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회의에는 참석자들이 유리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앉아 회의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및 확진 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 막아내지 못하면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로 격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4일 전국적으로 1845개 초중고등학교가 등교수업을 중단했다. 전체의 약 15%다. 5월 등교 시작 후 가장 많은 학교가 문을 닫았다. 그만큼 최근 코로나19 확산세는 심각하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266명이 발생했다. 300명 아래로 줄었지만 11일 연속 세 자릿수 확진 상황이다.
빠른 시일 내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실시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금 단계에서 막아내지 못한다면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로 격상될 수밖에 없다”며 국민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이번 주 내 진화에 실패하면 사실상 셧다운 상황인 3단계 거리 두기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을 나타낸 것이다.
그만큼 정부 입장에선 3단계 격상이 쉽지 않다. 6월 28일 발표된 거리 두기 지침에 따르면 3단계 발령 시 고위험시설 외에도 300인 미만 학원, 카페 같은 중위험시설도 운영이 중단된다. 식당도 배달 중심으로 제한된 시간에 운영해야 한다. 경제와 일상생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3단계 시행을 준비하면서 분야별 세부조치 조정을 검토 중이다. 지금 전국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거리 두기 2단계 조치에 일부 3단계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강화된 2단계, 즉 거리 두기 ‘2.5단계’인 셈이다. 다만 확산세를 꺽는 게 중요한 만큼 방역을 최우선 목표에 놓고 구체적인 내용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자체적으로 거리 두기를 강화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20일부터 실외에서 열리는 10명 이상의 집회 개최를 모두 금지했다. 나아가 인천시는 24일부터 집회 뿐 아니라 각종 실외 모임과 행사의 기준도 10명으로 제한했다.
거리 두기 2단계 때 인원기준은 실내 50명과 실외 100명이다. 3단계는 10명이다. 사실상 서울과 인천에서는 거리 두기 2.5단계가 이미 시행 중인 셈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24일 브리핑에서 “(3단계 격상)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위험도 평가와 실행 방법, 조치 범위 및 방법 등에 대해 매일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코로나19[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전국 확산세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올릴지 검토에 들어갔다.
jihye@kukinews.com
24일 오전 인천시 서구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인근에 검체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뉴시스
3단계 땐 카페-학원 문닫고, 식당-미용실 제한적 허용
당국 '거리두기 강화' 세부지침정비 일반주점등 중위험시설 운영 중단, 음식점은 방역 준수-시간 제한 결혼식장 중단, 장례식장은 허용 당국자 "탄력적 운영 해야할수도"
지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사회적 거리 두기 최고 수준인 3단계 적용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도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이번 주 내로 감염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3단계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구체적인 적용 기준 검토에 들어갔다.
3단계는 사실상 봉쇄 수준에 가까운 조치로 국민의 일상생활과 경제생활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방역당국은 ‘완전한 3단계 조치’보다는 업종이나 분야, 시설 면적 등에 따라 일부 예외를 두는 수준의 거리 두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2.5단계 수준의 조치를 내리더라도 10인 이상 집합금지와 재택근무 권고 같은 지침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가 되면 2단계에선 영업이 가능했던 중위험시설들도 문을 닫아야 한다. 일반주점과 종교시설, 목욕탕·사우나, 오락실, 영화관, 헬스장 등이다.
식당과 커피전문점을 포함한 카페도 중위험시설에 해당하는데 방역당국은 일부 예외를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식당이 모두 문을 닫으면 식사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어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영업할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했다.
방역당국은 전국에 7만 개가량 있는 커피전문점에 대해선 매장 내 영업은 허용하지 않고 테이크아웃만 허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300인 미만 학원과 결혼식장 역시 중위험시설이어서 운영할 수 없다. 10인 미만의 소규모 강습도 열 수 없다. 3단계가 되면 10명 이상 모임이 금지되지만 장례식장은 가족에 한해 10명 이상 모임이 허용된다.
김정숙 중수본 생활방역팀장은 “(식당과 카페에 대해) 규모와 관계없이 다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도록 한다든지 실행 가능한 여러 형태의 방역지침을 고민하고 있다”며 “결혼식, 장례식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저위험시설로 분류된 미용실이나 소매점(옷가게 등) 등은 문을 열어도 되지만 출입명부 작성,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지켜야 하고 오후 9시 이후엔 영업할 수 없다. 병·의원, 약국, 주유소 등 필수시설은 평소처럼 운영할 수 있다.
