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군 당국은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 씨가 강화도 일대에서 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27일 밝혔다.
합 2020.7.27superdoo82@yna.co.kr<저작권자 (C) 연합뉴스
이번에 월북한 탈북민으로 추정되는 김모(24)씨. 김씨가 월북하는 데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의 한 배수로.
/조선일보DB·연합뉴스
첨단철책 있으면 뭐하나 '개구멍 월북'에 뚫린 軍
군 당국은 27일 월북(越北) 탈북민 김모씨가 월북하는 과정에강화도 철책선 아래 배수구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군은 그동안 과학화경계시스템이 갖춰진 전방 철책은 뚫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파동 때도 ‘철책은 절대 뚫리지 않았다”고 해왔다. 하지만 정작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없는 철책 아래 배수구가 뚫리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날 “김씨가 강화도 북쪽 해안 철책 아래 배수로를 빠져나간 뒤 북으로 헤엄쳐 갔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김씨가 월북에 이용한 경로로 추정되는 강화도 북쪽 해안에는 이중 철책이 쳐져 있고, 철책엔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무언가 철책을 건드리면 그 움직임을 포착하는 센서, 각종 감시 카메라, 그리고 열상감시장비(TOD)까지 설치돼 있다.
군 관계자는 “철책 아래 배수로는 자동 수문이 설치돼 있는 경우도 있고 철근으로 입구를 막아놓은 경우도 있다”며 “다만 철근 구조물의 경우 유실되는 경우가 많아 자주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군은 작년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 당시 멧돼지가 철책을 뚫고 북에서 남하했을 가능성이 거론되자 “철책이 뚫릴 일은 절대 없다”고 했다. 배수로를 통해 멧돼지가 남쪽으로 내려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근 창살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배수로를 통해 김씨가 월북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군 당국의 설명도 무색해졌다.
군 당국의 늑장 상황 대응도 비판대에 올랐다. 당초 군에서는 김씨가 강화군 교동도를 거쳐 북한 해주시로 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왔다. 김씨가 지난 2017년 8월 교동도를 통해 월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과 경찰의 정밀 수색 끝에 김씨의 가방은 교동도가 아닌 강화도에서 발견됐다. 월북 경로 파악도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발견된 가방에는 물안경과 옷가지, 달러 환전 영수증 등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탈북민 관리와 대응에 허점을 드러났다. 경찰은 월북 직전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던 김씨의 DNA를 증거로 확보하고도 “수사에 협조적이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 신청을 미뤘다. 그를 담당하던 경찰관은 1개월 이상 전화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늑장 조사라는 지적에 대해 인정한다”며 “성범죄 발생 당시에는 김씨 월북 제보가 없 었다. 김씨는 수사에 협조적이었고 주거지도 확실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도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씨 월북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 이어 “이분이 성폭력 혐의 후 집을 정리하고 달러를 바꾸는 등 여러 정황을 경찰서에서 파악하지 못한 것에 정부의 잘못이 있다”고 했다.
(강화=뉴스1) 이동해 기자 = 군 합동참모본부는 최근 월북한 탈북민으로 추정되는 김모(24) 씨가 강화도 일대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27일 밝혔다.
2020.7.27/뉴스1
월북 통로는 '강화 배수로'…기고, 헤엄쳐 北으로 갔다
월북자 A씨의 월북 창구는 강화도 북부에 산재한 '배수로'였다. 강 및 해안으로 빠지는 이 배수로를 기어나간 A씨는 헤엄을 쳐서 개성으로 향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7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진행된 정례브리핑에서 "군은 (A씨가) 월북한 것으로 추정하는 위치를 강화도 일대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인원을 특정할 수 있는 유기된 가방을 발견해 정밀 조사하고 있다"며 "통과 지점은 철책이 아니고, 배수로로 추청하고 있다. 정밀 조사 중"이라고 강조했다.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커 물골이 발생하는 서해 지형 특성상, 강화도에는 물이 빠지는 배수로가 많다. 철책 아래에 주로 설치돼 있으며, 도로나 민가에서의 접근성도 좋다.
A씨는 강화도 한 지점의 철책 하단에 위치한 배수로를 기어나간 후 북쪽으로 헤엄친 것으로 보인다. 강화도에서 개성까지는 약 2~3km 떨어져 있다. 간만의 차를 이용한다면 헤엄 거리를 단축시킬 수도 있다.
