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사무실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 아파트단지 맞은편, 오래된 사무용 건물 3층에 있다. ‘경제민주주의21’ 김경율 회계사,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조혜경 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등이 참여연대를 떠나 만든 단체다. 경제금융센터를 구성하던 핵심인사들이 통째로 떨어져 나온 것이다.
과거에도 분화 사례는 없지 않았다. 김상조 현 청와대 정책실장 주도로 만들어진 ‘경제개혁연대’가 대표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의 후신이다. 분화 당시(2006년) 사무처장은 김기식 전 의원이었다. 김기식 처장에 앞서 사무처장을 맡았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참여연대가 각 분야 전문운동의 산실,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경제개혁연대 이외에도 앞으로 자립 조건을 갖춘 센터들이 독립하는 것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민주주의21’의 분화는 다르다. 지난해 조국 사태 국면에서 상임집행위원회 내부에서 벌어진 분란이 남긴 상처는 여전히 봉합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경실련·경제민주주의21·참여연대·민주노총 등 관계자들이 7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이재용 부회장 불법 경영권 승계 혐의 검찰의 기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권호욱 기자
■서초동 촛불’ 대 ‘진보 기득권 비판’ 분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공통된 가치관이 있었나 싶다. 과거 이른바 ‘진보’로 뭉뚱그려져 있었는데 돌이켜 놓고 생각해보면 그게 진짜였나 하는 회의가 든다.”(김경율 회계사) “ 조국 사태로 드러난 것은 진영논리가 우리가 추구한다고 믿어왔던 가치를 압도했다는 것이다.
내 편이냐, 네 편이냐에 따라 ‘자기가 표상하는 가치는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보수는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한 이권을 누리는 집단이 아니냐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정권을 잡고 나서 ‘진보도 이권이 가치를 앞서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전성인 교수)
지난 8월 3일 경제민주주의21 사무실에서 이 단체의 주요 인사들을 만났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단체 활동은 이전 참여연대 시절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정치·경제 현안에 대한 단체의 입장을 내고 정책대안을 제시한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 파기 환송심에 대한 논평을 담은 1호부터, 역시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유예한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고 밝힌 18호 최근 논평까지 꾸준하다.
그러나 구체적 내용을 뜯어보면 참여연대로 대표되는 시민사회의 주류시각과는 상당히 다른 프레임이다. 그중 두드러지는 것이 ‘검찰개혁’에 대한 시각이다.
전성인 교수의 말이다.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권한은 대통령이 갖고 있다. 검찰이 권력을 남용한다는데 검찰은 선거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해임하면 된다. 한 사람을 적으로 만들어야 검찰개혁이 되는 것처럼 몰아가는 건 완전히 잘못된 방향이다.
” 이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경율 회계사는 “최근 1년만 보면 이분들(현 정부와 지지자들)이 말하는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은 이미 거의 완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찰·언론 개혁의 실체나 성과는 이미 만들어진 것 아니냐.
그들이 말하는 검찰개혁이란 권력형 범죄수사를 못하게 하겠다는 의미에서 개혁이라는 말 아니냐. 공수처 입법은 그들이 차지한 180석으로 할 수 있는 건 다했고 이른바 한동훈 지검장의 검·언 유착 의혹 사건으로 언론개혁 실상도 큰 그림은 나오지 않았나.”
시각차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이른바 조국 사태 때부터였다. 서초동에 촛불을 들고 모인 이들은 검찰의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인디언 기우제’식 짜맞추기 수사라고 주장하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서초동 촛불’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펀드투자 의혹을 받은 조 장관을 ‘진보 기득권’이라며 비판하는 사람들이다. 시각차는 검찰개혁 문제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주요 이슈마다 시각차가 불거졌다.
윤미향 의원 정의연 사태로부터 최근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둘러싼 평가까지 입장은 정반대였다. 앞으로 입장차는 얼마나 더 벌어지게 될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서초동 촛불’ 시각 반대편의 중심엔 경제민주주의21의 활동이 있다. 개인 페이스북과 언론 기고, 강연 행사 등을 통해 집권당과 지지자들에게 비판적 시각을 보여왔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단체의 논평과 함께 후원계좌번호도 공유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7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검찰개혁은 결국 윤석열 총장 찍어내기?