이 밖에 스포츠 경기는 모두 중단되고 학교, 유치원도 수업을 원격으로 전면 전환한다. 민간회사는 핵심 인력을 제외한 재택근무가 권고된다.
3단계 거리 두기의 기준이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라이브카페의 경우 휴게음식점인 커피전문점과 달리 3단계에서도 영업할 수 있는 게 대표적이다. 정부가 3단계에서도 평소처럼 운영할 수 있게 한 시설 중엔 ‘생필품 구매처’가 있는데 쇼핑몰이나 소매점은 영업시간 등에서 운영 일부가 제한된다.
완전한 3단계 시행이 어렵다면 세부 수칙을 마련해 일부 예외를 두는 식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카페와 식당은 테이크아웃만 허용한다든지 좌석 수를 제한하는 등 3단계를 이행하되 너무 과한 측면은 수정하는 이른바 ‘3단계 빼기 알파(α)’ 방식도 고려할수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거리 두기 2.5단계인 셈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5단계 수준을 적용하더라도 10인 이상 집합금지와 더불어 3단계 중 학교 원격수업 전환, 회사 재택근무 권고 같은 지침은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김소민 기자
코로나19 검사 기다리는 학생들 22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중랑구 한 중학교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학생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 오른쪽 세번째)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과 함께 수도권 유·초·중·고 원격수업 전환 발표를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닫힌 교문
[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에 가로막힌 등교…수도권 유초중고 원격수업 전환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교육부는 25일 수도권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고3 제외)은 2학기 시작부터 원격 수업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등교 중단 학교가 최근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특히 그중 상당수가 수도권에 쏠리는 등 서울·경기·인천지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취한 조치다.
전국 유·초·중·고의 등교 수업은 지난 1학기 코로나19 확산으로 5번 연기 끝에 5월 20일이 돼서야 시작됐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지면서 전국 학교가 2학기 교내 밀집도를 3분의 2로 완화하고 일부 지역은 전면 등교를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달 중순부터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전국 학교 밀집도가 3분의 1 이하로 강화된 데 이어 급기야 수도권 지역의 학교는 당장 등교 수업도 하지 못하게 됐다.
다음은 등교 수업 관련 주요 일지.
▲ 2월 20일 = 대구시교육청 코로나19 확산에 관내 유치원과 초중고, 특수학교 개학 3월 9일로 일주일 연기▲ 2월 21일 = 교육부, 코로나19 브리핑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 연기 계획 없다고 발표 ▲ 2월 23일 = 문재인 대통령 주재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특수학교 개학 3월 9일로 일주일 연기 발표. 전국 단위로 내린 첫 학교 휴업령.
▲ 3월 2일 =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코로나19 확산에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 3월 23일로 2주일 추가 연기. ▲ 3월 17일 = 유은혜 부총리, 전국 학교 개학일 4월 6일로 2주일 추가 연기 발표. 3차 개학 연기. ▲ 3월 31일 = 유은혜 부총리, 4월 9일로 4차 개학 연기하면서 등교 대신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발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현황, 감염 통제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결과 등교 개학 어렵다고 판단. 4월 9일 고3·중3 온라인 개학 이어 4월 16일 고 1∼2학년, 중 1∼2학년, 초등학교 4∼6학년, 마지막으로 4월 20일에 초등학교 1∼3학년 온라인 수업 시작. 유치원은 무기한 휴업. 수능은 2주 미뤄져 12월 3일 시행 발표.
▲ 4월 9일 = 고3·중3, 교육 당국 제공 학습관리시스템(LMS) 이용해 사상 첫 온라인 개학. 원격수업 출석률 99%로 집계. ▲ 4월 16일 = 고 1∼2학년, 중 1∼2학년, 초등학교 4∼6학년 온라인 개학. ▲ 4월 20일 = 초등학교 1∼3학년 온라인 수업 마지막 합류. 코로나19로 인한 초중고 개학 연기 49일 만에 공식 종료.