배수로에는 철조망 등 일종의 보강물이 있지만 이를 무력화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A씨가 어떤 방식으로 배수로를 통과했을지 여부에 대해 합참은 설명을 아꼈다.
(강화=뉴스1) 이동해 기자 = 사진은 탈북민 김모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
2020.7.27/뉴스1
합참은 그동안 추정했던 김포-강화-교동도 라인 중 강화도 본섬으로 월북 루트를 좁혔다. 강화도에 위치한 한 철책 배수로 인근에서 A씨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가방을 발견한 게 결정적이었다. 합참이 A씨의 월북 통과 지점으로 특정한 철책 배수로는 해병대의 경계 관할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계실패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번 건에 대한 조사 이후 군 관련자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내부 분위기다.
김 실장은 A씨의 월북 날짜와 관련해서는 "당시 여건 등을 포함해서 정밀조사 중"이라고만 말했다. 한편 2017년 탈북해 우리측에 귀순했던 A씨는 지난 19일쯤 월북했다. 26일 북한 노동신문은 "월남 도주자가 3년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지난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탈북민 김모(24)씨는 지난달 12일 오전 1시20분쯤 경기도 김포 자택에서 피해자 A씨를 성폭행했다. 2시간 뒤인 3시26분쯤 B씨 남자친구가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확보한 증거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를 하는 한편 피의자·피해자 조사에 나섰다.
당시 김씨는 지난달 21일 경찰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다음 달 4일 국과수로부터 “피해자 몸에서 김씨의 DNA가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경찰은 이후 김씨가 월북준비를 마음먹고 얼마 후 실행에 옮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보름 후인 지난 18일 오전 2시20분쯤 접경지역인 인천 강화군 강화읍의 한 마을까지 택시로 이동하고 나서 하차한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김 씨의 마지막 행적은 인근 배수로 주변이다.
이곳에서 김씨의 가방이 발견됐다. 가방 안에는 물안경, 옷가지, 500만원을 찾은 뒤 이 가운데 480만원가량을 달러로 환전한 영수증 등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김씨가 자취를 감추기 하루 전인 17일 지인 B씨의 K3 차량을 운전해 인천 강화군을 찾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김포 자택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경찰은 김씨가 사전 답사를 위해 한차례 왔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그날 밤 자택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마사지 업소를 간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지인의 K3 차량을 고양 일산의 중고차 매장에 팔았고 이곳에서 택시를 타고 강화군으로 다시 왔다.
사진은 사라진 탈북민이 북으로 넘어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교동도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남도 연풍군 일대.
/뉴시스
◇잠적한 며칠 뒤 경찰 “김씨 어디 갔지?”
경찰은 김씨가 잠적을 위해 한창 활동한 이후에야 뒤늦게 인지했다. 그리고 며칠 뒤 잠적 사실을 알고 뒤늦게 구인 구속영장 신청에 나섰다. 김씨에게 차를 빌려준 지인 B씨는 김씨 잠적 당일인 18일 오전 10시 32분부터 오후 8시 50분까지 총 4차례에 걸쳐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재입북 관련 신고 내용이 없어 당일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B씨는 경찰에 “피의자가 차량을 빌려갔는데 반환하지 않는다”고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경찰은 단순 민사사건으로 받아들여 B씨를 민원실이나 수사과로 안내했다.
B씨는 이와 별도로 오후 6시27분쯤 평소 탈북민을 관리하는 보안계 경찰관에게 “김씨가 피해자를 죽이겠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말을 전달했다. 또한 다음날 오전 1시1분쯤 “김씨가 북한으로 넘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말을 전했다.
B씨는 경찰에 “(김씨가) 달러를 바꿨다고 한다. 어제 달러를 가지고 북한에 넘어가면 좋겠다면서 교동도에 갔었다 말했다”고 함께 전달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B씨의 제보 이후 19일이 돼서야 김씨가 잠적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때부터 경찰은 김씨의 신병확보를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20일 오전 11시 B씨를 참고인 조사했고 이날 오후에는 김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특히 DNA 검출 17일 만인 21일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다.
강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20대 탈북민 김 모 씨가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27일 그가 거주한 김포 모 임대아파트 현관문 잠금장치가 훼손돼 있다.
