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페라, Musical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 Beethoven, Fidelio

Beethoven, Fidelio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Leonore/Fidelio: Camilla Nylund

Florestan: Jonas Kaufmann

Don Pizarro: Alfred Muff

Rocco: Laszlo Polgar

Marzelline: Elizabeth Rae Magnuson

Jaquino: Christoph Strehl

Don Fernando: Gunther Groissbock

Chor des Opernhauses Zürich

Orchester der Oper Zürich

Conductor: Nikolaus Harnoncourt

Opernhaus Zürich 2004

 

 









 

베토벤은 희극 오페라를 싫어했습니다. 특히 모차르트 시대의 자유분방하고 통속적인 ‘오페라 부파’(opera buffa)를 혐오한다고 말했답니다. 모차르트의 걸작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코지 판 투테>에 대해서도 베토벤은 “음악은 천재적이지만 소재는 저속하다. 나는 그런 부도덕한 소재로는 결코 오페라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라고 공언했다는군요. 베토벤이 오페라에 아예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누구보다도 뛰어난 오페라 작곡가가 되고 싶었던 그는 수없이 많은 고전문학 작품을 오페라 소재로 고려해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베토벤이 원했던 휴머니즘을 담은 소재는 드물었습니다. 모차르트 시대에는 농도 짙은 남녀관계를 다룬 에로틱한 오페라, 마법이나 주술이 등장하는 환상적인 오페라가 인기를 누렸죠. 특히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직후에는 예술성도 없는 아류 희극 오페라들이 들끓어 베토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군요.

하지만 계몽주의의 토대에서 출발한 프랑스 대혁명과 함께 자유, 평등, 박애의 가치를 담은 연극들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베토벤은 그 가운데 프랑스 구출극(救出劇) <레오노르 또는 부부애>(Leonore, ou l'amour conjugal)를 오페라 소재로 택할 수 있었지요. 이 소재에서 베토벤이 핵심으로 생각했던 것은 사실 ‘부부간의 신의와 사랑’보다는 ‘독재에 맞서 자유를 쟁취하는 투쟁’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이 작품은 베토벤의 처음이자 마지막 오페라가 되었답니다. 그 이상의 소재를 더는 찾지 못했으니까요.

베토벤의 휴머니즘 이상을 담은 오페라 소재

1막

오페라의 1막은 교도소 마당에서 시작합니다. 간수장 로코의 딸 마르첼리네를 사랑하는 젊은 간수 자키노는 결혼을 서두르려 합니다. 그러나 마르첼리네는 새로 들어온 보조 간수 피델리오에게 마음을 빼앗긴 상태입니다. 사실 피델리오는 교도소장 피차로가 비밀리에 가둬놓은 정적(政敵) 플로레스탄의 아내 레오노레로, 남편을 구하려고 남장을 한 채 이곳에 들어온 인물입니다. 그녀의 가명은 ‘남편에 대한 신의(信義)’를 뜻하고 있죠. 그런데 로코 역시 성실하고 일 잘 하는 피델리오를 사위로 삼고 싶어 합니다. 로코의 신임을 얻은 피델리오는 늘 로코 혼자 내려가는 지하 감방에 남편이 갇혀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자기도 데리고 가달라고 로코에게 간청하지요. 감옥에 갇힌 플로레스탄과 그의 아내 레오노레.

한편 법무대신이 이 교도소를 시찰한다는 전갈이 오자 당황한 소장 피차로는 플로레스탄을 당장 죽이라고 로코에게 명령합니다. 이 대화를 듣고 있던 레오노레는 ‘추악한 인간, 어디로 걸음을 서두르는가?’라고 노래하며 분노합니다. 수감자들은 오랜만에 교도소 마당에 나와 해바라기를 하며 기쁨의 합창을 노래합니다. 그러나 피차로는 누가 마음대로 이 죄수들을 마당에 내보냈느냐며 불같이 화를 냅니다. 로코는 서둘러 수감자들을 다시 지하로 내려 보내고, 나머지 주인공들은 이들에 대한 연민의 심경을 노래합니다.

2막

2막은 플로레스탄이 갇혀 있는 지하 감방입니다. 플로레스탄은 쇠사슬에 묶인 채 어둠 속에 앉아 자신의 운명을 탄식하다가 사랑하는 레오노레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얼마 전부터는 하루에 빵 한 조각과 물 한 잔밖에 받지 못해 탈진 상태입니다. 이때 피차로의 명령으로 플로레스탄을 죽여 파묻을 구덩이를 파야 하는 로코와 레오노레가 지하로 내려옵니다. 레오노레는 이 수감자가 자기 남편임을 확인하고 괴로워하다가,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빵 한 조각을 건네줍니다. 플로레스탄은 자기 아내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이 낯선 젊은이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안타깝고 가슴 저린 장면이죠.

플로레스탄을 죽이려는 교도소장에게 총을 겨누는 레오노레.