▲ 4월 21일 = 박백범 교육부 차관, 감염병 전문가·질병관리본부 등과 협의하고 교원·학부모 의견 등을 수렴해서 생활방역 전환과 연계해 등교 시기 및 방법 결정하겠다고 발표. ▲ 5월 4일 = 유은혜 부총리, 5월 13일 고3을 시작으로 순차적 등교 수업 발표. 5월 20일 고2, 중3, 초1∼2학년과 유치원, 5월 27일 고1, 중2, 초3∼4학년, 6월 1일 중1, 초5∼6학년이 등교 수업을 시작.
▲ 5월 7일 = '용인 66번 확진자'가 4월 말∼5월 초 연휴 때 이태원 클럽을 여러 곳 방문했던 사실이 확인됨. ▲ 5월 11일 = 유은혜 부총리,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나흘 만에 총 90명에 이르자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과 긴급 영상 회의.
▲ 5월 11일 = 박백범 교육부 차관, 등교 수업 일주일씩 연기 발표. 5월 20일 고3을 시작으로 5월 27일 고2, 중3, 초1∼2학년, 유치원, 6월 3일 고1, 중2, 초3∼4학년, 6월 8일 중1, 초5∼6학년이 등교 수업. ▲ 5월 20일 = 등교 개학 미뤄진 지 80일 만에 고등학교 3학년 첫 등교. 등교 첫날 학생 확진 등의 이유로 인천과 안성 지역 75개교 고3 학생 즉시 귀가 조처됐거나 등교 중지.
▲ 5월 21일 = 고3 등교 이틀째 경기도교육청 주관으로 사실상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 ▲ 5월 24일 = 유은혜 부총리 2차 등교 앞두고 지역사회 감염 우려 큰 수도권과 대구, 구미 등 경북 일부 지역에 대해 등교 인원이 전체 학생의 3분의 2를 넘지 않도록 제한한다고 발표.
▲ 5월 27일 = 고2, 중3, 초1∼2, 유치원생 등 237만명 고3에 이어 두 번째로 등교. 2차 등교 첫날 전국 학교 가운데 2.7%인 561개교 등교 수업 연기·중단. ▲ 5월 28일 = 부천 쿠팡물류센터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2차 등교 이틀째 전국 학교 4.0%인 838개교 등교수업 연기·중단.
▲ 5월 29일 = 교육부, 수도권 고등학교는 전체 학생의 3분의 2, 유·초·중학교 및 특수학교는 전체 학생의 3분의 1 이내에서 등교하도록 학교 밀집도 최소화 기준 강화. 쿠팡물류센터발 감염이 확산하면서 닷새 만에 수도권 유·초·중학교의 등교 인원을 더 줄임.
▲ 6월 3일 = 교회 모임 등 수도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고1, 중2, 초3∼4학년 178만명 3차 등교. 전국 519개 등교 연기·중단했으며 이 가운데 99%가 수도권 소재임. ▲ 6월 3일 = 코로나19가 학원에서 학교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학원법 개정해 방역수칙 위반하는 학원 제재하겠다고 밝힘.
▲ 6월 8일 = 중1과 초5∼6학년 4차 등교를 마지막으로 모든 학생 등교 완료. ▲ 7월 2일 = 광주시교육청, 지역 감염 확산 우려로 초·중학교 밀집도는 전체 학생의 3분의 1 안팎으로 강화. 고등학교는 전체 학생의 3분의 2 안팎 유지.
▲ 7월 31일 = 교육부, 2학기 등교 방식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준용해 결정하겠다고 발표. 2학기 전국 학교에 등교·원격 수업을 병행하되 학교 내 밀집도를 3분의 2 이내로 유지해달라고 권장.
▲ 8월 16일 = 교육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된 서울·경기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 유치원과 초·중학교에 대해 8월 18일부터 9월 11일까지 등교 인원을 재학생의 3분의 1 이하로 강화(고등학교는 3분의 2 유지) 발표. 비수도권 지역 학교에 대해서도 같은 기간 밀집도 3분의 2 제한 강력 권고.
▲ 8월 22일 = 교육부, 비수도권 유·초·중학교에도 8월 26일부터 학교 내 밀집도 3분의 1 이하로 강화해달라고 강력 권고(고등학교는 3분의 2 유지) ▲ 8월 24일 = 코로나19 재확산에 전국 11개 시·도, 1천845개교 등교 수업 중단. 5월 말 등교 수업 이후 최다이자 통계 집계 후 처음으로 네자릿수 기록.
