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발견된 후 위치추적기가 부착된 장수말벌.
워싱턴주 농업부 제공 [A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에서 살인말벌떼가 발견됐다.
/사진=로이터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 농무부가 제공한 사진에 곤충학자 크리스 루니가 죽은 아시아
거대말벌의 강력한 턱을 보여주고 있다.
2020.05.05./사진제공=AP/뉴시스
장수말벌 집 제거하는 곤충학자
/사진제공=로이터/뉴스1
코로나·산불 이어… 쏘이면 죽는 '살인말벌', 美 공략
이젠 살인말벌떼다. 3월 코로나, 9월 산불 등 올해가 ‘재난의 해’라는 걸 입증이라도 하듯 이젠 말벌까지 중국 공략에 나섰다.
삼재가 겹친 셈이다.
1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지난 10월 24일 미국 워싱턴주 농업부는 시애틀 북부도시 블레인에서
장수말벌 둥지를 발견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흔한 장수말벌이 미국에서 둥지가 포착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곤충학자들은 진공청소기 같은 도구로 장수말벌을 빨아들이는 등 정부 차원의 퇴치 작전을 벌였다.
이후 농업부와 곤충학자들이 정밀 분석을 실시했고 새로운 둥지를 만들 수 있는 어린 여왕벌 200여 마리를 추가로 발견했다.
또 유충 190마리, 성장 후 여왕벌이 될 가능성이 있는 번데기 100여 마리를 잡았다.
워싱턴주 농업부 관계자는 "채집된 장수말벌 표본은 둥지가 제거돼도 살 수 있었기 때문에 벌이 발견된 지역에 말벌이 모두 사라진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 장수말벌을 적어도 3년 동안 실험실에 서식하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문가들은 이미 다른 장수말벌 둥지가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아시아 거대 말벌'로 불리는 장수말벌은 원래 아시아 지역에만 서식했지만 지난해부터 미국에도 자주 출몰하고 있다. 이 말벌은 여왕벌의 몸길이가 6.4cm까지 자라며 세계에서 가장 큰 벌로 알려졌다.
장수말벌 수십 마리는 몇 시간 안에 꿀벌 3만 마리를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공격성을 가지고 있고 꿀벌과 달리 독침도 여러 번 쏠 수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따르면 장수말벌의 독침은 인간의 방호복도 뚫을 정도로 위험하다.
전민준 minjun84@mt.co.kr |
지난 9월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도의 한 야산에서 발견한 장수말벌.
왕준열
장갑도 뚫는 0.7㎝ 독침…美 뒤집은 'K-말벌'이 무서운 이유
[애니띵]장수말벌 포획작전
"저기예요, 저기!"
인천 영종도 주택가의 등산로. 주민이 수풀을 가리키면서 다급하게 소리쳤다.
평범한 덤불로 보였지만, 잠시 후 '우웅' 거리는 소리가 나며 손가락 크기의 물체가 튀어나왔다.
강풍기 소리를 내며 나는 물체의 정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말벌, 장수말벌이다.
장수말벌 등장에 발칵 뒤집힌 미국
미 워싱턴주 농업부 직원들이 방호복을 입고 장수말벌을 퇴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국 토종 말벌이 태평양을 건너 미 서부 지역을 발칵 뒤집어 놨다.
주인공은 'K-말벌'이란 별명을 얻은 장수말벌. 미국서 '아시안 거대 말벌'(Asian giant hornet) 또는 '살인 말벌'로 불린다.
북미 대륙에 처음 등장한 장수말벌에 놀란 미 워싱턴주 당국은 지난달 22일 곤충학자 수십명을 동원해 소탕 작전을 벌였다.
아시아에서 온 이 외래종을 퇴치하기 위해 대대적인 작업에 나섰지만, 확산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외신에 따르면 채집한 벌집을 연구한 결과 어린 여왕벌이 200마리나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장수말벌 독침, 보호복도 뚫어…쏘이면 죽을 수도"
지난 9월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도의 한 야산에서 발견한 장수말벌집.
왕준열
미국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장수말벌은 어떤 존재일까. 베일에 싸인 장수말벌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9월 17일 말벌 전문가 최문보 경북대 교수와 벌집을 찾아 나섰다.
