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기후위기 비상행동 회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후위기 시한폭탄, 21대 국회에서 멈춰라' 기자회견에서 기후위기 비상선언 결의안 채택과 기후재난 대응 정책 우선 추진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2020.6.11ryousanta@yna.co.kr<저작권자 (C) 연합뉴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기후위기가 눈에 보일 정도가 되면 제어불능, 파국으로 들어간다”며 “위기에 대처할 시간이 10년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권현구 기자
기후악당'된 대한민국.. "한국인 식량난민될 가능성 높다
뜨거워진 지구, 기후위기는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위험 될 것"
최근 한 달 동안 세계 곳곳의 기상이변 소식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중국 남부를 휩쓴 홍수, 시베리아의 38도 폭염, 일본을 덮친 물폭탄, 미국의 괴물황사… 국민일보 기사들 중 하나에는 ‘뜨거워진 지구의 역습’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을 지낸 조천호(59) 경희사이버대 기후변화 특임교수와 계속되고 있는 장마, 그 뒤에 찾아올 폭염, 세계의 기상이변을 낳은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조 전 원장은 국립기상과학원 시절 세계 날씨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20년 가까이 기후변화를 연구하며 활발한 대중 강연을 통해 기후위기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우리도 장맛비로 부산 등지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이웃인 중국과 일본은 폭우 피해가 심각하다. 방글라데시도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고 한다. “아시아의 장마는 단순히 비가 많이 오는 걸 떠나 생존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아시아는 ‘아시아몬순’이라 부르는 여름철에 한꺼번에 내리는 비로 35억명의 인구가 농사를 지어 먹고 살고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비의 양과 내리는 시기에 변화가 일어나면 곡물 생산량의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폭우 이야기를 시작하니 바로 기후위기와 식량 위기라는 답이 돌아왔다. “작년 초 호주에서 안보 전략가들이 쓴 기후 보고서가 나왔다. 거기 참여한 연구자들이 토론한 게 유튜브에 올라왔는데, 이런 내용이 나온다. ‘아시아의 강수량에 일부 변화만 생겨도 몇억명이 기아에 시달릴 수 있다.
아시아인들이 호주로 비행기나 배를 타고 오면 호주 군대는 어디부터 이들을 막아야 하며, 누구를 받아야 하는가.’ 과학자들이 아니라 안보 전략가들이 기후 보고서를 쓴 이유가 그런 거다. 어떤 면에서 당사자가 되는 우리는 눈만 껌벅거리고 있는데, 호주는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 미국 안보 연구소들도 이미 10여년 전부터 이런 점검을 해오고 있다.”
-우리가 식량난민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가 가장 무서운 게 식량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됐든 코로나19가 됐든, 그래도 먹고 살지 않나.
그런데 마트에 갔더니 먹을 게 없더라, 이건 계산이 불가능한 위험이다. 우리는 생존을 위한 자원과 에너지, 식량 이 모든 것을 외국에서 들여오는 나라다. 지금은 투발루나 방글라데시처럼 가난한 나라들이 기후위기의 피해를 보고 있는데, 산업화된 나라까지 번지면 우리가 가장 먼저 얻어맞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를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회복된다는 걸 전제로 하지만, 기후위기는 일단 우리 눈앞에 드러나면 가속화되고 다시는 회복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가 봤던 위험과는 전혀 다른 위험이다.”
-그런데 이번 장마 동안 기상청 예보가 정확하지 않다는 불만이 많았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에서는 날씨 예보가 틀렸다는 얘기가 드문데, 동북부 지방에서는 예보를 비난하는 기사가 자주 나온다. 예보 기술 수준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 예측 불확실성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륙을 지나온 공기가 서해에서 바다를 만나 급격히 변하는 경향이 있어서 예측이 더 어렵다.
현재 예보 수준은 특정 시점과 특정 지점의 날씨를 맞출 수 없다. 그래도 예보가 없는 것보다 있을 때 이익이 크기 때문에 예보는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날씨 예측력은 유럽연합과 영국에 이어 일본‧미국과 함께 세계 3~6위권에 속한다. 우리처럼 세계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나라도 13곳에 불과하다.)”
중국과 일본,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아시아 곳곳에서 홍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일본 규슈 지역 후쿠오카현 오무타무라에서 자위대원들이 고무보트로 주민들을 구조하는 모습.
AP뉴시스
-장마가 끝나면 8월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돼 7~13일 정도 폭염이 있을 거라고 한다. “언론에서 ‘50년 만에 한 번, 100년에 한 번 오는 폭염’ 이렇게 보도하곤 했는데, 이제 매년 그런 기사가 나온다. 온실가스를 전혀 줄이지 않는 시나리오에서 2030년이 되면 여름철엔 항시적인 폭염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기후학자 입장에서 무서운 상황은 폭염으로 습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폭염이라면 온도만 생각하는데, 습도가 더 위험할 수 있다. 온도가 올라가면 바다에서 증발이 많이 일어나 습도가 높아진다. 열대야도 습도 때문에 밤에 높은 온도가 유지되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기온은 습도를 고려하지 않은 온도고,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습구온도’가 따로 있다.
습구온도가 35도를 넘게 되면 피부에서 증발이 일어나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되면 체온조절이 불가능해져 대여섯 시간밖에 버티지 못한다.”
-현재 습구온도는 어느 정도인가. “평상시에 습구온도가 35도를 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굉장히 온도가 높은 상황인데 장마전선이 걸려 있다거나, 태풍이 지나가면서 습기를 확 공급하는 날이 1년에 2~3일만 돼도 그 지역은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이 된다.”
-지구온난화로 2080년이면 한반도의 60% 이상이 아열대 기후에 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제주도와 남부 해안지방까지 아열대에 들어선 상태다. 지금 서울 평균 기온이 1940년대 대구 기온과 거의 같다.
그만큼 굉장히 빠르게 기후대가 북상하고 있다. 지난 100여년을 분석해 보면 여름이 한 달 정도 늘었고, 겨울은 한 달 정도 줄었다.”