드디어 피차로가 감방에 내려와 플로레스탄을 자기 손으로 죽이려는 순간, 레오노레가 피차로에게 권총을 들이댑니다. 그때 법무대신이 교도소에 도착했다는 팡파르가 울립니다. 하는 수 없이 피차로는 로코와 함께 지상으로 올라가죠. 둘만 남은 부부는 ‘형언할 수 없는 이 기쁨!’을 노래합니다. 법무대신은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 있던 수감자들을 풀어주고는, 플로레스탄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실종되었던 자신의 친구를 다시 만났기 때문입니다. 군중은 용감하게 남편을 구해낸 아내 레오노레의 용기와 미덕을 찬양하고, 피델리오와 결혼하려던 마르첼리네는 크게 실망합니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와 피날레의 대합창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막이 내립니다.

Ádám Fischer/Hungarian State Opera 2008 - Beethoven, Fidelio

Leonore: Tünde Szabóki

Fidelio: Virgil Horváth

Florestan: Thomas Moser

Don Pizarro: Béla Perencz

Rocco: Friedemann Kunder

Marzelline: Zita Váradi

Jaquino: Fekete Attila

Don Fernando: Gábor Bretz

Chorus of the Hungarian State Opera

Orchestra of the Hungarian State Opera

Conductor: Ádám Fischer

Hungarian State Opera 2008


프랑스 대혁명기 남장 아내의 '구출극' 실화

<피델리오> 원작은 실화를 토대로 했습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투렌 출신의 귀족 부인이 감옥에 갇힌 남편을 남장을 하고 구출한 사건이 소재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공무원으로 이 사건을 직접 다뤘던 작가 장 니콜라 부이는 무대를 스페인으로 옮겨 이 오페라의 리브레토를 썼습니다. 이 대본으로 파리 작곡가 피에르 가보가 1798년에 먼저 오페라를 작곡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교도소장 피차로가 대사역(노래를 하지 않고 연극배우처럼 대사만 읊는 배역)이었다는군요. 베토벤이 이미 <피델리오> 작곡을 시작한 1804년에도 이탈리아 작곡가 페르디난도 파에르의 오페라 <레오노라 또는 부부애>가 발표되었지만, 그가 이 작품을 알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베토벤 <피델리오>의 대본은 요제프 존라이트너가 썼습니다.

이 오페라가 안 데어 빈 극장에서 초연된 1805년은 나폴레옹 전쟁 시기였기 때문에, 베토벤의 음악을 애호하던 빈의 귀족들은 대부분 전란을 피해 멀리 떠나 있었죠. 그래서 오페라극장을 채운 것은 점령군인 프랑스 장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오페라에 관심이 있어 극장에 오긴 했지만 독일어로 공연된 <피델리오>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초연판은 음악 면에서도 청중에게 너무 길고 지루한 느낌을 주었다는군요.

베토벤으로서는 난생 처음 작곡한 오페라 한 편으로 엄청난 굴욕을 겪은 셈이죠. 극장 측에서는 베토벤에게 수정을 권했지만 고집 센 베토벤은 음표 하나도 고칠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주위의 간곡한 설득으로 오페라의 내용을 대폭 수정했고, 3막본에서 2막본으로 줄였습니다. 떠났던 귀족들이 빈으로 돌아온 뒤 개정판으로 재초연이 이루어지자 <피델리오>는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완벽주의자였던 베토벤은 자신의 이 유일한 오페라를 1814년까지 계속 손질해 케른트너토어 극장에서 재초연했습니다. 이때 2막에서 억울한 수감자들이 모두 석방되는 피날레 장면이 덧붙여졌습니다. 베토벤은 이 오페라를 위해 모두 4개의 서곡을 썼는데, 그 중 하나는 ‘피델리오 서곡’이고 나머지 셋은 ‘레오노레 서곡’입니다. 오페라 공연 때는 ‘피델리오 서곡’만 연주하거나, ‘피델리오 서곡’과 함께 2막 장면 전환 때 ‘레오노레 서곡’ 3번을 연주하기도 합니다.

<피델리오>는 연극처럼 대사가 있는 독일 ‘징슈필’(Singspiel) 형식으로 작곡 되었습니다. 오케스트라는 당시 이탈리아 오페라에서처럼 단순히 반주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향악적인 연주를 들려주었지요. 이런 특성은 후에 베토벤을 열렬히 숭배했던 바그너 음악극에서 더욱 발전되었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레오노레-플로레스탄 순)

[음반] 군둘라 야노비츠, 르네 콜로 등.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빈 국립오페라 합창단, 1978년 녹음

[음반] 마르타 뫼델, 볼프강 빈트가센 등.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빈 국립오페라 합창단, 1953년 녹음

[DVD] 기네스 존스, 제임스 킹 등. 카를 뵘 지휘, 베를린 도이체 오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구스타프 루돌프 젤너 연출, 1970년 영화판(2008년 출시)

[DVD] 카밀라 닐룬트, 요나스 카우프만 등.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지휘,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위르겐 플림 연출, 2004년 실황

 

이용숙(음악평론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2.04.16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7807

 

요즘 트위터 페이스북 더보기