/연합뉴스
◇성범죄 저지른 탈북민은 특별 관리 안하나
김씨가 잠적하는 동안 일련의 과정에서 정부의 탈북민 관리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은 것도 확인됐다. 경찰은 신변 위협이 있는 탈북민을 주된 기준으로 삼아 가∼다 등 총 3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김씨처럼 대부분의 탈북민이 위협 가능성이 낮은 다 등급에 속한다.
하지만 다 등급은 물론 가·나 등급에 속하는 탈북민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리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처럼 다 등급의 경우 해당 탈북민을 관리하는 경찰서 보안과 소속 경찰관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전화 연락한다.
특히 김씨는 지난달 21일 성폭력 혐의로 조사까지 받았지만 이후 탈북민 경찰관은 다음 달 19일까지 약 한 달 정도 김씨에게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늑장 조사라는 지적에 대해 인정한다”며 “성범죄 발생 당시에는 김 씨 월북 제보가 없었다. 김씨는 수사에 협조적이었고 주거지도 확실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탈북민의 월북 가능성이 큰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음에도 군 당국과 경찰 사이에 어떠한 협조 과정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군이나 국정원 등과 김씨 관련된 내용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며 “우리도 김씨가 월북한 것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지난 19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북한이탈주민(탈북민) 김 모(24) 씨. 김 씨는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태였다.
[연합뉴스]
정부, 탈북민 5000만원 지원하는데…北이 알려줘야 아는 월북
최근 5년 탈북 후 재입북한 인원 최소 12명 철책 뚫고 올라가도, 해외 망명해도 깜깜이 북 매체, 본인들이 밝혀야 사태 파악 되풀이
한국으로 탈북한 뒤 최근 5년간 북한에 재입북한 탈북민 숫자가 최소 12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27일 “최근 5년간 북한의 보도 등을 통해서 확인된 재입북 탈북자는 총 11명”이라며 “2015년 3명, 2016년 4명, 2017년 4명"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26일 관영 매체를 통해 “지난 19일 귀향했다”고 밝힌 김 모씨(24)로 추정되는 인물을 포함하면 12명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2014년 자식을 보겠다며 월북했다고 주장하는 박인숙 씨와 북한이 공개하지 않은 재입북 탈북자를 포함하면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익명을 원한 한 탈북자는 이날 “북한이 코로나 19 발생 이후 국경 통제를 강화하기 전까지 두만강이나 압록강을 통해 북한을 드나드는 탈북자들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이 탈북자는 이어 “북한에 들어가 가족들을 데리고 재탈북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한국이나 외국에 살다가 북한에 들어간 경우도 종종 있어 정부 통계보다 훨씬 많은 인물이 북한에 재입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우리나라를 벗어난 재입북 탈북민이 약 29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2020년 6월 말 현재 공식 탈북민은 3만3670명가량이고, 이중 소재지가 파악되지 않은 불명자는 900명 가까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
[뉴스1]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의 탈북자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정부는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뒤에야 탈북자들의 재입북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9년 10월 한국인 강동림(당시 30세)이라는 인물이 동부전선 철책을 뚫고 월북한 사실은 물론, 2017년 탈북자 임지현(북한명 전혜성) 씨가 그해 8월 우리민족끼리 TV 등에 나와 재입북 사실을 알리고 나서야 월북 사실을 알게 됐다.
