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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마른장마'는 왜 올여름 무서운 '집중호우'로 변했나

 

폭우에 잠긴 도로 (하동=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8일 오후 경남 하동군 하동읍
두곡리 두곡마을 일대 도로가 전날부터 내린 폭우로 잠기고 있다.오른쪽은 전남
광양시와 연결된 섬진강이다.
2020.8.8 image@yna.co.kr

 

 

 

 

 

 

둥부간선도로 침수, 전면통제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물에잠긴 잠수교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붕 높이까지 차오른 '450mm 폭우'..경남 곳곳 아수라장

 

 

산사태·급류에 2명 사망·실종..화개장터 등 지역 곳곳 침수
주택 233채 잠기고 343명 대피..낙동강 수계 홍수특보 발효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8일 경남에서 최대 450㎜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지며 산사태가 발생하고 지역 곳곳이 침수되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에 따르면 7일부터 이날 오후 4시 현재까지 산청 355.1㎜, 함양 314.5㎜, 거창 315.5㎜, 합천 269.1㎜, 의령 234.9㎜, 하동 222㎜, 진주 196.63㎜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지리산에는 무려 447.5㎜의 폭우가 내렸다.
하동군 화개면에도 418㎜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통영·거제·하동·산청·합천·의령·창녕·거창·함양·진주 등 10개 시·군에 호우 경보가, 창원·양산·김해·밀양·함안 등 5개 시·군에 호우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이 대피했고, 도로 침수 피해도 잇따랐다.
하동·산청·사천·진주·창녕 주민 329명과 야영객 14명이 침수 등 우려로 긴급히 대피했다.
이날 오후 2시 21분께 경남 밀양시 산내면 순마교 인근 하천에 50대 A씨가 빠져 실종됐다.

당시 A씨는 배수로에 이물질이 걸려 물이 넘치자 이를 제거하던 중 하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인력 20여 명을 투입해 순마교 인근 임고천과 단장천 일대를 수색 중이다.








물에 잠긴 야구장 (합천=연합뉴스) 8일 오후 경남 합천군 신소양 체육공원 야구장이 집중호우로
물에 잠겨 있다. 2020.8.8 [합천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ome1223@yna.co.kr





앞서 이날 오전 10시 50분께 경남 거창군 주상면 한 야산에서는 토사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도로 쪽으로 토사가 흘러내리며 인근에 있던 A(83)씨가 경운기와 함께 매몰됐다.
주민 신고로 출동한 119 구조대가 심정지 상태인 A씨를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경운기를 타고 가던 A씨가 집중호우로 무너진 토사에 휩쓸린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영호남 교류 상징 장터로 유명한 하동 화개면 탑리 화개장터는 7일 오후 10시께 침수돼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또 하동을 지나는 국도 19호선과 군도, 농어촌도로 일부 구간이 침수됐다.
하동읍부터 화개면까지 도로는 침수로 전면 통제되고 있다.










폭우로 잠긴 하동 화개장터 (하동=연합뉴스)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
일대 마을이 물에 잠겨 있다. 2020.8.8 [독자 제공.

image@yna.co.kr





합천 신소양 체육공원은 주택 지붕 높이만큼 물이 차올라 야구장이 물에 완전히 잠겼다.
이밖에 댓골마을, 대부배수장, 군민체육공원 등에서도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경남도에 따르면 도로 침수 22건, 토사 유출 18건, 포장 파손 1건 등의 공공시설 피해가 있었다.
또 주택 233채가 침수됐으며 나무 쓰러짐 7건, 하천범람 3건, 차량 침수 2건, 도로배수 불량 1건, 저수지 유실 1건 등도 있었다.
벼 218.7㏊, 노지 작물 22㏊, 과수 17.5㏊가 물에 잠기는 등 총 292.9㏊에 달하는 농지가 침수되며 농작물 피해도 줄을 이었다.
이밖에 갑작스레 불어난 물에 닭 500여 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이에 도는 경남 전역 도로와 마을 등 33곳에서 응급 복구와 도로 통제를 하고 있다.