▲ 8월 25일 = 교육부, 수도권 교육감과 긴급 합동 브리핑 열고 수도권 지역 유·초·중·고교(고3 제외) 원격 수업 전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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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23일 0시를 기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전국적으로 확대적용된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머니S 장동규
3시간 운동도 거뜬한 제가 코로나 확진자입니다"
"'건강하면 안 걸릴 거다', '위험하지 않다'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막상 감염되니 그런 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젊은 층도 경각심이 필요합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지혁씨(가명·31)는 지난달 말 소리없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발열, 기침, 오한 등 증상이 전혀 없는 '무증상 확진자'였다. 직장 동료가 확진 판정을 받아 검사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본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최근 수도권 신규 확진자 중 84%는 김씨와 같은 무증상 확진자다. 증상이 없이도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도 있다는 의미다. 광화문 집회나 확진자 동선에 있었던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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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렇게 건강한데 내가 왜 확진, 의아해"...스트레스는 등 정식적 '유증상'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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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1
김씨는 24일 기자와 통화에서 "운동을 좋아해서 하루에 2~3시간 운동을 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확진을 처음 받았을 때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코로나19 검진을 3번이나 받아야 했다. 바이러스 배출량이 기준치를 겨우 넘겨서다. 여러 차례 재검 결과 수치가 점점 올라가는 가는 것으로 나왔고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에선 집에서 자가격리 중인 김씨에게 30분 내로 병원에 옮길 준비를 하라고 했다. 김씨는 구체적인 준비용품 설명이 없어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짐을 쌌다. 병원으로 이송된 후 김씨는 육체적 고통보다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싸워야 했다.
병원에 들어가면서 개인 짐을 검사받았다. 혹시나 위험할 수 있는 유리병, 통조림 캔 등은 병원 측에서 모두 거둬 갔다. 김씨는 "유리병, 통조림 등을 수거해가면서 음식은 병원에서 주는 세끼만 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체온은 식사 때마다 쟀고, 초기에는 혈액의 산소포화도 등을 병원에서 확인했다. 일주일에 두 번은 폐 엑스레이를 찍었다. 김씨는 모든 것이 정상인 수준을 유지했다. 육체적으로 힘들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심했다. 외부인을 전혀 만날 수 없는 상황 자체가 김씨에게는 낯설었다. 의료진도 최소한의 접촉만 있었다.
'전염병 환자니까 너랑 보면 안 되겠다'라는 친구들의 농담조차 무겁게 다가왔다. 김씨는 "다 나아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는 혹시 모를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점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퇴원 때 속옷까지 새로 주문해 입고 나가...'코로나' 누구나 걸릴 수 있어, 경각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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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며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일상 생활에 변화 가져왔다. 특히 ‘비대면’의 강조로 안전 문제가 급부상하며 혼자서 식사하는 혼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보쌈정식 전문점에서 혼자 식사하고 있는 시민의 모습.
/사진=뉴스1
방역당국은 PCR(유전자증폭)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오지 않더라도 확진 후 10일이 지나고, 이 기간에 증상이 발생하지 않으면 무증상자 확진자는 퇴원 조치한다. 감염이나 전파의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김씨는 만 10일간 무증상이 이어졌고, 2일간 더 병원에 있고 나서 지난 10일 퇴원했다. 갖고 온 옷을 입고 퇴원할 수 없어서 인터넷 쇼핑으로 신발부터 속옷까지 모두 주문해서 새로 입고 병원을 나섰다.