-한반도는 아직까지 기후위기의 피해가 두드러지는 곳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자연의 변동성 자체가 큰 나라다. 여름과 겨울 기온차가 50도나 되고, 하루 일교차도 20도씩 되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 캘리포니아나 호주, 남유럽처럼 약간 건조하고 기후가 일정한 곳을 살기 좋다고 하는데, 그런 곳들이 계속 가뭄과 산불에 시달리고 있다. 호주는 얼마 전 산불이 7개월 동안 계속됐는데, 자연의 변동폭이 적어서 기후변화의 신호가 뚜렷하게 먼저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이보다는 늦게 기후위기의 신호가 드러날 것이다.”
-우리가 기후위기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것이 기후변화가 체감되지 않기 때문 아닐까. “눈앞에서 바로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또 다른 측면은 기후위기는 우리가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많이 썼기 때문에 나타난 건데, 오늘날 문명의 성장은 화석연료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결국 지금의 기후위기는 우리 문명이 성공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고, 우리가 잘 살아보겠다고 달려들다가 일어난 이율배반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우리가 지금까지 누려왔던 풍요로운 삶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기후 관련 이슈는 미세먼지였다. 강연에서 ‘미세먼지가 불량배라면 기후변화는 핵폭탄’이라고 했다. 불량배에 괴로워하면서 정작 다가올 핵폭탄은 못 보고 있다는 건가. “미세먼지는 건강을 안 좋게 만드는 위험인데, 위험 자체가 단순하다.
반면 기후위기로 기온이 상승한다는 건 단순히 더워서 살기 힘들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구 조절 시스템이 붕괴되는 어마어마한 위기다. 지구 조절 시스템이 붕괴되면 가뭄으로 식량과 물이 부족해지고, 해수면 상승으로 거주지가 물에 잠기면서 우리의 생존 근거가 무너진다. 미세먼지와 같은 레벨에 놓을 문제가 아니다.
미세먼지는 발생된 지 하루나 이틀 만에 햇볕과 반응해 없어진다. 오래 남아봤자 최대 5일이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는 한 번 배출되면 100년 이상 대기 중에 남고, 일부는 1000년 이상 누적된다. 그래서 미세먼지는 우리 세대의 문제이지만 온실가스는 다음 세대에게 위험을 넘겨버리는 거다.”
-세계 정상들 앞에서 “우리 미래 세대를 실망시킨다면 당신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고 연설했던 10대 환경운동가 툰베리의 성난 얼굴이 생각난다.
“우리 세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자동차를 타고 공장을 돌려서 여러 가지 편익을 봤지만 다음 세대는 그렇지 않다. 위험의 원인 제공자와 위험을 처리해야 되는 세대가 다르다는 게 문제인데, 다음 세대가 이 상황을 알게 되면 다들 툰베리처럼 성난 얼굴이 되지 않겠나.”
2019년 9월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해 "생태계 전체가 붕괴하고 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하는 이야기는 오로지 돈과 영구적인 경제 성장에 관한 동화 같은 얘기 뿐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기후 변화에 대해 격정적인 연설을 한 16세의 그레타 툰베리.
툰베리 페이스북 캡처
기후위기를 말하면서 지구 평균 온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지구 평균 온도는 지난 1만년 동안 4도가 올랐는데, 산업화 이후 100년 새 1도가 상승했다. 인간이 자연보다 25배 빠르게 지구 온도를 끌어올린 것이다.
2015년 국제사회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2도 이내로 유지하기로 했고, 195개 국가가 동참했다.
그런데 2018년 인천 송도에 세계 기후과학자들이 모인 제48차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총회에서 2도도 위험하다며 상승 제한폭을 1.5도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그에 따라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줄이고, 2050년이 되면 화석연료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 전 원장은 “1.5도라는 숫자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사람도 정상 체온보다 1.5도 올라가 38도가 되면 병원에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1도가 올랐으니 허용할 수 있는 지구 온도 상승폭이 겨우 0.5도 남았다.
“0.5도를 넘는다고 바로 완전히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건 아니다. 지금은 매일 기상이변 소식을 듣지만 하루하루의 삶이 기후위기로 고통스럽지는 않다. 폭염을 경험하거나 어디서 홍수가 났다, 산불이 났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이게 기후위기 때문이래’, 그렇게 감지하는 수준인데 이게 전조현상인 것이고, 여기서 0.5도가 올라가서 1.5도 이상이 되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위험이 드러난다.
항시적이고 전 세계적으로. 0.5도가 더 올라가 2도 이상이 되면 지구가 회복력을 잃는다. 그때는 지구가 스스로 기온을 올려 전혀 겪어보지 못한 기후 속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18년 IPCC 총회에서 1.5도를 돌파하는 시점이 2040년 전후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확률상으로 2035~2045년이 될 거라고 보는데, 그게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2주 전 세계기상기구가 앞으로 5년 이내에 1.5도를 넘을 확률이 24%라고 발표했다. 어떤 해는 평년보다 높고, 또 어떤 해는 평년보다 낮고,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데 5년 내에 한 해 정도 1.5도를 넘을 수 있는 확률이 그렇다는 거다. 기후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명백해지고 강화되고 빨라지고 있다.”
기후위기를 커버 스토리로 다룬 지난 20일자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지 표지. ‘ONE LAST CHANCE’, 마지막 기회라는 제목을 붙였다. 2020년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해라는 내용을 다뤘다.
타임 홈페이지 캡처
-너무 부정적인 얘기만 하는 것 아닌가.
“기후과학자들은 보수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구에 대해 알고 있는 것만 가지고 예측하기 때문에 그렇다. 북극의 동토지대는 대기보다 탄소량이 두 배가 더 많은 탄소덩어리다. 지구가 뜨끈뜨끈해져서 동토가 녹으면 탄소가 배출될 것이고, 그러면 지구 온도가 더 올라가고, 그러면 더 많이 녹게 될 것이다.