산청 남강 경호교·밀양 낙동강 삼랑진교와 합천 황강교에는 홍수 경보가, 의령 정암교와 함안 칠서면 계내리에는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댐 하류 지역 주민 등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구조 나서는 119 소방대원 (하동=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경남소방본부 소속 소방대원이
8일 오후 물에 잠긴 경남 하동군 하동읍 두곡리 두곡마을에서 보트를 타고 구조 작업에
나서고 있다.
2020.8.8 image@yna.co.kr



home1223@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폭우 피해 절 찾은 소떼 (구례=연합뉴스) 8일 전남 구례지역에 내린 폭우로 침수된 축사를
탈출한 소떼들이 사성암까지 찾아 눈길을 끌고 있다. 구례 지역은 이틀새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와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020.8.8 [사성암 제공 minu21@yna.co.kr





  소떼가 섬진강 홍수 피해 해발 531m 사성암까지 올라왔다




구례지역 침수 10여 마리 대웅전 앞까지..연락받은 주인이 데려가


(구례=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섬진강 홍수를 피해 해발 531m의 사성암까지 피난 간 소 떼들이 화제다.
8일 오후 1시께 전남 구례군 문척면 사성암에 소 10여마리가 나타났다.
소들은 대웅전 앞마당에서 풀을 뜯어 먹거나 휴식을 취했다.
이곳이 사찰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누구 하나 뛰놀거나 울음소리도 내지 않고 얌전한 모습이었다.
이 소들은 축사가 침수되자 이를 피해 피난 행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구례 서시천 제방이 무너지고 토지면 송정리가 범람해 곳곳이 물에 잠겼기 때문이다.
구례에는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300mm 넘는 폭우가 내렸다.







축사 탈출한 소떼 (구례=연합뉴스) 8일 전남 구례군 간전면의 한 도로에 축사를 탈출한 소떼가
이동하고 있다. 구례 지역은 이틀새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와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020.8.8 [독자 제공.minu21@yna.co.kr








간전면 도로에서도 소 떼가 목격됐으나 무리가 흩어진 것인지, 이 소들이 간전면부터 문척면까지 10km에 이르는 먼 길을 피난 온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성암 관계자는 "아랫마을에서 물을 피해 올라온 것 같다"며 "산에 오르려면 도보로 1시간은 족히 걸리는데 소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신기하고 가여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 주인이 다른 주민들의 연락을 받고 1시간쯤 지나 사성암에 찾아와 소들을 인솔해 데려가시기까지 정말 얌전히 절에서 쉬다가 떠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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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5일 잠실대교 아래에서 주민 정광수씨가 참게 2마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이 암컷,
오른쪽이 수컷이다.

왕준열




  폭우가 한강공원 '게판' 만들었다..잠실대교 습격한 참게떼



연일 쏟아진 폭우로 강물이 불어나면서 서울 한강공원에 때아닌 '게판'이 벌어졌다.
지난 3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잠실대교 아래에 새까맣게 몰려든 참게 떼가 우글거렸다.
참게 떼는 불어난 강물과 맞닿은 강가부터 시민들이 걸어 다니는 길까지 점령했다.
주먹만 한 것부터 엄지손가락만 한 새끼까지 얼핏 봐도 수백 마리는 돼 보였다.








 

3일 오후 7시 잠실대교 밑에서 촬영된 참게 떼 행렬. 유튜브

'행복한 동동씨' 제공




 

도심에서 보기 드문 참게 떼의 행렬은 지나가는 시민들의 걸음을 멈춰 세웠다.
저마다 휴대전화를 꺼내 이 장면을 영상에 담기 바빴다.
잠실대교를 접수한 의문의 참게 떼. 이들은 왜 이곳에 몰려온 걸까?

참게 떼의 습격? 근처 주민들에겐 ‘익숙한 손님’


콘크리트 구조물에 붙어 거센 물살을 피하고 있는 참게들.