주민의 안내로 벌집을 발견한 취재진은 준비한 방호복을 입었다.
새하얀 방호복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단히 밀폐돼 마치 우주복 같았다.
양봉업자가 입는 가벼운 옷을 생각했던 기자는 약 20분 동안 낑낑거리며 방호복을 입었다.
최 교수는 "장수말벌은 독침 길이가 0.7㎝나 돼서 두꺼운 장갑도 뚫는다"며 특수제작한 옷을 입는 이유를 설명했다.
취재진과 함께 현장에 온 주민은 장수말벌에 쏘인 배의 흉터를 보여줬다.
그는 "옷을 입어도 물려요. 정말 죽을 뻔했죠"라고 말했다.
지난 9월17일 인천 중구 영종도의 야산에서 기자와 전문가가 장수말벌집을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남궁민 기자
삽과 톱을 들고 벌집에 다가갔다.
수풀에서 수십 마리의 장수말벌이 튀어나와 보호복에 달려들었다.
얇은 플라스틱으로 된 얼굴 보호 장비에 말벌이 부딪히자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샛노란 색의 장수말벌 머리가 눈에 띄었다.
다른 벌과 달리 장수말벌은 바위틈이나 땅속에 집을 짓는다.
이날 찾은 벌집은 죽은 나무뿌리 아래에 있었다.
땅을 파고 나무를 자른 지 약 1시간 만에 벌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흥분한 장수말벌이 더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장수말벌 1000마리 잡아야 독 1g…"신약 물질 찾는다"
장수말벌의 꽁무니에서 독낭(독주머니)를 꺼내고 있다. 얇고 긴 침의 끝에 달린 작은 흰색
알갱이가 독낭. 이 독낭은 1000개 가량 모아야 1g 정도의 독을 얻을 수 있다.
왕준열
이날 잡은 장수말벌은 약 100마리. 최 교수는 독을 연구하기 위해 연구팀과 함께 올해 약 8만마리의 말벌을 잡았다.
최 교수는 "장수말벌 1000마리를 잡아 독낭(독주머니)을 모아야 연구에 필요한 1g의 독을 얻는다"면서 "더 작은 말벌은 약 3000마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제보를 받아 벌집을 따러 다니는 최 교수는 여름이면 연구실에 있는 시간보다 숲을 헤매는 시간이 많다.
독을 연구하는 이유에 대해 최 교수는 "장수말벌 독은 혼자 성인 여럿을 죽일 만큼 치명적이지만, 그 속에서 사람을 살리는 성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땅속에서도 곰팡이가 피거나 젖지 않는 장수말벌집의 특성도 연구 대상이다.
"장수말벌 없으면 해충 창궐…공존 고민해야"
지난 9월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도의 한 야산에서 발견한 장수말벌.
왕준열
양봉 산업과 관련된 꿀벌과 달리 말벌 연구는 국내에서 불모지로 남아있다.
'꿀도 못 만드는 무서운 곤충'이란 인식이 퍼져 말벌은 대중적으로도 미움을 받는다.
이런 인식에 대해 평생을 말벌 연구에 바친 최 교수는 아쉽다고 말한다.
최 교수는 "곤충계 최상위 포식자인 장수말벌이 사라지면, 그건 생태계가 무너졌다는 의미"라면서 "장수말벌 한 마리가 수백 마리의 노린재·파리 같은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장수말벌이 사라지면 해충이 창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종이지만, 국내에서는 생태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이어 최 교수는 "도시가 넓어지면서 숲은 파괴되고 공원만 넓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도심 속에 자리 잡은 말벌을 마주치게 되는 것"이라면서 "서식지를 지키면서 인간과 말벌이 함께 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수말벌 여왕벌을 박제한 표본. 최문보 경북대 교수가 장수말벌을 직접 잡아 제작했다.
남궁민 기자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영상=왕준열
[출처: 중앙일보]
▲ ‘살인 말벌’로 불리는 장수말벌
AP 연합뉴스
美 ‘살인 말벌’ 둥지서 여왕벌 200마리 추가 발견
지난 10월 미국에서 최초로 발견돼 양봉업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장수말벌의 둥지에서 수백 마리의 ‘어린 여왕벌’이 추가로 발견됐다.