해수면도 현재 추세대로면 이번 세기 말에 1m 정도 올라갈 것으로 보는데, 그건 입안에서 녹는 사탕처럼 빙하가 차분하게 녹는 경우로 계산한 거다. 사탕을 깨물면 더 빨리 녹듯이 빙하가 깨져서 녹는 경우는 언제 어디서 얼마나 녹을지 계산하지 못한다. 이렇게 정확하게 계산 못하는 부분들은 다 빼놓고 예측한 것이다.
과학자들이 기후위기를 이야기한 게 30년이 넘었는데, 현재 관측되고 있는 추세를 보면 예상했던 것 중에 가장 극단적이고 안 좋은 방향으로 변화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후악당(climate villain)’으로 불린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 대기 질은 OECD 36개국 중 35~36위, 기후변화대응지수는 61개국 가운데 58위…. 거의 모든 지표에서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악당은 국제 시민단체들이 정하는 건데, 평가를 했다 하면 딱딱 걸려 들어가는 게 대한민국이다. 이명박정부 때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녹색성장을 한다면서 실질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을 늘렸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 정도 사는 나라들은 대체적으로 화석연료 소비를 줄였다.
그런데 우리가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전자공업이 세다고 해도 산업구조 자체가 중화학공업 중심이다. 경제성장에 매달리다 보니 어떤 식으로든 값싸게 에너지를 공급해야 되고, 중화학공업도 유지해야 되고. 다른 나라들은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상당한 전환을 이뤘는데 우리는 과거의 성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과 그린 뉴딜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 중에 석탄발전소를 새로 짓겠다는 나라는 없다. 유럽 대부분은 지금 가동하고 있는 것도 10년 이내에 완전히 닫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우리는 앞으로 10년 안에 석탄발전소 7개를 짓고 다른 나라(인도네시아·베트남)에까지 짓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면서 단 한 번도 가치 있는 일에 리더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
린 뉴딜도 눈치 보면서 뒤따라가는 모양새다. 유럽과 미국의 그린 뉴딜은 기후위기 대응과 불평등 해소라는 두 가지가 같이 맞물려 있다. 한국의 그린 뉴딜은 경제성장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게 아닌가 의심이 간다. 그나마 그린 뉴딜이 이제 겨우 국가 의제 안에 들어왔으니 녹색성장처럼 오히려 자연만 파괴하다가 끝나게 될지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
호주 마켓 포시스, 미국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 등 9개 국제 환경단체들이 지난달 22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한국전력의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전면광고를 실었다.
마켓 포시스 페이스북 캡처
-기후위기와 불평등 해소의 연계성을 설명하면.
“전 세계 음식물의 3분의 1이 쓰레기로 버려진다. 마트에 진열된 수많은 물건들도 대부분 쓰레기장으로 갈 신세다.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라는 순환구조를 끊어야 한다.
대량생산을 하려면 지구로부터 원자재와 에너지를 착취해야 되고, 대량 소비 후 온갖 쓰레기와 오염물질을 지구에 버리기 때문에문제가 생긴다 . 부족해서 결핍이 생긴 것이 아니라 이미 과잉인 상황이다. 불평등은 우리가 아끼고 나눠서 해결해야 되는 문제다.
전 세계에서 상위 8명이 하위 50%보다 많은 부를 가지고 있고, 온실가스도 상위 10%가 절반을 배출한다.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
-최근 우리 산업계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안에 따르면 최대 13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그럼 지금까지의 성공방식이 미래의 생존을 보장할 것이냐고 묻고 싶다. 선진국과 메이저 자본들은 이미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 애플은 자신들이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발전된 전력을 쓰는 것은 물론 공급업체들에도 부품을 재생에너지로 제조하지 않으면 납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인터뷰 후 애플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아이폰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은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물건이 제조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썼다면 탄소세를 때리겠다고 했다. 제품에 그런 세금이 얹히면 우리는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탄소세를 얻어맞으면서 철강 제품 수출이 가능할 거라 보는가. 유럽은 탄소세를 통해서 결국 자체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텐데, 뒤따라가는 우리 입장에서는 사다리를 걷어차이게 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새로운 무역장벽이 되고, 기후변화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면 국가 경제에 타격이 되는 상황이 올 거라는 건가.
“전 세계의 추세가 그러니 수출 국가인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대응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가격이 85% 떨어졌다. 100원 하던 게 15원이 됐다는 건 모든 기술이 여기에 집중되고 엄청난 산업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는 거다.
앞으로 10년 안에 50% 더 떨어질 거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그 어떤 에너지 생산방식도 재생에너지를 능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기존 산업 구조와 과거의 발전 방식을 유지한다면 경쟁력은 전혀 없을 거다.
산업 구조를 바꾸는 건 노동자가 아니다. 위정자가 됐든 사업주가 됐든, 리더들이 바꿔줘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같은 이들은 기후변화를 부정하면서 과학기술이 환경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한다.
“공학이 현대 문명을 건설하는 데 큰 도움이 됐지만 지구 전체를 상대로 한 기후문제는 만만치 않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했을 때 화산재가 성층권 10㎞ 위까지 올라갔다. 그 후 2년 정도 화산재가 햇빛을 가려 지구 온도가 0.5도 떨어졌다.
과학자들이 시뮬레이션을 해봤더니 비행기를 성층권으로 올려서 먼지를 좍 뿌리면 온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온도만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강수량과 다른 것들도 변화를 시키는데, 그게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는 거다. 이산화탄소를 원자력 폐기물처럼 발전소에서 바로 포집해 묻어버리자는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불가능했다. 공학의 가능성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공학으로는 지금의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그 어떤 방법도 없다.”
-환경운동가들은 대개 절제와 검소를 강조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에어컨을 적정온도로 켜고, 채식을 하라는데, 편리함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는 개인의 감수성도 중요하지만 기후위기는 나만 바뀌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나를 바꾼다는 개인의 윤리가 증폭되는 게 바로 정치다.
