종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백신 국가주의의 위협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각국 정부와 학자, 제약기업이 똘똘 뭉쳐 단기간에 안전하고 유효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상황에서 국제적 백신 수요를 충당하려면 수십억 회 투여 분량을 생산해야 한다. 상당 기간 생산 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개연성이 크다. 이때 분배 순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분열과 갈등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
한정된 백신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길은 고위험집단부터 접종하는 것이지만, 지금처럼 세계 각국이 ‘자국 중심주의’를 내세워 경쟁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상식이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에 본사와 공장이 있는 유명 제약사 ‘사노피’ 최고경영자는 5월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 개발자금을 지원한 미국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블룸버그통신 기자에게 “미국 정부가 사노피의 코로나19 백신 연구에 가장 먼저 자금을 지원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한 만큼 가장 많은 양의 백신을 선주문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은 사노피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에 3000만 달러(약 360억 원)를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발언에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트위터에 “코로나19 백신은 세계의 공공재여야 한다”는 글을 남겼고,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도 긴급 논평을 내고 “코로나19 백신 접근 기회는 공평하고 보편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세계 각국은 마스크 등 개인 보호 장구와 의약품, 진단키트 등을 놓고도 경쟁을 벌인 일이 있다. 이 때문에 중저소득 국가들은 최소한의 방역 인프라조차 마련하지 못해 애를 먹은 게 현실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를 막고자 국가별로 백신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드러난 현상을 미뤄보면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있다.
[GettyImage]
한편 우리나라는 현재 여러 연구자와 제약사가 코로나19 백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돌입한 물질은 없는 상태다.
5월 6일 송대섭 고려대 약학대 교수와 정대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동물임상을 실시한 결과, 중화 항체 형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도 코로나19 서브 유닛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해 동물 효력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학자가 국제 저명 학술지에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논문도 많지 않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교수팀이 코로나19 발생 초기 확진자 28명을 분석해 작성한 논문을 4월 7일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게재한 것 정도가 전부다.
정부는 코로나19를 계기 삼아 앞으로 감염병 관련 연구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공공목적 백신 개발 펀드를 시범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바이러스 변이에 대비한 범용 백신 개발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한동안 유행과 완화를 반복하다 겨울철 다시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일이 있다. 코로나19와의 장기전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 안전하고 유효한 백신 개발과 분배를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다.
앤소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5월 12일 상원 코로나19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화상으로 답하고 있다. 그는 이날 “코로나 백신이 개발돼도 다 효과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를 침투하는 주요 수단으로 알려진 스파이크 단백질. 과학자들은 이 '돌격대장'과 같은 단백질을 해석하기 위해 코로나19 초기국면부터 노력해왔다.
livescience.com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코로나 백신 경쟁 뜨겁다…어느 나라가 가장 앞서 있나?
전 세계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뜨거운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각국의 진척 상황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스웨덴의 아스트라와 영국 제네카가 합병해 탄생한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백신 개발을 자신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백신 연구가 완성되면 '글로벌 공공재'로 취급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다수의 국내 기업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누가 됐든 백신을 먼저 개발하는 나라는 강력한 주도권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백신 개발에 앞서 있는 나라들의 상황을 짚어봤다.
◇ 후보 1번 : 미국
모더나는 지난 18일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인 'mRNA-1273' 1차 임상시험에서 참가자 45명 전원이 항체를 형성했으며 이중 8명에게선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날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뉴욕과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엄청난 진전"이라며 흡족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의학계는 곧 모더나의 임상시험 결과가 과장됐거나 성급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윌리엄 해즐틴 전 하버드대학교 의대 교수는 모더나의 발표가 "보도자료를 통한 홍보"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모더나 경영진들이 주가가 폭등한 시점에 주식을 팔아치워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구심은 깊어졌다. 한국계 조셉 김 대표가 이끄는 이노비오와 노바백스도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옥스퍼드대학교와 공동 개발 중 코로나19 백신 최소 4억개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의 개발, 생산 및 유통과 관련해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으로부터 10억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9월부터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의 에이드리언 힐 교수는 23일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9월까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가능성이 올해 초 80%에서 현재 50%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고 있어 백신 투여로 유의미한 차이가 생겼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인체 실험이 시작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은 5개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미국 자산운용사 론카인베스트먼츠의 창립자 브랜드 론카는 "중국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오푸(高福)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은 중국중앙방송(CCTV)과의 인터뷰에서 올 9월이면 비상용 백신, 내년 초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은 글로벌 공공재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백신을 개발하면 미국도 사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백신은 우리가 먼저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개발에 있어서도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스위스 베른대학에서 한 연구진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시험을 하고 있다.