군 당국은 27일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 모 씨가 강화도 일대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김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
[연합뉴스]
또 2016년 중국 내 북한 식당 여종업원과 함께 한국으로 온 지배인 허강일씨도 본인이 올해 국내 언론을 통해 제3국 망명 사실을 알린 뒤에야 통일부가 상황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북한 매체를 보거나, 본인들이 직접 밝히기 전에는 파악조차 안 된다는 얘기다. 이번 ‘월북 사건’ 역시 북한이 공개하지 않았다면 그냥 묻혔을 수 있다. 정부가 예산을 들여 탈북자 정착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사후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는 현재 탈북자 1인 세대의 경우 기본금 800만원, 직업 훈련 등 장려금 최대 2510만원, 임대 아파트 알선 등 주거 지원금 1600만원 등 모두 합쳐 약 5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국내에 입국할 경우 12주 동안 하나원에서 한국 적응훈련을 한 뒤, 각 지역의 하나센터 등에서 50시간 교육을 받는다. 이후 거주(지자체), 신변(경찰), 취업(노동부) 담당 등 소위 ‘3종 보호 담당관’의 지원을 받는다. 1997년 4월 입국한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 등 특수 탈북자는 국가정보원 등이 별도로 관리한다. 통일부가 탈북자 업무를 주관하고 있지만, 관련 정부 부처·지자체 간에 원활한 정보 교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탈북자가 해외에 망명 또는 월북할 경우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유관부서에 확인 중"이라는 말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다. 한국에 정착한 지 4년째라는 한 탈북자는 “처음에는 전화도 많이 오고 도움을 주지만 최근에는 보호관의 관심이 떨어진 것 같다”며 “김 모씨도 한 달 동안 전화 한 통 받지 못하지 않았냐. 통제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한국에 있는지, 살아 있는지 정도는 파악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물론 정부의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3월 현재 3만 3658명의 탈북자가 한국에 들어왔다”며 “이들의 동향을 감시하는 건 통제로 여겨질 수 있고, 대한민국 국민이 된 이상 다른 국민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점이 있어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씨를 성폭행 혐의로 수사하던 김포경찰서의 모습.
김포=뉴스1
탈북민, 월북 대처 미흡"…경찰·통일부·국정원 공조도 ‘구멍’
월북 놓고 경찰 ‘늑장 대응’ 논란… 제보 34시간 뒤 참고인 조사 탈북민 거취 문제 파악 시에도 경찰이 통일부·국정원 등에 통보할 매뉴얼 부재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탈북민 관련 정보를 경찰이 제보받고도 30시간 넘게 참고인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의 늑장 대응과 함께 탈북민 실종 시 대응 시스템이 없던 실태도 밝혀졌다.
◆경찰 스스로 “대처 미흡했다” 인정
27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경기 김포경찰서 담당 경찰관은 지난 19일 오전 1시 1분께 탈북민 김모(24)씨 지인으로부터 김씨의 월북 가능성을 암시하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자는 “(김 씨가) 달러를 바꿨다고 하네요” “어제 달러를 가지고 북한에 넘어가면 좋겠다면서 강화군 교동도를 갔었다네요”라고 알렸다. 담당 보안 경찰관은 8시간 만인 당일 오전 9시쯤 김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김씨의 휴대전화는 이미 꺼져 있는 상태였다.
경찰은 이후 제보를 받은 지 34시간 만인 20일 오전 11시에야 이 제보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탈북민의 월북 가능성을 암시하는 결정적인 제보가 들어왔는데도 경찰이 늑장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유튜버 ‘개성아낙‘으로 활동하는 김진아씨는 전날 자신의 제보 사실을 방송에서 주장하기도 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측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가 늦은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며 “출입국 조회를 해 보니 출국한 사실이 전혀 없어서 출국금지 조치를 했으나 미흡한 부분을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이어 “김씨가 전화를 받지 않아 제보자를 참고인 조사했고 이후 급하게 주거지 확인, 휴대전화 추적,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합참이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씨의 월북 경로로 제기한 인천 강화군의 한 배수로.
강화=뉴스1
◆경찰·통일부·국정원 간 공조에 ‘구멍’
김씨가 사라졌다고 파악한 뒤에도 경찰과 정부 당국 사이 공조는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의 월북 관련 제보를 받은 뒤에도 군 당국이나 국정원에 이런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고 파악됐다. 통일부와 군당국 등에 따르면 경찰 신변보호담당관은 탈북민 입국 후 5년간 한 달에 한 번꼴로 전화나 대면만남을 통해 안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이 운용하는 신변보호담당관제도에 문제가 생겨도 대응 매뉴얼은 없는 상태다.