지금은 정치가 왜곡돼서 나쁜 것, 더러운 것,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저는 정치가 우리가 함께 어떤 세계를 믿느냐에 관한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믿는 가치를 법으로 만들어주고 집행할 사람을 잘 뽑아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정치가 바뀌어야 하고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해 말하는 정치인이 드물다.
“정치가도 우리가 만들어내고 키워야 한다. 정치인들은 많은 사람이 믿는 가치를 따라올 수밖에 없다. 우리가 물질과 성장에 매달려 있으니까 성장도 시키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매번 경제 성장시키겠다고 이야기하고, 우리는 또 거기에 표를 주는 악순환이 된다.”
-기후위기에 대해 읽고 듣다보면 상황은 긴박한데 온실가스 감축은 불가능해 보여 비관론으로 흐르기 쉬울 것 같다. 기후우울증이라는 병명도 있는데, 희망은 있는 건가.
“기후변화는 빨리 돌이키면 돌이킬수록 우리한테 충격이 적은데, 저도 앞이 깜깜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통해서 나의 삶과 우리 사회가 지금 이대로 가도 되는지 되돌아보고 새로운 세상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게 성경에서 말하는 회심과 회개이고, 우리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 분명히 희망이 있다.”
권혜숙 인터뷰전문기자 hskwo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
호주를 비롯한 세계 곳곳이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로 해안 침식 현상을 겪고 있다. 지난 18일 호주 웜베럴 해안에 위치한 한 주택이 침식 현상으로 지반을 훤히 드러낸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해변의 멀쩡했던 집 지반 붕괴…온난화가 부른 끔찍한 풍경
문제는 이 현상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웜베럴 해변 주민들은 지방의회가 이런 우려를 진작 알고 있었음에도 충분한 경고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수 년 전에도 이 지역 일대는 해안가가 침식되면서 주거용 부동산이 피해를 봤다. 그러나 지방정부 의회가 방파제 건립을 위한 예비 조사와 설계를 시작한 건 지난해가 돼서였다. CNN은 "호주 해안가에 위치한 3만9000채의 건물들이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지반 붕괴 위험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80년 후...세계 모래 해변 50%는 사라질 것
해변 침식은 호주만의 걱정은 아니다. 인구 250만이 넘는 세계 대도시의 65%가 해안선을 끼고 있다. 약 10억명이 해발 10m 아래 저지대에서 산다. 해안선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지만, 기후변화에 따르는 해수면 상승, 이상 기후로 인한 폭풍우, 난개발 등으로 모래 해변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환경 전문가들은 세계 해변의 절반은 이번 세기 내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지난 3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린 해안선 연구에 따르면 세계 모래 해변의 24%가 연평균 0.5m씩 침식하고 있으며, 48%만이 안정된 상태를 보였다.
유럽 공동연구진은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과 함께 바다 폭풍에 의한 침식이 해안선에 미칠 영향도 분석했다. 인류활동에 의한 변화도 고려했다.
지난 18일 호주 웜베럴 해변의 한 집이 지반이 무너지는 바람에 콘크리트 블록을 보강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연구 결과, 세계 모래 해변의 약 50%가 심각한 침식 위험에 처해 있었다. 2100년이 되면 호주 전체 모래 해안선의 약 50%인 7100마일(1만1426㎞)이 사라질 수도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어 캐나다·칠레·멕시코·중국·미국·아르헨티나도 영향이 큰 나라에 속했다. 아프리카 감비아·콩고 등에서는 모래 해변의 60% 이상이 사라질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10월 덴마크의 한 해변에서 120년된 등대가 해안선 안쪽으로 옮겨지는 공사가 진행됐다. 해안선 침식이 심각해 등대 역시 위험해졌기 때문이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미국 뉴저지에 있는 '기후 중심'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베트남 호찌민의 대부분이 오는 2050년까지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물에 잠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트남 주민 2000만 명 이상은 침수 지역에서 살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기후 변화는 더 극단적인 기상 상황을 만들어내며, 이상 기후에서 비롯된 더 강력한 폭풍우가 해변에 새로운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2019년 9월 10일 알래스카주 키발리나의 모습. 키발리나 등 알래스카 섬 마을들은 온난화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해안 침식으로 인해 바다 빙하도 손실됐다.
[AFP=연합뉴스]
미국 마이애미 해변에서는 해안선을 메우기 위해 수천t의 모래를 트럭으로 운반해 거대한 방파제를 건설하기도 했다. CNN은 "그러나 해변을 메우기 위한 공사의 재정적·환경적 비용은 엄청나다"고 지적했다. 결국 해안선을 지키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등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USA투데이는 "온실가스를 줄이기만 해도 침수 면적의 최대 40%를 되찾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건 인간만은 아니다.
지난 2019년 독일 베를린 동물원에서 엄마 북극곰과 아기 북극곰이 물놀이를 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BBC는 기후변화 여파로 바다 얼음이 줄며 북극곰의 개체 수도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바다 얼음이 계속 줄어들면 이번 세기말에는 북극곰이 멸종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게재됐다.
먹이를 찾아 도시에 온 북극곰. 굶주린 북극곰 한 마리가 서식지에서 수백㎞ 떨어진 러시아 노릴스키에서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이들의 서식지를 손상하고 먹이활동을 어렵게 한다고 분석한다.
[AFP=연합뉴스]
북극곰은 바다 얼음 위에서 먹잇감을 사냥하는데 이 바다 얼음이 줄면 먹잇감을 찾아 더 먼 거리로 나가야 한다. 결국 해빙이 없어지면 식량 부족으로 새끼도 기를 수 없어 종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알래스카 대학의 블라디미르 로마노프스키 연구원은 "최근 15년간 북극권에서 나타난 기온은 원래 70년 이후에나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한 기온"이라며 "북극 기온이 예상과 달리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북극곰의 개체 수는 세계적으로 2만2000마리~3만1000마리로 추정된다.