시간이 흐르면서 집권당의 개혁드라이브에 비판적인 인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 초기, 조 전 법무부 장관에게 사퇴 용단을 내릴 것을 공개 요구했던 신평 변호사(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검찰개혁 단상’ 글에서 “현재 검찰개혁의 요점은 검찰권의 무력화와 경찰권의 강화 그리고 윤석열 찍어내기”라며 “촛불시민혁명을 계승했다는 현 정부에서 이 같은 어이없는 처사들이 거침없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을 통제하고 나아가 권력에 복종시키겠다는 의중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며, 나아가 검찰권 자체를 완전 무력화시켜버리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이 모든 일은 검찰이 조국 전 장관을 비롯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벌이면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다. 과거 민주 또는 개혁·진보라는 것을 내걸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눠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보수냐, 진보냐 이런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의 말이다. 지난해 서초동 촛불시위 이후 구도를 정확히 평가한다면 ‘친정권이냐, 반정권이냐’라는 구도가 오히려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당, 민주당의 전망도 이른바 ‘친문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낙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여론조사에서 1위,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낙연이나 이재명도 친문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쉽지 않다.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참여한 사람은 세 사람이지만 흥행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사실상 한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당 내에서 친문표를 얻기 위해서는 같은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후도 마찬가지다.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누구도 자기 목소리를 마음대로 내지 못한다. 그래서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질 것이고, 통합당은 어부지리로 지지율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과연 그렇게 될까.
최근 정부·여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검찰개혁에 대해 시민사회, 구체적으로 경실련·참여연대가 낸 논평을 보면 마냥 지지하는 모양새는 아니다. 지난 7월 28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검찰개혁 권고안을 보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나눠 고등검찰청장에게 부여하고, 또 법무부 장관은 고등검찰청장을 수사 지휘하는 권력 분산안을 제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고등검찰청장은 추천위원회나 인사위원회도 거치지 않아 독립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정 권한분산이 필요하다면 차라리 지방검찰청장에게 넘기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의 성명은 더 비판적이다. 경실련은 “검찰개혁의 본질은 ‘정치의 시녀’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고 검찰권 오남용 방지는 그다음의 과제”라며 “검찰총장 권한 분산에만 눈이 멀어 검찰개혁의 본질을 망각한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개혁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굳이 시민단체의 시각을 빌리지 않더라도 권고안은 “윤석열 현 총장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검찰 지휘부가 자신이 가진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의심에 기반을 둔, 한 사람을 겨냥한 위인설관(爲人設官) 식으로 만들어진 권고안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도수 건국대 교수는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윤 총장이 정치적인 인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대학 동기(서울대 법대 79학번)라 고시 공부할 때부터 여러 차례 그의 생각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처음부터 검찰이 하고 싶었고, ‘위도 없고 아래도 없는 그런 검찰을 원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신임 검사들에게 한 발언(“민주주의 허울을 쓴 독재는 배격해야 한다”)도 나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런 기개를 심어주고 싶어서이지 않나 해석한다.”
윤 총장이 80년대 초 학생 시절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의재판에서 검사 자격으로 사형선고를 내리고 한동안 도피생활을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는 “윤 총장이 중도에 스스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정도는 버텨줘야지 총장답지 않나. 법률상으로는 2년 임기가 보장되어 있고, 총장은 정권에 휘둘리지 말고 끝까지 가라는 것이 법률에 의한 명령이니 그것을 지키려 할 것이다.”