탈북민의 거취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통일부나 국정원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이나 시스템은 없다. 통일부 관계자는 “탈북민 거취 등에 대해 경찰이 통일부에 통보해야 한다는 등의 매뉴얼은 따로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탈북민의 거취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군 당국 등에 통보해야 하는 시스템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앞서 군 당국은 전날 북한이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한 뒤 현 상황을 파악, 유력한 월북자로 김씨를 특정해 조사 중이다. 군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김씨가 강화도 일대 배수로를 통해 월북했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범죄 수사 진행되는 1개월 동안 월북 준비…경찰, 늦장 대응 ‘도마’
18일경 북한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 씨(24)가 범죄 피의자로 지목된 건 지난달 12일. 자신의 집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과 술을 마신 뒤 성폭행한 혐의였다. 김 씨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관련 증거물에서 김 씨의 DNA를 찾아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약 1개월 동안 김 씨는 월북할 준비를 해나갔다. 임대아파트 보증금을 빼 달러로 환전했고 TV 등도 모두 처분했다. 심지어 주변 지인들에게 “북한에 돌아가겠다”고 공공연히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달 21일 한 차례 불러 조사한 것 외에는 김 씨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탈북민 신변보호담당관도 전화 통화 1번한 게 전부였다. 심지어 이미 월북한 뒤조차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다음날쯤에야 출국 금지를 조치했다.
● 성범죄 피의자를 월북 이틀 뒤 영장 신청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이 김 씨의 소재 파악에 나선 건 18일경. 이날 새벽부터 행방이 묘연해진 김 씨는 이미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다. 심지어 경찰이 움직인 건 김 씨가 ‘피해자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는 주변 제보 때문이었다.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경찰은 피해자 신변보호를 강화한 뒤 20일 출국 금지 조치했다. 그때까지 불구속 수사하던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건 21일이었다. 이후 위치 추적 등 신병확보 수사를 진행한 건 24일 전후. 거의 1주일이 지난 시점까지 김 씨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경찰 감시가 느슨했던 동안 김 씨는 월북 준비를 착착 진행했다. 17일 지인에게 빌린 차를 타고 인천 강화군 교동도에 갔다가 김포로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월북 경로를 미리 사전 답사했단 뜻이다. 김포에선 인근 마사지업소에 들르기까지 했다. 다음날 새벽 택시를 타고 강화읍 월곳리로 간 김 씨는 오전 2시20분경 내린 뒤 종적을 감췄다.
27일 이 인근에선 김 씨가 놓고 간 것으로 보이는 가방도 발견됐다. 가방엔 물안경과 옷가지, 환전 영수증 등이 들어있었다. 김 씨는 살던 집의 임대보증금을 빼고 그걸 달러로 환전까지 하면서도 어떤 제지도 받지 않았다.
경찰 측은 “(김 씨의 범죄에 대한) 증거가 확보됐고 조사도 잘 받아서 별다른 소재 파악을 하지 않았다”며 “수사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여서 조만간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었는데 월북을 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 군 경계초소 인근 배수구로 빠져나가
김 씨가 월북한 출발점으로 알려진 월곳리에는 군의 경계소초 인근에 여러 개의 배수구가 있다. 사각형의 배수구는 가로세로 약 1.5m 크기로 성인 남성이라도 “을 움츠리면 충분히 지나다닐 수 있는 구조다. 바로 위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지만 이 배수구를 따라가면 곧장 바다로 연결됐다.
군 등은 김 씨가 18일에서 19일 사이 이 배수구 중 하나를 통해 바다로 나간 뒤 헤엄을 쳐서 월북한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둘러본 현장엔 약 10~20m 옆에 경계소초가 있지만 지키는 병력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한 주민도 ”평소에도 경계 근무를 하는 군인은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 씨는 2017년 8월 탈북해 남한으로 올 때도 이 인근으로 건너왔다. 강화도에서 북한 땅은 최단 거리가 1.3㎞정도로, 당시 김 씨는 페트병 등을 ”에 두르고 헤엄쳐 왔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전문가는 “일반인이 2번이나 남북으로 헤엄쳐 건널 정도라면 훈련을 받은 전문가라면 제 집처럼 드나들 수 있을 것”이라며 “가장 경계가 삼엄해야 할 지역이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됐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라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탈북민 김모(24)씨가 월북한 통로로 지목되는 강화도 한 문화재 배수로.
뉴스1
배수로 월북 미스터리…강화도 주민들이 제기한 새 시나리오
27일 오전 비가 내리는 강화도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군경이 이날 탈북민 김모(24)씨가 인천 강화군 강화읍에서 헤엄쳐 월북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군의 경계도 삼엄했다. 북한과 마주 보는 섬의 북단은 물론 교동도도 가는 길목에서도 검문을 했다. 강화읍을 둘러싼 철책을 촬영하려하자 군 관계자가 달려와 제지하기도 했다. 날씨는 궂었지만 철책 너머로 지척의 북한 땅이 선명했다.