서유진 기자·김지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홍수 지역에서 고무보트 타고 피신하는 중국인 (롱슈이 신화=연합뉴스) 중국에서 한 달 넘게 폭우가 계속되는 가운데 홍수가 발생한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롱슈이 먀오족자치현에서 지난 11일 한 주민이 고무보트를 타고 물에 잠긴 차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leekm@yna.co.kr
中 홍수 왜 이렇게 심해졌나…"지구온난화·토지매립 영향
온난화로 '폭우 빈도·강도' 높아져… 매립으로 홍수 막을 담수호 면적은 급감 中 현대사 네 번째 '대홍수'…전문가들 "기후변화 고려한 개발계획 짜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한 달 넘게 이어진 폭우로 중국 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최악의 홍수 사태가 지구온난화와 무분별한 토지매립으로 인한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올해 홍수는 중국 현대사에서 네 번째 '대홍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막대한 재산과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대홍수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댐이나 홍수 통제 시설에만 의존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기후변화를 고려한 개발 계획을 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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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물에 잠긴 중국 포양호 주변 지역
(상라오 AFP=연합뉴스) 중국 최대의 담수호인 포양호에 인접한 장시성 상라오의 주거지역이 15일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jsmoon@yna.co.kr
◇ 지구온난화·무분별 간척, '대홍수' 가능성 키웠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남부 창장(長江·양쯔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달 넘게 이어지는 폭우와 홍수로 인해 인명·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 홍수의 직접적인 원인은 북서 태평양 상공의 아열대성 고기압과 창장 유역의 찬 공기가 만나 지속적인 폭우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올해 홍수가 유난히 심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 이면에 있는 원인을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우선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주범의 하나로 꼽힌다. 1961년부터 2018년까지 '극도로 심각한 강우' 즉 폭우의 발생 빈도가 계속 높아지는 추세를 나타냈다. 이 60년 동안 연중 폭우가 내린 날은 10년에 3.9%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해진 1990년대 중반부터는 폭우 발생 빈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기상학자 쑹롄춘은 "단일 기상이변이 기후변화에 의해 직접적으로 발생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지구온난화는 기상이변의 발생 빈도와 강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홍수 예방에 큰 역할을 하는 담수호 주변의 무분별한 매립 작업에도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토나 산업 용지를 넓히기 위해 담수호를 메워 토지로 만드는 작업이 중국 곳곳에서 일어난 결과, 폭우로 불어난 물을 수용할 수 있는 담수호의 저장 능력이 크게 낮아졌다는 얘기이다.
중국 최대 담수호인 장시(江西)성 포양호의 경우 1954년부터 1998년까지 호수 면적이 무려 4분의 1 이상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질학자인 판샤오 교수는 "수십년간의 매립과 호수 주변 강의 댐 건설로 인해 포양호의 면적과 저수량이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장시성에 있는 또 다른 담수호인 퉈린호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지방 정부의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매립 작업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댐과 홍수 통제 시설로 대홍수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기후변화를 고려한 성장을 추구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번 홍수로 세계 최대 수력발전 댐인 싼샤(三峽) 댐의 수위가 최고 수위에서 고작 11m 남은 수준까지 치솟은 것은 댐 등으로 홍수를 막으려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수문기후학자 피터 글릭은 "기후변화가 폭우와 홍수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졌다"며 "싼샤 댐과 같은 댐들이 미래에 발행할 최악의 홍수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류쥔옌은 "이제 중국 당국은 기상이변의 빈도와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러한 위험을 반영한 개발·건설 계획을 짜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수위조절 위해 방류하는 중국 싼샤댐
(이창 신화=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이창에 위치한 세계 최대 수력발전 댐인 싼샤댐 수문에서 19일 대량의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 남부 창장(長江·양쯔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달 넘게 폭우가 이어지면서 이날 싼샤댐의 수위가 최고 수위에서 고작 11m 남은 수준까지 치솟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leekm@yna.co.kr
◇ 올해 홍수, 중국 현대사에서 네 번째 대홍수
올해 발생한 홍수는 20세기 이후 중국 현대사에서 네 번째 대홍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현대사에서 최악의 홍수는 1931년 발생한 대홍수로, 침수 지역은 잉글랜드 전체와 스코틀랜드 절반을 합친 면적에 달했다. 당시 인구의 10분의 1에 달하는 2천5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사망자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1954년에는 창장 유역에 대홍수가 일어나 3만 명 넘게 사망하고, 1천800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가장 최근의 대홍수인 1998년 홍수 사태도 창장 유역에서 발생했으며, 3천 명이 넘는 사망자를 초래했다. 수재민은 1천500만 명에 달했으며, 경제적 손실은 240억 달러(약 29조원)에 이르렀다. 중국 당국은 올해 홍수 피해가 1998년 대홍수에는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1989년 대홍수가 창장 유역 전체에 피해를 불렀다면, 올해 홍수는 창장 중·하류 지역에 주로 영향을 미쳐 그 피해 규모가 더 작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올해 홍수로 인해 중국 내 31개 성·자치구·직할시 중 피해를 본 곳은 이미 27곳에 달한다. 141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며, 이재민 3천873만 명이 발생했다.
이번 폭우로 인해 433개 하천의 수위가 홍수 경계선을 넘어섰으며, 33개 하천이 사상 최고 수위를 기록했다. 올해 홍수 사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860억 위안(약 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ssah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기후변화 방치 땐 80년 뒤 북극곰 멸종
BBC ‘네이처 게재논문’ 인용 보도 “바다 얼음 줄면 사냥·번식에 차질”
이대로 기후변화를 방치하면 80년 후 지구상에서 북극곰이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북극곰 개체 수 변화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가늠하게 하는 척도 가운데 하나로 간주된다. 20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기후변화 여파로 바다 얼음이 줄면서 북극곰의 개체 수도 감소하는 추세로, 이런 속도라면 이번 세기말에는 북극곰이 멸종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게재됐다.