김남준 법무부 검찰개혁위원장이 7월 27일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제도개혁 등에 대해 심의의결하고 권고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진보분화 “고통스럽지만 불가피한 과정”
반면 김남국 의원은 윤 총장이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윤 총장은 이미 정치를 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해부터 윤 총장이 해온 굵직굵직한 수사들은 사실상 정치수사였고, 검찰조직을 내팽개쳐 둔 채 본인과 본인 측근들만 생각한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객관과 중립을 견지하는 것이 검사의 중요한 의무인데, 윤 총장은 이미 그런 기본적인 책무를 포기했기 때문에 검찰 내부로부터도 비판을 받아왔다. 더 이상 불편하게 ‘검찰총장 정치’를 하지 말고 홀가분하게 당당하게 정치를 하면 좋겠다.” 사실상 물러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진보분화’와 관련,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는 “진보 운동의 역사를 생각하면 반공이데올로기나 박정희와 같은 신화 파괴자의 역할을 해왔다”라며 “이제는 집권세력이 되면서 스스로 그동안 쌓아온 신화를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적인 의미에서 진보는 ‘나가는 것’을 의미하며 끊임없이 자기 부정이 수반되어야 한다”라며 “어떻게 보면 고통스럽겠지만 분화는 불가피하며 당연하게 겪어야 할 과정”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 전망과 관련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은 “이 정부 스스로 목표한 만큼 검찰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정권 후반기 레임덕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로서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정부 출범 전후로 국정농단·적폐청산 수사를 위해 검찰에 힘을 실어주면서 검찰개혁도 물 건너가거나 약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해 조국 장관 사태 이후 벌어진 권력 내 갈등이 역설적으로 공수처의 필요성이나 검찰개혁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일깨운 계기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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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검찰 개혁인가, 검찰 장악인가
검찰 독립' 역행 지적 제기...'추미애 논란' 속 검찰 내전 진행 중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김남준 위원장)는 7월27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약화시키는 반면 법무장관(정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반(反)개혁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 권한의 분산·축소에만 골몰하면서, 검찰 개혁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정권으로부터의 검찰 독립’에 대해서는 오히려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에서는 ‘검언(檢言)유착’ 의혹 사건을 놓고 ‘검찰 내전’을 방불케 하는 추태가 벌어지고 있다. 7월29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의자인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담당 검사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사이에 몸싸움이 일어났다. 한 검사장은 독직폭행 혐의로 정 부장을 고소했고, 정 부장은 무고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맞고소할 예정이다.
검찰 개혁의 또 다른 한 축은 ‘인권보호’다. 이를 위해 정부·여당은 수사 시 적법 절차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인권보호 수사준칙이 무색하게 사상 초유의 검사 간 ‘육박전’이 벌어진 것이다.
공수처 설립 요원…경찰 개혁은 이제야 첫 삽
검찰의 기소독점을 견제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출범 시기를 기약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후속 3법’을 단독 통과시켰지만, 공수처장 추천위원(7명)의 야당 추천권(2명)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내용은 결국 포함시키지 못했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공수처장 임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미래통합당은 위헌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또한 검찰 개혁과 ‘한 세트’라 할 수 있는 경찰 개혁 역시 이제 막 첫 삽을 뜬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검찰 개혁을 이끌어야 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끊임없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추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과의 설전에 이어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부인과 장모에 관한 의혹 자료를 보고 있는 모습을 언론에 노출하기도 했다. 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공익제보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신평 변호사는 추 장관을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으로 (지위에) unfit(부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 장관 아닌 ‘국민’에 의한 검찰 통제
“(검찰 개혁의) 핵심은 민주적 통제를 받는 수사지휘권과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인 검찰의 공정한 수사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검찰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권력의 개혁은 결국 ‘민주적 통제’로 귀결된다. 민주적 통제란 당연히 ‘국민에 의한 통제’를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권으로부터 독립’이 선행돼야 한다.
검찰총장뿐만 아니라 2200여 명에 이르는 검사의 임명과 보직 등 인사권은 모두 정권(법무부 장관 제청-대통령 임명 및 승인)이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 정권에 잘 보이면 승진하는 구조인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검찰 개혁은, 검찰이 정권이 아닌 ‘국민’을 두려워하고, 검찰권 행사가 정치적 목적이 아닌 ‘공익’을 위해 통제될 때 달성할 수 있다.