약 2주만에 자유를 느꼈다. 김씨는 일상생활로 바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자체적으로 일주일간 자가격리를 했다. 자가격리 중 한국에 코로나19 확진이 다시 급증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는 노년층은 물론 젊은층도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평소 건강하고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 하루 10km를 뛰기도 했지만 감염이 됐다"며 "당시 확진자와 대화를 두, 세마디 나눈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어 "젊다고 혹은 건강하다고 코로나19를 얕보는 경우가 있는데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종교를 떠나 교회에 사람이 붐비거나 클럽에 줄 선 것을 보면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19가 변종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본인도 매우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24일 0시 기준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258명이다. 해외유입 사례는 8명이 확인돼 총 누적 확진자수는 1만7665명(해외유입 2734명)에 이른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밤샘작업뒤 딱 한번 벗은 마스크..코로나는 그틈 파고들었다
직원들 "밤부터 오전 9시까지 마스크조차 안 벗었다" 보건소측 "쏟아진 땀..마스크 벗는 틈에 감염 유력"
━ 순천보건소 동료들 "두꺼운 방호복 입고 밤샘" 24일 오후 3시 전남 순천시보건소 선별진료소 앞.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체 채취에 투입된 한 공무원이 무더위에 퉁퉁 불어터진 손을 보여줬다. 이날 낮 최고 32도의 더위 속에서 종일 고무장갑을 끼고 있던 탓에 손 전체가 땀에 불어난 것이다.
그는 “나뿐만이 아니고 보건소 직원 모두가 날마다 두꺼운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채 밤낮없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시보건소에 따르면 이곳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에 투입된 직원들은 선풍기만으로 연일 계속되는 폭염을 버티고 있다.
딱 한 번 마스크 벗었는데…”
그러면서 그는 최근 검체 채취 작업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동료 직원의 사례를 조심스레 꺼냈다. 앞서 지난 2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순천시 보건소 직원 A씨에 대한 얘기였다. 동료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일 오후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검체 채취 작업에 긴급 투입됐다. 함께 검체 채취를 했던 동료 B씨는 “A씨는 보건소를 찾은 시민들의 검체를 채취하는 동안 마스크를 벗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24일 전남 순천시 보건소 직원들이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아울러 그는 “A씨가 레벨D 방호복을 입고 검체 채취를 하는 동안 바이러스가 파고들만 한때는 밤샘 근무를 끝낼 당시 딱 한 번뿐”이라고 했다. 또 “A씨는 밤샘 작업을 한 뒤 오전 9시쯤 사람들이 전부 빠지고 레벨D 방호복을 벗기 직전에야 마스크를 벗고 땀을 닦았었다”고 말했다.
B씨는 “동료들 모두 방호복을 입으면 내부는 한 시간도 못돼 땀으로 가득 찬다”며 “A씨가 10시간 가까이 두꺼운 방호복 속에서 고생하던 중에도 마스크를 벗은 적이 없었고, 방호복을 벗을 때 땀이 쏟아져서 닦았던 것 같다”고 했다. 보건소 동료들에 따르면 A씨가 검체 채취 작업에 투입된 지난 20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7.5도까지 치솟았다. 보건소 직원들이 밤샘 작업을 한 이날 저녁에는 해가 저문 밤에도 24.5도를 기록할 정도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 보건소 측 "확진자와 겹치는 동선 없다" 순천보건소 직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A씨는 밤새 입고 있던 레벨D 방호복을 벗을 때 방호복 안에 차 있던 땀이 쏟아지자 마스크를 벗은 뒤 땀을 닦았다. 순천시보건소 측도 여러 조사를 벌인 결과 A씨가 방호복을 벗는 과정에서 마스크를 한 번 벗었을 때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순천시보건소에 따르면 A씨는 다른 확진자와 겹치는 동선도 없다. 순천시보건소 관계자는 “A씨는 지난 20일부터 3일 동안 일하면서 하루만 퇴근했고 내내 보건소에서 근무했다”며 “검체 채취 이전까지 넓혀 역학조사를 했지만, 기존 확진자와 접촉한 동선도 없었다”고 말했다.
동료들도 레벨D 방호복으로 무장한 그를 코로나 바이러스가 덮쳤다는 데 전혀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A씨는 지난 22일에도 다른 동료가 미열이 있어 진단검사를 받자 혹시나 하는 맘에 함께 검사에 응했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 로 전해졌다.
"전담 직원 아닌 A씨…확진자 급증해 긴급 투입"
A씨는 검체 채취 전담 직원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20일과 21일 전남 순천에서 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검체 채취를 할 일손이 부족했다. 이에 순천시 보건소는 지난 20일 모든 직원을 검체 채취 작업에 투입했고, A씨 또한 폭염 속에서 가장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였다.