북극곰은 바다 얼음 위에서 먹잇감을 사냥하는데 이 바다 얼음이 줄면 먹잇감을 찾아 더 먼 거리를 헤매거나 해안가까지 나가야 하며, 결국은 식량 부족으로 새끼도 기를 수 없어 종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북극곰의 에너지 사용량을 모델화한 뒤 이를 토대로 이들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현재와 같이 높은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할 경우 2100년이면 북극곰은 거의 멸종 상태에 놓인다. 배출 감소 목표치를 달성해 이보다 적은 수준이 배출된다고 해도 상당수가 사라질 전망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스티븐 앰스트럽 ‘북극곰 인터내셔널’의 수석 과학자는 “어미들이 새끼를 낳는다고 해도 얼음이 얼지 않는 기간을 버티며 젖을 줄 만큼의 체지방이 없어 결국은 새끼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이미 해빙 현상으로 북극곰의 숫자가 생존 한계까지 줄어든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계자연보전연맹(ICUN)은 북극곰을 멸종 위험에 처한 종으로 지정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피터 몰나 박사는 “북극곰은 이미 지구의 꼭대기에 앉아 있는 형국인데 빙하가 사라지면 이들은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앰스트럽은 “북극곰 개체 수를 둘러싼 위험은 인류가 닥쳐오는 문제의 최악을 피하기 위해 당장 행동해야 한다는 경종”이라고 강조했다.
북극이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인해 전례없는 고온에 시달리면서 산불까지 빈번하게 일어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북극에 가까운 러시아 북부 일대에서 무더위로 인해 무성한 외딴 숲과 툰드라 전역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시베리아 도시 베르호얀스크는 섭씨 38도 이상을 기록하는 등 최근 북극에서 기록적인 무더위가 확인됐다. 무더위로 인한 산불도 빈발하고 있다.
◇ 빈번한 산불로 온난화 주범인 탄소 발생 급증 : 과학자들은 빈번한 산불로 인해 날씨가 더 건조해질 것을 우려한다. 산지나 숲 지역의 화재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의 양을 늘리는 탄소를 대량으로 방출하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관측된 위성 기록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6월 북극에서의 화재로 인한 탄소의 배출량은 급증했다. 2003~2018년 6월의 전체 탄소 배출량보다 많다.
런던정경제대(LSE)의 환경지리학자인 토머스 스미스 교수는 북극의 기온이 최근 수년간 최고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의 빈번한 화재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시베리아의 이탄지(泥炭地,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못하고 장기간에 걸쳐 퇴적된 유기물로 이루어진 토지)는 지구 표면의 3%에 불과하지만, 이곳의 퇴적물은 전 세계의 모든 숲을 합친 것보다 2배나 많은 탄소를 함유하고 있다.
◇ 동토층 해빙으로 북극 온난화 더욱 가속화 : 과학자들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해 북극의 온난화는 다른 국가보다 2배 빠르다. 지난 5월부터 나타난 시베리아 열파가 이를 증명한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 국립 설빙데이터 센터의 월트 마이어 수석 연구원은 "현재 북극은 기온은 자주 따뜻해지고 있다"며 "극단적인 것이 이제 '노멀'(일반적 현상)이 됐다"고 말했다.
기온 상승과 극지방의 눈과 얼음 해빙은 북극 지역의 온난화를 더욱 재촉하고 있다. 북극해의 얼음은 1970년대 이후 여름철 양의 70%를 잃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까지 줄었다.
◇ 북극 화재로 지구 전체 기후 시스템에 악영향 : 과학자들은 북극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대규모의 극적인 기후 변화와 그로 인한 화재가 지구 전체의 기후 시스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상보다 빨리 북극 영구 동토층을 녹이는 열이 높아지고 있어 화재에 의해 방출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미국 마이애미 대학 지리학과의 제시카 맥카티 조교수는 "온난화로 인해 북극 산불 발생 시기가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종전의 북극 화재는 일반적으로 7~8월 2주 또는 그 이상 지속됐다. 올해는 5월부터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acenes@news1.kr
■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 (前환경부장관)
▲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서울국제포럼 사무실 인근 공원에서 최근 저술한 ‘팬데믹과 문명’을 읽다가 생각에 잠겨있다.
김호웅 기자
다섯번의 대멸종 겪은 지구, 기후변화 무시땐 여섯번째 재앙 온다”
소행성 충돌·화산폭발 등 수차례 대위기 겪어온 지구 이젠 환경파괴 탓 멸종 올수도
분명히 진행 중인 온난화 자연적 요인만으론 설명 안돼 반드시 대응 필요한 인류의 과제
코로나도 결국 기후변화 탓 기온상승, 병원체의 변종 유발 알지못했던 신종 바이러스 출현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인류의 삶을 바꿔 놓았다. 꿈많은 학생들에게선 학창 시절을 앗아갔고, 어른들에게는 대인 접촉 기피 문화가 생기게 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나를 감염시킬지 모르는 세상이다. 지금까지 지구촌 사람들이 이처럼 동시에 같은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없었다.
김명자(76) 전 환경부 장관은 바이러스와 인간이 서로를 해치지 않는 공존방안의 모색을 역설한다. 그는 “지금처럼 환경파괴가 이어지면 인류는 언젠가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희수(喜壽)를 앞둔 나이에도 각종 강연과 포럼, 저술활동으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을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서울국제포럼 사무실에서 만났다.
대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문명사적 의미에서부터 환경정책과 기후변화, 한국사회의 미래 방향 등 폭넓은 주제를 오갔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나쁜 효과와 부작용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경고성 예측도 제기됐다.
코로나 팬데믹의 문명사적 의미는 무엇인가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류 문명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인류 문명에 대한 도전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업보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출현했다고 생각한다.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이고, 지구의 나이는 45억 년이다.