“검찰 개혁의 본질은 검찰이 ‘정치의 시녀’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고, 검찰권 오남용의 방지는 그다음 과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에 대해 윗도리를 벗어 흔들며 “흔들리는 옷(검찰)이 아니라 옷을 흔드는 곳(정권)을 봐 달라”라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도 1999년 특별검사제와 관련한 글에서 검찰을 “죽은 권력을 무는 하이에나”라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의 굴종을 비판했다. 이 때문에 경실련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검찰 개혁의 본질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검찰권 오남용 방지’를 제1순위에 두고 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밝힌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18차 권고안)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방안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검찰 개혁은 검찰권이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는 문제에 집중돼 왔으나 그 과정에서 오히려 검찰 조직이 민주적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권력화’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조 전 장관도 지난 7월3일 재판에 출석하며 “(검찰은) 누구를, 언제, 무슨 혐의로 수사할 것인지, 누구를 어떤 죄목으로 기소할 것인지를 재량으로 결정한다”면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치권과 언론을 이용하는 일도 다반사”라고 주장했다. 즉, 권력의 ‘하수인’에 불과했던 검찰이 이제는 권력의 ‘주체’가 돼 오히려 정치권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권을 통제할 수 있는 즉각적인 방안은 검찰총장의 권한을 폐지·축소하고, 법무장관의 권한을 유지·강화하는 것이다. 결국 추 장관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가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민주적 통제란,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국민의 통제가 아닌 ‘법무장관(정권)에 의한 검찰 통제’를 말한다.
경실련은 “검찰총장 권한 분산에만 눈이 멀어 검찰 개혁의 본질을 망각한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 개혁을 역행하고 있다”면서 “만약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검찰 개혁의 장기적인 비전을 생각했다면,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부터 폐지해야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래통합당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은) ‘장관의, 장관에 의한, 장관을 위한 검찰’을 만들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면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란 애초부터 검찰 장악이라는 목적을 정해 둔 ‘답정너 위원회’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규탄했다.
▒ 검찰 내전…윤석열 vs 이성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까지 불러온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검찰 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로부터 “한 줌도 안 되는 부패한 무리”로 낙인찍힌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에 맞서, 문재인 정부의 ‘총아’로 떠오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추 장관의 지원 속에 반대진영을 짠 모양새다.
수세에 몰린 쪽은 이 지검장이다. 지난 7월18일 이동재 전 채널A기자가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됐지만, 같은 날 보도된 KBS 기사부터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KBS는 9시 뉴스를 통해 ‘스모킹건은 이동재-한동훈 녹취’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한 검사장과 이 전 채널A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공모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다음 날인 19일 KBS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적으로 표현했다”며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7월25일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KBS 내부 보도정보 시스템에 올린 ‘제3의 인물’과의 취재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또 다른 논란이 야기됐다. KBS 기자에게 거짓 정보를 흘린 인물이 서울중앙지검 주요 간부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 전날, 수사심의위원회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은 더욱 미묘하게 돌아갔다. 조선일보는 이에 그치지 않고 7월27일 KBS 법조팀장의 ‘취재 발제문’을 입수해 보도하며 ‘여권 인사 개입 의혹’으로까지 판을 키웠다.
이에 KBS는 7월28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까지 파악한 경위를 보면 이번 사안은 보도 과정의 오류가 전부”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역시 “(KBS 오보에) 관여하거나 허위 내용을 취재진에게 알려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 검사장은 현재 KBS 관계자와 정보를 제공한 성명 불상의 수사기관 관계자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한 상태다. KBS 역시 심의지적평정위원회를 열어 보도 관련자 5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KBS 오보 배후에 정말로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있다면 이건 유착이 아니라 공작”이라며 특임검사에게 수사를 맡길 것을 촉구했다.
대검은 이와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칼자루를 쥔 사람은 윤 총장이다. KBS 오보 사태에 대한 수사와 한 검사장의 독직폭행 수사 및 감찰에 대한 지휘권은 윤 총장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사건 모두 이 지검장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는 차기 검찰총장 ‘0’ 순위로 지목되는 이 검사장의 앞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검찰 내전을 바라보는 여론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20대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을 비판했던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정치권이 둘로 갈라져서 여당은 이성윤 검사 편, 야당은 윤석열·한동훈 검사 편을 들고 있다. 그(한동훈 검사장)가 차지했던 ‘참검사’의 자리는 한 검사장을 수사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몫으로 돌아갔다. 제2의 한동훈이다. 그가 말을 안 듣고 ‘적폐검사’가 되면? 다시 제2의 이성윤 검사가 출현할 것이다. 검찰이라는 강력한 칼을 이용하려는 정치권과 그에 부응하는 검사의 조합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법무장관 아닌 ‘정치인’ 추미애
“(추 장관이) 일으키는 소란은 사실 전혀 불필요한 것이라 국민들은 짜증스럽다. 그런 식의 행동이 검찰 개혁에 무슨 도움이 될까. 공정한 국가사법 질서의 한 축을 이끌어 나가야 할 법무부 장관으로서 도저히 적합하다 할 수 없다.”-신평 변호사
추 장관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물론 검찰 개혁을 이끌어가다 보니 야당 등 반대세력의 정치적 표적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추 장관의 행보가 검찰 개혁에 반(反)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검찰 공소장 비공개 결정이다.