영국 가디언 등 해외 언론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주 농업부는 지난 10월 말 시애틀 북부도시 블레인의 한 나무 안에서 장수말벌 둥지를 발견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권에서 흔히 보이는 장수말벌은 미국에서는 ‘아시아 거대 말벌’(Asian giant hornet)로 불린다.
미국에선 지난해 말에서야 최초로 공식 포착됐다.
여왕벌의 몸길이가 37~44mm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큰 말벌로도 알려진 장수말벌이 처음 발견되자 미국 언론들은 ‘살인 말벌(murder hornet)의 상륙’이라며 비중 있게 보도했다.
현지 곤충학자들은 즉시 진공청소기로 장수말벌을 빨아들이는 ‘살인 말벌 퇴치 작전’을 벌였다.
이는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이뤄진 첫 번째 장수말벌 집 퇴치로 기록됐다.
이후 농업부 및 곤충학자들이 벌집을 정밀 분석한 결과, 새로운 둥지를 만들 잠재력을 가진 어린 여왕벌 약 200마리를 추가로 발견했다.
또 알에서 나온 유충 190마리와 성장 후 여왕벌이 될 가능성이 있는 번데기 상태의 100여 마리도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해당 벌집에서 발견된 후보 여왕벌이 둥지에서 나와 짝짓기를 한 뒤 새로운 둥지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수말벌은 유충 시절 먹이를 많이 공급받으면 여왕벌로 자랄 수 있다.
워싱턴주 농업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장수말벌 표본은 둥지가 제거된 후에도 살아있었으며, 해당 지역에 말벌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적어도 3년 동안은 실험실의 제한된 공간에서 서식하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문가들은 이미 다른 장수말벌의 둥지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으며, 최초의 둥지가 퇴치될 때 여왕벌이 될 가능성이 있는 암컷들이 탈출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장수말벌이 공포의 대상인 주된 이유는 이들이 꿀벌들을 잡아먹어 양봉업계에 극심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독침을 여러 번 쏠 수 있는 장수말벌은 꿀벌들을 잡아먹으며, 장수말벌 몇 마리서 수 시간 만에 꿀벌 집 하나를 초토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말벌은 포식자로서 꿀벌뿐 아니라 해충을 포함한 다양한 곤충을 잡아먹는다.
말벌의 일종인 코벌이 파리를 사냥한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해롭고 무서운 곤충?…말벌의 숨겨진 공로를 아시나요
아직 몇 조각의 나뭇잎이 달려있어 바람에 흔들리지만 오늘, 내일이 지나면 더는 이런 풍경은 없다.
절기로 때를 알기도 어렵지만 단어 하나만으로 계절을 가늠하기는 더욱 힘든 일.
7일은 입동. 겨울을 피부로 느낄 만큼 춥진 않지만 물이 얼고 땅이 얼어붙는 본격적인 겨울을 알린다.
강원도 산골엔 벌써 겨울이 왔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시작해 지루하고 긴 장마와 태풍 재난까지 3박자가 아주 난리를 쳤다.
시름과 불안으로 세월을 놓쳐 예쁜 꽃, 아름다운 나비를 즐기지도 못하고 잎 다 떨어뜨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와 숲만 바라본다.
마르고 찬바람 불어 스산하지만 손녀와 함께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를 들으며 코끝을 스치는 상큼한 공기를 마시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살과 근육을 키워 통통해진 멸종위기종 금개구리가 땅을 파고 낮게 숨을 쉬며 겨울 날 준비를 한다.
포근하게 감싼 알집 속에 사마귀가 월동을 시작했고, 유리산누에나방도 알 상태로 겨울을 맞아 이미 휴면에 들어갔다.
비록 철저하게 준비를 하지만 겨울은 예상 밖의 변수가 많아 많은 개체가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는다.
온대지역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이 겪는 가장 가혹한 시련, 겨울이다.
겨울잠을 자기 위해 땅속을 파고든 금개구리.