우주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의 우주력 측면에서 보면 박테리아는 35억 년의 역사를 갖는다. 세포 이전의 바이러스는 숙주를 이용해 번식하는데, 그 오랜 시간의 숫자 개념으로 보면 우리가 당해낼 수 없는 존재다. 생명체를 입자로 본다면 94%가 바이러스고 단세포다.
지구의 역사를 봐도 인류의 역사는 너무 짧고 비교가 안 된다. 결국 미생물의 세계에 사람이 들어온 것이다.”
환경파괴가 원인이라는 의미인가요?
“기후변화로 인한 겨울철 평균기온 상승이 변종 바이러스 출현의 증가와 연관 있다는 것은 거의 정설이다. 기후변화로 산불, 가뭄, 엘니뇨 등의 자연재난이 빈발하고 있고, 야생동물은 경작지 확대로 서식지를 잃고 있다. 야생동물이 인간과 가까워지면서 감염을 일으키고 있다. 인수공통전염병이 200여 종이다.
결국 야생동물로 인한 인간의 바이러스 감염은 야생동물보다 사람 탓이 크다는 얘기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로 식생대가 중위도 기준 북방으로 100㎞ 이상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말라리아 등 해충의 서식지가 북반구로 확대되고 매개체 증가로 인한 감염증이 늘고 있다. 곰팡이도 과잉증식해 호흡기와 아토피 질환도 늘고 있다.
더위로 인한 온열병과 스트레스, 황열병, 말라리아 등 열대성 질환이 두 배가량으로 늘어났다. 기온상승으로 고온에 적응하는 병원체의 변종이 늘어나면 인체의 체온 조절에 의한 면역체계가 무력화될 위험성이 있다. 알지 못했던 신종 바이러스가 줄줄이 출현해 지난 30년 동안 나타난 신종 질병이 30여 종이다. 한마디로 고대의 바이러스로부터 첨단의 신종 바이러스까지 경쟁을 벌이는 격이다.
사람과 상품의 유통이 초연결된 세상에서 바이러스는 비자도 없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인류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형국이다.”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창궐은 눈과 귀를 통제하는 중국식 전체주의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서방진영과의 대립도 불가피하다고 보는데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서방진영이 중국의 정치체제를 무너뜨리려고 나서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서구 자본주의도 결함이 많지 않은가. 어느 체제든 완벽할 수는 없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급격한 문명 대전환이나 체제 간의 갈등이 폭발하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역사와는 다를 것이라는 의미다. 악명 높았던 14세기 페스트는 지구 기온이 따뜻하던 시기에서 소빙하기로 진입하던 시기에 발생했다. 1918년 스페인독감의 창궐 이전 3년 동안에는 이상저온 현상이 있었다. 기온이 하강하면 인간의 면역력은 떨어진 상태에서 번식력이 뛰어난 쥐 등 매개체가 기승을 부려 감염병 대유행을 일으킨다.
인류 문명에서 기후변화, 흉작·기근, 전염병은 3종 세트였고, 거기에 폭동과 전쟁까지 결합됐다. 찬란한 문명을 일구었던 고대 마야 사람들이 기원후 900년경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춘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이 초래한 사건으로 밝혀졌다. 물론 인류의 대응도 그동안 발전해 왔다.
하지만 환경파괴가 이어지고 21세기 발전관이 지속가능발전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지 못한다면 언젠가 파국을 맞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팬데믹 현상을 일회성 사건으로 보고 미시적으로 접근하면 근원적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서 ‘팬데믹과 문명’을 출간했다. 팬데믹과 문명의 시공을 관통하는 관계성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것이 바이러스의 공포로 인한 패닉 현상을 이해하고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시간문제일 뿐 앞으로 또 닥치게 될 팬데믹 대응에 대한 지혜도 얻을 수 있다. 사실 바이러스를 팬데믹의 병원체로 보지만, 바이러스는 인체의 건강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바이오산업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이 각광받는 이유다. 인체 유전자의 8%는 바이러스에서 왔을 정도로 인간과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불가피하게 시행된 봉쇄 조치로 인류의 모든 부문에 언택트 디지털화가 도입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스마트화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산업과 경제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그 기술혁신이 현재 지구촌이 당면하고 있는 기후변화, 자원위기, 환경오염, 빈부격차 등의 글로벌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9년 11월 4일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다. 미국 대통령은 세계의 대통령인데,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트럼프의 ‘기후변화’ 인식은 ‘미국의 발전을 막으려는 음모’라느니 ‘연구비를 따내려는 과학자들의 사기’라느니 하는, 그의 트위트 문자에서 잘 드러난다.
사실 그의 이런 인식은 1990년대에 논쟁을 빚은 뒤 뜬금없이 등장하는 기후변화 ‘음모론’과 꼭 닮았다. 대중은 기후변화의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잘 모르며,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좀 따듯해지면 어때서?’라고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구상 78억 인구 중에서 기후변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미미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쓰레기 덜 버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라고 반응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분명히 전개되고 있고, 인간의 삶을 지금도 바꾸고 있다. 반드시 대응해야 할 인류의 과제다.
지구는 소행성 충돌, 판게아 이동, 화산 대폭발 등 자연적 요인에 의해 다섯 차례의 대멸종을 겪었다. 여섯 번째 멸종도 맞게 될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 추이는 자연 요인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자연적 요인은 태양 에너지의 변화, 우주선(cosmic ray) 영향, 자연적 변동성(엘니뇨, 태평양 10년 주기 변동) 등이다. 이 자연적 요인에 더해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만 기온 상승 그래프가 맞아떨어진다.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의 충격은 인류 문명에 재앙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린 포스트 코리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친환경 에너지는 미완성의 에너지다. 먼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바람이 불 때만, 햇빛이 있을 때만 에너지를 생산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에너지저장장치(ESS)라는 것이 아직 기술적으로 완성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은 태양광 에너지 생산 조건도 충분하지 않다.