추 장관은 지난 2월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핵심 내용을 담은 검찰 공소장을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 보호’라는 명목으로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당시 참여연대는 “공소장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공소장 비공개는) 일개 부서의 장인 법무장관이 아니라 국회증언감정법의 개정권을 가진 국회가 입법의 형식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비판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상-하 복종관계’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윤 총장이 인사 관련 의견을 개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내 명을 거역했다”는 표현을 쓰면서 ‘왕조시대의 법무장관’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6월에도 “(윤 총장이) 내 지시를 절반 잘라 먹었다” “겸허히 장관 말을 들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등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광경”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준사법기관’이다. 또한 검찰총장은 정부·여당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법무장관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한다. 검찰총장 1인에게 수사지휘권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임기(2년)를 보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추 장관이 검찰총장을 아랫사람으로, 검찰청을 법무부 외청(外廳)으로밖에 여기지 않는다면, 결국 추 장관 자신이 ‘검찰 독립’이라는 검찰 개혁을 막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10월,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행하던 검찰 인사를 검찰총장에게 넘겨주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법안 제안 이유로 “검찰 인사제도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해 검찰 조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을 들었다.
8월초, 검찰 정기인사가 예상되고 있다. 추 장관이 지난 1월에 이어 ‘윤석열 사단’을 정리하고, 이성윤 지검장을 필두로 한 친정부 성향 인사들을 대거 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추 장관은 인사권(제청권)이 법무장관의 고유 권한임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추 장관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21차 검찰개혁 권고안에 대해 야권은 물론이고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진보단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추미애 "인사 원칙은 검찰개혁 의지…'특정인 사단' 사라져야"
검찰 고위간부 인사 놓고 입장 밝혀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의 가장 큰 원칙은 검찰개혁 의지라고 밝혔다. 검찰 내 주류였던 '윤석열 사단'을 겨냥한 듯 특정인의 사단은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미애 장관은 8일 자신의 SNS에 전날 단행된 검사장급 승진·전보 인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검사장 승진 인사원칙으로 △검찰개혁 의지 △검찰 내 요직을 독식해온 특수·공안통에서 형사·공판부 중용으로 조직내 균형 실현 △출신지역 안배 △우수여성검사 지속적 승진기회 등을 꼽았다. 추 장관은 "이제 검찰에서 '누구누구의 사단이다'라는 말은 사라져야한다. 애초 특정라인·특정사단 같은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학맥이나 줄 잘 잡아야 출세한다는 것도 사라져야한다"며 "언론이 점치지 않은 의외의 인사가 아니라 묵묵히 전문성을 닦고 상하의 신망을 쌓은 분들이 발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의 메세지를 놓고는 "앞으로도 아무런 줄이 없어도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의 검사들에게 희망과 격려를 드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7일 대검검사급 검사 26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관심을 끌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으나 고검장 승진 대상에서는 빠졌다.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이 보임됐다.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을 포함한 6명이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고경순 서울서부지검 차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역대 네번째 여성 검사장이 됐다.