‘관리 사각’ 문화재 배수로 통했나
김씨가 월북한 통로로 강화읍의 한 문화재 배수로가 점쳐졌다. 김씨 가방이 인천의 유형문화재인 연미정 근처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가방 안에선 김씨 것으로 물안경과 옷, 통장 한 개, 현금 500만원을 달러(한화 480만원 상당)로 환전한 영수증 등이 나왔다. 이에 앞서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해당 인원(김씨)의 월북 추정 위치를 강화도 일대로 특정했다”며 “김씨가 해안 철책 아래 배수로를 빠져나간 뒤 북한 쪽으로 헤엄쳐 갔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또 "강화도에서 해당 인원을 특정할 수 있는 유기된 가방을 발견, 확인하고 정밀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군은 연미정 주변의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미정의 배수로에는 문화재에 의무로 설치해야 하는 격자무늬 창살이 사라지고 없었다. 관리부실로 창살이 없어졌는지, 누군가 고의로 뗐는지, 애초에 설치되지 않았는지 등은 불분명하다. 연미정의 배수로는 폭 2m, 높이 2m 정도도 성인이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 크기였다.
또 연미정은 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군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나 한국농어촌공사의 관리망에서도 벗어나 있다. 연미정 배수로를 통과하면 나오는 강에서 북한까지는 직선거리로 4㎞ 정도다. 김씨가 곧장 북한으로 향하지 않고 인근 무인도를 경유했을 수도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유력한 월북 경로로 지목되는 배수로
. 뉴스1
다른 배수관문으로 나갔을 수도
현지 주민들은 다른 시나리오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씨가 인근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배수관문을 통했을 가능성이다. 공사에 따르면 해당 배수관문은 19일 오전 8시에 수문을 개방했다. 당시 비가 많이 왔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는 “수문을 열면 높이 15~20㎝의 공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이 공간을 통해 헤엄쳐 강으로 나갔고 북한에 도달했을 수 있다. 해당 지점에서 북한까지는 직선거리로 3㎞가량이다. 이 밖에 배수관문 시설을 딛고 철책을 넘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김씨가 철책을 훼손하고 월북했을 수도 있다. 군은 이 추측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씨는 2017년 탈북할 당시 북한에서 출발해 한강 하구를 헤엄쳐 교동대교를 통해 탈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력자 있는 지도 조사해야”
강화도 주민들은 놀랍다는 반응이다. 강화읍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은 “김씨가 수년 전 강화도 서쪽의 교동도를 통해 탈북한 만큼 월북할 때도 교동도를 통할 줄 알았다”며 “어떻게 경비가 철저한 강화도에서 월북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김씨의 월북을 도운 조력자가 있었는지 조사해봐야 한다”고 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월북한 김 모 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 (인천=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군 당국은 최근 월북한 것으로 김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
2020.7.27 superdoo82@yna.co.kr
강화도 북단 연미정 근처..일반인 왕래 잦은 곳이지만 물살은 세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 탈북민 김모(24)씨의 행적이 끊긴 인천 강화도 월곳리는 27일 뒤숭숭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김씨가 이 지역 한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북한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현재 김씨의 출발 장소로 꼽히는 곳은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24호인 정자 '연미정(燕尾亭)' 인근 배수로다.
이곳 주변에서는 김씨의 가방이 발견됐다. 가방 안에는 물안경과 옷가지, 통장에서 500만원을 인출한 뒤 이 가운데 480만원가량을 달러로 환전한 영수증 등이 담겨있었다. 군 당국은 김 씨가 철책 밑의 이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헤엄쳐 북측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가로 1m·세로 1m가량 크기의 이 배수로는 성인이 허리를 굽혀야 들어갈 수 있는 정도크기로 인근 군부대가 관리하는 시설이다.바다와 연결돼 있지만, 내부는 철조망 등으로 막혀 있는 구조로 돼 있다. 배수로와 연결된 제방에는 군 이중철책으로 촘촘하게 막혀 있었으며 인근 군부대에는 바다와 북측을 살피는 초소도 2곳이나 있었다.