24일 레벨 D 방호복을 입은 전남 순천시 보건소 직원들이 선풍기로 더위를 버티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A씨와 함께 검체 채취에 투입됐던 직원 C씨는 “갑자기 확진자가 증가하는 바람에 순천시청 내 다른 부서에서의 지원도 어렵던 상황”이라며 “보건소 내 3개과 직원 전부가 투입된 비상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순천시 보건소 동료들은 “검체 채취 전문직렬도 아닌데 지원 나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달라”고 했다.
순천=진창일 기자 jim.changil@joongang.co.kr
연합뉴스
사랑 제일교회 취재 했다가 코로나 검사 받았습니다
전화 한 통에 일요일 보건소 방문.... 땀범벅 의료진 검사 받는 아이, 다시 닥친 코로나 파고
"으아아아아앙!"
아기 울음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방금 전까지 엄마 품에 안겨 곤히 자고 있던, 세 살 쯤 돼 보이던 아이였다. 아이가 엄마와 함께 들어간 컨테이너박스 안에서 의료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울음 섞인 엄마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아이) 머리를 꽉 잡아주세요. 한 번에 해야 빨리 끝납니다. 그래야 아이도 안 힘들어요." "네, 네, 알겠습니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한 동안 그치지 않았다. 목젖이 찢어질 듯한 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23일 일요일 오전,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찾은 선별진료소의 모습이다.
혹시 몰라 자가 운전으로 취재 현장을 오갔다. 집에 오자마자 옷가지와 허리띠, 가방까지 세탁기의 '삶음' 버튼을 눌러 빨래를 돌렸다. 휴대폰과 차키 또한 소독제로 세심히 닦아냈다. 그렇게 주말을 맞았다.
22일 토요일 오후 10시 선배 기자로부터 전화가 와 있었다. 그리고 "21일 사랑제일교회 기자회견을 취재한 타사 기사 중 확진 판정을 받은 기자가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교회 측은 17일 월요일에도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때 그 기자가 현장을 찾았다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었다. 당황스러웠다. 그 기자와 아는 사이가 아니라 현장에서 마주하거나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다만 그 기자와 대화를 나눈 다른 기자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부터 그날의 동선 하나하나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 우산을 사러 들어갔던 편의점에선 혹시? 숨을 내쉬기 위해 잠시 마스크를 들썩였을 땐 혹시?
생각이 그렇게까지 이어지자, 이젠 나의 취재 후 동선 하나하나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사랑제일교회에서 한참을 걸어 나왔지만 마감을 위해 들렀던 그 카페는 괜찮을까?
오후 4시가 돼서야 점심으로 라면 한 그릇, 김밥 한 줄을 사먹었던 그 옆 분식집은 괜찮을까? 물을 사기 위해 들렀던 집 근처 편의점은 괜찮을까?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일요일 오전에 방문한 보건소
23일 일요일 오전 9시, 질병관리본부 '1339'로 전화를 걸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이란 말이 한참동안 이어졌다. 10분이 지나서야 연결된 상담원은 "질병관리본부에 언론인을 담당하는 주무관이 따로 있다"며 내선번호 연락처를 알려줬다.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대신 해당 주무관 휴대폰 번호로 "문의사항 남겨주시면 최대한 빨리 답신 드리겠다"고 문자가 왔다. 저간의 상황을 문자로 남기자 얼마 지나지 않아 "관할 보건소로 문의하시면 안내받을 수 있다"라고 답변이 왔다.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오후 3시까지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데 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는 현장에서 의료진이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유증상자, 확진자와 밀접접촉자 등이 선별진료소에서 해주는 무료 검사 우선 대상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담당자는 "선별진료소 검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면 일반 병원에서 유료로 검사를 받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일요일이라 일반 병원에선 검사가 불가능했다. 검사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치 않았지만 노파심에 보건소를 찾았다. 보건소 건물 출입은 통제 중이었고 외부에 진료소가 차려져 있었다. 오전 10시 20분께, 진료소 입구에서 손을 소독하고 나눠준 비닐장갑을 꼈다.
통제선 안에 들어서니 푸른색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계속해서 닦아내도 의료진의 이마에선 땀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눌러쓴 마스크 때문에 호흡이 가쁜지 연신 '헉헉' 거리는 의료진도 눈에 띄었다.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주르륵 놓인 의자에 앉아 자가검진표를 작성했다. '무증상자'에 체크했고, '확진자와 밀접접촉 없음'에 체크했다. 다만 기타 사항에 "21일 사랑제일교회 취재 차 방문, 현장에 있던 타 기자 확진 판정"이라고 적었다.