leslie@tf.co.kr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에 검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고검장으로 분산하는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검찰 내부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與, 연일 윤석열 때리기…"검찰개혁의 걸림돌로 상징"
이재정 "그 자리엔 있어선 안 될 사람" 지도부는 언급 삼가…역풍 불까 우려 與 내부서도 "해임 건의안은 부적절"
[서울=뉴시스] 한주홍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의 '독재'와 '전체주의 배격' 등 여권을 겨냥한 듯한 작심 발언이 도화선이 돼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윤석열 때리기'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 총장의 해당 발언이 나온 지 나흘 뒤인 7일에도 윤 총장에 대해 사퇴를 언급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재정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윤 총장이 마땅한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이전에라도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자리를 물리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지금으로써는 선택의 문제이고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윤 총장이 왜 지금까지 남아서 검찰개혁의 걸림돌이 되는 상징으로 버텨야 하는지 근원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며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스스로 그 역할을 하는지 반추해보면 하루라도 그 자리에 있을 명목이 없어야 하는 게 아니냐. 민망할 것 같다"고 말했다.
8·29 전당대회를 앞둔 주자들도 당심을 겨냥해 연일 윤 총장에 날을 세우고 있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신동근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윤 총장이 정치를 한다면 본격적으로 정치에 나서는 게 맞고, 그게 아니라면 직분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윤 총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의도적이고 작심한 발언"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발언이라면 굉장히 심각하다. 인식 자체가 굉장히 놀랍고 사실이라면 검찰개혁 반대를 넘어서서 반정부 투쟁 선언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역시 최고위원에 도전한 김종민 의원도 지난 5일 MBC 라디오에서 윤 총장의 발언을 두고 "100%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공권력의) 집행권을 가진 사람이 정치하면 피해가 엄청나다"고 비판했다.
한 달 가까이 침묵을 지켜왔던 윤 총장이 공개석상에서 작심 발언을 내놓자 민주당은 부글부글한 분위기다. 사퇴 요구에 이어 해임 건의안 제안까지 나오며 연일 비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설훈 최고위원은 5일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을 통해 "이제 윤 총장은 물러나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를 독재와 전체주의라면서 검찰총장직을 유지한다면 이는 독재와 전체주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 물러나서 본격적인 정치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사퇴를 압박했다.
김두관 의원은 "국가의 기강과 헌정질서를 바로 잡고 검찰을 바로세우기 위해 결단해야 한다"며 윤 총장에 대한 해임안 제출까지 제안했다. 다만 지도부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언급 자체를 삼가고 있다. 설 최고위원의 사퇴 요구도 지도부가 아닌 개인 차원의 의견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앞서 이해찬 대표는 지난 6월 윤 총장 거취 등에 대해 함구령을 내린 바 있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최고위 비공개 회의 때도 윤 총장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전했다.
이는 지도부 차원에서 윤 총장에 대해 비난 대응을 하는 게 자칫 여론의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오히려 윤 총장의 몸집만 불려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에게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한 달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과 윤 총장을 찍어누르는 듯한 모양새가 이어지자 윤 총장의 대선 주자 지지율이 상승하는 등 주가가 올랐다. 여당 내부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읽힌다. 홍익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나와 "검찰총장 해임안은 적절하지 않다. 탄핵의 요건이 되지 않는다"며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한다는 제도의 근본 취지는 정치적 중립, 수사의 독자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도 "대통령의 인사권 영역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가 나오는 건 별로 국민들 보시기에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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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뉴딜펀드 정책간담회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리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뉴딜펀드 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더불어민주당은 '독재' 발언을 꺼낸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연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윤 총장이 '검찰개혁의 걸림돌'이라며 해임안까지 거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8일 민주당에 따르면 김두관 의원은 윤 총장에 대한 해임 촉구 결의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적으로는 독립했지만 중립을 잃어버린 윤석열 검찰은 해체 수준의 개혁을 해야 하고, 가장 먼저 윤 총장 해임부터 추진해야 한다"며 "윤 총장의 연설문은 사실상 정치 출사표였다.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을 검찰총장 자리에 그대로 두는 것은 국회가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추미애 장관은 검사징계법에 따라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임 절차를 밟아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5일 "민주당은 윤 총장 해임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윤 총장 '몰아세우기'는 계속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 출연해 윤 총장의 독재 발언에 대해 "우리 여당이 법의 엄정함 앞에서 원칙이 흔들리고 또 이재용 부회장처럼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 봐주자고 이야기한다면 그런 이야기 하셔도 된다"며 "윤 총장이 책임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말씀 하시기 전에 행동으로 보여주시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서도 검찰에 대한 강도 높은 조치를 요구했다. 그는 "추 장관 검찰개혁의 목표가 어디냐"라며 "검찰이 자기 역할 할 수 있도록 하고, 검찰이 머뭇거리면 명령을 내려야 한다. 지휘권은 뒀다 뭐 하느냐"고 덧붙였다.