또 이 제방 지역에는 군 감시 장비인 폐쇄회로(CC)TV 카메라와 열 감시장비(TOD)도 설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김씨가 철책을 직접 뚫지 않고 배수를 통과해 월북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군 당국 관계자는 "김씨의 마지막 동선이 월곳리 지역으로 파악됐지만, 나머지 세부 내용은 조사 중이어서 말할 수 없다"면서도 "월북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이곳 배수로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미정에 오르니 흐린 날씨에도 한강 하구 건너편의 북녘땅이 한눈에 들어왔다. 직선거리로 3.7km 떨어진 곳이다 보니 옆 동네 들여다보듯 육안으로도 쉽게 볼 수 있다. 주민들은 조용하기만 하던 마을에 군인과 경찰이 일제히 조사를 벌인 뒤 빠져나가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주민 A씨는 "어제 오후 5시쯤 배수로에 군인들과 경찰들이 잔뜩 몰려와 무슨 일인가 싶었다"며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 남자의 가방이 저 배수로 근처에서 발견됐다고 들었다"고 이곳 상황을 전했다. 이어 "저 배수로는 평소 막혀 있고 밀물 때 입구가 안 보일 정도로 물이 들어차는 곳"이라며 "배수로를 통해 바다로 나갔다고 해도 물살이 센데 월북했다고 하면 어떻게 북한까지 헤엄쳐 갔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주민 B씨는 "이곳은 북측을 조망할 수 있는 월곶돈대와 연미정 등 문화재가 있어 외지 사람도 많이 찾는다"며 "김씨가 월북을 결심하고 이곳을 찾았어도 주민들 눈에 띄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김씨가 월북한 경로로 추정되는 강화 교동도 등 한강 하구 일대는 북한과의 최단 거리가 1.3∼2.5km에 불과해 탈북민들이 물때에 맞춰 수영으로 귀순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곳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6일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김씨는 지난달 중순 지인 여성을 자택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구속영장도 발부된 상태다.
월북한 김 모 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 (인천=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사진은 김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
27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모습. 군 당국은 탈북민 김씨가 지난 18일 새벽 접경지역인 인천 강화군 강화읍의 한 철책 밑의 배수로를 통과해 한강을 헤엄쳐 북한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강화/연합뉴스
사설] 탈북민 ‘월북’ 제보 받고 34시간, 경찰 뭐 했나
20대 남성 탈북민 김아무개씨의 월북 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의 엉성하고 굼뜬 대처가 말문이 막히게 한다. ‘김씨가 월북하려고 한다’는 제보를 받고도 경찰은 34시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었다. 김씨가 지난 6월부터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던 점을 감안하면 경찰의 허술한 관리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브리핑에서 김씨가 지난 18일 새벽 2시20분께 접경지역인 인천 강화군 강화읍의 한 마을까지 택시를 타고 간 뒤 자취를 감췄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김씨가 철책 밑의 배수로를 통과해 한강을 헤엄쳐 북한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의 지인은 지난 19일 새벽 1시1분께 ‘김씨가 북한에 넘어가면 좋겠다며 교동도에 갔다’고 경찰에 제보했다. 김씨는 17일 오후부터 휴대전화를 끈 채 잠적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월북 제보가 들어오면, 경찰은 국가정보원, 국방부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바로 행적 확인을 위한 공조에 나서야 했다.
관할 김포경찰서는 이런 기본적인 조처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상급기관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은 하루 반나절 뒤인 20일 오전 11시에야 제보자를 불러 조사하고 김씨 행적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김씨가 이미 북한으로 넘어간 뒤였다. 경찰은 20일 출국금지, 21일 구속영장 신청, 24일 위치 추적에 나서는 등 하나 마나 한 뒷북 대응을 했다.
경찰은 한달에 한번 해야 하는 김씨의 신변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경찰이 김씨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정부는 군 경계 태세, 월북 관련 보고·통보·협조 등 유관기관들의 대응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탈북민 관리 시스템도 재정비해 어처구니없는 일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탈북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김씨는 2017년 탈북 당시 한강 하구를 헤엄쳐 교동대교를 통해 탈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는 다른 경로로 월북한 것으로추정된다. 사진은 27일 오후 교동대교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