1m 가량 떨어진 옆 의자엔 노년 남성이 앉아 있었다. 나와 똑같이 무증상자, 확진자와 밀접접촉 없음에 체크한 모양인지, 직원이 "왜 검사 받으러 오셨나요"라고 물었다. 남성이 "○○○교회 신자"라고 답했다. 남성이 말한 교회는 최근 확진자가 여럿 나온 대형교회였다.
씁쓸했던 투덜거림 "외국인이 왜 여기?"
이른 오전이었지만 꽤 많은 인원이 의자에 앉아 대기 중이었다. 내 뒤로도 계속 검사를 받으려는 행렬이 이어졌고 진료소 밖까지 줄이 이어졌다. 대체로 질서가 잘 유지되는 상황에서 검사가 진행됐지만 답답한 모습도 보였다.
전화통화를 하며 대기하던 한 남성은 자기 차례가 됐음에도 전화를 끊지 않고 비닐장갑만 받아든 채 진료소에 입장했다. 약 5분 후 전화를 끊은 그는 그제야 다시 진료소 입구에 가 손을 소독하고 비닐장갑을 꼈다. 검사 대상자를 호명하며 중간중간 외국인의 이름이 거론됐는데, "외국인이 왜 여기 와 있어?", "왜 우리가 외국인까지 검사를 해줘야 돼?"라며 투덜거리는 이들도 보였다. 1시간 쯤 지나 의료진이 내 이름을 호명했다. 무증상자에 확진자와의 밀접접촉이 없었음에도 사랑제일교회 인근에 다녀왔고 그곳에서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에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진단 키트를 받아 든 채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던 그 컨테이너박스에 들어갔다. 소독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유리벽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옆의 안내문을 읽었다.
의료진의 말에 철저히 따라야 하고, 검사가 다소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옆 칸에서 다른 검사자의 헛구역질 소리와 기침 소리가 들렸다. 유리벽 너머엔 의료진과 검사자의 소통을 위한 마이크와 함께 작은 선풍기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유리벽엔 의료진이 양 손을 집어넣을 수 있는 두 개의 구멍이 있었고 그 구멍엔 긴 장갑이 달려 있었다.
얼마 후 의료진이 그 장갑에 손을 집어넣었고, 안내에 따라 마스크를 벗고 입을 벌렸다. 나무 막대 같은 걸로 목젖 인근을 여러 차례 훑었다.
이어 매우 얇은 플라스틱 막대가 콧구멍으로 들어왔다. 몇 년 전 독감 검사 때 이미 비슷한 검사를 받아본 적이 있어서 괜찮...은 게 아니라, 알고 맞는 매가 더 아팠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주 깊숙이 막대가 콧속을 드나들었다, 아주 잠깐 '어쩌면 위장을 훑고 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갑자기 터진 콧물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채 마스크만 다급히 고쳐 쓰고 컨테이너박스를 빠져나왔다. 11시 20분께, '코로나19 검사자 행동수칙'이 적힌 종이 한 장을 받아 곧장 귀가했다. 다음 날인 24일 월요일 오전 9시 20분, 보건소로부터 문자가 도착했다.
"검사 결과 '음성'입니다. 그래도 생활수칙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검사 후 꼼짝없이 집에 머물며 봤던 '사랑제일교회 세 번째 기자회견', '일부 교회 현장예배 강행' 뉴스는 여전히 씁쓸함으로 남아 있다.
항상 경각심은 갖고 있었지만, 한편으론 멀게 느껴졌던 게 코로나19였다. 그렇게 잠깐 마음을 놓는 순간 코로나19가 내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 알베르 카뮈는 소설 <페스트>를 이렇게 끝낸다.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되지 않으며, 수십 년 동안 가구나 내복에 잠복해 있고, 방이나 지하실, 트렁크, 손수건, 낡은 서류 속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또한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 페스트가 쥐들을 다시 깨우고 그 쥐들을 어느 행복한 도시로 보내 죽게 할 날이 오리라는 사실도 그는 알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