왕준열





"한강에 참게 떼가 나타났다"는 SNS 영상을 보고 5일 잠실대교를 찾았다.
다리 아래 콘크리트 구조물에 참게 수십 마리가 다닥다닥 붙어 아찔하게 매달려 있었는데, 간혹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길까지 올라왔다가 게거품을 물고 이리저리 헤매는 녀석도 보였다.
사실 이곳을 자주 찾는 주민들에겐 생소한 광경이 아니라고 한다.
문정동에 사는 모상팔(73)씨는 "요 며칠 비가 많이 와서 한강 물이 불어나 참게가 뭍까지 올라왔다"며 "물이 빠지면 다시 강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 말했다.








참게는 사람이 손을 댈 때마다 위협을 느끼고 게거품을 물었다.

왕준열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보행로에서 길을 잃은 참게를 잡아 강으로 던져주는 주민도 있었다.
정광수(54)씨는 "장마철이면 사람이 걸어 다니는 길까지 올라왔다가 밟혀 죽는 참게가 많다"고 설명했다.
주민들 말대로 참게는 한강 곳곳에 보금자리를 친 것으로 보인다.
한강사업본부에 문의해보니 참게가 한강에 몇 마리나 사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기별로 개체 수를 조사한 결과 한강 일대에 널리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한다.
참게는 둥근 등딱지와 털이 난 집게발로 구분할 수 있다.
거무스름한 회갈색 몸 때문에 멀리서 보면 큰 거미처럼 보이기도 하죠. 민물에 산다고 알려졌지만, 바다에서 태어나 자란 뒤 강으로 올라와 생활한다.
우리나라 서해와 중국 등지에도 서식하고 있다.

한강에 쏟아진 물 폭탄…참게도 피신했다





지난 5일, 폭우로 물에 잠긴 잠실대교 아래 도로.

왕준열




최근 며칠간 수도권에는 장마와 제4호 태풍 '하구핏(HAGUPIT)'의 영향으로 시간당 10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한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물에 잠긴 한강공원은 예전 모습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전문가들은 참게가 비에 불어난 한강 물살을 버티지 못해 육지로 대거 올라왔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상규 국립공원연구원 해양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참게는 각자 영역을 갖고 생활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번처럼 많은 개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현상은 흔치 않다"며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본인들의 서식지가 폭우로 무너지는 상황에 위협을 느끼고 이동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길에 널린 밥도둑? 잡다 걸리면 과태료만 50만원




5일 오후 한 중년남성이 나무계단에 붙은 참게들을 잡아 비닐봉투에 집어 넣었다.

왕준열




도로를 점령한 참게를 보며 군침을 흘리는 분도 있을 듯하다.
참게 떼 영상이 유튜브 등 SNS에 올라오자 "잡아서 간장게장 해 먹자"라거나 "참게 매운탕 당긴다"는 댓글이
주를 이뤘지만 실제로 참게는 게장, 매운탕 등 요리의 재료로 이용됐다.
하지만 참게를 '공짜 반찬'으로 생각하고 잡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
서울시 조례에 따라 한강에서 참게를 잡다 적발되면 과태료 50만원을 내야 한다.
무분별한 채집으로 한강 생태계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비책이다.
이런 규정이 있다는 사실을 시민들은 잘 모르는 듯했다.
이날 오후 2시쯤 잠실대교 아래에 한 중년남성이 노란 비닐봉지를 들고 나타났다.
통행금지선을 넘어 코앞에 급류가 굉음을 내는 곳까지 내려가 봉투에 참게 10여 마리를 쓸어 담았다.
한강에서 참게 잡는 게 불법인 걸 아느냐고 묻자 남성은 "그런 건 몰랐다. 그냥 재미로 잡은 거다.
죄송하다"는 말만 남긴 채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강에서 인도까지 올라온 한 참게.