[출처=로이터 연합뉴스]
◇ 후보 4번: 한국
국내 제약사들도 코로나19 백신 출시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 지원단은 국내 업체 중 Δ진원생명과학 Δ바이오포아 ΔLG화학 Δ제넥신 스마젠 Δ지플러스생명과학 ΔSK바이오사이언스 등 7개사를 중점 지원 후보군으로 설정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원 중이다. 범정부 지원단은 3종의 후보물질이 올해 중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하고, 2021년 하반기에는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백신 개발에 최소 18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빨라야 내년 후반기에나 백신이 상용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19의 면역이 6개월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유행성 독감처럼 매년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3월19일 런던 총리관저에서 코로나19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됐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pbj@news1.kr
염기 사슬
[사진 픽사베이]
코로나 감염력 10배 커진 변이 발견"···개발중인 백신 괜찮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도록 변이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간의 세포수용체(ACE2)에 더 잘 결합하도록 변했다는 내용이어서 향후 백신 개발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코로나19가 인체에 들어오기 위해 세포수용체(ACE2)에 결합시키는 부위다. 인간 세포의 문을 여는 ‘열쇠’인 셈이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최혜련 교수와 마이클 파르잔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를 10배 더 쉽게 감염시킬 수 있게 변이됐다는 연구 결과를 12일(현지시간)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올렸다. 이는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로, 아직 동료 평가(peer review)를 거치지 않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모형. 스파이크 단백질이 돌기처럼 나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연구팀에 따르면 ‘D614G’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스파이크 단백질의 숫자를 4~5배 더 늘어나게 했다. 그만큼 인체에 더 잘 침투하게 됐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돌연변이가 있는 바이러스가 없는 바이러스에 비해 10배 정도 감염력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감염병 전문가인 윌리엄 헤즐타인 박사는 논문을 살펴본 뒤 CNN에 “이는 미국 전역에 코로나19 감염이 갑자기 빠르게 퍼진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개발중인 백신 여전히 효과 있을 것"
이번 연구 결과 외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생겼다는 연구 결과는 계속해서 나오고있다. 지난 4월 미국 로스알라모스국립연구원 연구팀도 “D614G 변이가 유럽과 미국에 퍼진 가장 일반적인 변종이 됐다”며 “코로나19가 더 빠르게 확산될 위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어 지난 5월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연구팀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스파이크 단백질에 2종의 변이가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백신이 타깃으로 삼는 ‘공격 포인트’라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현재 개발중인 백신의 전략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제압해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는 것이다. 여기에 변이가 생겨버리면 백신을 개발한다 해도 제대로 제압할 수 없는게 아니냐는 우려다.
코로나19 백신 모형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아직 ‘백신 개발이 물거품이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는 이르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단백질의 모양이 변했다고 해서 반드시 감염력이나 치명적인 정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이러한 생화학적 특성이 달라지려면 ‘유전자 변이→단백질 변이→감염력 등 바이러스의 기능 변화’의 작용을 모두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감염력의 경우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한 임상 데이터가 뒷받침 되어야 제대로 증명할 수 있다. 스크립스연구소 연구진도 세포 단계에서 감염력을 실험한 것으로, “실제 인체에서도 같은 효과가 일어나는지는 추가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돌연변이 바이러스라도 중화항체가 있는 완치 환자의 혈청에는 무력화 된다는 점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현재 개발중인 백신이나 항체 치료제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AP/뉴시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월에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일러스트 이미지.