이재정 의원도 전날 라디오에서 “저는 이전에도 (윤 총장이) 그 자리에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며 “윤 총장이 왜 지금까지 남아서 검찰개혁의 걸림돌이 되는 상징으로 버텨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토록 애정을 갖는 검찰 조직을 위해 스스로 마땅했나, 스스로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지 반추해 본다면 하루도 그 자리에 있을 면목이 없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몰아세웠다.
설훈 최고위원도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총장을 향해 "이제는 물러나야 한다"며 "차라리 물러나서 본격적인 정치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일각에선 윤 총장의 해임론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된다. 홍익표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탄핵이나 해임하는 것은 조금 더 확실하고 분명한 과오나 잘못이 있었을 때 해야 하는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한다는 우리 제도의 근본 취지는 검찰총장이 어떠한 권력에 흔들리는 것을 막고, 검찰이라는 기관의 정치적 중립, 수사의 독자성을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취지에 부합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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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장관를 예방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연합시론] 윤석열 고립 도드라진 검사장 인사…검찰개혁 방향성 잃지말아야
서울=연합뉴스) 법무부는 7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하고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을 고검장으로 승진시키는 내용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이 지검장은 고검장으로 승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과 달리 자리를 지켰다.
이 검사장이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으로 불린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 수사에서 한동훈 검사장의 공범 혐의를 입증하진 못 했지만, 신임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현안 사건 처리를 위해 유임토록 했다는 법무부 설명을 봐도 수사 결과에 책임을 물었다는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번 인사에서 6명이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고경순 서울서부지검 차장도 영전해 역대 네 번째 여성 검사장이 됐다. 법무부는 "형사·공판부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해 온 검사들을 우대하고 민생과 직결된 형사 분야의 공인 전문검사를 발탁했다.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 여망을 수용하는 자세, 사회 변화에 대한 공감 능력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보좌해 온 대검 참모진은 대거 교체됐다. 검사장급인 대검 부장 8명 가운데 5명이 바뀌었다. 지난 1월 인사에서 전원 물갈이된 데 이어 불과 7개월 만이다. 보통 1년 정도는 보직을 유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사사건건 대립해 온 윤 총장을 겨냥한 '힘 빼기' 차원 아니냐는 시선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신임 대검 부장들의 면면을 보면 이런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이성윤 지검장과 호흡을 맞춰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한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신성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나란히 검사장으로 승진해 각각 대검 공공형사수사부장과 반부패강력부장으로 발령 났다.
여기에 이 지검장과 함께 친정권 인사로 꼽히는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이 고검장으로 승진해 대검 차장을 맡게 되면서 윤 총장은 '사면초가' 신세나 다름없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윤 총장의 측근이나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간부들은 좌천성 전보가 이뤄지거나 잔류했는데 이 가운데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 난 문찬석 광주지검장은 항의성 사표를 냈다.
법무부는 기존 관행을 깬 이번 인사가 검찰 개혁 작업의 연장 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한다.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한을 국민의 뜻에 반해 휘둘러 온 검찰에 대한 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검찰 개혁의 파급력을 고려하면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사를 포함해 현재 진행 중인 개혁 작업이 장기적 안목에서 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다는 윤 총장을 고립시키고 손발을 묶는 데 치우친 면은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우에 따라선 인적 쇄신도 필요할 때가 있지만 이번 인사의 경우 법무부와 대검,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의 산물인 측면이 외견상 도드라진다.