왕준열



서울에 쏟아진 '역대급' 폭우를 피해 찾아온 손님 참게.
신기한 마음에 만져보고 싶은 생각도 들겠지만, 지금은 참게들이 터전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지켜봐 주는 건 어떨까?
「 동물을 뜻하는 ‘애니멀(animal)’은 영혼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니마(anima)’에서 유래했다.
인간이 그렇듯, 지구상 모든 생물도 그들의 스토리가 있다.
동물을 사랑하는 중앙일보 기자들이 만든 ‘애니띵’은 동물과 자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전달한다.




박건 기자 park.kun@joongang.co.kr

영상=왕준열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올림픽대로 양방향 통제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마른장마'는 왜 올여름 무서운 '집중호우'로 변했나

 

 

토요판] 기획
올해 장마는 왜?
'마른장마'에서 갑자기 바뀐 이유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지 못해
그 가장자리 한반도 부근에 정체
중국·일본도 지속적인 강수 발생

저기압 많이 지나갈 길도 열려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 상승 관련
장마를 포함한 동아시아 몬순의
강수량 증가 전망 연구도 나와




▶ 한반도 남부와 중부를 오가며 장마가 길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몇해 ‘마른 장마’가 계속된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일상 생활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인명 피해까지 내고 있는 올해 집중호우가 언제 끝날지, 도대체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장마특이기상연구센터 센터장이기도 한 장은철 공주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가 ‘역대 최장기’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올해 장마를 분석했다.
2020년 장마는 최근 수년과 비교해 볼 때 지속 기간이 길고,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강수가 집중되는 형태로 자주 나타나 인명과 경제적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번 장마의 특성과 원인을 과학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여름철이 지난 이후에 확보 가능한 모든 관측 자료와 가공된 3차원 대기 자료들을 수집하고 깊이 있는 분석을 수행하여야만 한다.
이 글에서는 현재 시점에서 파악 가능한 이번 장마의 특징과, 최근 연구를 통해 파악된 한반도 장마의 특성에 대하여 다루고자 한다.


 올해 장마의 특징
올해 장마의 가장 큰 특징은 장마 기간이 최근에 비해 길다는 점이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6월 이후 두달여간 지속적인 폭우가 발생하여 동아시아 장마 시스템 전체가 오랫동안
유지되는 특징을 보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4년 이후 장마 기간에도 비가 지속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지 않았고, 총강수량도 평년에 비해 많지 않아 소위 “마른장마”라는 다소 반어적인 용어가 등장하였기에 올해의 장마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대기 상태의 특징은 장마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예년에 비해 빠르게 확장하지 못하여 그 가장자리가 한반도 부근에 정체하며 유지되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는 한반도에 수증기를 공급하는 통로와 같은 역할을 하며, 장마 기간 강수를 형성하는 경계면 역할을 한다. 이러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정체는 우리나라 북쪽 상공에 차가운 공기가 정체된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도 이 영향으로 지속적인 강수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거의 7월 내내 한반도는 강수의 영향을 받았는데, 7월 강수량을 평년과 비교해 보면 서울·경기는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남부지역과 제주도는 평년보다 많은 강수량을 보여 지역적인 차이가 큰 특징이 나타났다.
충청지역을 포함한 중부지방은 지역별로 강수량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지역 평균적으로 평년보다 약 1.5배 많은 수준의 강수량을 보였다.

장마철 한반도 강수량의 평년값을 분석하면 강수가 집중되는 지역이 크게 두 지역으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남해안을 중심으로 한 남부지역이며 다른 하나는 서울·경기를 포함한 중부지역이다.
남해안 지역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경계면과 정체전선이 북상할 때 육지를 만나 발생하는 수렴효과의 영향을 받는다.

서울·경기 지역은 서해상에서 유입되는 흐름이 경기만 지역에서 급격히 발달하여 강한 강수의 형태로 내리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남해안과 서울·경기 지역은 평균적으로 강수량이 많은 동시에 강수가 짧은 시간 동안 나타나는 집중호우의 빈도가 높은 특징을 나타낸다.
장마철 동안 발생하는 강수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한랭한 북쪽의 기단이 만나 형성되는 정체전선에서 비구름이 발달하면서 발생한다. 하지만 올해는 정체전선이 남쪽에 치우쳐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를 지나는 저기압에 동반된 온난전선과 한랭전선이 남쪽의 정체전선을 북쪽으로 끌어올리거나, 저기압 자체에 의해 발생하는 강수가 집중호우 사례들을 발생시켰다.