알 상태로 휴면에 접어든 유리산누에.
인간도 마찬가지여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이즈음 환절기에는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의 사망률이 가장 높다.
그래도 작년까지만 해도 밀려오는 한파만 준비하면 됐는데 올해부터는 사뭇 다르다.
겨울 저온에서 생존력·전파력이 강한 무서운 놈들, 코로나바이러스를 대비해야 한다는 심란한 기사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__
앗, 아직도 말벌이한창 곤충들의 월동 준비로 바쁜데 ‘아얏’ 하며 아내가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지른다.
호랑이도 늑대도 사라진 산속이라 특별히 무서워하며 피할 것은 말벌밖에 없는데 이미 겨울이라 그냥 무심히 일하다가 말벌에 쏘였다.“계절을 모르는 철없는 놈의 소행이겠거니.”
그래서 별 독이 없을 것이라며 보건소도 안 가고 하루 지냈다가 큰 봉변을 당했다.
딱 한 방 쏘였는데 다리 전체가 퉁퉁 부어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
계절은 이미 겨울로 가고 있는데 더디 세월을 먹는 ‘벌’이라니.
서둘러 겨울 준비를 하던 모든 일이 머쓱해진다.
그냥 무심히 보다가 적막하고 황량한 줄로만 알았던 겨울 숲은 아직 생명 활동이 진행 중이었다.
말벌은 아직 활동 중이다. 좀말벌의 침 모습.
‘킬러 말벌’이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으로 미국을 발칵 뒤집은 장수말벌부터 도심 속 말벌 피해까지 많은 사람이 말벌에 대해 궁금하다. 진짜 위험한지, 어떻게 하면 안 만날 수 있는지 혹여 맞닥뜨리면 어떻게 처신할지, 정말 해만 끼치는 나쁜 놈들인지?
얼마 전 ‘한국방송(KBS)’의 생생정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충분히 설명했지만 몇몇 중요한 대목이 빠져 말벌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육상 포유류의 호랑이, 물속 생태계의 물장군 그리고 육상 곤충 생태계의 말벌은 모두 그 분야에선 가장 힘센 놈들, 최상위 포식자이다. 말매미, 말벌의 ‘말’은 크다는 뜻으로 말매미는 매미 중 덩치가 제일 크고 소리 역시 가장 시끄러워 한여름 밤 도심 속 사람들을 잠 못 들게 하는 소음의 주범이다.
말벌도 이름값 하며 벌 종류 중 가장 크고 맹독성 독침을 가진 놈들이다.
말매미란 이름은 큰 매미라는 뜻이다.
말벌과의 벌들. 장수말벌이 가장 크다.
검은 몸빛에 샛노란 줄무늬를 가진 말벌의 선명한 색채 패턴을 이르는 ‘옐로 재킷’이라는 단어는 공포의 대상이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공격성이 높은 날카로운 턱과 독침을 보면 무시무시하며 큰 무리를 지어 사니 더욱 무섭다.
대표적인 경계색과 강력한 독성 무기를 갖고 있고 무리 지어 살면서 엄청난 힘을 갖고 있으므로 말벌은 모든 종류의 곤충이 열심히 닮으려는 의태의 모델이다.
하늘소도, 파리, 나방까지도 모두 닮고 싶어 한다.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믿고 있으며 실제로 의태 패턴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말벌을 흉내 내는 호랑하늘소.
스즈키긴꽃등에도 얼핏 말벌 같아 보인다.
장수유리나방은 포식자가 말벌로 오인해 주길 기대한다.
20여 년 전 연구소 주변에서 말벌 집을 잘못 건드려 머리 뒤에 열 군데 이상을 쏘였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과 몸에 열이 올라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속이 메슥거리고 거대한 혹이 생겨 머리가 꽉 조여드는 느낌과 기도가 막혀 숨을 쉬지 못했다.
병원에서 해독 주사를 3대나 맞고 겨우 살아난 기억이 있다.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웠다.
말벌은 곤충학자인 필자도 굉장히 무서워하는 정말 위험한 곤충이 맞다.
검은 옷을 피하라말벌은 피하는 게 상책이므로 그놈들의 시선을 끌지 않는 게 좋다.