풍력도 지역별로 편차가 너무 심하다. 친환경, 재생 및 재활용 에너지 측면에서 한국은 유리하지가 않다. 물론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친환경 에너지만을 추구하기에는 인프라 구축조건이 열악하다. 우리처럼 국토 면적이 좁은 나라에서는 사람 살기도 어려운데,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추구할 조건은 더욱 갖추지 못하고 있다.”
결국 원전이 한국에 적합한 에너지 정책 수단이라는 결론인데요.
“국제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현재 온실가스 감축에서 남은 해결 수단은 원자력이다. 에너지 자원이 없어도 세계적인 기술을 확보한 발전원이 원자력이다. 더욱이 원전은 기후변화 시대에 홀대할 수 없는 발전원이다. 물론 원자력 기술 또한 사용후핵연료의 고방사능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완의 기술이다.
그러나 한국의 원자력 기술은 글로벌 수준이므로 차세대 원자력 기술 등 미완성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산업과 인력의 인프라를 살리는 것이 기후변화 시대 국가 에너지 안보는 물론,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길이라고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언젠가 나쁜 효과,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다.
정부는 한국에선 위험 우려가 있다고 탈원전 정책을 추구하면서 외국으로 원전을 수출하는 정책을 쓰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신은 위험하다고 안 하면서, 외국에 기술을 갖다 판다고? 생각해 보라. 그게 말이 되는지….”
정부의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그린뉴딜’ 정책을 평가·전망한다면.
“뉴딜의 개념은 1932년 미국에서 출판된 스튜어트 체이스의 저서 ‘뉴딜(A New Deal)’에서 제시됐다. 정치적으로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스퀘어 딜(Square Deal)이라는 공평한 분배 정책과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뉴 프리덤(New Freedom)이라는 용어에서 각각 한 글자씩을 따서 합성한 신조어였다.
1930년대 미국의 경제 대공황 못지않은 위기감 속에서 21세기의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그린뉴딜이 부상하고 있는데, 화석연료를 재생 에너지로 급전환하는 프로젝트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경제성장 정책 기조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의 양면작전이 성공하려면 성장과 고용, 주요 거시경제 지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데이터부터 갖춰야 한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21세기형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를 확충하려면 비용 분석과 금융조달 방안도 나와야 한다. 단순히 기술과 산업, 일자리를 그린뉴딜로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구체적이지 않고 실현 가능성도 떨어진다. 결국 기후와 경제를 함께 살리는 그린뉴딜은 기후-에너지-환경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체제에 의해서 산업 경쟁력 강화를 반영하되,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 수요를 통합 관리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
에너지 세제 개편, 전력가격 합리화, 전력 부문의 시장원리 도입,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복지정책 등 필수 정책 추진 기반이 구축되고, 현장에서 이들 세부 정책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는 추진체계의 확립이 필요하다. 경제와 기후 사이의 탈동조화는 전력, 수송, 건물, 상업, 공공, 가정 등 모든 부문에서 국민이 동참할 때에 달성될 수 있는 목표라는 프레임에서 신뢰가 바탕이 될 때 실현 가능하다.”
교수와 장관, 국회의원을 지냈는데 최근 상임위원회 독식에서 시작된 여당의 독주 등 정치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진단이랄 게 있나? 그냥 불행한 일이지. 국민에게도 너무 불행한 일이다.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때인가, 할 일이 많은 시기이기도 하고….
코로나19 방역 대응을 정부가 잘했다고는 하지만, 국민의 저력으로 극복한 것이다. 한국은 국토는 작지만 코로나 팬데믹 방역 상황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세계가 바라보는 가운데 리더 국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정치적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 상황은 너무나 실망스럽다.”
한국 사회가 극단으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습니다.
“나는 원래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지 않는다. 지금 시대에 진보와 보수로 가르는 사고방식이 웬 말인가. 우리에게 닥친 글로벌 리스크를 해결하는 데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양극화와 빈부격차 등 해결할 사항이 너무 많지 않은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분열과 불신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권위의 실종이다. 국민은 공권력을 불신하고, 전문가의 말도 경청하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 이른 근본 원인은 사회의 정치화다. 우리 사회가 너무 정치화됐다. 정치인들이 정말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불신 풍조의 팽배인데, 엄연한 현실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잘해야 하는데, 지금의 정치인들은 대립과 분열을 통해 자신들과 자신들이 소속된 집단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적폐 청산이란 단어에서 나타나듯 과거에 대한 부정이 대세적 흐름이 되고 있는데….
“한국사회는 스스로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미국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을 보고 ‘100년이 지나도 회복이 어렵다’고 언급했다.
또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건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 찾기’라고 했다. 그런데 60년이 지나서 국내총생산(GDP)이 1000배로 늘어났다. 민주주의도 일궜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가 탄생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용납이 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들이 기여했던 부분을 모두 깎아내리는 것은 스스로 살점을 물어뜯는 것이다. 기업 역시 다른 영역들처럼 한국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우리는 어떤 대상이 특출하게 기여한 부분은 높게 평가하는 아량을 갖춰야 한다. 부족한 부분만을 보면서 전체를 평가절하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지속가능한 환경정책이라는 측면에서 역대 어느 정부가 최고 학점을 받을 만한가요.
“1999년에 환경부 장관이 됐고, 2000년에 경기침체 상황을 맞았다. 당시 환경부 장관으로 환경-경제 상생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론적으로도 환경과 경제는 갈등요소가 아니다. 서로 대화를 통해 규제의 영역을 논의하고, 어떤 경로로 가는 것이 부작용과 비효율을 줄이는 것인지 머리를 맞대자는 취지였다.
환경과 경제, 사회의 3개 정책기둥이 균형을 이루고, 통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요소다. 자원 이용의 효율성, 형평성 있는 문명의 지속, 이런 원칙들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풀어가야 한다. 어느 정부가 최고 학점인지 말하기는 좀 그렇고, 어쨌든 장관 재직 때가 환경정책의 전성기였다고 자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