물론 저기압 사례들도 정체전선에 해당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장마 구조와 무관한 특이한 경우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연구팀에서 수행한 과거 수년간의 장마철 강수 구조 연구에 따르면, 저기압의 영향으로 강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60년 자료 분석을 수행한 결과, 이러한 저기압이 장마철 강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비단 최근만의 현상은 아니며, 일반적인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올해 저기압이 많이 지나면서 한반도에 많은 강수를 발생시키고 있는데, 현상 자체는 특이하다고 볼 수 없다.
다만,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확장하면 저기압의 진행을 막거나 우회시키는데, 올해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지 못하면서 이런 저기압들이 한반도로 지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어 저기압으로 인한 강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장마는 여름철, 특히 6월 중순이나 하순에서 7월 중하순까지 여러 날 동안 비가 내리는 현상으로, 학계에서는 여름철 장마전선에 의해 내리는 비를 장마로 정의하여 사용해오고 있었다.
전통적인 장마 연구는 기후의 측면에서 주로 이루어져왔다.

즉, 장마철 전체의 대기 상태를 평균하여 그 특징을 파악하고 주변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연구되어왔다.

이러한 연구들은 장마의 이해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였으며, 이러한 연구에서 도출된 중요한 결론 중 하나가 장마철 정체전선이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상대적으로 한랭 다습한 오호츠크해 기단 사이에서 형성되고 강수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을 통해 배워온 내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수시간에서 수일의 규모에 해당하는 날씨의 관점에서 장마를 바라보면 다소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지난 수년간 장마철에 발생한 개별 사례를 살펴보며 연구를 진행해 본 결과, 장마철 초기에 제주도에서 장마가 시작되어 강수대가 남해안 지역까지 북상하는 상황에서는 전통적인 기상학적 장마 구조로 설명이 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후 한반도 내륙 지역에 강수가 발생한 상황들은 저기압의 영향을 받아 강수대가 발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구 온난화와 장마의 변동
저기압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경우도 다양한 형태를 가지는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①저기압 중심에서 발달한 비구름이 저기압과 같이 한반도를 관통하는 경우

②저기압이 지나가며 남동쪽 또는 남쪽 경계의 반시계 방향 바람 흐름이 한반도상의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에서 형성된 시계 방향의 바람 흐름과 부딪혀 그 사이에서 서풍 또는 남서풍 형태의 합류가 발생하고, 이 합류 구역에서 길게 늘어진 형태의 구름과 강수가 발생하는 경우

③중국 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저기압이 제주도 남쪽으로 진행하며 북태평양 고기압의 서쪽 경계와 만나 그 경계에서 남풍의 합류 흐름이 발생하고, 이 흐름이 한반도상에 위치한 상대적으로 차고 건조한 공기와 만나 강수대를 만드는 경우
④지면 부근의 열적 불안정으로 발생한 작은 규모의 저기압이 동진하며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만나면서 이 경계면을 따라 이동하는 경우 등으로 분석되었다.

물론 여기에서 언급된 분류 외의 강수 형태도 다수 존재하지만 위에서 언급된 강수 구조의 발생 빈도가 높았고, 이 경우라 하더라도 세부적으로 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였다.