20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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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백 '코로나 백신' 2회 접종 후 90% 항체 생겼다
중국 바이오기업인 시노백이 자체 개발중인 코로나19 백신이 인체 실험에서 면역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노백은 보도자료를 통해 14일 간격으로 주사를 맞은 사람의 90% 이상에게 접종 후 2주 만에 심각한 부작용 없이 바이러스 감염 예방과 증식을 억제하는 중화 항체가 생성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예비 조사 결과는 중국에서 진행된 1단계와 2단계 실험에서 도출됐다. 실험에서는 18~59세의 건강한 사람 총 743명이 두 부류로 분류돼 각각 백신과 위약을 접종 받았다. 또 시노백 대변인은 28일 간격으로 주사를 맞은 또 다른 실험 집단의 결과도 조만간 학술지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노백의 백신은 공용 승인을 받기 전인 임상시험 단계에 도달한 5개의 중국 실험용 백신 중 하나다. 시노백은 이달 브라질의 부탄탄 연구소와 제휴해 코로나19 사망자와 감염자가 세계 2위인 브라질에서 3단계 임상시험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4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 의대에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임상 실험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AP뉴시스
초기 코로나19 백신 예방효과 없을 가능성
초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예방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영국의 백신 전문가가 전망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의 로빈 셔톡 교수는 초기 코로나19 백신은 효과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사망이나 중병을 막을 수 있는 있겠지만 문제의 바이러스를 예방시키지는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여러 국가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진행 중이며 정부들이 수십억달러를 투자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동물 대상 실험에서 백신이 심각한 질병에는 치료 효과가 있었으나 예방 효과는 높지 않았다며 이것이 승인이 된다면 낮은 효과에도 불구하고 널리 사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호야 소재 스크립스연구소의 면역 전문가인 데니스 버튼은 “백신은 감염이 아닌 질병으로부터 보호를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학교의 마이클 킨치 박사는 백신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동폐쇄(록다운)를 꺼리는 국가에서는 방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접종자들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우려된다며 “접종에도 불구하고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상당수가 무증상자들인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개발될 백신을 통해 증상이 나타나지 않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감염될 위험도 지적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이 매년 3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전염병에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로 보고 있으나 홍역 백신 접종자 중 3%는 가벼운 증세를 통해 퍼뜨릴 소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현재 백신 개발업체들이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점에 과거 사용된 적이 없는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예로 옥스퍼드대는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를 다른 위험이 없는 바이러스에 주입시켜 면역체계가 인지할 수 있는 단백질을 만들게 함으로써 예방력이 생기게 하는 기술을 연구 중에 있다. 옥스퍼드대와 제휴하고 있는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르면 9월에 영국에서 일부 백신을 제공하고 이어 연구비를 지원한 미국으로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달리아 리서치 웹사이트 캡처]
백신 나와도 코로나 완전히 못 막아..이유는?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감염자의 고통이나 사망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감염 그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에 완벽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제한된 효과를 내는 백신이 개발되면 승인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로빈 섀톡 교수는 백신의 궁극적인 목표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것이지만, 초기 백신은 이 같은 목표 달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섀톡 교수는 인터뷰에서 "초기 코로나19 백신은 중증의 코로나19를 예방해주는 데만 아주 유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백신이 전염병에 가장 효과적인 무기이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100% 효과적인 백신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홍역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의 약 3%는 경증의 홍역이 발병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도 제한된 효력의 백신이라도 유용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파우치 소장은 의학 뉴스 웹사이트 스태트에서 "백신이 코로나19 감염 자체를 근절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질병에 걸리더라도 가벼운 증상에 그쳐 환자를 보호해주는 효과는 뛰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백신이 감염을 막든 심각한 증상을 막든 성공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NIAID와 함께 코로나19 백신 테스트에 참여 중인 미국의 제약사 모더나는 코로나 백신의 1차 목표는 사람들이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감염 예방은 부차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마이클 펠버바움 미국 식품의약국(FDA) 대변인은 "코로나19의 백신 승인 조건을 검토하면서 중증 질환 예방과 관련된 지표를 고려할 것이다"며 "감염 예방을 조건으로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워싱턴대학의 약품 개발 전문가인 마이클 킨치 박사의 말을 인용해 불완전한 백신과 치료법을 사용한다는 개념은 괜찮은 것이라며 진정으로 완벽한 백신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극복을 위해 국내에서 기대감을 안고 시작된 백신과 치료제 임상시험이 예상외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을 중심으로 병원군별 환자군이 양극화되고 있는 이유로 상당수가 대상자 모집의 한계로 아직 첫 발조차 떼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 진행중인 코로나 치료제 및 백신 임상시험이 환자군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등에 따르면 15일 현재 국내에서는 14건의 코로나 치료제 및 백신 임상시험이 진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치료제 임상시험이 12개로 가장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제백신연구소와 제녹신 등이 6월 백신에 대한 임상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던 3월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들이 아직도 제대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까지 결과를 내놓은 임상시험은 지난 3월 5일 국내에서 최초로 시작된 연구자 주도 시험으로 서울대병원 오명돈 교수가 주도한 렘데시비르의 약물 재창출 시험 뿐이다. 이 임상은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의 코로나 확진자 100명을 대상으로 2달간 진행돼 중증 코로나 환자에 대한 렘데시비르의 효과를 일정 부분 규명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들은 아직까지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일부는 아예 제대로된 시작조차 못한 채 발을 구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상시험 설계에 맞춘 코로나 확진자 등 대상자를 모집하는데 한계가 있는 이유로 일부에서는 아예 중도 포기까지 선언하고 있는 상태다.