임기의 반환점을 돈 윤 총장도 자신의 고립을 강화하게 될 이번 인사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지난 3일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라고 한 발언은 그 배경과 상관없이 여권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도 남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모적 갈등이 이어지는 사이 정작 중요한 검찰 개혁이 방향성을 잃고 산으로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일례로 법무부가 이날 수사권 조정을 위한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대통령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하자마자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올해 초 개정된 검찰청법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축소한 것과 관련해 수사 가능 범위를 구체화한 것인데 검찰과 경찰 등이 앞다퉈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당사자인 검·경은 그렇다 쳐도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한정해놓고 정작 하위 법령에서는 다시 늘려줬다는 전문가 지적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필요하지만, 특정 정치 세력이 아니라 전체 국민을 위해 공정한 수사와 기소를 담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정치 지형 변화에 휘둘리지 않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폭넓은 공감을 받을 수 있다.
檢 권력형비리 수사 감감무소식 ‘산 권력’ 수사 막는 엉터리 개혁 ‘공룡 경찰’ 통제장치 구멍 숭숭 수사권조정안 전면 재검토해야
요즘 검찰발 권력형 비리 수사 관련 뉴스가 사라졌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등 문재인정권 인사들이 연루된 주요 사건 수사가 별 이유 없이 미뤄지거나 지지부진하다.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 수사는 두 달이 넘도록 아무 소식이 없다.
윤미향 민주당 의원의 소환 일정조차 잡지 않았다니 어이가 없다. 서울중앙지검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사건을 2주 넘게 뭉개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그 많던 수사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검찰개혁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정부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누차 강조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이 정부 들어 검찰의 기소 독점을 국민들이 직접 견제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그간 수사심의위가 낸 8차례 권고안을 검찰이 모두 수용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하는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은 수사심의위의 한동훈 검사장 수사중단·불기소 권고를 거부했다. 압수수색 도중 수사팀장과 한 검사장이 육박전을 벌이는 검찰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정작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입을 닫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이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은 노골적이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해 이를 전국 6개 고검장에게 나눠 주고, 중요 수사 개시 때는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권고안대로라면 법무장관은 검찰총장 대신 고검장에게 수사지휘를 할 수 있게 된다. 제왕적 검찰총장을 없애겠다면서 법무장관에게 제왕적 권한을 주는 것이 과연 민주적 통제인가. 현 정권의 눈엣가시가 된 윤석열 검찰총장이 더 이상 수사에 간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꼼수 아닌가. 이쯤 되면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지난달 30일 당정청이 내놓은 3대 권력기관 개혁 방안도 허점투성이다. 개혁안은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 등 6대 범죄로 축소시켰다. 3급 이상 공직자 수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5급 이하는 경찰이 맡는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되고, 검찰과 국정원의 축소된 권한은 경찰로 이관된다. ‘말 안 듣는’ 검찰 힘은 빼고 ‘고분고분한’ 경찰 힘은 키워준 것이다.
수사대상 공직자 직급과 범죄 액수 기준을 둬 수사 주체를 제한하는 건 코미디 수준이다. 개혁안이 실행되면 검찰은 4급 공직자만, 뇌물사건은 3000만원 이상만 수사할 수 있게 된다. 공직자 부패 범죄는 수사 단서가 하위 공무원에게서 잡혀 고위층으로 확대되는 게 상식이다. 급수에 따라 수사기관을 나누는 게 말이 되나. 검찰은 아예 공직 수사에 손대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경찰이 수사·정보·보안업무를 총망라하는 ‘공룡 수사기관’이 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대공수사권을 넘겨받고 3000여명의 정보경찰까지 보유할 만큼 막강해지는데 통제수단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2년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도 정권의 압박으로 무장해제됐는데, 임기 보장도 안 된 경찰청장이 무슨 수로 권력비리 수사를 할지 의문이다.
국민 입장에선 수사권이 검찰에 더 많이 있든, 경찰에 더 많이 있든 그 행사가 더 공정해지는 게 중요하다. 살아 있는 권력은 손대지 못하는 수사기관을 원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현 정권이 민주적 통제를 내세워 국가 사법권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려는 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제동을 걸지 않으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이 이미 궤도를 벗어났다는 말도 나온다. 오죽했으면 검찰총장이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을까. 국민이 아닌 정권을 위한 검찰개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경고일 것이다. 검찰개혁의 요체는 누가 뭐래도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을 지켜주는 것이다.
이걸 보장하지 않고 검찰개혁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지 않는 법무·검찰개혁위의 권고안과 당정청의 수사권 조정안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