기록적인 장맛비로 한강에 9년 만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8월6일 낮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올림픽대로의 한강철교 아랫부분이 물에 잠겨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장마는 해마다 변동성이 큰 현상이다. 강수량의 변동 연구에서는 남한 지역에서 다소 증가하였다는 분석이 있었으며,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뚜렷한 증가 추세는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있었다.
하지만 강수 강도의 변화는 좀 더 명확하게 분석되었는데, 1961~2018년까지의 기상청 유인관측소 강수를 분석한 결과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 발생 빈도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80~2010년 사이의 동아시아 몬순 변화를 다룬 연구에서도 한반도 주변에서 강수량보다 강수 강도의 증가가 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결과를 얻었다. 여러 원인의 복합적인 결과로 판단되지만, 온난화로 인해 대기 중 수증기량이 증가하는 점과, 서해와 동해의 해수면 온도 증가가 강수 강도의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였다.
해수면 온도가 증가하면 해면 부근의 기온을 가열시키는 효과가 증가한다.
대기의 하층이 가열되면 밀도가 낮아져 가벼워지고 상승하려는 성질인 불안정도가 강해진다. 열적인 불안정도로 인해 발생하는 강한 상승은 뭉게구름을 형성하는데, 이것이 적운이다.
적운은 내부 상승기류가 강하고 높이 자랄 수 있는데, 잘 발달한 적운은 대류권 꼭대기인 대류권계면까지 성장할 수 있으며, 이는 수직으로 10㎞ 이상 높이에 해당한다.

구름이 높이 성장한다는 것은 내부의 물방울 또는 얼음 알갱이들을 올려보낼 수 있는 길이와 시간이 충분히 확보된다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구름 알갱이들은 수증기를 흡수하거나 주변 알갱이들과 끊임없이 부딪히며 크게 성장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열적 불안정으로 발생하는 적운에서는 소나기성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는 강한 강도의 강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해수면 온도의 상승에 따라 집중호우의 형태가 더 빈번해지며 강수 강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되었다.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동아시아의 상세 기후변화 자료를 생산하는 연구에서는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는 경우 21세기 후반에는 장마를 포함한 동아시아 몬순 시스템의 강수량과 강수 강도 모두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을 생산하기도 하였다.
동아시아 공조 필요
앞에서 장마 형태를 다소 장황하게 설명하였지만,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장마라고 인지하는 강수라 하더라도 상당히 다양한 형태의 메커니즘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량의 수증기가 공급되는 영역은 상당히 넓다.

이 영역 내에서 구름이 형성되는 지역이 있고, 구름 영역 내에서도 실제 비가 내리는 영역은 더 국한되어 있다.
장마는 다양한 크기를 가지는 여러 현상들이 중첩되어 나타난 결과로 판단된다.
강수 메커니즘을 유도하는 현상은 저기압이나 북태평양 고기압처럼 큰 규모(수천㎞에 해당)이지만, 그 안에서 강수를 발생시키는 구조는 수㎞에서 수십㎞ 수준으로 작을 수 있다.

우리는 아직 이러한 현상들 간의 상호작용이나 형성 과정에 대하여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장마철 강수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파악된다.
대기과학 전체의 고민이며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장마는 계절풍의 의미를 가지는 동아시아 몬순 시스템의 한 부분이다.
동아시아 몬순은 전세계에서도 활동성과 변동성이 큰 기후 시스템이다.
여기에는 중국과 일본에서 발생하는 장마 현상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메이위(梅雨·Meiyu), 일본에서는 바이우(梅雨·Baiu)라고 부른다.

장마철에 중국 남부에서 한반도를 거쳐 일본까지 확장된 구름 밴드가 나타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남과 북의 습도 차이가 경계면을 형성하며 남부 대륙에서 열적으로 발생하는 대류 형태의 구름이 주로 강수를 발생시키는 특징을 보이며, 일본에서는 남과 북의 해양성 기단의 온도 차이가 경계면을 형성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한반도의 장마는 중국과 일본의 장마 형성 구조의 영향을 모두 받으며, 해양의 영향과 시베리아 대륙을 통해 전파되는 파동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는다.
같은 동아시아의 장마 구조라 하더라도 한반도의 장마가 복잡한 시스템임을 알 수 있다.