말벌의 대표적인 천적은 담비나 곰 같은 동물이다.
보통 동물은 천적을 만나면 피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워낙 공격적인 말벌이다 보니 오히려 천적의 색깔인 검은색이나 갈색 옷을 입으면 달려든다.
검은 계통의 옷보다는 밝은색 옷을 입는 편이 유리하다.말벌은 굉장히 텃세가 강하고 자기 집 주변에 얼씬거리면 무엇이든 공격하므로 말벌을 만났을 때는 빨리 도망가야 한다.
텃세 영역이 보통 20m~30m라고 하니까 최소한 그 정도 거리까지는 벗어나야 하며 할 수 있는 한 말벌들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멀리 도망간다.
말벌 둥지를 공격하는 천적 담비. 최태영
국립생태원 박사 제공.
인명에 위협이 될 만큼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사회성 곤충인 말벌이 도시로 내려오면서 많은 사람이 쏘일까 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사람들이 산속으로 들어와 말벌들이 살던 숲 속 서식지에 길을 내고 펜션도 짓고 가로등도 만들면서 말벌의 서식지를 다 파괴했다. 할 수 없이 서식지를 도시로 옮기고 있는데, 서식지를 이동하게 되면 식량 자원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그러나 가로수나 도심지 자투리땅에 생태 공원들이 들어서면서 먹이인 파리, 메뚜기, 나방 같은 많은 곤충이 유입이 됐고, 음식물 찌꺼기로 산속보다 먹이가 풍부해 더 좋은 서식지가 되었다.
쫓겨나왔지만 도시는 말벌에게 살만한 서식지가 됐다.
처마 밑에 말벌이 둥지를 틀었다.
축사에 좀발벌이 튼 커다란 둥지를 제거하고 있다.
요즘 가장 문제가 되고 있고 경계해야 하는 말벌은 외래종인 등검은말벌이다.
미국은 지금 ‘아시아의 거대 말벌’이라고 이름 붙인 장수말벌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규모 인력과 첨단 장비를 동원해 장수말벌 퇴치 작전을 벌이는데, 장수말벌이 무섭긴 무섭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등검은말벌도 우리나라에 유입된 외래종으로 특별한 천적이 없고, 세력도 말벌 중 가장 커서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대발생 중이다.
봉군(벌 떼)이 크므로 공격성이 강하고 도심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한다.
게다가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의 덕으로, 봄에 일찍 나오고 가을 늦게까지 활동을 하면서 활동 시간도 다른 말벌에 비해 길어, 양봉 산업에 해를 끼치거나 사람을 쏘아 위험에 빠트릴 빈도가 가장 잦다.
등검은말벌의 집. 최문보 경북대 교수 제공.
등검은말벌. 정철의 안동대 교수 제공.
_______생태계 조절자 구실사람을 공격하는 살인 말벌의 공격성과 양봉 농가의 꿀벌을 몰살할 수 있는 해충으로 지탄받지만 생태계 조절 기능자로서의 말벌의 역할이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몇몇 꿀벌만 먹어서는 양이 적어 생존과 번식이 힘들고, 사람 쏘는 행위는 자기를 지키고자 함이니 사실 우리가 걱정하는 엄청난 해충은 아니다.
말벌은 잡식성으로 다른 벌뿐 아니라 우리를 귀찮게 하는 파리, 모기나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꽃매미를 비롯한 외래해충 등 거의 모든 곤충을 잡아먹으며 밀도를 조절해준다.
사체를 분해하는 청소동물 노릇도 하며 꿀벌처럼 꽃에서 꿀을 섭취하며 꽃가루받이도 해 준다.
해충 포식자로, 정화 곤충으로 또 수분 매개 곤충으로 생태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하는 멀티 플레이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훌륭한 일을 하는 유용한 곤충임을 알면 공포감이 좀 줄어들까?그래도 말벌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 말벌 동영상(홀로세 곤충방송국 HIB 제공)글·사진 이강운/ 홀로세 생태보존연구소 소장
▲ 유럽 말벌과 등검은 말벌에 대한 탐지 및 분류결과/안동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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