빅5중 하나인 대형병원이 주도한 약물 재창출 임상시험은 3월에 닻을 올렸지만 결국 대상자 모집에 난항을 겪으며 결국 임상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의학회가 주도한데다 국내 15개 대학병원이 연구 기관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기대를 모았지만 두달이 지나는 동안 환자군을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임상시험은 15개 대학병원에서 150명의 경증 코로나 환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실제로는 절반도 채우지 못하면서 결국 조기 종료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비단 이 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연구자 주도로 야심차게 시작한 약물재창출을 기반으로 한 임상시험 중 상당수가 같은 이유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연구자 주도 약물 재창출 임상시험을 지난 3월 시작한 수도권의 B대학병원도 3달이 다 되어가는 현재 아직도 대상군을 모집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이 대학병원측은 해당 내용에 대한 언급을 꺼리고 있지만 다수의 임상시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병원 또한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아직 첫 발을 떼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방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지방의 대학병원들은 서울 및 수도권 대학병원들에 비해 다소 늦게 임상시험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약물 또한 서울 및 수도권 대학병원들에 비해 다소 비주류인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지방의 C대학병원은 5월말까지 계획했던 환자군 모집을 우선 연장해 놓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마땅한 코로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도 왜 이렇게 임상시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3월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효과로 대상 환자가 크게 줄어든데다 임상시험의 특성상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 부분이 어려움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B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부분의 연구자 주도 임상이 3월에 시작됐는데 그때부터 강도높은 방역 대책이 시행되면서 일일 환자수가 한자리수까지 떨어지지 않았느냐"며 "전국에서 10명도 환자가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당시 임상시험이 동시 다발적으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절대적인 N수 자체가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특히 약물재창출 시험이라고는 해도 대다수 임상시험은 설계부터 환자군 모집, 진행까지 수년은 소요되는데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모두가 조속한 결과를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거기에 하루가 다르게 치료제 후보군이 바뀌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인복 기자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지난 9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된다. 당초 복지부에 떼어놓기로 해 정부안에서 논란이 됐던 국립보건연구원과 감염병연구센터도 질병청 산하에 두기로 했다. 특히 감염병연구센터는 감염병연구소로 확대 개편돼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중추 역할을 맡는다. 당정청은 15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복지부 소속 질본을 독립시켜 차관급 외청인 질병청으로 격상하기로 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대응 콘트롤 타워로 완벽에 가까운 역할을 해줬지만 독립성 부족과 지역단위 대응체계 미비 등 한계점도 확인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름만 청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질병청이 독립적인 권한을 갖고 실질적인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질병청은 독립적인 예산 편성·집행과 인사·조직 운영권을 갖는다. 또한 복지부와 같은 감염병 재난주관기관으로 지정된다.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감염병 위기 단계에 따라 단독 대응 또는 복지부와 공동 대응한다.
국립보건연구원도 질병청 산하에 남긴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질본을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을 입법예고 하면서, 질본 소속인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에 떼어 둔채 독립하는 안을 발표해 논란이 됐다. 질병청 연구 기능이 축소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고, 문재인 대통령은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와 관련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당정협의에서 "개편안 마련 과정에서 국민과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점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무늬만 청 승격' 논란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이 질병청 산하에 남으면서 연구원 산하 감염병연구센터도 계속 질병청 소속으로 남는다. 특히 감염병연구센터는 감염병연구소로 기능을 확대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의 주축을 맡는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감염병연구소 기능과 관련 "목전 과제인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권 연구원장은 "대통령께서도 (코로나19) '끝을 본다' 하셨고 해외 확산세를 보더라도 백신 개발 없이는 코로나19 종식을 이야기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를 센터의 연구소 확대 개편 배경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에도 2차관 제도가 도입돼 감염병 역량 강화에 보조를 맞춘다. 1차관은 복지, 2차관은 보건의료를 담당하며 질병청 산하 감염병연구소를 총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