기후 연구와 날씨 연구를 꾸준히 병행하며 각 분야의 연구 결과가 활발히 교류될 때 장마에 대한 근본적인 과학적 이해가 이루어질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장마철 강수 예측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상세한 현재기후와 미래기후를 연구하는 팀들은 지속적인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만나 연구 성과를 나누고 있다.
유사하지만 서로 다른 장마에 대한 각 지역의 이해를 공유함으로써 국제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과학적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장은철 공주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








통합당 수해 피해 현장 방문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폐허처럼 변한 삶의 터전, 집중호우 피해 현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5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율면 산양1리에서 수해 피해로 인한 폐기물들이 한쪽에 쌓여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5일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장원리 남산마을에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로 토사와
나무 잔해가 쌓여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사설] 예상보다 길어지는 장마 피해, 복구 나설 때다

 



경기는 물론 충청과 강원을 중심으로 한 비 피해소식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중부는 오늘까지 500㎜의 비소식이 더해지면서 망연자실한 수재민들의 마음마저 무너지게 하고 있다.
물론 내일에도 어느 정도의 비 소식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손을 놓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다.

어떻게든 응급조치를 취하면서 복구를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생각해 보건대 매년 이런 장마철 집중호우 피해는 있어왔고 그 후속조치, 즉 복구가 다음해 피해까지 이뤄지지 않아 더 피해가 늘어난 곳도 없지 않다.

늑장대응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의 행정 탓이 크다. 피해 사례를 보면 금새 알 수 있다. 비슷한 피해지역에서의 하천 범람과 물난리다.

위험하기만 한 산사태에 따른 매몰은 급작스럽게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건축당시부터 위태로운 경고가 있어 온 지역이 없지 않다.

산을 급하게 깎아 주택지를 만든 곳이 멀쩡할 리 없고 하수구등 물 빠짐이 안 좋은 지역에 갑작스런 급류로 실종 사고 등의 인명 피해까지 늘어 나고 있는 것은 어느정도의 인재라는 생각마저 들게 하고 있다. 이미 중부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큰 비가 퍼붓자 인명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시간당 100㎜ 이상 등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안성과 인근한 충북에서의 피해도 컸다. 산사태로 양계장과 집이 매몰돼 주민이 숨졌고 소방서 소속 소방관이 실종되는 일도 발생했다.

매일 영상에 비쳐지는 현장은 처참하기만 하다. 약한 지반들은 여지없이 내려앉으면서 주택과 농장들을 망가뜨리고 동식물의 파손은 물론 주민들의 목숨마저 앗아가고 있다.

위험에 대처하기 힘든 매일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그래도 어디하나 만만한 대응소식이 없는 현실에 바라보는 국민들은 무기력함으로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집중호우 시간대가 새벽시간이다 보니 그 속수무책은 어쩔 수 없음으로 귀결되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곧 닥칠 태풍소식들도 줄을 서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에 지자체 역시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빠른 복구에 전념해야 한다.


단 며칠 만에 구멍나듯 쏟아진 중부 지역의 비는 하천과 계곡을 여지없이 채우고 있다.
산이 많은 지형상 산사태와 축대 붕괴가 우려된다.
기상청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최근 비껴가면서 여러 비아냥을 듣는 것을 모를 리 없는 기상청이다.
보다 과학적인 근거를 두고 예보를 하고 있지만 하늘의 사정을 일초마다 헤아릴 길이 없어서다.

다만 확실한 예보는 고온다습한 수증기를 공급할 하늘의 사정이 줄을 잇고 있다는 얘기다.
경계를 늦추지 않을 이유다.
행정에서 긴급점검회의를 열어 대비 태세를 점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그것은 멀기만 하다. 가급적 현장이 피부에 닿는 얘기들로 채워나가야 한다.

재난방송의 역할을 다해야 하는 매체에서 과연 그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할 때다.
지자체는 물론 중앙의 재난 구호는 물론이고 당장이라도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야 하는 중대한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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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의 집중호우로 한강과 하천 주변 도로의 차량 통행이 통제된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중랑교 일대 중랑천변 산책로가 물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